IT트렌드 – SK hynix Newsroom 'SK하이닉스 뉴스룸'은 SK하이닉스의 다양한 소식과 반도체 시장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전달합니다 Wed, 26 Feb 2025 07:49:53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6.7.1 https://skhynix-prd-data.s3.ap-northeast-2.amazonaws.com/wp-content/uploads/2024/12/ico_favi-150x150.png IT트렌드 – SK hynix Newsroom 32 32 마블 캐릭터의 초능력이 현실로? 반도체가 실현하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spiderman-no-way-home/ /spiderman-no-way-home/#respond Thu, 24 Feb 2022 14:55:00 +0000 http://localhost:8080/spiderman-no-way-home/ ※ 스포일러 있습니다.

지난 12월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 번째 스파이더맨 영화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아이언맨이 사라진 세상을 살아가는 주인공 피터 파커(톰 홀랜드 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번 작에서는 정체가 탄로 난 피터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멀티버스(Multiverse, 멀티(Multi)와 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다중우주를 의미)가 열리게 되고, 이를 통해 역대 빌런들이 한자리에 소환되며 위기를 맞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역대 스파이더맨 그리고 그들이 맞서 싸워 온 각기 다른 초능력을 지닌 빌런들의 매력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과학기술도 발전해온 만큼, 궁금증이 든다. ‘이들의 초능력을 현실에서도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그 해답을 ‘반도체’를 통해 찾아봤다.

아이언맨의 유산을 잃어버린 스파이더맨, 역대 최악의 빌런들을 만나다

▲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출처: 소니픽쳐스 코리아)

홀로그램과 드론을 이용해 세상을 속인 가짜 히어로, 미스테리오를 사람들은 진짜 영웅으로 믿고 있었다. 이 때문에 피터는 처음부터 곤경에 처한다. 그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미스테리오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쓴 것.

미스테리오의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정부기관의 수사 과정에서 그의 뒤를 받쳐주던 스타크 인더스트리까지 조사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언 스파이더 슈트에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연결해 사용하던 일부 기능을 잃고, 토니 스타크에게 물려받은 최첨단 증강현실(AR) 안경인 이디스(EDITH)마저 압수당한다.

▲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출처: 소니픽쳐스 코리아)

이로 인해 두 가지 일이 벌어졌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하나는 빌런과 싸울 때, AI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대신 목에 스마트폰을 걸고 영상통화로 시야를 공유하며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데, 그리 큰 도움을 받지는 못한다. 다른 하나는 빌런을 찾을 때 안면인식 기술을 갖춘 AI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01

▲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출처: 소니픽쳐스 코리아)

뭐, 여기까진 괜찮다. 타노스가 사라진 이후, 나름 평화로운 시대가 찾아왔으니까. 진짜 문제는 이런 소동으로 인해 대학에서 피터와 친한 친구들의 입학을 거부한 것. 시끄러운 문제를 일으킬 것 같으니 받아주지 않은 것이다.

이에 피터는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분)를 찾아가 마법으로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시전 도중 이런저런 조건을 너무 많이 달아버린 탓에 마법은 실패하고, 역효과로 멀티버스에서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아는 존재들이 이 세계에 찾아오게 된다.

문제는 넘어온 대부분이 그들이 있던 세계에서 큰 문제를 일으킨 빌런들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그린 고블린(윌리엄 데포 분), 닥터 옥토퍼스(알프레드 몰리나 분), 샌드맨(토머스 헤이든 처치 분), 리저드(리스 이판 분), 일렉트로(제이미 폭스 분) 등 한 명만 등장해도 큰 문제가 될 최악의 빌런들이 한꺼번에 넘어왔다.

화가 난 닥터 스트레인지의 명령으로 피터는 이 세계에 찾아온 빌런들을 다 잡아 오지만, 돌려보내려고 하니 모두 돌아가면 곧 죽을 사람들이다. 그들이 불쌍해진 피터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치료한 다음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기로 마음먹는다. 계획은 근사했지만, 악당을 우습게 봤다. 닥터 옥토퍼스를 뺀 다른 이들은 치료를 거부하고 도망간다.

아이언맨의 유산을 잃은 스파이더맨에게 역대 최악의 빌런들을 상대해야 하는 위기가 찾아왔다. 피터가 친구들, 뜻밖의 조력자들과 함께 이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메인 스토리다.

히어로와 같은 위험 감지 능력으로 우리를 지켜주다… 현실에 구현된 ‘스파이더 센스’

스토리의 재미도 뛰어나지만, 역대 최악의 빌런들이 집결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히어로와 빌런들이 보유한 초능력들이다. 먼저 히어로의 능력부터 살펴보자.

악당들이 탈출하기 전, 피터는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직감한다.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능력이 바로 ‘스파이더 센스(Spider Sense, 어떤 종류의 위험이든 사전에 알려주는 스파이더맨의 초인적인 육감)’다. 피터는 이 스파이더 센스로, 본래의 선한 인격자(노스 오브먼으로 불린다)로 있던 그린 고블린이 다시 자신의 악한 인격을 되찾은 걸 바로 알아챘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초능력 같지만, 이와 비슷한 힘을 가져보겠다고 시도한 사람이 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전자 시각화 연구소 연구팀이다. 지난 2013년 제4회 증강인간국제회의에서 발표한 ‘스파이더 센스’가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이다. 시각이나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제품을 고민하다 팔, 다리, 가슴, 이마 같은 신체 부위에 13개의 센서 모듈을 달았다. 각 모듈에는 최대 5m 정도 거리에서 물체를 감지하는 초음파 센서와, 센서에서 파악한 내용을 몸에 전달하는 장치가 달려있다. 물체에 가까이 다가가면 압력이 커지고, 멀어지면 압력이 약해지는 식으로, 근처에 무언가 있다는 사실을 착용한 사람에게 알려준다.

이렇듯 현실에서 스파이더 센스가 필요한 건 히어로가 아닌, 장애가 있는 사람이다. 센서 반도체가 활약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 아이디어는 최근 CES2022에서 발표된, 스위스의 한 스타트업이 만든 바이패드(Biped) 같은 제품으로 이어졌다. 바이패드는 어깨에 걸 수 있는 3D 카메라이자 AI 도우미로, 자율주행을 위해 연구되던 기술을 시각장애인을 위해 응용했다. 카메라로 주변 상황을 확인한 다음, 골전도 이어폰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들려준다. 아직 시제품 제작 단계지만, 제작사는 앞으로 바이패드가 시각장애인의 지팡이나 안내견을 대신할 수 있는 기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13

스파이더 센스 같은 위험 감지 기술이 가장 적극적으로 쓰이는 분야는 단연 차량에 장착되는 보행자/차량 감지 기술이다.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AEB)라고도 한다. 카메라와 레이다 센서를 활용해 운전 중 장애물이 갑자기 나타났을 때, 운전자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대신 브레이크를 밟아준다. 이미 많은 차량에 기본 사양으로 탑재돼 있다. 사람을 보호하고 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 쓰이니, 이러한 기술을 구현하는 반도체가 현실의 슈퍼히어로인 셈이다.

그린 고블린의 ‘호버보드’, 닥터 옥토퍼스의 ‘로봇 팔’도 이미 구현 중

스파이더 센스는 강력하지만, 가까운 이의 죽음은 막지 못했다. 빌런들이 탈출하는 과정에서 피터를 돌봐주던 숙모 메이 파커가 그린 고블린에게 살해당하고 만 것. 철없던 소원에서 시작한 여러 사건으로 인해, 피터는 큰 대가를 치렀다. 대신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두 명의 스파이더맨(토비 맥과이어 분, 앤드류 가필드 분)을 만난다. 그리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는다.

14

▲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출처: 소니픽쳐스 코리아)

스파이더맨의 숙적 그린 고블린은 영화에 등장할 때마다 스파이더맨에게 가장 큰 시련을 선물한다. 현실에서도 그와 같은 빌런이 존재할 수 있을까?

예전이라면 ‘그럴 수 없다’고 단언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난해 미국 뉴욕에 그린 고블린처럼 호버보드(Hoverboard, 전동 바퀴가 달린 보드)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남자가 등장했다. 호버보드 전문 유튜버 헌터 코왈드(Hunter Kowald)였다. ▶ 관련 영상 ‘Real Green Goblin’ Flew His Hovercraft Through Times Square’ 바로 가기

프랑스 스타트업 자파타(Zapata)에서 만든 ‘플라이 보드 에어(Fly board Air)’라는 제품도 그린 고블린의 호버보드와 유사하다. 이 제품은 제트엔진을 이용해 하늘을 날 수 있는 보드로, 비행시간은 10분 정도로 짧지만 최고 속도 150km, 최대 고도 3,000m의 성능을 자랑한다. 돈이 많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면 보드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세상에 우린 살고 있다.

08

▲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출처: 소니픽쳐스 코리아)

닥터 옥토퍼스는 어떨까? 촉수 형태의 로봇 팔은 너무 흉측해 만들어지지 않겠지만, 인간 능력을 확장하기 위해 웨어러블(Wearable) 형태로 세 번째 로봇 팔을 다는 연구는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실제 사례로는 캐나다 쉐브룩 대학에서 개발 중인 웨어러블 로봇 팔이 있다. 과일 따기나 페인트칠 같은 일을 더 편하게 할 수 있게 돕는 로봇이다. 미국 카네기 멜런대학에서는 배낭처럼 짊어질 수 있는 로봇팔을 개발했다. 이 팔을 이용하면 천장에 어떤 장치를 부착하는 일과 같이 혼자 하기 조금 어려운 일을 쉽게 할 수 있다. ▶ 관련 영상 ‘Supernumerary 3DOF Robotic Arm’ 바로 가기

영화 속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하는 열쇠는 ‘반도체 기술’

12

영화에서 진짜 놀라운 순간은 피터가 토니 스타크가 만든 패브리케이터 장비를 사용해 닥터 옥토퍼스의 타버린 AI 반도체 칩을 복구하는 장면이다. 닥터 옥토퍼스가 자기 몸에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 Machine Interface, 이하 BMI) 칩을 장착해 촉수 로봇을 제어하는 것도 신기하지만(조지아-켄트-연세대 공동 연구팀은 뇌파를 이용해 휠체어나 로봇팔을 무선 제어하는 웨어러블 BMI 시스템을 개발한 적이 있다), 피터는 반도체 칩을 몇 시간 안에 스스로 다시 만들어냈다.

이를 가능케 한 기술은 아마도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이미 설계된 하드웨어를 반도체로 생산하기 직전 최종적으로 하드웨어의 동작 및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제작하는 중간 개발물 형태의 집적 회로)일 가능성이 크다. 칩 설계를 바꿀 수 있는 반도체를 이용해 짧은 시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짜 넣어 완성한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다. 이를 정말 피터 홀로 해냈다면, 노먼 오스본이 피터를 “우리 세계로 스카우트하고 싶다”고 칭찬한 것이 결코 빈말은 아니다.

물론 개인이 반도체 칩을 제작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 사는 22살 청년 샘 제로프(Sam Zeloof)는 취미로 고등학교 때부터 차고에서 반도체 칩을 만들어 유명해졌다. 제작 기술은 1960~70년대 특허와 교과서에서 얻었고, 경매 사이트에 올라온 70~80년대 구형 칩 제조 장비를 사서 부품으로 이용했다. 이런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실제로 성공했다. 현재 1,200개의 트랜지스터가 탑재된 칩을 제작하는 단계까지 이르렀고, 곧 2,200개의 트랜지스터가 탑재된 칩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가족도, 친구도, AI 기술도 모두 잃어버린 스파이더맨, 이제 어찌 살아갈까?

11

▲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출처: 소니픽쳐스 코리아)

피터는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다른 스파이더맨들의 도움을 받아 이 세계로 넘어온 모든 빌런을 치료하고, 원래 있던 세계로 돌려보내는 데 성공한다. 대가는 작지 않았다. 처음엔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이라는 기억을 지우길 원했다면, 이젠 ‘피터 파커’란 존재를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야 했다.

다행히 사건은 해결됐고 스파이더맨은 계속 스파이더맨으로 남았지만, 피터에겐 돌아갈 집이 사라졌다. 아무도 자기를 모르는 세계. 가족은 없고, 친한 친구조차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세계. 그곳에서 피터는 이방인으로 사는 삶을 시작한다. 이제껏 사용했던 모든 기술도 사라지고, 남은 건 수제 스파이더맨 복장과 친구가 선물로 준 레고뿐이다. 하지만 이제 안다. 슈트가 없어도 자신은 스파이더맨이고,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런 결심을 하고 손에 든 스마트폰에는 경찰 무선을 스캔해서 들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보인다. 실제로 존재하는 앱이다. 미국에선 경찰이나 소방 무전이 일차적으로 공개 주파수로 전송되기 때문에, 원하는 사람은 장비만 있으면 들을 수 있다. 이를 취미 삼아 전문적으로 듣는 사람도 많아서, 이렇게 얻은 정보를 정리해 제공하는 ‘시티즌(Citizen)’이란 앱도 있다.

스파이더맨은 이제 평범한 시민과 다를 바 없는 위치에서 다시 시작한다. 그래도 최소한 스마트폰을 통해 어디서 어떤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 수 있다. 가족도, 친구도, 첨단 AI 기술도 모두 잃어버렸지만, 히어로로서의 삶은 남아있다. 그리고 여전히 인류가 이룩한 기술은 그의 곁에서 그에게 빌런과 다시 싸울 힘을 보태주고 있다. 그를 걱정하면서도 여전히 그의 활약을 기대하는 팬들이 있는 한, 그는 또 다른 영화로 우리 곁에 찾아올 것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spiderman-no-way-home/feed/ 0
새롭게 다가올 메타버스의 세계, 핵심은 재미와 경제 시스템 /the-new-world-of-metaverse/ /the-new-world-of-metaverse/#respond Mon, 17 Jan 2022 14:55:00 +0000 http://localhost:8080/the-new-world-of-metaverse/ 지난해 메타버스(Metaverse,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 키워드에 불을 붙인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로블록스(Roblox)의 상장, 그리고 페이스북(Facebook)의 사명 변경이다.

지난해 메타버스 트렌드를 주도한 ‘로블록스’와 ‘메타’

 width=

▲ 로블록스 공식 블로그 메인 화면 캡처

로블록스는 2006년 서비스를 개시한 블록 3D 서비스로, 게임보다는 플랫폼에 가까운 메타버스다. 로블록스 제작사는 게임을 제공하지 않는 대신 유저들이 게임을 만들어 판매하도록 했다. 게임 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직접 게임을 만들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코딩이 필요 없는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이용해 게임을 제작할 수 있다. 로블록스에서는 2021년 말 기준 800만 명의 제작자가 5,000만 개의 게임을 제작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페이스북 커넥트 2021’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며, 앞으로 메타버스에 올인할 뜻을 내비쳤다. 메타는 한 해 전인 ‘페이스북 커넥트 2020’에서 올인원(All in One) 가상현실(VR)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 2(Oculus Quest 2)’를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며, 메타버스 서비스인 ‘호라이즌(Horizon)’ 출시를 함께 발표한 바 있다.

