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 SK hynix Newsroom 'SK하이닉스 뉴스룸'은 SK하이닉스의 다양한 소식과 반도체 시장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전달합니다 Thu, 13 Feb 2025 10:01:30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6.7.1 https://skhynix-prd-data.s3.ap-northeast-2.amazonaws.com/wp-content/uploads/2024/12/ico_favi-150x150.png 전자 – SK hynix Newsroom 32 32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with 김범준 교수] 보이지 않아도 모든 곳에 존재하는 물리학과 반도체 (4/4, 완결) /thirds-eyes-kimbeomjun-4/ /thirds-eyes-kimbeomjun-4/#respond Thu, 14 Dec 2023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thirds-eyes-kimbeomjun-4/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는 과학·기술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서로의 분야에서 공통의 주제를 이야기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넓혀가는 연재 콘텐츠입니다. 과학계의 최고 전문가와 최고의 ICT 기술을 만들어 내는 SK하이닉스 구성원 간의 대담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반도체를 더욱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국내 최고의 물리학 전문가인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김환영 TL, 민태원 TL, 임경선 TL, 조상혁 TL)들이 만나 정보의 기본단위가 0과 1로 처리되는 현재의 반도체를 물리학의 관점에서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두 개 이상의 양자 상태가 합쳐진 ‘양자 중첩’ 현상을 활용해 0과 1이 동시에 처리되는 양자컴퓨터 등 미래 반도체 기술에 적용되는 물리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까지, 총 4편에 걸쳐 다룰 예정입니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누는 반도체, 물리학 그리고 양자역학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지금까지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눈 물리학과 반도체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살펴봤다. 인류는 물리학을 통해 도체와 부도체, 반도체, 초전도체의 물성을 정립할 수 있었으며 양자역학을 통해 원자와 전자 단위의 미시세계의 운동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물리학을 통해 반도체와 컴퓨터를 만들었고, 이러한 것들은 인류의 역사를 바꾸었다. 인류 문명의 발전 그 모든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물리학은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도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대담 그 마지막 이야기는 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물리학과 반도체의 관계 그리고 미래 반도체를 새롭게 만들어갈 물리학 후배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 뉴로모픽 반도체의 원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임경선 TL, 김환영 TL, 민태원 TL, 김범준 교수, 조상혁 TL(왼쪽부터)

인공지능을 위한 뉴로모픽 반도체

김범준 교수 과학 기술의 발전은 컴퓨터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는데요. 앞서 우리가 이야기 나눴던 양자컴퓨터[관련기사]의 등장 역시 과학 기술의 발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양자컴퓨터는 분명 우리의 미래를 변화시킬 중요한 기술이 되겠지만, 이러한 기대를 받는 것이 양자컴퓨터만은 아니죠?

민태원 TL 챗GPT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최근에는 더 효율적인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반도체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앞서 양자컴퓨터를 이야기하면서 간단히 언급되긴 했지만,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병렬 연산을 통한 빠른 연산이 중요해지고 있거든요. 이 때문에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모델은 대부분 GPU(Graphic Processor Unit, 그래픽 처리 장치)를 통한 병렬 연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하고 생산하는 HBM(High Bandwidth Memory)*은 초고성능 GPU에 탑재돼 연산 속도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PIM(Processing in Memory)*과 같이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능력을 더한 제품들도 인공지능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메모리):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됨. HBM3E는 HBM3의 확장(Extended) 버전
* PIM(Processing in Memory, 지능형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더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데이터 이동 정체 문제를 풀 수 있는 차세대 기술

임경선 TL 현재의 인공지능 수준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인공신경망[관련기사]인데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Open AI)를 비롯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저마다 HBM이 탑재된 고성능 GPU나 인공지능을 위한 자체 연산장치를 개발,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구글의 경우를 보면, 인공지능 연산장치인 TPU*(Tensor Processing Units) 등을 활용해 인공지능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 TPU(Tensor Processing Units): 구글의 AI(머신러닝) 엔진인 텐서 플로우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반도체로 구글이 자체 개발했다.

▲ 각종 반도체의 종류별 포함 관계

김범준 교수 맞습니다. 마침 제가 신경과학*도 연구하고 있어 인공신경망을 활용하는 인공지능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최근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이유는 사람의 신경망을 모방한 인공신경망을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에는 약 천억 개 정도의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돼 신호를 주고받는데요. 이러한 구조를 우리는 흔히 ‘시냅스(Synapse)’라고 부릅니다.

뇌가 신경망을 통해 각 신경세포에 전기를 통하게 하거나(디지털 회로값 ‘1’) 통하게 하지 않는(디지털 회로값 ‘0’) 방식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인데, 약 천억 개의 신경세포를 통해 연산을 수행하죠. 방대한 양의 신경세포가 동시에 서로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핵심인데요. 인공신경망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GPU나 TPU와 같이 병렬 연산에 유리한 연산장치를 통해 동시에 정보를 처리하게 됩니다.

* 신경과학(神經科學, Neuroscience): 뇌를 포함한 모든 신경계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생물학의 일부로 분류되고 있지만 현재 인공지능 분야에서 물리학을 기반으로 관련 다양한 주제가 연구되고 있다.

김환영 TL 물론 GPU나 TPU와 같은 연산장치가 병렬 연산에 유리하기 때문에 인공신경망 구현에 적합한 장치입니다. 하지만 폰노이만 구조로서의 한계가 있는데요. 폰노이만 구조에서는 메모리 간의 정보 이동 과정 중 오버헤드* 문제가 발생하며 연산 속도가 느려지기도 합니다.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입니다. 아직은 기술적으로 완벽하진 않지만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가까운 미래에 뉴로모픽 반도체가 상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뉴로모픽 반도체와 관련해 다양한 물리적 현상에 기반하여 개발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가중치를 저장했다가 읽어오는 방식을 구현하는 실리콘 기반 CMOS(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트랜지스터 뉴로모픽 반도체와 메모리와 가변 레지스터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멤리스터(Memristor)* 소자를 활용하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이중 멤리스터 방식은 세분화된 가중치를 위해 점진적인 스위칭 저항 특성을 가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각각의 소자는 기능적인 차이가 존재하고 요구 특성이 다릅니다. 이에 업계의 연구원들은 필요한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자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는 연구되고 있는 다양한 소자들이 서로 다른 물리적 현상을 기반으로 성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물리적 현상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오버헤드(Overhead):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간접적 혹은 추가로 요구되는 시간, 메모리, 대역폭 혹은 다른 컴퓨터 자원을 말한다.
* 멤리스터(Memristor): 메모리(Memory)와 레지스터(Resistor)의 합성어로 전하량에 따라 변화하는 유도 자속에 관련된 기억 저항(Memristance) 소자

미래를 바꿀 물리학과 반도체

김범준 교수 이번 대담을 통해 SK하이닉스 구성원분들과 이야기해 보니 물리학이라는 것은 인류의 발전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계속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드네요. 끝으로 물리학과 반도체에 관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나눈 것에 대한 소감 한마디씩 나눠보도록 할까요?

