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 SK hynix Newsroom 'SK하이닉스 뉴스룸'은 SK하이닉스의 다양한 소식과 반도체 시장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전달합니다 Thu, 27 Mar 2025 11:16:54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6.7.1 https://skhynix-prd-data.s3.ap-northeast-2.amazonaws.com/wp-content/uploads/2024/12/ico_favi-150x150.png 명장 – SK hynix Newsroom 32 32 AI 시대의 기술 거장, 2025년 신규 HE와 마스터를 만나다 /2025-he-master-interview/ /2025-he-master-interview/#respond Tue, 18 Feb 2025 00:00:48 +0000 /?p=45224 SK하이닉스는 기술 역량에 집중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전문가 커리어 패스(Career Path)’를 운영 중이다. 반도체 기술 분야의 DE(Distinguished Engineer)·HE(Honored Engineer), 장비 메인트(Maintenance, 유지보수) 기술 분야의 명장·마스터가 그것이다. 회사는 엔지니어에게 성장 동기를 부여하고, 정년 이후에도 엔지니어 커리어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이 제도로 구성원 자긍심을 고취하는 한편, 기술력 강화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2025년에도 회사는 DE 13인과 HE 1인, 명장 5인과 마스터 2인을 선발하며 명맥을 이었다. 특히 올해는 1호 HE인 이희열 HE가 정년을 넘어 일하는 첫해인 만큼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관련기사]. 뉴스룸은 신규 HE, 마스터로 선발된 김균형 HE, 권영대·신정일 마스터를 만나 선발 소감과 비전을 들어봤다.

“최고 기술 전문가 임명, 자부심과 책임감 느껴”

SK하이닉스의 HE와 마스터는 현장 지식을 후배에게 전수하고, 난제에 해법을 제시하는 기술 전문가를 일컫는다. 회사는 지난 2020년 HE를, 2022년 마스터 제도를 신설하며 전문가 트랙(Expert Track)을 체계화 했다. 최고의 기술 역량 및 경험을 갖춘 구성원을 대상으로 DE, 명장을 선발하고, 이 인재 풀(Pool)에서 최고 전문가인 HE, 마스터를 선발해 오고 있다.

HE, 마스터는 현장의 기술 고문(Advisor)이자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롤 모델(Role-Model) 역할을 해야 하기에 기술 역량, 평판, 임원진 심사 등 면밀한 리뷰 과정을 통해 선발하고 있다. 그만큼 높은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정년 후에도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러한 영예를 안은 것에 대해 김균형 HE와 권영대·신정일 마스터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기술 전문가 커리어 패스를 통해 2025년 HE로 선발된 김균형 HE“꿈이 현실로 다가와 영광입니다. 책임감도 커졌지만,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HE 역할에 최선을 다해 기술 전문가 커리어 패스의 모범적 선례를 남기겠습니다.” – 김균형 HE

 

기술 전문가 커리어 패스를 통해 2025년 마스터로 선발된 권영대 마스터“동료와 협업하며 성장한 노고를 인정받아 자부심이 큽니다. 지식 백서화와 노하우 전수를 완벽히 해내고, 구성원과 함께 성장하는 마스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 권영대 마스터

 

기술 전문가 커리어 패스를 통해 2025년 마스터로 선발된 신정일 마스터“제가 해온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역량 향상과 전수를 게을리하지 않고 마스터의 책임을 다하며 본보기가 되는 구성원으로 성장하겠습니다.” – 신정일 마스터

세 구성원은 앞으로도 각자의 역할을 이어가는 한편, HE·마스터로서 큰 그림을 그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김 HE는 “기술 로드맵 수립, 비즈니스 모델 발굴, 미래 기술 Pathfinding, 후배 양성에 정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 마스터는 “구성원과 머리를 맞대고 난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고유한 노하우를 문서화해 다음 세대 마스터를 육성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언급했다. 신 마스터는 “노광 장비 도메인(제조사 관련) 지식을 폭넓게 쌓아 신규 장비 조기 안정화를 이루고, 도메인 지식 및 프로그래밍 활용법을 전파하는 등 마스터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십 년 쌓은 내공으로 혁신 성과 창출해”

김균형 HE, 권영대·신정일 마스터가 최고 커리어에 오른 배경에는 혁신 성과가 자리한다. 이들은 오랜 세월 내공을 쌓으며 성장했는데, 이 과정에서 기술 거장에 걸맞은 역량을 갖추며 대표 성과도 창출했다.

김균형 HE는 1992년 입사한 이래 33년 동안 모델링 연구에 매진했다. 물리학 전공인 그는 입사 후 물리적 수식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소자 특성을 분석하는 모델링에 매력을 느꼈다. 시뮬레이션 결과가 제품 성능과 일치했을 때 오는 성취감은 그를 더욱 빠져들게 했다.

“2014년, 소자 미세화로 모델링 정확도를 높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고유의 SPICE 모델*을 개발했을 때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 성취감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죠. 이 모델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김 HE는 전문 분야인 SPICE 모델링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경쟁사 대비 우수한 SPICE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는 역량 평가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 SPICE 모델: 특정 소자가 회로 내에서 어떻게 동작하는지 시뮬레이션하는 모델

권영대 마스터는 30여 년간 많은 기술 난제를 해결해 왔다. 해법을 찾았을 때 무엇보다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누구보다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미해결 문제를 풀었을 땐 마치 미제사건을 밝힌 듯한 성취감을 맛봤다고 그는 말했다. 대표 공적인 VHT Carbon 장비 국산화에서도 그의 역량은 빛을 발했다.

“난제가 1년 동안 풀리지 않아 프로젝트 실패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에 공정, 장비, 파트너사가 원팀으로 힘을 합쳤고, 매일 미팅하며 집요하게 해법을 모색했죠. 그 결과 난제 해결은 물론 기술력까지 인정받아 배타적 권리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그는 장비경쟁력강화 TF에도 참여하며 명장 활동을 활발히 펼쳤고, 각종 관리 체계 구축 및 표준화 등에서 성과를 내며 마스터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신정일 마스터는 주니어 시절, 게임 개발까지 도전했을 만큼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수년에 걸쳐 C, C++, 파이썬 등 개발 언어를 독학으로 익혀 두었는데, 결국 이것이 마스터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노광 장비에서는 시간당 약 1GB 정도의 데이터가 나오며, 이를 분석하기 위해선 제조사 협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단계를 축소하고자 도메인 지식에 프로그래밍을 접목, 노광 장비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했죠. 덕분에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빠르게 분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분석 툴을 개발해 엔지니어의 업무 효율을 높인 신 마스터는 그 공로를 높이 평가받아 마스터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데이터 분석에 진심인 그는 지금도 세 개의 모니터를 통해 업데이트되는 데이터를 보고, 그 속에 숨은 메시지를 찾는 데 골몰한다. 그는 이러한 역량과 열정을 마스터 성장의 비결로 꼽았다.

“기술 역량은 기본, 뛰어난 평판으로 최고 자리 올라”

구루(Guru, 스승)로 활동한 세 구성원은 존경받는 선배로서 높은 평판을 얻기도 했다. HE·마스터 선발의 또 다른 배경이다.

특히 김 HE의 경우 동료 구성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임명식을 찾을 만큼 각별한 유대를 자랑했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격 없는 소통’의 키워드를 꺼냈다.

“새로운 커리어 패스의 길을 걷는 만큼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특히 팀 행사에 자주 참석해 격의 없이 어울리려 노력했습니다.”

권 마스터는 ‘솔선수범’과 ‘눈높이 소통’을 평판의 비결로 꼽았다. 그는 “조직의 문제를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 생각해 솔선수범했고, 협업 때는 항상 수평적 자세로 의견을 경청했다”며 “동등한 눈높이로, 오직 데이터로만 소통하고자 관련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신 마스터는 ‘현장 경험’을 평판의 비결로 언급하며 “유지 보수 기술을 퀴즈로 쉽게 전수하고, 문제 발생 시 가장 먼저 나서서 소통하는 등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배울 것이 많은 선배의 모습을 보여줬기에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실력과 평판을 두루 갖춘 기술 전문가이자 구루로서 세 구성원은 각자가 꿈꾸는 비전도 공개했다.

