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완 – SK hynix Newsroom 'SK하이닉스 뉴스룸'은 SK하이닉스의 다양한 소식과 반도체 시장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전달합니다 Thu, 19 Dec 2024 02:11:13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6.7.1 https://skhynix-prd-data.s3.ap-northeast-2.amazonaws.com/wp-content/uploads/2024/12/ico_favi-150x150.png 이주완 – SK hynix Newsroom 32 32 2020년 반도체 시장은 회복될 것인가? /semiconductors-in-2020/ /semiconductors-in-2020/#respond Thu, 09 Jan 2020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semiconductors-in-2020/ 반도체는 수출, 기업이익, 설비투자 등에서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버팀목이다. 하지만 지난해 반도체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소식보다 부정적인 소식이 더 많이 전해졌다. 이에 새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가장 궁금한 것 역시 반도체 시장의 반등 여부일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해 반도체 시장을 면밀히 살펴보고, 올해 반도체 시장의 추이를 전망해보려 한다.

2019년 반도체 시장 불황 원인은 ‘가격효과’…실적 부진엔 기저효과도 커

그래프01.jpg

반도체 수출실적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13개월 연속 감소 중이고, 주력인 DRAM과 낸드플래시 수출 모두 부진했다. 마치 국내 반도체 기업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진 것처럼 느껴진다.1)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기간 수출 물량 기준으로는 감소율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소폭 증가한 품목도 있다. 호황기였던 2017~2018엔 정반대였다. 수출금액은 크게 증가했으나 수출 물량은 오히려 부진했다.2)

1) 2019년 누적 수출 증가율(수출금액/수출물량) : DRAM –47.8%/-4.3%, 플래시메모리 –25.4%/+8.7%(10월 기준)
2) 2017~2018년 DRAM 수출 증가율(수출금액/수출수량) : 78.4%/–1.4%(2017년) → 49.5%/0.3%(2018년)

이에 비춰보면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반도체 수출금액이 급증 혹은 급감했던 것은 실제 수요가 크게 변동됐기 때문이 아니라 가격효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3)

그래프02.jpg

3) 가격(2016년 5월/2018년 8월/2019년 11월) : 모바일 DRAM 4.9/7.2/3.8 USD, 서버 DRAM 33.7/92.6/38.1 USD

가격의 등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역시 마찬가지로 가격효과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 기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률 추이는 DDR4 4GB 고정거래가격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는 폭락, 패닉 등의 표현이 빈번히 등장할 만큼 극심했던 지난해 반도체 불황이 일각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수요 부진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가격효과에 기인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올해 수출이나 기업 실적 등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한 것에는 기준이 되는 2018년이 반도체 시장 역대 최대 호황이었던 것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은 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이끌었지만,4)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은 가격효과에 좌우됐다. 즉, 2018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실적은 비정상적이었던 측면이 있다는 것.

4) 매출 증가율(2017년/2018년) : SK하이닉스 79.6%/38.0%, 인텔 8.5%/12.2%

실제 지난해 9월까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2017년 대비 1.4%, 2016년 대비 19.8% 성장했다. 2018년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반도체 시장이 심각한 불황이었던 것처럼 여겨지는 데에는 기저효과로 인한 착시 현상의 영향도 있는 셈이다.

가격조정은 마무리 단계…2020년은 긍정적인 분위기도 감지돼

그리고 최근 1년간의 가격 급락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하락 속도가 완만해지거나 일부 제품은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지금은 현물가격과 고정거래가격 간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현물가격과 고정거래가격이 동행하고 있다는 것은 필요 이상의 가수요가 해소됐고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던 수요자 및 공급자의 재고가 일정 수준 정상화됐음을 의미한다. 이는 가격이 점차 안정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과거 반도체 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시점은 2018년 12월이고 기업 실적이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 역시 2018년 4분기다. 하지만, 반도체 현물가격은 이미 2017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현물 시장에서 DRAM은 2017년 11월, NAND는 2017년 10월부터 하락으로 전환됐다. 다만,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은 고정거래가격으로 거래하는 비중이 높아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약 1년의 시차가 발생했다. 가격 버블이 형성되던 시기에는 현물가격과 고정거래가격 간의 시차가 최대 3분기까지 벌어졌다.