김환영 TL 반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은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반도체는 공정, 소자, 설계 이 모든 것들이 물리로 얽혀 있는 정말 많은 물리적 현상의 종합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반도체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현재의 물리적 상태의 위치에서 새로운 물리적 상태의 위치로 옮기는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시간 내에 대상을 정확하게 제어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이라는 언어로 반도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양자컴퓨터, 뉴로모픽 반도체 또한 모두 동일합니다. 다만 정보의 물리적 형태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물리적 상태의 위치가 다른 곳에 있는 것 뿐 입니다. 따라서 반도체 기술뿐 아니라 미래를 바꿀 반도체 기술을 알기 위해서도 결국엔 물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담은 저에겐 새로운 관점의 물리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물리학이라는 학문을 배운 우리 구성원들이 저마다 다른 부서에서 서로 다른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과 다른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물리학과 반도체에 관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어서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민태원 TL 반도체를 비롯해 미래를 만들어 나갈 핵심 기술에 물리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컴퓨터의 성능 향상을 위해 더 작은 크기와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부분은 언젠간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거든요. 결국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가 필요하게 될 것이고, 새로운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선 물리학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SK하이닉스의 HBM은 이러한 새로운 콘셉트의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HBM뿐 아니라 321단 낸드플래시 등 우리가 개발하고 생산하는 모든 제품들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도 결국에는 물리학적 이해와 활용이 아주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SK하이닉스는 물리학적 이해와 활용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상혁 TL 이번 대담 덕분에 양자컴퓨터와 뉴로모픽 반도체 등 미래 컴퓨팅 기술에 관해 정말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실제로 업무 과정에서 다루는 물리학 이론과는 또 크게 다른 내용들이다 보니 더 넓은 관점에서 물리학을 이해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물리학을 배울지 말지 고민하거나 반도체 업계에 종사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꼭 한마디 전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반도체를 비롯해 미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물리학의 학문적인 내용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맞지만, 물리학은 이보다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 경험상 물리학을 배우면서 다양한 실험을 했던 것이 실제로 반도체 업계 현장에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거든요. 특히 물리학적 관점에서의 실험과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테스트하는 과정들은 매우 닮았습니다.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물리학을 배워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것도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임경선 TL 사실 물리학은 굳이 반도체 산업이 아니더라도 아주 중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물리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평소 가지고 있는 수많은 호기심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갈지 결정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물리학을 배우다 보면 무한한 자연의 이치에 겸손해지는 마음을 갖게 되는데요. 이러한 것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굉장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담을 통해 양자컴퓨터나 뉴로모픽 반도체와 관련해 SK하이닉스에서 많은 관심을 두고 연구와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요. 미래를 바꿀 다양한 반도체를 개발하고, 미래 기술에 우리의 반도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학교와 기업이 긴밀히 소통하면서 더 발전된 형태의 연구와 개발이 좀 더 확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김범준 교수 물리학을 배우면 자연의 이치에 겸손해진다는 말은 정말 크게 공감이 되네요. 물리학을 배우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본인이 어느 정도 열심히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모르는 게 많다고 느낀다는 점인데요. 무한한 물리학의 세계를 접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배워도 부족하다는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죠. 이번에 저희가 나눈 대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양자컴퓨터를 비롯해 반도체와 관련된 다양한 물리학 내용들을 정말 잘 설명해 주셔서 저도 많은 것들을 배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을 보면서 물리학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 물리학을 전공한 선배들이 미래를 바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더 많은 물리학과 학생이 알게 되고, 본인이 직접 미래를 바꿀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번 대담 정말 즐거웠고 많은 의견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지금까지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SK하이닉스 김환영 TL, 민태원 TL, 임경선 TL, 조상혁 TL의 대담을 살펴봤다. 이번 대담을 통해 우리는 인류의 운명을 바꾼 컴퓨팅 기술이 물리학에서부터 시작되었고, 미래를 바꿀 기술 역시 물리학을 통해 개발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으로도 물리학의 연구가 반도체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SK하이닉스는 또 어떤 새로운 반도체로 세상을 바꿔나갈지 함께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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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with 김범준 교수] 보이지 않아도 모든 곳에 존재하는 물리학과 반도체 (3/4) /thirds-eyes-kimbeomjun-3/ /thirds-eyes-kimbeomjun-3/#respond Tue, 05 Dec 2023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thirds-eyes-kimbeomjun-3/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는 과학·기술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서로의 분야에서 공통의 주제를 이야기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넓혀가는 연재 콘텐츠입니다. 과학계의 최고 전문가와 최고의 ICT 기술을 만들어 내는 SK하이닉스 구성원 간의 대담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반도체를 더욱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국내 최고의 물리학 전문가인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김환영 TL, 민태원 TL, 임경선 TL, 조상혁 TL)들이 만나 물리학을 통해 바라보는 정보의 기본단위가 0과 1로 처리되는 현재의 반도체와 두 개 이상의 양자 상태가 합쳐진 ‘양자 중첩’ 현상을 활용해 0과 1이 동시에 처리되는 양자컴퓨터 등 미래 반도체 기술에 적용되는 물리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총 4편에 걸쳐 다룰 예정입니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누는 반도체, 물리학 그리고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반도체에 적용되는 물리학, 그리고 더 작은 미시세계를 탐구하는 양자역학에 관해 지난 편을 통해 살펴봤다[관련기사]. 인류는 양자역학을 통해 원자 단위의 미시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며 세상의 모든 만물을 구성하는 원자와 그 주변에 전자가 존재함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많은 과학자는 전자의 성질을 알게 된 이후 전자의 이동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인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냈고 이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반도체,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컴퓨터가 됐다. 결국 수많은 과학자의 노력으로 밝혀진 양자역학이 인류의 역사를 바꾼 전자제품의 등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양자역학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이자 양자역학의 대가로 불리는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은 “자연 상태는 온전히 양자역학적으로 작동하고 있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양자역학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파인만이 말하는 ‘컴퓨터는 양자역학적이지 않다’는 것은 무슨 의미이고, 양자역학적인 컴퓨터는 무엇일까? 이번 편에서는 양자역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양자컴퓨터를 비롯해 다가올 미래를 바꿀 새로운 기술에 관해 살펴볼 것이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눈 양자역학과 반도체에 관한 세 번째 이야기, 함께 들어보자.

▲ 양자컴퓨터와 반도체에 관해 대담을 나누고 있는 김환영 TL, 임경선 TL, 김범준 교수, 조상혁 TL, 민태원 TL(왼쪽부터)

압도적인 연산 속도, ‘양자컴퓨터와 큐비트’

김범준 교수 최근 ‘양자(Quantum)’라는 이름의 새로운 기술들이 꾸준히 이목을 끌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양자컴퓨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 저희가 대담을 진행하기 전에도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에서 실제 양자컴퓨터의 모습을 보고 왔잖아요? 물론, 작동하지 않은 상태여서 아쉽긴 했지만, 함께 둘러본 양자컴퓨터에 대한 이야기에 더해 양자역학이 적용된 다양한 기술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양자정보과학 연구개발생태계 조성사업’ 아래 국내 양자정보과학 분야의 연구활동 지원을 위해 설립된 센터. 이는 성균관대학교(경기도 수원특례시 소재)에 있다.

▲양자역학이 적용된 양자컴퓨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범준 교수와 조상혁

조상혁 TL 최근 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면 반도체 회로의 집적도가 한계에 가까워졌다는 지적도 중요한 것 같아요. 컴퓨터의 성능 향상을 위해서 반도체를 더 작게 만들고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해야 하는데 회로 패턴의 폭을 지금보다 더 축소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폰노이만 구조[관련기사]를 따르는 기존 컴퓨터(이하 기존 컴퓨터)의 성능 향상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에서 촉발된 이런 주장들은 결국 양자컴퓨터에 대한 기대심으로 번진 것이죠.

임경선 TL 데이터상으로도 반도체 회로 설계 기술의 발전 속도는 현재 점점 둔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큰 관심을 받는 챗GPT(Chat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학습과 추론에 방대한 데이터 연산이 필요합니다. 추후 더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등장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학습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고, 더 빠른 연산 능력이 요구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연산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데이터와 트래픽 등 전력 소모에 대한 부담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기술 개발의 한계와 실제 요구되고 있는 컴퓨터 성능 간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간극을 줄이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존 컴퓨터로 연산하기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한 방안으로 양자컴퓨터가 주목받는 것입니다.

김환영 TL 먼저, 양자컴퓨터가 주목받는 이유를 알기 위해선 양자 정보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qubit, Quantum bit)를 알아야 하는데요. 기존 컴퓨터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인 비트를 사용하고 양자컴퓨터는 양자 상태의 비트인 큐비트를 사용합니다. 큐비트를 이해하기 위해선 양자 중첩과 얽힘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을 중심으로 양자컴퓨터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는 임경선 TL, 김환영 TL과 설명을 듣고 있는 김범준 교수

양자 중첩은 양자 상태를 관측하기 전에 여러 상태가 확률적으로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예를 들어, 상자 안에 동전이 있다고 가정해 볼까요? 우리가 실제로 관측할 수 있는 거시세계에서 동전은 앞면이든 뒷면이든 특정 상태가 먼저 결정돼 있고 우리는 이를 관측하기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시세계에서 전자는 관측되지 않는 한, 앞면과 뒷면의 상태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양자역학에 대한 대담 할 때 이야기했던 물질파 이론*[관련기사]처럼 전자는 관측에 의해 그 특정 상태가 결정되는 것이고, 관측되지 않는다면 두 개의 성질을 중첩해서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또 중요한 특성이 ‘양자 얽힘’입니다. 양자 얽힘 현상은 양자 상태에 있는 큐비트가 서로 떨어져 있어도 서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하는데요. 양자 얽힘 현상의 핵심은 두 개의 큐비트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호 작용하는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즉, 국소성 원리(Principle of Locality)*를 따르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각각 멀리 떨어진 중국 음식점에서 짜장면과 짬뽕 중 하나를 선택해서 먹어야 하고 반드시 서로 다른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사람이 짜장면으로 결정하면 다른 한 사람은 자동으로 짬뽕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하나의 상태가 결정됨에 따라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것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이처럼,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를 통해 양자 중첩과 얽힘 특징을 활용하는데요. 기존 컴퓨터가 1과 0의 각각의 상태를 가지고 있는 비트를 순차적으로 계산하면서 연산하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1과 0의 상태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양자 중첩 현상) 여러 큐비트를 한 번에(양자 얽힘 현상) 계산함으로써 빠른 연산이 가능한 것입니다.

* 물질파(Matter Wave) 이론: 양자역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론. 광전효과를 통해 파동인 줄 알았던 빛이 입자성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입자로 인식됐던 전자에 파동성을 함께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 국소성 원리(Principle of Locality): 충분히 멀리 떨어진 두 물체는 곧바로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는 원리

▲ 일반컴퓨터의 비트와 양자컴퓨터의 큐비트 개념

임경선 TL 예를 들어 계산 속도 차이를 설명해 보자면, 기존 컴퓨터가 계산하는 방식은 비트 하나를 계산할 때마다 벽돌을 넣고 빼는 형태라고 설명할 수 있어요. 이 벽돌(비트)의 상태가 1인지 0인지를 파악하고 다시 넣어 모든 벽돌 하나하나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죠.

양자컴퓨터의 큐비트들이 중첩과 얽힘 상태에 있을 때, 나타낼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그림과 같이 구(球) 위에 점으로 상상해 보겠습니다. 이 점들은 너무 작아서 구 위에는 무한대에 가까운 점들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큐비트를 연산하는 방식은 구 위에 있는 어떤 점으로부터 다른 점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양자 상태에 있는 큐비트를 한 번에 연산하면, 구 위의 한 점에서 다른 위치로 이동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한 번의 연산으로도 모든 큐비트의 상태가 변화하면서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게 됩니다. 다만, 구의 어떤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연산 횟수가 기존 컴퓨터가 계산을 수행했을 때 필요로 하는 연산보다 적어야만 양자컴퓨터의 계산 속도가 빠르다고 할 수 있겠죠.

