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 – SK hynix Newsroom 'SK하이닉스 뉴스룸'은 SK하이닉스의 다양한 소식과 반도체 시장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전달합니다 Fri, 14 Feb 2025 08:02:54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6.7.1 https://skhynix-prd-data.s3.ap-northeast-2.amazonaws.com/wp-content/uploads/2024/12/ico_favi-150x150.png 소자 – SK hynix Newsroom 32 32 [반도체의 이해 6편] 폰노이만을 넘어서라, 차세대 컴퓨팅과 미래 반도체 연구(6/7) /rino-choi-column-6/ /rino-choi-column-6/#respond Wed, 18 Oct 2023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rino-choi-column-6/ 반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산업과 시스템 전체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뉴스룸은 지난 20년간 반도체 소자를 연구하고 있는 인하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최리노 교수를 통해 반도체 시스템과 소자의 관계 및 발전사를 소개한다. 총 7편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반도체의 개념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칼럼 시리즈는 『최리노의 한 권으로 끝내는 반도체 이야기』의 일부를 발췌하여 정리했다. 이 책은 반도체 역사부터 시스템과 소자의 발전까지 폭넓게 다루며 반도체 산업 및 시스템 전반을 소개하고 있다.

반도체는 부품이다. 부품은 그 자체로 쓰이지 못하고 어떤 제품(시스템 혹은 세트) 내에서 사용된다. 시스템이 추구하는 바가 그 부품인 반도체의 탄생과 발전을 가져왔고, 앞으로 나올 새로운 시스템은 반도체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본 연재에서는 반도체를 시스템과 연결해 설명하며 과거와 미래,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관해 7편에 걸쳐 이야기하고자 한다. (필자 주)

반도체 산업은 어떤 이유로 모든 산업 중 가장 중요한 산업이 되었을까? 그것은 반도체가 인류 사회에서 기여하고 있는 역할 때문이다. 반도체는 단순히 하나의 전자 부품이 아니다. 인류가 누리고 있는 발전 속도를 책임지고 있다. 복잡한 도시의 교통 제어, 신속하고 정확한 일기예보, 실감 나는 영화 및 게임 그래픽, 자율주행 자동차의 사물 인식 등 인류의 발전은 정보 처리 속도에 비례한다. 그런데 이러한 속도 증가는 많은 부분 반도체 소자의 성능 향상에 의존하고 있다. PC, 인터넷, 스마트폰, AR(Augmented Reality, 증강 현실), VR(Virtual Reality, 가상 현실) 등 지난 50년간 우리가 갖게 된 전자기기의 모든 신문물은 반도체 소자의 성능 발전으로 속도는 빨라지고 전기를 적게 쓰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존 폰노이만(John Von Neumann)이 제안했던 컴퓨터의 기본 구조는 반도체 산업에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CPU 기업은 제어와 연산을 빠르게 할 CPU를 만들면 됐다. 메모리 기업은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도록 집적도 높은 메모리 소자를 만들면 됐다. 이 빠른 CPU와 집적도 높은 메모리는 모두 소자 미세화를 통해 달성 가능했다. 이를 통해 고집적화와 저전력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 인류는 반도체 소자 미세화에 의존해 컴퓨팅 속도를 10년에 1,000배씩 증가시켜 왔다.

고성능_컴퓨팅_로드맵

그러나 무어의 법칙으로 상징되는 소자 미세화는 가까운 미래에 멈출 수밖에 없다. 단위 소자의 크기가 분자 크기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전 산업의 종합적인 R&D를 이끌어 왔던 국제 반도체 기술 로드맵(International Technology Roadmap for Semiconductors, ITRS)은 2015년을 마지막으로 더는 소자 미세화 발전에 관한 로드맵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소자 미세화가 한계에 부딪혀 인류의 연산 속도 발전도 멈추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인류는 반드시 방법을 찾아 발전을 지속할 것이다. 이번 연재에서는 컴퓨팅 속도를 높이기 위해 현재 연구되는 다양한 방향과 새로운 반도체 소자 기술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폰노이만 구조의 ‘속도 한계’를 극복하려는 반도체 연구

컴퓨터는 폰노이만 구조(아키텍처)로 이뤄져 있고 그것은 CMOS 기술로 통칭되는 반도체 집적 소자 기술로 구현한 것이다[관련기사]. 원래 CMOS 기술은 로직 기술의 일종을 말하지만, 메모리 소자 기술까지 포함하여 실리콘(Si) MOSFET* 소자를 사용하는 현재의 반도체 집적 소자 기술을 의미하는 용어로 많이 사용된다.

* MOSFET: Metal, Oxide, Semiconductor로 금속 산화막 반도체 구조를 통해 전기가 있는 영역인 전계(Field)의 효과(Effect)를 활용한 트랜지스터

소자 미세화로 성능 향상이 어려운 현실에서 컴퓨팅 속도를 빠르게 할 방법은 MOSFET을 만들고 있는 Si 채널*을 더 성능 좋은 물질로 대체해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것이다. 이 같은 시도는 꽤 오랜 기간 연구됐다. Si의 전하 이동도*는 전자가 1,500㎠/V·s, 홀은 500㎠/V·s 정도가 한계다. 그러므로 이보다 더 큰 전하 이동도를 갖는 물질을 채널로 사용해 전류를 더 많이 흐르게 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 채널: 반도체 내에서 일종의 전자 이동 통로
* 전하 이동도: 전자가 전기장 내에서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 나타낸 정도. [길이2/전압·시간] 단위를 가진다.

저마늄(Ge) 채널의 경우 전하 이동도는 4,000㎠/V·s, 홀은 2,000㎠/V·s 정도로 Si 채널보다 크다. 특히 홀의 전하 이동도가 Si 대비 매우 우수하다. 그래서 pMOSFET에 Si 채널 대신 Ge을 사용하려는 연구가 계속됐다. 반면 nMOSFET은 전하 이동도가 매우 큰 3-5족 반도체*(GaAs, InAs 등)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오고 있다.