그래프04.jpg

하지만 장기적으로 고정거래가격은 현물가격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2018년 2~3분기부터 고정거래가격 역시 급락하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2월부터 가격 차이와 시차는 거의 없어졌다.5)

5) DDR4 4Gb 장단기 가격차(달러) : -0.9(2018년 2월) → 0.7(2018년 10월) → 0.0(2019년 2월) → -0.1(2019년 10월)

그래프05.jpg

물론 반도체 가격은 아직 하락 중이고 수출도 여전히 감소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지표들도 감지된다. 반도체 시장의 선행지표인 북미 반도체 장비 출하 증가율은 이미 바닥을 확인했고, 플러스 전환이 임박한 상황.6) 통상적으로 북미 반도체 장비 출하는 반도체 시장을 6개월 정도 선행하는 특성을 보인다. 즉, 2020년 상반기에는 반도체 시장 회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확실히 플러스로 전환된 것은 아니므로 4분기 동향까지는 지켜봐야 한다.

6) 북미 반도체 장비 출하 증가율(YoY, %) : -28.5(2019년 4월) → -18.4(2019년 6월) → -6.0(2019년 9월)

현물가격은 대부분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는 반면, 고정거래가격의 경우 특히 서버, 모바일 등 주력 제품은 급격히 하락했다.7) 고정거래가격이 급락해 실적이나 수출에 미치는 충격의 강도가 강했고 특히 기업이 느끼는 충격은 더욱 컸지만, 한편으로는 조정 기간이 단축되어 불확실성이 조기에 해소된다는 장점도 있다.8) 이처럼 짧은 기간에 가격 버블이 많이 해소된 만큼, 향후 급락 가능성은 낮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아직 가격 조정이 끝나지 않은 제품이 많아, 추가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7) PC DDR3 4Gb 현물 : –59.3%(23개월) / 서버 DDR4 4Gb 고정거래 : –66.1%(14개월)
8) 고정거래가격이 현물가격과 같은 속도로 하락했다면 2020년에도 불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컸다. 중국과 인텔이 메모리 시장을 노리는 상황에서 불황이 길어지면 투자 결정 등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가격 약세 요인 남았지만 2분기부터는 반등 확실시…공급 과잉은 여전히 불씨

그래프07.jpg

반도체 수요를 의미하는 비트그로스(bit growth)의 2020년 전망치는 올해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9) 가격효과를 배제한 실수요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최근 비트그로스 레벨이 과거 대비 크게 낮아진 상황이어서 2~3%p 수준의 상승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10) 시장은 여전히 공급량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반도체 시장은 이미 태동기와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진입하고 있다. 시장 규모 자체도 상당히 커졌다. 그렇기에 수요 증가율은 추세적으로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9) 비트그로스 전망 : DRAM 17%(2019년) → 20%(2020년) / NAND 35%(2019년) → 38%(2020년)
10) 2015년 이전 연평균 비트그로스: DRAM 49.3%, NAND 104.1%

그래프08.jpg

한편, 가격효과로 인해 기업 실적은 2018년 3분기까지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지만, 이미 수요는 피크아웃(Peak-out) 상태였기에 가동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11) 재고는 급상승했다.12) 올해 생산 활동이 조금씩 회복되며 가동률은 3월부터 높아지기 시작했고 재고는 8월부터 낮아지기 시작했지만, 아직 재고가 높은 수준이라 가격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11) 반도체 제조업 가동률지수 : 118.4(2018년 6월) → 110.0(2018년 9월) → 101.6(2018년 12월) → 98.1(2019년 2월)
12) 반도체 제조업 재고지수 : 122.3(2018년 9월) → 142.8(2018년 12월) → 182.1(2019년 7월) → 146.1(2019년 9월)

그래프09.jpg

2019년 반도체 수출과 반도체 제조업체의 매출, 영업이익 등이 크게 감소한 것은 판매량 감소가 아닌 가격 하락에 기인하므로 가격이 안정되면 모두 플러스로 전환된다. 2019년 9월 누적 국내 반도체 생산은 2018년 대비 7.4%, 출하는 6.9% 증가했다. 1년 이상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함에 따라 현물가격, 고정거래가격 모두 조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임박했다고 판단된다. 올해 연말까지는 대부분의 버블이 해소될 전망이다.

