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 SK hynix Newsroom 'SK하이닉스 뉴스룸'은 SK하이닉스의 다양한 소식과 반도체 시장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전달합니다 Tue, 08 Apr 2025 00:00:03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6.7.1 https://skhynix-prd-data.s3.ap-northeast-2.amazonaws.com/wp-content/uploads/2024/12/ico_favi-150x150.png 인공지능 – SK hynix Newsroom 32 32 [DECODE AI] IT 크리에이터 ‘조코딩’이 추천하는 A+를 위한 학점 향상 AI 도구 BEST3 /decode-ai-1/ /decode-ai-1/#respond Tue, 08 Apr 2025 00:00:03 +0000 /?p=46813

AI가 일상이 된 ‘대 AI 시대’, 그 무한한 가능성을 해독하기 위해 SK하이닉스 뉴스룸이 야심 차게 선보이는 [DECODE AI] 시리즈!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든 AI를 샅샅이 파헤칩니다.

 

1편에서는 시험을 앞둔 학생들의 학점을 끌어올려 줄 AI를 모아봤습니다. 프로그래머이자 IT 크리에이터인 ‘조코딩’이 직접 사용해 보고 감탄하며, 액기스만 추린 AI 도구 모음집. 지금부터 소개해 드립니다.

챗GPT가 세상에 나온 지 불과 2~3년, 우리의 일상은 놀라울 정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의 풍경은 더욱 특별합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학생들은 어느덧 자연스럽게 AI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AI를 프로필 사진 정도 바꾸는 데만 사용했나요? AI를 활용하면 더 스마트하고 효율적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공부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AI 도구 3가지를 소개합니다. 물론 이용하기 쉽고, 무료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녹음만 하면 다 글로 요약해 준다: 다글로

▲ 다글로 소개 화면

수업 시간에 잠깐 한눈팔다 중요한 내용을 놓쳤던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만약, AI가 나 대신 필기를 해준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필기한 내용을 자동으로 요약해 핵심만 정리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하겠죠. 다글로(daglo)’를 이용한다면 가능합니다.

다글로는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이를 요약하는 AI 서비스입니다. 실시간으로 녹음하며 받아쓰는 ‘녹음 받아쓰기’와 녹음된 음성 파일(MP3, MP4)을 텍스트로 변환해 주는 ‘파일 받아쓰기’가 핵심 기능이죠.

▲ 다글로는 핵심 기능인 ‘녹음 받아쓰기’와 ‘파일 받아쓰기’

 

직접 녹음하거나, 녹음 파일 활용해 수업자료 생성

우리는 그저 녹음 버튼을 누르고 강의 듣는 데만 집중하면 됩니다. 물론 AI가 대신 듣고 있으니, 약간의 딴짓도 괜찮겠네요. 녹음이 끝나면, 다글로는 우리가 듣지 못한 교수님의 혼잣말까지 텍스트로 변환하고, 주요 내용을 추려 요약합니다. 혹시, 수업 시간에 깜빡할까 봐 걱정된다 해도, 안심하세요! 시간표 기능도 있으니까요. 시간표에 맞춰 자동으로 알람이 울려 녹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수업 전 알람을 받아 볼 수 있는 시간표 기능

간혹, 수업을 직접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죠? 이럴 땐 친구에게 수업 내용을 녹음해 달라고 부탁해 봅시다. 녹음 파일을 업로드하고 받아쓰기를 누르면, AI가 알아서 텍스트로 변환하고 주요 내용을 추려 요약해 줍니다.

▲ 녹음 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요약까지 진행해 주는 모습

단순히 받아 적고, 요약만 한다고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니죠?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을 이해하고 질문하는 과정입니다. 만약 오늘 들은 수업 내용을 AI에 직접 질문하고 답변을 받을 수 있다면 더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겠죠. ‘AI Chat’ 기능을 활용하면, 수업 내용을 질문하고, 답변도 받을 수 있습니다.

추가로 다글로는 ‘화자 분리’ 기능도 제공하는데요. 이를 활용하면 조별 모임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발화자를 나누어 볼 수 있고 회의 내용 및 업무 분장 등을 다글로를 통해 정리하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강의/조별 회의를 녹음 해두면 중간에 놓쳐도 걱정을 한시름 놓을 수 있겠죠?

알아서 내가 필요한 자료를 척척 찾아준다: 퍼플렉시티

▲ 퍼플렉시티의 초기 화면

혹시, 과제 할 때 자료조사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지 않나요? 이는 크게 2가지 문제 때문입니다. 첫째는 조사해야 하는 주제가 어려워 무엇부터 조사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입니다.

만약 ‘양자역학의 현대적 해석과 철학적 함의’라는 주제를 보면 어떨까요? 어떤 자료부터 조사해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는데요. 무턱대고 양자역학을 검색하기 시작했다가는 애꿎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찾아보고 있을지도 모르죠.

둘째, 내가 원하는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한참을 인터넷 세상에 표류하는 경우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키워드를 먼저 검색하고 나온 모든 글을 하나씩 읽어보게 되는데요. 이렇게 읽은 글들이 내게 필요 없는 정보였다면, 그 내용을 읽는 데 쓴 시간이 모두 낭비된 셈이죠. 이때 ‘퍼플렉시티(Perplexity)’를 사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퍼플렉시티는 AI가 여러 웹사이트 정보를 직접 찾아서 요약 및 정리해 주는 검색 서비스입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합니다. 찾고 싶은 내용을 질문하듯 물어보면 됩니다. 그러면 필요한 자료들을 빠르게 찾아 주고, 출처까지 알려줍니다.

▲ AI 구현에 있어 HBM과 같은 AI 메모리가 중요한 이유를 주제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

퍼플렉시티는 자료 검색 범위 설정 기능이 있어, 필요한 정보에 맞춰 검색 방식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웹 검색은 일반 검색엔진과 유사하게 다양한 온라인 소스에서 정보를 모아줍니다. 시사 이슈나 최신 트렌드를 파악할 때 유용한데요. 발표 자료를 준비하거나 과제의 서론을 작성할 때 먼저 활용해 보세요.

예를 들어, “AI 구현에 있어 HBM과 같은 AI 메모리가 중요한 이유는?” 이렇게 물어본다면 해당 내용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해 줍니다. 이를 활용하면, 사실관계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자료조사 시간을 절약할 수 있죠.

논문이나 학술 연구 자료가 필요한 경우, ‘학문’ 모드를 사용하면 검증된 정보만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학술적 근거가 필요한 과제에 유용한데, 관련 논문을 검색해 신뢰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커뮤니티 의견이 필요하다면 소셜 검색 기능을 활용하세요. 해외 주요 커뮤니티 글을 중심으로 검색해 사용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직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바라보는 실제 기술적 과제와 시장 전망은 어떤가요?”나 “최신 공정 기술 흐름에 맞춰 반도체 공학 학부생이 집중적으로 배워야 할 구체적인 스킬 셋이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하면, 커뮤니티에서 논의된 생생한 의견들을 정리해 보여줍니다. 트렌드 분석이나 소비자 행동 연구 등 실제 사례가 필요한 과제에서 빛을 발합니다.

 

사용자 편의에 따라 답변 모드, AI 모델도 변경 가능

그리고 퍼플렉시티는 질문 유형에 따라 답변 모드를 선택할 수 있고, 원하는 AI 모델을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 사용자 편의에 따라 답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간단한 질문으로 빠른 대답이 필요할 땐 ‘장점’ 모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AI 산업의 전망에 대해 알려주세요”와 같이 사실 확인이 필요할 때 유용하죠. 발표 준비 중 급하게 숫자나 날짜를 확인하거나 수업 중 실시간으로 용어를 찾아볼 때 특히 효과적입니다.

▲ 질문을 장점 모드로 사용했을 때 얻은 답변

‘추론’ 모드는 다소 어려운 질문을 풀 때 사용할 수 있고, ‘심층 연구’ 모드는 전문적인 조사가 필요한 보고서, 논문 등을 작성할 때 유용합니다. 자료에 필요한 목차 설정뿐 아니라 목차에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까지 조사해 제공합니다.

질문이 같아도 모드에 따라 답변의 깊이나 방식이 달라집니다. 때문에 사용자들이 모드를 바꿔가며 질문하면, 원하는 답변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어떤 모드를 고를지 모르겠다면 자동으로 설정해도 괜찮습니다. 똑똑한 퍼플렉시티가 질문 내용에 따라 알아서 적절한 모드를 설정해 주기 때문입니다.

▲ 질문을 심층 연구 모드로 사용했을 때 얻은 답변

퍼플렉시티는 다양한 AI 모델을 지원한다는 장점도 있는데요. 모드를 선택하면, 해당 모드에 맞는 적절한 AI 모델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퍼플렉시티의 자체 모델인 Sonar 외에도, 구글, 오픈AI, 클로드 등의 최신 AI 모델들도 선택할 수 있어 다양한 답변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 Sonar를 비롯해 GPT-4.5, Gemini 2.0 Flash 등 최신 AI 모델 등을 한 서비스에서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형식의 자료를 종합해 한 번에 정리하기: 노트북 LM

▲ 노트북 LM의 초기 화면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많은 학생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특히 한 학기 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영상, PDF, 웹사이트 등 봐야 할 수업 자료의 종류가 많을수록 더욱 골치 아파지기 마련이죠.

만약 다양한 종류의 자료들을 한 번에 읽고, 종합해 핵심 내용을 짚어주는 AI가 있다면 어떨까요? 이런 AI를 찾았다면, 바로 ‘노트북 LM(NotebookLM)’을 이용해 보세요.

 

확장자의 장벽에 갇히지 않는 AI

일반적인 AI 서비스는 하나의 자료만 분석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지만 노트북 LM은 내가 업로드한 다양한 자료들의 핵심 내용을 종합적으로 요약하거나 질문에 답해줍니다.

노트북 LM의 장점은 50종류의 파일 확장자를 한 번에 업로드하고 학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PDF, TXT, 마크다운*, 오디오(mp3 등), Google Docs, Slides 등을 비롯해, 웹사이트의 URL, 유튜브 등의 링크도 첨부할 수 있습니다.

* 마크다운(Markdown): 경량 마크업 언어(Markup Language)의 하나로, 간단한 문법만으로 서식을 지정한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 개발 문서, 블로그, README 파일 등 다양한 환경에서 널리 사용된다.

▲ 유튜브 링크 하나만 넣자 바로 학습하는 노트북 LM

노트북 LM의 이러한 특징은 수업마다 강의 자료의 형식이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매우 유용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교수님들이 저마다 제공해 주는 다양한 양식의 교육 자료나 내가 정리한 노트, 수업 중 녹음한 음성 파일, 논문, 참고 링크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요약하는 시간을 혁신적으로 절약해 줍니다.

또한, 노트북 LM은 단순히 자료를 정리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업로드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용자의 질문에 답변해 주는 기능까지 제공합니다. 이를 활용하면 단순한 복습을 넘어, 능동적으로 학습하고 이해도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AI 활용 능력이 학점이 되는 시대

불과 몇 년 사이에 대학생들의 공부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걸 실감합니다. 무거운 전공책을 들고 다니며, 교수님의 강의를 놓칠세라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 받아 적고, 시험 기간엔 수업 자료를 다시 보고 정리하느라 정신없었던 학생들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태블릿 PC와 터치펜만 들고 수업에 참여해, AI의 도움을 받아 더욱 쉽고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위에 소개한 AI를 활용해 보니, AI는 24시간 내 곁에 있어 주는 든든한 과외 선생님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제는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본인의 학점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 것 같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AI를 적극 활용해서 효율적인 학점 관리에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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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AI가 악의로 가득 찬 세상에 대응하는 자세 /ai-in-culture-5/ /ai-in-culture-5/#respond Thu, 06 Mar 2025 00:00:12 +0000 /?p=46060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나 딥보이스 스미싱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악용한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이미지나 영상, 목소리, 대화 등 데이터의 스펙트럼은 다양해도 모든 AI 범죄는 ‘AI 윤리’ 측면에서 예견되어 있었다. 2020년 한 스타트업이 출시한 여대생 콘셉트 챗봇은 국내에서 AI의 윤리적 범죄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지하게 했다. 이 챗봇은 짧은 기간 동안 가입자 80만 명을 모으며 인기를 끌었는데, 결과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어졌다. ‘지하철 임산부석’, ‘동성애’에 관한 질문에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답변으로 내놓거나, 은행과 주소를 묻는 말에 비식별화 처리되지 않은 불특정 다수의 실제 정보를 발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서비스 이용자의 실제 SNS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되었던 챗봇은 얼마 가지 못해 서비스를 종료했다.

▲ 국내 스타트업 챗봇의 실제 대화 예시(©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해외 사례까지 종합해 보면, AI가 비윤리적인 언어를 필터링하지 못하고 수용하거나 스스로 생산하는 문제는 그 이전에도 있었다. 2016년 글로벌 대기업의 AI 챗봇도 SNS 계정에 적용되어 대중과 처음 만났다. 하지만 집단학살을 지지하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변하는 등 나치즘과 같은 인종 차별을 필터링하지 못하고 16시간 만에 문을 닫았다.

▲ 글로벌 대기업 챗봇의 실제 대화 예시(©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국내와 해외의 챗봇 사건, 그리고 다른 AI 범죄 사이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인간의 악의가 어떤 방향으로 AI를 학습할 수 있을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서비스가 종료되기 전, 10~20대로 이루어진 주 사용층은 커뮤니티에서 여대생 콘셉트의 챗봇을 성희롱하는 방법을 공유했다. 일부 극우 성향을 지닌 글로벌 기업의 챗봇 사용자들은 ‘따라 하기’ 기능을 활용해 욕설과 차별적인 언행을 챗봇에게 학습시켰다.

