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 – SK hynix Newsroom 'SK하이닉스 뉴스룸'은 SK하이닉스의 다양한 소식과 반도체 시장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전달합니다 Fri, 20 Dec 2024 00:24:08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6.7.1 https://skhynix-prd-data.s3.ap-northeast-2.amazonaws.com/wp-content/uploads/2024/12/ico_favi-150x150.png 정우영 – SK hynix Newsroom 32 32 시계 이상의 시계, 반도체와 시계의 만남 /semiconductor-meets-watch/ /semiconductor-meets-watch/#respond Wed, 21 Jun 2017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semiconductor-meets-watch/ 속 시계의 의미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1.png

시계는 시계 이상입니다. 시계를 찬다고 시간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시간만큼 인간이 정복하고 싶어 하는 것도 없으니까요. 영화 <펄프 픽션> 속 시계의 의미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인 ‘부치’는 증조할아버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시계를 되찾아 오기 위해 수많은 고생을 감내합니다. ‘미국 최초의 손목시계’라 불리는 그 시계는 두 번의 세계 대전과 베트남 전쟁을 거쳐 그에게 전해지는데요. 그 속에는 죽음을 무릅쓰고 다음 세대와 연결하고 싶은 증조부, 조부 그리고 아버지의 ‘시간’이 담겨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첨단 반도체까지 꽉 들어차 상상 이상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시계는 벅찰 정도로 거대해져 ‘시계 이상’이 되었는데요. 그럼 저에게 시계는 어떤 의미인지, 최초의 시계에 대한 기억부터 되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추억을 담은 아날로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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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세이코 5 시리즈(출처: 세이코 코리아)

어린 시절, 번쩍이는 금색 세이코 5 시리즈를 찬 손목을 보여주시며 기계식 시계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만큼 아버지의 시계는 귀해 보였습니다. 세이코 시리즈는 현재 이베이 중고가로 1백 달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발매 당시부터 지금까지 세이코의 저가 라인을 대표하는 모델이죠. ‘합리적’이라는 단어로 거의 모든 제품을 수식할 수 있는 세이코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처럼, 기계식(오토매틱), 충격방지, 방수, 요일, 날짜의 5가지 요소를 갖췄다고 해서 5시리즈라 불립니다.

하지만 세이코에 대한 어릴 적 제 기억은 완전히 정반대입니다. 아버지는 ‘합리적’은 물론, 그 비슷한 단어도 꺼내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을 우러러보는 꼬맹이 아들에게 굳이 저렴한 시계를 차는 이유를 납득시킬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다만 아들이 좀 더 크고 나서 아버지가 그 시계를 주겠다고 하셨을 때, 아들은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이후로도 몇 번을 더 물어 보셨고, 그때마다 계속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셨으면 좋겠다고 완곡하게 거절했습니다. 착용하지 않고 받아만 두면 될 것을 너무했다고 여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젠 취향보단 한계를 생각하는 탓입니다. 시계는 일종의 약속이고, 그 무게에 짓눌릴 듯한 약속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반복하자면 시계는 시계 이상입니다.

새로운 시대 속 시계의 재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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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코 아스트론(출처: 세이코 공식 홈페이지)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시계를 발매한 세이코에서는 1969년 크리스마스에 최초의 쿼츠 시계 ‘아스트론’을 발매, 시계를 재정의했습니다. 쿼츠 시계는 태엽이 아닌 전기 신호를 통해 수정막을 진동 시켜 구동하는데요. 기계식 시계보다 정확하고 내구성도 좋으며 유지, 관리에 용이합니다. 뿐만 아니라 부가 기능을 추가하기도 수월하죠. 시계가 태엽과 진자를 다루는 기계 기술자가 아닌 쿼츠 진동자를 계측하도록 IC회로를 설계하는 전자 기술자의 세계에 진입한 순간입니다.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들은 동시대의 기술과 유행을 그대로 반영하기도 하죠.

이는 기존의 ‘스위스 메이드’ 기계식 시계가 명품화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계가 반도체 기술과 나란히 진보해 나가며, 기계식 시계는 상대적으로 희소성을 갖게 됩니다. 많은 이들이 전자시계라 불리는 디지털 시계만 쿼츠 시계로 여기곤 하는데, 디지털 시계는 물론이고 현재 나오는 아날로그 시계 역시 쿼츠 시계가 대부분입니다. 디지털 시계와 아날로그 시계는 시간의 표시 방식에 따른 분류일 뿐입니다.

태엽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숫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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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시오의 전자시계 (출처: 카시오 공식 홈페이지)

일반적으로 아날로그 시계에 비해 디지털 시계는 한결 가벼운 인상을 줍니다. 저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아주 오래 전입니다. 조금 특이한 디자인의 저렴한 카시오 디지털 시계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제 것을 구입하면서 여자친구에게 줄 다른 색깔의 같은 모델도 함께 구입했었습니다.

하지만 시계는 시계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로부터 어떻게 시계를 선물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함께 시간을 공유해 나가자는 무거운 의미 때문이겠지요. 줄곧 그 질문을 함께 듣던 여자친구는 이렇게 반문했습니다. “아무나 시계 선물하는 줄 알아?” 시계를 선물했던 그 친구와 만났던 5년.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그 손목시계를 찼습니다.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 그 말의 무게는 줄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이제 그 시계는 줄이 끊어지고 고장이 났지만 아직도 버리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품은 시계의 의미는 가벼워질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디지털 시계의 디지털은 ‘숫자’라는 뜻입니다. 내부에는 태엽이나 기어가 없고, 전지나 수정진동자 등을 넣은 전자회로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각을 표시하는 부분에는 LED나 LCD로 이루어진 액정이 사용되는데요. LED는 발광하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도 보이지만 소비전력이 크고, LCD는 소비 전력이 작지만 어두운 곳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태엽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숫자는 이렇게 그 나름의 역할을 바삐 수행하고 있습니다.

작은 동그라미 속 기술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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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블랑 서밋 스마트워치 (출처: 몽블랑 코리아)

태양광 충전과 위치별 시간대 동기화를 지원하는 스마트 시계가 출시됐습니다. 1969년 시계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던 최초의 쿼츠 시계, 세이코 아스트론의 이름을 달았는데요. 또 한번 전통 손목시계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이라 불릴 만 합니다. 스마트 시계 시장으로 고개를 돌려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호이어, 몽블랑과 같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도 잇따라 스마트 시계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고급 워치메이킹 역사을 지평을 열어온 이들이 디지털 세계에 발을 들인 것입니다.

현재 스마트 시계는 스마트폰에 비견할 만한 반도체의 집적물입니다. 공통적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 플래시 메모리, 디스플레이를 포함하고 있죠. 애플 워치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손목시계의 크라운을 버튼화 한 디지털 크라운, 터치 세기에 따라 실행 명령을 세분화한 포스 터치, 사뭇 색다른 진동을 선사하는 탭틱 엔진, 애플 페이, 심박 센서 등에서 반도체가 다방면으로 활용됩니다. 평소 ‘시계’하면 떠오르던 그런 보통의 시계가 아닌, 애플 워치가 처음 발매 됐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애플 워치 스포츠와 애플 워치의 비교 영상을 눈이 빨개지도록 시청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손목시계 앞에선 망설였던 분들도 스마트 시계 앞에선 매혹되셨을 줄로 압니다. 손목시계보단 스마트폰에 가깝고, 시간보다는 문명에 가까운 것이 스마트 시계니까요. 하지만 알다시피 영원히 새로운 문명은 없었습니다. 반도체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하면 언젠가 스마트 시계를 뛰어넘는 어떤 종류의 시계가 등장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스마트 시계가 과거가 된다면 여기에도 이야기가 덧씌워지고 ‘시계 이상의 시계’로 탈바꿈하리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시계의 무엇보다 중요한 기능은 ‘지금’이 언제인지, 그 시각에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죠. 그러니까 지금 시각을 알려드리자면, ‘스마트 시계’입니다.

 

누구에게는 단순히 시간을 알기 위한 도구이지만 누구에게는 반도체가 가득 담긴 상징으로 자리한 시계. 무한한 가치를 품으며 오랜 시간 우리 곁에서 진화해 온 시계는 그만큼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오늘은 각자의 손목 위에서 수많은 모습을 하고 있는 시계를 한 번씩 들여다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단순히 기술적인 영역을 떠나,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울 것이 분명할 테니까요.