민태원 TL 여기서 생각을 해 볼 부분이 있는데요. 비트와 큐비트가 각각 2개씩 있다고 가정했을 때 비트를 사용하는 기존 컴퓨터의 경우, 비트당 두 번씩 총 네 번을 순차적으로 계산해야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큐비트를 활용하는 양자컴퓨터는 네 개의 값을 동시에 계산해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 단 한 번만 연산으로 계산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어떤 계산은 단 한 번만 연산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문제 종류에 따라서는 여러 번 연산해야 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동시에 큐비트의 정보를 제어할 수 있는 특징 덕분에 문제의 크기와 어려움이 일정 수준 크기가 커지게 되었을 땐 양자컴퓨터의 진가가 드러나게 됩니다. 즉, 큐비트의 수가 늘어날수록 기존 컴퓨터와 양자컴퓨터의 속도 차이는 더욱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기존 컴퓨터와 양자컴퓨터의 차이점

김범준 교수 맞습니다. 지난 2019년 구글이 공개한 초전도 양자컴퓨터인 ‘시카모어(Sycamore)’의 경우, 53개의 큐비트를 동시에 계산할 수 있는 성능의 프로세서로 알려져 있는데요. 구글은 이 시카모어 모델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가 1만 년에 걸쳐 계산할 문제를 단 200초 만에 해결했다고 밝히기도 했죠. 물론, 아직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폰노이만 구조를 따르는 기존 컴퓨터와 비교해 보면 엄청난 연산 속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상혁 TL 오늘 저희가 함께 양자컴퓨터를 살펴보고 오기도 했잖아요. 사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컴퓨터나 슈퍼컴퓨터와 비교해도 그 생김새가 매우 달랐거든요. 양자컴퓨터는 어떤 요소들로 구성된 것인가요?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에 전시된 양자컴퓨터를 보며 양자컴퓨터에 관해 이야기하는 김환영 TL(가운데)과 듣고 있는 김범준 교수, 조상혁 TL

김환영 TL 우선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존 컴퓨터의 구조를 통해 양자컴퓨터의 위치를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요. 기존 컴퓨터는 CPU(중앙처리장치) – 메모리(Memory) – 스토리지(Storage)로 연결되는 폰노이만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저장된 데이터는 스토리지에서 메모리를 통해 CPU로 전달되고, CPU에서 처리된 데이터가 다시 스토리지에 저장되는 형태인 것이죠. 폰노이만 구조에서의 양자컴퓨터 역할은 CPU 근처에서 GPU와 같은 가속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특정 연산에 있어서는 성능이 GPU와는 비교도 안 되게 매우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가속기인 것입니다. 양자컴퓨터의 구조를 살펴보면 현재 컴퓨터 구조에서 CPU(중앙처리장치)나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같은 ALU(Arithmetic and Logical Unit)* 역할을 하는 QPU(Quantum Processor Unit, 양자처리장치)와 이를 제어하기 위한 제어 장치(Control Unit)로 구성돼 있습니다. 현재 제어 장치는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로 그 안에 SRAM(Static RAM)*이라는 작은 메모리가 있는데 양자 소자의 동작 프로그램을 위한 데이터와 에러 정정을 위한 데이터를 처리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큐비트 수가 증가함에 따라 에러 정정을 위한 데이터 요구량이 증가하면서 FPGA 내 메모리 용량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이러한 일을 극저온 시스템에 극저온 컴퓨터가 들어와 양자 소자 동작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ALU(Arithmetic and Logical Unit): 산술 연산, 논리 연산 및 시프트(shift)를 수행하는 중앙처리장치 내부의 회로 장치로, 독립적으로 데이터 처리를 수행하지 못하며 반드시 레지스터들과 조합하여 처리한다.
*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 프로그래밍을 통해 내부 회로를 수정할 수 있는 칩
* SRAM(Static RAM): 주기적으로 내용을 갱신해 주어야 하는 D램(DRAM)과는 달리 기억 장치에 전원이 공급되는 한 그 내용이 계속 보존되는 반도체 메모리의 한 종류이다.

민태원 TL 조금 더 덧붙이자면, 양자컴퓨터 중 초전도 큐비트는 극저온 상태의 전자쌍이 얇은 절연막을 통과하여 생기는 파동을 이용합니다. 기저 상태*에서 첫 번째 들뜬 상태로 자연적으로 들뜨지 않게 하기 위해 큐비트는 10mK(Kelvin*) 이하의 온도에서 동작해야 하는 것이죠. 만약 소자의 온도가 상승하면 의도치 않은 에너지 상태로 전이가 발생하면서 에러가 발생할 수 있죠. 의도치 않은 에너지 상태의 변화를 억제하고, 큐비트와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극저온 시스템은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 기저 상태(Ground State): 원자나 분자 등에 있어 양자 역학계의 정상상태 중 가장 에너지가 낮은 상태를 뜻한다. 이에 대해서 이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경우를 ‘들뜬 상태’에 있다고 한다.
* Kelvin(켈빈,K): 절대온도 단위로 섭씨 영하 273.15도를 0K로 나타낸다.

▲ 실제 초전도 양자컴퓨터의 내부 모습

미래를 바꿀 양자컴퓨터

김범준 교수 양자컴퓨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일반적으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는 인공지능 분야나 수없이 많은 변수를 계산해야 하는 시뮬레이션(기상예보 등) 분야 등에서 높은 효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메모리 반도체는 양자컴퓨터의 발전에 어떻게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김환영 TL 양자 알고리즘 측면에서는 범용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더라도 기존 컴퓨터가 담당하는 모든 연산 영역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저는 양자컴퓨터가 등장하게 된 그 목적과 배경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양자컴퓨터는 현재 기술의 한계와 인간의 데이터 사용 증가 사이의 차이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양자컴퓨터의 발전과 메모리 반도체의 활용 가능성에 관해 설명하는 김환영 TL과 설명을 듣고 있는 임경선 TL, 김범준 교수

임경선 TL 맞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이 관점에서 세상이 변화해 나가는 지점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IBM이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해 양자 알고리즘에 대한 공개 연구(Open Research)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양자 머신러닝 그리고 양자 인공지능입니다. 양자컴퓨터는 고차원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적화돼 있어 미래에는 충분히 이러한 기술들이 현재 기술들의 취약한 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김환영 TL 실제로, 인공지능 모델 중 자연어 처리 모델의 크기는 지난 2년간 천 배 이상 증가했고, 특히 GPT-3 학습에는 GPU 1만 개가 약 23일이 걸려 학습했습니다. 그 이상의 크기를 가진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서 GPU 천만 개를 사용할 수는 없으니까요. 만약 양자 머신러닝이 이러한 학습을 대체할 수 있다면 CPU(GPU)-Memory 간 데이터 이동의 병목은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우리가 현재 예측하는 컴퓨터 시스템과 다른 엄청난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양자컴퓨터를 통해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우리가 사용하는 기존 컴퓨터의 환경에 맞게 변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역할은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고요. 이 과정에서 낸드 플래시나 D램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가 적극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 연구와 개발이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하겠지만, SK하이닉스 역시 이러한 새로운 기술에 대해 선제적인 연구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병렬 연산에 대한 다양한 시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민태원 TL과 듣고 있는 조상혁 TL, 김범준 교수

민태원 TL 물론, 미래를 위한 선제적인 연구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양자컴퓨터가 상용되기엔 어려움이 많은 것 같습니다. 큐비트의 양자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양자 기술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폰노이만 구조 컴퓨팅 기술이 여전히 중요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양자 기술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으니까요.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양자컴퓨터의 극대화된 병렬 연산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는 점입니다. 최근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 사용된 최신 GPU의 경우 폰노이만 구조의 기존 컴퓨팅 시스템에서도 병렬 연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중요한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HBM(High Bandwidth Memory) 역시 방대한 데이터의 병렬 연산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메모리에 연산 기능을 추가해 병렬 연산의 효과를 더욱 극대화한 PIM(Processing-In Memory) 역시 이러한 고민과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 폰노이만 구조를 따르는 병렬 연산은 양자컴퓨터의 연상 방법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만, 우리가 양자컴퓨터의 병렬 연산 방식의 효율성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도 병렬 연산 능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반도체 제품들이 개발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범준 교수 지금까지 큐비트를 비롯해 양자 현상을 이용한 다양한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요. 앞서 이야기 나눴던 반도체의 작동 구조를 비롯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모든 전자제품, 그리고 차세대 컴퓨팅 기술로 주목받는 양자컴퓨터까지 이 모든 것들이 물리학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하니 물리학이라는 학문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느끼는 계기가 됐네요. 폰노이만 구조의 컴퓨팅 시스템에서 병렬 연산을 시도하고, 이를 극대화하는 노력 역시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물리학과 반도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을 것 같네요.

 

다음 편에서는 대담에 참여한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지금까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오늘의 반도체가 만들어지기까지 물리학이 끼친 영향은 무엇이 있는지,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말하는 물리학은 무엇인지 등을 함께 들어보자.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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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with 김범준 교수] 보이지 않아도 모든 곳에 존재하는 물리학과 반도체 (2/4) /thirds-eyes-kimbeomjun-2/ /thirds-eyes-kimbeomjun-2/#respond Sun, 12 Nov 2023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thirds-eyes-kimbeomjun-2/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는 과학·기술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서로의 분야에서 공통의 주제를 이야기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넓혀가는 연재 콘텐츠입니다. 과학계의 최고 전문가와 최고의 ICT 기술을 만들어 내는 SK하이닉스 구성원 간의 대담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반도체를 더욱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국내 최고의 물리학 전문가인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김환영 TL, 민태원 TL, 임경선 TL, 조상혁 TL)들이 만나 정보의 기본단위가 0과 1로 처리되는 현재의 반도체를 물리학을 통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두 개 이상의 양자 상태가 합쳐진 ‘양자 중첩’ 현상을 활용해 0과 1이 동시에 처리되는 양자컴퓨터 등 미래 반도체 기술에 적용되는 물리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까지, 총 4편에 걸쳐 다룰 예정입니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누는 반도체, 물리학 그리고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 1편에서 우리는 반도체를 비롯해 도체와 부도체, 초전도체 등의 성질과 함께 반도체의 원리를 물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봤다. 이번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양자역학에 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반도체의 구조 원리를 살펴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은 전자의 이동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자의 이동은 양자역학(量子力學, Quantum Mechanics)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은 우리의 모든 삶은 양자역학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위한 반도체 역시 마찬가지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눈 양자역학과 반도체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양자역학의 개념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있는 민태원 TL, 김범준 교수, 임경선 TL, 김환영 TL, 조상혁 TL(왼쪽부터)

김범준 교수 지금까지 도체와 부도체, 반도체 그리고 초전도체를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이야기 나눠봤는데요[관련기사]. 반도체를 이야기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바로 ‘양자역학’입니다. 사실 양자역학은 몹시 어려워서 오늘 이야기하는 게 맞나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지금의 반도체를 만든 것이 양자역학이기 때문에 빼놓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조상혁 TL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 중 한 명인 아인슈타인마저 이해하지 못했던 양자역학이기 때문에 저 역시 걱정이 앞서는데요. 그래도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물리학인 만큼, 재미있게 이야기해 보면 좋겠네요.

