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 SK hynix Newsroom 'SK하이닉스 뉴스룸'은 SK하이닉스의 다양한 소식과 반도체 시장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전달합니다 Thu, 13 Feb 2025 09:59:24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6.7.1 https://skhynix-prd-data.s3.ap-northeast-2.amazonaws.com/wp-content/uploads/2024/12/ico_favi-150x150.png 양자역학 – SK hynix Newsroom 32 32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with 김범준 교수] 보이지 않아도 모든 곳에 존재하는 물리학과 반도체 (4/4, 완결) /thirds-eyes-kimbeomjun-4/ /thirds-eyes-kimbeomjun-4/#respond Thu, 14 Dec 2023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thirds-eyes-kimbeomjun-4/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는 과학·기술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서로의 분야에서 공통의 주제를 이야기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넓혀가는 연재 콘텐츠입니다. 과학계의 최고 전문가와 최고의 ICT 기술을 만들어 내는 SK하이닉스 구성원 간의 대담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반도체를 더욱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국내 최고의 물리학 전문가인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김환영 TL, 민태원 TL, 임경선 TL, 조상혁 TL)들이 만나 정보의 기본단위가 0과 1로 처리되는 현재의 반도체를 물리학의 관점에서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두 개 이상의 양자 상태가 합쳐진 ‘양자 중첩’ 현상을 활용해 0과 1이 동시에 처리되는 양자컴퓨터 등 미래 반도체 기술에 적용되는 물리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까지, 총 4편에 걸쳐 다룰 예정입니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누는 반도체, 물리학 그리고 양자역학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지금까지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눈 물리학과 반도체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살펴봤다. 인류는 물리학을 통해 도체와 부도체, 반도체, 초전도체의 물성을 정립할 수 있었으며 양자역학을 통해 원자와 전자 단위의 미시세계의 운동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물리학을 통해 반도체와 컴퓨터를 만들었고, 이러한 것들은 인류의 역사를 바꾸었다. 인류 문명의 발전 그 모든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물리학은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도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대담 그 마지막 이야기는 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물리학과 반도체의 관계 그리고 미래 반도체를 새롭게 만들어갈 물리학 후배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 뉴로모픽 반도체의 원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임경선 TL, 김환영 TL, 민태원 TL, 김범준 교수, 조상혁 TL(왼쪽부터)

인공지능을 위한 뉴로모픽 반도체

김범준 교수 과학 기술의 발전은 컴퓨터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는데요. 앞서 우리가 이야기 나눴던 양자컴퓨터[관련기사]의 등장 역시 과학 기술의 발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양자컴퓨터는 분명 우리의 미래를 변화시킬 중요한 기술이 되겠지만, 이러한 기대를 받는 것이 양자컴퓨터만은 아니죠?

민태원 TL 챗GPT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최근에는 더 효율적인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반도체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앞서 양자컴퓨터를 이야기하면서 간단히 언급되긴 했지만,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병렬 연산을 통한 빠른 연산이 중요해지고 있거든요. 이 때문에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모델은 대부분 GPU(Graphic Processor Unit, 그래픽 처리 장치)를 통한 병렬 연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하고 생산하는 HBM(High Bandwidth Memory)*은 초고성능 GPU에 탑재돼 연산 속도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PIM(Processing in Memory)*과 같이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능력을 더한 제품들도 인공지능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메모리):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됨. HBM3E는 HBM3의 확장(Extended) 버전
* PIM(Processing in Memory, 지능형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더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데이터 이동 정체 문제를 풀 수 있는 차세대 기술

임경선 TL 현재의 인공지능 수준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인공신경망[관련기사]인데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Open AI)를 비롯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저마다 HBM이 탑재된 고성능 GPU나 인공지능을 위한 자체 연산장치를 개발,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구글의 경우를 보면, 인공지능 연산장치인 TPU*(Tensor Processing Units) 등을 활용해 인공지능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 TPU(Tensor Processing Units): 구글의 AI(머신러닝) 엔진인 텐서 플로우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반도체로 구글이 자체 개발했다.

▲ 각종 반도체의 종류별 포함 관계

김범준 교수 맞습니다. 마침 제가 신경과학*도 연구하고 있어 인공신경망을 활용하는 인공지능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최근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이유는 사람의 신경망을 모방한 인공신경망을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에는 약 천억 개 정도의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돼 신호를 주고받는데요. 이러한 구조를 우리는 흔히 ‘시냅스(Synapse)’라고 부릅니다.

뇌가 신경망을 통해 각 신경세포에 전기를 통하게 하거나(디지털 회로값 ‘1’) 통하게 하지 않는(디지털 회로값 ‘0’) 방식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인데, 약 천억 개의 신경세포를 통해 연산을 수행하죠. 방대한 양의 신경세포가 동시에 서로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핵심인데요. 인공신경망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GPU나 TPU와 같이 병렬 연산에 유리한 연산장치를 통해 동시에 정보를 처리하게 됩니다.

* 신경과학(神經科學, Neuroscience): 뇌를 포함한 모든 신경계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생물학의 일부로 분류되고 있지만 현재 인공지능 분야에서 물리학을 기반으로 관련 다양한 주제가 연구되고 있다.

김환영 TL 물론 GPU나 TPU와 같은 연산장치가 병렬 연산에 유리하기 때문에 인공신경망 구현에 적합한 장치입니다. 하지만 폰노이만 구조로서의 한계가 있는데요. 폰노이만 구조에서는 메모리 간의 정보 이동 과정 중 오버헤드* 문제가 발생하며 연산 속도가 느려지기도 합니다.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입니다. 아직은 기술적으로 완벽하진 않지만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가까운 미래에 뉴로모픽 반도체가 상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뉴로모픽 반도체와 관련해 다양한 물리적 현상에 기반하여 개발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가중치를 저장했다가 읽어오는 방식을 구현하는 실리콘 기반 CMOS(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트랜지스터 뉴로모픽 반도체와 메모리와 가변 레지스터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멤리스터(Memristor)* 소자를 활용하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이중 멤리스터 방식은 세분화된 가중치를 위해 점진적인 스위칭 저항 특성을 가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각각의 소자는 기능적인 차이가 존재하고 요구 특성이 다릅니다. 이에 업계의 연구원들은 필요한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자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는 연구되고 있는 다양한 소자들이 서로 다른 물리적 현상을 기반으로 성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물리적 현상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오버헤드(Overhead):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간접적 혹은 추가로 요구되는 시간, 메모리, 대역폭 혹은 다른 컴퓨터 자원을 말한다.
* 멤리스터(Memristor): 메모리(Memory)와 레지스터(Resistor)의 합성어로 전하량에 따라 변화하는 유도 자속에 관련된 기억 저항(Memristance) 소자

미래를 바꿀 물리학과 반도체

김범준 교수 이번 대담을 통해 SK하이닉스 구성원분들과 이야기해 보니 물리학이라는 것은 인류의 발전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계속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드네요. 끝으로 물리학과 반도체에 관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나눈 것에 대한 소감 한마디씩 나눠보도록 할까요?