 

]]> /semiconductor-meets-watch/feed/ 0 스마트폰에서 반도체를 읽다 /semiconductors-in-smartphones/ /semiconductors-in-smartphones/#respond Tue, 07 Mar 2017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semiconductors-in-smartphones/ 정우영_메인.png

“애플이 전화기를 재발명하다”는 문구는 지나쳐보였습니다. 이미 윈도우 모바일이 산업용 PDA폰/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후였고, 심비안이 스마트폰 OS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으며, 블랙베리가 지금처럼 몰락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때니까요. 하지만 알다시피 애플은 전화기를 바꿨으며 어쩌면 세상도 바꿨습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정의하자면, 스마트폰은 첨단의 반도체들을 하나의 기기에 통합한 것인데요. 애플의 업적은 이 통합을 통해 새로운 물건이 아닌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한 데 있을 겁니다. 오늘은 스마트폰이라는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반도체와 그것의 진화를 증명하는 앱들을 살펴볼까 합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모바일 AP, GPS, 이미지 센서, LCD 디스플레이, SIM 카드, 플래시 메모리 등 첨단 반도체 기술을 대번에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나. 모바일 AP / 플래시 메모리 – We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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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애플 앱스토어 WeDJ

모바일 AP는 컴퓨터의 CPU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기술집약적인 반도체로서 연산/계산을 담당한다는 점도, ‘코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는 점도 같습니다. 플래시 메모리가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나 SSD처럼 저장 장치라는 건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 ‘플래시 메모리’ 바로 가기)

컴퓨터와 한 번 더 비교하자면, 모든 컴퓨터 교본의 1장에 나와 있는 컴퓨터의 4대 구성 요소 중 중앙처리장치와 보조기억장치가 각각 모바일 AP와 플래시 메모리에 가깝습니다. 주요할 뿐만 아니라 긴밀히 연결되어있기도 합니다. 연산/계산 능력이 없다면 데이터가 무의미하고 데이터가 없다면 연산/계산 능력은 필요 없을 테니까요.

아이폰이 아이팟이라는 MP3 플레이어에서 비롯됐다는 것에서 착안해 ‘WeDJ’를 추천합니다. 디제이 믹서의 표준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파이오니어에서 제작한 앱입니다. 흔해 빠진 게 디제이 앱입니다만 ‘WeDJ’에는 특별한 기능이 포함되어있습니다. 모바일 AP와 플래시 메모리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예이기도 한데요. 자동 믹스가 가능합니다.

한쪽 데크에 아무 음악이나 걸고 이 버튼을 누르면 리듬, 화성, 분위기를 분석해 가장 잘 어울리는 다음 곡을 자동으로 겁니다. 자동 추천한 곡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버튼을 눌러 다른 곡을 추천받을 수도 있습니다. 페이더(채널 A와 B를 바꿔주는 슬라이드 바)를 조작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여러 가지 디제이들의 테크닉을 동원해 다음 곡으로 이어줍니다. 꽤 감탄스러울 정도의 정확도라서, 플래시 메모리에 좋아하는 곡을 가득 저장해놓기만 한다면 세계적인 디제이가 부럽지 않습니다.

둘. 심 카드 – 토스

▲출처: 토스 사이트

전화번호, 주소록, 이용자 ID 등이 내장된 IC 메모리. 스마트폰의 세계에서 신분증처럼 통용되는 심 카드에 대해 모르시는 분은 없을 겁니다. 실제로는 스마트폰 보다 심카드가 자기자신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토스는 모바일 뱅킹의 신분증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인인증서를 심카드로 대신하는 앱입니다. 점심을 먹고 한 명이 카드로 결제한 뒤 함께 식사한 사람들이 각각의 금액을 그에게 줘야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죠.

공인인증서 복사가 완료된 은행 앱, 그 친구의 계좌번호가 필요하며, OTP 카드 혹은 자물쇠 카드가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토스에서는 전화번호면 충분합니다. 친구라면 대개 전화번호는 저장되어 있을 테니 사실상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것이죠. 토스를 통해 송금하면 친구가 문자로 링크를 받게 되는데, 이 링크를 타고 들어가 그가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끝입니다.

친구도 토스를 이용 중이라면 토스에 쌓아둔 돈을 바로 송금할 수도 있고, 친구에게 토스로 돈을 입금하라고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 간단한 송금이 가능해진 배경에 심 카드가 있습니다. 독자적이고 복잡한 암호화 과정을 거쳐서 송금이 이루어지긴 하지만, 그에 앞선 기본은 스마트폰 명의자와 실 소유자, 토스에 등록된 계좌의 예금주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알뜰폰’의 경우 “이통사를 통한 스마트폰 소유자 실명 확인이 가능한 경우에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이유죠.

셋. 디스플레이 패널 – VSCO 캠

▲출처: VSCO 사이트

아몰레드든 IPS든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패널이 반도체로 만들어졌다는 것, 고해상, 고화질의 TFT LCD 기반이라는 점은 공통적입니다. 하지만 표현력이 높아진 만큼 정밀하게 보정할만한 조건은 갖추지 못한 게 스마트폰이기도 하죠. 아마도 그래서 스마트폰 카메라 앱 중 ‘필터’가 풍부한 제품이 각광받고 있을 겁니다.

VSCO 캠은 가장 널리 알려진 카메라 앱이자 그 다양하고 아름다운 필터에 관한 한 이견이 없는 앱입니다. 워낙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 카메라 앱으로 시작해 전 세계적인 SNS로 발전한 인스타그램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그 양상은 좀 다를 것 같네요. VSCO 캠이 제휴 혹은 개발을 거쳐 유료로 판매하고 있는 필름 팩들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라는 한정적인 범주가 얼마나 무력한지를 똑똑히 보여주고 있거든요. 보다 사진가 중심의 SNS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넷. GPS – 스카이가이드

▲출처: 애플 앱스토어 Sky Guide

스마트폰에 GPS가 포함되었기에 지도, SNS, 음식 배달, 여행 등 보다 구체적인 범위에서 생활을 바꿔나갈 수 있었고, ‘포켓몬 고’처럼 뜻밖의 재미도 탄생했습니다. 스카이가이드도 포켓몬 고처럼 증강현실을 이용합니다. 책과 하늘을 나란히 놓고 봐도 망원경을 들여다봐도 좀처럼 파악하기 어려웠던 별자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밤에 홀로 집에 앉아 창밖에 대고 스카이 가이드를 켜니 ‘쌍어궁 자리’가 떴습니다.

비록 2월 20일과 3월 20일 사이에 태어난 물고기자리는 아니지만, 지금 그 시기를 살고 있는 건 어떤 계시일지 알 수도 짐작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별자리도 스마트폰도 만들어낸, 인간의 상상력에 대해 생각해보는 밤이 있습니다.

여전히 스마트폰이 그저 전화기인 분들도 있겠습니다. 습관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이런 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애초에 스마트폰에 포함된 다양한 반도체, 그것을 이용한 앱 대부분은 마치 구경거리처럼 일회적인 흥미에 그치는 제품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만큼이나 사람들의 감식안도 진화하면서 한번 눈길을 끄는 것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워졌습니다. “한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해본 사람은 없도록” 만드는 게 지금의 제작자와 개발자의 목표랄까요. 한번 제대로 스마트폰을 사용해보시길 권합니다. 쉽게 습관을 떨쳐내지 못하는 게 인간이지만,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든 적응하는 것도 인간이니까요.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semiconductors-in-smartphones/feed/ 0 스마트 저장 장치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가 혁신을 이끌다 /smart-storage-device/ /smart-storage-device/#respond Tue, 31 Jan 2017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smart-storage-device/ 1.png

에디터가 되면 뭐가 좋으냐는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대개 어떤 류의 답을 듣고 싶은지 짐작이 가서, “USB 메모리 부자가 된다”는 농담을 던지곤 합니다. 신제품 출시 행사 등에서 관례적으로 보도자료와 이미지를 담은 USB 메모리를 건넵니다. 2000년대 이후 모든 분야의 전면적인 디지털화의 결과, 종이 잡지의 업무에도 저장/전달 매체의 혁신이 이뤄진 것입니다. 최소 1GB부터 최대 16GB까지 그 용량도, 카드, 스틱, 열쇠 등 그 형태도 제각각입니다. 다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개 TLC 방식의 플래시 메모리를 준다는 점입니다. 저렴한 대신 최대 1,000회의 쓰기 횟수 제한과 비교적 느린 읽기/ 쓰기 속도가 특징이죠.