* 3-5족 반도체: 주기율표상 3족과 5족에 해당하는 원소를 결합한 화합물 반도체

그러나 Ge이나 3-5족 반도체 같은 물질은 MOS(Metal·Oxide·Semiconductor, 금속 산화막 반도체 구조)를 만들었을 때 유전체 산화막과 반도체가 만나는 면에 전기적 결함이 많이 생기고 품질이 좋지 못하다. 실제로 만들었을 때 이론으로 예측한 것보다 소자 성능이 턱없이 떨어지고 심지어 Si보다 나쁜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 사용할 때 필요한 신뢰성도 Si 채널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사용을 못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전하 이동도가 수십만으로 알려진 카본 나노 튜브(Carbon Nano Tube)나 그래핀(Graphene)과 같은 2D 물질*을 Si 대신 채널로 사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그러나 카본 나노 튜브의 경우 소자 한 개의 성능은 좋으나, 수백억 개의 소자를 집적하기 위해 소자를 원하는 곳에 정확히 만드는 게 쉽지 않다. 반도체 집적 공정 기술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 2D 물질: 수개의 나노미터 원자가 한 층으로 배열되어 있는 2차원 결정성 물질

카본 나노 튜브와 달리 그래핀은 평면 형태다. 때문에 Si 웨이퍼 위에 옮겨서 사용할 경우 포토리소그래피 등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반도체 집적 공정 기술을 이용해 집적회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연구 결과 그래핀으로는 현재 MOSFET과 같은 크기와 성능의 소자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물질 특성상 트랜지스터로 제작했을 때 누설 전류를 줄이기 쉽지 않고, 트랜지스터에서 채널의 전류를 외부로 나올 수 있게 해주는 금속 배선과의 접촉 저항도 기존의 Si 채널 대비 큰 약점을 보였다. 다른 2D 반도체들도 비슷한 약점을 보이고 있다.

컴퓨팅 속도를 높이는 또 다른 방법은, MOSFET이 아닌 다른 형태의 스위치 소자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터널 펫(Tunnel FET)*이나 강유전 물질(Ferroelectric Material)*을 MOS의 산화막 대신 적용한 네거티브 커패시턴스 펫(Negative Capacitance FET)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트랜지스터는 MOSFET보다 빠르거나 저전력이 될 것으로 여겨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으로 가져올 수 있는 연산 속도 향상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터널 펫(Tunnel FET): MOSFET의 평평한 구조를 터널 모양으로 형성하는 기술
* 강유전 물질(Ferroelectric Material): 외부에서 전기장을 가하지 아니하여도 전기 분극(分極)을 나타내는 물질

폰노이만 자체를 벗어나려는 차세대 컴퓨팅 연구: 뉴로모픽 컴퓨팅

그래서 더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연산 속도 향상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도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폰노이만 구조 자체에 변화를 준 컴퓨터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폰노이만과_Non_폰노이만_시대의_반도체_소자와_차세대_컴퓨팅

폰노이만 구조의 가장 큰 약점인 폰노이만 병목 현상*을 줄이기 위한 방법도 그중 하나다. 물리적으로 대역폭을 늘리기 위한 3D Integration* 기술부터 같은 대역폭에서 지나는 정보의 양을 줄여주기 위한 PIM(Processing-In-Memory)* 기술[관련기사]까지 다양하다.

* 폰노이만 병목 현상: CPU 처리 속도가 빠를 경우 다음에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메모리에서 도달하지 못해 CPU가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현상
* 3D Integration: 서로 다른 칩을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 통합, 연산을 위한 데이터 이동 경로를 최소화해 최상의 성능과 효율을 내는 하나의 칩으로 완성하는 것
* PIM(Processing-In-Memory):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더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데이터 이동 정체 문제를 풀 수 있는 차세대 지능형 메모리

폰노이만 구조를 벗어나려는 시도로, 최근 가장 열심히 연구되는 분야는 인간의 뇌 신경망 구조를 흉내 낸 ‘뉴로모픽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이다. 인간의 뇌는 숫자 계산에서는 컴퓨터 대비 매우 느리나, 컴퓨터를 압도하는 특정 분야가 있다.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영역이다.

인간이 고양이와 개를 구별하는 것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컴퓨터가 폰노이만 구조에서 이것을 구별하는 것은 짧은 시간에 가능하지 않다. 이렇게 인간이 빠르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오랜 기간 학습을 통해서 고양이와 개의 특징을 파악하고 인간의 두뇌 신경망에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신경망으로_동물을_구분하는_과정

이처럼 학습을 통한 인간 두뇌 활동 방식을 모사해 작동하도록 한 것이 인공지능이다.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을 구성하고 학습을 통해 인식과 판단을 하게 한 것이다.

현재 엔비디아(NVIDIA) 등에서 출시한 인공지능 칩들은 CMOS 기반의 소자와 칩을 이용해 만들어지고 있다. CPU와 GPU를 D램과 같은 메모리 소자와 연결해 구현한 것이다. 학습을 위해 필요한 대용량의 구조화된 데이터를 대역폭이 큰 고성능 메모리 HBM* 등을 통해 GPU에 공급, 병렬 연산을 통해 학습하도록 하고 그 가중치(학습한 데이터) 역시 메모리를 통해 저장하는 형태로 구현됐다. 지금 컴퓨터에서 사용 중인 디지털 방식을 그대로 이용해 두뇌의 활동 방식을 모사한 것이다.

* HBM(High Bandwidth Memory):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

인간의 두뇌는 20와트(Watt) 정도의 전력만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공부를 하고 주변을 살피고 대화를 하는 등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만든 인공지능 칩은 제한된 일만 수행하면서 훨씬 높은 전력을 소모한다. 그래서 현재 연구 방향은 인간 두뇌 신경망의 형태를 그대로 모방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뇌가 연산하는 활동 방식만 모방한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 자체를 뇌의 구조와 기능을 모사한 전자기기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래서 메모리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전력을 아끼고 더 많은 연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 중에 있다.