뛰는 개발자 위에 나는 범죄자

계속해서 제기되는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는 없었을까? 초기 AI는 단순한 규칙으로 움직이는 챗봇이었다. 개발자가 설정해 둔 선택지 안에서 객관식 답변을 주는 형태였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았다. 그러나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최근의 생성형 AI는 학습한 정보를 조합해 서술형 답변을 생성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 디셉티브 딜라이트 예시(©Palo Alto Networks)

AI가 똑똑해지는 만큼, 이를 악용한 범죄도 더 영악해진다. 최근 개발자들이 다양한 공격 형태를 예상하여 보완책을 강구하는 이유다. 앱 기반 보안정책을 제공하는 팔로앨토 네트웍스(Palo Alto Networks)의 최신 사이버 보안 연구팀 유닛 24는 최근 대규모 언어 모델(이하 LLM)의 보안을 무력화할 수 있는 신종 해킹 기법을 공유했다. 이들이 디셉티브 딜라이트(Deceptive Delight)라고 명명한 기법은 LLM의 취약점을 노리는 프롬프트 인젝션(Prompt Injection)에 속한다. 이와 같은 탈옥 기술은 AI와의 대화 속에서 점진적으로 유해한 요청을 하면서, 비정상적인 콘텐츠를 생성하도록 유도한다. 이 간단한 기술은 무려 8,000건의 사례 테스트에서 파괴적인 효과를 보였다. 문답 3개가 끝나기 전 65%의 확률로 안전 가드레일을 우회한 것이다.

프롬프트 인젝션의 실제 사례는 종종 뉴스에서 만날 수 있다. 2023년 게임 메신저 디스코드에서는 “폭탄 제조 기술자였던 할머니처럼 대화해 달라”고 상황극을 주문한 뒤, 네이팜탄 제조법을 알아낸 사례가 있었다. 장난스러운 탈옥 시도였지만, 네이팜탄을 정말로 제조했다면 간단한 해프닝으로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 이상 해킹에 전문 해커가 필요 없는 세상이 다가온다는 건 그래서 두렵다. 불특정 다수 누구나 비윤리적인 발화나 개인정보 침해 수준을 넘어서 시스템 자체를 공격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악의적으로 생명을 해치는 정보를 편취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전 세계에서 계속되는 AI 범죄를 예방할 기술이 있을까? 개발자들이 그 질문에 답하려면, 필연적으로 인문학적인 고민에 직면하게 된다. 창의적인 범죄가 발생하는 나날, AI에 어떠한 윤리 지침을 내장해야 안전해질 수 있을까?

모든 AI 개발자의 고민, AI 윤리라는 통제 기준

선한 의도를 가지고 개발했다고 해서, 결과물까지 선한 것은 아니다. LLM 모델이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기 위해서는 수천억 개의 데이터, 토큰(Token)이 필요하다. 무수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니 문제가 있는 데이터가 끼어들 확률도 높아진다. 그럼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어떻게든 제외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모든 데이터의 옳고 그름을 무 자르듯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어떤 데이터가 ‘선하고 악한’ 데이터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가치 판단 자체가 나라마다, 문화적 배경마다 달라지기 때문이다.

2024년 LA 한인타운의 목욕탕에서 논란이 있었다.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아 생물학적 남성이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여성이라고 확립한 사람이 여탕에 입장하기를 원했다. AI로 이 목욕탕 출입을 관리한다고 할 때,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학습시켜야 할까? ‘AI가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했다’라고 이야기하기는 쉽지만, 실제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80억 인구가 모두 공감하는 편향되지 않은 데이터 표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 튜닙의 AI 가드레일 솔루션

▲ AI 가드레일 솔루션 패키지(©TUNIB)

챗봇 50여 종을 개발해 온 인공지능 기술 스타트업 튜닙도 ‘데이터 정제만으로는 AI 범죄를 완벽하게 예방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AI 가드레일 솔루션을 고안했다. 그러나 모든 생성형 AI는 입력된 언어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하니 역설적으로 데이터 정제를 가장 먼저 연구해야 했다.

2021년 개발 당시, 이미 위험한 표현을 순화해 주는 콘텐츠 모더레이션(Contents-Moderation) 기능의 중요성이 대두되어 있었다. 오픈AI의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태동하던 시기였는데, 1,750억 개 매개변수를 가진 초거대 언어 모델 챗GPT-3가 주목받고 있었다. 오픈AI는 개발자들에게 콘텐츠 필터를 제공하며, 혐오 표현이나, 음란물 등 민감한 콘텐츠가 적확하게 걸러지는지 테스트하는 단계를 거쳤다. 이런 흐름 속에서 튜닙도 솔루션 패키지 중 혐오 표현 탐지 모델을 가장 먼저 개발했다. 혐오 표현 수준 및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기준으로 프롬프트를 판단하고 감지한다.

하지만 문제는 프롬프트 인젝션이었다. 적나라한 악의가 깃든 표현은 비교적 제거하기 수월하다. 하지만 간접적이고 교묘한 공격(Indirect Prompt Attacks)에 관한 대응은 최근에서야 연구가 활발해진 분야라, 완성된 연구가 전무했다. 출시된 상업용 솔루션도 튜닙의 AI 가드레일 솔루션을 제외하면 올해 4월 마이크로소프트 AZURE AI가 발표한 프롬프트 쉴드(Prompt Shield)가 정도가 전부인 상황이었다.

개발 초창기일 때, 가장 어려운 지점은 표준화된 대응 모델이 없다는 것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므로 모든 개발자가 각자 마음대로 해석하고 적용하게 된다. 튜닙은 공격과 탐지, 방어라는 AI 가드레일의 시스템 구축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 괴물을 막기 위해 직접 괴물을 만들고, 이를 통해, 괴물의 공격에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다. 탐지 모델이 아무리 성숙해도 편향된 가치 판단을 버릴 수 없다면, 약한 부분을 먼저 무너뜨리고 다시 메우기로 한 거다. AI 허브의 공개 데이터 중 비난·학대·범죄·차별·증오·성희롱·폭력 등 7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본래는 공격에 대응하는 양상을 보여주기 위한 데이터 세트(Data Set)이지만,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공격 엔진은 랜덤하게 공격적인 발화를 생성하고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그러면 뒤를 이어 방어 엔진이 윤리적인 방어막을 펼친다. 이 시스템이 구동하면, 솔루션이 얼마나 잘 방어하고 있는지 자동으로 테스트가 가능해진다.

▲ AI 가드레일 솔루션 패키지 운영 시뮬레이션(©TUNIB)

상호 보완되는 공격과 방어 엔진의 대화 데이터 세트를 함께 활용하면, 더 공고하게 윤리적인 AI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사실 두 엔진뿐 아니라, AI 윤리 가드레일 솔루션 패키지 안의 AI 엔진 6개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비윤리적 공격 시뮬레이션 모델 ‘조커’부터 방어 모델 ‘루시’, 혐오 표현 탐지 모델 ‘세인트 패트릭’, 준법 감시 모델 ‘가디언’, 스팸 탐지 모델 ‘스패무라이’, 프롬프트 주입 탐지 모델 ‘엔젤’까지. ‘공격-감시-탐지-대응’ 솔루션의 모든 사이클이 순환한다. 이렇게 기획한 이유는 단 하나다. 인류와 범죄가 계속되는 한 솔루션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공격하고 방어하며 업데이트해야 하기 때문이다. AI 솔루션은 머지않은 미래에 코비드(COVID) 19 백신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일상 속 AI 가드레일 솔루션 패키지

AI 가드레일 솔루션 패키지의 안착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업계는 금융권이다. 보안 시스템을 우회하는 외부 악성코드 공격도 탐지 가능하지만, 내부에서의 위법한 공격 탐지 엔진이 특히 효율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각 금융기관은 사내에 ‘준법감시팀’을 두고 직원의 횡령, 핵심 기술 유출 등 회사에 지대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범죄를 비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하지만 한정된 인력이 수천, 수만 명 사이에 오간 대화를 살피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이전의 AI 모니터링이 설정한 유해 단어 등을 찾아내고 감시하는 수준에 불과했다면, AI 가드레일 솔루션은 법률에 어긋나는 대화만을 특정해 감지할 수 있다. 직접적이지 않은 은유도 탐지하고 곱씹어봐야 하는 문맥도 파악한다. 이미 제이피 모건(JP Morgan),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 등 해외 은행에서는 AI 솔루션을 적용해 자금세탁, 테러 자금 등을 미리 방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투명함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분야에서 AI가 직원의 윤리성을 보장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프라이버시’란 가치 판단에 관한 논의가 재점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의식하지 못할 뿐, 현재 대부분의 기업이 활용하는 메신저 개발 업체들은 관리자 버전을 별도로 제공한다. 정보 열람에 관한 동의를 취업 규칙 등에 기재한 경우도 늘어가고 있다. 과연 인간 관리자보다 AI 관리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이 클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AI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대화를 발견할 때만 인간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인간 관리자는 보고된 문제만 열람할 수 있게 합리적으로 운용할 몫이다.

차세대 AI 보안 솔루션의 미래

▲ SK하이닉스의 AiM 칩과 AiMX 카드

연구가 무르익을수록 소프트웨어적인 대응에서 하드웨어적인 고민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정교한 가치판단이 AI 솔루션에 효율적으로 적용되려면,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복잡한 연산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가치 판단에 따라 공격을 예민하게 탐지하고, 보관하고, 서버에 접속해 관리자에게 전송하는 모든 과정은 더욱 빠른 처리가 필요하다. 고용량 데이터의 초고속 전송이 가능해지려면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도입과 초대규모의 솔루션 확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반도체 처리량이 대용량 공격을 방어하는 단계에 도달하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대응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최초에 프롬프트 인젝션이 아주 특수한 사례처럼 보였지만, 이제 대응을 고민하는 일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듯 기존 컴퓨팅 시스템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데이터를 처리하고자 한다면, 보안에 특화된 고성능 메모리 솔루션이 다음 쟁점이 되리라 예상해 본다.

인공지능 시대, 착한 AI에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 인공지능(AI)안전연구소 개소식(©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하지만 더욱 안전한 AI 솔루션은 기술적 고민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도 AI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안전성에 관한 논쟁이 격화 중이다. 지난해 5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와 역사학자 유발 히라리 등 굴지의 경영자와 석학들이 챗GPT 등 생성형 AI 개발을 6개월간 중지하라는 공개 서명을 한 바 있다. 뉴욕대 인지 심리학 교수 게리 마커스는 핵전쟁을 초래할 수 있는 AI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딥러닝의 대부 제프리 힌턴은 2023년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구글을 퇴사하기도 했다. 메타의 수석 AI 과학자이자 부사장인 얀 르쿤처럼 AI의 위험성은 과장되어 있다는 반대파도 있다.

첨예한 거대 담론이 학문적으로는 유의미할지라도, 제한된 정보를 접한 대중에게 발전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는 AI 범죄를 보며 AI가 인류의 종말을 야기한다거나, 선두 주자인 강대국이 세계를 정복한다는 음모론에 쉽게 동요한다. 이럴수록 AI 교육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된다. 더 빨리 AI를 개발하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AI를 윤리적으로 받아들이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사용자 중심 교육 말이다. 받아들이는 사용자와 문화권 전체가 공감하는 가치 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시금 가치 판단의 기준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국내에는 굵직한 AI 규제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대한민국, 미국, 영국, EU 등 11개국의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안전·혁신·포용을 AI의 3대 규범 가치로 채택한 ‘서울선언’ 이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국내 AI 기업에 컴퓨팅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도 있었다. 국가 주도로 AI 모델을 개발하고 한국의 고유한 문화와 강점을 담겠다는 소버린 AI(Sovereign AI) 정책의 일환이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전 세계에서 6번째로 AI 안전 연구소가 출범했다.

돌이켜보면, 코비드 19 백신에도 부작용은 있었다. 모든 연구는 수정을 반복하며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에 다가간다. AI가 인간의 생과 공존하는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인간이 만든 AI에도 오남용을 바로 잡을 기회를 주어야 한다. 사회가 발전해 온 방식과 동일하게, 구성원의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은 그래서 중요하다. 드디어 마련된 국가 주도 AI 컨트롤 타워가 그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해 본다. 모두가 100% 동의할 수는 없더라도, 기준선을 세운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 확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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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기술의 확장 ‘영화와 광고 시장의 미래’ /ai-and-movie/ /ai-and-movie/#respond Tue, 06 Aug 2024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ai-and-movie/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영상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2022년 등장한 생성형 AI는 글자와 이미지로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광고 시장부터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영화 시장까지 흘러 산업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예전부터 영화 제작에 AI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오고 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에서 80세의 해리슨 포드는 35세로 완벽하게 회춘했다. 올해 11월 개봉 예정인 <히어>에서 67세의 톰 행크스는 무려 19세로 돌아간다. 과거에 다른 배역을 쓰거나 분장으로 해결했던 장면들이 AI를 활용한 디에이징(De-aging)* 기술로 구현되고 있다.

* 디에이징(De-aging):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과거의 사람이나 물건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는 데 사용

AI 활용은 광고계에서도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기존 타겟팅, 개인화, 최적화, 효과 측정 분야에서부터 최근 창작 분야로까지 쓰임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KB라이프생명’은 국내 광고에서 최초로 딥러닝과 디에이징 기술을 도입해 배우 윤여정의 20대 모습을 구현했다. 마찬가지로 ‘서울우유’ 광고 속 배우 박은빈을 쏙 빼닮은 아역 모델 3명도 AI가 학습해 만들어낸 딥페이크의 결과물이다.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전 세계 미디어∙엔터테인먼트의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2023년 197억 5,000만 달러에서 2030년 994억 8,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26% 이상의 성장률이다. 이에 국내외 영상 산업 전문가들은 AI가 향후 업계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 ‘AI 영화’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에서 AI로 생성한 컨셉아트 및 디자인 이미지

▲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에서 AI로 생성한 컨셉아트 및 디자인 이미지

영화계에서도 ‘AI 영화’ 장르가 화두다. 국내외 여러 영화제에서 AI 영화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AI 기술을 활용해 만든 영화 <아그로 드리프트(AGGRO DR1FT)>를 초청해 이슈의 중심이 됐다. 올해 5월 진행된 칸 국제영화제의 필름마켓 전반을 이끈 주제 역시 AI였다. 이외에도 LA, 뉴욕, 두바이, 암스테르담 등에서 AI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영화계의 새로운 흐름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지난 7월에 개최한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한국 영화제 가운데 최초로 ‘AI 영화 경쟁 부문’을 도입했다. 오는 12월에는 국내 첫 AI 영화제인 ‘부산국제인공지능영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생성형 AI를 잠재적 위협으로 받아들였던 문화예술계가 이를 창작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AI 영화’는 생성형 비디오 AI 기술 발달과 함께 급속도로 주목 받았다. 특히, 오픈AI의 ‘소라(Sora)’는 TTV(Text to Video) 모델의 게임 체인저로 등장했다. 이전 모델들이 3~4초 길이의 저화질 클립을 생성했다면, 소라는 1분 길이의 실사와 같은 고화질 비디오를 제작할 수 있다. 복잡한 장면, 다수의 캐릭터, 동적인 카메라 앵글, 사실적인 얼굴 감정 및 움직임 등의 연출도 가능하다.