김환영 TL 반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은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반도체는 공정, 소자, 설계 이 모든 것들이 물리로 얽혀 있는 정말 많은 물리적 현상의 종합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반도체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현재의 물리적 상태의 위치에서 새로운 물리적 상태의 위치로 옮기는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시간 내에 대상을 정확하게 제어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이라는 언어로 반도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양자컴퓨터, 뉴로모픽 반도체 또한 모두 동일합니다. 다만 정보의 물리적 형태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물리적 상태의 위치가 다른 곳에 있는 것 뿐 입니다. 따라서 반도체 기술뿐 아니라 미래를 바꿀 반도체 기술을 알기 위해서도 결국엔 물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담은 저에겐 새로운 관점의 물리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물리학이라는 학문을 배운 우리 구성원들이 저마다 다른 부서에서 서로 다른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과 다른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물리학과 반도체에 관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어서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민태원 TL 반도체를 비롯해 미래를 만들어 나갈 핵심 기술에 물리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컴퓨터의 성능 향상을 위해 더 작은 크기와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부분은 언젠간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거든요. 결국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가 필요하게 될 것이고, 새로운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선 물리학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SK하이닉스의 HBM은 이러한 새로운 콘셉트의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HBM뿐 아니라 321단 낸드플래시 등 우리가 개발하고 생산하는 모든 제품들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도 결국에는 물리학적 이해와 활용이 아주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SK하이닉스는 물리학적 이해와 활용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상혁 TL 이번 대담 덕분에 양자컴퓨터와 뉴로모픽 반도체 등 미래 컴퓨팅 기술에 관해 정말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실제로 업무 과정에서 다루는 물리학 이론과는 또 크게 다른 내용들이다 보니 더 넓은 관점에서 물리학을 이해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물리학을 배울지 말지 고민하거나 반도체 업계에 종사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꼭 한마디 전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반도체를 비롯해 미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물리학의 학문적인 내용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맞지만, 물리학은 이보다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 경험상 물리학을 배우면서 다양한 실험을 했던 것이 실제로 반도체 업계 현장에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거든요. 특히 물리학적 관점에서의 실험과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테스트하는 과정들은 매우 닮았습니다.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물리학을 배워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것도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임경선 TL 사실 물리학은 굳이 반도체 산업이 아니더라도 아주 중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물리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평소 가지고 있는 수많은 호기심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갈지 결정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물리학을 배우다 보면 무한한 자연의 이치에 겸손해지는 마음을 갖게 되는데요. 이러한 것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굉장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담을 통해 양자컴퓨터나 뉴로모픽 반도체와 관련해 SK하이닉스에서 많은 관심을 두고 연구와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요. 미래를 바꿀 다양한 반도체를 개발하고, 미래 기술에 우리의 반도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학교와 기업이 긴밀히 소통하면서 더 발전된 형태의 연구와 개발이 좀 더 확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김범준 교수 물리학을 배우면 자연의 이치에 겸손해진다는 말은 정말 크게 공감이 되네요. 물리학을 배우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본인이 어느 정도 열심히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모르는 게 많다고 느낀다는 점인데요. 무한한 물리학의 세계를 접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배워도 부족하다는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죠. 이번에 저희가 나눈 대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양자컴퓨터를 비롯해 반도체와 관련된 다양한 물리학 내용들을 정말 잘 설명해 주셔서 저도 많은 것들을 배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을 보면서 물리학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 물리학을 전공한 선배들이 미래를 바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더 많은 물리학과 학생이 알게 되고, 본인이 직접 미래를 바꿀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번 대담 정말 즐거웠고 많은 의견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지금까지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SK하이닉스 김환영 TL, 민태원 TL, 임경선 TL, 조상혁 TL의 대담을 살펴봤다. 이번 대담을 통해 우리는 인류의 운명을 바꾼 컴퓨팅 기술이 물리학에서부터 시작되었고, 미래를 바꿀 기술 역시 물리학을 통해 개발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으로도 물리학의 연구가 반도체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SK하이닉스는 또 어떤 새로운 반도체로 세상을 바꿔나갈지 함께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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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with 김범준 교수] 보이지 않아도 모든 곳에 존재하는 물리학과 반도체 (3/4) /thirds-eyes-kimbeomjun-3/ /thirds-eyes-kimbeomjun-3/#respond Tue, 05 Dec 2023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thirds-eyes-kimbeomjun-3/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는 과학·기술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서로의 분야에서 공통의 주제를 이야기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넓혀가는 연재 콘텐츠입니다. 과학계의 최고 전문가와 최고의 ICT 기술을 만들어 내는 SK하이닉스 구성원 간의 대담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반도체를 더욱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국내 최고의 물리학 전문가인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김환영 TL, 민태원 TL, 임경선 TL, 조상혁 TL)들이 만나 물리학을 통해 바라보는 정보의 기본단위가 0과 1로 처리되는 현재의 반도체와 두 개 이상의 양자 상태가 합쳐진 ‘양자 중첩’ 현상을 활용해 0과 1이 동시에 처리되는 양자컴퓨터 등 미래 반도체 기술에 적용되는 물리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총 4편에 걸쳐 다룰 예정입니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누는 반도체, 물리학 그리고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반도체에 적용되는 물리학, 그리고 더 작은 미시세계를 탐구하는 양자역학에 관해 지난 편을 통해 살펴봤다[관련기사]. 인류는 양자역학을 통해 원자 단위의 미시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며 세상의 모든 만물을 구성하는 원자와 그 주변에 전자가 존재함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많은 과학자는 전자의 성질을 알게 된 이후 전자의 이동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인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냈고 이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반도체,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컴퓨터가 됐다. 결국 수많은 과학자의 노력으로 밝혀진 양자역학이 인류의 역사를 바꾼 전자제품의 등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양자역학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이자 양자역학의 대가로 불리는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은 “자연 상태는 온전히 양자역학적으로 작동하고 있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양자역학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파인만이 말하는 ‘컴퓨터는 양자역학적이지 않다’는 것은 무슨 의미이고, 양자역학적인 컴퓨터는 무엇일까? 이번 편에서는 양자역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양자컴퓨터를 비롯해 다가올 미래를 바꿀 새로운 기술에 관해 살펴볼 것이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눈 양자역학과 반도체에 관한 세 번째 이야기, 함께 들어보자.

▲ 양자컴퓨터와 반도체에 관해 대담을 나누고 있는 김환영 TL, 임경선 TL, 김범준 교수, 조상혁 TL, 민태원 TL(왼쪽부터)

압도적인 연산 속도, ‘양자컴퓨터와 큐비트’

김범준 교수 최근 ‘양자(Quantum)’라는 이름의 새로운 기술들이 꾸준히 이목을 끌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양자컴퓨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 저희가 대담을 진행하기 전에도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에서 실제 양자컴퓨터의 모습을 보고 왔잖아요? 물론, 작동하지 않은 상태여서 아쉽긴 했지만, 함께 둘러본 양자컴퓨터에 대한 이야기에 더해 양자역학이 적용된 다양한 기술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양자정보과학 연구개발생태계 조성사업’ 아래 국내 양자정보과학 분야의 연구활동 지원을 위해 설립된 센터. 이는 성균관대학교(경기도 수원특례시 소재)에 있다.

▲양자역학이 적용된 양자컴퓨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범준 교수와 조상혁

조상혁 TL 최근 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면 반도체 회로의 집적도가 한계에 가까워졌다는 지적도 중요한 것 같아요. 컴퓨터의 성능 향상을 위해서 반도체를 더 작게 만들고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해야 하는데 회로 패턴의 폭을 지금보다 더 축소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폰노이만 구조[관련기사]를 따르는 기존 컴퓨터(이하 기존 컴퓨터)의 성능 향상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에서 촉발된 이런 주장들은 결국 양자컴퓨터에 대한 기대심으로 번진 것이죠.

임경선 TL 데이터상으로도 반도체 회로 설계 기술의 발전 속도는 현재 점점 둔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큰 관심을 받는 챗GPT(Chat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학습과 추론에 방대한 데이터 연산이 필요합니다. 추후 더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등장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학습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고, 더 빠른 연산 능력이 요구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연산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데이터와 트래픽 등 전력 소모에 대한 부담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기술 개발의 한계와 실제 요구되고 있는 컴퓨터 성능 간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간극을 줄이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존 컴퓨터로 연산하기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한 방안으로 양자컴퓨터가 주목받는 것입니다.

김환영 TL 먼저, 양자컴퓨터가 주목받는 이유를 알기 위해선 양자 정보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qubit, Quantum bit)를 알아야 하는데요. 기존 컴퓨터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인 비트를 사용하고 양자컴퓨터는 양자 상태의 비트인 큐비트를 사용합니다. 큐비트를 이해하기 위해선 양자 중첩과 얽힘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을 중심으로 양자컴퓨터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는 임경선 TL, 김환영 TL과 설명을 듣고 있는 김범준 교수

양자 중첩은 양자 상태를 관측하기 전에 여러 상태가 확률적으로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예를 들어, 상자 안에 동전이 있다고 가정해 볼까요? 우리가 실제로 관측할 수 있는 거시세계에서 동전은 앞면이든 뒷면이든 특정 상태가 먼저 결정돼 있고 우리는 이를 관측하기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시세계에서 전자는 관측되지 않는 한, 앞면과 뒷면의 상태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양자역학에 대한 대담 할 때 이야기했던 물질파 이론*[관련기사]처럼 전자는 관측에 의해 그 특정 상태가 결정되는 것이고, 관측되지 않는다면 두 개의 성질을 중첩해서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또 중요한 특성이 ‘양자 얽힘’입니다. 양자 얽힘 현상은 양자 상태에 있는 큐비트가 서로 떨어져 있어도 서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하는데요. 양자 얽힘 현상의 핵심은 두 개의 큐비트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호 작용하는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즉, 국소성 원리(Principle of Locality)*를 따르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각각 멀리 떨어진 중국 음식점에서 짜장면과 짬뽕 중 하나를 선택해서 먹어야 하고 반드시 서로 다른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사람이 짜장면으로 결정하면 다른 한 사람은 자동으로 짬뽕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하나의 상태가 결정됨에 따라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것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이처럼,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를 통해 양자 중첩과 얽힘 특징을 활용하는데요. 기존 컴퓨터가 1과 0의 각각의 상태를 가지고 있는 비트를 순차적으로 계산하면서 연산하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1과 0의 상태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양자 중첩 현상) 여러 큐비트를 한 번에(양자 얽힘 현상) 계산함으로써 빠른 연산이 가능한 것입니다.