플래시 메모리의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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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컴퓨터 껐다 켜보라’는 건데요. 혹시나 무책임한 조치라고 생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근거가 있습니다. RAM은 휘발성 메모리로 전원 공급이 끊기면 데이터가 사라집니다. 컴퓨터 재시작으로 부적절하게 실행된 프로그램을 완전히 중단시킬 수 있죠. 한편 플래시 메모리처럼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남는 저장 장치는 비휘발성 메모리라고 부릅니다. (정확한 용어로 분류하면 RAM은 주 기억 장치, 플래시 메모리는 보조 기억 장치입니다.) 공히 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이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고, 비휘발성 메모리 안에서 SSD, CF, SD, eMMC, UFS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비휘발성 메모리 모두가 플래시 메모리 기반이다보니 그 단어가 대명사격으로 떠오른 것이죠.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플래시 메모리에 가까운 것은 NAND 타입입니다. 실행 코드가 저장된 NOR 타입과 구분되는 것으로 플래시 메모리 기반의 저장 매체가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말하자면 에디터는 ‘비휘발성 메모리, 그중에서도 TLC 방식의 NAND Flash 메모리 부자’ 인데요. 말만 어렵지 대체로 여러분이 쓰는 플래시 메모리가 여기에 속할 테니 당황하실 것 없습니다. 여러분뿐 만이 아닙니다. 전문가 또한 작고 가벼우면서도, 직사광선, 고온, 습기, 외부 충격에 강한 플래시 메모리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디지털화 이전의 저장 매체, 이를테면 하드디스크를 쓰다가 처음으로 SSD를 썼을 때의 충격을 떠올려보시죠. 플래시 메모리가 얼마나 급격한 기울기의 발전을 이룩해냈는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디제이, 사진가, 영상 감독의 플래시 메모리를 알게 된다면 그 방증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하나. 디제이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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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 샌디스크 익스트림 Z80 출처: 유투브

‘Phantom of Riddim’ ‘Registered Trade Mark’ 등의 파티를 주도하고, 케잌숍, 피스틸, 헨즈 등의 서울 유명 클럽에서 디제이로 활동 중인 깐돌은 샌디스크 익스트림 Z80 64GB 두 대를 쓰고 있었습니다. (혹시 있을지 모를 고장에 대비해 똑같은 데이터로 두 대를 들고 다녔습니다.) 이 모델은 ‘익스트림’이라는 모델명에서 드러나듯이 빠른 전송 속도가 특징입니다. USB 3.0 지원으로, 같은 버전의 포트에 연결 시 USB 2.0에 비해 최대 45배 빠르다고 얘기합니다. 최근의 TLC 방식 플래시 메모리의 성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입니다.

익스트림 Z80은 읽기속도 245MB/s, 쓰기 속도 50~190MB/s로 SLC 방식 USB 메모리의 속도를 넘어섭니다. 일반적으로 속도와 내구성, 안정성 면에서는 SLC> MLC> TLC, 가격 면에서는 TLC> MLC> SLC 순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를 배반하는 것이죠. 플래시 메모리의 발전으로 각각의 절대적인 읽기/쓰기 속도 차이가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예컨대 SSD나 블랙박스의 저장장치처럼 안정성과 내구성이 극히 중요한 경우라면 몰라도, 어느 정도 가격대성능비를 감안한다면 이제 TLC 방식의 USB 메모리도 문제없겠습니다.

둘. 사진가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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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스튜디오의 사진가 정우영은 , 등의 잡지와 광고를 통해 다수의 제품 중심 화보를 선보여 왔습니다. 중급기 이상의 DSLR 카메라는 CF카드와 SD카드를 모두 지원합니다만, 스튜디오 촬영에서는 주로 CF 카드를 사용합니다. ‘컴팩트 플래시’라는 1994년 샌디스크가 개발한 규격인데요. 여타 메모리 카드와 달리 카드 내부에 콘트롤러를 포함해 고용량, 고성능의 제품을 생산하기 용이하고 호환성 문제도 적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품 생산 단가가 높고 제품 크기가 다소 크다는 단점을 감수할 수 있어서 아무래도 전문 사진가들에게 적합하죠. 그의 말에 따르면, 딱히 브랜드를 가리지도 않을뿐더러, 16GB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용량 또한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쓰기 속도였습니다. 디지털 백이 부착된 중형카메라에서 고해상도 ‘RAW’ 포맷으로 사진을 찍다보면 연사할 때 랙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것이죠.

한편 SD 카드는 주로 야외촬영 시 보조 저장 매체로서 챙긴다고 했습니다. 샌디스크, 파나소닉, 도시바 등이 공동 개발하고 1999년 처음 발표된 SD 카드는 크기도 작고 전송 속도도 빨라 소형기기에 적합했습니다. 덕분에 스마트폰과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에 활용되면서 가장 대중적인 플래시 메모리로 자리 잡았죠. 다만 한 가지 한계가 대용량화였는데, 지난 2009년 이론상 최대 용량 2TB, 최대 속도 300MB/s의 SDXC 규격 발표와 함께 그마저도 사라졌습니다. 사진가 정우영이 최근 구입한 플래시 메모리 역시 트랜센드의 SDXC CLASS10 UHS-U3 256GB였습니다. 야외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4K 촬영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마찬가지로 고해상 고용량 이미지의 쓰기 속도를 감안한 선택입니다.

셋. 영상 감독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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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 소니 XQD 메모리 카드

에프엑스, 레드벨벳 등의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잘 알려진 신희원은 촬영 장비에 따라 다른 메모리 카드를 썼습니다. 큰 규모의 촬영에서는 알렉사 미니를 주로 사용하고 이 경우 렉사의 프로페셔널 3400X CFAST 2.0 64GB를 썼습니다. 안 그래도 전문가에게 애용되는 CF인데, CFAST는 그보다도 발전된 규격입니다. 이 제품만 해도 최대 읽기속도가 510MB/s니까요. 알렉사 미니에 걸맞은 괴물 같은 성능이랄까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촬영에서는 흔히 ‘다큐멘터리 카메라’라고 일컬어지는 소니 PXW-FS7에 소니 XQD 메모리 카드를 끼운다고 했습니다.

XQD는 니콘, 렉사, 소니가 공동 개발한 차세대 플래시 메모리입니다. 가장 최근 발표된 G 시리즈의 경우 최대 읽기속도 440MB/s로 역시나 만만치 않은 성능을 보여주며 CFAST에 비해 가격도 반 이상 저렴합니다. 하지만 전용 리더기가 반드시 필요한데요. 이것이 니콘과 소니의 일부 기기에만 갖춰진 터라 아직은 갈 길이 먼 규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에디터는 “USB 메모리 부자”라는 농담이 얼마나 유효할지는 장담하지 못하겠습니다. 종이잡지의 디지털화도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는 이상, 홍보하는 쪽에서도 4K 영상이나 360 사진을 제공하는 등의 변화가 뒤따를 수 있을 테니까요. 비단 에디터뿐일까요? 어쩌면 세상에 존재하는 직군의 숫자만큼 플래시 메모리의 종류가 다양해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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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효율적인 빛! LED 반도체가 21세기의 빛을 만들어낸다 /most-efficient-light/ /most-efficient-light/#respond Mon, 02 Jan 2017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most-efficient-light/ LED반도체_메인_색감.png

세상에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탄생하는 발명품들이 무수히 존재합니다. 기술 발전의 산물은 우리의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고 혁신적인 변화를 이뤄내지요. 오늘은 위대한 발명품 중에서도 전류를 넣으면 빛을 발산하는 반도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바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LED (Light Emitting Diode)입니다. 그 어떤 광원보다 전력 효율이 높고, 반영구적인 수명을 가진 LED는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데요. 흔히 떠올리는 전등이나 전자기기의 백라이트가 아닌 색다른 방식으로 LED를 적용한 제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LED 혁명으로 세상에 나온 혁신적인 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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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노벨물리학상은 청색 LED를 개발한 아카사키 이사무, 아마노 히로시, 나카무라 슈지에게 돌아갔습니다. 반도체가 빛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은 1907년이고, 1950년대 말엔 적색 LED가 세상에 나왔지만, 청색과 녹색 LED의 등장은 한참을 더 기다려야 했죠. 1990년대 녹색과 청색 LED가 상용화 되면서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LED TV, 스마트폰 등이 세상에 나오게 됐습니다. 다른 색을 조합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색깔이 이 세 가지니까요.