김범준 교수 맞습니다. 아인슈타인조차 인정하지 않았던 양자역학은 그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인데요. 그 이유는 인류 중 그 누구도 자신의 눈으로 양자역학의 세계를 본 적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는 양자역학으로 구축된 세상을 살고 있지만 우리가 실제로 눈으로 보고 확인해 볼 수 있는 건 고전역학*의 세계이니까요. 양자역학과 반도체에 대한 모든 것을 전부 다룰 순 없겠지만, 그래도 유익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고전역학: 거시적인 물체들의 운동 법칙을 다룬 학문. 대표적으로 뉴턴 역학과, 라그랑주 역학, 해밀턴 역학 등을 포함하고 있다. 20세기 상대론적 역학(Relativistic Mechanics)과 양자역학이 등장하기 전의 물리학적 역학 체계를 다룬다.

전자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한 양자역학

임경선 TL 양자역학이라는 이름을 먼저 살펴보면, 보통 양자역학의 ‘양자(Quantum)’를 입자(Particle)의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양자역학이 입자 단위의 미시 세계의 역학을 다루기는 하지만 그 의미를 엄밀히 따져보면 에너지가 단계별로(양자화*) 존재한다는 것이잖아요. 원자핵에 종속된 전자들이 연속적인 에너지를 가질 수 없고(고전역학) 양자화된 특정 값의 에너지만 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

* 양자화(Quantization): 물리량이 연속적이지 않고 띄엄띄엄(단계별로) 존재하는 상태. 모든 물리량은 연속적인 값을 갖는다고 설명하는 고전역학과 대비된다.

▲ 양자역학과 고전역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는 민태원 TL

민태원 TL 조금 더 덧붙이자면, 양자역학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전역학으로 설명 가능한 거시 세계보다는 원자와 전자 등 미시 세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다루는 학문인데요.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본 적 없는 물질들의 물성을 파악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특히 우리가 고전역학을 통해 인지하고 있던 여러 개념들은 미시 세계의 현상을 설명하지 못했었는데요. 결국 양자역학은 고전역학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미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범준 교수 양자역학이 발전하면서 미시 세계에 대한 관념도 크게 달라졌는데요. 1906년, 조지프 존 톰슨이 ‘전자’를 발견하면서 등장한 원자 모델은 양자역학의 발전에 따라 그 모습이 변화해 왔습니다. 전자를 처음 발견했을 땐 원자핵 안에 전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러한 관점은 원자 내부의 구조적 특징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톰슨의 제자인 어니스트 러더퍼드는 원자 내 중심에 작고 밀도 높은 원자핵이 존재하고, 전자들이 원자핵 주변을 돈다는 핵 모형을 1911년에 제안했습니다. 원자 내부 구조에 대한 최초의 이론적 접근이었지만, 러더퍼드의 이론에 따르면, 전자가 방출하는 전자기파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해 결국 전자는 원자핵으로 떨어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전자는 원자핵으로 떨어지지 않았고, 러더퍼드의 핵 모형도 한계를 보였죠.

▲ 양자역학이 구축됨에 따라 변화된 원자 모형

러더퍼드의 제자인 닐스 보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성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전자가 고정된 특정 궤도에서만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죠. 이 궤도들은 양자화가 돼 있어 전자는 특정 에너지 수준에서만 존재할 수 있고, 에너지를 방출하거나 흡수할 때만 궤도가 변한다는 개념을 1913년에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보어 모델은 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궤도로 규정짓는 것이었고, 이러한 관점에서는 전자 간섭과 회절 현상, 분광선에서 발견되는 미세 구조(Fine Structure), 그리고 전자들의 복잡한 상호작용 등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수십 년에 걸쳐 고전역학을 통해 전자와 원자를 해석하고자 했지만, 과학자들은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결국 전자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고, 이 과정에서 양자역학의 본성을 포괄하는 새로운 물리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 불확정성 원리에 관해 설명하는 김환영 TL과 설명을 듣고 있는 임경선 TL, 민태원 TL

김환영 TL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새로운 물리 이론 중 대표적인 이론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이잖아요. 불확정성 원리는 양자역학 세계의 기본적인 현상을 설명하는데, 특히 전자와 같은 입자의 정확한 위치와 정확한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고전역학의 관점에서는 입자의 초기 상태를 알고 있다면, 어느 시점에서도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를 결정론적 관점이라고 하며, 물리 시스템이 주어진 초기 조건과 물리 법칙에 따라 예측 가능하다는 전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입자가 파동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위치를 정확히 측정하려고 하면 운동량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운동량을 정확히 측정하려고 하면 위치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비결정론적 특성이 나타납니다. 즉, 양자역학의 관점에서는 어느 시점에 존재하는 입자의 상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죠.

▲ 관측 유무에 따라 입자 혹은 파동으로 측정되는 효과

결국 불확정성 원리의 핵심은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전자가 어떤 위치에 어떤 운동량을 가지고 존재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고, 전자의 확률 밀도를 측정해, 전자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때문에 과학자들은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조금이라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해 냈는데요. 그중 대표적인 것이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입니다. 이 두 이론은 지금의 양자역학을 만드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 행렬역학(Matrix Mechanics): 1925년, 하이젠베르크는 원자 내의 전자에서 볼 수 있는 미시적 운동 상태는 무한 차원의 복소(複素) 벡터로 나타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무한 차원 복소벡터공간(힐베르트 공간) 중에서 물리량을, 벡터 사이의 변환을 나타내는 무한 차원 행렬과 대응시키는 수학적 형식에 의하여 원자 상태 사이의 전이(轉移)를 합리적으로 기술하는 역학 형식을 완성했다.
* 파동역학(Wave Mechanics): 1926년, 슈뢰딩거에 의해 만들어진 물질 입자의 운동을 기술하는 양자역학의 이론. 파동역학으로 물질 입자의 입자성과 파동성이라는 이중적 성격이 설명되며, 원자에 관한 기지의 현상이나 선스펙트럼의 세기나 터널효과가 해명됐다.

▲ 물질파 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조상혁 TL과 설명을 듣고 있는 김환영 TL

조상혁 TL 전자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라는 점 역시 양자역학에서 몹시 중요한 연구였는데요. 과거 과학자들은 전자가 입자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거든요. 프랑스의 물리학자 루이 드 브로이는 파동인 줄 알았던 빛이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바로 입자로 여겨졌던 전자 역시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다는 ‘물질파 이론*’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 할 수 없다.

*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 특정 파장보다 짧은 파장의 빛을 금속에 비추었을 때 금속에 전류가 흐르는 현상. 빛의 입자(광자)가 금속에 에너지를 전달하면 전자가 튀어 나가며 전류가 생성된다. 오늘날 태양전지를 구성하는 이론의 기초가 되며, 파동으로 여겨졌던 빛이 입자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으로 아인슈타인은 1905년 광전효과를 실험으로 입증하며 노벨상을 받았다.
* 물질파(Matter Wave) 이론: 양자역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론. 광전효과를 통해 파동인 줄 알았던 빛이 입자성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입자로 인식됐던 전자에 파동성을 함께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김범준 교수 물질파 이론이 등장한 이후 물리학자들이 고안한 가장 대표적인 실험이 바로 전자의 이중 슬릿 실험(Double-Slit Experiment)*입니다. 전자의 이중 슬릿 실험이란 두 개의 벽을 앞뒤로 두고 앞에 벽에는 기다란 구멍을 세로로 두 개 뚫어 뒤에 있는 벽(스크린)으로 전자를 보내는 실험인데요. 실험 내용을 살펴보면, 전자가 파동이라면 전자는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통과하고 그 뒤 벽에 여러 개의 줄무늬를 만들게 됩니다. 이는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통과한 파동이 두 개로 나눠지면서 두 파동 간에 간섭이 생겨 만들어지는 줄무늬들인데요. 이를 간섭무늬라고 부르죠.

* 이중 슬릿 실험(Double-Slit Experiment): 영국의 과학자 토마스 영(Thomas Young, 1773~1829)이 빛의 파동성을 증명하기 위해 했던 실험. 이중 슬릿으로 빛을 쐬었을 때 여러 개의 간섭무늬가 생기며, 빛의 파동성을 입증했다.

▲ 전자의 파동성과 입자성을 검증하기 위한 이중 슬릿 실험

반면, 전자가 입자라면 전자는 두 구멍 중 하나의 구멍으로만 통과하게 되는데요. 이 때문에 스크린에는 둘 중 하나의 구멍을 통과한 전자들이 도착하게 되는 것이죠. 하나의 구멍을 통과한 전자가 스크린에 도착하면, 두 개의 선만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전자의 이중 슬릿 실험을 살펴보면 간섭무늬가 생기면서 전자가 파동이라는 특징을 파악할 수 있거든요. 근데 재미있는 것은 전자가 어떻게 간섭무늬를 만드는지 관측하기 위해, 전자가 이중 슬릿을 통과하는 것을 관측하는 순간 간섭무늬는 사라지게 되고 여러 개였던 줄은 두 줄로 바뀌며 입자의 성질만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많은 과학자는 전자가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보유하고 있으며, 어느 구멍으로 통과하는지 관측하지 않으면 파동으로, 전자의 이동을 관측하면 입자로 결정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죠. 즉, 양자역학은 ‘관측’에 따라 물질의 상태가 정해지게 되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양자역학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고전역학의 세계에서 입자와 파동의 특성을 동시에 보이는 것은 없으니까요.

양자역학으로 만들고 작동되는 반도체

김환영 TL 전자가 파동성을 지닌다는 것은 반도체를 구성할 때도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터널효과(Tunnel Effect, Tunneling) 때문인데요. 터널효과는 전자의 에너지 준위가 전자를 가로막는 벽(Barrier)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전자 중 일부가 벽을 통과해 벽 뒤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USB나 SSD(Solid State Drive)에 이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NAND flash, 이하 낸드)의 경우, 이러한 터널효과가 활용된 기술입니다. 낸드는 부도체(절연체)로 둘러싸인 플로팅게이트 안에 전자를 넣어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인데요. 전자의 파동성을 활용하면 부도체 너머의 플로팅게이트에 전자를 채우는 것이 가능하고, 이는 오랜 기간 데이터가 휘발되지 않는 메모리가 되는 것이죠.