* 물질파(Matter Wave) 이론: 양자역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론. 광전효과를 통해 파동인 줄 알았던 빛이 입자성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입자로 인식됐던 전자에 파동성을 함께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 국소성 원리(Principle of Locality): 충분히 멀리 떨어진 두 물체는 곧바로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는 원리

▲ 일반컴퓨터의 비트와 양자컴퓨터의 큐비트 개념

임경선 TL 예를 들어 계산 속도 차이를 설명해 보자면, 기존 컴퓨터가 계산하는 방식은 비트 하나를 계산할 때마다 벽돌을 넣고 빼는 형태라고 설명할 수 있어요. 이 벽돌(비트)의 상태가 1인지 0인지를 파악하고 다시 넣어 모든 벽돌 하나하나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죠.

양자컴퓨터의 큐비트들이 중첩과 얽힘 상태에 있을 때, 나타낼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그림과 같이 구(球) 위에 점으로 상상해 보겠습니다. 이 점들은 너무 작아서 구 위에는 무한대에 가까운 점들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큐비트를 연산하는 방식은 구 위에 있는 어떤 점으로부터 다른 점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양자 상태에 있는 큐비트를 한 번에 연산하면, 구 위의 한 점에서 다른 위치로 이동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한 번의 연산으로도 모든 큐비트의 상태가 변화하면서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게 됩니다. 다만, 구의 어떤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연산 횟수가 기존 컴퓨터가 계산을 수행했을 때 필요로 하는 연산보다 적어야만 양자컴퓨터의 계산 속도가 빠르다고 할 수 있겠죠.

민태원 TL 여기서 생각을 해 볼 부분이 있는데요. 비트와 큐비트가 각각 2개씩 있다고 가정했을 때 비트를 사용하는 기존 컴퓨터의 경우, 비트당 두 번씩 총 네 번을 순차적으로 계산해야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큐비트를 활용하는 양자컴퓨터는 네 개의 값을 동시에 계산해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 단 한 번만 연산으로 계산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어떤 계산은 단 한 번만 연산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문제 종류에 따라서는 여러 번 연산해야 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동시에 큐비트의 정보를 제어할 수 있는 특징 덕분에 문제의 크기와 어려움이 일정 수준 크기가 커지게 되었을 땐 양자컴퓨터의 진가가 드러나게 됩니다. 즉, 큐비트의 수가 늘어날수록 기존 컴퓨터와 양자컴퓨터의 속도 차이는 더욱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기존 컴퓨터와 양자컴퓨터의 차이점

김범준 교수 맞습니다. 지난 2019년 구글이 공개한 초전도 양자컴퓨터인 ‘시카모어(Sycamore)’의 경우, 53개의 큐비트를 동시에 계산할 수 있는 성능의 프로세서로 알려져 있는데요. 구글은 이 시카모어 모델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가 1만 년에 걸쳐 계산할 문제를 단 200초 만에 해결했다고 밝히기도 했죠. 물론, 아직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폰노이만 구조를 따르는 기존 컴퓨터와 비교해 보면 엄청난 연산 속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상혁 TL 오늘 저희가 함께 양자컴퓨터를 살펴보고 오기도 했잖아요. 사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컴퓨터나 슈퍼컴퓨터와 비교해도 그 생김새가 매우 달랐거든요. 양자컴퓨터는 어떤 요소들로 구성된 것인가요?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에 전시된 양자컴퓨터를 보며 양자컴퓨터에 관해 이야기하는 김환영 TL(가운데)과 듣고 있는 김범준 교수, 조상혁 TL

김환영 TL 우선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존 컴퓨터의 구조를 통해 양자컴퓨터의 위치를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요. 기존 컴퓨터는 CPU(중앙처리장치) – 메모리(Memory) – 스토리지(Storage)로 연결되는 폰노이만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저장된 데이터는 스토리지에서 메모리를 통해 CPU로 전달되고, CPU에서 처리된 데이터가 다시 스토리지에 저장되는 형태인 것이죠. 폰노이만 구조에서의 양자컴퓨터 역할은 CPU 근처에서 GPU와 같은 가속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특정 연산에 있어서는 성능이 GPU와는 비교도 안 되게 매우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가속기인 것입니다. 양자컴퓨터의 구조를 살펴보면 현재 컴퓨터 구조에서 CPU(중앙처리장치)나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같은 ALU(Arithmetic and Logical Unit)* 역할을 하는 QPU(Quantum Processor Unit, 양자처리장치)와 이를 제어하기 위한 제어 장치(Control Unit)로 구성돼 있습니다. 현재 제어 장치는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로 그 안에 SRAM(Static RAM)*이라는 작은 메모리가 있는데 양자 소자의 동작 프로그램을 위한 데이터와 에러 정정을 위한 데이터를 처리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큐비트 수가 증가함에 따라 에러 정정을 위한 데이터 요구량이 증가하면서 FPGA 내 메모리 용량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이러한 일을 극저온 시스템에 극저온 컴퓨터가 들어와 양자 소자 동작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ALU(Arithmetic and Logical Unit): 산술 연산, 논리 연산 및 시프트(shift)를 수행하는 중앙처리장치 내부의 회로 장치로, 독립적으로 데이터 처리를 수행하지 못하며 반드시 레지스터들과 조합하여 처리한다.
*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 프로그래밍을 통해 내부 회로를 수정할 수 있는 칩
* SRAM(Static RAM): 주기적으로 내용을 갱신해 주어야 하는 D램(DRAM)과는 달리 기억 장치에 전원이 공급되는 한 그 내용이 계속 보존되는 반도체 메모리의 한 종류이다.

민태원 TL 조금 더 덧붙이자면, 양자컴퓨터 중 초전도 큐비트는 극저온 상태의 전자쌍이 얇은 절연막을 통과하여 생기는 파동을 이용합니다. 기저 상태*에서 첫 번째 들뜬 상태로 자연적으로 들뜨지 않게 하기 위해 큐비트는 10mK(Kelvin*) 이하의 온도에서 동작해야 하는 것이죠. 만약 소자의 온도가 상승하면 의도치 않은 에너지 상태로 전이가 발생하면서 에러가 발생할 수 있죠. 의도치 않은 에너지 상태의 변화를 억제하고, 큐비트와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극저온 시스템은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 기저 상태(Ground State): 원자나 분자 등에 있어 양자 역학계의 정상상태 중 가장 에너지가 낮은 상태를 뜻한다. 이에 대해서 이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경우를 ‘들뜬 상태’에 있다고 한다.
* Kelvin(켈빈,K): 절대온도 단위로 섭씨 영하 273.15도를 0K로 나타낸다.