인간 두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코어 역할의 뉴런과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로 구성됐다. 뉴런 간에는 스파이크(전기적) 신호를 주고받아 정보를 처리한다. 이때 각 시냅스의 강도는 뉴런에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에 따라 세기가 정해진다. 인간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뉴런이 있으며 각 뉴런은 약 1,000~10,000개의 시냅스를 통해 다른 뉴런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학습을 통해 시냅스가 가지는 강도를 조절해 나간다. 이처럼 인간 두뇌 신경의 뉴런과 시냅스의 기능을 그대로 흉내 내는 전자 소자를 만들어, 정말로 두뇌 신경이 움직이듯 만들려는 것이 뉴로모픽 컴퓨팅이다.

* 시냅스: 신경세포접합부(神經細胞接合部)로, 한 뉴런에서 다른 뉴런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연결 지점을 말함. 뉴런의 축삭돌기 말단과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되는 부위

인간의_두뇌_신경_예시

이 분야에선 특히 두뇌 움직임에 가까우면서 에너지가 효율적인 스파이킹 신경망(Spiking Neural Networks, SNN)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뉴런은 CMOS 기반의 회로를 사용하고, 시냅스는 그 특성을 모방한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로 구성해 보려 하고 있다.

여러 단계의 시냅스 강도를 표현하며 시냅스 학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멤리스터(Memristor)가 제격이다. 멤리스터는 메모리(Memory)와 레지스터(Resistor)의 합성어로, 양단에 인가되는 특정 전압 펄스에 따라 저항이 변하는 특성을 가진 소자를 일컫는다. 지난 회에서 소개했던 새로운 메모리를 위한 소자인 ReRAM(Resistive RAM), PCRAM(Phase Change RAM), MRAM(Magneto-Resistance RAM), FeRAM(Ferroelectric RAM) 등이 대표적인 멤리스터 소자다.

현재 이들 소자를 3D 크로스포인트로 연결, 시냅스 어레이(Array)를 만들어 사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소자들은 양단에 인가되는 전압 패턴에 따라 저항이 선형적(Linear)으로 커지거나(Potentiation) 작아져야(Depreciation) 시스템에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비선형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오랜 시간 저항값을 유지하는 능력(Retention)에도 문제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폰노이만 자체를 벗어나려는 차세대 컴퓨팅 연구: 양자 컴퓨팅

논(Non)-폰노이만 구조를 이용한 컴퓨팅이면서 아예 0, 1의 디지털 체계를 벗어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원자나 전자처럼 아주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을 설명해 주는 체계인 양자역학을 이용한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이 그것이다.

컴퓨터와_양자_컴퓨터

양자역학은 입자이면서 파동이고, 0이면서 1이고, 뭔가 흐릿하고, ‘불확정성의 원리’란 것이 지배하는 모호한 세계다. 그러한 양자역학의 현상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면서 작동시키는 것을 양자 컴퓨팅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양자 현상을 구현하는 소자를 큐비트(Qubit)*라고 부른다. 0 또는 1의 신호를 순차로 처리하는 일반적인 반도체 소자와 달리, 0과 1의 중첩된 데이터를 동시에 빠르게 처리한다. 큐비트를 만드는 것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초저온에서 나타나는 초전도 현상*을 이용한 조셉슨(Josephson) 소자*를 활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 큐비트(Qubit): Quantum Bit 줄임말, 양자 컴퓨터 또는 양자 정보의 기본 단위로, 즉 0과 1 두 개의 상태를 가진 양자비트로 양자 컴퓨터의 최소 단위를 말한다.
* 초전도 현상: 특정 물질이 영하 273°C에서 저항이 0이 되며 반자성을 띠는 현상, 이 현상을 통해 소자를 구현하면 경미한 영향에도 변형되는 큐비트를 항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 조셉슨(Josephson) 소자: 조셉슨 소자는 1962년에 브라이언 조셉슨에 의해 발견됐으며, 초전도체에 의해 만들어진 두 장의 박막 사이에 얇은 절연체를 사이에 끼웠을 때 절연체를 통해서 전류가 흐르는 현상(조셉슨 효과)을 이용하여 만든 스위칭 소자다.

양자_컴퓨팅, 양자_컴퓨터

큐비트 기반으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양자 컴퓨터가 제대로 만들어진다면 양자 세계를 시뮬레이션해야 하는 화학, 물리, 제약 등의 분야에서 폰노이만 구조의 컴퓨팅 속도를 월등하게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재의 암호 체계를 이루고 있는 소인수를 찾아내는 데 월등한 양자 컴퓨팅은 정보 보안 측면에서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처럼 폰노이만 구조를 벗어나려는 차세대 컴퓨팅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뉴로모픽 및 양자 컴퓨팅이 완성된다고 해도 현재의 컴퓨팅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논리 연산은 폰노이만 구조의 성능을 넘어설 수 없다. 그러므로 다양한 구조(아키텍처)가 필요에 각자의 영역에서 함께 쓰이는 형태가 될 것이고, 폰노이만 구조의 속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메모리 반도체 연구도 계속 발전될 것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rino-choi-column-6/feed/ 0
[반도체의 이해 5편] 새로운 메모리 탄생을 위한 메모리 소자의 조건들(5/7) /rino-choi-column-5/ /rino-choi-column-5/#respond Wed, 06 Sep 2023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rino-choi-column-5/ 반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산업과 시스템 전체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뉴스룸은 지난 20년간 반도체 소자를 연구하고 있는 인하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최리노 교수를 통해 반도체 시스템과 소자의 관계 및 발전사를 소개한다. 총 7편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반도체의 개념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반도체는 부품이다. 부품은 그 자체로 쓰이지 못하고 어떤 제품(시스템 혹은 세트) 내에서 사용된다. 시스템이 추구하는 바가 그 부품인 반도체의 탄생과 발전을 가져왔고, 앞으로 나올 새로운 시스템은 반도체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본 연재에서는 반도체를 시스템과 연결해 설명하며 과거와 미래,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관해 7편에 걸쳐 이야기하고자 한다. (필자 주)