▲ 파동성에 의한 터널효과는 고전역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자면, 앞서 이야기 나눴던 에너지띠*[관련기사]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에너지띠는 원자 내에 전자가 양자화되어 존재한다는 것을 바탕으로 확장된 개념인데요. 서로 다른 에너지띠를 가진 물질을 연결하면 전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벽(Barrier)이 생기게 됩니다. 전자는 새롭게 생긴 벽 때문에 이동하고 싶어도 쉽게 이동할 수 없는 것이죠. 고전역학으로 이해하면 벽에 가로막힌 전자는 절대 벽을 통과할 수 없어야 하지만, 파동성을 보유한 전자는 미세하게나마 벽을 통과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슈뢰딩거 방정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낸드는 결국, 벽의 높이나 두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전자가 벽을 통과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 에너지띠(Energy Band): 고체 결정 내 전하(전자, 정공)가 이동할 수 있는 에너지 대역. 이 에너지띠에 채워진 전자와 에너지띠 사이의 간격 등에 따라 도체, 부도체, 반도체 등의 성질이 결정된다.

김범준 교수 양자역학을 통해 밝혀낸 전자의 운동과 전자의 파동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군요. 설명해 주신 낸드를 비롯해 D램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나 CPU, GPU와 같은 반도체 역시 양자역학이 적용된 것일 텐데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 양자역학이 어떻게 반도체에 적용되는지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는 임경선 TL과 이야기를 듣고 있는 김범준 교수, 김환영 TL, 조상혁 TL

임경선 TL 앞서 설명하진 않았지만, 전자를 설명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파울리 배타원리(Pauli exclusion principle)*입니다. 파울리 배타원리에 따르면 입자로 존재하는 두 개의 전자는 같은 위치에 공존할 수 없습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여러 전자가 동일한 준위의 에너지를 가질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물질은 원자의 연속이므로 여러 원자에 속해 있는 가장 외각의 전자는 서로 가까이 있지만 완벽하게 겹쳐 있을 순 없는 것이죠. 결국 조금씩 차이가 나는 에너지 준위의 전자들은 에너지띠를 형성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전자의 에너지 준위의 차이로 발생하는 에너지갭을 전자들이 넘어 다니면서 전도성을 갖게 되는 것이죠.

* 파울리 배타원리(Pauli exclusion principle): 다수의 전자를 포함하는 계에서 2개 이상의 전자가 같은 양자 상태를 취하지 않는다는 법칙으로 ‘배타율’이라고도 한다. 파울리 배타원리에 따르면 전자는 모든 양자수**가 같은 상태를 취할 수 없으므로 하나의 양자 궤도에는 반대의 스핀을 가지는 두 개의 전자만 들어가며, 그 밖의 전자에는 준위가 다른 양자 궤도가 할당되어, 전체적으로 껍질구조를 결정하게 된다.
** 양자수(Quantum Numbers): 원자 내에서의 전자를 1개씩 특정한 조건에 따르는 상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그 이외의 상태가 될 수 없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전자를 흐르게 하거나, 흐르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트랜지스터이고, 이 트랜지스터를 무수하게 많이 모아놓은 것이 바로 우리가 사용하는 반도체 칩입니다. 반도체를 사용하는 모든 전자제품이 이진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바로 전자가 흐르지 않거나(0) 흐르는 경우(1)를 조정함으로써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비롯해 모든 전자기기는 이러한 양자역학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죠.

김범준 교수 양자역학이라는 것이 워낙 설명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쉬운데요. 그래도 이렇게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SK하이닉스 구성원분들과 직접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니 정말 뜻깊은 것 같네요. 하지만 아직 할 얘기들이 더 남아있죠?

김환영 TL 네. 맞습니다. 사실, 최근 몇 년 사이 양자역학이 더욱 주목받기도 했는데요. 그 이유는 양자컴퓨터나 양자보안, 양자네트워크와 같은 ‘양자(Quantum)’라는 이름이 붙은 기술들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김범준 교수 과연 양자컴퓨터와 양자보안 등 새로운 기술들에는 양자역학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한데요. 이제 양자역학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 볼까요?

지금까지, 양자역학이 등장하게 된 이유와 양자역학의 간단한 이론, 그리고 양자역학이 반도체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다음 편에서는 양자역학을 활용한 양자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기술들을 살펴보고, 다가올 양자컴퓨터의 시대에 SK하이닉스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물리학과 반도체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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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with 김범준 교수] 보이지 않아도 모든 곳에 존재하는 물리학과 반도체 (1/4) /thirds-eyes-kimbeomjun-1/ /thirds-eyes-kimbeomjun-1/#respond Tue, 17 Oct 2023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thirds-eyes-kimbeomjun-1/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는 과학·기술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서로의 분야에서 공통의 주제를 이야기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넓혀가는 연재 콘텐츠입니다. 과학계의 최고 전문가와 최고의 ICT 기술을 만들어 내는 SK하이닉스 구성원 간의 대담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반도체를 더욱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국내 최고의 물리학 전문가인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김환영 TL, 민태원 TL, 임경선 TL, 조상혁 TL)들이 만나 정보의 기본단위가 0과 1로 처리되는 현재의 반도체를 물리학을 통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두 개 이상의 양자 상태가 합쳐진 ‘양자 중첩’ 현상을 활용해 0과 1이 동시에 처리되는 양자컴퓨터 등 미래 반도체 기술에 적용되는 물리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까지, 총 4편에 걸쳐 다룰 예정입니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누는 반도체, 물리학 그리고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반도체를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을 알아야 한다. 물리학이라는 학문은 우리의 삶, 모든 곳에 존재하며, 반도체 역시 물리학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담을 통해 우리는 반도체를 이해하기 위해 물리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보고 SK하이닉스가 반도체를 통해 메모리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물리학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대담에 함께한 김범준 교수는 ‘세상 물정의 물리학’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등 저서를 통해 우리 삶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물리학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국내 최고의 물리학 전문가이다. 함께 대담에 참여하는 SK하이닉스 구성원들 역시 물리학 전공자들로 메모리 분야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SK하이닉스에서도 물리학을 직·간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3시선_최고가_최고를_만나다_with_김범준_교수]보이지_않아도_모든_곳에_존재하는_물리학과_반도체_EP.1_01

김범준 교수 안녕하세요. SK하이닉스 구성원 여러분.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김범준입니다. 오늘 좋은 기회로 여러분과 물리학, 그리고 반도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아주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학문적인 관점에서 물리학을 바라보고, 이야기해 왔는데요. 이렇게 산업 현장에서 직접 물리학을 활용하는 분들을 만나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처음이라 아주 기대가 큽니다.

김환영 TL 안녕하세요. 김환영 TL입니다. 저는 SK하이닉스에서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개발해야 할 새로운 메모리 소자에 대한 발굴, 분석 그리고 선행 연구하는 패스파인더(Pathfinder)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특히 양자컴퓨터와 뉴로모픽 반도체에 관심이 많으며, 미래에는 어떤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할지 고민하고 탐구하고 있습니다. 오늘 김범준 교수님과 함께 물리학과 반도체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미래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양자컴퓨터 등의 이야기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RTC(Revolutionary Technology Center): SK하이닉스 미래 기술 연구 조직으로 ‘ORP(Open Research Platform)’를 기반으로 활발한 연구 협력과 학술 활동을 통해 차세대 기술을 연구함 [관련기사]

민태원 TL 저는 미래기술연구원 AT에서 일하고 있는 민태원 TL입니다. 현재는 D램의 구조 및 조성분석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주로 D램을 구성하는 자재 공정단계에서 발생하는 불량 원인을 분석합니다. 이를 위해 투과전자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TEM)을 활용해 실제 D램의 구조를 촬영하고 구조 내 성분들을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임경선 TL 안녕하세요. GSM에서 차세대 상품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임경선 TL입니다. 저는 차세대 메모리와 메모리 솔루션 제품에 대한 기획과 새로운 시장 개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개념의 메모리 솔루션이 기술적,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 검토하고 중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품이나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업무의 특성상 직접적으로 물리학을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오랜만에 물리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현재 우리가 하는 일들을 이야기한다면 아주 재미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오늘 이 자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조상혁 TL> 안녕하세요. P&T PKG개발에서 근무하는 조상혁 TL입니다. 낸드와 D램, 컨트롤러 등을 하나의 패키지에 담은 MCP*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시절 좋아했던 물리학과 제가 일로 접하고 있는 반도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라고 해서 기대가 큽니다. 오랜만에 물리학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김범준 교수님과 SK하이닉스 구성원들과 함께 즐겁게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 MCP(Multi Chip Package): 2개 이상의 메모리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하나의 패키지 상태로 만든 제품으로 대표적으로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모바일용 D램과 낸드플래시 제품을 하나의 패키지 내에 구성한 제품들이 있다.

김범준 교수 다들 정말 반갑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기 전, 이번 대담에는 특별히 SK하이닉스에서도 물리학을 전공한 구성원분들이 참여하셨다고 전해 들었는데요. 반도체 산업을 최전선에서 이끄는 SK하이닉스 구성원분들과 유익하고 재미있는 대담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반도체를 만드는 물리학

김범준 교수 본격적인 대담에 앞서 물리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간단히 먼저 설명을 해볼까 합니다. 저는 물리학을 설명하기에 앞서 항상 ‘물리(物理)’라는 단어를 곱씹어 보는데요. 물리를 풀어 쓰면 ‘사물의 이치’라는 뜻이잖아요. 결국 물리학은 사물의 이치를 학문으로 표현한 것이죠. 이는 자연과 우주를 비롯해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일괄되고 합리적인 체계로 설명하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자연의 모든 이치를 이해하고 이를 습득한 다음에는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에 개입하고, 제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 물리학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오늘 대담에서 핵심 주제인 반도체는 이런 물리학적 성질을 설명하기에 아주 좋은 대상이기도 한데요. 스마트폰을 비롯해 모든 전자기기는 물리학을 근간으로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결국 자연환경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현상과 인간의 삶을 둘러싼 모든 사물에 물리학이 적용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물리학이라는 학문은 아주 매력적이고, 중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담에_앞서_서로_소개하는_시간을_가지며_자유롭게_이야기_나누고_있는_김범준_교수(가운데)와_SK하이닉스_구성원들(좌측부터 민태원 TL, 임경선 TL, 김환영 TL, 조상혁 TL)

▲ 대담에 앞서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며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고 있는 김범준 교수(가운데)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좌측부터 민태원 TL, 임경선 TL, 김환영 TL, 조상혁 TL)

조상혁 TL 네 맞습니다. SK하이닉스에서 개발하고 생산하는 수많은 반도체 메모리 제품 역시 모든 공정 과정에서 물리학 이론이 적용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반도체라는 이름만 보더라도 그 자체로 물리학이잖아요.