▲ 실제 초전도 양자컴퓨터의 내부 모습

미래를 바꿀 양자컴퓨터

김범준 교수 양자컴퓨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일반적으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는 인공지능 분야나 수없이 많은 변수를 계산해야 하는 시뮬레이션(기상예보 등) 분야 등에서 높은 효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메모리 반도체는 양자컴퓨터의 발전에 어떻게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김환영 TL 양자 알고리즘 측면에서는 범용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더라도 기존 컴퓨터가 담당하는 모든 연산 영역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저는 양자컴퓨터가 등장하게 된 그 목적과 배경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양자컴퓨터는 현재 기술의 한계와 인간의 데이터 사용 증가 사이의 차이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양자컴퓨터의 발전과 메모리 반도체의 활용 가능성에 관해 설명하는 김환영 TL과 설명을 듣고 있는 임경선 TL, 김범준 교수

임경선 TL 맞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이 관점에서 세상이 변화해 나가는 지점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IBM이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해 양자 알고리즘에 대한 공개 연구(Open Research)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양자 머신러닝 그리고 양자 인공지능입니다. 양자컴퓨터는 고차원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적화돼 있어 미래에는 충분히 이러한 기술들이 현재 기술들의 취약한 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김환영 TL 실제로, 인공지능 모델 중 자연어 처리 모델의 크기는 지난 2년간 천 배 이상 증가했고, 특히 GPT-3 학습에는 GPU 1만 개가 약 23일이 걸려 학습했습니다. 그 이상의 크기를 가진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서 GPU 천만 개를 사용할 수는 없으니까요. 만약 양자 머신러닝이 이러한 학습을 대체할 수 있다면 CPU(GPU)-Memory 간 데이터 이동의 병목은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우리가 현재 예측하는 컴퓨터 시스템과 다른 엄청난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양자컴퓨터를 통해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우리가 사용하는 기존 컴퓨터의 환경에 맞게 변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역할은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고요. 이 과정에서 낸드 플래시나 D램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가 적극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 연구와 개발이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하겠지만, SK하이닉스 역시 이러한 새로운 기술에 대해 선제적인 연구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병렬 연산에 대한 다양한 시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민태원 TL과 듣고 있는 조상혁 TL, 김범준 교수

민태원 TL 물론, 미래를 위한 선제적인 연구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양자컴퓨터가 상용되기엔 어려움이 많은 것 같습니다. 큐비트의 양자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양자 기술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폰노이만 구조 컴퓨팅 기술이 여전히 중요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양자 기술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으니까요.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양자컴퓨터의 극대화된 병렬 연산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는 점입니다. 최근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 사용된 최신 GPU의 경우 폰노이만 구조의 기존 컴퓨팅 시스템에서도 병렬 연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중요한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HBM(High Bandwidth Memory) 역시 방대한 데이터의 병렬 연산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메모리에 연산 기능을 추가해 병렬 연산의 효과를 더욱 극대화한 PIM(Processing-In Memory) 역시 이러한 고민과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 폰노이만 구조를 따르는 병렬 연산은 양자컴퓨터의 연상 방법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만, 우리가 양자컴퓨터의 병렬 연산 방식의 효율성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도 병렬 연산 능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반도체 제품들이 개발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범준 교수 지금까지 큐비트를 비롯해 양자 현상을 이용한 다양한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요. 앞서 이야기 나눴던 반도체의 작동 구조를 비롯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모든 전자제품, 그리고 차세대 컴퓨팅 기술로 주목받는 양자컴퓨터까지 이 모든 것들이 물리학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하니 물리학이라는 학문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느끼는 계기가 됐네요. 폰노이만 구조의 컴퓨팅 시스템에서 병렬 연산을 시도하고, 이를 극대화하는 노력 역시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물리학과 반도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을 것 같네요.

 

다음 편에서는 대담에 참여한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지금까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오늘의 반도체가 만들어지기까지 물리학이 끼친 영향은 무엇이 있는지,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말하는 물리학은 무엇인지 등을 함께 들어보자.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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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with 김범준 교수] 보이지 않아도 모든 곳에 존재하는 물리학과 반도체 (2/4) /thirds-eyes-kimbeomjun-2/ /thirds-eyes-kimbeomjun-2/#respond Sun, 12 Nov 2023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thirds-eyes-kimbeomjun-2/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는 과학·기술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서로의 분야에서 공통의 주제를 이야기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넓혀가는 연재 콘텐츠입니다. 과학계의 최고 전문가와 최고의 ICT 기술을 만들어 내는 SK하이닉스 구성원 간의 대담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반도체를 더욱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국내 최고의 물리학 전문가인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김환영 TL, 민태원 TL, 임경선 TL, 조상혁 TL)들이 만나 정보의 기본단위가 0과 1로 처리되는 현재의 반도체를 물리학을 통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두 개 이상의 양자 상태가 합쳐진 ‘양자 중첩’ 현상을 활용해 0과 1이 동시에 처리되는 양자컴퓨터 등 미래 반도체 기술에 적용되는 물리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까지, 총 4편에 걸쳐 다룰 예정입니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누는 반도체, 물리학 그리고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 1편에서 우리는 반도체를 비롯해 도체와 부도체, 초전도체 등의 성질과 함께 반도체의 원리를 물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봤다. 이번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양자역학에 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반도체의 구조 원리를 살펴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은 전자의 이동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자의 이동은 양자역학(量子力學, Quantum Mechanics)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은 우리의 모든 삶은 양자역학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위한 반도체 역시 마찬가지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눈 양자역학과 반도체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양자역학의 개념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있는 민태원 TL, 김범준 교수, 임경선 TL, 김환영 TL, 조상혁 TL(왼쪽부터)

김범준 교수 지금까지 도체와 부도체, 반도체 그리고 초전도체를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이야기 나눠봤는데요[관련기사]. 반도체를 이야기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바로 ‘양자역학’입니다. 사실 양자역학은 몹시 어려워서 오늘 이야기하는 게 맞나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지금의 반도체를 만든 것이 양자역학이기 때문에 빼놓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조상혁 TL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 중 한 명인 아인슈타인마저 이해하지 못했던 양자역학이기 때문에 저 역시 걱정이 앞서는데요. 그래도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물리학인 만큼, 재미있게 이야기해 보면 좋겠네요.

김범준 교수 맞습니다. 아인슈타인조차 인정하지 않았던 양자역학은 그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인데요. 그 이유는 인류 중 그 누구도 자신의 눈으로 양자역학의 세계를 본 적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는 양자역학으로 구축된 세상을 살고 있지만 우리가 실제로 눈으로 보고 확인해 볼 수 있는 건 고전역학*의 세계이니까요. 양자역학과 반도체에 대한 모든 것을 전부 다룰 순 없겠지만, 그래도 유익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고전역학: 거시적인 물체들의 운동 법칙을 다룬 학문. 대표적으로 뉴턴 역학과, 라그랑주 역학, 해밀턴 역학 등을 포함하고 있다. 20세기 상대론적 역학(Relativistic Mechanics)과 양자역학이 등장하기 전의 물리학적 역학 체계를 다룬다.

전자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한 양자역학

임경선 TL 양자역학이라는 이름을 먼저 살펴보면, 보통 양자역학의 ‘양자(Quantum)’를 입자(Particle)의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양자역학이 입자 단위의 미시 세계의 역학을 다루기는 하지만 그 의미를 엄밀히 따져보면 에너지가 단계별로(양자화*) 존재한다는 것이잖아요. 원자핵에 종속된 전자들이 연속적인 에너지를 가질 수 없고(고전역학) 양자화된 특정 값의 에너지만 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

* 양자화(Quantization): 물리량이 연속적이지 않고 띄엄띄엄(단계별로) 존재하는 상태. 모든 물리량은 연속적인 값을 갖는다고 설명하는 고전역학과 대비된다.

▲ 양자역학과 고전역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는 민태원 TL

민태원 TL 조금 더 덧붙이자면, 양자역학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전역학으로 설명 가능한 거시 세계보다는 원자와 전자 등 미시 세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다루는 학문인데요.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본 적 없는 물질들의 물성을 파악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특히 우리가 고전역학을 통해 인지하고 있던 여러 개념들은 미시 세계의 현상을 설명하지 못했었는데요. 결국 양자역학은 고전역학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미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범준 교수 양자역학이 발전하면서 미시 세계에 대한 관념도 크게 달라졌는데요. 1906년, 조지프 존 톰슨이 ‘전자’를 발견하면서 등장한 원자 모델은 양자역학의 발전에 따라 그 모습이 변화해 왔습니다. 전자를 처음 발견했을 땐 원자핵 안에 전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러한 관점은 원자 내부의 구조적 특징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톰슨의 제자인 어니스트 러더퍼드는 원자 내 중심에 작고 밀도 높은 원자핵이 존재하고, 전자들이 원자핵 주변을 돈다는 핵 모형을 1911년에 제안했습니다. 원자 내부 구조에 대한 최초의 이론적 접근이었지만, 러더퍼드의 이론에 따르면, 전자가 방출하는 전자기파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해 결국 전자는 원자핵으로 떨어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전자는 원자핵으로 떨어지지 않았고, 러더퍼드의 핵 모형도 한계를 보였죠.