“시뮬레이션 정합성 개선에 주력하고 노하우를 전파해 VWBE*한 후배를 육성할 것입니다. 또한, 기술 로드맵 수립 및 기술 혁신도 계속해서 해내겠습니다.” – 김균형 HE

“유종지미의 자세로 CVD 전문가로 성장함과 동시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파이(π)형 인재로 거듭나겠습니다. 지식 백서화는 물론 SKHU* 강의를 통한 노하우 전수도 꾸준히 진행하겠습니다.” – 권영대 마스터

“시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개인 역량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렇게 쌓은 역량을 후배 구성원에게 하나하나 꼼꼼하게 전수하는 스승이 되겠습니다.” – 신정일 마스터

* VWBE: SK그룹 경영철학으로, 자발적(Voluntarily)이고 의욕적(Willingly)인 두뇌 활용(Brain Engagement)을 의미함
* SKHU(SK hynix University): 대학 학제 체계를 갖춘 사내 교육 플랫폼

“정년 후에도 기술적 성취를 후대로 이을 것”

이번 인터뷰에서 김균형 HE, 권영대·신정일 마스터는 기술 전문가 커리어 패스에 대해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술 역량에 집중하여 성장하는 엔지니어·장비 기술 Maint 구성원에게 청사진을 마련해 주었다”고 입을 모으며 “이 제도가 기술 개발 및 전파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높아지는 기술 한계의 벽을 돌파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정년 이후에도 기술적 성취를 후대로 이을 수 있게 해주어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올해 정년을 앞둔 김균형 HE는 “정년 후에도 일할 기회가 주어져 뿌듯하다”며 “SK하이닉스가 모델링에서도 글로벌 No.1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세 구성원은 기술 전문가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고 전했다.

“열정과 의지가 있다면 누구나 기술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더 넓은 시야, 더 깊은 안목을 갖고,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끈기 있게 도전하기 바랍니다.” – 김균형 HE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고, 틀을 깨는 과감한 시도를 하세요. 역량 개발을 꾸준히 하고 구성원들과 잘 소통하는 등 VWBE가 외부로 발현된 패기 있는 자세로 일하길 당부합니다.” – 권영대 마스터

“저는 프로그래밍 역량을 미리 키운 덕분에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제 할 일을 꾸준히 하며,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길 바랍니다.” – 신정일 마스터

한편, 지난해 정년을 맞은 이희열 HE는 당사에서 처음으로 정년을 넘어 일하는 기술 전문가로서, 올해에도 HE로 근무하며 지속해서 기술 역량을 발휘하고, 후배들에게 기술 역량을 아낌없이 전수하는 멘토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SK하이닉스에는 구성원 성장 및 기술력의 기반이 되어주는 DE·HE, 명장·마스터가 곳곳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희열·김균형 HE, 권영대·신정일 마스터는 앞으로도 회사의 기술력을 높이는 마중물이자 최고 전문가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계획이다.

]]>
/2025-he-master-interview/feed/ 0
정년 없이 일하는 최고의 현장 전문가 ‘2023 SK하이닉스 마스터’로 선정된 박승민·최종덕 기성 인터뷰 /2023-masters/ /2023-masters/#respond Wed, 20 Dec 2023 14:59:00 +0000 http://localhost:8080/2023-masters/ SK하이닉스는 박승민·최종덕 기성을 2023년 ‘마스터’로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처음 도입한 마스터는 정년 없이 근무하는 현장 최고의 기술 전문가로, 장비 유지 및 보수를 담당하는 메인트(Maintenance) 직군 내에서 가장 높은 직책에 해당한다.

회사는 제조∙생산 분야에서도 고도의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판단, 현장 기술자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하고 계승하기 위해 ‘명장’과 ‘마스터’ 직책을 도입한 바 있다. [관련기사]

명장은 현장 최고 수준의 기술 전문가로 여러 난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기서 나아가 마스터는 명장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역량과 전문성을 지닌 구성원 중에서 선발되는데, 이들은 난제 해결은 물론 지식을 문서화하고 다음 세대 명장과 마스터를 기르기 위한 롤모델 역할을 수행하며, 경영진과 함께 의사 결정에도 참여한다.

무게 있는 직책인 만큼 마스터는 검증 및 선정 과정도 면밀하게 이뤄진다. 실력과 평판을 갖춘 명장이 후보자로 선정되면, 기술 면접과 구성원 평가가 진행된다. 여기에 경영진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마스터가 선정된다.

SK하이닉스는 마스터 제도를 점차적으로 확대 운영해 현장 기술 인재들이 경력을 확장하며 성장해 나가고, 회사의 기술 노하우가 보존, 계승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가, 박승민 기성

기반기술센터 박승민 기성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문제를 개선하는 것으로 사내에서 유명하다. 28년차 박 기성의 주 업무 분야는 전자현미경으로 반도체의 내부를 계측해 구조적인 오차를 줄이는 일이다. 그는 수많은 난제를 해결하며 명장 of The Year Challenge상, VWBE(Voluntarily Willingly Brain Engagement) 실천상, 우수사원상 등 다양한 수상 기록을 세웠다.

그는 2018년 명장이 된 후에도 굵직한 프로젝트를 여럿 성공시켰는데, 2019년에는 전자현미경의 고질적 문제였던 오측정 이슈를 해결했으며, 이후에는 장비간 계측 수치에 오차가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냈다.

박 기성은 명장에 이어 지금의 마스터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경쟁력으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때까지 매달리는 ‘해결사 기질’을 꼽았다. 그는 “여러 기술 난제가 산적할 때 단기적인 미봉책으로 막기보다는 문제의 근원을 파악하고 재발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며 “문제에 집요하게 매달려 끝끝내 해결책을 찾아내려는 태도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기성은 사내에서 ‘일타강사’로도 유명하다. 그는 전자현미경에 대한 깊은 지식을 인정받아 사내 장비기술 트레이닝 센터 강사로 활약했는데, 2017년에는 수강 구성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최고 평점을 기록했다. 명장에 이어 마스터가 되는데 발판이 된 성과였다. 하지만 박 기성은 여기 안주하지 않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택했다.

박 기성은 “강사로도 인정받았지만 스스로 더욱 필요하다고 느낀 현장에서 더 큰 성과를 거뒀다”며 “고난 속에 성숙한다는 말이 있듯이 과감한 도전이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명장에 이어 마스터가 되고 나니 이 직책에 도전하는 동료들이 많아졌다”며 “마스터 제도가 현장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성과를 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박 기성은 “마스터로서 구성원이 존경할 만한 롤모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향후 발생하게 될 문제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먼저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어떠한 난제도 두려워하지 않는 기술 베테랑, 최종덕 기성

올해 26년차인 D램개발담당 최종덕 기성은 2019년 명장에 선발된 이후 명장 of The Year 특별상우수사원상을 각각 두 번이나 받은 화려한 수상 경력의 소유자다. 1997년 입사해 19년 동안 D램 웨이퍼 테스트 업무를 해온 그는 2017년부터는 패키지 테스트 업무를 맡아 두 가지 분야에 통달한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최 기성은 “처음 패키지 테스트라는 업무를 맡았을 땐 어려움이 컸지만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고, 이것이 명장에 이어 마스터가 된 발판이 됐다”며 “특히 이천의 신규 팹(FAB)인 M16 안에 패키지 테스트 라인을 설치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M16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장비 이설이 필요했지만 패키지 테스트를 맡은 구성원 대부분 경험이 없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세히 진행 과정을 살펴보며 구성원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해 나갔고 그 결과 성공적으로 이설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최 기성이 속한 부서는 무사고로 대규모 라인을 설치한 것은 물론, 안전성까지 인정받아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하는 우수연구실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값진 성과를 만들어낸 비결은 기술력이었지만, 최 기성은 또 다른 포인트로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협업하는 구성원들의 입장과 어려움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달려있다”며 “경직된 분위기에서 업무 지시만 하는 방식 대신 구성원들의 개성과 의견을 존중한 결과, 진정성 있는 협업을 끌어냈고 결국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기성은 또 ‘적극성’을 강조했다. 그는 “모두가 꺼려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 일에 대한 목적이 분명하면 일단 뛰어드는 편이다”라며 “결과를 미리 걱정하지 말고 나의 역할과 그 과정에 충실하면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기성은 마스터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오랜 근무 경력의 기술 인재들이 경험을 낭비하는 일 없이 회사와 사회에 기여하는 길을 열어줬다”며 “앞으로 마스터로서 개발 인프라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장비 효율을 높이고, 후배 구성원들이 명장과 마스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
/2023-masters/feed/ 0
[직장인 공감 토크: 요즘, 어때] ‘회사가 창업 도와줬다 말하면 모두 깜짝 놀라죠’ 하이개라지로 스타트업 CEO가 된 김승환 기정의 이야기 /hygineer-talk-how-are-you-doing-5/ /hygineer-talk-how-are-you-doing-5/#respond Thu, 26 Oct 2023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hygineer-talk-how-are-you-doing-5/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안고 있을 여러 고민, SK하이닉스 구성원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간다. 뉴스룸에서는 매월 각양각색의 하이지니어를 만나 솔직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직장인 공감 토크: 요즘, 어때] 시리즈를 연재할 예정이다.

GSF솔루션 김승환

“창업 후 회식 자리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세운 계획이 있는데, 그때 그 목표를 지금 거의 이뤄가고 있어 정말 뿌듯합니다.”

안녕하세요. 2004년에 SK하이닉스 장비기술팀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22년 하이개라지 4기로 선발되어 지금은 ‘GSF솔루션’이라는 회사를 창업한 CEO 김승환입니다.