메타는 이번 ‘페이스북 커넥트 2021’에서 사명 변경 후 호라이즌 서비스가 어떤 형태로 운영될지 일부 공개했는데, 게임, 생산성 소프트웨어 등 각기 다른 애플리케이션에서 서비스 중인 캐릭터와 크리에이터를 한 곳에 모아 놓은 형태로 메타버스보다는 메타버스를 모아 놓은 시장(Market)에 가까웠다.

메타는 현재 호라이즌을 비롯해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페이스북 커넥트 2021 이전에도 업무용 툴(Tool)인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s)’을 출시했고, 현재 북미 한정으로 3D 행아웃(화상통화 및 채팅 기능) 서비스인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까지 선보인 상태다. 호라이즌 월드의 특성을 보면 새롭게 다가올 메타버스의 특징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width=

▲ 호라이즌 월드 공식 홈페이지 캡처

호라이즌 월드에서의 활동은 구축(Create)과 탐험(Explore)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구축은 로블록스의 시스템과 유사하다. 건물을 짓거나, 게임을 하는 것이다. 탐험 부문은 다른 서비스가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을 갖고 있는데, 이는 메타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Instagram)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SNS 계정들이 하나로 연결된 메타버스 안에서 서로 만나 대화를 하고 서로의 집에 방문하거나 가상으로 꾸며진 일터에서 일할 수 있다. 이곳에서 사용자들은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우연한 만남(Serendipity)을 갖고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며 협업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할 때 메타가 앞으로 호라이즌 월드 내에 로블록스와 같이 경제 시스템을 갖추고 다른 서비스에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를 제공해 호라이즌 월드 안으로 모든 서비스의 캐릭터를 모을 경우, 전례 없는 거대 메타버스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기성 세대들에게 메타버스란? 편리한 업무 툴 또는 재미있는 장난감

현재까지 등장한 메타버스는 생산성 혹은 재미, 두 가지 중 한쪽에 치우친 경우가 많다. 이는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세대 간의 시선 차이 때문이다.

 width=

▲ 스페이셜(Spatial) 내 가상 갤러리(사진 제공 : 스페이셜)

최근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인 ‘스페이셜(spatial)’과 ‘게더 타운(gather town)’ 등은 주로 업무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페이셜은 오큘러스 퀘스트 2 이전부터 서비스를 제공해온 협업 툴이다. VR 기기를 쓰고 가상 공간에서 만나 화이트보드를 앞에 놓고 회의를 하거나 모닥불(Camp Fire)을 피워 놓고 그 앞에서 대화도 나눌 수 있다. 현재 VR 기기를 보유하지 않은 사용자를 위해 모바일 앱과 웹 버전까지 출시한 상태다.

마치 싸이월드나 고전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RPG)을 떠올리게 하는 게더 타운은 2D 메타버스 서비스다. 2D 캐릭터를 설정하고 키보드로 캐릭터를 움직여 다양한 곳을 둘러보거나 다른 캐릭터와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다. 고전 RPG 게임을 경험해본 세대에게는 익숙하게, 그렇지 않은 세대에게도 친근하고 편하게 다가가는 것이 장점이다.

 width=

▲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진라거 출시 기념 기자 간담회’를 게더타운에서 진행하고 있다(사진 제공 :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이 같은 형태의 메타버스 서비스들은 기업들의 회의나 세미나에 주로 활용돼 왔다. 실제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와 오뚜기는 2021년 10월 게더 타운에 이천 브루어리(Brewery)를 그대로 재현하고, 그 안에서 투어 프로그램을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는 이 같은 업무용 툴 이외에도 더 많은 메타버스 등장이 예상되는 해다. 특히 게임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채굴 기능과 토큰 보상을 갖춰 해외에서 일간 활성사용자 150만 명 이상을 확보한 ‘미르4(Mir4)’의 제작사 위메이드(WEMADE)는 최근 ‘제타버스(Zetaverse)’ 상표를 출원하고, 위메이드맥스(WEMADEMAX), 위메이드트리(WEMADE TREE) 등 자회사를 통해 관련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게임과 차별화되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이겠다는 것이 위메이드의 올해 목표다.

컴투스(Com2Us)는 하나의 서비스에서 업무와 놀이를 모두 할 수 있는 올인원 메타버스인 ‘컴투버스(Com2Verse)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컴투스는 지난해 11월 컨퍼런스 콜에서 컴투버스를 공개하며, “게임, 영상, 공연 등의 콘텐츠는 물론 금융, 쇼핑, 의료, 업무도 가능한 대형 메타버스를 구현하겠다고”고 밝혔다.

컴투스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컴투버스 내 ‘테마파크 월드’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커뮤니티 월드’에서는 다른 사용자들을 만날 수 있으며, ‘커머셜 월드’에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가상의 오피스 환경인 ‘오피스 월드’에서 일할 수 있다. 경제 시스템으로는 ‘블록체인(Block Chain) 경제’를 도입한다.

이외에도 현재 은행, 교육기관 대체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가 구축되고 있다.

요즘 ‘Gen Z’가 메타버스를 즐기는 방법은?

앞서 언급한 메타버스 서비스들은 주로 생산성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그러나 Z세대가 메타버스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행동하는 패턴은 조금 다르다. Z세대들은 대부분 재미와 탐험을 위해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용한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움직이기보다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듯 자유롭게 가상세계를 둘러보며 인증샷을 찍고 그 안에서 친구들을 만난다. 이러한 Z세대의 특성을 겨냥해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제페토(ZEPETO)’를 꼽을 수 있다.

네이버제트(Naver Z)가 서비스 중인 제페토는 아바타 전용 소셜 미디어로, 자신을 닮은 캐릭터를 만들어 여러 형태의 가상 공간을 누비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단순히 캐릭터를 꾸미는 재미에 치중돼 있었다면, 제페토 2.0 버전부터는 다양한 맵(Map, 게임 속 가상 공간)을 활용해 게임, 팬 미팅, 콘서트 등을 지원하는 메타버스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일례로 제페토는 블랙핑크의 신곡 ‘아이스크림’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와 동일한 3D 맵을 제공해, 가상 팬 사인회를 열 수 있도록 하거나 아바타가 방문해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width=

▲ 제페토X구찌(사진 제공 : 네이버제트)

제페토에서의 ‘삶’에 진심인 타깃 세대에게 제페토 속 아바타나 재화는 실제 세계의 자신이나 물건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실제 화폐로 제페토 속 재화를 구매해 아바타를 꾸미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명품 브랜드 구찌(GUCCI)는 이러한 흐름을 빠르게 파악해 제페토 아바타용 의상을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구찌는 아예 가상의 쇼룸(Showroom)을 만들고, 실물로도 판매하는 구찌 체인백과 버킷백 등을 본뜬 가상 제품을 제페토 안에서 판매했다. 구찌 외에도 디올(Dior), 자라(ZARA), 나이키(NIKE), 랄프로렌(RARLPH LAUREN) 등의 브랜드가 제페토 내에 입점해 가상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기업은 실물 상품보다 훨씬 저렴하게 자사의 아이덴티티가 드러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제페토 안에서는 한 번 제작하면 제품을 무한대로 복사할 수 있어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또한 머지않아 브랜드 핵심 소비자가 될 잠재고객들이 미리 자신의 브랜드를 체험한다는 점에서 마케팅의 측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width=

▲ 2020년 11월, 한국관광공사와 네이버제트가 협업해 제페토 내 한강공원을 구축했다(사진 제공 : 네이버제트, 한국관광공사)

3D 월드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살려 제페토 안에 가상의 관광 명소를 옮겨 오기도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11월 네이버제트와 함께 ‘제페토 크리에이터 맵 콘테스트’를 진행했고, 이 중 입상작으로 선정된 부산, 목포, 안동, 강릉, 전주 등 관광거점도시 5곳의 3D 맵을 구축해 지난해 12월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제페토 안에서 부산 광안대교와 감천문화마을, 안동 영월교와 도산서원, 강릉 안목커피거리와 정동진 등의 관광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특히 BTS가 방문한 곳으로 알려지며 유명세를 탄 안목해변을 그대로 구현해, 가상으로 꾸며진 BTS 정류장에서 인증샷을 찍을 수도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전에도 로블록스에서 오징어 게임 콘텐츠(Squid Game in Gangneung, Korea)를 구현해 누적 방문자 수 7만 명 이상을 기록한 바 있다.

이외에도 CU와 GS25의 제페토 가상 편의점, 롯데하이마트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 ‘하이메이드 섬’ 등 유통업계도 체험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나이키는 로블록스에 나이키랜드를 구축했고, 아디다스(Adidas)는 가상의 한정판 신발을 판매하는 한편, 실제 한정판 신발을 사면 아디다스 메타버스 입장권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Z세대는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로블록스와 제페토가 다른 메타버스 서비스들보다 큰 인기를 얻은 비결은 제대로 구축된 경제 시스템과 보상 시스템이다. 제페토는 3D 툴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의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제페토는 유행을 따라 의상을 직접 제작해야 하는 문제에서 자유로워졌고, 소비자들은 패션쇼가 끝나자마자 소개된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옷을 바로 구매해 입을 수 있게 됐다.

제페토는 제페토 스튜디오를 통해 3D 툴을 다룰 줄 모르는 소비자도 의상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로블록스와 제페토 모두 ‘로벅스’와 ‘젬’으로 부르는 자체 화폐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현금으로 환전해준다. 현재 제페토 크리에이터는 70만 명 이상이며, 판매한 아이템 개수는 2,500만 개를 넘어섰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크리에이터 ‘렌지’와 같은 제작자 인플루언서도 등장할 수 있었다.

메타버스 서비스 성패를 좌우할 핵심 키워드는 ‘재미’와 ‘경제 시스템’

앞으로의 메타버스 트렌드를 관통할 핵심 키워드는 ‘재미’와 ‘경제 시스템’이다. 뚜렷한 목적 없이도 사용자가 찾아오게 하려면 재미를 보장하는 콘텐츠가 많아야 하고, 2D 게시판을 뛰어넘는 사용 편의성도 갖춰야 한다. 확실한 경제 시스템과 보상, 쉬운 제작 툴도 중요하다. Z세대가 원하는 콘텐츠는 플랫폼 제작자보다 Z세대가 더 정확하게 알고 있다. 제작이 쉬운 환경을 제공하고 제작한 결과물에 대해 확실하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는 기존 메타버스 외에도 수도 없이 많은 메타버스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중 어떤 서비스가 확실한 재미와 보상을 갖추고 있을지 기대해보자.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the-new-world-of-metaverse/feed/ 0 컴퓨터가 없는 SF 판타지, ‘듄(Dune)’ /movie-dune/ /movie-dune/#respond Wed, 08 Dec 2021 14:55:00 +0000 http://localhost:8080/movie-dune/ ※ 스포일러 있습니다.

Dune Poster

▲영화 <듄(Dune)> 스틸컷(사진 제공: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듄(Dune)은 1965년 출간 이후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SF소설 듄(Dune)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먼 미래, 초능력을 갖고 태어난 주인공이 가문을 몰락하게 만든 적대 가문과 황제의 괴롭힘에 맞서 도망치고, 싸우고, 새로운 황제가 되는 이야기의 반쪽을 담았다(후편은 2023년 개봉 예정). 배경은 10901년의 우주로, 스파이스 멜란지라는 값비싼 광물을 우주에서 유일하게 채취할 수 있는 행성 아라키스가 주 무대다.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티모시 샬라메 분)가 속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황제의 명을 받아 갑자기 아라키스를 통치하러 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듄, 인공지능과의 전쟁 끝에 컴퓨터가 사라진 미래

영화를 보다 보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게 된다. 분명 행성 간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시대인데, 오히려 후퇴한 듯 보인다. 최첨단 기술을 받아들인 중세시대, 혹은 깨끗하게 멸망하고 일부 기술만 살아남은 지구와 같다고 해야 할까. 먼저 디스플레이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 영상을 보여주며 교육하는 기기는 있지만, 화면이 아닌 홀로그램을 이용한다. 비행기를 조종할 때도 구식 비행기처럼 아날로그 표시 장치에 의존한다. 개인 통신기는 목 뒤에 붙어 있고, 적의 침략도 눈으로 확인한다. 로봇 같은 기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세계는 컴퓨터가 없는 세계다.

듄 시리즈 팬들이 만든 듄 위키는 이 세계가 이렇게 된 이유를 ‘버틀레리안 지하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과거 인류 문명은 끝없이 번창했다. 빛보다 빠르게 여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우주로 진출했으며, 여러 행성에 나눠 살게 된다. 대가가 없었던 건 아니다. 당시 인류를 통제했던 구 제국은 행성 관리를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맡겼다. 인공지능(AI)은 스스로 의지를 갖고 성장해, 결국 생각하는 기계와 기계에 결합한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다른 인간은 기계의 노예가 됐다. 다행히 다른 행성에 진출해 노예가 되지 않은 인간들이 연합해 기계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이 길었던 전쟁을 버틀레리안 지하드라고 부른다.

전쟁은 인간의 승리로 끝났지만, 생각하는 기계에 대한 깊은 혐오를 남겼다. 아예 종교 계명으로 “너희는 인간 마음과 비슷한 기계를 만들지 말라(Thou shalt not make a machine in the likeness of a human mind)”고 남겨 놓을 정도다. 그래서 이 세계에는 로봇이 없고, AI도 없으며, 디지털 정보를 현실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디스플레이 장치가 다 사라져 버렸다. 심지어 계산기도 없다. 고도의 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자동으로 움직이는 일은 끔찍하게 증오하는 사회다. 이것이 듄이 가진 특별한 매력이다. 우리는 듄을 통해 인류가 기술을 다르게 썼을 때, 어떤 형태로 문명이 발전하게 될지 살짝 맛볼 수 있다.

멘타트가 컴퓨터를 대신하는 세계에도 ‘반도체’의 역할은 있다

이쯤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든다. 컴퓨터가 없는 듄의 세계에 반도체도 없을까?

버틀레리안 지하드는 봉건 사회와 비슷해진 듄의 미래 사회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다. 그렇긴 하지만 모든 반도체가 사라졌다고 믿기는 어렵다. 우리는 기계나 도구를 인간 능력의 확장이라는 면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듄 세계의 인간은 버틀레리안 지하드를 거치면서 지능의 확장에 해당하는 기계의 사용을 멈췄을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행성을 항해하는 우주 비행선도, 순식간에 몸을 보호하는 보호막도, 아니 그 전에 주인공을 해치려고 숨어들어온 기계 모기나 목에 삽입한 통신기도 설명할 수 없다. 모두 멸망한 것이 아니라면, 기술은 쉽게 후퇴하지 않는다.