▲ 양자역학이 구축됨에 따라 변화된 원자 모형

러더퍼드의 제자인 닐스 보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성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전자가 고정된 특정 궤도에서만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죠. 이 궤도들은 양자화가 돼 있어 전자는 특정 에너지 수준에서만 존재할 수 있고, 에너지를 방출하거나 흡수할 때만 궤도가 변한다는 개념을 1913년에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보어 모델은 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궤도로 규정짓는 것이었고, 이러한 관점에서는 전자 간섭과 회절 현상, 분광선에서 발견되는 미세 구조(Fine Structure), 그리고 전자들의 복잡한 상호작용 등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수십 년에 걸쳐 고전역학을 통해 전자와 원자를 해석하고자 했지만, 과학자들은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결국 전자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고, 이 과정에서 양자역학의 본성을 포괄하는 새로운 물리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 불확정성 원리에 관해 설명하는 김환영 TL과 설명을 듣고 있는 임경선 TL, 민태원 TL

김환영 TL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새로운 물리 이론 중 대표적인 이론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이잖아요. 불확정성 원리는 양자역학 세계의 기본적인 현상을 설명하는데, 특히 전자와 같은 입자의 정확한 위치와 정확한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고전역학의 관점에서는 입자의 초기 상태를 알고 있다면, 어느 시점에서도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를 결정론적 관점이라고 하며, 물리 시스템이 주어진 초기 조건과 물리 법칙에 따라 예측 가능하다는 전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입자가 파동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위치를 정확히 측정하려고 하면 운동량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운동량을 정확히 측정하려고 하면 위치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비결정론적 특성이 나타납니다. 즉, 양자역학의 관점에서는 어느 시점에 존재하는 입자의 상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죠.

▲ 관측 유무에 따라 입자 혹은 파동으로 측정되는 효과

결국 불확정성 원리의 핵심은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전자가 어떤 위치에 어떤 운동량을 가지고 존재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고, 전자의 확률 밀도를 측정해, 전자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때문에 과학자들은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조금이라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해 냈는데요. 그중 대표적인 것이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입니다. 이 두 이론은 지금의 양자역학을 만드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 행렬역학(Matrix Mechanics): 1925년, 하이젠베르크는 원자 내의 전자에서 볼 수 있는 미시적 운동 상태는 무한 차원의 복소(複素) 벡터로 나타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무한 차원 복소벡터공간(힐베르트 공간) 중에서 물리량을, 벡터 사이의 변환을 나타내는 무한 차원 행렬과 대응시키는 수학적 형식에 의하여 원자 상태 사이의 전이(轉移)를 합리적으로 기술하는 역학 형식을 완성했다.
* 파동역학(Wave Mechanics): 1926년, 슈뢰딩거에 의해 만들어진 물질 입자의 운동을 기술하는 양자역학의 이론. 파동역학으로 물질 입자의 입자성과 파동성이라는 이중적 성격이 설명되며, 원자에 관한 기지의 현상이나 선스펙트럼의 세기나 터널효과가 해명됐다.

▲ 물질파 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조상혁 TL과 설명을 듣고 있는 김환영 TL

조상혁 TL 전자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라는 점 역시 양자역학에서 몹시 중요한 연구였는데요. 과거 과학자들은 전자가 입자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거든요. 프랑스의 물리학자 루이 드 브로이는 파동인 줄 알았던 빛이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바로 입자로 여겨졌던 전자 역시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다는 ‘물질파 이론*’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 할 수 없다.

*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 특정 파장보다 짧은 파장의 빛을 금속에 비추었을 때 금속에 전류가 흐르는 현상. 빛의 입자(광자)가 금속에 에너지를 전달하면 전자가 튀어 나가며 전류가 생성된다. 오늘날 태양전지를 구성하는 이론의 기초가 되며, 파동으로 여겨졌던 빛이 입자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으로 아인슈타인은 1905년 광전효과를 실험으로 입증하며 노벨상을 받았다.
* 물질파(Matter Wave) 이론: 양자역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론. 광전효과를 통해 파동인 줄 알았던 빛이 입자성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입자로 인식됐던 전자에 파동성을 함께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김범준 교수 물질파 이론이 등장한 이후 물리학자들이 고안한 가장 대표적인 실험이 바로 전자의 이중 슬릿 실험(Double-Slit Experiment)*입니다. 전자의 이중 슬릿 실험이란 두 개의 벽을 앞뒤로 두고 앞에 벽에는 기다란 구멍을 세로로 두 개 뚫어 뒤에 있는 벽(스크린)으로 전자를 보내는 실험인데요. 실험 내용을 살펴보면, 전자가 파동이라면 전자는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통과하고 그 뒤 벽에 여러 개의 줄무늬를 만들게 됩니다. 이는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통과한 파동이 두 개로 나눠지면서 두 파동 간에 간섭이 생겨 만들어지는 줄무늬들인데요. 이를 간섭무늬라고 부르죠.

* 이중 슬릿 실험(Double-Slit Experiment): 영국의 과학자 토마스 영(Thomas Young, 1773~1829)이 빛의 파동성을 증명하기 위해 했던 실험. 이중 슬릿으로 빛을 쐬었을 때 여러 개의 간섭무늬가 생기며, 빛의 파동성을 입증했다.

▲ 전자의 파동성과 입자성을 검증하기 위한 이중 슬릿 실험

반면, 전자가 입자라면 전자는 두 구멍 중 하나의 구멍으로만 통과하게 되는데요. 이 때문에 스크린에는 둘 중 하나의 구멍을 통과한 전자들이 도착하게 되는 것이죠. 하나의 구멍을 통과한 전자가 스크린에 도착하면, 두 개의 선만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전자의 이중 슬릿 실험을 살펴보면 간섭무늬가 생기면서 전자가 파동이라는 특징을 파악할 수 있거든요. 근데 재미있는 것은 전자가 어떻게 간섭무늬를 만드는지 관측하기 위해, 전자가 이중 슬릿을 통과하는 것을 관측하는 순간 간섭무늬는 사라지게 되고 여러 개였던 줄은 두 줄로 바뀌며 입자의 성질만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많은 과학자는 전자가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보유하고 있으며, 어느 구멍으로 통과하는지 관측하지 않으면 파동으로, 전자의 이동을 관측하면 입자로 결정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죠. 즉, 양자역학은 ‘관측’에 따라 물질의 상태가 정해지게 되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양자역학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고전역학의 세계에서 입자와 파동의 특성을 동시에 보이는 것은 없으니까요.

양자역학으로 만들고 작동되는 반도체

김환영 TL 전자가 파동성을 지닌다는 것은 반도체를 구성할 때도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터널효과(Tunnel Effect, Tunneling) 때문인데요. 터널효과는 전자의 에너지 준위가 전자를 가로막는 벽(Barrier)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전자 중 일부가 벽을 통과해 벽 뒤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USB나 SSD(Solid State Drive)에 이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NAND flash, 이하 낸드)의 경우, 이러한 터널효과가 활용된 기술입니다. 낸드는 부도체(절연체)로 둘러싸인 플로팅게이트 안에 전자를 넣어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인데요. 전자의 파동성을 활용하면 부도체 너머의 플로팅게이트에 전자를 채우는 것이 가능하고, 이는 오랜 기간 데이터가 휘발되지 않는 메모리가 되는 것이죠.

▲ 파동성에 의한 터널효과는 고전역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자면, 앞서 이야기 나눴던 에너지띠*[관련기사]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에너지띠는 원자 내에 전자가 양자화되어 존재한다는 것을 바탕으로 확장된 개념인데요. 서로 다른 에너지띠를 가진 물질을 연결하면 전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벽(Barrier)이 생기게 됩니다. 전자는 새롭게 생긴 벽 때문에 이동하고 싶어도 쉽게 이동할 수 없는 것이죠. 고전역학으로 이해하면 벽에 가로막힌 전자는 절대 벽을 통과할 수 없어야 하지만, 파동성을 보유한 전자는 미세하게나마 벽을 통과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슈뢰딩거 방정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낸드는 결국, 벽의 높이나 두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전자가 벽을 통과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 에너지띠(Energy Band): 고체 결정 내 전하(전자, 정공)가 이동할 수 있는 에너지 대역. 이 에너지띠에 채워진 전자와 에너지띠 사이의 간격 등에 따라 도체, 부도체, 반도체 등의 성질이 결정된다.