경영에 눈 뜬 엔지니어, ‘하이개라지’로 창업의 문을 열다

저는 원래 창업을 꿈꾸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줄곧 장비 엔지니어로 살며 2017년에는 사내 명장*으로 뽑혔고, 2018년에는 ‘대한민국 엔지니어’ 상을 받아 제 일에 대한 자부심이 컸습니다. 그리고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동료들과 일하는 것이 만족스러운, 가족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대한민국 평범한 가장이기도 했습니다.

* 명장: SK하이닉스는 Maintenance 구성원 중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이를 ‘명장’으로 선발한다. 명장은 SK하이닉스의 최고 기술 전문가이자 다음 단계인 ‘마스터’의 후보다[관련기사]. (SK하이닉스 기술 전문가 커리어 패스: Maintenance → 명장 → 마스터)

GSF솔루션 김승환

그러던 제가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경영학 공부를 시작하고부터였습니다.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따면서 회사 경영이 마치 ‘한 사람을 키워내는 과정’과 같아서 마음이 끌렸습니다. 그리고 배운 내용을 현실에서 실제 경험해 보고 싶어 SK하이닉스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하이개라지(HiGarage)’에 지원했습니다.

하이개라지는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구성원에게 사업화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으로 누구나 지원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선정되면 2년 동안 회사에서 창업을 준비합니다. 그 기간에는 현업에서 벗어나지만, 월급은 지급받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덜고 창업에 집중할 수 있어 큰 힘이 되었습니다. 타사 창업 지원 내용을 살펴봐도 이처럼 길게 겸직의 기회를 주는 곳은 드물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이개라지 창업 프로세스

이 외에도 창업 교육, 전용 공간, 활동비, 투자 연계 등 사업에 필요한 요소를 지원해 주고, 마지막에는 사내 사업화로 회사에 남을지 스핀오프(Spin-Off, 독립 분사) 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독립을 선택하더라도 3년 이내에는 SK하이닉스에 재입사할 수 있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게 해줍니다.

공정 사고를 예방하는 솔루션 제안

저는 2022년에 하이개라지 4기에 지원했고, 제조 공정을 모니터링해 이상을 탐지하고 사고를 방지하는 ‘실시간 분석 시스템(Fault Detection Classification)’을 제안했습니다.

FAB(반도체 생산 라인) 엔지니어로서 공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비용 손실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인명 손실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예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GSF솔루션 김승환

그래서 저는 FAB 전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안했습니다. 반도체 FAB은 3개 층으로 구성되는데, 1개 층에는 칩을 양산하는 주요 설비가, 2개 층에는 이를 보조하는 부대설비가 있습니다. 주요 설비 층은 엔지니어들이 근무하고 있는 반면, 부대설비 층은 사람 통행은 적으나 전원, 냉각, 가스를 다루는 곳이라 사고 발생 시 피해가 커질 수 있는 곳입니다.

FAB 3개 층의 모든 장비를 실시간으로 통합 모니터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FAB 내부 규모상 통신이 복잡하고, 국산/외국산/구형/신형 등 다양한 장비에서 내보내는 데이터(파라미터라고도 부름)가 달라 하나로 통합하여 수집하기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한 아이템은 데이터를 간편하게 모을 수 있는 솔루션 시스템이었습니다.

▲ 하이개라지 모집 홍보 모습과 온라인 아이디어 투표 과정

실시간 분석 시스템 아이디어를 하이개라지에 내놓았을 때, 많은 구성원이 공감해 줄지 궁금했습니다.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소재와 장비 개발에 집중되어 있어 사고 예방을 위한 시스템 솔루션이 큰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제 예상과 달리 많은 구성원이 응원과 관심을 보내주었고, 필요성을 인정받으며 최종적으로 선정될 수 있었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만나기 위해, 독립을 결심하다

하이개라지에 아이템이 선정된 후 저는 창업에 매진해 왔고, 최종적으로 사내 사업화와 스핀오프라는 갈림길에서 스핀오프를 선택했습니다. 그 이유는 회사 내 한 번의 프로젝트로 끝내기보다는 세상으로 들고 나가 계속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발전하는 솔루션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 솔루션 개발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에게 진정으로 보답하는 방법은 제안했던 솔루션을 더 완벽하게 개발해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스핀오프를 하게 되면 보다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 실시간 분석 시스템을 신속하게 고도화할 수 있을 거란 판단도 있었습니다.

GSF솔루션 김승환

대표가 된 후 책임감은 더 커졌습니다. 제가 내린 하나의 결정이 회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이제 제 가족뿐 아니라 직원들도 책임져야 하니 부담감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꿈을 이룬다는 행복도 함께 커졌습니다. 과거에 구성원들과 회식 자리에서 세운 계획이 있는데, 그때 이야기한 것을 지금 거의 이뤄가고 있어 뿌듯합니다. 말에 불과했던 비전을 빠르게 현실로 만들고자 누구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되며, 목표한 바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대표로 일하는 가장 큰 매력입니다.

▲ GSF솔루션이 받은 상장과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

현재 GSF솔루션은 10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 제품의 개발을 끝내고 적용 단계에 있으며, 앞으로 추가적인 R&D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며 조사해 보니 실시간 분석 시스템이 다른 나라에서는 상당히 발전되어 인텔, TSMC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벌써 실시간 분석 시스템과 관련된 특허를 앞다투어 출원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해 국내 반도체 산업에 기여하고 상생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도전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

새로운 도전에 망설이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제가 경험해 보니 ‘도전’은 사람이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 중 하나입니다. 인생을 거쳐오며 유년 시절, 신혼, 자녀 양육 과정에서 큰 행복을 느꼈고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줄 알았는데, 창업에 도전하며 이에 맞먹는 행복을 느꼈습니다. 회사 운영은 하루하루 파란만장한 일이지만, 함께하는 사람들과 같은 미래를 향해 헤쳐 나가는 과정이 삶의 희열을 느끼게 합니다. 오랫동안 품어온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기회의 문이 항상 열려있습니다. 도전하세요!

GSF솔루션 김승환

]]>
/hygineer-talk-how-are-you-doing-5/feed/ 0
한 청년이 30년 반도체 베테랑이 되기까지.. 제1호 SK하이닉스 ‘마스터’의 탄생 /the-first-master/ /the-first-master/#respond Sun, 15 Jan 2023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the-first-master/ 1_940X520_수정

모든 분야마다 ‘구루(Guru, 스승, 선각자)’가 있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독보적인 입지와 새로운 길을 개척해내고, 그 분야의 발전과 후진 양성을 위해 그동안 쌓은 지식과 비법을 묵묵히 기록하고 전파하는 이들이 그러하다.

최근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 현장에서 이러한 구루의 역할을 공식화했다. 장비를 유지보수하는 현장 메인트(Maintenance) 직군 커리어의 최고 단계로 ‘마스터’ 직책을 신설한 것. 이는 기존 ‘명장’ 직책의 다음 단계로, 마스터는 사내 구루가 되어 반도체 제조 현장의 지식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다양한 문제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고문(Advisor) 역할을 맡게 되며, 그에 걸맞은 명예와 대우를 받게 된다.

반도체는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제조∙생산 등 현장 업무도 매우 중요하다. 머리카락 두께의 1만분의 1 수준의 초미세 공정이 다뤄지는 분야이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아주 정교한 기술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수많은 장비, 방대한 양의 데이터,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되지만, 그 가운데 가장 없어선 안 되는 존재가 바로 ‘인재’다. 특히, 제조 현장에서 쌓인 인재의 경험과 노하우는 제품의 수율 및 품질 향상, 신기술 개발 등 회사의 기술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부분이다.

SK하이닉스는 이만큼이나 중요한 현장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구성원의 동기 부여와 성장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마스터 직책을 신설하게 됐다고 밝혔다.

3_1000X670 수정다시

이번에 신설된 마스터는 기존 ‘명장’의 다음 단계이자 메인트 직군 내 최고의 커리어다. 명장이 현장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거나 개선하는 전문가라면, 마스터는 전문가를 뛰어넘어 사내의 솔루션에 대한 ‘기록’과 ‘조언’을 전이∙전파하는 구루라고 할 수 있다.

마스터는 현장에서 축적된 지식을 문서로 남겨 백서화하고,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조언을 제시한다. 특히, 정년이 없기 때문에 각자 보유한 경험적 자산을 오랫동안 조직과 구성원에게 전수해줄 수 있다.

3_1000X670 복사 7

마스터는 현장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막중한 직책이기 때문에, 선발 시 여러 단계의 검증 절차를 거친다. 우선, 명장 중에서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성과 및 후배 육성 등에 크게 기여한 명장을 후보로 선정한다. 이들 중에서 심층 면접을 통해 기술 역량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협업 중인 구성원이나 동료 명장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전문성은 물론 인성 면에서도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평가한다. 여기에 매년 치러지는 인사 평가 결과와 함께, CEO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의 최종 심의를 거쳐 마스터를 선발하게 된다.