비록 일부 제품군의 경우 2020년 초까지 가격 조정이 진행되겠으나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2020년 1분기까지는 가격의 기저효과로 인해 수출과 기업 실적이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겠으나, 2분기부터 회복이 시작돼 연간 실적은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 확실하다.

그래프10.jpg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가격 폭락의 원인은 과도한 설비투자에 의한 공급과잉이다. 특히 과도한 설비투자의 주범은 평년 수준을 크게 웃도는 투자를 집행한 한국과 중국으로 꼽힌다. 13) 가격이 폭락하자 올해 한국 기업들은 감산이나 생산 합리화 조치를 단행하고 설비투자도 크게 축소했으나 중국은 소폭 축소에 그쳤고 대만과 북미는 오히려 확대했다.14) 2017~18년 신증설 물량조차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에는 한국 역시 설비투자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어,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13) 2016년 대비 설비투자 증가율(2017년/2018년) : 한국 133.4%/130.3%, 중국 27.4%/102.9%
14) 2019년 설비투자증가율: 한국 –37.0%, 대만 21.5%, 북미 8.4%, 중국 –10.8%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semiconductors-in-2020/feed/ 0
과거 반도체 시장의 폭락 원인과 향후 전망은? /past-semiconductor-market/ /past-semiconductor-market/#respond Wed, 30 Oct 2019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past-semiconductor-market/ 많은 사람들이 최근 3년간 반도체 시장의 급등락을 지켜보며 혼란스러움을 느꼈을 거다.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호황이었던 2017~2018년을 거쳐 시장 투자자들은 물론 정부 관계자들까지 패닉에 빠지게 했던 2019년까지, 지난 3년간의 반도체 시장 흐름은 과연 예측 불가능했을까? 아니면 많은 전문가들이 놓치고 있었던 포인트가 있었던 걸까?

이제 2019년도 저물어가고 있다. 202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내년 반도체 시장을 전망해보려 한다. 하지만 최근 3년간의 시장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행위일 거다. 이에 먼저 과거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이를 바탕으로 2020년 반도체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전망해봤다.

2016~2018년 반도체 가격 급등 이유는 ‘공급 부족’

모든 결과에는 원인과 과정이 있다. 특히 경제 분야를 분석하다 보면 대부분 인과법칙에 따라 해석이 가능한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3년간 롤러코스터와 같았던 반도체 시장 역시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다만, 반도체와 같은 장치산업은 1년 정도의 짧은 기간이 아닌, 장기간 시계열 분석을 거쳐야 그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먼저, 2016~2018년의 가격 급등 현상에 대해 알아보자. 어떤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는 원인은 수요가 넘치거나 공급이 부족한 경우, 이 둘 중 하나다. 누군가는 수요가 넘치든 공급이 부족하든 결과적으로 수급 밸런스가 수요 우위인 상황이므로 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 가운데 어느 것이 변수가 되고, 어떤 것이 상수가 되느냐에 따라 미래를 예측하는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2018년 각종 기관들은 2019년의 반도체 시장은 2018년보다 밝을 것이고, 앞으로 3~5년간 초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발표를 쏟아냈다. 이러한 예측의 근거로 기업의 데이터센터, 빅데이터, AI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새로운 수요의 급성장을 들었다. 과거에 비해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공급 부족이 발생했고 가격이 급등했다는 논리다. 그리고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에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말 과거에 비해 수요가 크게 증가했을까? 일반적으로 반도체 수요, 특히 메모리 수요는 금액보다는 ‘용량’을 기준으로 집계한다. DRAM, NAND와 같은 메모리 제품은 가격 변동이 매우 크기 때문. 보통 ‘비트 그로스(Bit Growth)’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메모리 용량 기준 연간 수요 증가율을 의미한다.