김범준 교수 양자역학을 통해 밝혀낸 전자의 운동과 전자의 파동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군요. 설명해 주신 낸드를 비롯해 D램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나 CPU, GPU와 같은 반도체 역시 양자역학이 적용된 것일 텐데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 양자역학이 어떻게 반도체에 적용되는지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는 임경선 TL과 이야기를 듣고 있는 김범준 교수, 김환영 TL, 조상혁 TL

임경선 TL 앞서 설명하진 않았지만, 전자를 설명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파울리 배타원리(Pauli exclusion principle)*입니다. 파울리 배타원리에 따르면 입자로 존재하는 두 개의 전자는 같은 위치에 공존할 수 없습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여러 전자가 동일한 준위의 에너지를 가질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물질은 원자의 연속이므로 여러 원자에 속해 있는 가장 외각의 전자는 서로 가까이 있지만 완벽하게 겹쳐 있을 순 없는 것이죠. 결국 조금씩 차이가 나는 에너지 준위의 전자들은 에너지띠를 형성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전자의 에너지 준위의 차이로 발생하는 에너지갭을 전자들이 넘어 다니면서 전도성을 갖게 되는 것이죠.

* 파울리 배타원리(Pauli exclusion principle): 다수의 전자를 포함하는 계에서 2개 이상의 전자가 같은 양자 상태를 취하지 않는다는 법칙으로 ‘배타율’이라고도 한다. 파울리 배타원리에 따르면 전자는 모든 양자수**가 같은 상태를 취할 수 없으므로 하나의 양자 궤도에는 반대의 스핀을 가지는 두 개의 전자만 들어가며, 그 밖의 전자에는 준위가 다른 양자 궤도가 할당되어, 전체적으로 껍질구조를 결정하게 된다.
** 양자수(Quantum Numbers): 원자 내에서의 전자를 1개씩 특정한 조건에 따르는 상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그 이외의 상태가 될 수 없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전자를 흐르게 하거나, 흐르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트랜지스터이고, 이 트랜지스터를 무수하게 많이 모아놓은 것이 바로 우리가 사용하는 반도체 칩입니다. 반도체를 사용하는 모든 전자제품이 이진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바로 전자가 흐르지 않거나(0) 흐르는 경우(1)를 조정함으로써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비롯해 모든 전자기기는 이러한 양자역학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죠.

김범준 교수 양자역학이라는 것이 워낙 설명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쉬운데요. 그래도 이렇게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SK하이닉스 구성원분들과 직접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니 정말 뜻깊은 것 같네요. 하지만 아직 할 얘기들이 더 남아있죠?

김환영 TL 네. 맞습니다. 사실, 최근 몇 년 사이 양자역학이 더욱 주목받기도 했는데요. 그 이유는 양자컴퓨터나 양자보안, 양자네트워크와 같은 ‘양자(Quantum)’라는 이름이 붙은 기술들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김범준 교수 과연 양자컴퓨터와 양자보안 등 새로운 기술들에는 양자역학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한데요. 이제 양자역학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 볼까요?

지금까지, 양자역학이 등장하게 된 이유와 양자역학의 간단한 이론, 그리고 양자역학이 반도체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다음 편에서는 양자역학을 활용한 양자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기술들을 살펴보고, 다가올 양자컴퓨터의 시대에 SK하이닉스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물리학과 반도체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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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물리학의 대명사 양자역학 :양자역학 100년사의 결정적 순간들! /the-epitome-of-modern-physics/ /the-epitome-of-modern-physics/#respond Tue, 27 Jun 2017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the-epitome-of-modern-physics/ 1.png

주사위를 굴려 1이 나올 확률은 1/6입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당신의 존재는 주사위를 굴렸을 때 나오는 1과 같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다시 말해 나의 존재가 무작위로 굴려진 주사위의 확률에 따라 존재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전, 이런 터무니없는 질문을 세상에 던진 학문이 있었으니, 이름만 들어도 어려울 것 같은 ‘양자역학’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양자역학이 어떻게 태어났고, 성장했는지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영하이라이터가 들려드리겠습니다.

과학계를 송두리째 뒤집어 놓은 문제아, 양자역학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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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스 플랑크 (출처: WIKIMEDIA COMMONS)

19세기 물리학계는 세상 만물의 이치를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넘쳐 있었습니다. 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지도교수를 찾아간 막스 플랑크는 “물리학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발견되어 이제 남은 것은 몇 개의 사소한 구멍들을 메우는 일뿐이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당시 물리학은 완성에 가까운 수준까지 도달해 있었습니다. 즉, 현재 상태와 가해주는 물리량만 알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모두 예측하는 것이 가능한,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고 있었죠. 하지만 ‘몇 개의 사소한 구멍을 메우는 일’에서 기존의 자신감 넘쳤던 고전물리학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바로 ‘흑체복사의 에너지 스펙트럼’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었는데요. 이 흑체복사 에너지를 설명하기 위해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에너지는 양자화되어 있다”는 이론을 꺼내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물리학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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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스 플랑크의 연구소가 있었던 뮌헨대학 (출처: WIKIMEDIA COMMONS)

흑체복사 연구는 온도와 파장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이전부터 진행됐던 연구입니다. 흑체(Black Body)가 내는 복사(Radiation)를 설명하기 위한 실험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흑체가 어떤 온도에서 어떤 빛을 내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흑체를 직접 가열하는 실험을 하고 그 측정값을 그래프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실험을 통해서 만든 그래프는 기존의 물리학의 어떠한 이론으로도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자연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던 물리학계는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고전물리학에서 에너지는 연속적인 값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하지만 연속적인 에너지값이라는 고정 원리와 반대되는 실험결과를 얻게 된 것이죠. 플랑크 역시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문득 에너지가 연속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사고의 틀을 깨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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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크가 도입한 E=nhv 개념 그래프

그리고 고전물리학계를 송두리째 흔들어 버릴 E = nhv 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여기서 E는 에너지를 나타내고, n은 정수(1,2,3.4 ….)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hv를 하나의 덩어리로 생각하면, 에너지는 1hv, 2hv, 3hv, 4hv 등 덩어리로 밖에 존재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죠! 기존의 연속적인 에너지량이라면, 1hv와 2hv 사이에 1.000001hv가 있을 것이고, 또 그 사이엔 무수히 작은 연속적인 값들이 존재하겠지만, 플랑크는 “NO! 1hv 와 2hv 사이에는 어떠한 에너지값도 존재할 수 없어!”라고 말합니다. 이 이론으로 플랑크는 흑체복사 실험에서 측정된 그래프를 물리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하게 됩니다. 이후 “에너지는 양자화 되어있다”는 이론은 당시 풀지 못한 여러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플랑크가 이 이론을 발표한 1900년 12월 14일은 양자역학이 태어난 날로 역사에 기록됩니다.