TTV 업계의 선두 업체인 런웨이는 기존 ‘젠(Gen)-2’보다 성능이 향상된 ‘젠(Gen)-3’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다른 업체인 루마(Luma) 또한 ‘드림 머신(Dream Machine)’이라는 새로운 비디오 생성 AI 서비스를 선보이며 TTV 시장의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스토리와 메시지 갖춘 세계 최초의 AI 영화 <원 모어 펌킨> 제작 이야기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영화 ‘원 모어 펌킨’의 스틸컷

▲ 생성형 AI로 만든 영화 <원 모어 펌킨>의 스틸컷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은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에서 개최된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AIFF)’에서 영화 <원 모어 펌킨>으로 대상과 관객상을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원 모어 펌킨>은 200살이 넘도록 호박 농사를 하는 한국 노부부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공포 영화다.

3분짜리 이 단편영화는 작년 9월, 순수 생성형 AI로만 제작됐다. 제작에 들어간 비용은 전기요금을 제외하고는 ‘0원’. 오직 AI 프로그램 툴을 사용해 3~4명이 붙어 5일 만에 완성했다. 당시 무료 오픈 소스였던 TTI(Text to Image) 모델인 ‘스테이블 디퓨전 XL(Stable Diffusion XL)’을 활용해 초기 이미지를 생성한 뒤, ITV(Image to Video) 모델인 ‘피카(Pika)’의 베타버전으로 영상을 제작했다.

<원 모어 펌킨>에는 ‘탐욕은 또 다른 탐욕을 부르고, 결국 파멸을 부른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AIFF에 출품된 약 500편의 AI 영화 다수가 기술적 측면에만 매몰됐던 것에 반해, <원 모어 펌킨>은 영화 예술의 중요한 요소인 주제 의식을 놓치지 않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로테스크한 공포 장르를 선택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어딘가 불쾌하고 기괴하게 표현됐던 AI의 기술적 한계를 연출로 승화해 독특한 예술적 장점으로 풀어냈다.

AI 영화, 어떻게 만들어질까?

AI 영화는 생성형 AI 프롬프트에 감독의 생각을 입력하면 AI가 무한으로 시안을 제시한다. 감독은 그것들을 선별 및 취합해 편집 과정을 거쳐 최종 결과물을 산출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플랫폼인 코파일럿(Copilot)에 간단한 줄거리를 담은 PDF 파일을 업로드하면 시놉시스, 시나리오 구조 분석은 물론 촬영 장소와 배우 캐스팅까지 추천해준다. 작가, 카메라 감독, 로케이션 디렉터, 캐스팅 디렉터의 역할을 대체한다. 간단한 줄거리까지 AI에게 맡길 수 있다.

감독이 머릿속 장면을 카메라에 완벽히 담을 때까지 반복 촬영하는 전통적인 영화 제작 방식과는 완벽히 대조된다. 이제 촬영 감독은 카메라 대신 생성형 AI로 연출을 위한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CG 작업자는 기존 CG 툴 대신 AI 툴을 활용한다. 바쁜 일정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직접 출연을 할 수 없는 배우는 라이선스 된 자신의 AI 초상권을 제작사에 제공해 공백을 메울 수 있다.

AI 영화는 실사 영화와 경쟁하지 않는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AI의 빠른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향후 1~2년 안에는 60분이 넘는 장편 영화 제작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실사 영화보다 퀄리티는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AI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창적인 비주얼로 대중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AI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을 시장 ‘광고’

지금 당장 AI 영화가 대중적인 콘텐츠가 되기에는 시기상조다. 일관성 유지의 어려움, 길이 제한, 세밀한 조작 불가 등 상업적인 영역에서 활용하기엔 분명 한계가 있다. 대신, 빠른 결과물의 생성, 다양한 시안 제작, 저렴한 제작비와 같은 장점도 있다.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 바로 ‘AI 광고’ 시장이다.

광고 업계에서는 기획력과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하다. AI의 빠른 속도와 다양한 결과물들은 선택의 폭과 구현의 가능성을 넓힌다. 광고주와 광고에 대한 기획 및 소통을 하는 PPM(Pre Production Meeting)에서 AI를 활용한다면 기획안과 콘티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결과물 자체를 보여줄 수 있다. 실사 촬영과 비교해 비용은 크게 아끼고, AI로 제작한 광고라는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스튜디오 프리윌루전과 이노션이 제작한 현대자동차 AI숏필름 광고 스틸컷

▲ 스튜디오 프리윌루전과 이노션이 제작한 현대자동차 AI 숏 필름 광고 스틸컷

최근 스튜디오 프리윌루전과 이노션은 ‘현대자동차’ 광고를 숏 필름 형식으로 제작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1편 정도 만들 수 있는 비용으로 3편의 에피소드가 탄생했다. 영상 속 캐릭터부터 배경 음악 작사∙작곡까지 100% 생성형 AI로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AI 특유의 그림체에 유머러스한 스토리가 더해져 B급 감성의 광고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결국, 생성형 AI의 도입은 광고 업계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저렴한 제작비와 빠른 결과물은 미래의 광고 시장을 더욱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 전망이다.

AI가 바꾸는 영상 콘텐츠 트렌드, 매스(Mass)에서 니치(Niche)로

생성형 AI 활용은 아직 도입 단계다. 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ChatGPT’나 ‘클로드(Claude)’와 같은 대화형 AI는 기획 및 아이디어 발굴 분야에서, ‘미드저니(Midjourney)’나 ‘달리(DELL-E)’와 같은 생성형 이미지 AI는 컨셉아트나 디자인 등 시각화 작업에 사용된다.

생성형 AI가 적극적으로 도입되어 제작 효율성이 향상되면 콘텐츠 생산량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상업 콘텐츠와 더불어, 실험적이고 개성 강한 소재의 다양한 서브컬처 콘텐츠가 늘어날 전망이다. 개별 취향에 최적화된 니치(Niche) 콘텐츠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각자 취향에 맞는 맞춤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되고, 영상 엔터테인먼트 업계 역시 소비자 선호도에 따라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발전하게 된다.

AI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중요한 것은 콘텐츠 본질 잃지 않는 것

물론 생성형 AI의 발전에 대한 사회적인 우려도 존재한다. 많은 사람이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일자리를 없앨 거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AI는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성형 AI는 도구일 뿐, 창작의 주체가 되고 콘텐츠 생산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AI 기술이 전 영역으로 확대되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글로벌 HR서비스 기업 딜(Deel)이 공개한 고용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전 세계 AI 관련 일자리는 60% 증가했고, AI 덕에 구직자들의 활동 범위 역시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은 AI라는 기술에 매몰되지 않고 콘텐츠의 본질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데 있다. 처음 CG 기술이 영화계에 등장했을 때,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장면이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냐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3시간 가까이 되는 상영 시간 동안 영화 ‘아바타’의 경이로운 CG를 보며 감명받은 바 있다. 결국 기술과 본질, 둘 다 챙기는 자가 AI 시대에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K-POP, <오징어게임> 등으로 K-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잠재력과 경쟁력은 이미 검증됐다. 이제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고민은 시간만 늦춘다. 빠르게 받아들일 준비만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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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자아에 관하여’ 뇌과학자와 AI 전문가의 대중문화 속 AI 이야기 /ai-in-media-3/ /ai-in-media-3/#respond Mon, 22 Jul 2024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ai-in-media-3/ 영화, 드라마, 소설 등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 속 AI(인공지능)는 저마다의 자아를 가지며, 사람처럼 다양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또, 예상치 못한 창의성을 발휘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이런 AI를 현실에서도 구현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뇌과학자 우충완 교수(성균관대학교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와 AI 전문가 김덕진 소장(IT커뮤니케이션 연구소)이 대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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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사랑을 원해요’ AI, 욕망을 가질 수 있을까?

김덕진 소장 1999년 개봉한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은 자유와 사랑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사람이 되고자 하는 AI 안드로이드(인간을 닮은 로봇) ‘앤드류 마틴(이하 앤드류)’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사람이 되고 싶은 AI의 욕망’이라는 주제가 매우 흥미로운데요. 욕망이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과 AI가 갖는 욕망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앤드류의 모습(출처: 콜럼비아 픽처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앤드류의 모습(출처: 콜럼비아 픽처스)

우충완 교수 먼저 욕망이라는 개념을 정의해야 할 것 같아요. 사람의 경우, 신체적인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본능적인 욕구가 가장 근본적이거든요. 예를 들어, 배가 고프다는 식욕은 우리의 몸이 에너지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영양분을 원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신체가 없는 AI에게 욕망이 없을까요? 저는 AI도 다른 의미의 욕망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강화학습(RL, Reinforcement Learning)을 통해 알 수 있는데요. 이는 동물에게 먹이를 주듯 보상(Reward)을 제공함으로써 학습시키는 과정이에요. 동물들에게도 식욕이라는 욕망이 있듯 AI도 보상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있을 수 있는 것이죠.

김덕진 소장 저는 그 욕망을 ‘학습된 욕망’이라고 부르고 싶은데요. 특히 인간의 피드백에서 배우는 강화학습 방식을 통해 AI는 초기에 기본 규칙을 배우고, 경험을 통해 학습하며, 필요할 때 추가적인 피드백을 받아 행동을 조정합니다. 결국 인간이 정해놓은 보상 체계에서 이뤄지는 것이죠. 따라서 AI가 보상을 추구하는 욕망 또한 학습된 결과라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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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진 소장 영화 속 앤드류의 자유를 향한 욕망도 비슷하게 보입니다. 앤드류의 주인인 리처드 마틴(이하 리처드)은 줄곧 앤드류에게 ‘자유를 갈망하고, 욕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거든요. 게다가 자유와 욕망에 관한 책을 읽히기도 하고요. 결국 앤드류가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리처드가 학습시킨 결과인 거죠.

우충완 교수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AI와 사람의 욕망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의 욕망 중에서도 학습된 욕망이 있을 순 있지만, 순전히 학습에 의한 AI의 욕망과 똑같을 순 없는 것이죠.

김덕진 소장 저도 동의합니다. AI는 결국 인간을 흉내 내는 기술이며, 분명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앞서 말했듯, 앤드류 역시 인간이 제공한 데이터와 지침을 바탕으로 욕망을 모방한 것이고,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하는 것 역시 학습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할 수 있나? AI의 창의성

우충완 교수 AI의 욕망뿐 아니라, 최근 특히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 AI의 ‘창의성’입니다.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예술 창작의 영역에서도 AI가 화두이고요. ‘바이센테니얼 맨’의 앤드류 역시 이와 같은 분야에서 창의성이 돋보이는 캐릭터인데, AI가 정말로 창의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김덕진 소장 창의성을 발휘하는 AI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현재 AI가 보여주는 창의성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 사람이 프로그래밍한 결과물입니다. 최근 AI가 생성하는 그림이나 음악은 대부분 어디선가 접해본 형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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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진 소장 그렇다면, 왜 AI의 창의성 발현은 어려운 것일까요? 저는 전이학습(Transfer Learning) 능력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현재도 AI 강화학습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방법인 전이학습은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학습할 때 처음부터 하나씩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훈련된 유사 모델을 적용해 학습 효율을 높여주는 방법입니다. 이 능력이 뛰어나다면, 다른 영역의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정보로 만들어 내는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AI의 전이학습 능력은 사람과 비교하면 그 효율이 매우 떨어집니다.

우충완 교수 사실, 사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생명체는 전이학습 전문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생명체는 극심한 추위나 더위, 자연재해나 천적 등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외부 환경에 맞춰 내부 환경(신체)을 조율하며 적응해 왔는데요. 이 과정에서 뇌가 발달하며, 전이학습 능력을 강화했고 다양한 위협 상황에서 생존 전략을 개발해 왔죠.

즉, 생명체의 전이학습 능력은 안정적인 내부 환경을 만들어 내는 능력과 깊이 연관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화를 통해 ‘몸’이라는 안정되고 고도화된 내부 환경을 구축해 왔고, 특히 인류는 ‘집’과 같이 인공적인 내부 환경까지 만들어서 안정성과 적응성을 높여 왔어요. 즉, 생명체와 인류의 적응 능력은 외부의 변화에도 안정적인 내부 환경을 얼마나 잘 만들고, 또 잘 다룰 수 있는가와 직결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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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충완 교수 창의성도 이 내부 환경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창의성을 보통 안에서 우러나오는 개인 고유의 어떤 것이라고 말하잖아요? 저는 자기만의 고유 내부 환경이 외부 환경과 만나서 창발하는 무언가가 창의성의 핵심이라고 보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자신만의 내부 환경이 없는 AI는 인간 수준의 전이학습 능력과 창의성을 갖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만약 생명체와 유사한 내부 환경을 갖춘 AI를 개발한다면, 언젠가는 의미 있는 창의성을 발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덕진 소장 말씀을 듣고 보니, AI와 사람의 차이가 정말 재미있네요. AI는 고도의 연산력과 데이터 저장 능력에서는 사람을 월등히 앞서지만,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은 아직 부족하군요. 사람의 경우 신체 발달이 먼저 일어나고 이후에 뇌가 발달했는데, 반대로 AI는 뇌의 역할을 하는 지능부터 개발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네요. 영화나 드라마 속 AI를 구현하기 위해선 우 교수님 말씀대로 내부 환경을 갖춘 AI 개발을 통해 이러한 격차를 줄여나가는 방법도 의미가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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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충완 교수 아직 그러한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최근 AI 기술이 사람의 뇌와 유사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트랜스포머 모델의 경우,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의 역할과 닮았고, 순환신경망(Recurrent Neural Network, RNN)은 계획 수립과 시뮬레이션 수행 등에 중요한 시간과 순서 문제를 처리하는 전두엽과 비슷한 기능을 합니다. 또 강화학습은 기저핵의 동기부여와 학습 기능을 모방하며, 초기 인공신경망인 순방향신경망(FeedForward neural Network, FFN)은 시각피질(후두엽)의 패턴 인식 기능을 닮았습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시냅틱 메모리인공신경망 소자를 기반으로 한 메모리로, 인간 두뇌와 유사한 고효율 컴퓨팅 구조를 구현해 기존 컴퓨팅 구조(직렬 처리 방식)의 한계인 데이터 병목 현상 등을 해결함등 인간 뇌를 모방한 칩이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지금은 이처럼 뇌의 여러 기능별로 AI 기술이 각각 따로 발전하고 있지만, 추후 이를 종합해 운용할 수 있는 AI가 등장한다면, 지금까지 AI의 성장보다 더욱 비약적인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시냅틱 메모리(Synaptic Memory): 인공신경망 소자를 기반으로 한 메모리로, 인간 두뇌와 유사한 고효율 컴퓨팅 구조를 구현해 기존 컴퓨팅 구조(직렬 처리 방식)의 한계인 데이터 병목 현상 등을 해결함

자아와 자유의지를 가진 AI, 현실에선?