079A2165 복사

▲ SK하이닉스 Tech. Talent 담당 김형환 부사장이 기존 명장 직책의 다음 단계로 신설된 마스터 직책과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마스터 직책과 함께 ‘마스터 테크니컬 리뷰 세션’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마스터, 명장, 조직 담당 임원이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임원이 현장 이슈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속하게 문제에 대한 지원을 의사결정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말 마스터 제도의 도입으로 아직까지는 마스터가 1명이지만, 차츰 마스터의 수를 늘려 구성원의 성장을 독려하고 나아가 현장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SK하이닉스 Tech. Talent 담당 김형환 부사장은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구성원은 SK하이닉스의 주춧돌이나 다름 없다”며 “사내에 반도체 생산에 기여하는 여러 부문이 있는데 각 부문별로 마스터를 발굴해 글로벌 일류 기술 기업의 필수 요건인 우수 인재 풀(Pool)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자리에 처음으로 오르게 된 제1호 마스터, 반도체 베테랑 마경수 기성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방진복이 신기했던 청년에서 반도체 베테랑이 되기까지

2_1000X670

안녕하세요. SK하이닉스 제1호 마스터, Etch 장비기술팀의 마경수 기성입니다.

Q. 1993년에 입사하셨습니다. 어떤 동기로 입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당시에는 반도체 회사라는 것이 생소했는데, 마치 우주복같이 생긴 방진복을 입고 일하는 모습이 신기해 관심이 갔어요. 입사했을 땐 장비기술팀에서 장비 설치와 정비 업무를 맡았습니다.

Q. 현재 계신 Source / TTTM* 에서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비유하자면 반도체 공정의 건강검진을 맡고 있습니다. 장비의 상태 데이터인 소스 파라*를 분석해 장비 이상 여부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일을 합니다.

* TTTM(Tool To Tool Matching): 장비 간 오차를 줄여 퍼포먼스를 동일하게 조율하는 업무
* 소스 파라(Source Parameter): 장비의 실시간 상태를 보여주는 원천 데이터

079A2192 복사

Q. 근무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는 무엇인가요?

표준 통제 시스템 Global FDC* System의 개발과 성공적인 도입을 꼽고 싶습니다.

* FDC(Fault Detection Classification): 소스 파라를 통해 장비의 상태와 이상 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시스템

SK하이닉스에는 이천, 청주, 우시에 여러 개의 팹(FAB)이 있습니다. 팹이 여러 곳이어도 각 팹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은 동일해야 합니다.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려면 거꾸로 공정 내 장비의 품질/퍼포먼스를 관리해야 합니다.

엔지니어로 근무할 당시에는 팹 간에 통일된 기준이 없어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사용하는 용어, 장비 상태 감지 시스템, 장비 이상으로 인식하는 데이터의 기준 등이 팹마다 달랐던 것이죠. 문제의식을 느껴 이를 통일할 시스템이 필요하단 점을 제안했습니다. 마침내 2018년에 승인을 받아 사내의 투자 지원을 따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워룸*에서 3년 동안 치열하게 진행한 결과, 성공적으로 개발과 도입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 워룸: War Room, 프로젝트에 관련된 구성원들이 부서에 관계없이 한 공간에 모여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 제조/기술 부문에서 시작된 SK하이닉스만의 문화로, 의사소통이 빠르고 업무가 밀도 있게 진행되는 것이 전쟁 같다고 하여 워룸이란 이름이 붙음

Q. 마경수 마스터님이 현장에서 느끼신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반도체 제조 현장은 고가의 최첨단 장비와 기술로 고품질 제품을 만들어내는 침묵의 전쟁터입니다. 하지만 기술이나 장비가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현장 관리 영역이죠.

장비가 가동되는 현장에서는 공정, 장비, 자동화 설계자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현장 메인트입니다. 데이터가 알지 못하는 세부적인 문제 해결 노하우를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079A2090 복사

▲ 마경수 마스터가 입사 때부터 기록한 업무 노트. 마경수 마스터의 기록은 후배 구성원들이 업무에 참고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Q. 올해로 근속 30년이 되셨습니다. 어떻게 이 길을 30년 동안 걸어올 수 있으셨는지요.

벌써 30년, 지나고 보니 순간이네요. 세월이 흑백 필름처럼 빠른 속도로 지나갑니다. 30년간 한 곳에 있게 해준 회사에 감사하고, 흔들리지 않은 저 자신에게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어떻게 한 가지 일을 30년 동안’이라… 사실 ‘이 길이 맞는가?’라는 질문은 제게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다만 저는 입사 때부터 지닌 마음이 있는데,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주도적으로 진심을 다하자”는 것입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업무도 내가 어떻게 보고 어떻게 행동하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업과 적성이 100% 일치하는 내 길을 찾기는 어렵지만, 내가 있는 환경에서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영역이 점진적으로 커지고 나만이 걷고 있는 길을 발견하게 됩니다.

079A2048 복사

Q. 마스터가 되기 위해선 구성원의 인정도 중요한데, 직장 내 인간관계를 풀어나가는 본인만의 팁이 있으신지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는 각자의 R&R(Role & Responsibility, 역할과 책임)을 가진 수많은 팀과 개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표면적인 R&R 외에 업무 사이를 연결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R&R이 존재합니다. 저는 이 Gray Zone(영역이 불분명한 부분)을 항상 먼저 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진심으로 상대의 입장을 바라봐야 합니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 반드시 피드백을 주는 것, 그리고 상대가 거리낌 없이 나를 계속 찾아오게 만드는 것. 업무가 파편화되지 않도록, 모르는 것은 질문하고 처음이라 알 수 없는 일은 함께 헤쳐 나가면 갈등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고 봅니다.

079A2230 복사

Q. 마지막으로 최초의 마스터로서의 포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최초’라는 수식어는 항상 부담이 됩니다만, 늘 그랬듯 환경 탓, 사람 탓하지 말고 주도적으로 일해 현장 메인트 직군이 더욱 빛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the-first-master/feed/ 0
[명장] 날카롭고 단단한 금속 트위저를 통해 ‘기술명장’ 김진환 기정의 집념을 엿보다 /a-peek-at-jinhwan-kims-tenacity/ /a-peek-at-jinhwan-kims-tenacity/#respond Fri, 14 Aug 2020 00:00:00 +0000 http://localhost:8080/a-peek-at-jinhwan-kims-tenacity/ 기술명장김진환기정_도비라

김진환 기정(D-PKG FRONT기술팀)은 반도체의 전기적 연결을 돕는 Wire Bond 공정에서 엔지니어로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Wire Bond 공정 현장에 혁신을 이끄는 데 앞장서는 그는 SK하이닉스의 명실상부한 기술명장이다.

그의 곁에는 늘 날카로운 재질의 ‘트위저(Tweezer)’가 함께하고 있다. 트위저는 금선(Gold Wire)을 삽입할 때나 금선이 잘 접합이 됐는지 확인할 때 사용하는 기구로, 김진환 기정이 업무할 때 꼭 필요한 업무용품. 라인 바깥 사무 공간에 있을 때도 그의 주머니 속에 여분의 트위저를 더 넣어둘 정도다. 뉴스룸은 이 트위저와 함께 김진환 기정이 SK하이닉스에서 걸어온 지난 26년의 세월을 함께 되돌아보고, 앞으로 그가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세밀한 작업이 필요한 ‘Wire Bond 공정’, 날카로운 금속 트위저와 함께하다

반도체 제조공정은 크게 웨이퍼 제조와 웨이퍼 가공, 패키지 공정으로 나뉜다. 이 중 패키지 공정은 반도체 칩이 외부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드는 과정으로 반도체 제조공정 중 가장 마지막에 진행된다. 이 단계에서는 반도체 칩과 PCB(기판)를 ‘금선(Gold Wire)’으로 연결하는 ‘Wire Bond 공정’이 진행된다.

이때 금선의 형태나 방향, 그 어떤 것 하나라도 잘못 배치된다면 반도체 칩이 동작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보다 세심한 작업이 필요하다. 그는 이러한 Wire Bond 공정의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며, 효율적인 공정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기술명장김진환기정_소컷11

“최근에는 Wire Bonding 장비의 재가동(Recovery) 기능을 개발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는 장비에 탑재된 카메라가 이미지를 캡처해, 데이터 분석을 거쳐 불량 여부에 따라 장비 스스로 작동 여부를 판단하는 시스템입니다. 장비가 멈추면 구성원이 직접 작동 버튼을 눌러야 했던 기존 방식에 비해 훨씬 더 편리하게 작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선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18㎛(마이크로미터) 굵기로 매우 가늘어 손가락으로는 잘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Wire Bonding 장비에 금선을 삽입할 때는 반드시 트위저가 필요하다. 또한 접합된 금선을 현미경에서 확인할 때도 트위저를 사용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금속 트위저는 Wire Bonding 장비에 금선을 삽입할 때뿐만 아니라 공정이 잘 이뤄졌는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때도 유용합니다. 지금도 항상 트위저를 2~3개씩 가지고 다닙니다. 트위저 끝이 마모되지 않도록 세라믹 재질로 특별히 제작할 정도로 애정이 깊은 물건입니다”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한 그의 ‘집념’, Wire Bond 공정에 ‘혁신’을 불러오다

김진환 기정은 SK하이닉스에서 보낸 오랜 세월의 대부분을 Wire Bond 공정과 함께했다. 입사 당시인 1994년 웨이퍼의 양품(良品) 여부를 검사하는 웨이퍼 Test 공정에서 프로브 카드1)(Probe Card)를 유지보수하는 업무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군 제대 후 SK하이닉스로 돌아와서는 지금까지 Wire Bond 공정 유지관리 업무를 해오고 있다.