태풍의 눈이 된 양자역학, 그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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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닐스 보어 (출처: WIKI백과)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출처: pixabay)

양자역학은 기존의 사고방식에 익숙한 과학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에너지는 연속적이라고 가정하며 풀었던 물리학적 이론이 전부 잘못된 게 되어 버리는 것이니까요. 심지어 양자역학을 발견한 플랑크 역시 자신의 이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죠.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알려진 아인슈타인 역시 죽을 때까지 양자역학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고전물리학을 완성한 동시에 고전물리학의 개념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양자역학을 한 단계 발전시킨 역설적인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이 완성한 고전물리학이 양자역학에 의해 흔들리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양자역학의 오점을 찾기 위해 양자역학을 연구하게 되죠. 아이러니하게도 고전물리학의 적과 같았던 양자역학 연구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빠져들게 됩니다. 한번은 아인슈타인과 양자역학을 인정하고 연구를 진행하던 과학자 집단이 설전을 벌인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1927년 브뤼셀에서 열린 제 5차 솔베이 회의에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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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5차 솔베이 회의 (출처: WIKIMEDIA COMMONS)

솔베이 회의는 아인슈타인, 마리퀴리, 막스 플랑크, 닐스 보어 등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매우 저명한 과학자들이 참여해 물리학에 대해 논하는 자리입니다. 5차 솔베이 회의 주제는 전자와 광자로, 고전 물리학으로 해석이 안 되던 전자와 광자의 이상한 현상을 토의하는 장이었습니다. 회의는 자연스럽게 양자역학으로 이것을 해석하는 부류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부류로 나뉘게 되었고, 아인슈타인은 반대 입장의 우두머리였습니다. 당시 일반 상대성이론으로 아인슈타인의 영향력은 최고였습니다. 이런 아인슈타인에 맞선 젊은 과학자가 보어입니다. 보어는 양자역학을 받아들이고 연구했던 부류의 대표였습니다. 그는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폈습니다. 5일간 펼쳐진 회의에서 가장 화두가 되었던 것이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양자역학의 중요개념이었는데요. 오전에 아인슈타인이 이 불확정성 원리의 오점을 지적하는 사고 실험을 보어에게 던져주며, 양자역학은 틀렸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보어는 오후 회의에서 보기 좋게 아인슈타인의 사고 실험을 양자역학으로 증명하게 됩니다. 회의에 참석한 에렌페스트는 “이 회의의 진정한 승자는 보어이다. 그의 말은 카리스마가 있었고, 모두를 수긍하게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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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어와 거만한 태도의 아인슈타인 (출처: WIKIMEDIA COMMONS)

회의 내용을 보면, 양자역학에서는 입자의 상태를 확률로 해석합니다. 즉, 그 입자가 그곳에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를 존재할 확률로 계산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저기에 전자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양자역학에서는 틀린 말인 것이죠. 저기에 전자가 있을 확률이 몇 퍼센트인지 말하는 것이 맞는 것입니다. 즉, 그곳에 전자가 진짜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고 단지 있을 가능성을 퍼센트로만 나타내는 것뿐이죠.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고전물리학은 현재의 상태와 가해지는 물리량만 알고 있다면 미래의 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현재의 상태조차 알 수 없습니다. 그저 확률일 뿐이죠. 주사위를 무작위로 던졌을 때 1~6이 골고루 나오는 것처럼 전자도 어딘가 골고루 나타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 따위를 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합니다. 이에 보어 역시 지지 않고 “신이 주사위 놀이를 하든 말든 당신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당시 최고 권위자였던 아인슈타인은 보어가 시답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회의가 계속될수록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오점을 발견하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아인슈타인은 계속해서 양자역학의 오점을 찾기 위해 연구를 거듭합니다. 그런 그의 연구들이 지금의 양자역학을 발전시킨 중요한 연구 중 하나가 되었답니다. 이런 아인슈타인에게 지원군이 있었습니다. 바로 슈뢰딩거라는 과학자인데요. 그 역시 아인슈타인과 함께 양자역학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인물 중 한 명이었습니다.

양자역학, 물리학계의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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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뢰딩거 (출처: WIKIMEDIA COMMONS)

슈뢰딩거는 이전부터 입자 운동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입자들이 파동과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방정식을 새우게 됩니다. 이것이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입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방정식이 실제 입자의 움직임을 나타낸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양자역학 물리학자들은 슈뢰딩거 방정식을 입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존재할 확률을 나타내는 식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자신의 원래 목적과는 다르게 방정식이 쓰이는 것에 슈뢰딩거는 마땅치 않게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보어에게 “만약에 당신이 이 저주스러운 양자이론을 고집한다면 나는 절대로 원자이론을 연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그리곤 굉장히 유명한 사고 실험 하나를 제안합니다. 그는 존재 자체가 확률이라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고양이를 독약이 든 상자에 넣는 사고 실험을 합니다.

양자역학은 세상에 있는 모든 물질은 다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출발합니다. 우리 인간도 무수히 많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죠. 양자역학에서는 원자의 존재를 확률로 나타낼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원자들이 여러 개 모여서 이루어진 고양이(직관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고양이라고 한 것뿐이지, 그 어떤 것도 가능합니다.) 역시 존재가 확률로 나타나지 않겠냐고 반대로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리곤 자신의 사고 실험을 들려줍니다. 상자 안에는 독약이 있고, 독약 위엔 50% 확률로 독약병을 깰 수 있는 망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를 넣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 이 고양이는 50% 확률로 죽거나 50% 확률로 살아있게 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고양이는 살아있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로 정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입장에서는 상자의 문을 열어 관측하기 전까지 고양이는 죽어있는 상태와 살아있는 상태가 반반으로 중첩된 상태라고 해석하게 됩니다. 반은 죽어있고, 반은 살아있는 상태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슈뢰딩거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죠. 슈뢰딩거의 이런 논리는 그간 확률로 결과를 도출했던 물리학자들에게 ‘세상 모든 이치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라는 기본적인 이치를 설명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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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 모식도 (출처: WIKIPEDIA)

양자역학을 반박하려고 꺼낸 실험이었지만, 반대로 양자역학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훌륭한 실험이 된 것이죠. 그리고 이 이야기의 결론은 아이러니하게도 슈뢰딩거 방정식이 양자역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방정식으로 쓰이고 있다는 내용으로 끝나게 됩니다.

현대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누가 내 앞에서 슈뢰딩거 고양이 이야기를 하면 난 총을 꺼낼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간단한 실험 하나가 아직까지도 완벽하게 해석되지 않는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사실 슈뢰딩거가 바라본 세상도 결국 양자의 세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양자역학, 끝이 아닌 이야기

이후 양자역학은 자신을 향했던 비판과 공격을 모두 방어하면서 점점 확고하게 자리잡게 됩니다. 운동법칙을 완성한 뉴턴의 운동법칙,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을 입증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등과 같이 “누구누구의 양자역학”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습니다. 양자역학은 어느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완성된 학문이 아닌, 시대와 역사가 만든 학문이기 때문이죠. 현재까지도 양자역학에 대한 연구는 계속해서 진행중이며, 적용범위를 넓히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세계는 무척 작은 입자의 세계이기 때문에 거대한 세계 즉, 우주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이론으로는 아직 불완전합니다. 거시 세계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이 완벽히 들어맞게 됩니다. 세상 만물의 이치를 완벽히 설명하려는 물리학자들에게 하나의 세상에 두개의 법칙은 존재할 수가 없답니다.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아주 아주 작은 세계의 원리인 양자역학과 거대한 세계의 원리인 상대성이론을 하나의 이론으로 합하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두 학문이 하나의 학문으로 설명될 수 있다면, 앞서 19세기 과학자들이 목전에 두었던, 세상의 모든 이치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시대가 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양자역학으로 우주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는 그날까지, 양자역학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양자역학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나요? 양자역학은 영웅 탄생 비화처럼 온갖 고난과 역경을 뚫고 현대과학의 양대산맥으로 자리잡게 되었답니다. 양자역학을 알고 모르고는 세상을 사는데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하나의 이론이 정립되기까지 사람들이 했던 무수한 고민의 역사를 알아보는 것은 우리가 사는 세계를 조금 더 재밌게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줄 것입니다. 앞으로 양자역학이 바꿔갈 세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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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명사전] 양자장론을 정립한 20세기 대표 물리학자 줄리안 슈윙거 /established-the-quantum-field-theory/ /established-the-quantum-field-theory/#respond Tue, 15 Dec 2015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established-the-quantum-field-theory/ 하이닉스 블로그 (5).png

양자전기역학의 재규격화이론을 완성시킨 공로로 도모나카 신이치로, 리처드 파인만과 함께 노벨상을 수상한 줄리안 슈윙거는 뛰어난 업적에도 불구,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인물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천재 과학자로서 리처드 파인만과 꾸준히 비교의 대상이 되곤 했지만, 활발하고 외향적인 리처드 파인만에 비해 내성적이고 혼자만의 연구세계에 깊이 빠져들었던 그는 외부 언론 노출을 극히 꺼려했기 때문입니다. 라리타-슈윙거 방정식, 리프먼-슈윙거 방정식, 슈윙거 모형 등 여러 가지에 업적을 세운 줄리안 슈윙거. “볼펜 한 자루가 그의 연구실”이라고 했을 정도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던 그의 연구 열정이 어떠한 다양한 이론들을 만들어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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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윙거는 1918년 2월 12일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16살이었던 1934년에 첫 논문을 써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뉴욕대학교 학창 시절에는 정규 강의를 대부분 무시하고 혼자 도서관에 틀어박혀 고등수학과 물리학 서적을 탐독했는데요. 이 무렵에 슈윙거는 이지도어 아이작 라비를 만난 자리에서 EPR 논문의 미묘한 부분을 수학적으로 멋지게 해석하여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 젊은 천재를 제자로 키우고 싶었던 라비는 그를 콜롬비아대학교로 불러들였죠.