다만 생각하는 능력은 정말로 증오하니 컴퓨터를 다시 살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생각은 사람이 하면 된다. 듄의 세계에서는 정말로 컴퓨터처럼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 따로 육성한다. 그들을 ‘멘타트’라고 부른다. 아랫입술에 검은색 한 줄 문신이 있거나 생각할 때 흰자위만 보이는 사람이 바로 이들이다. 컴퓨터(Computer)가 원래 ‘기계’가 아니라 계산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던 걸 생각하면, 뭔가 그럴듯하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일일까? 인간이 단순 연산 능력에서 컴퓨터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하지만 생각하는 알고리즘을 바꿀 수 있다면, 또한 뭔가 경이롭게 뛰어난 것이 새로 제시된다면, (다른 의미로) 여러 영역에서 컴퓨터만큼 빠른 결론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가정’이다. 0과 1로 구성되는 디지털 세계를 뒷받침하는 존재이기에 잊기 쉽지만, 결국 반도체도 물리 법칙을 따른다. 전자가 흐르냐 마느냐에 따라 0과 1이 바뀌고, 그게 얼마나 빨리 흐를지는 반도체를 어떻게 만들고 회로를 어떻게 파는지에 달려있다. 우리 뇌에 담긴 1,000억 개 뉴런과 100조 개 시냅스를 쓴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어떤 생명체도 그걸 마음대로 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듄에 등장하는 베네 게세리트 같은 단체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집단이다. 뇌 활동을 포함해 신체의 모든 부위를 자기 의지로 조정할 수 있다고 설정돼 있다. 이런 설정을 가진 세계라면, 컴퓨터만큼 빠르게 생각하는 인간을 육성해도 아주 이상하지는 않다.

보호막, 듄의 세계에서 총보다 칼이 강한 이유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반도체도 아니고 멘타트도 아닌 ‘보호막’이다. 초반 주인공이 군사 책임자인 거니 할렉(조시 브롤린 분)과 대련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보호막을 켠다. 그 보호막은 보이지 않게 사람 전신을 감싸고 있어 특정 속도보다 빠르게 물체가 다가오면 막거나 튕겨낸다. 무협지에서 말하는 ‘기’나 판타지 소설에서 말하는 ‘오러’를 몸에 뒤집어쓰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듄만의 독특한 액션 장면이 만들어졌다. 빠르고 경쾌하게 상대방을 제압한 다음, 느리고 천천히 무기를 찔러 넣는다. 총보다 칼이 주로 쓰이는 이유다.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영화 설정에서는 ‘홀쯔만 효과’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존재하는 효과는 아니고, 영화에 등장하는 초과학 기술을 설명하기 위한 만능 핑계에 가깝다. 이 홀쯔만 효과와 아라키스 행성에 존재하는 스파이시 멜린지가 없다면 영화 속 기술 대부분은 없던 게 된다.

홀쯔만 효과가 작동하는 원리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을 접을 수 있게 해준다거나, 중력을 무시한다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는 모두 막아버린다거나, 공중 부유하는 램프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고만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가진 기술력으론 꿈도 꿀 수 없다.

사람이 아니라면 어떨까? 미국 보잉사에서 특허 출원한 ‘전자기 아크를 통한 충격파 감쇠(Shockwave attenuation via electromagnetic arc)’ 기술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차량에 포탄 등이 폭발해 충격파를 만드는 순간, 그걸 감지해 공기를 플라스마 상태로 만들어 충격을 완화하는 기술이다. 보잉이 처음 시작한 기술은 아니고, 플라스마 윈도우라는 이름으로 1990년대부터 연구를 하고 있었다. 자기장을 이용해 특정 공간을 플라스마로 채우는 기술로 어느 정도 점성을 띈 플라스마가 만들어지면 물질이 통과하기 어려워진다고 한다.

정말 실현 가능한 기술일까 싶긴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지구 위 1만 1,600km 상공에 있으면서 지구 외곽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전자를 막아내는 플라스마권(plasmasphere)이 그런 존재다. 헬리오포즈(heliopause)라고 불리는 태양계를 지키는 거대 플라스마 장벽도 있다. 홀쯔만 효과는 가상의 물리 법칙이고 개인의 보호막은 영화 속 설정이지만, 우린 이미 오래전부터 플라스마가 지켜주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미국 매체 기즈모도(Gizmodo)에서 이런 형태의 에너지 방어막, 포스 실드가 정말 가능하냐고 과학자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대답은 “전자기장을 응용하면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 정도로, “특정 에너지를 사용한 보호막보다는 그냥 그래핀(Graphene)으로 만든 옷을 입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답변도 있었다.

스틸슈트를 입고 오니솝터를 타는 세계, 실현 가능성은?

듄에 등장한 다른 기술은 무엇이 있을까? 보호막만큼이나 인상적인 기술로는 ‘오니솝터(Ornithopter)’를 들 수 있다. 새처럼 날개를 펄럭이며 움직이는 비행기를 뜻하는 일반 용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구상한 비행기를 비롯해 초기 비행기의 디자인은 대부분 이렇게 새 움직임을 본뜬 오니솝터였다. 듄 세계관에선 이 오니솝터가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아니, 사실 주력 교통수단에 가깝다. 영화에선 마치 잠자리처럼 날개를 파르르 떨며 나는 걸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오니솝터는 오니솝터다.

영화 속 화려한 모습과는 다르게, 우리 시대 오니솝터는 주로 취미 활동이나 장난감으로 쓰인다. 현대 항공 산업에서 사용되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드론 비행에 도움 되지 않을까 싶어 다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Dune-11

▲ 영화 <듄(Dune)> 스틸컷(사진 제공: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스틸슈트(Stillsuit)의 아름다움에 반한 사람도 있을 듯하다. 아라키스 행성 사막에서 사는 프레멘 족이 입는 검은 옷이다. 호흡으로 작동되는 펌프 등으로 몸에서 나오는 모든 물을 여과해 식수를 만든다. 호흡부터 대소변을 가리지 않고, 신체 바깥으로 배출되는 모든 수분을 다시 회수한다. 사막에서 쓰는 만큼 체온 조절 기능도 달려있다. 물이 피와 같은 가치를 가지는 프레멘 족에게, 스틸슈트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언젠가 이런 슈트를 정말 만들 수 있을까? 그럴 필요가 없기를 바라지만, 만들지 못할 것도 없다. 용도가 다르긴 하지만, 우리는 이미 우주복을 만들어 입고 있다. 아라키스보다 더 극한 상황인 우주에서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옷이다. 소변 등을 수거할 수 있는 장치도 달려있다. 다만 이 옷의 무게는 100kg가량 된다. 중력이 작용하는 대기권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은 아니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이라 불리는 기술도 필수로 탑재됐을 것이다. 이는 태양 에너지나 사람이 움직일 때 생기는 에너지 등을 모으는 장치로, 스틸슈트 안의 물순환 장치를 가동할 때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준다.

앞서 얘기했지만, 영화 듄이 가진 가장 좋은 점 가운데 하나는 이렇게 기술이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을 때 어떻게 될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컴퓨터가 사라진 세계에서 인간은 어떻게 기술을 이용할까?’ 하고 상상했던 것에 대해, 듄은 매우 그럴듯한 그림을 보여준다. 그 세계는 결코 상상에만 기댄 세상은 아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 ‘비슷한 기술을 적용한 물건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반도체는 그 세계에서도 매우 발전된 형태로 지금처럼 핵심 기술을 구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movie-dune/feed/ 0 MZ세대를 겨냥한 뉴미디어 마케팅 ‘메타버스 & 버추얼 인플루언서’ /mz-newmidea-marketing-metaverse/ /mz-newmidea-marketing-metaverse/#respond Thu, 30 Sep 2021 20:29:00 +0000 http://localhost:8080/mz-newmidea-marketing-metaverse/ MZ세대는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접해 디지털 환경이 마치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1)이기도 하다.

이들은 소비 주체로서 현재의 시장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창출 가능한 소비 가치가 큰 잠재적인 우량 고객이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최근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뉴미디어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 중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MZ세대의 새로운 놀이터로 부상한 ‘메타버스(Metaverse, 3차원 가상세계)’다.

메타버스에는 언뜻 봐서는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 미묘한 존재도 살고 있다. 바로 사이버 세상에서 인간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3차원 가상인간(Virtual Human),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2)다.

1)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를 뜻하는 말.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원어민(Native speaker)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세대라는 의미를 담고 있음.
2)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 소셜 네트워크(SNS)에서 마치 실제 사람처럼 일상을 전하고 다른 유저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가상의 존재.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메타버스’, 그곳에서 활약하는 ‘가상인간’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 소설 ‘스노크래시’(이미지 제공: 문학세계사)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가리킨다.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1992년에 출간한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낮에 피자배달부로 일하지만, 밤에는 고글을 쓰고 메타버스라는 온라인 세계에 접속해 그곳에서 슈퍼히어로로 산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온라인에 구축돼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상의 세계를 의미한다.

현실의 인간과 메타버스를 잇는 매개체가 바로 ‘가상인간’이다. 가상인간은 게임 속 캐릭터나 가상현실의 아바타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만들어진 가상의 존재라는 느낌 대신, 언젠가 주변에서 한 번쯤 본 것 같은 실제 사람과 매우 흡사한 외형을 갖고 있다. 이 같은 ‘현실성(Reality)’이 기존 아바타와 가상인간을 구분 짓는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이들이 ‘현실성’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실제 촬영한 이미지에 가상의 얼굴을 합성하는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3) 모델링(Modeling)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하면 피부의 솜털까지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외형 디자인이 가능하다. 가상인간을 만들기 위해 적용된 하이퍼리얼리즘 모델링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딥페이크(Deepfake)4)와는 다른 개념이다. 딥페이크는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실존하는 연예인, 인플루언서의 얼굴을 다른 사람의 몸에 합성하는 기술이지만, 기업이 만든 가상인간인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기업이 주체가 돼 자체적으로 개발한 가상 모델이다.

3)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 실사와 애니메이션 합성을 구분할 수 없는 고난도 특수효과를 만들어내는 컴퓨터그래픽 기술.
4) 딥페이크(Deepfake): 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특정 영상에 합성한 편집물. 유해 영상에 유명인이나 일반인의 얼굴을 합성해 디지털 성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논란의 여지가 있음.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등장 배경은?

기업 입장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현실 세계뿐만 아니라 가상 세계에서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사업의 범위도 훨씬 더 넓힐 수 있다. 이처럼 현실과 가상세계의 상호 연동이 가능한 메타버스의 특징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실제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를 정착할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마케팅 O2O(Online to Offline)5)를 뛰어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미래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다.

5)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이 결합하는 현상. 최근에는 전자상거래나 마케팅 분야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는 현상을 말하는 데 주로 사용됨.

또한 기업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 뉴미디어 마케팅을 시도하는 모습 자체로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이미지를 남길 수 있고,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만큼 기업의 이미지를 젊게 바꿀 수 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열정적인 기업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쉽다.

메타버스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글로벌 빅 테크

메타버스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글로벌 빅 테크(Big Tech)6)들은 메타버스 시장 진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페이스북(Facebook)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CEO는 미국 IT 전문매체 더 버지(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5년 안에 페이스북을 SNS 기업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비전을 밝혔다.7) 페이스북은 2014년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기기 업체인 오큘러스(Oculus)를 인수하며 VR HMD(Head Mount Display)8) 오큘러스 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메타버스와 관련된 기술에 집중투자 하고 있다. 2019년에는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만들어 이용자들끼리 어울리고 채팅하는 VR앱인 ‘페이스북 호라이즌(Facebook horizon)’을 선보였고, VR기술을 활용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업무를 보는 가상 사무실인 ‘인피니트 오피스(Infinite Office)’를 개발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Corporation)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2015년부터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반 EGD(Eye Glassed-type Display)9) 홀로렌즈(HoloLens) 시리즈를 선보여왔고, 최근에는 VR/AR 플랫폼 ‘MS메시(Mesh)’를 공개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애저(Azure)를 기반으로 구축된 MS메시는 VR과 AR을 적절히 융합해, 홀로렌즈를 착용한 이용자는 다른 이용자와 같은 장소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보다 폭넓은 조직 내 협업 시나리오 구현이 가능하다.

구글(Google) 역시 2014년 AR EGD ‘구글 글래스(Google Glasses)’를 개발했고, 2016년부터는 VR HMD 기업 HTC와의 협업을 통해 구글 어스(Google Earth) VR 버전도 서비스하고 있다. 앞으로 메타버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는 상태다.

6) 빅 테크(Big Tech):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Amazon), 애플(Apple) 같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을 총칭하는 말.
7) 출처: Facebook’s CEO on why the social network is becoming ‘a metaverse company’ (https://www.theverge.com/22588022/mark-zuckerberg-facebook-ceo-metaverse-interview)
8) HMD(Head Mount Display): 머리에 착용하는 고글 형태의 디스플레이 장치.
9) EGD(Eye Glassed-type Display): 안경 형태로 귀에 걸어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장치.

기업 SNS 모델부터 가상 아이돌까지…‘버추얼 인플루언서’ 활용에 적극적인 기업들

기업이 가상인간을 활용하면 자체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을 활용해 충성도 높은 팬덤(Fandom)을 확보할 수 있고, 기존 셀러브리티(Celebrity)나 인플루언서(Influencer)에 비해 모델 비용도 덜 든다. 무엇보다 가상인간은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불미스러운 사생활 스캔들로 마케팅이 중단되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코로나19 시대에 지켜야 할 방역 지침에서도 자유롭다.

기업은 이런 가상인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가상인간을 가장

▲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 인스타그램(이미지 제공: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기업은 이런 가상인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가상인간을 가장 잘 활용한 사례가 바로 ‘버추얼 인플루언서’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는 인스타그램에서 일반인처럼 활동하다가 지난해 12월 자신이 가상인간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후 로지가 출연한 2건의 신한라이프 광고 영상은 폭발적인 관심 속에 1,0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로지가 창출한 광고 효과는 10억 원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가상 스튜디오에서 상품을 선보이며, 가상 모델과 가상 쇼호스트가 고객과 소통하며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2월부터 SNS에서 가상 모델로 활동 중인 ‘루시’의 움직임과 음성 표현을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도화해 홈쇼핑 쇼호스트로 선보일 예정이다.