현장에서 오랜 세월 경험을 쌓아온 만큼, Wire Bond 공정의 장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김진환 기정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한 Wire Bond 공정 업무 개선을 통해 얻은 성과는 공정 효율을 크게 끌어올려 공정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 기술명장에 오르는 영광도 안았다.

1) 프로브 카드(Probe Card) : 반도체의 동작을 검사하기 위해 반도체 칩의 회로를 탐침해 분석하는 장치

기술명장김진환기정_소컷10

1998년 그는 Wire Bond 공정에 배치돼 설비 유지보수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업무 환경은 지금과 비교하면 상당히 열악했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장비 유지보수에 최선을 다했지만 상황이 쉽게 호전되지 않았고, 힘들어하는 구성원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 김진환 기정은 업무 환경 개선에 나섰다.

“Wire Bond 공정은 타 공정 대비 장비의 크기가 작고 대당 생산량(Capacity)도 낮아 수백 대의 장비가 쓰입니다. 그래서 장비 고장 혹은 순간 정지가 다른 공정에 비해 2배 이상 발생되죠. 하지만 장비를 관리하는 구성원들은 한정돼 있어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업무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힘들 것이라는 판단 하에 Wire Bond 공정 개선 업무에 자원했습니다”

김진환 기정은 먼저 Wire Bonding 장비 업체에 찾아갔다. 장비의 가동 메커니즘을 익히며 끊임없이 실무적인 검증을 거쳤다. 회사로 돌아와선 이를 응용하며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개선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는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개선점을 찾았다.

기술명장김진환기정_소컷08

이런 노력 덕분에 Wire Bond 공정에는 두 가지 변화가 찾아왔다. 첫 번째는 금선 연결 속도를 기존 대비 20% 향상시킨 것. 이로 인해 MTBA(Mean Time Between Alarm, 설비가 고장 없이 가동되는 평균 시간) 수준을 100분에서 600분대로 늘려 업무 환경 개선에 큰 기여를 했다.

“금선끼리 접촉하거나 칩의 접합 면 외에 다른 부분이 닿지 않게 적절한 고리의 모양(Loop Shape)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고리를 형성하는 작업은 매우 세밀해 생산속도가 낮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속도를 무리하게 높이면 불량이 발생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비 업체에 직접 찾아가 올바른 고리 궤적에 대한 교육을 받은 뒤,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고리의 모양을 만드는 횟수를 4회에서 2회로 감소시킬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생산 속도를 높이면서도 불량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약 2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성과도 얻을 수 있었죠”

두 번째는 Capillary(Wire Bond 공정에서 금선을 반도체 칩과 PCB 간 연결할 때 사용되는 접합장치) 세정장치를 개발해, 사용주기를 연장시켰다. 당시 이 장치의 교체시기는 이틀의 한 번으로 주기가 짧았고, 수리를 위해서 투입되는 구성원도 많았다. 그가 개발한 세척 기능을 통해 Capillary를 바꾸지 않고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사용 주기를 5배 연장시킬 수 있었다. 이로 인해 Capillary 소모 비용을 절감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

이는 모두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자세와 집념 어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늘 경쟁사와 동종업계의 동향을 살피는 것은 물론 더 나은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한계를 늘 극복해나가는 업무 마인드로 불철주야 노력했다. 그가 이처럼 업무에서 집념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특히 SK하이닉스의 구성원들은 기술력이 뒤쳐진다면 도태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제 집념을 더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타이틀 ‘기술명장’, 김진환 기정이 나아갈 길

김진환 기정은 이처럼 많은 성과를 내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최근 기술명장으로 선정됐다. 기존 업무인 장비 유지보수 관리자 업무와 더불어 기술명장만이 할 수 있는 업무에도 전념할 계획.

기술명장이 된 그의 시야는 더욱 넓어졌다. “기술명장이 되면서 SK하이닉스가 추구하는 시일사학(시스템이 일하고 사람은 학습한다)의 기조에 맞게 장비 자동화 시스템 분야에 전념해야겠다는 새로운 마인드가 생겼다”고 말했다.

기술명장김진환기정_소컷02

김진환 기정이 기술명장으로서 수행 중인 프로젝트도 이러한 마인드와 부합하는 바가 있다. 현재 그는 ‘FDC(Fault Detection & Classification)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이다.

“지금까지는 장비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앞으로는 장비 고장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장비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발견하는 FDC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입니다. 이 시스템은 장비에서 출력된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문제의 원인을 탐색하고, 해당 원인이 나타날 조짐이 있을 때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입니다”

후배를 양성하는 것도 기술명장의 주요 임무 중 하나다. 김진환 기정은 후배들에게 수시로 경쟁사의 정보와 반도체 업계의 동향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한편, 장비나 특화 기술에 대한 교육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는 “유지보수 관리 업무 시에 장비에 사용되는 원부자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후배들의 견문을 넓혀주고 싶어 직접 장비 업체와 스케줄을 맞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Wire Bond 공정 관리자로서, 또 기술명장으로서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고 있는 김진환 기정. 이미 많은 것을 이뤘지만, 아직 그가 SK하이닉스에서 할 일도 많이 남아 있다. 앞으로 SK하이닉스에서 도전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봤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에 맞춰 자동화를 구축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에 대한 역량을 쌓을 계획입니다. 향후 자동화 또는 장비 모니터링 기능 구축을 위해서는 전산 시스템에 대한 역량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사 차원에서 진행 중인 장비 지능화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장비에 관한 지식과 전산에 관한 역량을 모두 갖춘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기술명장김진환기정_소컷03

마지막으로 목표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물었다.

SK하이닉스의 Wire Bond 공정이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질 수 있도록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여기에 회사의 일원으로서 경제적, 사회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목표를 이루는 날까지 멈추지 않고 달려가겠습니다”

]]>
/a-peek-at-jinhwan-kims-tenacity/feed/ 0
[명장] 전자현미경과 함께한 25년, ‘기술명장’ 박승민 기정이 묵묵히 걸어온 길 /the-path-that-parks-silently-walked/ /the-path-that-parks-silently-walked/#respond Wed, 12 Feb 2020 00:00:00 +0000 http://localhost:8080/the-path-that-parks-silently-walked/ 01

박승민 기정(제조/기술 DMI 기술혁신팀)이 SK하이닉스에서 걸어온 길에는 항상 반도체 계측 장비인 ‘전자현미경’이 있었다. 그에게 전자현미경은 그의 주 업무 분야인 동시에, 배우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완성한 그의 자부심. 그는 전자현미경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늘 불철주야 노력했고, 그 결과 ‘기술명장’의 자리에도 오를 수 있었다.

SK하이닉스에 몸담은 지난 25년간 엔지니어로서, 또한 기술명장으로서 전자현미경을 활용해 SK하이닉스에 기여한 성과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 SK하이닉스 뉴스룸은 이런 박승민 기정을 만나 그가 전자현미경과 함께 쌓아온 그간의 발자취를 들여다보고, 기술명장으로서의 행보와 앞으로의 미래를 살펴봤다.

전자현미경 하드웨어 난제 해결에 노력을 기울여온 ‘달인’

반도체는 수많은 생산 공정을 거치는데, 그 중에서도 불량 여부를 측정하는 ‘계측’ 공정을 거쳐야만 시장에 공개된다. 불량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는 없기에, 세밀한 계측 공정은 필수. 계측 공정은 수익과 직결되는 수율을 높이는 데에도 빼놓을 수 없는 공정이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계측 장비가 필요한데, 그중 전자현미경 CDSEM은 웨이퍼의 선폭을 측정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장비다.

05

“제가 속한 DMI 기술혁신팀은 반도체 공정의 불량률을 개선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개발하고, 계측 장비를 유지∙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계측 장비 중에서도 전자현미경인 CDSEM을 맡고 있죠. 만약 Photo 공정에서 무언가를 잘못 만들어졌다면, 어떤 부분이 오류가 있는지를 파악해 알려줘야겠죠? 이런 것들을 늘 주시하고 개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공정에 있어 이런 계측 장비의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계측 장비가 불량의 정도를 정확히 측정해줘야 차질 없이 원활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현재 그는 CDSEM 업무 중에서도 데이터 정합성을 위한 장비 개선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APC*(Advanced Process Control) 고도화를 위해서는 데이터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명감을 안고 지금도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APC(Advance Equipment Control) : 고급 공정제어 기술

“협력사에서 제공하는 장비 간 오측정의 편차 기준은 0.1n인데, SK하이닉스에서 정한 기준은 0.05n입니다. 협력사 기준으로는 장비에 오류가 없어도, SK하이닉스가 관리하는 스펙이 워낙 빡빡해 늘 이슈가 생기죠. 하지만 빡빡한 기준으로 장비 성능의 효율성을 높여야 데이터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장비를 개선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죠”

박승민 기정은 SK하이닉스에서 추구하는 스펙으로 데이터 정합성을 제공하기 위해 하드웨어 개선 평가 목적의 전자현미경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특히 최근에 연구 목적으로 제공받은 전자현미경을 늘 곁에 두고 업무에 활용하다 보니 어느새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업무 도구가 전자현미경이 됐다.