인포001.png

▲ DRAM과 NAND의 비트 그로스(Bit Growth) (자료 : 가트너, IDC,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7년과 2018년 DRAM의 비트 그로스는 각각 19.5%와 22.5%로 추정된다. 그리고 같은 시기 NAND의 비트 그로스는 각각 40%와 37%를 기록했다. 1년 사이에 수요가 20~40% 증가하는 산업이 반도체를 제외하고 몇이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높은 수치다. 수요에 기반을 둔다면 분석가들이 반도체 호황을 언급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울 정도.

그런데 수요 증가로 인해 메모리 가격이 급등했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이 수치가 과거의 비트 그로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객관적인 데이터는 오히려 그 반대다. DRAM, NAND 모두 2015년을 기점으로 비트 그로스가 크게 낮아졌다. 2005~2014년까지 10년간 연평균 비트 그로스는 DRAM이 49.3%, NAND가 104.1%였다. 2017~2018년 수요증가율은 과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결국 수요가 넘쳐 가격이 급등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가격 급등의 원인이 수요가 아니라면 남은 것은 ‘공급 부족’이다.

마이크론-엘피다의 합병이 야기한 ‘설비투자 부진’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는 데는 대략 2년 정도가 소요된다. 2년 가운데 1년은 도로, 전기, 상하수도, 정화시설 등 인프라 구축과 공장 건물을 짓고 유틸리티, 클린룸 등 기본 설비를 갖추는 데 사용된다. 그리고 남은 1년 동안 반도체 공정 장비를 입고해 설치하고 테스트를 한다. 따라서 새로운 공장에서 제품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은 대략 장비 입고가 된 1년 후다. 여기에 시험 생산을 통해 수율과 품질을 검증하고 본격적으로 웨이퍼가 투입되기까지 적게는 6개월에서 많게는 1년까지 추가로 소요된다. 따라서 반도체 장비의 출하 동향을 분석하면 반도체 공급(생산)을 예측할 수 있다.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출하 관련 통계는 국제 반도체 장비, 재료 협회인 SEMI(Semiconductor Equipment Material International)에서 발표하는 자료가 가장 공신력이 높다. SEMI는 분기별 전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를 발표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설비투자는 반도체 공정 장비 출하를 의미한다. SEMI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2012년 일본의 메모리 업체 엘피다가 파산하고 결국 2013년 미국 마이크론에 매각되면서 전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난다.

인포002.png

▲ 전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 (장비 출하 기준) (자료 : SEMI, WSTS, 하나금융경영연구소)

2011년 435억 달러에 이르던 전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가 2012년에는 369억 달러, 2013년은 318억 달러로 2년 새 27%나 감소했다. 설비투자 부진은 2015년까지 지속됐다. 반도체 수요는 연평균 50~100%씩 증가했는데 설비투자는 감소한 여파로 전 세계 반도체 매출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14.5%에서 10~11%대로 낮아졌다. 바로 이 시기의 설비투자 부진이 장기적인 공급 부족의 원인이 됐던 것.

일반적으로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의 합병이 성공하려면 자본을 투입해서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설비투자를 확대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마이크론의 경우 2011년 말에 보유하고 있던 현금성 자산이 21억 달러에 불과했고, 2012년에는 인텔이 보유한 IMFT(마이크론, 인텔의 합작사) 지분 6억 달러와 이노테라 지분 1억7000만 달러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비록 채권단이 분할 납부 방식을 용인하긴 했지만 엘피다 인수 금액은 25억 달러에 달했다.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하더라도 신규 설비투자를 할 만한 재정적 여력은 없었다는 의미다.

그 결과, 엘피다 인수 후 5년 동안 마이크론의 설비투자는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구)엘피다에도 적절한 설비투자를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한국, 중국, 대만의 설비투자 비중이 높아지는 동안 미국과 일본의 설비투자 비중은 오히려 낮아졌다. 특히, 미국의 경우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하기 전 2012년에는 전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의 22.1%를 차지했는데, 2017년에는 설비투자 비중이 9.9%로 급락했다.