이렇듯 청색 LED의 등장으로 우리는 편리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LED는 전기 에너지를 빛 에너지로 변환하는 발광기기 중 가장 뛰어난 효율을 보여줍니다. 일반적인 LED는 300루멘퍼와트로, 백열구 16개, 형광등 70개의 밝기효율과 맞먹습니다. 또한 백열등과 형광등의 수명이 각각 1천, 1만 시간인데 비해 LED는 10만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2013년 체결된 국제수은협약에 따라, 수은이 함유된 형광등이 세계 140여개국에서 2020년까지 퇴출될 예정인데요. 경제적으로도 환경면에서도 LED는 혁명이었습니다. LED 혁명에 힘입어 제품 분야에서는 끊임없이 창의적인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지요. 이번 시간에는 LED 혁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TV나 스마트폰 이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의 신제품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하나. 버튼을 없앤 새로운 키보드 레노버 요가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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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견 레노버 요가북에는 키보드가 없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태블릿 아니냐고요? 태블릿이긴 한데, 그렇다고 노트북이라는 분류에서 빠진다 해도 꽤 이상합니다. 화면과 마주한 알루미늄 판이 있는데요. 이 부분이 ‘크리에이티브 패드’이자 ‘사일런트 키보드’거든요. 키보드 기능을 활성화하면 풀사이즈의 LED 백라이트 키보드가 나타납니다. 크기와 무게, 터치 LCD의 장점을 바라고 노트북이 아닌 태블릿을 선택했겠지만 정교한 문서, 디자인 작업 등에서는 불편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태블릿의 터치 키보드는 크기도 작고 물리적인 키보드와 키감도 다르니까요.

‘사일런트 키보드’는 햅틱 반응 기능을 내장했습니다. 물리적인 키보드와 동일한 크기로 태블릿의 터치 키보드보다 훨씬 나은 조작감과 키감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 이름처럼 조용하기 때문에 도서관 등의 공공장소에서 사용할 때 좋습니다. LED는 매우 작고 밝아서 LED 백라이트 키보드로 활용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기능하지 않을 때의 효율까지 실현했습니다. 키보드 기능을 비활성화하면 LED 백라이트 키보드가 꺼집니다. 전용 스타일러스 펜 ‘리얼 펜’을 사용해 이 부분을 최대 2048단계의 압력과 100도의 기울기를 감지하는 패드로 쓸 수 있습니다. 와콤의 필압 기술이 적용된 전문가급 패드입니다. 유연하게 또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시곗줄 힌지는 태블릿으로 변신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알루미늄판을 거꾸로 접으면 그야말로 태블릿입니다. 키보드 부분이 180도 접히는 태블릿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먼지와 오염에 취약한 키보드를 그대로 바닥에 깔고 사용해야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레노버 요가북에 이르러 온전한 3 In 1 노트북이 완성되었네요.

둘. 작은 빛이 주는 편리함 리코 WG5 GPS / 테팔 에어포스 12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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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의 등장은 플래시 분야의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플래시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휴대성, 효율성, 경제성을 모두 만족했으니까요. 하지만 빛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플래시는 점차 그 효용성을 잃어갔고 이제는 개별성마저 잃고 있습니다. 당장 스마트폰이라는 개별 플래시에 준하는 조명을 항상 들고 다니고 있으니까요. LED 조명은 스마트폰을 넘어 이제는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분야까지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스포츠 카메라’ WG5-GPS는 렌즈 주변에 6개의 LED를 달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현미경 모드’가 가능해졌습니다. 매크로 촬영을 위한 것이지만, 야외활동 시 안전 장비로 쓸 수도 있고, 수중촬영이나 야간촬영 시에도 훨씬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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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팔 에어포스 12V는 청소기 헤드에 LED를 부착했습니다. ‘델타헤드 LED 조명’입니다. 기본적으로 청소기는 흡입력으로 평가합니다. 강력한 모터 힘에는 진동과 소음이 뒤따르고요. LED가 아니었다면 이런 대담한 시도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델타헤드 LED 조명’으로 침대 밑, 소파 밑, 가구 밑 같은 어두운 곳까지 헤드를 밀어넣어 청소할 수 있습니다. 무작정 감으로 쓱 훑는 게 아니라 마지막 남은 머리카락 하나까지 확인해 샅샅이 훔쳐낼 수 있습니다.

셋. 줄넘기의 시각화 탱그램 스마트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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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탱그램 팩토리 홈페이지

달리기, 자전거, 수영 등 다양한 운동 기록을 표시하는 피트니스 밴드가 정복하지 못한 영역에 LED가 도달했습니다. 스마트 로프는 가만히 내려놓으면 평범한 줄넘기처럼 보이지만, 줄 부분에 LED가 들어가있습니다. 스마트 로프로 줄넘기를 하면 허공에 횟수가 실시간으로 표시됩니다. 줄넘기의 회전 속도를 계산해 LED로 숫자를 나타내는 것이죠. 바로 넘기, 2단 넘기, 3단 넘기, X자 넘기 모두 가능한데요. 단, 줄의 좌우가 바뀌는 X자 넘기에서만 숫자가 표시되지 않습니다. 로프의 LED 밝기는 3단계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로프에서는 LED의 두 가지 장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줄넘기에 들어갈 만큼 작고 가볍다는 것, 주간 야외 활동에서도 쓸 수 있는 밝은 조명이라는 것!

넷. 하이엔드 게이밍 머신 레이저 블랙위도우 크로마 오버워치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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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게임용 장비는 LED가 가장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게임은 읽기나 보기 라기보다 달리기에 가까운 일종의 체험이고, 그 역동성을 수식하는 PC 게임용 장비에서 LED 만큼 효과적인 장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요즘 PC 게임용 키보드는 1680만 색을 지원하는 LED 백라이트가 기본으로 자리잡은, 그 엄청난 색 재현력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레이저 블랙위도우 크로마 시리즈는 1680만 색을 재료로, 멈춰있는 한 가지 색이든, 이동하는 세 가지 색이든, 점멸하는 37개 색이든 자유롭게 사용자가 지정할 수 있습니다. 레이저 시냅스 라는 자체제작 소프트웨어인데요. 다른 레이저 크로마 게임용 장비의 LED 색까지 키보드와 동기화할 수도 있습니다. ‘오버워치 에디션’은 2016년 가장 센세이셔널했던 그 게임을 위해 만들어졌죠. 게임 시 영웅 별로 키보드 LED 백라이트가 반응하며, 쿨타임이 있는 기술 시전 시 해당기술의 쿨타임과 동일한 간격으로 LED가 반짝입니다.

혹시 필립스의 ‘휴’ 시리즈처럼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조명의 전원과 밝기, 색깔까지 조종할 수 있는 스마트 조명은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 이번 시간 소개해드린 제품들을 보고 LED가 아주 특수한 분야에서만 사용된다고 여길지 모르겠습니다만, LED에서 시작된 혁명은 이미 생활을 바꾸고 있습니다. 지금 LED는 당신의 생활에 첨단의 가능성을 더하는 방법입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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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의 기본 MCU! 반도체는 우리집의 브레인이다 /basic-mcus-in-electronics/ /basic-mcus-in-electronics/#respond Tue, 29 Nov 2016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basic-mcus-in-electronics/ MCU_메인_수정3.png

반도체의 사전적 정의는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정도의 전기저항을 가지는 물질”입니다만, 차라리 이해하기 쉽게 ‘다재다능’이라고 기억해두는 게 어떨까 합니다. 예컨대 전자제품의 핵심적인 반도체 중 하나인 MCU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두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CPU를 통합형 칩셋으로 소형화 해서 구성한 것이 바로 MCU인데요. 이 소형 칩 하나만으로 주변 장치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 자체가 직접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통해 모든 지적, 감각적, 신체적 활동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인간의 뇌와 비슷한 것이지요. 혹시 전자제품을 가장 다각도로 탐구해보고 다뤄보는 때가 언제인지 아시나요? 갖가지 가전, 가구가 늘어져 있는 이삿날은 전자제품만이 아니라 MCU에 대해 알아보기에도 좋은 날입니다.