대중음악계도 예외는 아니다. 블랙핑크는 네이버 메타버스

▲ 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에스파’와 가상 세계의 멤버 ‘ae에스파’(이미지 제공: SM엔터테인먼트)

대중음악계도 예외는 아니다. 블랙핑크는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에서 아바타 형태로 팬사인회를 열었다. 비슷한 시기 방탄소년단도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더 나아가 가상 아이돌로 돌파구를 찾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SM 컬쳐 유니버스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걸그룹 ‘에스파’를 현실 세계의 멤버와 가상 세계의 멤버 ‘ae에스파’로 구성해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에스파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에서 “미래 세상은 셀러브리티와 AI(인공지능)의 세상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도 현실 세계와 가상 현실을 오가는 새로운 개념의 스토리텔링을 선보일 계획이며, 이는 메타버스를 염두에 둔 전략으로 분석된다.

무궁무진한 가능성 보여준 메타버스,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선 정교한 접근법 필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는 현실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의 수요가 높다는 점에서 그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메타버스 플랫폼의 확산을 위해서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연결해 주는 VR, AR 기기의 대중화가 이뤄져야 한다. 아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대중들에게 낯선 기술이라는 한계도 있고, 딥페이크로 인해 형성된 합성 기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넘어야 할 산이다.

매력적인 가상인간을 만들면 무조건 호감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에 그쳐서 안된다. 스토리와 재미가 따라오지 못한다면 가상인간은 진부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만 소비되지 않고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 속으로 녹아들어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져야만, 가짜가 아닌 ‘새로운 세계’가 창세될 것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mz-newmidea-marketing-metaverse/feed/ 0
반도체가 만든 가능성, 손 위에서 펼쳐지는 PC게임_‘스팀 덱(Steam Deck)’에 쏠린 기대 /expectations-focused-on-steam-deck/ /expectations-focused-on-steam-deck/#respond Wed, 08 Sep 2021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expectations-focused-on-steam-deck/ 소컷-1.jpg

PC게임을 ‘닌텐도 스위치(Nintendo Switch)’1) 같은 휴대용 게임기로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휴대용 게임기의 폼팩터(Form Factor, 제품의 외형이나 크기, 물리적 배열)에는 여러 매력이 있다. PC 앞에 바르게 앉아 플레이하는 대신 드러누워서 뒹굴뒹굴 조작할 수 있고, 가족이 점령한 TV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아무도 TV 리모컨을 들고 있지 않는다면 본체를 독(Dock)2)에 연결한 후, TV 화면으로 송출해 게임을 즐기는 선택지도 있다. 이처럼 각자 가족의 문화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PC게임은 늘 최신 사양을 고려해 난이도 높은 소프트웨어로 제작된다. 당연히 휴대용 게임기에서 PC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크기와 용량이 제한된 소형 폼팩터에 PC 수준의 하드웨어 성능을 갖춰야 하고, 낮은 전력 소모량, 훌륭한 인터넷 환경과 같은 추가적인 요소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는 반도체 및 통신 기술이 크게 발전한 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은 미션이다.

하지만 최근 휴대용 게임기로 PC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새로운 기기의 등장이 예고돼,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게임 소프트웨어 디지털 유통 플랫폼 ‘스팀(Steam)’3)을 서비스하고 있는 밸브 코퍼레이션(Valve Corporation, 이하 밸브)이 올 12월 중 휴대용 PC 게임 콘솔(Console) ‘스팀 덱(Steam Deck)’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것. 이에 게임 애호가들은 고대해온 새로운 게임 환경이 구현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고 공식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1) 닌텐도 스위치(Nintendo Switch): 닌텐도가 가정용 콘솔 게임기와 휴대용 게임기를 통합해 2017년에 출시한 신개념 게임기.
2) 독(Dock): 탭/패드를 연결해 충전이나 스피커, PC와의 데이터전송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연결장치.
3) 스팀(Steam): 본래 게임 자동 업데이트 클라이언트로 시작해 PC게임 표준 플랫폼으로 자리 잡음.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게임 유통 시스템으로 이용자는 스팀 클라이언트에서 게임을 구입하고 라이브러리에 저장해 언제든지 플레이 할 수 있음.

[스팀의 성공과 밸브의 플랫폼 확장 시도, ‘프로톤’을 만나 꽃 피우다

PC는 자유로운 플랫폼이다. PC 앞에서는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할 수 있고, 여가시간에는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게임 콘솔처럼 역할이 고정돼 있지 않다. 이 자유도는 게임 애호가들에게 오랜 기간 PC가 선호되던 주된 이유였다. 게임 기기를 살 때 가족의 동의를 얻어낼 명분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자유가 복잡할 수 있다. 정해진 스펙(Spec.)이 존재하는 콘솔이나 스마트폰과 달리, PC는 구매 시 무한대에 가까운 부품의 조합, 다양한 운영체제의 버전 등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한 만큼 신경 쓸 일이 많다. 특히 소프트웨어의 구매와 설치가 번거로움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PC게임 애호가들의 번거로움을 일거(一擧)에 해소해준 게임 소프트웨어 디지털 유통 플랫폼(ESD, 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4) 이 바로 밸브의 스팀(Steam)이다.

스팀은 출시 직후부터 성공을 거뒀다. 출시 타이밍도 좋았으며, 커뮤니케이션 기능 같은 유저 중심의 운영으로 지금까지 PC 게임 플랫폼 중에서 높음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밸브는 스팀이 윈도우 운영체제에 갇힌 앱 스토어 수준에 머무는 것을 원치 않았다. 맥(Mac)과 리눅스(Linux) 운영체제에서 구동할 수 있는 버전도 개발하고, 모바일로도 진출했다. 비록 리눅스에 기반을 두기는 했지만, 독자적인 운영체제인 ‘스팀OS(SteamOS)’를 만들었고, 이를 가동할 PC 기반 콘솔과 조이스틱 컨트롤러도 제작했다.

그러나 결과는 생각보다 저조했다. 즐길 만한 리눅스 게임의 수가 윈도우와 비교하면 너무나도 적었다. 스팀에서 유통되는 게임 중 정식으로 리눅스를 지원하는 버전은 15%에 불과하다. 2015년 당시 버전의 스팀OS에서는 렌더링(Rendering, 2차원 혹은 3차원 데이터를 사람이 인지 가능한 영상으로 변환하는 과정)도 윈도우보다 20~50% 더 느렸다. 스팀OS는 DirectX5) 대신 OpenGL(Open Graphics Library)6)을 썼는데, 최적화 수준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 밸브의 기대와는 달리 스팀 사용자 중 리눅스 점유율은 오랜 기간 1%를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밸브는 비슷한 시기 또 다른 희망을 찾아냈다. 윈도우 게임을 리눅스에서 구동하기 위해 개발된 호환성 기술 ‘프로톤(Proton)’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 프로톤은 리눅스나 맥에서 윈도 프로그램을 돌리기 위한 오픈소스 기술인 와인(WINE)7)을 사용해, 윈도우 게임을 리눅스 기반 스팀OS에서도 구동할 수 있게 해줬다. 여기에는 DXVK(Direct3D-Vulkan)8)라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9) 변환 기술이 한몫했다.

밸브는 이 같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게임 애호가들에게는 게임만 잘 구동된다면 운영체제가 윈도우든 리눅스든 아무 상관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복음(福音)’을 전 세계 게임 애호가들에게 다시 한번 알려주기로 했다.

4) 소프트웨어 디지털 유통 플랫폼(ESD, 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 제품을 인터넷을 통해 구입 후 바로 다운로드 받아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제품의 포장이나 내용물이 없기 때문에 패키지 방식 제품에 비해 저렴함.
5) DirectX: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개발한 게임 프로그래밍 작업을 위한 윈도우용 종합 멀티미디어 라이브러리.
6) OpenGL(Open Graphics Library): 크로노스 그룹이 개발 및 관리하고 있는 2차원 및 3차원 컴퓨터 그래픽 인터페이스.
7) WINE(Wine is Not an emulator): 오픈소스 윈도우 API/ABI 호환레이어로 윈도우가 아닌 운영체제에서도 윈도우 기반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게 함. 따라서 윈도우를 가상머신과 같이 에뮬레이션하지 않고, 윈도우 API를 번역해 유닉스 기반 함수를 호출하는 방식을 사용해 큰 퍼포먼스 저하 없이 구동함.
8) DXVK(Direct3D-Vulkan): 개방형 3D 그래픽 API. OpenGL, Direct3D, 메탈(Metal)등과 경합 중. 근래 비 윈도우 운영체제에서 선호되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처럼 독자적 API를 지닌 곳은 적극적이지 않음.
9)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

[콘솔계의 쌍두마차’ Xbox과 PS에 도전장을 내민 ‘스팀 덱’

지금은 닌텐도 스위치가 약 8,900만 대라는 놀라운 판매량을 기록하는 시대다. 동시에 플레이스테이션5(PlayStation5, 이하 PS5)와 Xbox 시리즈의 X나 S와 같은 신형 콘솔이 AMD(Advanced Micro Devices)의 RDNA2과 같은 신형 그래픽 아키텍처(Graphic Architecture)를 탑재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소컷-2.jpg

밸브의 도전은 닌텐도 스위치처럼 생겼지만 PS 또는 Xbox와 동세대의 기술인 RDNA2를 탑재한 하드웨어를 제작하고, 보유한 자산인 스팀을 100%에 가깝게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휴대용 PC 게임 콘솔 ‘스팀 덱’이다. 겉모습은 닌텐도 스위치와 흡사하지만 아키텍처 기준으로는 PS5나 Xbox X에 가까운 신기종으로, 4코어(Core) 8스레드(Thread)10)의 AMD 반 고흐(Van Gogh)11) APU(2.4~3.5GHz)12)를 채택했다. ‘반 고흐’는 지금보다 한 세대 이전(7nm 공정) Zen 2세대의 CPU에 RDNA2의 그래픽 컴퓨트 유닛(CU, Compute Unit)13) 8개를 탑재한 저전력 모델이다.

10) 스레드(Thread): 동시 병렬 처리를 위해 처리를 분할하는 단위. 하나의 프로세스 내에서 여러 스레드가 각각의 실행 맥락을 만듦.
11) 반 고흐(Van Gogh): AMD는 제품 코드명에 화가 이름을 붙이고 있음.
12)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 AMD가 정의한 개념으로 CPU/GPU 통합칩을 의미함.
13) 컴퓨트 유닛(CU, Compute Unit): 연산 가능한 코어인 스트림 프로세서 일부를 크게 묶어 하나의 큰 코어처럼 구성한 형태. CPU의 코어와 개념상 다른 GPU의 경우 엔비디아는 쿠다 코어(CUDA Core), AMD는 컴퓨트 유닛(Compute Unit)라고 명명함.

얼마 전 이 칩의 정보가 유출됐을 때는 모두 반신반의했다. CPU는 AMD의 주력 칩보다 이전 세대지만, 그래픽은 최신 세대로 엇박자처럼 느껴졌기 때문. 하지만 Zen2와 RDNA2의 조합은 이미 PS나 Xbox의 맞춤 SoC14) 칩에서 검증된 조합으로, 휴대용 게임기의 성능을 개선한 것이 아닌 PS나 Xbox와 같은 콘솔 기기를 소형화한 것으로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선택이다.

AMD가 최신 가정용 게임 콘솔 기기 시장을 싹쓸이할 수 있었던 건 x8615) 기반에서 SoC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CPU나 GPU 등 모듈 모두를 칩 하나에 넣는 SoC 칩을 사용하면 전력 소모는 더 적고 열도 덜 발생한다.

14) SoC(System on Chip): 정보통신기기에 쓰이는 핵심 부품들을 하나의 반도체에 집약해 기존에 여러 개의 칩이 수행하던 연산 기능, 데이터의 저장 및 기억, 아날로그와 디지털 신호 변화 등을 하나의 칩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함.
15) x86: 인텔이 개발한 마이크로프로세서 계열. 이들과 호환되는 프로세서들에서 사용한 명령어 집합 구조를 통칭하기도 함.

표.jpg

물론 스팀 덱의 칩은 이들 콘솔에 비해 CPU 코어수는 절반에 불과하고 RDNA2도 8CUs로 PS5(36CUs)나 Xbox 시리즈 X(52CUs), S(20CUs)에 비하면 부족하다. 또, 테라플롭스(TFLOPS)16)를 기준으로 삼으면 스팀 덱의 1.6TFLOPS는 XBox One S(1.4)보다는 높지만 PS4(1.8)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최신 콘솔인 PS5가 10.28TFLOPS, Xbox 시리즈 X가 12TFLOPS라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치다.

하지만 그만큼 전력 소모량과 열 발생량은 더 줄어든다. 스팀 덱은 어디까지나 휴대용 기기다. 이 칩의 전력 소모량은 4~15TDP17)로 콘솔보다 낮은 수준이다. 언제 어디서든 들고 다니며 플레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16) 테라플롭스(TFLOPS): 플롭스(FLOPS, Floating-point Operations Per Second)는 컴퓨터의 성능을 수치로 나타낼 때 주로 사용되는 단위로 초당 부동 소수점 연산을 의미하며, 테라(tera)는 10의 12승으로 1테라플롭스는 1초에 1조번의 연산을 하는 것을 뜻함.
17) TDP(Thermal Design Power): 전자 기기가 사용 시 얼마나 열을 발생시키고 얼마나 전력을 쓰는지 평가하는 단위.

[휴대용 게임 PC ‘스팀 덱’, 반도체 기술력으로 성공 가능성을 높이다

스팀 덱의 메모리는 16GB LPDDR5를 탑재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모바일 메모리로서는 최신형이고, 쿼드 채널(Quad Channel)18)를 채택해 메모리 대역폭에도 신경을 썼다. 통합칩의 경우는 특히 메모리 대역폭이 중요한데, CPU/GPU가 같은 메모리풀을 공유해 입출력이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18) 쿼드 채널(Quad Channel): 4개의 메모리를 한 그룹으로 묶어 4배의 대역폭을 갖게 함으로써 데이터 전송 속도를 빠르게 하는 기술.

잡학사전v2.jpg

스팀 덱은 단지 휴대용 게임기가 아니라 사실상 PC다. 이에 닌텐도 스위치처럼 대화면과 마우스, 키보드를 연결해 본격적으로 PC로 쓰는 상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밸브의 FAQ에 따르면 스팀 덱을 “기본적으로 PC”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소비자가 원하는 운영체제를 설치할 수 있다고도 명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윈도우 11를 설치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밸브도 이를 허용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특정 사용자가 스팀 덱에 윈도우를 설치해서 쓰지만 스팀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밸브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으니 적극적인 권장은 아닐 것이다. 향후 디바이스 드라이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하드웨어는 합격점이라도 그 성패는 소프트웨어의 완성도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톤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데, 안타깝게도 현재 스팀의 탑 10 게임 중 절반이 작동되지 않는다. 유명 게임일수록 윈도우에 특화된 기술을 써서 치트(Cheat) 대책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밸브는 스팀 덱 공식 발매일까지 남은 기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스팀 덱은 매력적이지만 성공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GPD Win’, ‘Aya Neo’ 등의 PC를 소형 폼팩터화하는 시도는 계속됐지만, 아직까지 두각을 나타낸 사례가 없었다. 하지만 스팀을 보유한 밸브라면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실제로 그간 1% 미만이던 스팀 내 리눅스 이용자 수가 스팀 덱 공개 이후 1%를 넘었다. 브랜드의 힘이지 않을까 싶다.