지난 글에서 메모리의 역사, 반도체 메모리의 탄생과 발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번 글에서는 메모리의 계층 구조와 새로운 메모리 소자의 탄생 조건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최상의 컴퓨팅 성능을 위한 ‘메모리 계층 구조’의 탄생

폰노이만 구조의 컴퓨팅 시스템에서 쓰이는 메모리는 기술 발전에 따라 주메모리와 보조저장장치로 분화되었다. ‘반도체 램(Random Access Memory, RAM)’이 나오기 전까지는 ‘자기 코어 메모리’가 초기 형태의 램, 즉 주메모리였다고 전편에서 이야기했다. 임의 접근(Random Access)을 통해 데이터에 접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메모리 속도는 점차 향상됐는데, 이후 반도체 집적 공정을 이용한 메모리(S램, D램 등)가 나오면서 메모리 접근 시간이 획기적으로 빨라졌다.

이를 통해 CPU에서 직접 데이터를 불러 쓰고 속도가 빠른 ‘주메모리’와 장기 데이터 저장을 위해 속도는 느리지만, 저렴하고 저장 용량이 큰 ‘보조저장장치’로 구분되었다. 이전에 나왔던 메모리 장치, 예컨대 자기테이프, 자기 드라이브(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또는 플로피 디스크) 등은 각 특성에 맞는 보조저장장치로 역할을 한정하며 발전했다. 그중 주 저장매체였던 하드디스크(HDD)와 이동식 저장매체였던 플로피 디스크는 낸드플래시(NAND flash)에 자리를 내주며 사라지게 된다.

반도체의이해_새로운_메모리_탄생을_위한_메모리_소자의_조건들_01

폰노이만 구조에서 ‘산술과 제어를 담당하는 CPU’와 ‘데이터와 프로그램을 저장하는 메모리’는 독립적으로 되어 있다. CPU가 구동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메모리로부터 가져와야 한다. 그 정보들은 CPU와 메모리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인 버스(BUS)를 통해 순차적으로 전달된다.

많은 정보가 CPU로부터 요청되면 CPU와 메모리 사이의 통로는 필연적으로 붐비게 된다. CPU의 처리 속도가 빠르다면 다음에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메모리에서 도달하지 못해 CPU가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것을 ‘폰노이만 병목 현상(Bottle Neck)’이라고 한다.

이 병목 현상은 CPU 처리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 CPU 속도는 소자 미세화를 통해 매우 빠르게 향상됐다. 하지만 컴퓨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CPU 속도만 높여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맞게 메모리의 접근 속도와 ‘폰노이만 병목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도 필요해졌다.

바로 데이터 사용 빈도와 접근 시간에 따라 메모리를 세분화해 관리하는 것이다. 메모리를 다층으로 구성한 후 자주 쓰는 데이터를 미리 가져와 가까이 두고 쓰는 방법이다. 현재 컴퓨터에서 사용되고 있는 메모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반도체의이해_새로운_메모리_탄생을_위한_메모리_소자의_조건들_02

이것을 메모리 계층 구조(Memory Hierarchy)라고 부른다. 컴퓨터 시스템에서 데이터와 명령어를 저장하고 접근하는 데 사용되는 여러 종류의 메모리를 일정한 계층 구조로 조직화하여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 비용 등을 최적화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적당한 비용으로 전체 시스템의 성능을 최고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컴퓨터 시스템 메모리 계층 구조의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 레지스터(Register): CPU가 처리해야 할 데이터를 저장하는 곳은 아니고, CPU에서 필요한 명령어 실행 및 연산 관련 데이터를 저장하는 곳이다. CPU 내부에 위치하며, 로직 공정으로 CPU와 함께 만들어진다. 매우 작은 용량으로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쓸 수 있는 메모리이며, 주로 S램을 사용한다.

– 캐시 메모리(Cache Memory): 자주 액세스하는 데이터와 명령어를 저장해 전체 속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주메모리 램과 CPU의 속도 차이를 줄이는 메모리다. 레지스터와 마찬가지로 S램으로 만들어지며 CPU와 함께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접근 빈도와 용량에 따라 L1, L2, L3 캐시로 분화되어 만들어진다.

– 주메모리(Main Memory): 주기억장치로, 일반적으로 램(RAM)을 의미하며, 대부분 D램을 사용한다. 캐시보다는 느리지만, 더 큰 용량을 가지고 있다. 단독으로 만들어져 판매되며 프로그램과 데이터가 실행될 때, CPU가 직접 접근해 읽고 쓸 수 있다.

– 보조저장장치(Secondary Storage): 하드 디스크(Hard Disk Drive,HDD), SSD(Solid State Drive) 등이 포함된다. 주기억장치보다 더 느리지만 더 큰 용량을 가진다. 영구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보존된다.

데이터를 책으로 비유하자면 하드디스크와 같은 보조저장장치는 지역의 도서관, 주메모리는 내 방의 책장, 캐시는 내 책상 위 정도로 말할 수 있다. 내 방 안에 도서관을 지으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다. 또 필요한 책을 찾기 위해 매번 도서관을 다녀올 수는 없다. 적당하게 분배하여 최적의 비용으로 빠르게 작동하도록 구현 방법을 만들어 낸 것이다.