김범준 교수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에 적용되는 물리학은 고체물리학과 아주 깊은 관련이 있는데요. 요즘에는 ‘응집물질물리학’이란 이름으로 많이 이야기하는데, 수많은 물질의 특성을 탐구하거든요. 이런 ‘응집물질물리학’을 통해 반도체뿐만 아니라 도체나 부도체(절연체) 등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해 보자면, 특정한 물질의 에너지띠* 구조를 확인해 도체와 부도체, 그리고 반도체를 구분하는 것인데요. 에너지띠 구조를 살펴봤을 때 전기가 흐르는 도체와 전기가 흐르지 않는 부도체는 명확한 차이를 보입니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의 경우, 전자가 가득 차서 이동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출퇴근 시간 사람이 가득 차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지하철 안 상태와 비슷한 것이죠. 반면 도체의 경우 일정 부분만 전자로 채워져 있어서, 전자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출퇴근 시간을 벗어나 한산한 지하철에서는 다른 칸으로 아주 쉽게 이동할 수 있잖아요? 이처럼 도체는 전자의 이동이 보다 원활하게 가능한 것입니다.

* 에너지띠(Energy Band): 고체 결정 내 전하(전자, 정공)가 이동할 수 있는 에너지 대역. 이 에너지띠에 채워진 전자와 에너지띠 사이의 간격 증에 따라 도체, 부도체, 반도체 등의 성질이 결정된다.

조상혁 TL 교수님의 말씀을 정리해 보자면 결국 전자가 흐르는 물질이 도체, 흐르지 않는 물질이 부도체라는 것인데요. 우리가 오늘 중요하게 다룰 반도체의 경우엔 특정 환경에서는 전자가 흐르고 또 다른 환경에서는 전자가 흐르지 않는 물체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사실,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저 역시 물리학을 배우면서 궁금했던 점이기도 한데요. 부도체의 경우, 전자가 흐르지 않는 물질이지만, 사실 부도체도 특정 조건을 부여하면 전자가 흐를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반도체와 부도체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라는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김범준 교수 많은 학생이 공감할 만한 궁금증이네요. 일반적으로 도체냐 부도체냐 반도체냐를 구분할 땐 전자 이동의 저항값이 크고 작음을 통해 구분하기는 하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전자 이동의 빈도나 특수한 조건에 대한 의존성이 워낙 달라서 이를 명확하게 경계를 나눠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진성반도체(Intrinsic Semiconductor)와 같이 온도의 변화만으로 전자가 이동할 수 있는 반도체도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전자의 이동이 불가능한 물질에 도핑*을 통해 전자를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있는데요. 이것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반도체인 것이죠.

* 도핑(Doping):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주로 이용되는 도핑은 진성반도체(Intrinsic Semiconductor)인 어떤 물질이 가진 순수한 전기적, 광학적 및 구조적 특성을 조절하기 위해, 결정 제조 과정 중에 불순물(원소나 화학 물질)을 의도적으로 첨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간단히 예를 들어, 규소(Si)의 고체 결합에 어떤 원소를 도핑하느냐에 따라 에너지띠 구조가 다르게 나타나잖아요. 바깥쪽 전자가 5개인 인(P)을 도핑할 경우 남는 전자 1개가 이동하는 N형 반도체*를 만들게 되는 것이고, 바깥쪽 전자가 3개인 알루미늄(Al)을 도핑한다면 전자 1개가 부족한 공간을 다른 전자들이 채우기 위해 이동하면서 전자가 흐르는 P형 반도체*가 되는 것이죠. 이러한 전자의 흐름을 우리는 물리학적 이론을 통해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 N형(Negative) 반도체: 전하 운반자 역할을 하는 전자의 수가 양공(비어있는 공간)의 수에 비해서 훨씬 많이 있는 반도체
* P형(Positive) 반도체: 전하 운반자 역할을 하는 전자의 수가 양공(비어있는 공간)의 수에 비해서 훨씬 적은 반도체

N형반도체의_경우_규소(Si)보다_전자_수가_많은_인(P)을_첨가해_남은_전자가_물체를_이동하는_구조를_보인다.

▲ N형 반도체의 경우, 규소(Si)보다 전자 수가 많은 인(P)을 첨가해 남은 전자가 물체를 이동하는 구조를 보인다.

P형반도체의_경우_규소(Si)보다_전자_수가_적은_붕소(B)를_첨가해_비어있는_공간(양공)으로_전자가_이동하는_구조를_보인다.

▲ P형 반도체의 경우, 규소(Si)보다 전자 수가 적은 붕소(B)를 첨가해 비어있는 공간(양공)으로 전자가 이동하는 구조를 보인다.

전자의 이동, 반도체와 초전도체

민태원 TL 저 역시 반도체를 이해하는 데 핵심은 전자의 이동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물질은 전자로 이뤄져 있고 결국 이 전자가 어떤 상태를 보이는지에 따라 물질의 성질이 결정되잖아요. 교수님 말씀대로 어떤 물체가 도체가 되냐 부도체가 되냐 반도체가 되냐를 결정하는 데는 전자가 어떤 상태로 존재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이 때문에 특정 물질의 전자 상태, 전자가 움직이거나 정지했을 때 그 주변 공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서 많은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죠. 이런 전자의 이동과 관련해 최근에 이슈가 됐던 초전도체*에 대해서도 간단히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 초전도체(Superconductor): 특정 조건에서 모든 전기 저항을 상실하는 물질. 일반적으로 구리나 은과 같은 금속성 도체들은 온도가 낮아지면서 전기 저항이 낮아진다. 초전도체는 일정 온도 이하로 낮아지게 되면 저항이 0인 완전 도체가 되며, 한번 발생한 전류는 에너지 손실 없이 무한히 흐른다. 또한, 외부의 자기장을 배척하는 마이스너 효과가 나타난다.

전자_이동_관점에서_초전도체를_이야기하는_민태원 TL과 이야기를 듣고 있는 김범준 교수

▲ 전자 이동 관점에서 초전도체를 이야기하는 민태원 TL과 이야기를 듣고 있는 김범준 교수

김범준 교수 초전도체의 경우 완전히 다른 기술이긴 합니다. 기본적으로 초전도체의 핵심은 전류에 대한 저항이 없다는 것인데요. 초전도체를 살펴보면, 보통 아주 낮은 온도에서 전자 2개가 짝이 돼 쿠퍼쌍*을 이루거든요. 쿠퍼쌍은 전자의 이동을 도우며 저항이 생기지 않게 만들어 줍니다. 물론 최근에 이슈가 됐던 상온·상압 초전도체의 경우엔 저항이 없다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아서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전자가 이동할 때 저항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청난 기술이 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 쿠퍼쌍(Cooper Pair): 초전도 물질 내에 속도와 회전이 정반대인 2개의 전자가 만나 짝을 이루는 현상. 쿠퍼쌍은 2개의 전자가 짝을 지어 초전도 내에서 전류를 운반한다.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with 김범준 교수] 보이지 않아도 모든 곳에 존재하는 물리학과 반도체 EP.1_04

▲ 매우 낮은 온도에서 원자의 움직임이 확연하게 느려지며, 전자와 충돌하지 않게 되는 것(저항 0이 되는 상태)이 초전도체의 원리이다.

임경선 TL 맞습니다. 특정 물질의 저항이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당장 저희가 생산하는 반도체만 보더라도 금속배선 공정*이나 인터커넥트 부분, 그리고 네트워크 라인의 경우 해당 분야에 적용되는 물질의 저항에 따라서 동작 속도나 전송 속도가 결정되는 것이잖아요. 현재 널리 사용되는 구리선이나 광케이블, 금과 같은 여러 물질을 초전도체가 대체한다면,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금속배선 공정: 반도체 칩 내부의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전선 역학의 금속을 연결해 회로를 완성하는 공정

김환영 TL 반도체 제조나 개발 영역에서 바라보면 사실, 특정 물질의 저항이 반드시 0이 될 필요는 없거든요. 모두의 바람처럼 상온·상압에서의 초전도체가 등장한다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소자를 개발할 때 특정 물질의 저항이 0이냐 아니냐는 그렇게까지 중요한 요소는 아닌 것 같아요. 앞서 임경선 TL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낮은 저항의 소자를 통해 CPU나 GPU의 인터커넥트나 D램 내부 금속배선의 저항을 줄인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의미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챗GPT처럼 최근 아주 많은 관심을 받는 머신러닝 모델들은 연산을 진행할 때마다 CPU나 GPU와 같은 연산장치와 메모리 사이에 전자가 이동하게 되는데요. 이때 오버헤드*가 발생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아주 낮은 저항의 물질을 사용하게 된다면 이런 오버헤드를 비롯해 발열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 역시 새로운 물질과 공법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 오버헤드(Overhead):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간접적 혹은 추가로 요구되는 시간, 메모리 등을 말한다. 오버헤드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새로운 반도체 소자와 공법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환영 TL과 이야기를 듣고 있는 조상혁 TL

▲ 새로운 반도체 소자와 공법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환영 TL과 이야기를 듣고 있는 조상혁 TL