밸브가 ‘반도체’의 기술력과 ‘브랜드’의 힘을 바탕으로 휴대용 PC 게임 콘솔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12월 발매 예정이지만(한국 정식 발매 소식은 아직 없다), 이미 주문은 내년까지 밀려 있다. 스팀 덱이 이 기세를 타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expectations-focused-on-steam-deck/feed/ 0
영화 [아메리칸 셰프], SNS에서 당신의 무례함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movie-american-chef/ /movie-american-chef/#respond Tue, 24 Aug 2021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movie-american-chef/ 지난 1981년 TV 토론회에 나온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의 미래가 인류의 미래”라고 선언했다. 그는 컴퓨터를 “인간의 특정 지적 능력을 증폭시키는 도구이자, 지루한 일에서 벗어나 인간이 좀 더 잘할 수 있고 창의적인 일을 하도록 도와줄 도구”라고 정의하고, “지금 컴퓨터를 배우며 성장하는 아이들은 실제로 창의적으로 이용하고 있고, 그걸 보면 컴퓨터가 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모든 사람이 컴퓨터를 다룰 수 있다면 정부나 기업의 오용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 후 40년이 지났다. 컴퓨터는 인간의 창의력을 성장시켰을까? 우리는 지루한 일에서 벗어나 새롭고 흥미로운 일을 골라 하고 있을까?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은 당시 보급되던 개인용 컴퓨터 애플2+(CPU 속도 1MHz)보다 1,000배에서 2,000배 빠른 프로세서를 쓰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특정 지적 능력은 더 나아졌을까? 아니 그 전에, 그때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소컷 1.jpg

▲영화 <아메리칸 셰프> 포스터(사진 제공: 누리픽쳐스)

영화 ‘아메리칸 셰프(원제: CHEF)’도 맛있는 음식과 함께 우리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진다. 당신은 스마트 기기를 가지고 무엇을 하고 있냐고. 혹시 사람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생각하는, 무례한 짓을 하고 있진 않으냐고. 당신이 인터넷으로 하는 험담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는 건 아느냐고.

SNS에서 시작된 비극, 평범한 셰프의 인생이 바뀌다

아메리칸 셰프는 2014년 개봉한 음식, 여행, 가족, 코미디 영화다. ‘엘프’, ‘아이언맨’, ‘아이언맨 2’, ‘정글북’, ‘라이온 킹’ 등을 감독한 존 패브로(Jon Favreau)가 감독이자 주연(칼 캐스퍼 역)을 맡았다.

덕분에 제작비 1,100만 달러의 저예산 영화인데도 조연이 아주 호화롭다. 더스틴 호프만(리바 역), 스칼렛 요한슨(몰리 역)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마빈 역, 우정 출연), 소피아 베르가라(이네즈 역)까지, 여기저기 익숙한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이런 호화 멤버가 일하는 레스토랑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인정받은 식당이다. 주인공 칼은 이 레스토랑 셰프다. 실력이 좋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평판도 좋다. 이혼했지만 나름 아들과도 함께하려고 한다.

나름 나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찾아온 유명 요리 평론가이자 블로거 램지 미첼(올리버 플랫 분) 때문에 열 받는 사건이 발생한다. 애써 만든 음식에 별 두 개의 리뷰를 주면서 비난한 것. 그가 쓴 글은 그의 트위터에도 올라갔고, 그 글은 램지 미첼의 수많은 팔로워에게 공유되면서 칼에게 망신을 줬다.

소컷 2.jpg

▲영화 <아메리칸 셰프> 스틸 컷(사진 제공: 누리픽쳐스)

여기에서 끝났으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다. 트위터를 모르던 칼은 이 사건으로 트위터 계정을 만들고, 램지 미첼에게 통한의 막말을 날린다. 트위터를 처음 사용한 그는 그 메시지가 모든 사람에게 공개된다는 것을 모르고.

그렇게 서로 막말을 주고받다가 칼이 재대결을 신청하지만, 레스토랑 오너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오히려 직장에서 해고당하게 된다. 안 그래도 화가 났는데, 재대결 날 레스토랑을 다시 방문한 미첼이 비웃는 트윗을 올리자 아예 폭발한다. 레스토랑에 쳐들어가 그와 큰 소리로 말다툼하게 되고, 그 말다툼 영상이 SNS에 다시 올라가며 인터넷 스타로 거듭난다.

누군가가 몰래 찍어 재미있다고 올린 영상 때문에, 칼의 인생과 커리어는 한 방에 날아갔다. 이 사건을 보고 칼이 도움을 청한 SNS 홍보 담당자가 “이제 남은 길은 ‘헬스 키친’처럼 화난 셰프가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거나 가만히 숨어서 사건이 잠잠해지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할 정도다. 자리를 알아본 다른 레스토랑에선 연락이 하나도 오지 않는다. 인터넷에는 칼의 영상이 돌아다니고 신문 기사가 돼 팔린다. 적당히 좋고 적당히 나빴던 인생이 갑자기 롤러코스터를 타게 됐다.

인터넷이 바꿔 놓은 세상… 무례함이 당연해지다

소컷 3.png

▲영화 <아메리칸 셰프> 예고편 캡처(사진 제공: 누리픽쳐스)

“당신은 내 자존심을 빼앗았고, 내 경력과 존엄성을 빼앗아 갔어요. 당신 같은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쓰겠지만, 그래도 당신은 알아야 해요. 그러는 건 우리한테는 상처예요. 우린 노력한다고요.”

–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 주인공 칼 캐스퍼가 평론가 램지 미첼과 다시 만났을 때 한 말 中

인터넷은 어떤 곳일까? 보통 쌍방향성, 개방성, 익명성을 가진 곳이라고 정의된다. 이런 특징은 전에는 묻혀 있었을, 많은 작은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인터넷은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고, 표현 촉진적인 매체”라고 말했다.1)

1) 헌법재판소 2002. 6. 27. 99헌마480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등 위헌소원

인터넷은 우리의 삶을 편하게도 만들어준다. 우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과 연결해 물건을 사거나 금융 거래를 하고, 친구와 소통하며, 영화, 게임, 음악 등을 즐기는 세상에서 살아간다. 코로나19 시대에 인터넷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과연 버틸 수 있었을까?

반면 인터넷 공간에서는 인간의 악한 마음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상처받았다. 이럴 줄 몰랐던 것도 아니다. 사이버 폭력은 인터넷 통신 초창기부터 문제가 됐다. 1981년의 잡스도 이런 문제를 짐작했을 것이다. 다만 모두가 컴퓨터를 다룰 줄 알게 되면, 그런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직접 대면하지 않는 인터넷 공간에서, 인간이 얼마나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간과했다. 시간이 지나니 사이버불링(Cyberbulling, 인터넷 공간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이나 악성 댓글 같은 일이 점점 평범해지고 있다. 때론 우쭐해져서 별생각 없이 하면 안 될 얘기를 적기도 한다. 오죽하면 영화 속 요리 평론가가 당당하게 “나야 원래 독설이 직업인데, 그게 뭐라고 싸움을 거느냐”고 말할까 싶다.

소컷 4.jpg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심리학자 에린 버클스는 인터넷에서 악의적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크게 △사이코패스 △권모술수 △자기애 △가학증 등 4가지 성향이 있다고 본다. 이들에겐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은 놀이다. 본인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남에게 고통을 줘서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고, 그런 가학적인 재미를 위해 노는 것일 뿐이다.2)

2) 출처: Trolls just want to have fun, rin E. Buckels 외 2인, 2014

무례함이 우리를 괴롭히는 이유는?

여기서 잠깐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소개하면, 이 영화는 존 패브로 감독이 자기 인생을 돌아보고 싶어서 찍은 영화다. 영화를 찍고 나서 미국 경제지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와 한 인터뷰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인터뷰에 따르면 큰 시스템의 부품처럼 영화를 찍다가 질린 감독은 자기가 모든 것을 다 손댈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 요리사 이야기를 하게 된 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건 너무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컷 5.jpg

▲영화 <아메리칸 셰프> 스틸 컷(사진 제공: 누리픽쳐스)

각본가로서 영화 스토리 안에는 한 남자가 아빠가 되고, 이혼하고, (현실과) 갈등하는 이야기와 영화판에서 살아온 20년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 영화의 갈등이 트위터 어뷰징(Abusing, 의도적으로 클릭 수를 늘리는 행위)으로 시작됐다는 건, 우리 시대의 주요 갈등이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이 이야기가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건, 주인공 칼이 그토록 화났음에도 불구하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벼운 막말을 날리긴 했지만, “이 음식이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만든 건지 네가 알기나 하냐?” 정도였다. 계속해서 평론가를 비방하거나 괴롭히지도 않았고, 드러내 놓고 그를 미워하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만약 그가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면, 그건 재미있는 영상이 아니라 혐오스러운 영상이 됐을 것이다. 혐오스러운 말을 내뱉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트위터에 푸드트럭을 홍보했다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선을 넘은 무례함은 관계를 파괴한다. 파괴의 대가는 모두 함께 감당해야 한다. 분쟁을 일으키는 특정 회원 때문에 망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본 적 있을 것이다. 진실이 아니라 선동, 분란을 조장하는 악플러도 자주 경험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 10명 중 4명 이상이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온라인상의 무례함은 일터에서도 영향을 끼친다. 일례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을 만드는 A사는 해당 게임에서 직원들이 채팅한 기록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그 결과 게임에서 드러내는 유해성과 직장에서 보이는 나쁜 언행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년에 해고된 직원의 25%가 비정상적으로 게임 내 독성이 높은 사람이었던 것. 그들이 주로 했던 행동은 비꼬는 말이나 폭언이었고, 때론 타인을 위협하기 위해 직원의 권한을 남용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가장 무례하다 판단된 직원 30명에게 그 사실을 알려줬더니 퇴사를 선택했던 몇 명을 제외하곤 “행동을 고치겠다, 사려 깊은 게이머는 물론 더 나은 사람(Better People)이 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이다.3)

3) 출처: Riot Games: Assessing toxicity in the workplace https://rework.withgoogle.com/case-studies/riot-games-assessing-toxicity/

소컷 6.jpg

사실 이처럼 무례한 사람이 많지는 않다. 수는 적은데, 왕성한 활동력으로 세상을 어둡게 만들 뿐이다. 미국 코넬 대학 연구팀이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 40개월간 쌓인 데이터를 가지고 커뮤니티 간 분쟁 발생 구조를 조사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의 사용자가 전체 분쟁의 74%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4)

4) 출처: Community Interaction and Conflict on the Web, Srijan Kumar 외 3인, 2018)

또한 지난해 중앙일보에서 분석한 기사를 보면, 네이버 뉴스에서 왕성하게 댓글을 다는 소위 ‘헤비 댓글러’는 전체 작성자의 0.1%인 123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들은 36만 개 댓글 중 무려 16.6%를 작성했다. 댓글을 다는 사람이 전체의 10%도 안 된다는 걸 생각하면 포털사이트에서 연예, 스포츠 뉴스 댓글을 폐지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5)

5) 출처: [팩플] 네이버 ‘헤비 댓글러’ 123명…이 0.1%가 여론 흔든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745361

결국, 상냥함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앞서 스티브 잡스는 이런 문제를 생각했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솔직히 많은 이는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1990년대 인터넷 도입 초기만 해도 우리가 생각했던 문제는 인터넷 공간을 정부가 검열하거나 특정 회사가 독점할 수 있다는 정도였다. 다른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인터넷에 빠져 방 바깥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거나, 개성이 사라지고 집단주의에 빠져들 것이라는 걱정 수준이었다. 현실과 사이버 공간을 분리해 놓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술이 지금보다 부족했던 세상에선 기술 발전에 신경을 쓰기에도 모자라서, 발전된 기술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생각하는 것은 뒤로 미루기 바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인터넷을 쓰지 말자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세상은 변했고, 변한 세상에 어떻게든 적응해서 살아가야 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사건의 시작은 SNS였지만, 해결책도 SNS에 있었다. 칼이 중고로 사들인 푸드트럭을 고쳤을 때, 그는 옛날식 홍보만 생각했다. 트럭을 세우고 확성기를 통해 주변 사람을 모으는 것이었다.

소컷 7.jpg

▲영화 <아메리칸 셰프> 스틸 컷(사진 제공: 누리픽쳐스)

하지만, 아빠와 함께한 아들 퍼시(엠제이 안소니 분)는 신세대답게 트위터를 활용해 고객을 모으기 시작한다. 아들은 무례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웃겼던 아빠의 동영상이 그를 유명한 셰프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쉽게도 현실은 영화와는 다르다. 많은 SNS는 어뷰징으로 인해 망가졌고, 이들 서비스 대표는 때때로 국회 같은 곳에 나가 증언해야 할 처지가 됐다. 무례한 글을 덜 쓰게 시스템을 개편해야 하는데 그건 돈벌이에 안 좋으니 내버려 두거나 오히려 그런 글을 더 쓰게 장려한 탓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큰 시스템을 쉽게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영화 속 칼이 보여준 것처럼, 무례하지 않게 살기를 택할 수 있다. 막말을 해야 돈을 버는 세상이어도, 스스로 거기에 묻어갈 필요는 없다.

현실과 가상에서 서로 다른 사람으로 살 수는 없다. 우리 태도는 결국 언젠가는 드러난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막말을 하지 않아야, 자신의 이익을 채우려 남을 비방하지 말아야,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지켜야, 먼저 정중해야, 무례한 사람에게 대처할 힘이 생긴다. 무례하게 굴었던 사람을 도와줄 사람은 없다. 아마 당신이 존경하는 사람 중에 무례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movie-american-chef/feed/ 0 스마트폰을 닮은 PC, 통합 OS 경험 시대 /unified-os-experience-era/ /unified-os-experience-era/#respond Thu, 12 Aug 2021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unified-os-experience-era/

운영체제(Operating System)는 PC에 설치돼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소프트웨어를 위한 시스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PC를 사용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스피커, 서버, TV,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자동 연산이 필요한 대부분의 장치에 탑재된다.