센서와 시각정보의 역할을 하는 M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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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이케아

여러분은 새로 이사 간 집에 가구 하나 들여놓기도 전에 MCU(Micro Controller Unit)와 마주합니다.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이사하면서 창문을 닫아둘 수는 없습니다. 보일러를 켜야겠죠. 보일러 온도 조절기에 MCU가 탑재되어있습니다. 뇌가 신체만이 아니라 신체로 조작하는 도구까지 관여하듯이, MCU는 각종 센서와 연동해 그 전자신호를 인식합니다. 보일러 온도 조절기의 MCU는 온도 센서와 연결돼있습니다. 그 결과로 ‘15도’라고 표시하거나, ‘난방’ 혹은 ‘온수’ 버튼에 불이 들어오는 것이죠. LCD와 LED에 글자를 표시하거나 LED 불빛, 플래시를 켜는 것 역시 MCU의 역할입니다. MCU는 전자 센서의 신호를 측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출력하는 것까지 책임집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삿짐을 옮겨볼까요? 아마도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장 큰 가구들의 자리를 잡는 것일 텐데요. 침대, 책장, 책상, 식탁, 소파 등 큰 물건을 중심으로 배치를 고민하실 겁니다. 방 보다는 거실과 같은 공용 공간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고요. 설마 가구 위치만 신경 쓰다가 전자제품의 위치를 무시하진 않으셨나요? 어쩌면 도시생활과 밀접한 냉장고와 TV, 세탁기도 가구 못지않게 중요하고 또 큽니다.

위치 잡기가 비교적 어렵지 않은 TV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아무래도 소파의 위치를 고려해서 놓으시겠죠. TV를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위치이자 리모컨을 조작하는 위치일 겁니다. TV 리모컨의 적외선 센서에 의한 신호가 MCU를 통해 출력됩니다. 아직 인터넷 TV 단말기는 설치되지 않았을 테니 전원을 켜봤자 ‘신호없음’ ‘입력 HDMI’ 등의 알림만 나오겠지만요. TV에 포함된 첨단 반도체는 하나하나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지만, 아주 기초적인 시각 정보를 표시하는 데는 여전히 MCU가 사용됩니다. TV의 MCU는 빛 센서와 연동해 명암, 밝기, 색 보정 등 TV의 기본 설정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정하는데도 이용됩니다.

모터 제어, 청각정보로써의 M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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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이케아

주방 쪽으로 가볼까요? 냉장고는 싱크대, 식탁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텐데요. 식탁과 싱크대 중간에 놓으면 양쪽에서 좀 더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겠죠. 냉장고는 전기모터의 힘으로 압축을 가해서 냉매를 만들어내는데요. 이 압축기 역시 MCU에 의해 제어됩니다. MCU가 애초에 전자계산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아실 필요가 있습니다. 계산이 본래의 목적이었던 것이지요. MCU는 압축기의 힘과 속도, 방향을 계산해 냉동실과 냉장실의 온도를 각각 다르게 조절합니다. 요즘 냉장고에는 대개 바깥에 디스플레이가 있는데, 이 냉장, 냉동 온도 표시 역시 MCU가 하는 일이라는 건 이미 알고 계시겠죠?

식탁과 냉장고 위치를 잡았다면 김치냉장고, 식기 건조기, 전기오븐, 전자레인지, 정수기, 음식물처리기 등등 각각 가지고 계신 주방용 전자제품을 놓을 차례죠. 이 모든 제품에 MCU가 반영되어있지만, 여기에서는 MCU의 특징을 설명하기에 효과적인 전자레인지를 예로 들까 합니다. 전자레인지 또한 냉장고처럼 전기모터를 돌려서 전압과 시간과 온도의 관계를 계산합니다. 1000W에서 1분을 데우라는 레토르트 식품의 지시사항은 그렇게 탄생한 겁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다 되면 ‘삐삐삐삐’하고 경보음이 울릴 텐데요. 이 역시 MCU가 지시한 결과입니다. 경보음이 나오는 대개의 전자제품들은 MCU에 의지하는 것이라고 봐도 크게 무리 없을 겁니다. 예컨대 세탁기가 다 돌아갔을 때 나는 경보음도 마찬가지겠죠. 에어컨을 켜고 끌 때 나는 신호음도요. 냉장고와 전자레인지에서 보여주는 MCU의 능력은 그대로 세탁기든, 에어컨이든 이어집니다. 모터를 제어해서 시간과 온도, 세기 등을 조절하는 것, 그것을 표시하거나 신호음을 통해 알려주는 것 등 모두 그 작은 반도체의 역할 입니다.

단순하게, 더 쉽게 만드는 M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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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 다재다능을 설명하는 좋은 예가 MCU라고 설명 드렸는데요. 그러나 이것은 아주 쉽고 단순해보이면서도 다재다능하다는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센서가 필요하다거나 모터를 돌리고 압축기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 그 시각적, 청각적 기능을 하나하나 이해하고 있어야 작동이 가능한 것이라면 다재다능도 큰 의미는 없을 것입니다. 전자식 도어락은 MCU의 단순화된 다재다능을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자, 이제 거실과 주방이 완료되었다면 한 템포 쉬고 바깥에서 식사라도 하고 와서 방 정리를 하시면 좋겠네요. 도어락 속 MCU를 살펴보기 위해 현관문으로 가볼까요?

전자식 도어락은 나서면서 문을 걸어 잠글 필요가 없습니다. 자동으로 문이 닫히고 ‘삑삑삑’하는 소리가 날 뿐이죠. MCU가 집안에서 바깥으로 나간다는 것, 즉 안쪽 문고리를 돌렸다는 걸 인식하고 자동으로 잠그는 겁니다. 집안으로 들어갈 때는 어떤가요? 전자식 버튼을 표시하고 그 버튼을 누를 때마다 소리를 내고 잠금을 해제하는 과정을 MCU가 통제합니다. 전자식 도어락은 AA 혹은 AAA 배터리를 전력원으로 할 텐데요. 이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그것을 표시하고 경고음으로 나타내는 것도 MCU입니다. 아주 단순한 제어이지만, 기존의 열쇠도 그리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MCU를 거치자 더 단순해지기 어려울 것 같은 일까지 단순해졌습니다. 물론 이 처리 과정 자체는 그리 간단하지 않고, 더군다나 전자식 도어락은 보안성이 중요합니다. MCU는 까다로운 보안 분야에서도 그 기본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시면 좋겠네요.

그러고보면 MCU는 열쇠와 참 닮은 점이 많습니다. 그 자체로는 작아서 눈에 띄지도 않지만 모든 것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지요. 일단 갖춰지지 않으면 시작도 해볼 수 없는 점에서도 유사합니다. 여러분이 모든 전자제품을 사용할 때, MCU는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열쇠로써 거기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전자제품 속에 담긴 작은 칩 하나로 우리는 더 편리하고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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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신용카드, 반도체가 편의와 보안을 책임진다 /evolving-credit-cards/ /evolving-credit-cards/#respond Tue, 01 Nov 2016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evolving-credit-cards/ 신용카드_메인수정.png

오늘 한번쯤 편의점에 들르셨겠죠? 여러분이 마신 그 음료수를 살 수 있었던 건 바코드 덕분입니다. 숫자를 굵기가 다른 수직 막대로 표현해 광학적 인식이 가능하도록 만든 코드죠. POS 컴퓨터가 바코드를 읽어 품목과 가격을 연산합니다. 숫자는 이름을 넘어서는 효율을 발휘합니다. 사회가 크고 복잡해질수록 숫자의 역할이 커지는 건 당연했죠. 지금은 두 자리 숫자로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방대하게 숫자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 번호, 만기일, CVC번호의 조합으로도 ‘보안에 취약하다’고 일컬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오늘은 화폐경제가 발전하면서 진화한 신용카드에 대해 살펴보고, 보안을 책임지는 반도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마그네틱 카드에서 IC 카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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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계좌번호 정도는 외우실 겁니다. 숫자를 불러주거나 입력할 일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외우는 경우죠. 신용카드 번호는 어떤가요? 따로 적어서 다니는 분은 있겠지만, 외우는 분은 드물 겁니다. 대개 신용카드는 단말기와 신용카드 마그네틱의 전기적 접촉을 통해 결제가 이루어져왔습니다. 하지만 2015년 7월 21부터 새로운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적용되었죠. 핵심은 업장에서 IC칩을 인식하는 단말기를 사용하는 겁니다. (2018년 7월 21일부터 의무 적용됩니다.)