김범준 교수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 시스템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많은 기업들은 초전도체를 활용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오늘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에 방문해 살펴봤던 양자컴퓨터 역시 초전도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초전도체를 활용하는 양자컴퓨터 역시 물리학을 통해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주목받는 미래기술이기도 한 양자컴퓨터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양자역학 등 더 많은 물리학 이야기들을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눈 도체와 부도체, 그리고 반도체를 구분하는 물리학적 이론 등에 대해 나눈 대담을 살펴봤다. 다음 편에서는 반도체의 원리를 양자역학을 통해 살펴볼 예정이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물리학과 반도체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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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특강] MOSFET, 수평축으로 본 전자들의 여행 /mosfet-horizontally/ /mosfet-horizontally/#respond Wed, 18 Jan 2017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mosfet-horizontally/ 1.png

MOSFET의 수평방향으로 작용하는 동작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 보면 FET(Field Effect Transistor)은 수평축으로 전자를 이동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 이동되는 전자들을 막거나 혹은 통과시키는 수도꼭지 역할은 MOS가 하게 되는데요. 결국 MOS의 영향과 FET의 동작을 합하여 MOSFET형 트랜지스터가 움직이게 되는 것이지요. 최근 만들어지고 있는 Green 반도체도 이러한 동작원리를 발전시켜 소비전력을 줄이고 속도와 용량은 크게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FET에 관해 살펴보도록 할 텐데요. MOSFET 수평축으로 본 전자들의 여행을 함께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자의 여행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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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T(Field Effect Transistor)의 기본구조(Source단자, Substrate기판, Drain단자)

누구든 여행을 하려면 맨 먼저 계획부터 짜야 합니다. 반도체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FET은 캐리어(Carrier : 전자 혹은 정공)들의 여행계획을 마련합니다. 이것은 Source 단자로부터 나와 기판을 거쳐 Drain단자까지 도달하는 스케줄입니다. 여행이란 쉽고 편안한 것만은 아니어서, 전자들이 수평축으로 여행하는 도중에는 죽음의 사막지대(공핍영역)를 2군데나 지나야 하고, 깊은 골짜기(기판 : Substrate)도 건너야 합니다.

여행준비, 전자들도 여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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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SFET에 인가하는 전압 @ NPN형 FET

여행하는 Carrier(전자 혹은 정공)개체들의 수는 전자로 약 1×10^20 ~ 1×10^22개/cm^3 입니다. 대규모 부대의 이동이지요. 미지의 세계에서는 전자가 최소한 1×10^20개/cm^3 정도의 숫자는 되어야 전류로써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1 cubic cm속에 들어가는 이 숫자는 지구상 전체 인구 70억명의 100억배 정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감지기술이 점점 발달되면서 최근에는 이보다 적은 1×10^20개에서 1×10^18개의 Carrier 개수로도 트랜지스터를 ON상태로 탐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Source 단자와 Drain 단자 사이에는 기판(Substrate)이라는 골짜기가 있는데요. 이 골짜기를 건너기 위해서는 Source 단자와 Drain 단자를 연결하는 다리가 놓여야 합니다. 그래서 Gate 단자에 플러스 전압(NPN인 경우)을 걸어 MOS로 하여금 다리(n-Channel)를 놓도록 합니다. 이 다리는 이어지면 ON이 되고, 다리가 없어지면 OFF가 되는 ON/OFF 수문 역할을 하며, Source 쪽에서부터 다리를 놓기 시작하여 Drain 전압에 이끌려 Drain 단자까지 이어집니다.

이처럼 Source 단자에는 전압을 걸지 않고[0V], Drain 단자에는 일정 수준의 플러스 전압을 걸어주는 것은 전자들에게 여행할 여비를 주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전자들은 전압 차이가 발생해야 이동하기 때문이지요. 두 단자 사이에 전압차가 많이 날수록 전자들의 여행 경비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반면 전압이 높으면 높을수록 전자들은 동일한 시간에 더욱 많이 이동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트랜지스터의 동작상에 영향이 없는 한도 내에서 Drain에 인가하는 전압(+Vcc)을 점차적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로 본다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나오는 반도체는 지금 소모하는 전력의 반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Source가 출발지점이라면 Drain은 도착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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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urce에서 출발하여 Drain까지 이동하는 전자, 출처: 유투브

N형이든 P형이든 모든 단자(Termination)는 다수이동자(Major Carrier)와 소수이동자(Minor Carrier)를 동시에 보유합니다. 국회에서도 다수당과 소수당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반도체 내에서 다수당은 소수당이 움직이는 방향과는 항상 정반대입니다. NPN형 MOSFET이라고 할 때, 처음 출발은 다수이동자인 전자들이 움직이도록 전압들을 세팅합니다.

4가-5가 결합으로 생성된 잉여전자는 외부에서 약간의 에너지(실리콘 최외각 전자를 떼어내는 에너지의 25분의 1배)를 주어도 공유결합 된 분자로부터 쉽게 탈출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Source에 있던 다수당인 전자들은 Drain의 플러스전압에 끌려서 앞에 놓여 있는 전자구름다리를 건너 Drain으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전자들이 기판으로 들어가서 기판에 있는 소수당인 전자들과 숫자를 합하면 매우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게 됩니다. 최종 종착지는 Drain이 되는데요. Drain에는 이미 전자가 다수당으로 득세하고 있습니다. 정공이 다수당인 PNP타입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 이동자들은 전자든 정공이든 모두 Source에서 출발하여 Drain에 도착하도록 약속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Source와 Drain 사이에 흐르는 전류방향은 NPN Type(전자가 이동)인 경우는 PNP Type(정공이 이동)과는 서로 반대가 됩니다.

천방지축 전자이동, 랜덤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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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의 랜덤확산 이동

전자의 이동방식과 정공의 이동방식은 약간 다릅니다. 전자는 어떤 방향이든 자유롭게 직진으로 이동하다가 다른 원자의 원자핵이나 전자들과 부딪치면 그 즉시 직진하던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꺾입니다(이때 입사각과 반사각은 동일합니다). 전체적으로는 농도방향이나 전압방향이 설정되면 전자는 점차 확산되는 형태로 목표를 향하여 나아갑니다. 그러한 직선운동을 모두 합하면 결국 일정한 방향성을 갖게 되는데, 이것을 랜덤(Random)확산전류 혹은 Drift전류라고 합니다.

정공이동, 징검다리 건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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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공(Hole)의 징검다리 이동 방식

정공이란 어떤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전자가 있어야 할 공간에 전자가 없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빈 공간(정공)을 옆에 있는 전자(1차)가 채우게 되면, 앞서 이동한 전자(1차)가 이동하기 전에 있었던 원래 위치의 공간이 빈 공간으로 변하면서 정공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옆에 있던 다른 전자(2차)가 또다시 새로 발생된 정공을 채우면서 연속적으로 빈 공간인 정공이 발생되게 됩니다.

결국 정공은 전자 이동과는 반대로 움직이며, 징검다리를 건너는 모양새가 되는데요. 이러한 현상을 ‘정공의 이동’이라고 합니다. 정공은 이동할 자리를 내다보고 이동하므로, 이동 시 전자이동처럼 어떤 두 개가 서로 충돌하면서 이동하는 일은 없습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정공이동도 전자이동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산화막, FET와 FET의 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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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SFET 격리용 산화막

FET은 하나의 트랜지스터입니다. 예를 들어 64Gb DRAM은 한 개의 칩에 트랜지스터 640억개가 개별적으로 정상동작을 해야 합니다. 집적회로에서도 모든 FET의 독립을 보장해주어야 하므로 수많은 소자인 트랜지스터들 사이를 유효하게 격리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전체 칩의 동작을 의도하는 대로 관리하려면, FET과 FET 사이에는 전자나 정공의 이동이 전혀 없도록 철저하게 절연 시키고 사전에 계획된 도체 라인을 통해서만 전자나 전공들이 움직여야 합니다. 소자간의 무분별한 캐리어의 이동을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절연막이 필요한데, 이때 거의 완벽하게 절연이 가능한 산화막(SiO2)을 사용합니다. 절연성을 높이기 위하여 막 두께도 게이트와 기판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터널산화막(NAND Flash)이나 게이트 산화막(DRAM)에 비하여 20배 이상 두껍게 합니다.

지금까지 MOSFET형 트랜지스터가 수직과 수평으로 작용하여, 전자들이 흩어지고 모이는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MOSFET을 이해하려면 세 가지를 챙겨야 합니다. 첫 번째로는 제품동작은 MOSFET의 각 4개 단자 간에 어떤 상호 영향을 끼치고 동작하는 지 알아야합니다. 두 번째는 제조공정인데요. MOSFET 형체를 어떻게 만들고 내부 화학적 조성비를 무엇으로 바꾸었는지 비교하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내부 구조가 어떤 형태로 이루어졌는지 파악해야합니다. 이 3가지는 서로 맞물려서 돌아가기 때문에 상호간의 연관된 관계를 살펴보아야 MOSFET을 제대로 이해 할 수 있습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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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기에서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다! 전자의 세계 속으로 /another-from-static/ /another-from-static/#respond Tue, 09 Aug 2016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another-from-static/ 진종문 선생님 메인.png

오늘날 전자가 활용되는 범위는 전자관련 산업은 물론이고 화학, 물리, 의학, 기상, 의류 등등 영향을 끼치지 않는 산업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 합니다. 오늘은 반도체를 포함하여 모든 전기적 기기들을 움직이는 원천이자, 모든 만물의 구성 요소 중의 하나인 전자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우리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전자가 반도체 속에서는 어떤 작용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번 포스팅을 주목해보세요. 반도체 여행을 하기에 앞서, 전자라는 소립자가 어떻게 발견 됐는지부터 한번 들여다볼까요?

인류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전자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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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슨이 실험한 크룩스 진공 튜브. (C 음극, A 양극, B 접지, D,E는 자석판), 음극선은 C에서 출발하여 A,B 구멍을 통과한 후, D,E판 사이를 지나 유리관에 부딪쳐서 초록색 빛을 발산한다 (출처: Wikipedia)

원자는 plus 전하를 갖는 원자핵과 minus 전하를 갖는 전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자 내에서 원자핵보다도 매우 작은 질량과 원자핵과 같은 전하량을 몸에 지닌 채 타원운동을 하는 전자모형은 오늘날 형성된 것입니다. 300년 전까지만 해도 물질은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분자가 물질의 최소단위로 알려졌었죠.