일반적으로 PC OS는 5~7년에 한 번 대규모 업데이트를 하는 반면, 스마트폰 OS는 매년 업데이트되며 사용자 편의성을 점차 높여 왔다. 그러다 보니 현재의 스마트폰 OS는 PC OS보다 편의성 면에서 훨씬 더 발전해왔다. 이런 점에 주목한 기업들은 스마트폰의 편의성을 PC에 이식하고 스마트폰과 PC 간 데이터 이동을 자유롭게 하며 통합 OS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기기 간 OS 통합에 나선 주요 기업들의 여정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현재 통합 OS의 발전 수준이 어디에 도달했는지 살펴봤다.

일찍부터 OS 통합 경험에 주목해, 독자적인 생태계 만든 ‘애플’

PC와 OS, 스마트 기기, 클라우드 서비스를 모두 갖춘 애플(Apple)은 일찍부터 OS 통합 경험을 제공했다. 그 시작은 2014년, 맥(Mac) OS X 요세미티(Yosemite)와 iOS의 8번째 버전인 iOS 8을 출시하면서부터다. 이 기기 사용자들은 핸드오프(Handoff) 기능을 통해 한 기기에서 사용하던 전화, 메시지, 메일, 사파리(Safari) 등 기본 앱을 애플의 다른 기기와 연결하는 초기 단계의 통합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어 애플은 기본 오피스 앱인 페이지(Pages), 넘버(Numbers) 등의 자동 동기화 서비스를 선보였고, 에어 드롭(Air Drop, 와이파이 및 블루투스를 통해 애플 기기 간 정보 공유) 기능을 통해 아이폰(iPhone)·아이패드(iPad)와 맥(Mac) 간의 빠른 파일 전송도 지원했다. 2020년에는 애플 실리콘(Apple Silicon, 애플이 자체 설계한 칩)을 내놓으며 맥과 아이폰·아이패드 플랫폼에 동일하게 적용했다. 아이폰에서 쓰던 ARM64 계열 프로세서를 맥에 이식해, 맥에서도 스마트폰 앱을 설치해 바로 실행할 수 있게 한 것.

올해 공개된 iOS 15, 아이패드 OS 15, 맥 OS 12 몬터레이(Monterey)에서는 이러한 통합 경험을 더 강화했다. 우선 맥에서도 iOS의 자동화 앱인 단축어(Shorcuts)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공유 기능을 적극 활용해 ‘함께 보기’ 기능도 제공했다. 사용자들은 이 기능을 통해 애플 tv+, 애플 뮤직, 팟캐스트 등을 영상통화 기능인 ‘페이스 타임(Face Time)’으로 함께 보거나 들으며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애플은 이 기능을 다른 앱 제작사도 사용할 수 있도록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를 공개하는 등 생태계 확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메시지 앱을 통해 각 기기 간 데이터 연동을 쉽게 한 것도 눈에 띈다. 메시지 앱에서는 ‘사용자에게 공유됨(Shared with You)’ 항목을 통해 기사, 애플 tv+의 영상, 애플 뮤직의 음원 등을 친구에게 공유할 수 있으며, 공유된 항목을 자동 저장해 다시 꺼내 볼 수 있다. 또한 메모 앱을 통해 다른 사용자를 (Tag)함으로써 공동 작업을 하거나 수정 히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모든 스마트 기기를 애플 제품으로 사용할 때의 경험을 극대화한 것이, 올해 OS 업데이트의 특징이다. 애플은 이를 통해 사용자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사용하는 기능을 대폭 늘렸고, 일부 기능에는 다른 OS 사용자들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OS 대신 앱 연결성 확대해 통합 경험 제공 중인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PC에서 사용하는 OS는 다르지만 클라우드 동기화 방식을 활용해 사용자의 통합 OS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5월 갤럭시 북 4종을 공개하며 강조한 것은 연결성(Continuity)이다. 지금까지 갤럭시 스마트폰에만 탑재되던 다양한 앱들을 PC에도 탑재해 앱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사용자들은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스마트폰 노트에서 작성 중인 것을 PC에서 이어 쓸 수 있게 됐다.

한발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텍스트 잘라내기, 복사, 이미지에서 텍스트 추출, 빠른 캡처, 외부 모니터 연결 시 화면 확장 등의 S펜 ‘에어 커맨드(Air Command)’ 기능을 PC로도 확장했다. S펜 전용 일러스트 프로그램이자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펜업(PENUP)’이나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삼성 스튜디오 플러스’ 등도 별다른 조치 없이 바로 연결된다. 또한 ‘싱글 테이크(Single Take)’, ‘슈퍼 슬로 모션(Super Slow Motion)’ 등 스마트폰 갤러리 앱의 편집 모드를 비롯해 파일 전송 기능인 ‘퀵 셰어(Quick Share)’, 검색 기능인 ‘퀵 서치(Quick Search)’도 PC에서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전반적으로 갤럭시 기본 앱의 대다수를 윈도우 PC(갤럭시 북)에 탑재하고 이종의 OS(안드로이드, 윈도우 10) 안에서 통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구축에 많은 역량을 투자하고 있다. 각 제품의 OS가 다르고 칩셋도 여러 계열을 사용하므로 갤럭시 제품군을 함께 쓰지 않아도 되지만, 함께 사용 시 앱 연결성을 경험할 수 있다.

윈도우 11에서 안드로이드 앱 구동하게 한 ‘마이크로소프트’

전통적인 PC OS 제조사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도 스마트폰과의 통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노력해 왔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후부터 삼성과 지속적으로 협업했고, 주로 ‘사용자 휴대폰’ 앱을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통합 OS 경험을 고민해 왔다. 스마트폰의 앱을 윈도우(Windows) 10에서 미러링(Mirroring, 두 기기를 연결해 한 기기의 화면을 다른 기기에 동일하게 보여주는 기능)하거나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올해 6월 말 발표된 윈도우 11은 이 같은 여러 경험이 축적돼, 통합 경험을 더욱 강화한 OS다. 우선 윈도우에서 부족했던 모바일 OS로서의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예를 들어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에만 적합했던 OS를 태블릿에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화면의 오토 피벗(Auto Pivot, 기기를 세로/가로로 놓았을 때 각 상태를 감지해 화면을 전환하는 기능)이나 분할 기능, 가상 키보드 업데이트 등도 지원한다. 또한 터치로 창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각종 위젯으로 빠르게 콘텐츠나 앱을 실행할 수도 있게 됐다.

무엇보다 놀라운 변화는 PC나 태블릿 OS였던 윈도우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실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윈도우와 안드로이드는 별개의 OS이므로 기본적으로 앱 호환이 불가능한데,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바로 인텔((Intel)의 브리지 기술(Bridge Technology)이다.

브리지는 x86(인텔이 개발한 마이크로프로세서 계열) 장치에서 여러 앱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런타임 포스트 컴파일러(Runtime Post Compiler)다. 즉, 안드로이드에 맞춘 명령어를 실시간 번역해 x86 프로세서에서 실행시키는 일종의 번역기 같은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이제 사용자들은 MS OS 환경에서도 원하는 모바일 앱을 PC에서 직접 실행시킬 수 있고, 더 편리한 PC 통합 경험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특기할 것은 MS가 이 과정에서 구글이 아닌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대표적인 AOSP(Android Open Source Project, 안드로이드 오픈 소스 프로젝트) 제조사로, 구글이 오픈 소스로 공개한 안드로이드를 활용해 자체적인 OS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자체 앱스토어를 갖추고 구글 앱을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들에게도 구글 플레이 스토어 외 MS와 함께하는 아마존 앱 스토어라는 새로운 앱 구매 루트가 생겼다.

직접 만든 안드로이드 OS 사용해 새로운 생태계 만든 ‘화웨이’

화웨이(Huawei) 역시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AOSP를 통해 만든 자체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한다. 이로써 칩 제작부터 OS 설계, 스마트폰 제조까지 직접 하는 회사가 됐다. 이 외에도 스마트 워치, 스마트 TV 등 다양한 기기를 만들고 있는데, 모든 기기에 훙멍(鸿蒙·Hongmeng) OS를 탑재하며 통합 생태계 전략을 취하고 있다.

훙멍 OS는 현재 2.0 버전으로, 전용 앱 스토어인 앱 갤러리를 사용한다. 화웨이는 ‘화웨이 모바일 서비스(Huawei Mobile Service, HMS)’를 앱 갤러리에 올리고 모든 화웨이 기기에 관련 앱들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앱 제작자들이 플레이 스토어에 업로드한 앱을 앱 갤러리에 쉽게 올릴 수 있는 방법도 마련했다.

화웨이는 앱 갤러리에 약 1조 2,000억 원(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지난 3월 월간 사용자 수가 이미 4억 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등록된 개발자도 130만 명이 넘는다.

단순히 앱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기 간 통합 경험 제공을 목표로 한다. 서비스 역시 통합 경험을 강조하는 형태로 발전 중이다. 화웨이 TV의 스마트 스크린 X65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는 요가 등의 운동을 배울 때 자세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스마트폰 앱에서도 동일하게 실행 가능하다. 또한 스마트워치에 탑재된 동일한 앱으로 심박 수나 운동량 등을 파악할 수도 있다.

화웨이는 기기, OS, 가성비, 앱 스토어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 통합 OS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쉬운 편이다. 실제로도 매우 빠른 속도로 자체 통합 OS 생태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다른 OS에 협업 툴 개방하는 승부수 던진 ‘구글’

구글(Google)의 크롬(Chrome)은 가장 인기 있는 웹 브라우저이면서 북미에서 가장 보편적인 교육용 OS다. 구글은 크롬에서 기존 워크스페이스 기능을 지메일(Gmail) 앱으로 통합하고 이를 무료로 개방하는 방식으로 사용자들에게 통합 OS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지메일의 홈 화면은 메일(Mail), 채팅(Chat), 스페이스(Spaces), 미트(Meet)로 나뉜다. 이 중 채팅과 스페이스는 커뮤니케이션 툴인 동시에 협업 툴로 작용한다. 채팅 탭에서는 채팅 형식으로 협업을 하다가 드라이브에 저장된 동영상, 사진, 스프레드시트(Spreadsheet), 문서 등을 불러와 공유할 수 있다. 대화의 형식에 하이퍼링크를 붙인 문서를 끌어올 수 있어 협업 툴로 사용 가능하다.

특히 불러온 문서 중 스마트 캔버스(Smart Canvas) 기능이 눈에 띈다. 스마트 캔버스는 일종의 공유 문서로, 문서 안에서 워드 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프레젠테이션을 함께 공동 작업할 수 있는 툴을 의미한다. 이 문서는 하이퍼링크를 넣기 쉽게 설정돼 다른 스프레드시트, 슬라이드 등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구글 미트 통화에서 스마트 캔버스를 함께 보며 작업할 수도 있다.

구글은 이 모든 기능을 추가적인 파일을 설치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iOS, 안드로이드, 지메일 앱에서도 동일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다른 브라우저에서도 구글의 워크 스페이스를 실행할 수 있다.

결국 지메일, 구글 독스(Google Docs, 구글이 제공하는 웹 기반 문서 작성 도구) 등 이용자가 많은 이 앱들을 협업 툴로 통합하는 전략으로, OS를 가리지 않는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했다.

소프트웨어 제작사도 앱 통합 경험 고려해야

이처럼 통합 OS 경험은 스마트폰 시대에 이르러 필수가 되고 있다. 사용자들은 여전히 PC를 사용하지만, 스마트폰 OS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PC OS가 답답하고 무겁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PC와 스마트폰에서 별도로 앱을 조작하고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는 과정을 불편하게 여긴다.

앞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사용성이 반영되지 않은 PC에 대해서는 점점 더 구시대의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언젠간 사용을 멈추게 되는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지금 OS 및 기기 제조사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통합 OS 경험을 고민하고 있는 이유다.

또한 이러한 트렌드는 OS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도 적용될 수 있다. 통합 OS 경험이 자연스러운 세대에게 외면받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소프트웨어 제작사도 플랫폼을 넘나드는 경험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unified-os-experience-era/feed/ 0
‘버추어 파이터 5 : 얼티밋 쇼다운’의 부활을 이끈 ‘반도체’ /virtua-fighter-5/ /virtua-fighter-5/#respond Thu, 17 Jun 2021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virtua-fighter-5/ ‘버추어 파이터’가 돌아왔다.

‘버파’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만약 ‘버추어 파이터’가 떠오른다면 확실한 중년이다. 이처럼 세대마다 한 번쯤 청춘을 바쳤던 게임은 있는 법이다. ‘버파’를 들어 봤지만 즐긴 적은 없는 세대에게도 이 게임의 역사적 의미는 되짚어볼 만하다.

‘버추어 파이터’는 절권도, 팔극권, 유도, 취권, 스모 등 각종 무술을 상징하는 캐릭터들이 경치 좋은 링 위에서 결투를 벌이는 3D 격투게임이다. 일명 ‘3D격겜’의 진짜 원조. 이 게임은 버튼 3개의 심플한 조이스틱만으로 다양한 무술 기술을 구현해 냈다. 특히 그 기술들은 허무맹랑했던 종래 2D 격투 게임 속 기술과 달랐다. 게임 속의 3D 공간임에도 현실적인 물리 법칙이 작용하고 있었던 것. 결투 도중 시점이 바뀌는 등의 3D 그래픽도 실감이 났다. 지금 보면 조악한 삼각형 폴리곤(Polygon)1) 뭉치들의 대결이지만, 그 당시에는 캐릭터의 팔이 잡히면 진짜 팔이 꺾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처럼 ‘버추어 파이터 1’이 등장하던 1993년 말 당시 소년, 소녀들은 오락실 구석에서 게임 속 화면을 보며 미래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1) 폴리곤 : 주로 3D 컴퓨터 그래픽에서 면의 조합으로 물체를 표현할 때의 각 요소.

당대 최고의 반도체로 선보인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 전성기는 어땠을까?>

01.jpg

▲ ‘버추어 파이터 5 : 얼티밋 쇼다운’ 인게임 캡처화면

3D 레이싱 게임 ‘버추어 레이싱’에서 ‘버추어 파이터’에 이르기까지 1990년대 초반 전자오락실은 게임회사 세가(SEGA)의 주무대였다. 특히 당시의 반도체 기술력으로는 풀 폴리곤(Full Polygon)으로 완성된 3D ‘체감 게임’은 당시 전자오락실에서나 가능한 유희였다. 일반 PC나 콘솔 게임(Console Game)에서 그 수준의 퍼포먼스를 내기 힘든 시절이었기 때문.

세가는 불과 1년 만인 1994년에 바로 ‘버추어 파이터 2’를 출시했고, 밋밋한 폴리곤에는 그럴듯한 텍스처(Texture)2)가 입혀졌다. 이는 당시 ‘버추어 파이터’에 사용된 아케이드 시스템 기판(Arcade System Board)3)이 MODEL1에서 MODEL2로 이어지는 3D 특화 기판이었기 때문이다. 세가는 MODEL 시리즈 기판을 위해 군수업체 GE의 항공우주(Aerospace) 사업부에서 나온 특수 칩을 활용했다. 냉전 시대 이후, 방위산업용 3D 기술을 민간에 이양(移讓)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반도체가 게임에 사용된 것.