메모리 계층 구조의 위로 갈수록 용량은 작지만, 속도는 더 빨라진다. CPU에 더 자주 쓰이는 데이터를 상부의 빠른 메모리에 끌어올려 놓아서 접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각각에 맞는 메모리 소자를 조합하기 위해선 우리가 현재 생산하고 있는 소자들의 특성을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반도체 집적 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메모리는 크게 네 가지다. S램, D램, 낸드 그리고 매우 작은 양이지만, 상변화 물질(Phase Change Material)을 이용한 PCM이다. PCM은 뒤에 다루기로 하고 다른 세 메모리의 특성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반도체의이해_새로운_메모리_탄생을_위한_메모리_소자의_조건들_03-2

속도와 내구성이 좋은 S램으로 모든 메모리를 구성하면 시스템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S램의 가격은 매우 비싸기에 효용성은 떨어진다. 그러므로 각각의 특성을 고려하여 S램, D램, 낸드를 CPU 내장 캐시 메모리, 주메모리, 대용량 보조저장장치(USB, SSD)로 쓰는 것이 비용과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새로운 메모리 소자의 가능성을 논의하려면, 메모리 계층 구조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접근 시간, 집적도, 가격(면적, 제조단가) 등을 고려해 어떤 계층 구조에서 사용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해야 한다. 가격이 저렴하고, 집적도도 높고, 접근 시간도 빠른 소자가 나온다면 전체를 하나로 통합한 범용 메모리(Universal Memory)*처럼 새로운 메모리 계층 구조도 가능할 것이다.

* Universal Memory: D램 · 낸드플래시 등 여러 종류의 메모리 기능을 모두 할 수 있는 통합형 메모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각 메모리의 장점인 속도, 경제성, 휘발성, 비휘발성 등을 고려해 하나의 칩으로 구성

새로운 메모리 소자의 가능성

최근까지 연구 중인 메모리 소자 후보군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기존 D램, 낸드 소자는 전하 캐리어*를 담아 전압이나 채널의 전도도에 변화를 주는 정전용량(Capacitance)을 이용하는 형태다. 반면 현재 연구되는 새 메모리 소자는 물질의 저항(Resistance) 변화로 정보를 저장하는 형태다.

* 전하 캐리어: 전하를 이동시키는 입자

가장 최근 제품화된 PCM(Phase Change Memory, 상변화 메모리)은 결정상과 비정질상*의 저항이 달라지는 칼코제나이드(Chalcogenide)* 물질의 특성을 이용해 만든 메모리다. 이 메모리의 개발과 현재 상황을 본다면 새로운 메모리 소자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좋은 시금석이 될 것이다.

* 결정상과 비정질상: 원자가 일정한 규칙을 갖고 나열된 것을 결정이라고 하며, 규칙적인 배열 상태에 따라 결정상(규칙)과 비정질(비규칙)로 나뉜다.
* 칼코제나이드(Chalcogenide): 최소한 하나의 16족(칼코젠) 원소와 하나 이상의 양전성 원소로 구성된 화합물[관련기사]

PCM을 이루는 소재는 전류가 흘러서 발생하는 발열과 냉각에 따라 결정상 · 비정질상으로 바뀐다. 상이 바뀌면 물질의 저항도 바뀐다. PCM은 이 차이를 이용해 0과 1의 이진 정보를 저장하며, 고저항 상태와 저저항 상태로 변화시킬 수 있는 물질을 가로 배선과 세로 배선 사이의 접점에 넣어 집적한 형태로 제작된다.

PCM의 일종인 인텔 옵테인 메모리(Optane Memory)는 기존 낸드와 비교하면 속도가 1,000배 더 빠르고, 내구성이 1,000배 더 뛰어나다고 한다. 또한, D램보다 10배 높은 집적도를 가졌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D램 대비 용량을 크게 높이고, 같은 비휘발성인 낸드보다 빠른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옵테인 메모리는 SSD와 함께 쓰이며, D램과 대비되는 비휘발성 특성을 이용해 사용자가 파일을 더 빠르게 검색하거나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 또, SSD 앞에 배치되어 데이터 구조를 최적화하여 저장해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지난 2022년 옵테인 메모리 사업을 중단했고, PCM의 시장 진입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메모리를 현재의 시스템에 넣어 활용하려면 현재의 D램과 같이 쓸 수 있도록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부가적인 일과 비용 상승을 감내할 만한 시스템 성능의 향상이 있어야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사업 중단의 이유다.

PCM 이외에도 저항의 차이를 이용하는 메모리 소자, Re램(Resistive Memory)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Re램은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그중 절연막 내부에 전기가 통하는 길을, 전기장을 활용해 만들었다 없애는 방법으로 메모리 소자를 제작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전기가 통하는 길은 강한 전기장에 의해 옥사이드(Oxide, 주로 HfO2 계열 산화막)의 본딩(Bonding)이 손상되며 생길 수도 있고 또는 실제 금속 이온(Ag, Ni, Cu 등)이 움직여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특성의 Re램은 3D 적층에 유리하여 낸드 분야에서 특히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의이해_새로운_메모리_탄생을_위한_메모리_소자의_조건들_04

또한 강자성(Ferromagnetic) 막을 이용해 자화되는 스핀(Spin)의 정렬 방향에 따라 저항이 달라지는 현상을 이용하여 메모리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메모리를 STT-M램(Spin-Transfer Torque Magnetic Random Access Memory)이라고 부른다. STT-M램은 위에 소개한 Re램에 비해 속도가 빨라서 D램을 대체하는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반도체의이해_새로운_메모리_탄생을_위한_메모리_소자의_조건들_05