“5년 전 협력사로부터 하드웨어(H/W) 개선 평가 목적으로 언제나 필요할 때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 목적의 전자현미경을 확보했습니다. 그 이후로 제가 개선하고 싶거나 평가하고 싶은 연구 아이템이 있으면 언제나 이 전자현미경을 이용하죠. 계측 공정에 실제 사용돼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기 쉽지 않은 다른 전자현미경과는 달리, 이 전자현미경은 언제나 곁에 두고 분해하고, 장착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저만의 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술명장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 배우고자 하는 ‘간절함’

박승민 기정을 기술명장으로 이끌어준 것도 전자현미경이다. 그는 1995년 입사부터 현재까지 25년간 전자현미경 CDSEM 장비를 다뤄오며, 전자현미경 CDSEM 전문가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수많은 난제를 직접 경험하며 성장했고, 그 결과 무수한 성과를 내며 ‘기술명장’ 2기 자리에도 오를 수 있었다.

03

박승민 기정이 기술명장이 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성과는 사내 자체 인력만으로 전자현미경 CDSEM 포함한 계측 장비를 이설한 것.

“여러 장비를 이설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장비들을 고장이 나지 않게 분해해 이동시켜야 하는데, 이는 협력사의 지식재산권(IP)에 속해 있어 핵심 기술을 저희에게 가르쳐 주질 않죠. 기술 노출을 꺼려해 식사 시간이나 퇴근 시간 후 야간에 작업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를 배우고자 끼니도 거르고, 야근도 자주 했었죠. 그리고 작업공간에 돌아가서 배운 것들을 직접 장비에 실험했고, 그 결과 SK하이닉스의 구성원들과 함께 이를 무사히 이설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인건비, 비용 절감 등 경제적 측면에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배우기 위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는 그의 간절함이 가져온 성과. 협력사 업무를 어깨너머로 배우고, 직접 논문을 찾아보면서 공부한 뒤 이를 장비에 직접 적용시켜 보면서 난제들을 하나하나씩 해결했다.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장비에 오류를 적용시키면 고장이 나기 때문에 생산적인 측면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었던 것. 하지만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적인 자세로 난제 해결에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였다.

“난제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장비에 실험을 하다가 그 방법이 실패해 장비가 오래 멈췄었습니다. 리더에게 많이 혼났었죠. 그때 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발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도전적인 마음으로 업무에 임했습니다. 이런 시행착오 끝에 결국 실수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장비에 정립시킬 수 있었죠. 성장하는 과정에선 시행착오는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야 개인의 스킬업은 물론이고 SK하이닉스의 성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는 후배들에게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담당하는 기술 분야에서 최고가 되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며 “기술의 최고봉에 오를 수 있게 해당 분야의 명장을 멘토로 선택해 그 이상이 되겠다는 의지를 갖고 성실하게 분석하고 공부한다면, 언젠가 그 위치가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명장으로서 느낀 성취감의 맛,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다

기술명장이 된 이후 그는 전자현미경 CDSEM 난제 해결 관련 업무를 더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 2018년 상반기, 그룹 내 담당의 의지로 전자현미경 CDSEM 난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가 결성됐던 것. 하드웨어 전문가인 기술명장과 소프트웨어(S/W) 전문가인 APP’S 담당자들로 TF가 구성됐고, 여기에 박승민 기정도 참여했다. 최종적으로 이 TF에는 ‘Hunting issue’와 ‘장비 간의 Skew issue’를 해결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Hunting issue는 전자현미경 CDSEM의 고질적인 문제로 Defocus 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웨이퍼의 선폭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장비의 화면이 깨끗해야 하는데, Defocus 현상으로 오측정이 발생하는 것. 박승민 기정을 비롯해 TF는 수많은 파라(Para)*를 분석해 해결했다.

* 파라(Para): 반도체 소자를 동시에 처리하는 단위

07

Hunting issue를 해결한 후엔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 장비 간의 Skew issue 해결을 위해 연구에 돌입했다. 박승민 기정은 애장품인 전자현미경을 활용해 분석하고 평가했고, 마침내 키파라(Key-Para)를 찾아냈다. 끝내 전사 MI CDSEM 장비를 TTTM(Tool To Tool Matching)하는 표준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지난해 말 BIC(Best In Class)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가 전사적으로 적용 중이다.

“기술명장이 되고 난 후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를 풀어야 하니 책임감도 막중해지더군요. 스트레스가 이전보다 더 쌓였었습니다.(웃음) 하지만 끝내 Hunting Issue를 해결했고, 그보다 더 까다로웠던 난제인 장비 간의 Skew issue의 해결 방안을 찾았죠. 그때 느꼈던 그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06

그는 기술명장으로서 자신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은 물론, 후배들의 양성도 잊지 않고 있다. 사내강사 활동을 비롯해 후배들에게 틈틈이 자신의 노하우와 경험들을 공유하고 있다.

“현재 팀에서도 기술명장이 되고자 하는 후배들이 많아요. 저의 길이 어쩌면 후배들에게 또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를 알리기 위해 강의에 자주 나서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후배들의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어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낍니다”

08

끊임없이 노력해온 박승민 기정은 아직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마지막으로 기술명장으로서 그의 목표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물었다.

“전자현미경 유지∙관리 기준을 정리하고, 사람이 일일이 기준을 직접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하나둘씩 모여 언젠가 제가 개발한 기준이 SK하이닉스를 넘어 세계적인 기준이 되길 꿈꾸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를 전 세계에서 벤치마킹하는 그날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
/the-path-that-parks-silently-walked/feed/ 0
[명장] ‘기술명장’ 전용문 기정의 비밀병기, 회의록에 숨겨진 혁신의 해답 /the-answer-to-hidden-innovation/ /the-answer-to-hidden-innovation/#respond Thu, 23 Jan 2020 00:00:00 +0000 http://localhost:8080/the-answer-to-hidden-innovation/

전용문 기정(이천 P&T 소속 DRAM-WT제조팀)은 반도체의 작동 여부를 검사하는 핵심 장치인 프로브 카드(Probe Card)를 맡아 수년간 엔지니어로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본연의 역할을 다하며 제조 현장의 혁신을 일구는 데 톡톡히 기여하고 있는 그는 현재 자타가 공인하는 SK하이닉스의 ‘명장’.

그의 책상 위 모니터에는 회의록 한 페이지가 띄워져 있다. 회의록은 곧 전용문 기정의 신념과 업무 스타일, 그리고 SK하이닉스에서의 여정을 보여주는 상징 중 하나다. SK하이닉스 뉴스룸은 전용문 기정을 만나 그의 피땀 어린 회의록을 통해 그간의 발자취를 들여다보고, 기술명장으로서 앞으로 그가 그려갈 미래에 대해서도 함께 들어봤다.

거듭된 도전 끝에 ‘난제 해결 전문가’가 되다

전용문 기정은 Fab(Fabrication, 반도체 생산라인)의 마지막 Wafer TEST 공정, PCM(Probe Card Management) 파트에서 프로브 카드를 관리하는 엔지니어로 업무를 수행 중이다. PCM 파트에서 관리하는 프로브 카드는 완성된 웨이퍼(Wafer)와 테스터 장비 사이에서 웨이퍼의 불량 여부를 판별하는 장치다. 프로브 카드에 장착된 니들(needle)이 웨이퍼와 접촉해 전기를 보내고, 그때 돌아오는 신호에 따라 웨이퍼의 이상 유무를 판별하는 것.

“오랫동안 몸담았던 공정을 떠나 2013년 PCM 파트에 처음 입문한 이후, 늘 새로운 세계와 맞닥뜨렸습니다. 특히 프로브 카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때부터 1,000여 개에 이르는 현장의 수많은 로그를 모두 기록해 정리하기 시작했죠. 6개월 정도가 흐르니 조금씩 실마리가 풀리더라고요. 당시 현장의 로그는 저에게 전부나 다름없었죠”

그는 그렇게 PCM 파트에 발을 디딘 지 1년 만에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설비의 Down Rate(24시간 중 설비 가동이 정지되는 시간의 점유율)이 10%에 이르렀으나, 프로브 카드의 개선을 통해 이를 2%대로 대폭 단축해, 생산성을 향상시킨 것. 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는 데이터 분석과 창의적 문제해결(TRIZ) 등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일거양득이었다.