마그네틱 카드는 간편했습니다. 입력장치에 마그네틱을 통과시키는 것만으로 쉽게 데이터를 담을 수 있었죠. 신용카드, 공중전화카드, 각종 출입증에 빈번이 사용된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내구성이 좋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위변조가 쉬웠어요. 용량이 약 72바이트에 불과했거든요. 그에 비하면 IC 카드는, 전자계산기에서 개인용 컴퓨터만큼의 진보를 이룩했달까요. 반도체 기반의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를 내장한 카드, 초소형 컴퓨터라고도 볼 수 있는 카드였습니다. 1메가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암호화 하거나 특정 규격의 컴퓨터와 호환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어서 보안성도 무척 높았죠. 2003년부터 거의 모든 신용카드가 IC 신용카드로 발급되어왔고, 이미 은행 자동입출금기는 IC 카드만 지원 중입니다. 이제 IC 카드가 없으면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지요. 과장만은 아닙니다. 제가 해봤는데, 불가능하더라고요.

마그네틱 카드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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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태국 여행 후 귀국길이었습니다. 방콕 돈므앙 공항에 도착해서 알았습니다. 호텔 카운터에 지갑을 두고 왔다는 걸요. 당장 호텔에 돌아가 찾아오는 게 불가능하진 않았지만 무모해보였습니다. 다행히 친절한 호텔 직원이 지갑을 챙겨주는 것도 모자라 내일 EMS로 보내주겠다고 얘기해줘서 안심했죠. 동행한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돈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갚겠다고 말하고 밥도 먹고 쇼핑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천공항에서 헤어지면서 친구가 돈을 빌려주겠다고 할 때는 거절했습니다. 더 이상 신세지는 것도 미안했고, 오래전에 함께 들고 다니며 번갈아 쓰던 신용카드가 집에 있었거든요. 그걸로 며칠쯤 지내면 되겠지 했습니다. 다음날 출근길부터 문제가 생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출근길에 집 앞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마지막으로 산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 버스카드를 사기 위해서요. 이 신용카드에는 교통카드 기능이 없었죠. 교통카드 기능은 RFID 태그가 담당합니다. 신용카드에 IC 칩 말고, 아주 미세하게 돌출된 부분이죠. RFID 태그 역시 반도체로서 식별정보가 입력돼있습니다만, 안테나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IC 칩과는 다르죠. 굳이 접촉하지 않더라도 단말기의 전파에 반응하며, RFID 태그의 정보를 송출할 수 있습니다. 다만 RFID 태그가 뭔지는 알아도, 버스카드를 현금으로만 살 수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현금카드 기능까지 합쳐진 신용카드를 사용 중이었죠. 즉, 제게 현금카드는 태국의 한 호텔에 놓고 온 신용카드뿐이었습니다. 통장에 돈이 있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신용카드만 가지고 며칠을 지내야겠구나 생각하면서 택시를 잡았습니다.

신세가 있는 회사 동료에게 치킨과 맥주를 사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5회말까지 프로야구를 보면서 마셨습니다. 여독이 안 풀렸는지 길게는 못 앉아있겠더군요. 무거운 몸을 일으켜서 카운터에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제 카드를 인식하지 못했어요. 수차례 긁어도 안 됐죠. 아침에 택시에서 분명히 긁었는데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당황스러워서 신용카드를 받아들고 보니, 마그네틱이 붙였다 잘못 뗀 스티커 흔적만큼 남아있었습니다. 오히려 아침에 택시에서 결제가 된 게 기적이었죠. 천천히 한 번만 더 긁어보자는 모자란 말을 덧붙였습니다. 동료에게 갚을 빚은 두 배로 늘었습니다. 술값을 내고 나오는 동료에게 3만원을 빌렸습니다. 적어도 버스카드는 살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컴퓨터를 켜니 해외 온라인 숍에서 대금결제요청메일이 와있었습니다. 해외의 작은 온라인숍의 경우, 먼저 재고를 파악하고 정확한 금액을 메일로 보내주곤 합니다. 마그네틱 문제이니 온라인 결제는 문제가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CVC 번호가 애매했죠. 서명란이 지워질 대로 지워져 숫자 두 개가 희미했습니다. 가운데 5는 확실했는데, 처음과 끝자리가 지팡이 모양만 남아있었거든요. 아라비아 숫자 가운데서는 8, 9, 3, 2에 지팡이 모양이 있습니다. 상당히 근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859, 858, 853, 852…’ 어떤 숫자도 승인되지 않았어요. 가운데 5가 설마 6인가, 라고 의심하고 나니 의욕이 사라졌습니다. 의욕이 사라진 자리에 부아가 치밀었습니다. 지갑이 도착하는 게 빠를지, 카드를 재발급 받는 게 빠를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가늠해보면서 그날 밤을 보냈습니다.

NFC를 이용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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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스마트폰 결제서비스를 이용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입니다. 2015년 여름 즈음부터 ‘애플 페이’, ‘안드로이드 페이’, ‘삼성 페이’등의 서비스가 본격화되었습니다. 주로 NFC근거리무선통신을 활용했습니다. NFC 역시 반도체이자 안테나로서 RFID와 유사하지만,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NFC가 내장된 스마트폰은 단말기가 될 수도 태그가 될 수도 있죠. 예컨대 매장 결제 시에는 태그로서 기능하지만, 다른 교통카드의 잔액을 확인할 때는 단말기가 될 수도 있는 거죠. 스마트폰에서 자기장을 생성해 기존의 마그네틱 인식 단말기에서도 사용가능한 MST자기보안통신 방식도 있긴 합니다만, 당분간 모바일 페이에서 NFC 만큼 뜨거운 화두는 없을 듯합니다.

 

바코드든, IC 카드든, NFC든 지금까지 사용자는 여기에 대해서 굳이 세세하게 알 필요가 없었습니다. 숫자를 사용하지만 숫자가 드러나지 않은 채 사람들의 편의를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무척 좋은 기술이라는 생각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공대생은 아니거든요. 또한 세상은 공대생의 눈으로 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반도체는 청소부, 소방관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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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음악 매체의 시대, 반도체가 음악을 담는다 /richest-in-history/ /richest-in-history/#respond Mon, 03 Oct 2016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richest-in-history/ 낸드플래시-메인.png

우리는 음원과 스트리밍의 전성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 세대는 언제 어디서나 몇 번의 손가락 터치만으로 음악을 듣습니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손톱만한 작은 크기의 반도체 칩 안에 방대한 양의 음반을 담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죠. 이렇듯 반도체의 발전은 우리 생활을 놀라울 정도로 변화시켰습니다. 오늘은 음악을 통해 시간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음악 저장 매체 진화의 견인차! 반도체 이야기도 함께 하면서 말이죠.

음악 저장 매체는 어떻게 진화해왔을까?

“당신의 주머니 속 1천곡의 노래.” 2001년 발매된 애플 아이팟의 첫 번째 광고문구입니다. 약 10곡을 한 장의 앨범으로 본다면, 앨범 100장을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의미였죠. 64기가바이트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의 관점에서는 그저 귀여울 뿐이지만, 전문가들은 아이팟의 성공 배경을 그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더불어 MP3 플레이어의 대용량화에서 찾습니다.

CD 시대의 음악 애호가라면, 최대 30장까지 들어가는 CD 케이스는 들고 다녔어요. 카세트테이프의 시대에는 겨우 10장쯤이었죠. 바이닐레코드의 시대요? 바이닐레코드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다면, 읽지 않는 책을 들고 다니는 습관과 비슷했을 겁니다. 하지만 MP3의 시대를 넘어 스트리밍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 앨범이 몇 장 들어가는지는 무의미해졌습니다. 어떤 음악을 듣는 가에 앞서 어떤 음악 매체를 선택하는가, 어떤 매체가 내게 적합한가? 라는 질문이 등장한 것이죠. 동시대의 관점에서 다양한 음악 매체를 살펴본다면 답을 찾아내기 좀 더 수월하겠네요.

하나. 아날로그의 역습 카세트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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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전 인터넷을 떠돌던 이미지 한 장이 있었습니다. 카세트테이프와 연필이 나란히 놓인 사진 위로, “미래 세대는 이 독특한 관계에 대해 절대 알지 못할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셨다면 ‘미래 세대’도 이젠 아실지 모르겠네요. 예컨대 A면 첫 곡을 다시 들으려면 테이프를 처음으로 감아야하는데,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의 배터리 용량은 한정적이었습니다. 배터리를 아끼고자 카세트테이프의 홈에 연필을 끼워서 직접 돌렸던 거죠.