최근 가장 많이 연구되는 메모리 소자는 하프늄옥사이드(HfO2)에서 발견된 강유전체(Ferroelectric)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HfO2는 이미 MOSFET의 게이트 절연막에 고유전율 산화막으로 사용하고 있어 매우 친숙한 물질이다. 그런데 우연히 이 물질이 특정 조건의 열처리를 통해 강유전막이 되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를 활용해 강유전 쌍극자(Dipole)*의 방향을 바꿔 저항을 다르게 하는 강유전체 터널 접합 소자(Ferroelectric Tunneling Junction, FTJ)를 만들어서 저항 변화 메모리로 사용하거나 MOSFET의 게이트(Gate) 산화막 대신에 넣어 플로팅 게이트 메모리(Floating Gate Memory)와 같이 소자의 문턱전압(Vt)*을 바꾸는 형태로 메모리 소자(Ferroelectric Field-Effect Transistor, FeFET)를 만드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 쌍극자(Dipole): 전하량이 같은 양전하 · 음전하가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근거리에 존재하는 것
* 문턱접압(Threshold Voltage, Vt): 전류가 흐르게 되어 스위치가 켜지는 시점의 게이트 전압. 전류가 흐르기 전에는 입/출력단 저항이 동등하게 높지만, 전류가 흐르면 출력단 저항이 급격히 낮아져 전류가 더욱 쉽게 흐른다.

새로운 메모리 소자가 대중화되기 위한 조건

이외에도 다양한 새로운 메모리 소자가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알아야 할 것은 이러한 새 소자가 기존 소자를 대체하기 위해선 많은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현재의 반도체 집적 공정을 통해 공정이 가능해야 하며, 사용하는 물질도 적합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복잡한 공정 과정 때문에 새로운 물질을 도입하는 것에 보수적이다. 만들어지는 소자에 문제가 발생하면 입는 피해가 수백억이 쉽게 넘어가는 현실에서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기에 새로운 메모리 소자는 지금 사용 중인 소자를 넘어 성능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을 증명해야 한다. 성능뿐 아니라 집적도, 전력, 비용 등 많은 부분이 현재 소자를 월등히 능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메모리 소자의 균일성(Uniformity)과 신뢰성(Reliability)이다. 많은 새로운 메모리 후보가 이 장벽을 넘지 못해 실제 양산에 쓰이지 못하고 있다. 각각의 메모리 셀이 아무리 우수한 성능을 보여도 300㎜ 웨이퍼 전체에서 성능 차이가 크면 메모리 소자로 쓰기 어렵다. 또 메모리는 특성상 쓰고 지우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거나(Endurance) 오랜 시간 정보를 저장하고 있을 때(Retention) 특성이 열화되면 제품에 쓸 수가 없다.

현재까지 제안된 많은 후보군 중 이 장벽을 넘어서 가능성을 보이는 메모리 소자는 많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메모리 소자의 기술이 너무 빨리 발전하여 장벽을 더욱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메모리 기술이 기존 메모리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에서는 더 많은 연구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혁신적인 형태와 물질, 그리고 새로운 메모리 소자 구조에 대한 제안과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rino-choi-column-5/feed/ 0
[미래 반도체 기술] 스커미온 기반 차세대 컴퓨팅 뉴로모픽 소자 개발 /skirmion-based/ /skirmion-based/#respond Sun, 09 Aug 2020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skirmion-based/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을 대신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물을 인지하거나 행동을 결정하는 초저전력 AI 전용 반도체의 필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의 컴퓨팅 방식은 한정된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데에는 적합하지만, 막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처리하고 알아서 판단하는 AI에 적용하기에는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폰-노이만(Von-Neumann) 컴퓨팅은 정보를 처리하는 프로세서와 처리된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가 분리된 구조로, 프로세서와 메모리 간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생기는 지연 시간과 높은 에너지 소모로 인해 AI에 적용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컴퓨팅 방식이 인간 두뇌의 신경망을 모사한 뉴로모픽(Neuromorphic) 컴퓨팅이다. 이 방식은 프로세서 역할을 하는 뉴런(Neuron)을 모방한 소자와 메모리 역할을 하는 시냅스(Synapse)를 모방한 소자가 병렬 구조로 형성돼 있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지연 시간 없이 매우 낮은 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에 AI 기술 개발을 위해 뉴로모픽 구조를 구현한 하드웨어 시스템의 개발이 매우 절실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기술의 발전으로 뉴로모픽 시스템 개발 박차

뉴로모픽 소자(Neuromorphic Chip)를 구현하기 위해 기존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됐지만, 뇌에서 일어나는 신호전달 과정을 기존의 반도체 소자로 구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뚜렷한 발전이 없었다.

장준연칼럼_신경모사반도체02.jpg

인간의 뇌 신경계에서는 자극이 뉴런*의 수상돌기에 전달되면 뉴런은 이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고, 축색돌기 말단에서 자극의 크기(신호의 세기)에 비례해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이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를 거쳐 다른 뉴런의 수상돌기에 존재하는 수용기(Receptor, 인체가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기관과 세포의 총칭)에서 받아들여지고, 이때 전기 신호는 화학적 신호로 바뀌어 신경전달물질에 저장됐다가 수용기에서 다시 전기 신호로 변환된다.

* 뉴런 : 전기를 발생시켜 다른 세포에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계의 단위. 핵이 있는 신경세포체, 다른 뉴런으로부터 신호를 받는 수상돌기, 다른 뉴런에 신호를 주는 축색돌기로 구성돼 있다.
* 신경전달물질 : 뉴런에서 다른 뉴런으로 화학적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분비되는 물질이다
* 시냅스 : 한 뉴런의 축색돌기 말단과 다음 뉴런의 수상돌기가 만나는 부분으로, 뉴런과 뉴런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신경전달물질을 보관하고 있다가 자극이 전달되면 세포막과 융합해 시냅스 공간으로 신경전달물질을 내보내는 ‘시냅스 소포(소낭)’, 축색돌기와 수상돌기 사이의 공간을 의미하는 ‘시냅스 공간’, 각 돌기의 말단을 의미하는 ‘시냅스 전/후 막’이 시냅스로 구분된다.