이후에도 도전과 성공이 거듭됐다. Fab 내 물류자동화가 확산되던 2015년, 웨이퍼를 이송하는 신규 설비에 문제가 발생하자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이를 해결했다. 이듬해에는 프로브 카드의 개조∙개선과 설비의 표준 정립을 통해 Magnum 장비의 Set-up 성공률을 60%대에서 85%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런 담금질 과정 끝에 그는 평범한 엔지니어에서 ‘난제 해결 전문가’로 한 차원 더 성장할 수 있었고, 2017년, 높은 기술 역량과 직무 노하우를 갖춘 구성원에게 수여되는 ‘기술명장’ 1기에 선정되며 그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기술회의’에서 얻은 혁신의 해답, 그를 기술명장으로 이끌다

PCM 파트에 배정받은 이후 전용문 기정은 한 달에 4번씩 진행하는 기술회의를 도입했다. 회의의 주된 내용은 프로브 카드의 개조∙개선을 통한 문제 해결과 성능 향상. 매주 직접 어젠다와 일정을 수립하고, 팀원들과 과제를 수행했다. 그리고 매 회의가 끝난 후 직접 회의록을 작성했다. 이 기술회의 덕분에 그는 기술명장이 되기까지 수 차례의 굵직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실제 전용문 기정이 작성한 회의록의 일부. Magnum 장비의 SET-UP 성공률 TF 진행 당시 웨이퍼 수율 저하를 야기한 프로브카드 왜곡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PCL(Probe Card Latch) 측정 툴 개발 및 시스템 구축으로 해외 업체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방식을 수립할 수 있었다.

“현재와 미래의 길잡이가 되어준 건 다름 아닌 회의록입니다. 기술명장이 되기까지, 그리고 기술명장이 된 지금도 역시 차곡차곡 쌓아온 회의록은 저의 큰 자산입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추진해 온 사항들을 통해 미래의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었죠”

그동안 겪었던 난제나 어려움은 없었는지 묻자, “혼자가 아닌 훌륭한 동료들이 있기에 대부분 함께 풀면 풀리는 문제였다”라고 말하는 전용문 기정. 기술회의라는 소통의 장을 통해 동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온 그는 원활한 소통과 성공적인 회의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의사결정 방식’을 꼽았다.

“한번에 많은 칩셋(die)을 테스트할 수 있는 성능의 프로브 카드를 가진 업체는 모두 해외 업체입니다. 언어가 다른 만큼 더 논리적으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회의를 통해 의사 결정을 할 때 명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자 노력합니다. ‘통계적 의사 결정’ 방식은 서로 트러블 없이 의견을 조율하기 수월할 뿐 아니라, 보다 더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기술명장의 사명은 끊임없는 자기개발”

기술명장이 된 이후 그는 프로브 카드 관련 업무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됐다. 지금은 ‘프로브 카드의 보관 및 이동 자동화 관련 표준 정립 및 개선’과, ‘데이터 분석을 통한 프로브 카드의 개선’ 과제를 진행 중이다. 세계 최초로 프로브 니들(Probe needle) 압력 연구 활동을 실현하고자 IoT 센서 구축 과제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구성원을 대상으로 회사에서 권장하는 통계분석 툴 중 하나인 JMP 사용법에 대한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과제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비결은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남는 시간을 쪼개 쌓아올린 학문적 성취들. 그는 청강문화전문대 소프트웨어학과,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거쳐 연세대학교 MBA경영 과정을 수료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이론적 기반을 닦았다.

회사에서 추진하는 데이터 분석 및 TRIZ(창의적 문제해결 이론) 등 문제 해결 기법에 대한 지식도 지속적으로 습득했으며, 실무역량을 기르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전자에 대한 이론적 지식과 부품 및 회로를 공부하기 위해 전자기사, 전자기기기능장, 통신설비기능장 등 자격증을 취득했고, 지금도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이어온 전용문 기정은 아직도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전용문 기정에게 자기개발은 기술명장으로서의 사명이기도 하다.

“기능장에 그치지 않고 기술사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설비자산 연구와 지식동아리 CoP(Community of Practice) 활동을 통해 회사의 설비자산경영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먼 미래에는 저만의 설비를 개발해보고 싶기도 해요. 예전부터 꿈이었는데 지금도 그 꿈은 여전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제가 몸담은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전문위원이 돼보고 싶은 꿈도 생겼습니다. 모두 다 성공할지는 모르겠습니다(웃음)”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은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쥐띠는 특히 신중하고 영리하며 부지런하기로 유명하다. 마침 오늘 만난 전용문 기정 역시 올해의 주인공, 쥐띠. 설을 앞두고 그에게 새해 다짐 한 마디를 부탁하자, 그는 대신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과 함께 동료들과 독자들에게 행복에 관한 글귀를 전했다.

]]>
/the-answer-to-hidden-innovation/feed/ 0
[명장] 레이저 포인터와 펜 한자루, ‘기술명장’ 김경진 기정의 평범한 듯 특별한 인생 이정표 /kims-extraordinary-life/ /kims-extraordinary-life/#respond Mon, 23 Dec 2019 00:00:00 +0000 http://localhost:8080/kims-extraordinary-life/ 명장_김경진03

이천캠퍼스 R2 분석실에 도착하자 장비 가동되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옆 사람의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이곳에서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업무가 이뤄진다. 오늘의 주인공, 기술명장 김경진 기정(DRAM개발 개발Infra팀)은 현재 반도체 공정 초기 단계에서 웨이퍼의 Fail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는 WFBM(Wafer Fail Bitmap) 업무를 맡고 있다.

분석실 한쪽에 위치한 사무실, 김경진 기정의 책상 위에는 손때묻은 레이저 포인터와 펜 한 자루가 놓여있다. 평범해 보이는 두 물건은 그가 하이지니어로서, 기술명장으로서 성장하는 데 특별한 이정표 역할을 해왔다. SK하이닉스 뉴스룸은 김경진 기정이 기술명장에 오르기까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그가 개척해나갈 길에 대해서 들어봤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불량 Zero’ 반도체가 탄생한다

Untitled-1

▲WT수율 분석에서 문제가 된 자재를 Chip의 어느 위치에 문제가 발생 하는 것인지 테스트하는 장치

웨이퍼가 메모리 칩으로 거듭나기까지는 수백 개의 공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불량을 줄이고 수율을 높이는 게 곧 반도체의 경쟁력.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제조공정의 기반이 되는 웨이퍼 단계에서부터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Fab에서 웨이퍼가 가공되어 나오면 WT(수율분석) 테스트를 통해 Major Fail을 찾는다. 그리고 Chip의 어느 위치에 문제가 발생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WFBM을 진행한다. WFBM을 통해 메모리 제품의 웨이퍼 단계에서 Fail의 유형을 분석해 문제를 야기한 공정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 김경진 기정은 WFBM 모듈장으로서, WFBM을 좀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Test Program을 개발 중이다.

01

“현재 WFBM Test Program 개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저는 주니어 시절 Etch 공정과 이미지센서 조립 라인에서 Maintenance 업무를 담당했어요. 하지만 현장 밖으로 업무의 폭을 넓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SK하이닉스 사내대학 SKHU에서 Program 관련 학과를 이수하며 끊임없이 공부했어요. 각고의 노력 끝에 NAND Flash 테스트 프로그램 개발 작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며 설계분석 업무를 처음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후 DRAM 분석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수행하게 된 그는 SK하이닉스 최초로 WFBM Solution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그리고 한 발짝 더 나아가 2016년부터 ‘Quick Test Director’ 개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DRAM 분석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Text base의 C Program을 이용했다면, 이 툴은 Graphic User Interface를 기반으로 하여 그림을 그려 누구나 쉽게 개발할 수 있다. 현재 김경진 기정은 이 툴을 현업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SKHU 강의를 진행 중이다.

“싸인은 무겁게, 목표는 확실하게” 기술명장으로 이끈 그날의 조언

입사 이후 현재까지 Maintenance, Hardware, Interface, Program 등 다방면으로 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굵직한 성과들을 일궈낸 그는, 그 공을 인정받아 2018년 기술명장 2기에 선정됐다.

04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며 최선보다는 최고를 추구하는 업무 방식을 체득했습니다. 어떠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목표를 설정할 때 굉장히 심사숙고하는 편이에요. 실현 가능성, 주변 인프라, 인력 구성 등 다방면으로 고민하죠. 그리고 한번 결정하면 그 길로 묵묵히 나아가는 것, 이것이 기술명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해요”

뚜렷한 목표 의식과 그의 신중한 면모는 김경진 기정을 기술명장으로 이끈 소양이었다. 그리고 레이저 포인터와 펜 한 자루는 기술명장으로서 전환점에 선 김경진 TL에게 이정표가 되어준 상징적인 물건이다.

03

“기장으로 진급할 당시 저희 형님께서 레이저 포인터와 펜 한 자루를 선물해주셨어요. ‘싸인은 무겁게, 목표는 확실히 하면 직장생활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함께 해주셨죠. 그 한 마디가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더라고요. 지금까지도 그 조언을 잊지 않고 결정은 신중하게, 목표는 뚜렷이 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내가 가리키는 곳이 곧 나의 방향성

기술명장 면접 당시 김경진 TL은 “반도체 핵심기술보다는 적정분석 기술에 힘쓰고, 이를 통해 제품 개발에 기여하겠다”며 스스로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는 적정분석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현업에 적용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고 있다.