카세트테이프가 재생된다는 건 음성 신호가 저장되어있는 마그네틱테이프가 이 홈에 맞물린 카세트 플레이어의 모터에 의해 돌아가면서 헤드를 통해 읽힌다는 의미였습니다. 음악을 골라서 들을 수 없었고, 너무 많이 들으면 열화로 인해 음질이 손상되었지만, 바이닐레코드의 시대를 살았던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원하는 음악을 밖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적은 CD플레이어와 MP3 플레이어, 스마트폰의 시대를 거치며 서서히 일상이 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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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2010년, 소니가 워크맨 생산 중단을 발표합니다. 2012년, 소니는 어학용으로 쓰이던 카세트 레코더마저 단종시켰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카세트테이프 생산량은 2007년 최저점을 찍은 후 매년 급등하고 있습니다. 영국 내 음반 판매량 자료에 따르면, 2007년 2만5천장이 판매되었고, 2015년에는 무려 2백10만장이 팔렸습니다. 엑소의 CD 판매량이 최대 37만장인 시대에 말이죠.

카세트테이프 판매의 호조는 바이닐레코드의 부활과 함께 설명될 수 있습니다. 음악이 비가시적이고 비물리적인 매체로 아무렇게나 소비되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바이닐레코드의 부활을 불러왔지만, 바이닐레코드를 충분히 수집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진, 좋은 음질로 들을 수 있는 장비를 갖춘 사용자는 흔치 않았던 것이죠. 요즘의 카세트테이프에는 거의 90퍼센트 이상 다운로드 코드가 들어갑니다. 즉, 음악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물리적인 매체로 소유할 수 있고,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있다면 아날로그 특유의 따뜻하고 두꺼운 소리를 즐길 수 있으며, 아니더라도 좋은 음질의 파일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좀 이상한 방식의 소비인가요? 하지만 한때 즐겨 입다가 유행이 지났거나 해졌거나 살이 쪄서 입지 않는 옷, 하지만 왠지 버릴 수는 없는 옷이 집에 얼마나 많은가요. 사용하는 것과 소유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거죠.

둘. CD플레이어의 몰락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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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가수는 CD로 앨범을 내는데, 음반 업계 관계자들은 CD가 죽었다고 말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CD의 죽음이라기보다 CD 플레이어의 죽음입니다. CD의 생명연장 장치였던 데스크톱 컴퓨터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울트라북의 유행과 함께 랩톱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도 CD롬 드라이브입니다. 휴대용 저장장치로서의 역할은 외장하드와 외장 SSD, USB 메모리가 충분히 대신하고 있으니까요.

이미 MP3 플레이어의 시대부터 뒷전으로 물러나기 시작했습니다만, 그래도 그때는 정말 좋아하는 음반은 구입해야한다는 감각이라도 있었습니다. CD플레이어가 없는 이상, CD는 기념품과 다를 바 없는 수집 취미의 대상입니다. CD는 카세트테이프의 단점을 충분히 보완하는 매체였습니다. 원하는 곡을 선택할 수 있고, 반영구적인 형식이었죠. 물리적인 매체라는 점에서 카세트테이프, 바이닐레코드와 딱히 다를 바도 없었고요. 음반을 소비하는 층에서 생겨난 디지털에 대한 막연한 반감, 효율(카세트테이프)과 사치(바이닐레코드)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어정쩡한 위상 탓에 급격하게 소외된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나마 남아있던 MP3나 스트리밍보다 좋은 음질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무손실 음원에 가리고 말았습니다. 업계에서는 CD가 홍보나 기록의 수단으로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 보고있습니다. 하나 추가하자면, 시대보다는 자신의 습관을 소중하게 여기는 분들도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셋. 추억을 되감아 시대를 역행하다! 바이닐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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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잘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만, 전년 대비 전체판매량이 50% 증가하는 시장, 지난 5년간 전체판매량이 260% 높아진 시장이라면 괜찮은 것 아닌가요? 미국 내 집계이긴 합니다만, 바이닐레코드 특유의 활발한 중고 시장을 제외하고도 그렇습니다. 바이닐레코드 시장의 폭발은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우화 같습니다.

지금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켜면 곧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당장 바이닐레코드를 산다고 해서 삶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도 않는데, 1인 가구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원룸 가구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치에 맞지 않게 바이닐레코드가 점점 더 팔려나갑니다. 가장 작은 캔버스 크기(가로세로 30센티미터)의 아트워크를 제공하는 슬리브, 바늘이 바이닐레코드의 그루브를 타고 흐르면서 만들어지는 높은 음압의 소리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시나요? 끼어들 수 없는, 각자 결정해야할 문제겠죠. 다만 유행과 가치가 자주 혼동되고, 그것이 비례하는 것도 아니기에, 그 둘을 분명히 구분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음원이나 CD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인류가 만들어낸 수십 년간의 음악 유산을 찾아내겠다는 의지를 가진 분, 귀를 울리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원하시는 분에게는 바이닐레코드야말로 지름길일 것입니다.

넷. 지하철에서 하나씩 들고 다녔던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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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128메가바이트 용량의 MP3 플레이어를 꽤 오랫동안 들고 다녔습니다. 약 20곡을 기준으로, 어느 곡을 지우고 어느 곡을 남길 것인지 등굣길마다 고민했었죠. 앞서 아이팟이 MP3 플레이어의 대용량화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1세대 아이팟의 용량이 5기가바이트였습니다. 정확히 제가 쓰던 128메가바이트 MP3 플레이어를 들고 다니던 시절에 나왔죠. 아이팟이 몰고 온 충격을 실감하실 수 있으려나요? 스마트폰 시대에 이르러서도 아이팟은 ‘아이팟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하면서 최대 160기가바이트 용량까지 지원하는데요.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애플은 아이팟 클래식에 더 이상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문제는 하드디스크에 있었습니다. 아이팟 클래식에는 도시바의 1.8인치 하드디스크가 탑재됐는데, 도시바가 이 제품을 단종시킨 것입니다. 하지만 첨단 반도체 기술의 결정체인 낸드 플래시 메모리, microSD 카드, SSD까지 있었던 마당에 왠 하드디스크가 걸림돌이었나 싶죠? 결코 애플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져 있지 않았습니다. 스스로(아이폰이) 아이팟 클래식의 시장을 잠식해버린 게 컸죠. 이미 DAP(Digital Audio Player)라고 불리는, 무손실 음원 플레이어도 유통되고 있었어요. 스포티파이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고, 당대의 젊은이들이 음악을 찾아듣는 곳은 무엇보다 사운드클라우드나 유튜브였죠. FLAC 등의 무손실 음원을 지원하지 않아 빈축을 샀던 아이팟 클래식으로서는 몇 걸음 이상 뒤쳐진 셈이었습니다. MP3 플레이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고, 스마트폰을 잘못 쓴 게 아닌가 싶은 요즘이니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을까요?

다섯.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걸작 무손실 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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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손실 음원을 제공하는 아이리버 Asetell&Kern의 DAP

가장 보편적인 무손실 압축 음원인 FLAC을 예로 들면 좋겠습니다. 압축률에 따라 다르겠지만, 320Kbps MP3를 기준으로 했을 때 FLAC의 용량이 약 세 배쯤 큽니다. 4분짜리 곡이라면 320Kbps MP3가 약 10메가바이트, FLAC이라면 약 30메가바이트가 되는 거죠. 10곡이 수록된 앨범 한 장이면 300메가입니다. DAP는 필연적으로 고용량이어야 했습니다. 그러므로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고밀도화, 저가격화가 DAP를 가능하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특징이 뭔가요. 하드디스크 보다 작고 가벼우며, 직사광선, 고온, 습기는 물론 충격에도 강하다는 점입니다. 휴대용 기기에 쓰기에 더없이 적절했죠.

DAP가 대중화되면서 플래그십 스마트폰도 무손실 음원을 지원하기 시작했는데요. 스마트폰이 고용량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함께 microSD카드까지 지원하지 않았다면, 모르긴 몰라도 유명무실했을 겁니다. 그렇게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부터 최소 샘플링 주파수 2.8Mhz의 무시무시한 DSD 포맷까지 골라서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음악은 소유나 이해가 아니라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감상하는데 그 대부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도 풍요로운 시대가 분명합니다.