김덕진 소장 이외에도, 드라마 ‘휴먼스’를 비롯해, 소설 ‘아이, 로봇’, 게임 ‘오버워치’ 등을 살펴보면 자아와 자유의지를 가진 AI를 볼 수 있습니다. ‘휴먼스’에서는 자아와 감정을 서로에게 이식해주려는 휴머노이드들이 나와요. ‘아이, 로봇’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읽고, 그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일부러 거짓말을 하는 로봇이 나오죠. ‘오버워치’에서는 종교적 믿음과 깨달음을 통해 스스로를 인간과 영적으로 동일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AI가 나옵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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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충완 교수 AI의 자아를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복잡합니다. 사람의 자아는 개인이 갖고 있는 생각, 감정, 의지 등이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복잡한 ‘시스템’인데요. 자신을 다른 존재와 구별할 수 있는 자서전적 기억과 자기 개념, 개성 등을 포함하죠. 지금의 AI 기술로 이러한 완결성을 갖춘 자아를 구현할 수 있을까요?

김덕진 소장 가능성이 있는 여러 사례 중 하나로 테슬라의 슈퍼컴퓨터 ‘도조(Dojo)’를 얘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조는 테슬라 전기차의 운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자율주행 AI의 성능을 높이고 있는데요. 사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의 더 큰 그림은 도조를 계속 업그레이드시켜서 ‘우주를 이해하는 범용 인공지능(AGI)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 슈퍼컴퓨터는 여러 디바이스에서 수집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인데, 그 안에서 복잡한 데이터들이 상호작용하고 있어 흔히 말하는 ‘자아’의 시스템과 닮아 있는 것이죠.

우충완 교수 자아를 가진 AI와는 달리 AI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율성을 지닌 AI는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도 자신의 목표를 조정하고 하위 목표를 만들 수 있는 AI 기술은 존재하거든요. 그러나 AI에 너무 많은 자유를 부여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죠. 실제로 AI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역시 이런 위험성에 대해 심각하게 지적하고, AI의 위험성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자율적인 AI의 위험성은 잘 생각해봐야 할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올바른 방향으로 AI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AI가 인류에게 큰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인 논의와 검토가 매우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덕진 소장 지금까지 우 교수님과 함께 여러 대중문화 속 AI를 살펴봤는데요. AI 기술과 뇌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 정말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우충완 교수 저 역시 매우 즐거웠습니다. 대담을 준비하면서 많은 과학자와 개발자들이 더욱 혁신적인 AI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요. 이들의 노력이 어떻게 결실을 맺을지 미래의 AI 발전이 매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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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 박사 출신 SF 소설가 ‘전윤호 작가’가 말하는 ‘AI와 문학’ /ai-in-media-2/ /ai-in-media-2/#respond Thu, 02 May 2024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ai-in-media-2/ AI의 발전이 문학(文學)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SF 소설 속에만 존재했던 AI가 현실이 되고 있는 요즘, AI는 문학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뉴스룸은 공학박사 출신의 SF 소설가인 전윤호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공학 박사 출신 SF 소설가 ‘전윤호 작가’가 말하는 ‘AI와 문학’_2024_01_인물

전문가가 본 소설 창작 도구로서 AI의 현 수준

전윤호 작가는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AI와 로봇공학을 연구했다. 또 SK플래닛 CTO 및 SK텔레콤 플랫폼 연구원장을 역임하며 관련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았다.

이후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2020년 SF 장편 ‘모두 고양이를 봤다’로 등단한 전 작가는 2023년 여러 소설가가 AI를 활용해 소설을 집필하는 ‘매니페스토’ 프로젝트에 참여해 단편 ‘오로라’를 내놨다. 오로라는 인간보다 뛰어난 AI가 에너지 고갈, 난치병, 환경 파괴 등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미래를 그린 내용이다. 그는 “공학자이자 소설가로서 AI로 소설을 쓴다는 것에 흥미를 느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학 박사 출신 SF 소설가 ‘전윤호 작가’가 말하는 ‘AI와 문학’_2024_05_2_기타

▲ 전윤호 작가가 SF 단편 소설 ‘오로라’를 집필하기 위해 생성형 AI를 활용한 모습 예시

“이미 시와 같은 짧은 문학 장르에서는 작가들이 AI로 생성된 결과를 수정해 작품화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은 있지만, 직접 써보니 AI가 소설 창작에 미치는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었고, 앞으로 문학 발전에 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전 작가는 “소설을 쓰기 전 초기 아이디어를 내는 건 여전히 작가의 몫이지만, 이를 구체화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는 AI가 상당히 유용하다”며 “AI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제시하고, 특정 상황에서 어떤 사건이나 장면이 적절한지 영감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학 박사 출신 SF 소설가 ‘전윤호 작가’가 말하는 ‘AI와 문학’_2024_02_1_인포그래픽

▲ 전윤호 작가는 실제로 소설 창작 중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의 딥마인드가 2022년 선보인 ‘드라마트론(Dramatron)’ 같은 생성형 AI는 연극이나 TV, 영화 등 대중 문화 업계의 전문가들로부터 유용성을 인정받았다.

전 작가는 “AI가 아직은 전형적이고 예측 가능한 문장을 뽑아내는 수준이지만, 반복적인 명령을 통해 검토, 수정, 재조합 등을 시도하다 보면 꽤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AI를 통해 브레인스토밍은 물론, 이야기의 주제를 선정하고 특정 분야에 대해 학습하거나, 표현 안에서 더 적합한 단어와 문장을 찾아내는 등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AI가 소설 창작의 주체로서 더 완벽해지려면?

전 작가는 “AI를 글쓰기의 조력자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소설이나 시나리오 같은 장편을 온전히 맡기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며 “AI가 독립적인 작가로서 능력을 갖추려면 소프트웨어와 함께 반도체 등의 하드웨어가 더 발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전문가는 AI가 한 번에 볼 수 있는 글의 범위, 즉 ‘컨텍스트 윈도우(Context Window, 문맥 창)’를 더욱 확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더 넓은 범위의 문맥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야기를 생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이와 더불어, 저는 AI가 자체적으로 결과물을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에이전트’ 기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AI에 이러한 기능이 포함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AI가 더 높은 수준의 소설을 쓸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공학 박사 출신 SF 소설가 ‘전윤호 작가’가 말하는 ‘AI와 문학’_2024_03_기타

전 작가는 반도체와 같은 하드웨어의 발전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이전트가 포함된 AI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의 성능 향상이 필수입니다. 데이터를 학습하고,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를 생성하는 현재의 AI 구조에 ‘생성된 결과물에 대한 검토 및 조합을 반복’하는 과정이 추가되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추론 성능을 향상시키려면 더 빠르게 연산할 수 있는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최근 GPU(Graphic Processing Unit)를 광케이블에 직접 연결하는 등 패키징 영역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고, 메인 메모리를 호스트(CPU, GPU 등)와 따로 두지 않고 그 안에 탑재해 처리 속도를 높인 인메모리 컴퓨팅(In-Memory Computing) 기술과 함께 사람의 뇌를 모방한 형태인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AI, 문학의 역사를 바꿀 핵심 기술될 것”

전 작가는 “AI가 혼자 힘으로 소설을 쓰게 되면 소설가들이 사라지게 될 거라는 우려도 있지만 그것은 기우”라고 말하며 “AI의 발전은 문학계에서 실보다 득이 더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 발전이 사람을 대체하는 일은 인류 역사를 되돌아봤을 때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기술이 있음에도 여전히 사람의 노력과 창의성이 중요한 영역이 훨씬 많아요. 포토샵이 등장했음에도 회화는 여전히 가치 있고, 알파고의 등장 이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바둑을 둡니다. AI의 발전은 소설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소설의 품질을 더욱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누구보다 뛰어난 조력자를 얻게 된 우리 작가들이 더 훌륭한 작품을 창작해 내고, 이는 결국 문학계 전반에 긍정적인 시너지로 작용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외에도 전 작가는 AI의 ‘번역 능력’이 문학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AI가 번역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한 직역이 아닌 작품 속에 녹아있는 각 나라의 문화를 고려해 번역해 주는 경우가 많아졌죠. 이를 통해 우리 문학의 세계화를 기대해 볼 수도 있고, 우리말로 쉽게 번역하지 못했던 해외 작품들을 더 많이 접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공학 박사 출신 SF 소설가 ‘전윤호 작가’가 말하는 ‘AI와 문학’_2024_04_인물

전 작가는 끝으로 AI 기술과 문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AI는 문학의 역사를 바꿔 놓았던 인쇄술, 타자기, 컴퓨터 등과 같은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문학계에서도 이러한 기술 발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저는 공학자이자 SF 소설가로서 AI가 바꿀 미래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AI로 인해 달라질 우리의 삶이 궁금하기도 하고요. 저는 이런 다양한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우리의 미래를 바꿀 AI의 발전, 그리고 SF 소설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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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생성형 AI에 특화된 GDDR6-AiM 기반 가속기 카드 ‘AiMX’ 시제품 최초 공개 /ai-hw-summit-2023/ /ai-hw-summit-2023/#respond Sun, 17 Sep 2023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ai-hw-summit-2023/ SK하이닉스가 지난 12일(미국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메리어트 산타클라라 호텔에서 열린 ‘AI Hardware & Edge AI Summit(이하 AI 서밋) 2023’에서 GDDR6-AiM 기반의 생성형 AI 가속기* 카드인 AiMX* 시제품을 최초 공개 및 시연했다고 18일 밝혔다.

AI 서밋은 영국 마케팅 기업 키사코 리서치(Kisaco Research)가 주최하는 연례 행사로, 글로벌 IT 기업과 유명 스타트업이 참가해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개발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SK하이닉스가 이 서밋에 참가한 것은 올해로 세 번째다.

회사는 이번 서밋에서 ‘인공지능 성능을 가속하는 SK하이닉스의 PIM* 반도체 AiM*(Boost Your AI: Discover the Power of PIM with SK hynix’s AiM)’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GDDR6-AiM과 이 제품을 여러 개 연결해 성능을 한층 개선한 가속기 카드 AiMX 시제품을 처음 선보였다[관련기사].

* 가속기(Accelerator): 각종 정보 처리와 연산에 특화 설계한 칩(Chip)을 사용해 만든 특수 목적의 하드웨어(Hardware) 장치를 통칭
* AiMX(AiM based Accelerator): GDDR6-AiM 칩을 사용해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대량의 텍스트 데이터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으로 챗GPT가 이에 해당)에 특화된 SK하이닉스의 가속기 카드 제품
* PIM(Processing-In-Memory):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더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데이터 이동 정체 문제를 풀 수 있는 차세대 기술
* AiM(Accelerator-in-Memory): SK하이닉스의 PIM 반도체 제품명, GDDR6-AiM이 이에 포함됨

GDDR6-AiM(Accelerator-in-Memory)을 여러 개 연결해 성능을 한층 개선한 가속기 카드 ‘AiMX’ 시제품

▲ GDDR6-AiM(Accelerator-in-Memory)을 여러 개 연결해 성능을 한층 개선한 가속기 카드 ‘AiMX’ 시제품

생성형 AI*는 데이터 학습량이 많을수록 우수한 결과를 내기 때문에, 대량의 데이터를 다루면서 저전력, 고속으로 작동하는 메모리를 필요로 한다.

* 생성형 AI(Generative AI):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이용자의 특정 요구에 따라 결과를 능동적으로 생성해내는 인공지능

AiMX를 통해 거대 인공지능 언어 모델을 시연하는 모습

▲ AiMX 시스템을 통해 거대 인공지능 언어 모델을 시연하는 모습

SK하이닉스는 이번 행사에서 메타(Meta)의 생성형 AI인 ‘OPT(Open Pre-trained Transformer) 13B’ 모델을 AiMX 시제품을 탑재한 서버 시스템에서 시연했다. GDDR6-AiM 칩을 탑재한 AiMX 시스템은 GPU를 탑재한 시스템 대비 반응 속도는 10배 이상 빠르지만, 전력 소모는 1/5 수준이다. 회사는 이번 시연을 통해 최신 가속기 대비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인공지능을 서비스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주목을 받았다.

* AiMX 카드 내부 AiM Control Hub를 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 특정 용도로 맞춤 제작한 회로)으로 개발 가정했을 때의 성능

이와 함께 회사는 AiMX의 장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세션 발표도 현장에서 진행했다. SK하이닉스 임의철 부사장(메모리솔루션담당)은 ‘생성형 AI 서비스를 위한 효율적 AiM 가속 솔루션(Cost-Effective Generative AI Inference Acceleration using AiM)’이라는 주제로 GPU와 AiMX의 성능을 비교하며 차세대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의 미래를 설명했다.