★ 이지도어 아이작 라비는 누구?

이지도어 아이작 라비(1898년 7월 29일-1988년 1월 11일)는 유럽 갈리시아(오늘날 폴란드 지역)에서 태어난 미국의 물리학자입니다. 1944년 핵자기 공명의 발견에 대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EPR 논문이란?

물리학의 양자역학에서 EPR 역설(EPR Paradox)은 물리량의 측정 문제를 제기한 정교한 사고실험입니다. 1935년 아인슈타인(Einstein)과 포돌스키(Podolsky) 및 로젠(Rogen)은 양자역학이 완전한 물리 이론이 아님을 보이기 위해 이 역설을 발표했으며, ‘EPR’은 그들 이름의 머릿글자를 딴 것입니다.

슈윙거는 열여덟에 대학교를 졸업한 뒤 라비의 제자로 들어가 3년만에 박사학위를 받기에 이릅니다. 그 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2년동안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조수가 되어 공동 연구를 수행했고,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자 인디애나주의 퍼듀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공학도들에게 물리를 가르쳤죠. 전쟁 기간 도중 매사추세츠 공과학에서 일했으며, 주로 밤에 혼자 일했다고 하는데요. 그의 내성적이면서도 조용히 연구에 몰입하길 좋아했던 평소 성격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한, 그는 이 기간에 레이더에 대해 연구하였는데요. 이것이 훗날 그가 양자전기역학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1946년 2월, 그는 하버드대학교 부교수가 되었고, 2년 후에는 30세라는 이른 나이에 정교수로 승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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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와 일한 이후 2차 세계대전 중에 슈윙거는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대신에 매사추세츠 공대 방사선연구소(Radiation Laboratory)에서 연구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레이더의 개발에 이론적인 도움을 주었으며, 전쟁 이후 하버드 대학교에 들어가 1945년에서 1974년까지 다양한 연구를 수행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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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론적 양자전기역학의 주요 이론을 정립한 줄리안 슈윙거

 

슈윙거는 레이더를 개발하면서 그린 함수를 사용하는 데 익숙해졌으며, 양자장론을 만들 때 그린 함수를 상대론적 불변량이 되도록 정의하였습니다.

★ 그린 함수란?

미분방정식을 풀기 위해 사용하는 함수로, 물리학, 공학의 전반에 걸쳐 응용되고 있으며, 특히 물리의 양자장 이론에서 자주 쓰입니다. 1830년에 이 방법을 개발한 영국의 수학자 조지 그린의 이름을 따 그린 함수라 불리고 있답니다.

양자전기역학에서는 그린 함수를 사용함에 있어서 전자의 자기 모멘트(물체가 자기장에 반응하여 돌림힘을 받는 정도)를 계산하는 데 1차 수정을 가할 수 있었는데요. 이때 상대론적 불변량이 아니었던 계산방식으로 계산할 때 전자의 자기 모멘트는 발산하고, 슈윙거의 상대론적 대칭성을 이용한 방식으로는 그 발산을 피해갈 수 있었기에 유한한 계산 값을 줄 수 있었습니다. 이후 그는 재규격화이론을 개발하고, 양자전기역학이 1차 근사에서 완전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또한, 양자 작용 원리(quantum action principle)와 양자장의 운동 방정식을 연구하는 데 큰 기여를 했으며 이를 통해 현대 양자장론을 정립했습니다. 이 외에도 최초의 전기·약 작용 모형을 발표하였으며, 중성미자에 대한 이론을 제시하였고, 스핀 3/2의 입자를 다루는 이론을 창안하기도 했죠.

★ 전기·약 작용이란?

양자장론에서, 전기·약 작용(electroweak interaction) 또는 전약력은 높은 에너지에서 약한 상호작용과 전자기력이 하나로 통합하여 만드는 힘입니다. 낮은 에너지에서는 약전자기 대칭이 저절로 깨지면서 약력과 전자기력이 분리되죠!

이처럼 슈윙거는 특유의 천재성으로 일반 학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분야들에 도전하고 깊이 파고들어 끝내는 답을 찾는 근성을 보여주었는데요. 슈윙거는 생각이 깊은 보수주의자로 연력적 접근법을 주로 사용했으며 한번 옳다는 느낌이 들면 수학이 아무리 복잡해서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슈윙거의 연구 결과는 명확했지만, 수학적 구조가 너무 복합해 정작 그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은 슈윙거 자신밖에 없는 때도 종종 있었다고 해요. 이러한 특유의 성격 때문에 그는 외향적이며 친언론적이었던 리처드 파인만과 종종 비교의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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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물리학자로서 리처드 파인만은 슈윙거의 연구 인생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둘은 확연히 다른 연구법으로, 같은 노벨상을 수상했던 라이벌이었기 때문이죠. 파인만은 물리학자들 중에서도 급진파에 속하는 인물이었는데요. 그는 깊이 파고드는 슈윙거와는 달리 직관적인 판단을 선호했고, 정상적인 풀이법보다는 남들이 생각하지 않은 지름길을 찾으면서 희열을 느끼곤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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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줄리안 슈윙거와 리처드 파인만

양자장론을 연구함에 있어서도 슈윙거는 방정식과 기호를 이용한 접근법을 선호했습니다. 그는 국소 장 연산자와 그 사이의 관계식을 발견했으며, 물리학자들이 이 연산자의 대수를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는데요. 이와 대조되는 방향으로, 파인만은 직관적인 방법을 선호했으며, 양자장론의 물리가 파인만 도형을 통해서 전부 유도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죠. 슈윙거는 파인만 도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요즘의 실리콘 칩과 같이, 파인만 도형은 계산법을 대중에게 보편화시켰다.”

슈윙거는 파인만 도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파인만 도형을 통해서 학생들이 양자장을 입자로 해석해 양자 “장”의 해석을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죠. 또한, 슈윙거의 관점에서 이는 양자장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슈윙거는 자신이 파인만 도형을 완전히 이해하고 때때로 사용했음에도 불구, 수업에서는 파인만 도형을 가르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노벨상을 같이 수상했지만, 슈윙거는 파인만과 양자전기역학과 양자장론에 다른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파인만은 조절을 이용했으나, 슈윙거는 재규격화를 이용해 조절을 이용하는 방법을 피했는데요. 슈윙거는 국소장으로 양자장론을 기술하는 것이 옳은 접근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상대방의 결과를 면밀히 검토했으며, 서로를 존중하며 연구를 계속해나갔는데요. 파인만의 장례식 때 슈윙거는 파인만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정직한 인간이며, 우리 시대의 사람 가운데 독보적인 직관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살아가면 어떤 것이 가능한지 보여준 대표적인 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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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안 슈윙거의 묘비 출처 :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

 

이후 1994년에 타계한 슈윙거는 마운트오번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는데요. 묘비에는 이름 위에 라는 공식이 적혀있습니다. 이는 그가 연구했던 전자 비정상 자기 모멘트에 관한 양자전기역학적 계산을 나타내는 것인데요. 사후에도 묘비에 공식을 새길 정도로, 양자전기역학에 대한 그의 열정과 업적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연구에 있어서 한없이 진지하고 우회할 줄 몰랐던 올곧음으로 동료들과 함께 양자장론을 정립, 노벨상을 수상한 줄리안 슈윙거. 천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면서도, 그는 한번도 자만하는 모습 없이 자신만의 연구방법과 길을 고수했습니다. 뛰어난 업적을 이뤘음에도 불구, 아직 많은 사람들이 그를 잘 알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슈윙거 특유의 성격 때문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비록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남긴 연구 업적만큼은 현대까지 남아 많은 연구 이론들의 기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해답을 찾을 때까지 매진하며, 주변 환경에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소신을 지키는 성실함. 그것이 꿈을 위한 든든한 기반이 되어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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