이처럼 잘못된 합병으로 인해 DRAM 시장의 24%를 차지하던 마이크론-엘피다 진영이 공급자로서 역할을 못했고, 4년간의 설비투자 공백으로 인해 그 후로도 만성적인 설비투자 부족이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돼 2016년부터 공급 부족으로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던 것.

최근 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의 급락은 ‘버블 붕괴’

2018년 4분기부터 2019년까지 지속됐던 가격 급락은 왜 발생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 역시 ‘공급’에 있다. SEMI의 데이터를 다시 살펴보자. 2012년 이후 반기(6개월) 기준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반도체 장비 구매 기준) 규모는 평균 176억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6년 하반기에 225억 달러를 기록했고 2017~2018년에는 72.6% 증가한 303억 달러로 더욱 증가했다. 위에서 언급했듯 설비투자가 증가하면 1년~1년 반 후에는 공급(생산)이 증가한다.

수요가 확대되면 설비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2017년부터 반도체 설비투자가 과거 평균의 1.7배로 확대됐는데, 최근 3~4년간의 연간 수요증가율(Bit Growth)은 오히려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둔화된 것.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은 고정거래가격(Contract Price)에 거래하기 때문에 가격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주요 메모리 제품의 현물가격(Spot Price)은 이미 2017년 4분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현물가격의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고정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 2018년 3분기부터는 고정거래가격도 급락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은 2017~2018년의 반도체 시장을 초호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7~2018년은 호황이 아니라 ‘버블’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2019년 우리가 목격한 반도체 가격 폭락은 자연스럽게 버블이 해소되는 과정이었던 것. 호황은 수요가 확대돼 공급이 부족한 상황을 의미한다. 수요가 둔화되는데 설비투자 부진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증거로 소위 반도체 호황이라던 2018년에는 국내 반도체 제조업에 속한 130여 기업 가운데 50.6%는 매출이 감소했고, 29.4%는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보다는 나아질 2020년, 해결해야 할 과제는 ‘공급 과잉’

과거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이뤄졌다면 이제 미래를, 2020년을 살펴볼 시간이다. 과연 반도체 가격 하락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또 기업 실적은 반등할 수 있을까?

통상적으로 메모리 반도체는 어느 정도 정형화된 가격 흐름을 보인다. 지진이나 정전 등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제품 출시 초기 6개월간은 가격이 급락하다가 그 후에는 완만한 하락을 지속한다. 이러한 일반적인 가격 패턴에 비춰보면 현 시점에서 메모리 가격은 조금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하락 속도가 빨라 2019년 말까지 대부분의 가격 거품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는 2019년과 같은 가격 폭락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가지, 반도체 시장에는 다음과 같은 통설이 있다. “연간 가격 하락이 20% 미만이면 호황이다” 올해 국내 기업들은 선방했음을 알 수 있다. 내년에는 가격효과에 의한 실적 악화가 해소돼 올해보다도 실적은 개선될 것이다.

2020년의 반도체 시장은 거품이 제거된 상태에서 수요, 공급의 원리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그런데 문제는 공급 과잉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2019년에 가격 거품이 해소되는 과정을 보면, 자연스러운 수요 공급 밸런스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공급량을 감산했던 측면이 강하다. 공장을 지어놓고 100% 가동을 시키지 않음으로써 공급량을 조절했던 것.

만약 시장 상황이 조금 호전되면 곧바로 가동률을 높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곧, 공급 급증을 의미한다. 더욱이 2018~2019년의 설비투자 역시 과거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에는 공급이 크게 증가할 잠재적인 요소가 있어, 다시 공격적인 설비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인포003-2.png

▲ 국가별 반도체 설비투자 동향 및 전망 (장비 출하 기준) (자료 : SEMI,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는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의 발단은 중국이다. 중국이 반도체 투자를 시작하자 한국 기업들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선제적인 투자를 했다. 이는 공급 과잉의 원인이 됐다. 그런데 한국이 실적 악화로 설비투자를 줄이는 사이 대만과 중국은 한국보다 더 많은 투자를 집행했고, 미국도 설비투자를 크게 확대했다.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한국도 다시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

반면, 반도체 수요는 점차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어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공급 과잉은 2019년뿐만 아니라 2020년,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past-semiconductor-market/feed/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