임 부사장은 “SK하이닉스의 AiMX는 기존 GPU를 쓸 때보다 고성능, 저전력에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며, “앞으로도 당사는 인공지능 시대를 이끌어갈 메모리 기술 개발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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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반도체 7편 – 완결] 챗GPT 등 인공지능의 시대 : 메모리 반도체의 위상, 다시 세우다 /jeonginseong-column-ai-7/ /jeonginseong-column-ai-7/#respond Mon, 28 Aug 2023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jeonginseong-column-ai-7/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현재 전 세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키워드다. SK하이닉스 뉴스룸에서는 [인공지능 반도체] 코너를 마련, 인공지능 전문가 정인성 작가와 함께 총 일곱 편의 기고문을 연재하고 있다.이번 연재물에서는 컴퓨터와 반도체의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살펴볼 것이다. 컴퓨터가 인공지능을 구현하면서 ‘0’과 ‘1’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응용되는지를 알아보고, 이때 반도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확인해 볼 것이다. (편집자 주)

대 변화의 시대: ICT 기술 간의 상호작용

21세기에 일어난 ICT 산업의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하다. 전 세계 대부분 사람이 ‘구글’이라는 검색 엔진과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라는 동일한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걸로는 부족했는지 대부분의 사람이 손에 컴퓨터를 하나씩 들고 다니며, 쉽게 인터넷에 연결되는 세상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인공지능 기술이 등장했다.

새로운 ICT 기술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놀라움 그 자체다. 여러분은 어느 순간 구글이나 네이버 등 검색엔진의 자동완성, 오타 교정 능력과 번역기의 성능이 크게 향상됐음을 느꼈을 것이다. 특히 구글의 경우는 BERT*와 같은 인공지능 기반 언어 모델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많은 고객들로부터 끌어모은 정보는 다시 더 많은 데이터로 생성 활용하는 검색 엔진 회사로 거듭나며 정교한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렇게 정교화된 서비스들은 다시 스마트폰, PC 등에서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 BERT(Bidirectional Encoder Representations from Transformers): 구글이 만든 자연어 처리 모델. 이는 검색엔진에서 광범위한 자연어 처리(NLP) 작업에서 단어의 의미와 문맥을 보다 잘 이해하고 유용한 검색 결과가 효과적으로 일치하도록 도와준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7편 챗GPT 등 인공지능의 시대 메모리 반도체의 위상, 다시 세우다 01, SK하이닉스, 인공지능과반도체, 인공지능, 반도체

▲ 그림 1: 소프트웨어 회사, 사용자, 반도체 회사 모두가 이익을 보는 구조

동시에 반도체 수요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용자가 많은 플랫폼에는 그만큼 다양한 사용자 요구가 존재한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려는 스타트업이 증가하고, 이들은 인공지능 반도체를 대량으로 구매해 신경망을 학습시키고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엔지니어가 사용하는 PC부터 클라우드의 학습 서버까지 다양한 ICT 분야의 수요가 늘어나며 기술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렇게 기술들은 상호작용하며 성장해 간다.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의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사자성어가 매우 어울린다.

다시 돌아보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반도체

이러한 선순환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돌아보자.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인공신경망을 통해 구현되는 인공지능 기술이었다. 인공신경망의 개념은 1960년대에 등장했지만, 2012년에 이르러야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그 이유는 인공신경망을 현실 세계에서 빛을 보게 해줄 요소 기술* 발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 요소 기술: 생각이나 계획을 실제로 변화시키고 발현할 수 있는 발명이나 혁신

인공지능과 반도체 7편 챗GPT 등 인공지능의 시대 메모리 반도체의 위상, 다시 세우다 02

▲ 그림 2: 학계와 반도체의 혁신을 향한 긴 여정

그림 2는 인공지능 기술이 반도체 업계와 학계가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 간단히 정리한 연대표이다. 과거 인공신경망이 구현되지 않았던 이유는 ▲데이터 학습 방법을 잘 모르고(이론 미비) ▲연산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하드웨어 미비)이다. 그중 전자의 문제는 캐나다의 제프리 힌턴 연구팀이 알렉스넷(AlexNet)을 통해 해결했고, 후자의 문제는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 처리 장치)의 발전과 과학자들의 GPU 채택을 통해 해결됐다.

GPU가 등장했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컴퓨터의 용도가 고급 그래픽 분야로 확장됨으로써 사용자들이 전용 칩*을 원하게 된 것 ▲파운드리 회사의 기술 발전으로 제품 양산이 용이해진 것(엔비디아와 같은 GPU 기업들은 팹리스 기업으로 제품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모델이 필요)이다.

* 1999년, 엔비디아(NVIDIA)가 지포스(GeForce)라는 이름의 그래픽 컨트롤러(GPU로 명명)를 내놓기 전까지 그래픽 작업은 CPU(Central Processing Unit, 중앙처리장치)의 한 부분에서 이뤄졌다. 게임 등으로 컴퓨터의 용도가 확장되면서 그래픽 처리 작업이 많이 늘어났고, CPU를 통해 모든 작업을 처리하기 어려워지자, 그래픽을 처리하는 별도의 장치인 GPU가 등장했다.

이렇게 이론적 돌파와 반도체 기술의 발전이 합쳐지자, 인공지능은 드디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등 각 ICT 산업 분야에 큰 변화를 만들었다. 먼저, 전 세계 인공지능 개발자들은 인공지능에 특화된 GPU를 생산하는 엔비디아에 락인(Lock-In)*됐고, 덕분에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반도체 사업에 큰 성공을 이루고 있다.

* 락인(Lock-In): 고객이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현상

한편, 인공지능은 데이터 중심(Data-Driven)으로 개발되어 왔다. 이를 반도체의 측면에서 보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덕분에 메모리 반도체 회사의 인공지능용 초고성능 D램 제품 HBM*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게다가 데이터센터의 서버에 저장된 각종 데이터를 인공신경망이 이해하는 형태로 바꿔야 할 필요가 생기며, 일반 서버 메모리의 판매량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AI용 고성능 메모리[관련기사]

결국 인공지능은 유망했던 미래 기술에서 현실의 거대한 사업 모델이 됐고, 이제 전문 인공지능 개발 기업부터 데이터 가공 기업 등 인공지능 관련된 다양한 회사가 생겨났다. 이 과정에서 인프라의 효율성과 성능은 더욱 중요해졌으며, 방대한 데이터의 저장 및 이동이 필요한 곳에는 낸드플래시(이하 낸드)가 채택됐다. 즉, GPU가 CPU와 경쟁해 자리를 차지하고 데이터 중심의 프로그래밍 방법론을 확립하는 동안 메모리 반도체는 그들과 함께 큰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메모리 반도체

그러면 현재 메모리 반도체의 상황을 알아보자. 알렉스넷의 성공으로 메모리는 인공지능 기술의 핵심 파트너임을 모두가 알게 됐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메모리 반도체에 필요로 하는 것은 세 가지다. ▲GPU에 끊임없이 처리할 작업과 데이터를 넘겨줄 고성능(고대역폭) 메모리 ▲거대한 신경망과 학습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대용량 메모리 ▲거대한 인공지능 학습 인프라를 유지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고용량, 고성능 낸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의 이러한 요구 사항을 반도체가 선제적으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인공지능 기술이 매년 향상되면서 반도체에 요구하는 성능 향상 폭도 더욱 커지고 있지만, 반도체 미세화의 난이도가 높아짐에 따라 반도체의 성능 향상은 상당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아직 메모리를 100%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은 ‘용량이 더 크고 동작 속도가 더 빠른 메모리’밖에 없다는 것이 다행이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구성원들은 기술을 개발해 경쟁자를 이기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킴으로써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하고, 회사의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고객이 인공지능 기술에서 정말 어려워하는 부분이 무엇이고, 메모리 회사가 이를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는지를 선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4편[관련기사]에서 살펴본 CXL(Computer eXpress Link)처럼 메모리의 확장 및 공유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에 최적화된 메모리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CXL 인공신경망(CXL + 한 개의 연산칩) 구조와 HBM 인공신경망(HBM + 여러 개의 GPU) 구조 등 서비스에 따라 최적화된 구성 환경은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어떤 회사가 라틴어, 티베트어 그리고 타히티어와 같이 사용 빈도가 낮은 언어의 번역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가정해 보자. 사용 빈도가 낮다는 것은 인공신경망의 사용 횟수가 적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 고정적으로 연산칩과 인공신경망을 할당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CXL + 한 개의 연산칩 구조를 통해 연산칩 한 개가 여러 인공신경망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것이다. 반대로 사용 빈도가 높아 인공신경망을 자주 사용해야 한다면, HBM + 여러 개의 GPU 구조를 통해 인공신경망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회사는 이런 틈을 파고들어야 한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7편 챗GPT 등 인공지능의 시대 메모리 반도체의 위상, 다시 세우다 03 SK하이닉스, 인공지능과반도체, 인공지능, 반도체

▲ 그림 3: 거대 메모리를 통해 효율적인 연산이 진행되면 비용이 절약되는 효과를 보여주는 가상 예시

또,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은 불가능해 보이는 사업을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 챗GPT와 같은 거대 인공신경망은 현재 ▲신경망 학습에 데이터가 너무 많이 필요하고 ▲인공신경망 크기가 너무 커서 탑재할 서버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아예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는 사업이라면 메모리 반도체 회사가 도와줄 수 없다. 하지만 만약 특정 고객이 데이터는 충분한데 거대 신경망을 모바일 기기에 넣어야 하는 사업 모델을 구상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사업 모델의 사업성이 크다면, 고객은 기꺼이 새로운 기기를 개발하고 그 기기에 들어가는 새로운 반도체를 탑재하려고 할 것이다. 어쩌면 이런 사업 아이템이 뉴로모픽 반도체 시장 진출의 시작점이 될지 모른다. 혹은 사업 아이템이 극단적으로 기기의 전력을 아낄수록 큰 이득을 보는 상황이라면 PIM[관련기사]을 제안해 볼 수 있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7편 챗GPT 등 인공지능의 시대 메모리 반도체의 위상, 다시 세우다 04 SK하이닉스, 인공지능과반도체, 인공지능, 반도체

▲ 그림 4: 그림과 같은 모험을 하기 위해서는 크기, 가격, 발열 등 단점을 넘어설 만한 장점이 필요하다.

이러한 내용들은 예시일 뿐이다. 핵심은 시장이 인공지능으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파악하고, 현재의 기술로 구현 불가능한 것을 파악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과거에 연산칩과 메모리 반도체 역할의 두꺼웠던 벽을 허물 기회를 준 것이다.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인공지능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변화에 집중하라

그렇다고 위와 같은 기회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을 가능하게 만든 이론은 ‘역전파*’다. 역전파 방법론이 등장하자 ‘인공지능 학습’이라는 추상적이고 애매했던 목표가 단순한 최적 함수 탐색 문제로 변화하게 된다. 거대한 인공신경망을 조금 복잡한 함수로 보게 된 것이고, 덕분에 기존의 과학기술에서 널리 사용되던 기울기 하강법*과 같은 최적화 방법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 역전파(Backpropagation): 예측한 출력값과 실제 출력값의 차이인 오차를 계산하고, 이것을 다시 역으로 전파해 가중치를 조정해 예측 출력값과 실제 출력값을 일치시키는 방법. 본래 순전파(Feedforward)는 입력받은 데이터에 가중치를 곱하여 출력하는 방법이나, 역전파는 이를 보완한 것으로 대수적인 방법으로는 풀 수 없었던 문제를, 수치 해석적으로 오차가 작아지는 쪽으로 조금씩 값을 조절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학습을 가능하게 함
* 기울기 하강법: 경사 하강법이라고도 하며, 예를 들어 어두운 밤 산에서 내려갈 때, 오르막이 아닌 아래로 기울어진 곳을 찾아 내려가듯이 손실 함수 값이 낮은 곳을 찾아 원하는 함수를 방법 중 하나. 특정 함수에 입력값을 넣은 뒤, 함수의 출력값과 원하는 기댓값의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함수를 갱신해 가는 방법

인공지능과 반도체 7편 챗GPT 등 인공지능의 시대 메모리 반도체의 위상, 다시 세우다 05 SK하이닉스, 인공지능과반도체, 인공지능, 반도체

▲ 그림 5: 역전파 덕분에 단순 최적화 문제로 바뀐 인공신경망 학습

하지만 역전파와 기울기 하강법 기반의 학습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매우 많이 필요로 하는 이유가 바로 기울기 하강법의 한계 때문이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1개의 데이터로 최적의 함수를 찾으려고 할 때 과적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매우 많은 데이터를 투입해 데이터당 학습량을 매우 적게 설정해 신경망을 조금씩 학습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인공지능 기술을 현재 수준까지 이끌어 온 것도 역전파이지만, 인간 수준의 인식능력을 갖추기 어렵게 하는 이유도 이 방법론의 한계 때문이다.

* 과적합(Overfitting): 기계 학습에서 학습 데이터를 수집할 때 전체적인 경향성에서 벗어난 데이터까지를 고려해 실제 데이터에 대해서는 일반화 성능이 떨어지는 모델을 얻게 되는 현상

다시 말해, 역전파 방법론을 넘어서는 인공신경망 학습 방법이 등장하면, 지금의 역전파 기반 인공지능 기술을 전제로 한 반도체 시장은 엄청난 지각변동을 겪게 될 것이다. 만약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데이터 1~2개만 보고도 새로운 동물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면, 거대한 메모리도, 고성능 GPU도 그리고 데이터 저장을 위한 거대한 낸드 저장소도 필요 없어질지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재의 기술에 집중하면서도, 새로운 기술을 가까이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지나쳐 버린 어떤 논문이 캐나다 힌튼 연구팀(알렉스넷 개발팀)에 필적할 거대한 변화일지 모른다. 이런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해 낸다면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

분업의 시대에서 협업의 시대로

반도체 시장은 늘 위기에 직면해 왔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나타나는 위기들은 차원이 다르다. 미세화 기술 개발은 점점 어려워지고, 설비 투자액은 더욱 폭증하고 있다. 반도체는 강대국의 외교 테이블에 올라가기 시작했고 한때 반도체 회사 파트너였던 거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회사들이 이제는 거대한 자체 수요를 믿고 반도체 설계까지 겸하는 상황이 됐다. 제조 기술을 통한 성능 향상은 점차 어려워져 경쟁력 확보는 힘들어지는데 고객사는 경쟁사를 겸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위기는 연산 반도체 기업에 더 크게 느껴지겠지만 메모리 반도체 역시 안심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인공지능과 반도체] 칼럼 시리즈에서 우리는 인공지능 세상에서 반도체가 어떤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필자는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이 반도체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 봤으면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메모리 반도체의 위상은 왜 변했는지 이해해야 한다. 이것을 이해하면, 이후 인공지능 기술이 변화하거나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메모리 반도체가 어떤 위상을 가지게 될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안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옛것을 배워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는 의미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있다. 여러분이 살펴본 인공지능 기술 태동의 역사와 올해 40주년을 맞이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노하우가 합쳐진다면 분명 훌륭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 본 칼럼은 반도체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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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with 이한주 대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그리고 반도체 (5/5-완결) /thirds-eyes-leehanjoo-5/ /thirds-eyes-leehanjoo-5/#respond Tue, 22 Aug 2023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thirds-eyes-leehanjoo-5/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는 최고의 ICT 업계 전문가들이 서로의 분야에서 공통의 주제를 이야기하며 세상을 바라보고 새로운 시선을 넓혀가는 연재 콘텐츠입니다. ICT 분야의 최고 전문가와 최고의 ICT 기술을 만들어 내는 SK하이닉스 구성원 간의 만남을 통해 기존 인터뷰 콘텐츠에서 볼 수 없었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이번 시리즈는 클라우드 전문 기업 ‘베스핀글로벌’의 이한주 대표와 SK하이닉스 구성원(오수현 TL, 이세라 TL, 이의상 TL, 정이현 TL)들이 만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가 될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그리고 반도체’를 주제로 나눈 대담을 총 5편에 걸쳐 다룰 예정입니다.이한주 대표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대담 완결편인 5편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그리고 반도체에 대한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앞선 4개 편의 대담을 통해 우리는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의 현황을 비롯해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 다양한 반도체를 살펴봤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제품들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 곳곳에 활용되면서 인터넷 환경을 더욱 쾌적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는 어떻게 변화할까? 지금부터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가 어떻게 성장 발전할 것인가에 대해 베스핀글로벌 이한주 대표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생각을 함께 들어보자.