2) 텍스처 : 질감 또는 색상이나 명암과는 독립적으로 객체의 표면에 대해 육안으로 보이는 모습을 특성 짓는 속성들의 집합.

3) 아케이드 시스템 기판 : 아케이드 게임에 사용되는 전자 회로 기판, 혹은 그것에 각종 전자부품을 탑재한 상태의 입출력 장치를 사용한 아케이드 게임 시스템의 형식. 게임 용어로 간단히 기판이라 하는 경우, 대부분 아케이드 게임 기판을 가리킨다.

당시 반도체 기술과 인력은 GE에서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을 거쳐 그 자회사인 Real3D로 이어진다. 그 이후 이를 둘러싼 합병과 분사와의 소송이라는 긴 우여곡절 끝에 인텔(Intel)과 엔비디아(NVIDIA)와, ATI(현 AMD)로 흩어졌다. 오늘날 3D 그래픽 반도체의 주축들은 ‘버추어 파이터’와도 무관하지 않은 셈이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가는 더 정교한 게임을 개발했다. 1996년에 출시한 ‘버추어 파이터 3’에서는 MODEL3로 기판을 업그레이드시키면서, 3D 공간에 미적 요소를 두드러지게 구현했다. 땅바닥에는 굴곡이 생겼고, 무술 동작도 더 미려(美麗)해졌다. 매년 기술의 발전이 눈에 보이던 시절이다.

이처럼 ‘버추어 파이터’의 ‘리즈 시절’에는 당대 최고의 반도체와 기술력을 가지고 만들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는 당연하게도 상업적 성공을 거머쥐었고, ‘1998 컴퓨터 월드 스미소니언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게임업계에도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한 버추어 파이터, ‘세가의 시대’ 종막을 알리다

국내에도 ‘버추어 파이터’ 팬들이 많았다. 동네 오락실마다 팀이 꾸려졌고, PC 통신을 통해 알음알음 교류하며 원정경기를 가기도 했다. ‘버파 동네짱’이 있었던 추억의 전자오락실에선 일종의 자생적 e스포츠가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세가는 이 같은 e스포츠로서의 가능성을 살리지 못했다. 이미 PC방과 ‘스타크래프트’로 상징되는 한국의 인터넷 문화 등장하며 게임의 헤게모니가 오락실과 PC 통신에서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으로 이행되던 시기였으니, 도전했다고 해도 이미 늦어버린 일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도시의 동네마다 나름 ‘버추어 파이터’ e스포츠가 벌어지고 있었고, 세가가 직접 ‘버추어 파이터’ 세계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한국 학생들이 우승, 준우승을 쓸어가 버렸지만, 개최국인 일본에서는 흥행하지 못했고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 결국 이 대회를 마지막으로 ‘버추어 파이터’ e스포츠는 막을 내리게 된다.

개최국이 분발하지 못해 흥행실패로 이어졌던 탓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이 시기는 이미 세가로서도 고난의 시기에 접어들던 때였다. 세가의 게임 콘솔 새턴(Saturn)이 소니(Sony)의 게임 콘솔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에게 밀려 몰락해 가고 있던 시기. ‘버추어 파이터’의 길지 않은 여생은 이미 이때부터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21세기가 돼서도 명맥은 이어졌지만, 사실 ‘버추어 파이터’는 흘러간 게임이 되고 있었다. 그 후 세가는 드림캐스트(1998년 세가에서 발매한 가정용 게임기)의 실패를 끝으로 하드웨어 사업에서 철수한다. ‘버추어 파이터’도 그렇게 지난 역사가 돼 버렸다. 마지막 시리즈 ‘버추어 파이터 5 파이널 쇼다운’은 2010년작으로 벌써 11년 전(콘솔 다운로드판은 9년 전)이다.

세가 60주년 프로젝트로 11년 만에 귀환한 ‘버추어 파이터 5 : 얼티밋 쇼다운’

세가는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세가의 황금기는 지나갔지만, 요즘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는 않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게임 ‘용과 같이’ 시리즈가 대히트하고, 스마트폰 관련 사업에서도 이익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

세가는 여유가 생기자 뒤를 돌아보며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려 나섰다. 추억을 되짚어 보니 1990년대 초반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좋았던 세가의 전성기였다. 사람들을 추억에 빠지게 만드는 1993년의 ‘버추어 파이터’가 다시 소환된 것은 예견할 만한 일이었다.

사실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는 ‘버추어 파이터 5 파이널 쇼다운’ 이후 11년 만에 신작이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세가는 신작 대신 ‘버추어 파이터 5 파이널 쇼다운’을 자사의 최신 게임 엔진4)인 ‘드래곤 엔진’으로 재구축한 ‘버추어 파이터 5 : 얼티밋 쇼다운’을 내놨다.

4) 게임 엔진 : 고해상도 그래픽과 사운드를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래밍을 쉽게 할 수 있게 만든 개발 환경.

하지만 단지 리마스터나 리메이크라고 보기에는 손댄 부분이 재개발 수준으로 상당히 크다. 특히 과거의 기회를 놓쳤던 e스포츠에 특화된 기능들이 돋보인다. 최대 16인 참가 가능한 토너먼트와 리그가 추가되고, 실시간 관전 기능으로 게임 참가자를 응원할 수도 있다. 과거에 ‘뿌요뿌요’ e스포츠를 운영해 본 노하우를 살려 ‘버추어 파이터’를 세가 e스포츠 사업의 주전으로 삼으려는 욕심이 엿보인다.

특히 액션의 시각적 효과가 화려해지고, 관전 중에 스탬프를 던지며 응원할 수 있는 등의 요소는 e스포츠 중계와 관전이라는 현대적 문화에도 충분히 통할 만하다. 또한 코로나19 거리두기 대책에도 만전을 기해, 향후 e스포츠 대회는 개최, 관전 모두 온라인에서 이뤄지도록 만들었다. 패자부활전과 더블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Double Elimination Tournament, 두 번 지면 끝이지만 한 번 져도 나머지를 다 승리하면 우승할 수 있는 토너먼트 방식) 등도 포함시켜 다양한 운영의 묘(妙)도 살릴 수 있다.

화려한 캐릭터 의상 세트나 초대 버추어 파이터 풍의 투박한 폴리곤을 추억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레전더리 팩 등은 유료 DLC(DownLoadable Contents)로 제공한다. 비록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의 최신작을 선보이지는 못했지만, 이런 요소들을 통해 나름 축제 분위기는 내고 있다.

버추어 파이터를 되살린 ‘드래곤 엔진’, 그 뒤에는 향상된 반도체 기술이 있다

‘버추어 파이터 5 : 얼티밋 쇼다운’은 많은 부분에서 개선을 이뤄냈지만, 주요 요소는 11년 전 소스를 활용해야 해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그래픽이 아쉬웠다. 그래서 왕년의 팬들을 소환하기 위해 분위기와 조작감은 될 수 있는 한 유지한 반면, 그래픽은 처음부터 아예 다시 그렸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는 ‘세가의 60주년 프로젝트’라는 명목을 갖고 있지만, 과거의 명작인 ‘버추어 파이터’가 아직까지 수요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이기도 했다. 그래서 전체적인 작업도 가성비 위주로 이뤄졌다.

대신 역전의 용사들이 힘을 뭉쳤다. ‘버추어 파이터’의 산실인 AM2(Amusement Machine) 스튜디오, 즉 ‘오락 기계 2국’과 ‘용과 함께 스튜디오’가 함께 개발에 참여한 것. AM2 스튜디오는 ‘버추어 파이터’를 비롯해, 한 시대의 장르를 개척한 레이싱 게임 ‘아웃런’, 3D 슈팅 아케이드 게임 ‘스페이스 해리어’ 등의 명작을 만들어 내며 세가에서 가장 유명해진 스튜디오다. 용과 함께 스튜디오 역시 현시점의 세가의 주력 게임을 개발한 스튜디오다. 그야말로 신구 대표주자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

현대 세가의 대표작인 ‘용과 함께’는 거대 환락가를 배경으로 어둠의 사회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성인용 게임의 수작. 그러나 이 ‘용과 함께’ 시리즈도 발매한 지 어느덧 15년째이니 신게임은 아니다. 2016년 ‘용과 함께 6’부터 자체적으로 만든 드래곤 엔진을 사용 중인데, 이번 ‘버추어 파이터 5 : 얼티밋 쇼다운’에 이 엔진을 도입했다.

그런데 사실 드래곤 엔진은 철저하게 ‘용과 함께’, 즉 밤거리에 특화된 게임 엔진이어서 다른 게임에서 사용하기 힘들다고 여겨졌던 게임 엔진이었다. 리메이크판인 ‘용과 같이: 극(極) 2’, 그리고 세가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 ‘저지 아이즈: 사신의 유언’ 등은 드래곤 엔진에 기반을 둔 또 다른 세가 게임들로 모두 네온이 빛나는 어둠의 거리가 주무대다. 환락가의 네온이 만들어 내는 수많은 광원을 지나가는 엑스트라와 오브제마다 아낌없이 빛을 뿌려야 하는 계산 물량의 승부였다. 낡았지만 밤을 비추는 수많은 간판, 사람의 손때가 묻은 거리의 사물들. 여느 게임처럼 밝고 광활한 평원이나 어두침침한 던전(Dungeon)을 표현하는 일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다.

반도체잡학사전.jpg

다만 그래픽이 향상돼 리얼리티는 넘치지만 정작 움직임에 대한 걱정은 있었다. 드래곤 엔진으로 만들어진 ‘용과 함께’에서 인게임 격투에 대한 피드백은 부정적이었고, 모든 ‘버추어 파이터’의 신작마다 전작보다 부자연스럽다는 평이 뒤따랐기 때문. 하지만 익숙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상쾌한 타격감을 선사하던 ‘버추어 파이터’다. ‘버추어 파이터’ 팬이라면 예전에 그랬듯 지금도 큰 위화감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거다.

결론적으로 ‘버추어 파이터 5 : 얼티밋 쇼다운’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던, 과거의 그 격투 게임을 성공적으로 되살린 게임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익숙한 얼굴들을 통해, 오래전 그 게임을 즐기던 시절을 다시 소환하는 힘이 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virtua-fighter-5/feed/ 0
로봇 청소기가 우리를 위협한다면? ‘러브, 데스 + 로봇 시즌2: 자동 고객 서비스’ /automated-customer-service/ /automated-customer-service/#respond Mon, 14 Jun 2021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automated-customer-service/ 1-1.jpg

▲넷플릭스 ‘러브, 데스 + 로봇 시즌2’ 공식 포스터(사진 제공: 넷플릭스)

※ 스포일러 있습니다.

오래전, 기기 오작동으로 당황한 적이 있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을 테스트하면서 운전하고 있는데 갑자기 스마트폰이 꺼진 것이다. 뜨거워진 스마트폰 프로세서와 직사광선이 만나 벌어진 일이었다. 내비게이션 기기를 쓸 때는 경험하지 않았던 일이라 많이 놀랐다. 게다가 초행길이라 눈앞이 캄캄해졌다. 다행히 전에 쓰던 내비게이션이 차 안에 있어 잠시 갓길에 차를 세우고 교체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보통은 전자 기기가 인간보다 정확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오작동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인간의 실수, 소프트웨어 오류, 과다 사용, 불완전한 설계 등 원인도 다양하다. 지난 5월 이런 기계의 오작동을 다룬 애니메이션이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러브, 데스 + 로봇 시즌2’ 에피소드 중 ‘자동 고객 서비스’가 바로 그것. 뛰어난 인공지능(AI)을 가진 로봇 청소기가 갑자기 인간의 적이 된 이야기다.

로봇이 갑자기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러브, 데스 + 로봇’의 발칙한 상상력

현실에서도 로봇 청소기가 인간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을까? 지금 기술로는 어렵다. 기술이 더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이 스스로를 위협하는 기능을 로봇에 탑재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가능할 수 있다. 고령자들이 모여 사는 고령 친화 도시(Age-Friendly City)나 리조트가 생긴다면, 로봇이 인간을 위협할 수도 있지 않을까? ‘러브, 데스 + 로봇’ 시즌2의 ‘자동 고객 서비스’는 이런 상상력에서 출발한 에피소드다.

에피소드 주인공 자넷이 사는 ‘해질녘 도시(Sunset City)’의 거주자는 모두 노인이며, 은퇴해서 할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한가로이 여유를 즐기는 고령자들을 돌보는 일은 모두 로봇이 한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있어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이 하던 일은 모두 로봇이 한다. 그러다 보니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로봇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하늘을 나는 드론, 풀장에서 음료를 서빙하거나 안마하는 로봇, VR 기기로 조작하면 대신 움직이는 게임 로봇, 미용실에서 머리와 발톱을 다듬고 피부 주름을 펴주는 로봇, 자율주행하는 가방이나 휠체어, 의족 로봇, 개를 산책시키는 로봇까지, 요즘 개발 중인 서비스 로봇 대부분이 등장한다. 마치 영화 ‘월-E’에 나오는 우주선 생활처럼 인간이 편리하고 행복할 것만 같은 풍경이다.

문제의 가정용 청소 로봇이 등장할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자넷은 한가하게 요가를 하고 그녀의 반려견도 편안히 쉬고 있다. 청소 로봇도 자넷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일하고 있다. 옆집 할아버지가 집안을 슬쩍 들여다보는 눈치지만, 자넷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청소 로봇과 이상한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모든 게 평화로웠다.

23.jpg

▲‘자동 고객 서비스’ 中 자넷이 청소 로봇의 공격에 대항하는 모습(사진 제공: 넷플릭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넷은 청소 로봇의 단순 오작동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청소 로봇이 애완견을 공격하고, 이에 항의하는 자넷까지 공격하기 시작한다. 급하게 연락한 자동 고객 서비스도 엉망이다. ‘살고 싶으면 애완동물을 로봇에게 던져 희생시키라고? 응? 아니, 여보세요, 뭐라고요?’ 자넷의 황당함이 화면 밖에서도 느껴진다.

‘로봇의 공격’은 인간의 공포심이 만들어낸 허상… 로봇은 자기 할일 하기도 바쁘다

로봇이 인간을 공격할 수 있다는 공포심은 정말 오래전부터 있었다. ‘로봇’이라는 말은 체코를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 카렐 차페크(Karel Capek)가 처음 썼는데, 그의 희곡 ‘R.U.R(Rossum’s Uni­versal Robots)’의 내용도 인간을 공격하는 로봇 이야기다. 인간은 로봇의 탄생부터 로봇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고 할 만하다. 오죽하면 SF의 거장인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가 ‘로봇 공학 3원칙(Three Laws of Robotics)’을 만들어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핵심 원칙으로 삼았을까.