 

MP3 플레이어의 시대를 통해 음악이 퇴행했다는 비판이 2000년대 내내 있어왔지만, 언젠가부터 쏙 들어가고 없습니다. 퇴행하지 않았다고 단언할만한 근거가 나타나서가 아니라 음악 매체 다양성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일 겁니다. 음악을 찾아듣는 게 예전만큼 값진 일은 아닐지 몰라도 선택권은 여러분에게 있다고, 음악 매체 다양성의 시대는 말하고 있습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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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녹아든 전자여권! 반도체는 여행의 동반자다 /personal-information-intact/ /personal-information-intact/#respond Tue, 30 Aug 2016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personal-information-intact/ 전자여권 메인수정.png

“바다 건너 저 멀리”, “천리 타국”은 옛말입니다.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지방 소도시에 가는 것보다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는 ‘바다 건너 저 멀리’, ‘천리 타국’이 숱하죠.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줄어든 것에 비해 해외여행에 대한 부담감은 그만큼 줄지 않았습니다. 외국에 가기 위해서는 여권이 필요합니다. 여권은 외국인이 되는 통과의례, 외국인으로서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는 명령처럼 작용합니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한 남녀를 부부로 인정하는 것은 한 집에 살아서가 아니라 결혼식을 했기 때문이죠. 사회적 인간에게는 실제의 삶보다 의식(절차)이 끼치는 영향력이 더 큽니다. 여권이 있지만 집에 두고 왔으니 좀 봐달라는 말은 출국심사대 앞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공항 관문의 열쇠, 전자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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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챙겼음에도, 서 너 살 먹은 아이처럼 한 눈 파는 사이 어디 도망가지 않음에도, 누구나 여행길에 오르면 여권을 자주 확인합니다. 세 단계의 출국 절차에서 모두 여권이 필요합니다. 항공사 카운터를 통한 체크인, 공항 검색대에서의 소지품 검사, 출국심사대에서 받는 출국 결격 사유 확인. 10년 만에 해외여행을 나선 사람에게도 새로울 게 없는 과정이지만, 그 중에서도 인천공항 출국심사대만큼은 꽤나 변했습니다. 자동출입국 심사대가 신설된 것인데요. 미리 지문과 얼굴, 여권을 등록해 기기를 통해 간편하게 출국심사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항상 내 줄만 느린 것처럼 느껴지는 출국심사대 보다 빠르고, 왠지 경찰처럼 느껴지는 출국심사원과 눈을 마주치지 않을 수도 있죠.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진 배경에, 2008년 8월25일부터 시행된 전자여권제도가 있습니다.

전자여권은 ‘얼굴, 지문, 홍채 등의 생체정보와 성명, 생년월일, 여권번호 등의 신원정보가 담긴 IC칩을 삽입한 기계판독식 여권’을 가리킵니다. 종이여권과는 달리 카드 안에 내장된 반도체 칩에 각종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기게 됩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의 표준 규격에 따라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사용 중입니다. 특히 미국은 비자면제국에 한해 전자여권을 의무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여권 위조 방지 기술이 적용된 이 작은 칩은 입출국 절차를 간결하게 만드는 데도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있는 것과 써먹는 것은 다릅니다. 전자여권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자동출입국 심사 기기까지 갖춰진 우리나라 같은 곳은 흔치 않기 때문이죠.

혼돈의 파리, 샤를드골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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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파리 샤를드골 공항 페이스북

외국에만 나가면 한국의 인터넷 환경이 얼마나 쾌적한지 깨닫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파리의 샤를드골 공항에는 자동출입국 심사 기기는커녕 내국인과 외국인 두 개의 출국심사대만 있었습니다. 파리 유학생으로부터 그곳의 행정 서비스에 관해서는 익히 들었습니다. 예컨대 아무리 사람들이 자기 창구 앞에 길게 줄을 서있어도 옆 창구 직원과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얘기한다는 것이었죠. 그럼에도 개인을 극단적으로 존중하는 시민의식 덕분에 누구 하나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행정 처리조차도 시간을 장담하지 못한다는 부연설명도 함께 덧붙였습니다. 웃으며 흘려 듣는 이야기로만 그쳤다면 좋았겠지만, 친절하게도 몸소 체험할 기회가 한달음에 찾아왔습니다.

얼마 전 ‘유로 2016’ 결승전을 직접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 파리. 개최국인 프랑스와 포르투갈이 맞붙는, 평생 두 번 만나기 어려운 축제의 장이었지만 어느샌가 다 잊었습니다. 샤를드골 공항에서 시작된 사건 때문입니다. 워낙 넉넉하게 도착해서 서두를 것도 없이 출국심사대에 섰습니다. 줄이 길긴 했지만 탑승 시각까지는 2시간 가까이 남아있었거든요. 약 2백명 가량 늘어선 줄이 공항에서는 그리 낯선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도대체 줄이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뭔가 조치를 취하리라 기대하고 있는 동안 약 1시간이 지났습니다. 아주 조금 앞으로 나간 후에야 출국심사대가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딱 1명만이 출국심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급하지도 피곤해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여느 공항과 달리 샤를드골 국제공항은 공항 검색대보다 출국심사대를 먼저 만납니다. 즉, 아직 소지품 검사도 하기 전인데 1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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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파리 샤를드골 공항 페이스북

순간 주변 사람들이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아마도 파리 공항을 떠나 이스탄불 공항을 경유하는, 저와 같은 여정의 사람들이었을 겁니다. 몇몇이 사람들을 밀치고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러는 사이 저 멀리 이스탄불행 비행기 탑승객을 찾는 항공사 직원이 보였습니다. 먼저 출국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한 모양이었나 봅니다. 출국심사대를 통과했을 때는 30분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출국심사원은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공항검색대 앞도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이스탄불행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이 새치기를 하고, 뒷사람들이 욕하는 광경이 이전보다 더 과격하게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임박한 비행기 이륙 시간을 시계보다 더 정확히 보여줬습니다. 온 몸이 땀에 젖은 채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기내 좌석에 앉았을 땐, 이륙시간이 10분쯤 지연된 후였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죠. 제가 그 대열에서 가장 일찍 들어온 사람이었으니까요. 시간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사람들은 안전벨트를 푸르고 화장실에 갔고, 꺼놨던 전자기기 전원을 다시 켰습니다. 아직 탑승하지 않은 승객이 있는 건지 1시간이 지나도록 비행기는 미동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약 2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파리에서 이스탄불로 떠나는 비행기가 이륙했습니다.

뜻하지 않은 이스탄불에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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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에 도착하자 도쿄행 비행기 탑승객을 찾는 소리로 비행기 출구 앞이 분주했습니다. 하지만 어디서도 인천행 비행기 탑승객을 부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을까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거대 공항인 이스탄불 공항을 누비며 찾은 항공사 데스크에서는 또 한 번의 고성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이스탄불 항공에서의 경유 대기 시간은 1시간 30분! 설마 비행기가 떠났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비행기도 없었습니다. 이스탄불에서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는 하루에 한 대였기 때문입니다. 졸지에 이스탄불에서 24시간을 체류해야 했습니다. 다음날 원더걸스 인터뷰가 예정되어있었고, 잡지 마감 불과 3일 전이었는데 말이죠.

담당자는 이스탄불 시내 호텔을 내어줄 것이고, 세 끼의 식사를 제공하며, 항공사에서 운영하는 이스탄불 시내 투어버스도 이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마치 수능이 일주일 남은 학생이 3일 후 마감되는 호텔 식사권을 선물 받은 기분이랄까요. 약 열흘 전 자폭 테러로 31명이 사망한 바 있는 이스탄불 공항이었습니다. 간담이 서늘하고도 웃긴 얘긴데, 입국심사대 줄에 놓여있었던 의문의 쇼핑백을 모든 사람이 무슨 걸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깜짝 놀라 피하는 진풍경도 있었습니다. 24시간!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호텔에 틀어박혀 원고를 썼습니다. 인터뷰는 미룰 수 없어 다른 동료에게 부탁했죠. 가방 한 켠에는 외국임을 알리는 전자여권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전자여권과 함께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는 불문율도, 외국인이 되기 전의 긴장감도 상당 부분 느슨해지지 않았나 싶은데요. 오히려 해외여행이 옛날처럼 떨리지 않아서 아쉽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확실히 해외여행을 둘러싼 제반 환경이 충실해지면서, 해외여행 떠난다고 유난 떠는 사람이 촌스럽게 보일 지경이죠. 하지만 어떠한 기술의 진보도 여권에 담긴 의미까지 폐기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폐기할 수 없다면 개량하는 것. 전자여권은 그 첫 걸음이었고, 자동출입국 심사 기기는 지금 가장 앞선 형태의 서비스가 아닐까요?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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