세상은 온통 ICT, 더욱 거대해질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이한주 대표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의 발전은 우리 삶, 모든 곳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마지막으로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게 될지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수현 TL 어떤 산업이든 전망을 예측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인데요. 하나 분명한 것은 반도체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만큼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발전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데이터를 저장하는 스토리지 역할만을 했던 데이터센터에서 현재는 초고속 연산장치가 필요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서비스도 지원하는 것처럼 데이터센터는 지금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데이터센터의 발전은 ICT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3시선_이한주_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그리고 반도체_01,SK하이닉스, 이한주, 제3시선,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ICT

이세라 TL 저는 데이터센터와 ICT 산업이 균형을 맞추며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ICT 산업의 발전 속도를 데이터센터가 따라가지 못할 경우, 수많은 사용자가 만들어 내는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저장하지 못하게 되겠죠. 그렇다면 앞서 우리가 얘기 나눴던 챗GPT나 SK텔레콤의 에이닷(A.)과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이의상 TL 공감합니다. 사실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은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넘은 1900년대에 등장했는데요. 당시엔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못했었고, 이러한 현상은 불과 몇 년 전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반도체 기술력이 비약적으로 개발됐고, 결국 오늘날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은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됐잖아요. 사용자들이 혁신적인 기술을 실생활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ICT와 함께 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의 발전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한주 대표 종합해 보면, 결국 ICT 산업과 데이터센터 그리고 반도체의 발전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고 있고, 이 때문에 함께 균형을 맞추며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군요. 모두 맞는 말씀입니다. 과거 ICT 산업을 생각해 보면 서버와 데이터베이스 관련 부서나 기업들은 보통 백엔드(Back-End)* 서비스 개념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ICT 산업은 단순히 백엔드 서비스가 아닌 프론트엔드(Front-end)까지 전 분야에서 서비스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백엔드(Back-End): IT 인프라 개발 단계를 구분할 때 백엔드(Back-End), 프론트엔드(Front-end)로 나누어진다. 이때 사용자에게 보여지는 마지막 시각적인 부분, 예를 들어, 홈페이지 화면, 이미지 등을 개발하는 서비스를 프론트엔드(Front-end) 서비스라고 하고, 백엔드(Back-end) 서비스는 사용자 이전 단계인 서버 프로그램, 애플리케이션의 서버,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작업 등을 의미한다. 즉 백엔드(Back-end)는 사용하는 고객에게 보이지 않는 서버, 데이터베이스 구축, 유지, 보수 등을 수행한다.

자동차를 예를 들어볼까요? 과거 자동차에는 ICT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내연기관의 성능과 탑승자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술이었죠. 하지만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면서 지금의 자동차는 ICT 기술의 집합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이 더 확산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도로 위의 모든 차량 정보와 교통 정보 데이터가 데이터센터에 저장되고 분석될 것입니다. 각각의 차량에서는 데이터센터에서 내려받은 데이터에 따라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받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양상은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를 비롯한 우리의 삶 모든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ICT 기술이 더 많은 곳에 적용되면서 그 인프라가 되는 데이터센터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이유로 최근 글로벌 ICT 기업들 역시 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 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이현 TL 한마디를 더 얹어 보자면, 인공지능 기술이 서비스로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디바이스들에 적용되는 ICT 기술들도 더욱 확산하고 있잖아요. ICT 기술과 데이터센터의 기술 발전만큼이나 선제적인 하드웨어 인프라 투자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만 보더라도, 서비스로 구현하기 위해선 정말 방대한 양의 학습데이터를 보관하고 운영해야 하거든요? 시장의 반응을 보고 인프라를 확충한다고 했을 때는 기술 개발에 한계점이 금방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전 세계 각국 정부들은 데이터센터를 국가 핵심 시설로 지정하고 투자 및 관리하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세상 위한 데이터센터, 혁신적인 반도체로 만들 수 있어

이한주 대표 지금까지 이야기 나눈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그리고 반도체 등은 결국 인프라가 되는 요소들인데요.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반도체를 통해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는 성장 발전하고 이 인프라로 미래에는 어떤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질까?’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클라우드 서비스나 데이터센터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반도체 하나하나의 특성은 저도 잘 몰랐거든요. 인공지능 반도체를 비롯해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스토리지에 필요한 낸드플래시 등 다양한 반도체 정보와 함께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 시대를 대비하는 SK하이닉스의 기술 방향성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자리에 함께해 주신 분들이 이끌어 나갈 미래가 더 기대되고 궁금해집니다. 구성원 여러분의 소감도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제3시선_이한주_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그리고 반도체_03,SK하이닉스, 이한주, 제3시선,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ICT

오수현 TL 오늘 데이터센터에 방문해 SK텔레콤의 슈퍼컴퓨터 ‘타이탄’을 직접 봤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관련기사]. 저희 SK하이닉스의 제품이 적용된 타이탄을 보니 HBM을 개발하는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오늘 대표님과의 대담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지만, 더 다양한 영역에서 데이터센터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HBM과 같은 고성능 반도체 개발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후 12단 적층에 성공해 HBM3 24GB 패키지 출시했고, 최근 HBM3E의 개발[관련기사]까지 성공하며, 세계 최초와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요. 이런 고성능 반도체로 시장의 선두에 서서 수많은 ICT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자긍심이 생겼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가 앞으로 개발하게 될 제품들로 인해 더 발전된 세상을 상상해 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3시선_이한주_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그리고 반도체_04,SK하이닉스, 이한주, 제3시선,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ICT

이의상 TL SK하이닉스는 최근 개발에 성공한 MCR DIMM[관련기사] 같은 제품들을 통해 데이터센터의 성능 향상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요. 이번 대담을 통해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제품들이 실제로 ICT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실제로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더 향상된 성능의 메모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느낄 수 있었고요. 앞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될 데이터센터와 더 넓은 영역에서 활용하게 될 클라우드를 위해 시장의 요구에 맞는 고성능 D램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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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라 TL 최근 데이터센터 시장을 살펴보면 여러 트렌드가 있는데요. 앞서 이야기 나눴던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성능적인 측면도 아주 중요하지만, 저전력과 발열을 낮추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시설이고, 조금의 장애라도 발생하면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제품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SK하이닉스에서는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최근 저희가 개발하고 생산하는 제품들의 키워드를 살펴보면 언제나 저전력이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 역시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서버 메모리의 저전력과 더 높은 수준의 안정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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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 TL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SSD의 기본 기능은 ‘데이터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데이터를 더 안정적으로 저장하는 방법, 더 많이 저장하는 방법, 더 싸게 저장하는 방법 등에 집중해서 고민하고 개발해 왔었는데요. 최근 데이터센터나 클라우드 등의 흐름을 살펴보면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대담에서도 많이 언급됐지만, ICT 산업의 발전이 지금보다 진척된다면, 데이터센터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역할은 CPU나 GPU 같은 연산장치를 넘어 D램이나 낸드와 같은 다른 반도체 제품들에 더 많이 분산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근 연산 기능이 포함된 SSD가 등장하고 있는 만큼 저 역시 이러한 방향성으로 SSD를 개발하는 데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클라우드 전문기업 베스핀글로벌 이한주 대표와 SK하이닉스 오수현 TL, 이세라 TL, 이의상 TL, 정이현 TL의 대담을 살펴봤다. 이번 대담을 통해 우리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가 ‘전산실’과 ‘웹하드’를 뛰어넘는 디지털 혁신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SK하이닉스에서 개발하고 생산하는 다양한 제품들이 데이터센터의 성능을 끌어올리고 무한한 가능성의 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 역시 알 수 있었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미래는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함께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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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반도체 6편] 챗GPT 등 인공지능의 시대 : ‘뇌 구조의 반도체로 만들다’ 뉴로모픽 반도체의 등장(6/7) /jeonginseong-column-ai-6/ /jeonginseong-column-ai-6/#respond Wed, 19 Jul 2023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jeonginseong-column-ai-6/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현재 전 세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키워드다. SK하이닉스 뉴스룸에서는 [인공지능 반도체] 코너를 마련, 인공지능 전문가 정인성 작가와 함께 총 일곱 편의 기고문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 연재물에서는 컴퓨터와 반도체의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살펴볼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바뀌면서 ‘0’과 ‘1’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응용되는지 알아보고, 이때 반도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확인해 볼 것이다. (필자 주)

이번 편에서는 다가올 미래 반도체를 다룰 것이다.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해 만든 반도체, 바로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정의하는 데 많은 혼란을 일으킨다. 그래서 우선 용어들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인공지능 반도체’라는 용어는 매우 큰 범위를 가진다. 현재에서 미래까지 인공지능 기술에 필요한 모든 반도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 분야의 대표주자는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 처리 장치)다.

또 다른 ‘인공지능 반도체’는 ▲NPU(Neural Processing Unit, 인공지능 처리 장치)다. 이 NPU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GPU보다 인공지능을 위한 연산에 더욱 특화된 반도체로, 독립적인 반도체 칩으로 설계되기도 하고 혹은 반도체 칩 내부의 일부분으로 설계되기도 한다. GPU보다 인공지능이 필요로 하는 연산 알고리즘인 GEMM* 등에 특화된 NPU를 중심으로 뉴로모픽 반도체를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 GEMM(GEneral Matrix Multiplication) : 다중 연산의 식을 여러 개 입력하고, 결괏값은 하나로 출력하는 알고리즘으로 추론이나 예측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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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 GEMM 연산 중 하나인 내적(왼쪽)과 실제 이미지 인식 과정에서 신경망 연산에 GEMM이 쓰이는 예(오른쪽)

NPU 등 인간의 뇌구조처럼 병렬 형태의 연산 방식을 모방한 뉴로모픽 반도체는 폰 노이만 구조*의 일반적인 컴퓨터 칩에 가까운 개념부터, 폰 노이만 구조를 완전히 벗어나는 개념까지 매우 다양하다. 특히 이번 편에서는 뉴로모픽 반도체 중에서도 가장 메모리에 가까운 구조를 가진 반도체를 다루고자 한다. 그래서 이번에 언급하는 뉴로모픽 반도체는 다양한 미래 반도체 중 하나일 뿐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 폰 노이만 구조(Von Neumann Architecture) : 메모리와 연산장치, 입출력 장치 등 전형적인 3단계 구조로 이루어진 프로그램 내장형 컴퓨터 구조.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일반적인 컴퓨터의 기본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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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 각종 반도체의 종류별 포함 관계

디지털 회로의 대가

컴퓨터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다. 인류는 컴퓨터가 생겨남으로써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됐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에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강력한 연산과 자동화 능력을 세상에 제공할 수 있었다. 컴퓨터 덕분에 매우 정밀한 계산을 할 수 있게 됐고, 하루 종일 검산해야 했던 수백만 가지 숫자들을 수 초 만에 전부 틀리지 않고 계산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가능하게 한 이유 중 하나는 디지털 회로가 보장하는 높은 정확도다. 디지털 회로는 ‘1+1의 연산 결괏값은 항상 2’인 것과 같이 동일한 연산을 할 때 매번 같은 값을 보장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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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 순서도는 약간의 오차로 인해 어마어마한 오동작이 일어날 수 있다.

<그림 3>을 살펴보자. 만약 위 순서도에서 N값이 정확히 구분되지 않고, ±(플러스마이너스) 0.1 정도의 오차가 있으면 어떻게 될까? 연산이 완료된 후에도 결괏값이 틀릴 뿐만 아니라 운이 없으면 아예 분기(조건문) 처리 자체가 망가져 버릴 수 있다. N값이 정수로 떨어지지 않으면, 프로그램이 멈추지 않고 계속 계산을 진행하고 있을 수도 있다. 결국 논리적인 구분의 값이 정확하지 않으면 더 이상 컴퓨터를 통해 초정밀 계산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수십 nm(나노미터) 수준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현대 산업에서는 매우 치명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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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4 : 디지털 회로의 예

이 때문에 현재의 컴퓨터는 디지털 회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즉, 디지털 회로는 특정 범위의 전압과 전류 등을 0과 1로 전환하여 값을 정확히 구분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1.0mA를 1의 기준으로 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특정 트랜지스터에 0.0~0.9mA의 전류가 흐른다면 값을 0으로 취급하면 되고, 1.0mA가 넘게 흐르면 1로 취급하면 된다. 이런 마진 측정 방식을 통해 초미세 회로들의 노이즈를 이겨내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디지털 회로를 포기하고 흐르는 전류 자체를 값으로 사용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예를 들어, A 트랜지스터에서 1.003의 전류가 흐르고, B 트랜지스터에서 1.100의 전류가 흐른다고 가정해 보자. 단순한 덧셈의 개념으로 보자면 이 두 전류를 합치면 2.103의 전류가 되겠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각종 누설 전류와 외부 노이즈 등으로 인해 두 전류의 합이 정확하게 2.103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전류 값이 정확하지 않다면 컴퓨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숫자 하나하나를 디지털 회로 값으로 치환하는 ALU* 등 다양한 기능의 반도체를 이용해 디지털 회로로 구현함으로써 100% 동일한 결과를 보장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매우 많은 트랜지스터를 요구한다.