뉴로모픽 소자를 구성하는 요소 중 시냅스를 모방한 소자는 정보가 소멸하지 않는 비휘발성 특성을 가지면서 여러 단계의 시냅스 신호 강도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시냅스가 실제 수행하는 학습방식을 쉽게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소자에 요구되는 특성은 두 가지로, 인가되는 전압에 따라 저항값이 변화하는 트랜지스터의 특성과 동시에 일정 시간 이를 저장하는 메모리 특성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이런 특성을 갖는 소자를 메모리(Memory)와 트랜지스터(Transistor)의 합성어인 ‘멤리스터(Memristor)’라고 부른다.

전자의 회전(Spin)을 이용한 자기 메모리(Magnetic Memory) 소자는 뇌의 핵심 구성요소인 시냅스와 뉴런의 기능을 소자 레벨에서 구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멤리스터 소자로 평가받고 있다. 자기 메모리 소자는 비휘발성이고 초고속으로 정보를 입출력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높은 집적도를 가지고 있고, 뉴로모픽 소자에 요구되는 신호의 가소성(고체가 외부에서 탄성 한계 이상의 힘을 받아 형태가 바뀐 뒤 그 힘이 없어져도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는 성질), 선형성(어떤 양의 변화가 다른 양의 변화에 비례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성질), 대칭성(각 신호가 대칭을 이루는 성질)등을 용이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최근 이러한 자기 메모리 소자가 가지는 장점을 바탕으로 뉴로모픽 연구가 시작됐다. 그 핵심이 바로 스커미온(Skyrmion, 소용돌이 모양으로 스핀들이 배열되어 형성되는 스핀 구조체)을 이용한 시냅스 소자다.

스커미온 기반 자기 메모리 소자, 핵심은 ‘자유로운 스커미온 생성과 이동’

장준연칼럼_신경모사반도체01-1.jpg

▲스커미온을 정보 저장 단위로 사용하는 스커미온 기반 자기 메모리 소자(아래)와 소용돌이 모양으로 회전하는 스커미온(위)의 모식도

스커미온은 축(Spindle)이 소용돌이 모양의 나선형으로 배열된 입자 형태의 독특한 스핀 구조체다. 스커미온은 외부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형태나 구조를 유지해 구조적 안정성이 뛰어나고, 나노미터 수준의 작은 크기와 전기적으로 생성한 스커미온의 개수 조절 및 소멸이 용이한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은 메모리, 논리 소자(계산기의 중앙처리 장치 속에 펄스 전압의 높은 레벨을 1, 낮은 레벨을 0로 설정한 디지털 부호에 대응시켜 논리 연산을 하는 기능을 갖춘 반도체 소자), 통신 소자 등 차세대 전자 소자에 적용하기에 매우 유용하다. 특히 스커미온은 펨토줄(fJ)*수준의 낮은 전력으로 스커미온 생성 개수 조절이 가능해, 초저전력 뉴로모픽 소자로서 주목받고 있다.

* 펨토줄(fJ): 펨토(femto)는 10-15을 나타내는 접두어 이며, 줄(Joule)은 1J은 물체에 1N의 힘을 가해 물체가 힘의 방향으로 1m 이동했을 때 힘이 물체에 해준 일(work)의 양으로 J로 표기한다

스커미온을 메모리 소자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보 저장의 기본단위(bit)인 각각의 스커미온을 원하는 위치에 생성하고 소멸시킬 수 있어야 하며, 생성된 스커미온을 매우 높은 효율로 이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스커미온 자기 메모리 소자는 자성체(FM, Ferromagnetic Material)와 중금속(HM, Heavy Metal)의 다층박막으로 이루어진 채널 양쪽에 금(Au) 전극이 연결된 형태를 갖고 있다. 이 소자는 자성체에 인접한 도체 속 전자의 공전 궤도가 자성체의 회전 방향을 바꾸는 현상을 이용해 중금속에 전류를 인가함으로써, 인접한 자성체에 스커미온을 원하는 만큼 생성하고(Writing) 이동시키고(Jmoving) 지우면서(Erasing) 스커미온의 전기적 정보를 읽을(Reading) 수 있다.

장준연칼럼_그림02.jpg

위 그림은 전류 펄스(Pules,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큰 진폭을 내는 전압이나 전류 또는 파동)를 인가해 스커미온을 생성하고, 왼쪽으로 전류 펄스를 가할 때 스커미온이 왼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방사광가속기의 주사X-선 현미경*을 이용해 연속적으로 관찰한 것이다.

* 방사광가속기의 주사X-선 현미경: 가속기에서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켜 태양 빛 밝기의 100억 배에 달하는 밝은 방사광을 만들어내는 장비인 방사광가속기에서 방사되는 빛은 적외선에서 X-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그중 X선을 주사해 물질의 표면 정보를 관찰하는 측정장비이다.

(a)에서는 전류펄스를 인가하자 파란 원과 노란 원으로 표시한 스커미온이 생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b)에서는 펄스를 가해 두 스커미온이 왼쪽으로 이동하자 (a)에서 볼 수 없었던 빨간 원으로 표시한 스커미온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c)와 (d)에서는 3개의 스커미온이 계속 왼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스커미온의 이동속도는 인가한 전류 펄스 크기에 따라 달라지나 대략 50m/sec로 측정됐다.

KIST, 새로운 인간의 신경계 모사 방식 ‘스커미온 기반 인공 시냅스 소자’ 개발 성공

한국과학기술원(KIST, 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과 IBM 공동연구팀은 스커미온의 개수에 따라 시냅스 가중치를 조절할 수 있는 ‘스커미온 기반 인공 시냅스 소자(이하 스커미온 시냅스 소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시냅스 가중치란 전기적인 신호를 인접한 뉴런으로 전달하는 신호 전달 능력을 의미한다. 각 스커미온은 고유한 전기 저항을 가져, 스커미온 개수에 따른 저항 변화를 아날로그적으로 조절하고 측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뉴로모픽 반도체와 완전 다른 작동 구조를 갖는 시냅스 소자를 구현할 수 있다.