물론 실제로 서비스 로봇이나 군사 로봇이 오작동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서비스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기에는 너무 무력하다. 여기에는 기술적인 이유가 크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우선 필요 이상의 성능을 가진 기능을 집어넣을 경우 가격이 비싸진다. 같은 값이면 가장 저렴한 부품을 찾는 것이 로봇 제작사, 즉 기업의 특징이다.

소송 문제도 있다. 기기가 이용자의 생명을 위협한다면 제조사가 큰 보상금을 내거나 아예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도 사람을 해칠 기능을 넣는다면 그건 십중팔구 범죄다.

6.jpg

▲배달의민족의 서빙 로봇 ‘딜리’(사진 제공: 배달의민족)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지만 에피소드에 등장한 로봇들은 이미 우리 주변에 있다. 예컨대 배달의민족은 식당용 서빙 로봇 ‘딜리’를 대여한다. 별도로 실내외 배달 로봇도 테스트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른 회사와 협의해 실제 쓸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로봇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배달 로봇을 앞다퉈 선보이는 추세다. 스카이프(Skype)의 공동 창업자 아티 헤인라(Ahti Heinla)와 제이너스 프리스(Janus Friis)가 설립한 스타십(Starship Technologies)은 최근 자율주행 배달 로봇으로 100만 배달 건수를 달성했다. 미국의 아마존(Amazon)과 리프랙션 AI(Refraction AI)는 각각 ‘스카우트(Scout)’와 ‘REV-1’로 명명한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공개했고, 일본 앤드로보틱스(AndRobotics)의 ‘후루테라(Frutera)’와 중국 알리바바(Alibaba)의 ‘샤오만뤼(小蛮驴)’도 자율주행 배달 로봇으로 소개됐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아직 먼 미래처럼 여겨지지만, 자율주행 카트나 셔틀버스는 실증(實證) 실험이 진행 중이다. 정해진 장소나 코스에서만 운행해 안정성이 높기 때문. ‘러브, 데스 + 로봇’에서처럼 이미 이를 활용하고 있는 고령자 대상 요양 시설도 있다. 특히 자율주행 셔틀버스는 노령층의 운전 사고 위험을 줄이면서도 도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고, 다른 대중교통보다 저렴해 대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밖에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로봇과 유사한 로봇들도 이미 현실에 여럿 존재한다. 자율주행 이동장치와 닮은 기기도 현실에 있다. 세그웨이(Segway)가 내놓은 콘셉트 모델 ‘S-POD’는 두 바퀴가 달린 1인승 이동 장치다. 머지않은 미래에 상용화된다면 나중에 다리가 아파 걷기 힘들 때 잘 써먹을 수 있을 듯하다. 아직 가격이 비싸 상용화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로봇형 의수도 이미 개발이 완료됐다. 자동으로 머리나 손발톱을 손질해 주는 기기는 아직 없지만, 안마는 이미 안마 의자가 대신하고 있다. 다만, 반려견 산책을 대신해주며 개똥을 치워주는 로봇을 가까운 미래에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로봇의 공격성이 아닌 인간의 이기심

하지만 ‘러브, 데스 + 로봇’ 시즌2의 ‘자동 고객 서비스’ 에피소드가 완전히 근거 없는 상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누군가 이익을 위해 로봇을 이용해 인간을 해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돌아가 보자. 청소 로봇은 인간을 왜 공격하게 된 걸까? 청소 로봇엔 작은 유해 동물들을 제거하는 기능이 있는데, 처음에는 이 기능이 오작동해 동물과 사람을 공격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로봇 제조회사가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해 청소 로봇에 악성 프로그램을 숨겨 둔 것.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자동 고객 서비스는 “앞으로 모든 로봇이 당신을 쫓을 건데, 그게 싫으면 로봇을 종료할 수 있는 화이트 리스트(White List) 서비스에 유료로 등록하라”며 오히려 고객을 위협한다. 로봇이 인간을 공격할 이유는 없지만, 인간이 로봇에게 다른 인간을 공격하도록 지시할 이유는 있었던 거다.

7.jpg

실제로 비슷한 사건이 얼마 전에 일어났다. 미국 동부 지역에 석유류를 공급하는 송유관 운영 회사 ‘콜로니얼 파이프라인(Colonial Pipeline)’이 해커 집단인 ‘다크 사이드(Dark Side)’로부터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미국 남부와 동부를 연결하는 약 8,850㎞ 길이의 송유관이 일시 폐쇄된 것. 국가 기간 시설이 해커에게 당하는 사건이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났다. 해커는 “복구를 원하면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결국 회사는 500만 달러를 그들에게 건넸다.

누군가는 “국가 기간 시설을 해킹하는 것과 홈 서비스 로봇에 탑재된 기능을 바꾸는 것은 문제의 성격이 다르지 않냐”고 반론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이뤄지는 많은 해킹이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다. 다크 사이드가 스스로 밝혔듯 ‘사업’에 불과하다. 해킹 프로그램은 다크 웹(Dark Web, 특수한 웹브라우저를 사용해야만 접근할 수 있는 웹)에서 쉽게 살 수 있고 주문 제작도 가능하다. 어떤 기술적인 결함을 끈질기게 파헤쳐 침투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악성코드는 대부분 우리의 사소한 욕망, 즉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싶거나 공짜로 프로그램을 쓰고 싶은, 또는 부끄러운 부분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이용해 침투한다.

좀 더 따져 보자. 자넷이 사는 요양 도시 속 여러 로봇은 아마 사용료가 지불됐기 때문에 움직이고 있을 거다. 간편하게 쓸 수 있는 로봇이니 특별한 기능을 익힐 필요도 없어 보인다. 물론 로봇이 애완동물을 해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함부로 들이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나쁜 회사는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자동 고객 서비스가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 고객 클레임이 들어와도 자동으로 무시했을 거다. 회사 입장에서 고객은 요양 도시에 들어온 ‘잡은 물고기’였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고객을 더 쥐어짜 추가 이익을 거두는 것이었다.

참고로, 청소 로봇이 처음부터 자넷을 공격한 것은 아니다. 자동 고객 서비스의 조언에 따라 껐다 켜려고 버튼을 눌렀더니 제거 모드가 작동했다. 다시 말해 로봇 회사는 청소 로봇이 자넷을 죽이려고 공격하게 된 것이 전적으로 자넷의 실수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기술을 신뢰하려면 기술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우린 누군가가 설계한 대로 쉽게 정보를 넘겨주는 데 익숙하다. 복잡해 보이는 건 믿고 맡기고 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서 당신의 활동을 추적하고 그 정보를 다른 회사에 넘길 수 있는 ‘광고 ID’라는 게 있다. 법적으로 이용자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앱은 이를 필수 약관에 집어넣고 동의를 받는다. 나중에 스마트폰 설정에서 동의를 철회할 수 있지만 이런 건 꼭꼭 숨겨져 있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일례로 얼마 전 구글이 사용자들의 위치 정보를 추적할 수 없게 될까봐 해당 설정을 숨기고 의도적으로 안 보여주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럼 로봇을 의심하지 않은 자넷이 잘못한 걸까? 아니다. 사기꾼이 나쁜 거다. 다만 세상엔 상대방이 모르게 손해를 입히는 사람이 넘쳐난다. 그러니 알아야 하고, 제대로 쓰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정보통신 기술 기반의 사회로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장단점이 있지만, 단점이 커지는 속도는 늘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우리는 이런 때 뭘 하면 좋을까? 결말에서 자넷은 추가 서비스 유료 가입을 거부하고 영원히 도주하기를 선택했다. 영원히 도주하기 싫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기술이 악용되지 않게 감시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만 누군가 반도체 기술이 가져다준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automated-customer-service/feed/ 0 뉴트로 트렌드에 편승한 고전게임 리마스터 열풍, 성공방정식은? /classic-game-remaster-craze/ /classic-game-remaster-craze/#respond Thu, 11 Mar 2021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classic-game-remaster-craze/ 비에르쥬_도비라.jpg

2020년은 코로나 19가 모든 이슈를 잠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도 기업들은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다양한 마케팅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덕분에 사람들은 어려운 일상 속에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던 해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마케팅은 MZ세대를 겨냥한 ‘뉴트로(New-tro)’ 마케팅이 아니었나 싶다.

뉴트로, 과거의 향수에 현대적 재해석을 더해 인기를 끌다

뉴트로와 레트로(Retro)의 차이점은 뭘까? 레트로는 과거에 유행했던 것을 다시 되새기며 추억을 꺼내어 그때의 향수를 불러오는 것을 의미한다. 뉴트로는 레트로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트렌드를 근간으로 삼으면서도 마치 새로운 상품을 접하는 것처럼 아이디어를 더해 과거에 대한 향수와 새로움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을 뜻한다. 쉽게 요약하면 레트로가 과거를 재현한 것이라면 뉴트로는 과거를 재해석한 것이다.

뉴트로와 레트로는 소비층에서도 차이가 난다. 레트로의 소비층은 주로 20~50대 중장년층이지만 뉴트로의 소비층은 주로 10~30대다. 특히 1980~2004년에 태어난 MZ세대가 뉴트로 열풍을 이끌고 있다.

01.jpg

▲곰표 밀맥주(사진제공 : 곰표)

뉴트로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지난해 5월 편의점 브랜드 CU가 대한제분, 세븐브로이와 협업해 출시한 ‘곰표 밀맥주’를 꼽을 수 있다. 곰표 밀가루의 백곰 마스코트를 캔에 그려 넣어 복고 느낌을 살린 이 맥주는 출시 3일 만에 첫 생산물량 10만 개를 ‘완판’하며 전체 국산 맥주 판매량 10위권 안에 진입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오래된 밀가루 브랜드의 마스코트인 귀여운 백곰이 왼손에는 주재료인 밀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모습이 MZ세대에게 ‘신선함’과 ‘독특함’으로 다가가며 인기를 끌었다.

경기 불황기에는 복고가 유행하곤 한다. 익숙함에서 심리적인 위안을 받을 수 있기 때문. 뉴트로 마케팅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고객들의 충성도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이색적인 경험을 원하는 젊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 위기였던 코로나 19 시대를 겨냥한 뉴트로 마케팅은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 중 하나라 할 만하다.

게임업계 리마스터 열풍, 성공 사례와 기대작

게임업계도 이런 트렌드에 올라탄 모양새다. 과거 인기 게임을 현대 기술로 다시 출시하는 리마스터 열풍이 불고 있는 것.

가장 성공적인 리마스터 사례로는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 리마스터드(Call of Duty Modern Warfare Remastered)’를 꼽을 수 있다. 미국 게임사 인피니티 워드는 2016년 자사 대표 IP(지식재산권)인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리마스터해 유저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1인칭 슈팅 게임((FPS, Frist-Person Shooter)으로 만들어준 명작 ‘콜 오브 듀티 4: 모던워페어(Call of Duty 4 Modern Warfare)’를 리마스터해, 유저들의 향수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한 것. 본연의 게임성을 살리면서 그래픽은 대폭 업그레이드해, 가장 모범적인 리마스터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최근의 성공 사례로는 넥슨의 중국 자회사인 세기천성에서 개발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꼽을 수 있다. 이 게임은 고전 명작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를 리마스터한 제품으로, 모바일 기기에 맞춰 물리엔진을 바꾸고 완전히 새로 개발됐다. 지난해 5월 한국 출시 이후 기존 유저와 MZ세대를 아우르며 엄청난 흥행에 성공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지난해 신규 다운로드 횟수(안드로이드 기준)는 약 920만회로 786만회를 기록한 2위 ‘어몽어스’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홈페이지 캡처.png

▲디아블로2 레저렉션 공식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처

최근에는 게임 팬들로부터 오랜 사랑을 받아온 대작 게임 시리즈의 리마스터 버전 출시 계획이 공개돼 큰 화제를 모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디아블로2 레저렉션(Diablo2 Resurrected)’.

디아블로(Diablo) 시리즈는 국민 게임 스타크래프트(StarCraft)에 견줄 만한 블리자드(Blizzard)의 대표 IP다.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지옥의 악마들과 전투를 벌이는 게임 시리즈로, ARPG(Action Role Playing Game)1) 장르를 새롭게 정의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후 출시된 수많은 게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미국 타임스가 디아블로2를 향해 “역대 최고의 PC 게임”이라는 찬사를 보냈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1) Action Role Playing Game: 유저가 가상의 세계관 속 캐릭터가 돼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RPG(Role Playing Game)의 세부 장르 중 하나로, 액션(Action)을 강조하거나 주요 특징으로 내세우면서 스토리를 따라 게임 속 세계를 탐험하며 적과 전투를 수행하는 어드벤처(Adventure) 게임의 요소를 일부 반영한 게임을 의미.

무려 20년의 세월을 관통해 다시 등장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이러한 추억을 밑자락에 깔고 있다. 특히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PC방을 돌면서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워크래프트(WarCraft)의 전성기를 모두 함께한 소위 ‘블리자드 세대’들은 전설의 게임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탄생한다는 사실에 벅찬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

블리자드가 20년의 세월을 넘어 클래식 서비스를 재개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디아블로 시리즈가 여전히 상당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가치가 높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흥행 가능성이 높은 만큼, 뉴트로에 대한 니즈가 높은 시점이 리마스터 게임을 내놓을 적기라는 판단을 한 것.

더구나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단순히 리마스터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리자드는 리마스터 과정에서 4K 고해상도와 수준 높은 사운드를 제공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PC와 콘솔 간의 연동, 공유 보관함 등 유저를 위한 기능도 더할 계획이다.

리마스터 게임의 성공 방정식은?

많은 리마스터 게임이 성공했지만, 단순히 과거의 추억에 기대 비즈니스를 전개하면 오히려 원작의 가치마저 훼손될 수 있다. 실제로 게임성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게임도 있지만,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추억팔이’라는 평가를 받은 게임도 있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을 포함한 리마스터 게임들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본기가 중요하다. 블리자드를 포함한 주요 게임사들이 언제나 게임 완성도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온 만큼, 리마스터 과정에서도 게임성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단순히 추억 앨범을 만드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된다. 고전 게임이 갖고 있는 추억 보정을 고려하면,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할 경우 다채로운 즐길거리로 가득한 지금 시대에서는 흥행할 수 없다.

또한 유행에 기대지 않고 롱런할 수 있는 차세대 고전 게임이 돼야 한다. 고유한 클래식 가치는 보존하되, 새로운 콘텐츠와 최신 기술은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인 수익 확보보다는 팬덤 확보를 최우선으로 해 기존 팬들의 신뢰를 다져야 한다. 여기에 MZ 세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의 감성 마케팅이 병행되면 진부한 ‘추억팔이’가 아닌,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뉴트로’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classic-game-remaster-craze/feed/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