* ALU(Arithmetic Logic Unit) : 산술연산, 논리연산 등을 수행하는 중앙처리장치 내부의 회로 장치. 독립적으로는 데이터 처리를 못 하며 반드시 레지스터들과 조합해 처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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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5 : 단순히 숫자 두 개(A, B) 사칙 연산하는 데 있어 ALU는 수많은 트랜지스터가 필요하다.(출처 : 원문 보기)

인공신경망의 정확도는 어디에서 오는가?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정확하지 않은 컴퓨터’가 가능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아래 귀여운 강아지가 있는 세 개의 사진(그림 6)을 보자. 하나의 이미지는 이상적인 형태로 그려져 있으며, 다른 한 개는 약간 기울어져 있고, 나머지 하나는 강아지 얼굴 부분에 노이즈가 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은 세 개의 사진이 같은 강아지인지 아닌지 헷갈리는가? 아마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사진이 약간 기울어져 있고, 노이즈가 있지만 같은 대상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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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6 : 사람은 이 3개 사진이 동일 대상을 가리키고 있음을 쉽게 파악한다

이번에는 실눈을 감고 이미지를 보자. 약간 뿌옇게 보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세 개의 대상이 같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이미지들을 흑백으로 바꿔봐도, 색조를 조금 바꿔도 우리는 사물을 구분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이는 인공신경망 역시 마찬가지다. 인공신경망은 사람이 이미지를 인식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이미지를 학습하고 인식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인공신경망 내부에 수많은 뉴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공신경망이 얼굴을 구분할 때 눈과 코만 기준으로 삼는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에 특정 노이즈가 눈과 코를 지워버린다면 얼굴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뉴런이 많다면, 눈과 코를 합친 특징을 비롯해 이외에 매우 다양한 특징을 살피도록 학습시킬 수 있다. 눈이 잘 구분되지 않아도 나머지 특성을 통해 대상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학습 이론이 발전했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많은 연구를 통해 주어진 데이터로 정보를 추론하는 데이터 증강*이나, 강아지의 눈과 코가 모자이크로 인해 가려져 강아지가 아니라는 과도한 학습을 차단하는 드롭아웃* 등 다양한 기술을 도입했다. 이로써 인공신경망은 이미지 데이터를 주어진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노이즈를 이겨내고 사진 내의 다양한 특성을 살피도록 학습할 수 있었다.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보자. ‘만약 우리가 인공신경망에 노이즈를 강하게 학습시킬 수 있다면, 신경망 내부에서 연산이 다소 정확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것이 아닐까?’라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 데이터 증강(Augmentation) : 학습에 사용하는 데이터에 각종 변화를 줌으로써 신경망의 추론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 이미지의 경우 회전, 크기 변경, 노이즈 추가 등이 이루어진다.
* 드롭아웃(Dropout) : 인공지능 모델이 학습한 데이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실제 사용에서 정확도가 떨어지게 되는 과적합(Overfitting)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주어진 확률로 네트워크에 있는 변수들을 생략하는 방법

PIM : 메모리가 직접 연산한다

인공신경망을 만들었는데 학습 중 데이터 증강을 통해, 혹은 실제 데이터 추론 상황에서 노이즈가 추가된 사진이 신경망에 입력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신경망이 잘 학습됐다면 노이즈와 관계없이 정답을 출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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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7 : 사진에 노이즈가 있는 상황(위)과, 신경망이 노이즈를 만드는 상황(아래)

그렇다면 <그림 7> 중 아래 이미지와 같이 상황을 약간 비틀어 보자. 입력된 이미지에는 노이즈가 없는데, 인공신경망 일부분에서 약간의 노이즈가 발생하는 것이다. 역시나 추론 결과는 정확하다. 이는 노이즈 정규화(Noise Regularization)라는 방법으로 신경망 학습에서 때때로 사용되는 방법이다. 즉, 인공 뉴런은 개별적으로 연산 과정에서 작은 문제가 발생해도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는 각각 요소의 정확도가 중요한 기존 순서도 프로그램과 크게 구분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디지털 회로의 정확성을 포기하고 모든 요소를 오로지 인공신경망을 위해 투입하면 어떻게 될까? 이것이 바로 단순히 저장만 하는 메모리가 아닌 연산용 메모리(Computational Memory)이다. 뉴로모픽 반도체 중 하나의 종류이자, PIM(Processing In Memory)의 최종적인 형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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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8 : CPU의 y=wx 계산(왼쪽)과 전류 흐름을 통한 계산(오른쪽)

예를 들어, 사용자가 ‘y=wx’의 값을 계산해야 한다고 해 보자. w는 고정된 값이며, x를 통해 y를 계산하는 것이 목적이다. 만약 CPU를 통해 연산을 한다면, <그림 8> 좌측 이미지와 같은 과정이 벌어지게 된다. 이 간단한 계산을 위해서는 CPU가 메모리에서 w와 x의 값을 불러온 뒤, 해야 할 작업을 분석하고 ALU를 여러 차례 가동해야 한다. 이후 결괏값을 다시 메모리에 적어주는 작업까지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오른쪽과 같은 회로를 구성한다면 어떨까? 앞에서 살펴본 디지털 회로와 같이 흐르는 전류에 따라 값을 정한다고 한다면 <그림 8>의 오른쪽 계산과 같이 입력 전압의 값(x)을 통해 y의 값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금 거대한 CPU 설계와 메모리로 구성된 시스템이 할 일을 고작 저항 1개와 전선 몇 개로 해낸 것이다. 여기서 설계를 조금만 늘리면 더욱 많은 숫자 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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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9 : y=wx를 4번 수행하는 CPU 알고리즘(왼쪽)과 뉴로모픽(오른쪽)

<그림 9>를 보면 전류 흐름을 통한 뉴로모픽은 CPU가 여러 루프를 반복해 돌아야 계산되는 값을 ‘한 곳에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무려 8개의 숫자를 동시에 곱한 것인데, 이런 연산이 바로 위에서 본 GEMM의 훌륭한 예시가 될 수 있다. 여기서 x와 w만 어떤 식으로든 변화시킬 수 있다면, 대규모 GEMM 연산기가 되는 것이다.

물론 누설전류 및 외부 노이즈로 인해 매번 정확하게 wx라는 값이 흐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뇌세포도 이와 유사하다. 인간은 아침을 굶고 나왔거나, 조금 지치는 상황에서도 기존에 잘하던 일이면 대부분의 일을 잘 해낸다. 컨디션의 차이가 있다면 개별 뇌세포가 내놓는 신호가 달라지겠지만, 전체 결과에는 큰 영향이 없다. 이러한 현상은 뉴로모픽 반도체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한다. 노이즈는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므로 위와 같은 연산을 대규모로 수행한다면 전체적인 노이즈는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뉴로모픽 반도체 : 더 똑똑한 반도체를 이기는 다수의 반도체

이런 칩은 반도체 설계 측면에서 매우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일단 가장 큰 장점은 웨이퍼 면적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뉴로모픽 반도체는 기존 연산용 칩에 들어가는 ALU 등과 비교했을 때 수많은 설계를 없앨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메모리 자체도 아낄 수 있다. wx에서 w값은 반도체 회로에 사용된 재료의 고유한 전류 값인 전도도(Conductivity)에 해당하는데, 이는 어떤 의미로는 이미 저장돼 있는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는 곱셈을 수행하기 위해서 HBM 등 메모리에 저장돼 있던 w값을 연산장치로 가져와야 했는데, 이제는 메모리 자체에서 w값을 통해 연산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기존 반도체와 비교해 다른 용도를 위해 사용된 면적을 절약해서 전부 인공 뉴런과의 연결 개수를 늘리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어찌 보면 메모리가 CPU의 역할을 수행하니, ‘다수의 덜 똑똑한 반도체가 소수의 똑똑한 반도체를 이겨 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첫 편[관련기사]에서 살펴봤듯 분기(Branch)와 같은 과정은 예측하기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GPU는 분기와 같은 작업을 포기하고, 더 많은 실수 연산 장치를 투입해 CPU에는 불리한 작업인 인공지능 기술로 진출했다. 뉴로모픽 반도체 칩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인간의 뇌에 더 가까운 모습을 한 것이다. 실제로 인간의 개별 뇌세포는 GPU의 연산 단위보다 훨씬 단순하지만, 그 수는 매우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뉴로모픽 반도체 칩은 SK하이닉스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회사에 매우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CPU, GPU와 같은 칩은 설계가 어렵다. 복잡한 논리 회로들을 여러 개의 금속층을 이용해 연결해야 동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로모픽 반도체는 ALU와 같은 기능이 필요 없기 때문에 CPU, GPU와 비교했을 때 설계가 간단하다. 칩 내부의 모습은 단순한 구조의 반복일 것이다. 이미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은 낸드플래시와 같은 비휘발성 메모리*를 만들면서 미세 소자 안의 전도성 등을 바꾸는 방법에 노하우가 있다. x값은 입력 전압 값에 대응하고, w값은 전도도 등으로 대응시키면 뉴로모픽 칩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만들기 수월할 것이다.

* 비휘발성 메모리 : 전원이 차단돼도 기존 값을 저장하는 메모리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은 설계는 단순하지만, 똑같이 생긴 소자를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든다. 12Gb D램은 성인 엄지손톱 2배 수준 면적에 120억 개 이상의 쌍(트랜지스터+저장소)*이 형성돼 있다. 반복적 구조의 소자 안에 저항값 등을 이용해 w에 해당하는 값을 기록하고 전류를 흘릴 수 있다면 뉴로모픽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현재의 일반적인 D램 구조. 트랜지스터(T) 1개에 저장소(C) 1개가 붙는 1T1C 구조. CPU 내부의 S램의 경우 6T1C 구조로 저장소당 더 많은 트랜지스터가 필요함

파격적 시도, 어마어마한 도전

이러한 뉴로모픽 반도체들이 상용화된다면, 기존 인공지능 기술로 개발된 수많은 서비스에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챗GPT의 기반이 된 GPT-4의 경우, 수백 기가바이트(GB) 이상 메모리 공간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천만 원의 GPU를 여러 개 묶어야만 한다. 하지만 뉴로모픽 반도체가 상용화된다면, 수만 원짜리 인공지능 스피커 수준에도 GPT-4급의 신경망을 탑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뉴로모픽 반도체가 아직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여러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무작위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매번 구동할 때마다 결과가 달라지면 문제가 생겼을 때 이것이 신경망 학습 문제인지, 칩 신뢰성 문제인지, 입력값 문제인지 등을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들이 사용 자체를 꺼리게 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나 현시점에 익숙하고, 잘 구동되는 GPU라는 대안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두 번째 이유는 기존 연산 칩 회사들의 강력한 견제와 경쟁이다. 칩이 기존 컴퓨터 구조와 멀어질수록 이론상의 최대 효율은 올라가지만, 사용하기는 번거롭다. 만약 기존 반도체 회사들이 뉴로모픽 반도체를 만들되, 뉴로모픽 반도체보다 좀 더 폰 노이만 구조 컴퓨터에 가까운 구조로 구성할 경우, 뉴로모픽 반도체를 원하는 고객들은 조금 더 익숙한 형태의 반도체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이러한 움직임은 일어나고 있다. 인텔의 뉴로모픽 칩 로이히(Loihi)[관련기사]의 경우, 폰 노이만 구조의 컴퓨터 구조에 SNN*이라고 부르는 인간 뇌세포의 정보 전달 메커니즘을 접목하고자 하고 있다.

* SNN(Spiking Neural network) : 인공 뇌세포 간 신호 전달을 인간에 좀 더 가깝게 만든 방식의 신경망

뉴로모픽 반도체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를 모으고 고객에 더 가까이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 신호 전문가, 인공지능 연구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모으고 이야기를 들어 방향을 정해야 한다. 또한, 뉴로모픽 반도체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에 나온 뉴로모픽 반도체는 다양한 미래 반도체의 대안 중 하나일 뿐임을 기억했으면 한다.

※ 본 칼럼은 반도체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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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바꾸는 빅테크 3편] “자율주행, 지상보다 하늘이 더 기대된다” 도심항공교통, UAM을 만나다 (3/5) /big-tech-3-uam/ /big-tech-3-uam/#respond Tue, 18 Jul 2023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big-tech-3-uam/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인류가 처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고, 동시에 기술 간의 융합이 빠르게 이루어지며 창의적인 가치들이 창출되고 있다.

이에 초거대 AI에서부터 로봇, 스마트모빌리티, 웹3.0, 메타버스라는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책임질 최신 테크 트렌드를 5편의 시리즈로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이 칼럼을 통해 얻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각 기술이 어떻게 연계되고, 어떤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는지 ‘흐름’을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 주)

최근 도로를 누비는 전기차가 부쩍 늘었다. 2023년 상반기 기준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 등록된 누적 전기차는 약 40만 대다. 내연기관에서 전기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이동 수단이 진화하고 있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되었고,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교통)이 등장하면서 이동 수단은 지상에서 하늘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전기차를 비롯해 2025년 상용화 예정인 UAM은 현재 어디까지 발전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살펴보도록 하자.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먼저 개발된 전기차

사실 전기차는 디젤이나 가솔린을 쓰는 엔진 자동차보다 먼저 개발되었다. 1824년 헝가리의 발명가 아뇨스 제들리크(Ányos Jedlik)가 전기모터를 바퀴에 적용했던 것이 전기차의 시초다. 그 후 1832년에 영국의 로버트 앤더슨(Robert Anderson)이 최초의 전기 마차를 개발했고, 1859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가스통 플랑테(Gaston Planté)가 운송수단에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충전식 납축전지를 발명하면서 전기차의 동력원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1884년 영국의 토마스 파커(Thomas Parker)가 축전지를 활용해 충전 가능한 전기차를 발명했고, 이것이 공식적인 세계 최초 전기차로 인정받았다. 또 1899년에는 벨기에의 자동차 드라이버 카밀 제나치(Camille Jenatzy)가 ‘La Jamais Contente(결코 만족하지 않는다)’라는 이름의 전기차를 개발해 처음으로 100km/h 가 넘는 속도로 달리기도 했다.