먼저 전자가 발견된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살펴볼까요? 1895년 우리나라에서는 을미사변이 일어나고 2년 후 대한제국을 선포할 격동의 시기에, 영국에서는 1897년 톰슨(Joseph John Thomson)이 미립자를 발견했다고 학회에 발표했습니다. 그는 그 당시에 유럽에서 유행했던 실험인 음극선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실험을 하다가 수소 원자 보다 작은 단위의 미립자에 대한 전하량 대비 질량비(m/e)를 밝혀냈습니다. 톰슨은 미립자에 대한 전하량이나 질량 값이 각각 얼마인지에 대하여는 직접 알아내지는 못하였지만, 전하량 대비 질량비를 알아냈죠. 이는 두 개 항목(전하량 혹은 질량) 중의 하나 즉, 미립자의 전하량을 알아내면 미립자의 질량을 계산해 낼 수 있는 실험 결과였는데요. 이것으로 나중에 조셉 존 톰슨은 노벨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정전기가 발생하는 현상에서 착안한 이름, elect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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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의 생리학자로 전기 소량의 존재를 주장하고, 전자라고 명명한 스토니(Johnstone Stoney) (출처: Wikipedia)

톰슨의 소립자는 톰슨이 발표하기 23년 전에 이미 아일랜드 물리학자인 스토니(G.J.Stoney)에 의해 확인됐습니다. 그가 전기분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소립자(전자소량:電子素量)’를 발견하고, 스토니는 이를 ‘electron(전자)’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그리스어로 ‘엘렉트론(electron)’은 소나무의 송진이 오랜 기간 응고되어 형성된 ‘호박’을 의미합니다. 호박을 서로 문지르면 정전기가 발생되는 현상에서 착안한 것이죠. 그런데 스토니는 electron이 원자 내에서 어떤 구성 요소를 갖는지를 추정하거나 가설을 설정해내지는 못하였습니다. (전기분해 과정에서) 전기 현상을 발생시키는 것이 전자라는 것만을 증명해냈죠.

많은 실험 끝에 밝혀낸 음극선의 정체

▲ 음극선관 관련 영상(출처: Wikipedia)

1752년 벤자민 플랭클린(미국)에 의해서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번개의 속성이 전기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후에 번개현상을 재현해내기 위한 여러 가지 실험이 진행되었는데요. 초창기에는 대기압에서 ‘음극판(-)’과 ‘양극봉(+)’ 사이에 높은 전압을 걸면 번개와 유사한 방전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도출했습니다. 지속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양극봉을 음극판에서 멀리하거나 양극봉의 방향을 음극판에서 다른 쪽으로 틀면 방전 현상이 없어지고, 서로 가까이 하면 방전 현상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번개가 벼락을 칠 때의 현상을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더 나아가서 이런 현상을 대기압이 아니라 진공관 속에서 실시하면, 진공의 압력이 낮아짐에 따라 음극선(-)에서 출발한 선광이 양극(+)으로 들어가면서 더욱 뚜렷해지는 방전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 또한 얻을 수 있었습니다. 300년 전에 골트슈타인(독일)은 이를 음극선이라고 명명했고 그 후 음극선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하여 많은 실험들이 진행됐죠. 결국 음극선은 전자 알갱이의 집합체들이 이동하는 현상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당시 첨단기술이었던 음극관과 관련된 많은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과학자라면 음극관으로 음극선을 실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니,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되겠죠?

전자들의 흐름, 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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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내에서 전자로 인한 에너지의 이동

음극선의 실체가 증명되었고, 또 전기분해 과정을 통하여 전기도 전자들의 이동이라고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전기선 내에서 전자에너지의 이동은 옆 원자와의 연쇄반응으로 빛의 속도로 진행되는 것까지 밝혀졌습니다. 다만, 금속 내에서 실질적인 전자들의 평균이동은 빛의 속도보다 훨씬 느리지만(1초에 1mm 이동), 에너지 이동방식이 거의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게 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호수에서 물결파동이 전달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금속 내에서도 자유전자들이 옆 원자들의 최외각전자들의 충돌과 2차 전자방출이 연속 되는 방식으로 에너지가 이동됩니다. 그에 따라 전류도 전자들의 흐름으로 정의하게 되는 것이죠.

입자의 성질을 갖는 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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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hode rays을 이용한 전자의 입자적 성질 실험(출처: Wikipedia)

전자가 파동적 성질을 갖고 있지만, 전자의 입자성은 음극선의 성질을 연구하다가 확인되었습니다. 전자가 음극(-)에서 출발한 후, 양극으로 헤엄쳐가는 항로 중간에 금속판을 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전자들이 금속판에 부딪쳐서 금속판을 통과하지 못하고 양극봉(+)이 있는 뒷부분에서는 금속과 동일한 형태의 그림자가 생깁니다(독일. 1875년 요한 히토르프). 이를 통해 전자가 직진하는 성질을 갖는다는 것을 알아내었죠.

또한 중간에 금속판 대신 얇은 금속으로 된 팔랑개비를 놓고 음극선을 가동시키면 금속으로 된 팔랑개비가 회전을 하게 되는데요. 이때 팔랑개비를 회전 시킬 수 있는 것은 전자들이 질량을 보유한 입자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입증되었습니다(영국. 1879년 윌리엄 크룩스). 그 당시 빛이나 소립자 운동의 입자설은 주로 뉴튼을 배출한 섬나라인 영국에서 주장하였습니다. 반면 파동설은 네덜란드 하위헌스를 배출한 대륙에서 주장하면서 과학계에서는 입자설과 파동설이 충돌해 한참 시끄러웠습니다.

전자가 음전하라는 증거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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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극선을 이용한 전자의 극성 실험, 음극에서 출발한 파란 음극선은 판 2개의 틈새를 비집고 나온 후, +극의 영향을 받아서 휘어져 나아간다 (출처: Wikipedia)

음극선이 항해를 하는 항로 중간에 +/- 전기장과 자기장을 형성시키면 음극선이 양극(+)의 방향으로 휘는데요(영국. 1879년 윌리엄 크룩스). 이것으로 음극선을 이루는 성분인 전자의 극성이 마이너스 극성을 띈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프랑스. 1895년 페랭). 전자가 음전하 성질을 갖은 입자라는 것이 입증되었던 것이죠. 또한 이때 전자가 자기장 속에서 굽어지면서 다른 원자들과 충돌하는 현상을 확인했습니다. 이로 인해 공식 몇 개를 처리하면 전하량과 질량의 비인 비전하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영국. 1890년 아더 슈스터).

원자내의 소립자인 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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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슨의 원자모형 Plum Pudding Model (출처 : 두산백과)

 

음극선이 소립자로 구성되었다고 발표하면서, 톰슨은 한 발짝 더 나아가 ‘미립자(소립자)’가 원자를 구성하는 작은 입자라는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미립자의 비전하가 수소 분자 비전하 대비 약1,000 ~ 1,500분의 1 정도로 작다는 것을 계산해냈습니다. 비전하가 작다는 것은 전하량(전자가 보유한 음전하)은 같으므로 결국 질량이 작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원자 내의 미립자는, 빵 속에 건포도가 박혀 있는 상태와 같은 형태로 존재한다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이는 그때까지만 해도 단지 톰슨의 가설이었는데요. 향후 톰슨의 가설은 톰슨의 제자인 러더포드(뉴질랜드, Ernest Rutherford)에 의하여 판명되었습니다. 소립자가 원자 내에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존재하고 있는 형태는 규칙성을 갖고 타원운동을 하는 태양계의 행성과 유사한 운동 형태라고 말이죠.

여기서 톰슨의 중요한 역할은 원자의 구조에 대하여 접근했다는 것인데요. 원자가 양의 입자와 음의 입자로 구성되었다는 톰슨의 착상이 그 시대에서는 혁신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톰슨은 그가 언급한 미립자가 electron으로 불리는 것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합니다. 톰슨이 그의 주장 중에 기존에 발표된 다른 실증자료 즉 스토니 등의 이론으로 짜깁기 한 부분을 감쇄 혹은 상쇄시키려는 의도인지, 혹은 호박의 마찰로 발생된 electron과 음극선을 구성하는 electron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서로 다른 것이라고 받아들인 오류를 범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에 대해 추측만 할 뿐이죠.

반도체 내에서의 전자의 역할

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반도체는 전기를 흐르게 하는 층과 흐르지 않게 하는 층이 목적에 따라 좌우상하로 미로처럼 얽히고 설켜 있습니다. 반도체 내에서 전자들은 전기를 흐르게 하는 길을 따라 이동하되, 중간 중간에 여닫는 문이 설치되어 있어서 수문장의 신호에 맞추어 가다 서다를 반복합니다. 불순물 반도체인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가 적절히 절연되고, 채널로 이어지면서 마련된 통로로, 전자가 빠르게 혹은 느리게 이동합니다. 혹은 저장 공간 안에 짧게 혹은 장기간 머물기도 하죠. 이를 위해 저항이 매우 낮은 물질 속을 전자가 통과하기도 하고, 적절한 저항 값을 갖는 물질을 헤쳐 나가기도 합니다. 또 저항이 매우 높은 산악지대를 넘을 수 없게도 합니다.

고도화되는 반도체의 크기는 계속적으로 작아져야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자가 느끼는 스트레스 강도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반도체를 동작시키는 전압은 계속적으로 낮아지는 반면, 속도는 더욱 빨라져야 하죠. 이러한 조건 속에서 전류를 형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자 알갱이 개체수는 일정하게 유지시켜야 ON/OFF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자의 발견과 성질부터 역할까지 자세히 알아보았는데요. 과거에 가설로만 여겨졌던 현상들이 우연한 발견 끝에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반도체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은 대단한 것이 아닌 아주 사소한 발견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을 윤택하게 만드는 발견을 위해 연구에 매진하는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있기에 인류는 더 혁신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닐까요?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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