장준연칼럼_그림03.jpg

▲뇌 신경계의 신호 전달 물질 분비에 따른 시냅스 강도의 변화를 스커미온의 생성 개수로 모방을 한 스커미온 시냅스 소자 모식도

인간의 신경계에서는 감각신경 등을 통해 입력된 신호가 누적돼 막전위(Membrane potential, 세포막 안쪽과 바깥쪽의 전위차)가 일정 임계값 이상이 되면 뉴런에서 수십 mV(전력 단위. 1,000분의 1V)의 전기신호가 스파이크 형태로 발생한다. 이 신호의 크기에 따라 시냅스 내 신경전달물질인 나트륨(Na+), 칼슘(Ca+) 등의 이온이 다음 뉴런으로 이동하며 전기신호를 전송한다.

이때, 다음 뉴런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받는 수용기의 농도가 변화하면서 시냅스 가중치도 변화한다. 중요한 정보일 경우 신경전달물질이 많이 분비되고, 이는 시냅스 가중치를 증가시켜 전기신호의 크기를 증가시킨다. 덜 중요한 정보를 전달할 때는 신경전달물질이 적게 분비되고 시냅스 가중치도 적어, 기억이 오래가지 못한다. 연구진은 인간 두뇌의 신경전달 물질과 동일한 원리로 스커미온의 수를 조절함으로써 시냅스 가중치를 변화시킬 수 있음에 착안했다.

장준연칼럼_그림04.jpg

▲ 스커미온 생성 개수 조절을 통한 인공 시냅스 소자의 가중치 변화 모습(왼쪽)과 인공 시냅스 소자의 전체 시냅스 가중치 특성을 나타내는 결과(오른쪽)

실제로 연구진은 스커미온 시냅스 소자에서 시냅스 가중치가 증가해 전달된 신호가 장시간 유지되는 신호 특성(Potentiation)과 시냅스 가중치가 감소해 신호전달 능력이 감소하는 신호 특성(Depression)을 각각 측정한 결과, 생성되는 스커미온의 숫자에 따라 전기 저항이 연속적으로 변화함을 확인했다.

이 소자는 시냅스 소자의 AI 인식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손글씨 숫자 패턴(MNIST, Modified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손으로 쓴 숫자들로 이루어진 대형 데이터베이스로 다양한 화상 처리 시스템과 기계 학습 분야의 트레이닝 및 테스트에 사용) 인식 학습을 진행했을 때도 90%의 높은 인식률이 측정됐다. MNIST 인식 학습이란 각각 28×28 픽셀 크기를 갖는 0~9 사이의 숫자 이미지 데이터 베이스를 이용하는 시각 정보 인식 학습이다. 기존 인공 시냅스 소자는 이와 유사한 수준의 인식률을 얻기 위해 수십만 번의 반복 학습이 필요했지만, 이번에 개발한 스커미온 기반 인공 시냅스 소자는 1만 5,000회의 학습만으로 숫자 인식이 가능했다. 인식에 필요한 소자의 전력 소모가 기존 시냅스 소자 대비 10배 이상 감소한 것.

스커미온 시냅스 소자의 등장, 초저전력 뉴로모픽 소자 개발 앞당길 듯

이번 연구 결과는 이 소자가 전기적으로 제어되는 스커미온의 개수에 따라 시냅스 가중치를 제어함으로써 신경전달물질의 양으로 시냅스 가중치를 조절하는 인간의 뇌를 가장 밀접하게 모방했음을 의미한다. 기존 저항메모리(RRAM)*나 상변화메모리(PRAM)* 기반 시냅스 소자와 비교했을 때, 낮은 동작 전압, 높은 인식 정확도 등 우수한 특성들을 확인했다.

* RRAM(Resistive RAM):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의 한 종류. 부도체 물질에 충분히 높은 전압을 가하면 전류가 흐르는 통로가 생성되어 저항이 낮아지는 현상을 이용해 1과 0을 인식시키는 방식으로 동작하는 메모리 반도체이다.
* PRAM(Phase-change RAM): 상 연화 물질이 결정질 상태로 변화될 때 그 전기적 특성의 차이를 활용해 1과 0을 인식시키는 방식으로 동작하는 메모리 반도체. 빠른 동작 특성과 비휘발성 등 장점을 두루 갖춰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다.

인간 뇌 신호전달 과정을 그대로 모사한 유일한 스커미온 시냅스 소자는 기존 소자들과는 다른 작동원리로 인하여 매우 낮은 전압으로도 작동하며 높은 신뢰성과 내구성을 가진다. 이러한 연구성과는 뉴로모픽 소자 개발 연구 분야를 선도함과 동시에, 초저전력 뉴로모픽 소자 개발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실험실 수준에서 스커미온의 작동과 시냅스 소자로 사용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향후 상용화를 위해서는 △전류의 높은 On/Off 비율(1,000% 이상) △100나노미터 이하의 작은 비트 셀(bit cell, 하나의 단일 비트가 기록되는 자기 테이프의 길이, 디스크의 면적 또는 직접 회로의 일부) 면적 구현 △대량 생산을 위한 자성박막(Magnetic thin-film, 강자성체를 진공 증착이나 전기도금에 의해 형성한 얇은 막) 및 소자 공정 최적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하지만 스커미온 생성과 이동 등 제어가 용이한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고 자기 터널 접합(Magnetic Tunnel Junction, 2개의 자성체 판이 부도체 판으로 분리돼 샌드위치 구조를 가지는 접합 방식) 소자와의 접목을 통해 전류의 On/Off 비율 개선과 공정 최적화에 집중한다면, 5년 안에 스커미온 기반 시냅스 소자를 상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skirmion-based/feed/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