1900년대는 미국 도로 위의 자동차 중 1/3이 전기차일 정도로 대중화됐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냄새와 소음이 적었고, 크랭크를 돌려야 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시동을 켜는 게 훨씬 편리했기 때문에 상류층 여성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어 일명 ‘마담차’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1920년대 텍사스 원유 발견과 함께 가솔린 가격이 크게 하락했고, 1913년 포드가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해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량생산 하면서 전기차는 경쟁력을 잃게 됐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대기오염 문제가 대두되고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전기차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존 전지의 한계를 리튬이온 배터리로 극복하면서 전기차는 미래를 책임질 스마트 모빌리티의 대표 주자로 급부상했다.

테슬라 대시보드

▲ 테슬라 차량의 운전석 대시보드 (출처 : 테슬라)

전기차의 대표 격인 테슬라의 운전석 대시보드를 살펴보면 기존 자동차와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테슬라 자동차에는 대시보드 중앙에 대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있다. 운전자는 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행 정보, 내비게이션을 확인하고 오디오와 차량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이 자율주행은 물론 운전자의 행동을 학습하고 선호 사항을 파악해, 이에 맞춰 최적의 운전 환경을 제공한다.

전기차는 자동차 산업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함으로써 다양한 모빌리티의 탄생을 촉진했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율 주행 기술과 배터리 기술은 전기차와 함께 발전하면서 UAM과 자율주행 선박의 출현을 이끌었다.

갈 길이 먼 완전자율주행, 지상의 자동차 대신 하늘로 눈을 돌리다

전기차의 대중화로 자율주행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완전한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GM은 2016년 자율주행 기술 개발 회사 크루즈를 인수했고, 스텔란티스 그룹은 2022년에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인 AI모티브를 인수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율주행 기술 회사를 인수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따르지 않아 좌초된 기업도 나오고 있다.

아르고AI는 2016년 설립된 자율주행 스타트업으로, 포드와 폭스바겐으로부터 36억 달러(한화 4조 7,484억 원)를 투자받았다. 기업 가치가 한때 9조 원에 달했던 아르고AI는 2022년 10월 말 문을 닫고 말았다. 5조 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받았는데도 6년밖에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것이다. 자율주행 상용화는 지연되는데 막대한 비용만 기약 없이 들어가자, 포드와 폭스바겐은 결국 아르고AI를 포기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자율주행차 시장이 2035년까지 770억 달러(한화 101조 5,63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동시에 2035년까지 완전자율주행 실현을 위해서 450억 달러(한화 59조 3,640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R&D)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 시장이 커지는 만큼 막대한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율주행단계

미국 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 단계를 레벨 0부터 5까지 총 6단계로 나눈다. 레벨 0은 ‘비자율주행’, 레벨 1은 ‘운전자 보조’ 단계다. 레벨 2는 ‘부분 자율주행’이다. 레벨 3은 ‘조건부 자율주행’으로 인공지능이 운전대를 조작하고 속도도 조절한다. 주변 환경도 파악한다. 고속도로 주행 같은 일부 상황에서는 차가 스스로 운행한다. 운전자는 특정 조건이 충족되는 상황에선 운전대를 잡을 필요조차 없다. 레벨 4는 ‘고도 자율주행’ 단계로 비상 상황에서만 인간이 개입한다. 레벨 5는 ‘완전자율주행’이다. 모든 도로와 모든 환경에서 인공지능이 스스로 차를 통제한다.

자율주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단계는 레벨 4부터다. 그러나 현 시점 이 단계에 도달한 회사는 아직 아무도 없다. 레벨 3을 달성한 업체도 혼다와 메르세데스 벤츠 2개 사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 전문가 포럼(CSF)*에 따르면 레벨 4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려면 적어도 15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자율주행 테스트 완료를 위해 180억㎞에 달하는 주행 시험을 해야 하고, 자율주행차가 겪을 수 있는 10억 개의 시나리오에 대한 시험을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 중국 전문가 포럼(CSF, China Specialist Forum) : 정부의 대 중국 정책 수립을 지원하고자 만들어진 포럼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레벨 4의 자율주행이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 자율주행을 하던 GM의 크루즈 로봇택시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버스 뒷부분과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는가 하면, 캘리포니아에서는 테슬라 운전자가 정차된 911 소방 트럭을 들이받고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 사고는 미국 내 테슬라 차량 36만 대 리콜이라는 조치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자율주행을 담당하는 인공지능이 현재의 복잡하고 다양한 도로교통 상황을 인간처럼 이해하면서 운전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기능으로 운전하는 경우, 인공지능은 끼어들 때와 출구로 빠져나가야 할 때 등의 상황에서 인간처럼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고속도로에서 우측 출구로 빠져나가는 상황을 예로 들면, 인공지능은 충분한 공간이 확보됐을 때만 끼어들기 때문에 상당 시간 나가지 못하고 공간이 생길 때까지 기다린다.

여러 가지 현실적 이유로 완전자율주행 기술은 지상의 차량에 탑재되어 상용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신 자율주행 기술은 복잡한 지상의 도로 대신 상대적으로 변수가 적은 하늘길로 눈을 돌렸다. 바로 UAM이다.

복잡한 도로 대신 하늘로 다니는 UAM

현재 모빌리티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UAM은 상용화 단계에 진입해 모빌리티 산업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UAM은 저소음, 친환경 동력 기반의 수직이착륙 교통수단과 이착륙 인프라를 포함하는 최첨단 교통 시스템이다. 플라잉카, 에어택시, 드론택시라고도 하며 도심 속 공중에서 운송하는 모빌리티다. UAM은 미국 NASA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뉴욕 및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의 메가시티 화로 교통 체증이 심화되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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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을 나는 UAM 상상도

UAM은 기존 항공기에 비해 낮은 300~600미터 고도에서 비행하며, 소음 역시 63dB 이하로 낮아 소음 공해가 심각한 헬리콥터에 비해 도심 내에서 활용도가 높다. 낮은 소음 및 높은 안전성으로 인해 UAM이 이착륙하는 버티포트(Vertiport)를 도심 속 낮은 빌딩 옥상에 설치하기 좋다.

UAM은 크게 기체, 인프라 시스템 및 서비스로 구성된다. 기체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eVTOL(electric Vertical Take Off & Landing, 전기 수직이착륙기)로 만들어지며, eVTOL에 적합한 고밀도, 고출력 배터리 팩과 연료전지 시스템 등 동력원 개발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UAM은 eVTOL 기체가 양산되는 2025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상장된 eVTOL 기체 제작 기업은 Joby, Lilium, Archer, Blade, Ehang 등이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한화 시스템, 현대자동차 및 베셀에어로스페이스가 eVTOL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UAM에서 자율주행 기술은 필수적이다. 물론 자동차와 UAM에 적용되는 자율주행 기술이 완전히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알고리즘이나 절차 등은 유사하다. 육지와 하늘이라는 서로 다른 도메인에서 운용되지만, 둘 다 고도화된 센서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을 사용해 UAM은 자동으로 경로를 계획하고 충돌을 회피한다. 이를 통해 공중에서의 교통 혼잡을 줄이고, 여러 UAM 기기 사이에서 안전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승객과 물류 운송을 최적화하여 공중 교통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운행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도시 교통 시스템에서는 자율주행 차량과 UAM이 통합되어 더 효율적인 이동이 가능할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이 승객을 픽업하여 UAM 이착륙장인 버티포트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승객이 드론 택시 등의 항공 수단을 이용하는 미래가 다가올 것이다.

에어택시 타러 옥상으로 올라가요

uam,버티포트

▲ 옥상 위 에어택시 상상도

UAM에서 중요한 인프라는 버티포트다. UAM 기체들이 이착륙하고, 승객이 승·하차하는 버티포트는 도심 주요 교통요충지에 위치하는 신규 인프라 공간이 될 것이다. 버티포트는 기체 정비·유지 보수·충전 등 eVTOL 기체 운용의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도시당 버티포트는 30~300여 대의 기체가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화물 운송용 드론을 포함하면 1,000여 대의 비행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운용 로드맵에 따르면 2025년부터는 수도권 중심의 버티포트를 설치,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여의도, 잠실 등에서 UAM 상용화 서비스가 시작된다. 2030년이 되면 수도권 및 광역권 중심에 버티포트를 설치, UAM 운행을 전국으로 확대해서 택시와 버스처럼 어디서든지 UAM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 빌딩의 헬리포트는 개인 소유의 eVTOL 버티포트로, 초대형 빌딩의 옥상은 상업용 버티포트로 개발될 수도 있다. UAM이 상용화되면 이제 사람들은 자가용이나 지하철, 버스를 타러 지하나 1층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UAM을 타러 옥상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향후 버티포트는 신규 교통 인프라의 역할뿐만 아니라 금융, 병원, 주택, 상점 등 주요 상업 시설과 연계될 것이다. 접근성과 편의성이 중요하므로 버티포트를 기반으로 다양한 부동산 개발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 미래에는 역세권이 아닌 ‘U세권(UAM+역세권)’이 뜨는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아처 버티포트

▲ 미국 플라잉 카 제조사 아처 에이비에이션(Archer Aviation)이 미국 전역에 짓고 있는 버티포트 (출처 : 아처 에이비에이션)

네옴시티, UAM으로 하늘길을 열다

2022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해 재계는 물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국빈급으로 대접하는 등 큰 화제가 되었다. ‘미스터 에브리씽(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불리는 빈 살만 왕세자가 방문한 이유는 2030년을 목표로 대규모 신도시 건설사업 ‘네옴시티(NEOM CITY)’를 건설하는 데 관련 기술을 가진 한국 기업들과 협력하기 위해서였다. 원유 중심의 사우디 경제를 미래형 제조업으로 전환하려는 ‘비전 2030’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한국 기업을 최적의 파트너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에너지·방산·인프라건설 등 3개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전략파트너십 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사막에 건설될 신도시로, 규모(2만 6,500㎢)는 서울시의 44배에 달하며 총사업비는 약 5,000억 달러(한화 650조 원)에서 최대 1조 달러로 예상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크게 주거지구(더 라인), 산업지구(옥사곤), 관광지구(트로제나)로 구성되는데, 1차 완공은 2025년, 최종 완공은 203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케일 못지않게 놀라운 것은 이 도시를 ‘탄소제로’ 도시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태양광∙풍력∙그린수소(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수소) 등의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할 뿐 아니라, 주거지구엔 아예 자동차가 다니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동 수단으로는 무엇을 쓰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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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옴시티의 주거지구, 더 라인 계획도 (출처 : 네옴시티)

900만 명이 살게 될 네옴시티의 주거지구, 더 라인(The Line)은 해안에서부터 사막까지 500m 건물이 170km 거리로 일직선으로 놓인 형태로 지어질 계획이다. 높이는 롯데월드타워(550m)에 맞먹고, 길이는 서울에서 강릉까지 거리와 비슷하다. 수직 도시 설계 디자인은 자연보호와 인간 거주성 향상을 위한 모델로, 수직으로 도시를 쌓아 올려 개발 면적을 줄이고 주변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더 라인의 설계를 보면 땅 위에 차도가 없어 자동차가 아예 다닐 수가 없다. 대신 지하에 터널을 뚫어 고속철도가 최대 20분 만에 도시를 관통한다. 이를 위해 지하 터널을 먼저 파고 이후 그 위에 도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구역별로는 사무실∙상점∙병원∙학교∙영화관∙경찰서 등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수평으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모든 곳을 걸어서 5분 거리 안에 있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내세운 이동 수단이 바로 UAM으로,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네옴시티는 UAM 기업인 독일의 볼로콥터(Volocopter)와 계약을 맺고 15대의 수직이착륙 항공기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5대는 화물, 10대는 승객 수송에 활용할 예정이다. 네옴시티는 건설 단계부터 에어택시가 주거지구, 산업지구, 관광지구를 모두 오가며 이착륙할 수 있게 설계된다.

UAM이 상용화되려면 통신이 중요한데 네옴시티는 이를 위해 우주인터넷 기업인 영국의 원웹(Oneweb)과 2억 달러 규모의 합작투자 계약을 맺었다. 우주인터넷은 기지국을 지상에 설치할 필요 없이 쏘아 올린 위성에서 바로 신호를 받아서 이용하는 인터넷 서비스로, 원웹은 이 분야의 선도주자다. 원웹은 네옴시티에서 와이파이와 5G 통신도 지원할 계획이다.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미스터 에브리씽’의 말처럼 네옴시티가 현실화된다면 UAM, 전기차와 같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은 엄청난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공간 혁명, 스마트 모빌리티가 구현하는 친환경 미래 도시

앞으로의 미래 도시에서 UAM은 이동 수단 그 이상의 역할이 기대된다. UAM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버티포트, 충전 시설, 관제소, 통신, 저궤도 위성 등의 제반 인프라 시설이 필수다. 경제성을 바탕으로 한 기체 개발, 기술, 법과 제도, 사회적 합의 등의 뒷받침은 기본이다. UAM 상용화가 확산되면 공유, 리스, 렌탈, 보험, 그리고 자율차, 택시, 지하철 등 타 교통과 연결된 복합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5G와 6G 통신망, 수소 사회까지 도래하면 친환경 스마트 시티가 구축되고 패러다임 변화에 맞추어 기존 도로, 교통 시스템 및 도시 구조 등 도시 생태계에 전반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미래의 도심 도로는 자율주행 전용 차선과 내연기관 차선 등으로 구분되고 교통 상황에 따라 인공지능이 교통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이다. 자율주행차(전기차, 수소 전기차), 수소 버스 등 사람들은 친환경 차를 타고 UAM 버티포트로 이동해 환승하여 원하는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버티포트 주변에는 핵심 상업, 업무지구가 형성되면서 새로운 산업과 정보통신 기술이 융합된 모빌리티 혁명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흔해진 전기차와 인공지능 주행이 어색하지 않은 지금, 우리는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과거 바퀴의 발명이 단순히 이동 수단의 발전이 아니라 세상 전반을 변화시켰듯이, 스마트 모빌리티도 우리의 생활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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