05

“문제가 생기고 나서, 이를 해결하려고 하면 이미 늦은 겁니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는 더더욱 그렇죠. 고객은 기다려주지 않고 경쟁사는 저 멀리 가 있을 거예요. 기술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래를 예측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적정분석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극한의 환경에서 동작 가능한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 중이다. 김경진 기정은 이를 위해 적합한 환경에서 웨이퍼를 테스트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이밖에 필요한 적정분석기술을 개발 중이다.

06-1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메모리는 Refresh 동작이 필요 없고 고속 동작이 가능합니다. 양자컴퓨터에 활용되는 고성능 Device이죠. 얼마 전 양자컴퓨터 개발 성공 소식이 들려온 만큼, 머지않아 몇 년 후에 마켓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이에 대비해 자체 개발 기술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으며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도 진행 중입니다”

그와 오랜 시간 함께 한 레이저 포인터에는 스크래치가 가득했고, 펜에 달린 탄생석은 떨어져 나간 지 오래다. 낡은 두 물건의 모습을 통해 그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며 기술명장으로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08

“문득 세월의 흔적이 베어 있는 두 물건을 보며 ‘나도 낡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재의 SK하이닉스는 과도적인 상황이고, 더 큰 목표를 향해 기술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밀레니얼 세대 후배들이 들어오고 있고요. 이러한 환경에 맞게 스스로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추고,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늘 고민합니다. 지금의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부지런히 달려온 25년. SK하이닉스와 오랜 시간 함께 했지만 “마음만은 열혈 ”이라고 말하는 김경진 기정은, 기술명장이라는 타이틀에 자신을 맞추기 보다 ‘낡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스스로를 끊임없이 갈고 닦는다.

]]>
/kims-extraordinary-life/feed/ 0
[명장] 기록하는 ‘기술명장’, 마경수 기정의 오래된 노트를 엿보다 /peeking-through-the-old-notes-of-mr-ma/ /peeking-through-the-old-notes-of-mr-ma/#respond Mon, 11 Nov 2019 00:00:00 +0000 http://localhost:8080/peeking-through-the-old-notes-of-mr-ma/ 도비라

SUPEX센터 8층의 어느 한 사무실, 한쪽 벽면엔 ‘경쟁자를 이기는 수준’이란 글귀가 쓰여있다. 왠지 모를 비장함이 느껴지는 이곳은 바로 워룸(War Room). 조용하게, 하지만 예리하고 치열하게 각자의 임무를 수행 중인 이곳에서 오늘의 주인공, 기술명장 마경수 기정(SK하이닉스 Etch기술혁신팀)을 만났다. 다년간 생산라인을 종횡무진하며 장비의 ‘건강’을 책임져온 그는 현재 소스파라를 이용한 장비 이상 감지와 TTTM 관리, 이와 관련된 시스템 개선 및 개발 업무 등을 맡고 있다.

그의 책상 한켠에는 노트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한눈에 봐도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이 노트에는 기술명장에 오르기까지 현장에서 고군분투했던 지난날의 기록이 담겨 있다. SK하이닉스 뉴스룸은 업무 현장에서 그를 만나 빼곡히 필기된 글씨처럼 빈틈없이 치열했던 그의 여정과 SK하이닉스 기술명장을 넘어 그가 꿈꾸는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사람이 만든 장비, 사람이 못 고칠 순 없다’라는 신념으로

반도체 생산라인에는 공정을 처리하기 위한 수많은 장비가 존재한다. 그리고 각각의 장비에는 사람의 혈관에 해당하는 소스파라(Source Para)*가 내재화돼 있다. 마경수 기정은 소스파라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장비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장비간 오차를 줄여 퍼포먼스를 동일하게 맞추는 TTTM(Tool To Tool Matching) 업무도 맡고 있다.

*소스파라(Source Para): 장비의 실시간 상태를 대변하는 근원적 패턴 데이터(Pattern Data)

02

“건강검진을 받으면 각 항목에 따른 정상수치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초과 또는 미달되는 정도에 따라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죠. 제가 하는 업무도 이와 비슷합니다. 건강검진을 통해 미리 질병을 예방하는 것처럼, 장비의 결함 여부를 실시간으로 발견해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생산 신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품질 Part로 이동하며 워룸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기존 업무의 연장선에서 제조기술 부문의 구성원들과 함께 SK하이닉스의 모든 팹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는 ‘원팹(One Fab)’을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15년간 일하던 현장을 떠나 사무실로 나오게 된 2008년, 저에게 미팅 참석을 요청하는 메일 한 통이 왔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파트장님께서 잘못 보낸 메일이었죠. 그 사실을 모른 채 미팅에 참석했다가 그 사건이 계기가 돼 그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조직이 바로 Smart FDC TFT*이죠.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된 이 조직에서 어느새 그룹 총괄 담당자가 되었네요”

우연한 계기로 들어가게 된 Smart FDC TFT에서는 유독 크고 작은 품질 관련 이슈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난제를 해결해갔다.

* Smart FDC TFT: Smart Fault Detection Classficationdml의 약어로 Source Data의 Intelrock 관리 System

“M10에서 소스파라 업무를 할 당시, *인터록(Interlock)을 릴리즈(Release)하는 판단 기준이 엔지니어마다 상이해 품질 이슈가 발생하곤 했습니다. 인터록은 제품의 불량률을 줄이고 품질을 좌우하는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했죠. 그래서 일명 ‘풀프루프(Fool-proof)’, 누구나 인터록을 릴리즈해도 동일하도록 표준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생산라인에 외산 장비를 셋업(Set-up)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이슈를 분석하고 개선하는 일을 하기도 했고요”

* 인터록(Interlock): 최적화된 공정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장비의 작동이 중단되는 시스템. 올바른 조건에 맞춰질 때까지 작동을 중단함으로써 제품의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명장을 키운 현장에서의 15년, 그리고 15년간의 기록

업무를 하며 만나게 되는 수많은 난제를 분석하고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다 보니, 그의 기술 수준은 날로 발전해 어느새 ‘명장’의 경지에 오르게 됐다. 그 밑바탕엔 현장에서 축적한 오랜 경험과 노하우들이 있다. 특히 시절부터 매일매일 그날 처리한 업무에 대해 기록한 노트들은 난제에 부딪힐 때마다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주곤 했다. 마경수 기정을 기술명장으로 만들어낸 현장에서의 15년을 그의 노트를 통해 되돌아봤다.

07

마경수 기정이 현장에 처음 발을 디디게 된 93년 1월. 당시 6인치 웨이퍼가 주력이었던 SK하이닉스는 8인치 웨이퍼를 만드는 팹(Fab)을 건설하고 있었다. 이었던 마 기정은 E-1 프로젝트(200mm 1st Line)에 배치 받아 새로운 생산환경에 맞춰 장비를 셋업하고, 수시로 점검하며 트러블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맡았다.

“셋업 과정에서 실수도 많았지만 짧은 기간 내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이 경험이 지금의 밑바탕이 된 것 같아요. 현장에서 일하던 15년 동안 잠자는 시간이 아쉬웠고, 빨리 날이 밝기를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어제 점검하던 장비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그날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사람이 만든 장비, 사람이 못 고칠 수 없다는 신념이 있었고, 제 손과 제 눈으로 확인을 해야만 안심이 되는 피곤한 스타일이었죠. (웃음)”

* Gate Valve: 고진공의 역압을 유지하는 장치
* Leak: 고진공을 유지해야 하는 공간에 유체가 미세하게 유입 되는 현상
* Valve: 유체의 이동 통로에 설치되어, 유체의 양 or 방향, 압력을 조절 하는 장치

새 팹에 장비를 셋업하는 일은 이제 갓 입사한 에게 만만치 않은 임무였다. 마경수 기정은 현장에서 선배들의 가르침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모두 메모하기 시작했다. 장비의 컨디션을 시간 단위로 작성해 동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PC가 보급화되지 않았던 그 시절, 현장에서의 경험을 모두 기록한 이 노트는 마경수 기정만의 Office PC였다.

“ OJT 때부터 2008년까지 현장의 경험을 정리한 노트와 파일들이 이제 사무실 한 켠에 박스에 담겨져 있습니다. 보물 1호가 됐죠. 당시엔 몰랐는데, 퇴사한 선배님들이 제 노트를 많이 카피해갔다고 들었습니다. 10년 후에 알게 됐어요. 지금도 그 노트들을 한번씩 들여다보면 옛 생각에 웃음이 나옵니다. 유사한 문제가 생겼을 때, 과거의 기록을 보며 ‘이럴 땐 이렇게 해결했었지’하고 참고하기도 합니다.”

06-3

오랜 세월을 함께 한 현장을 떠나 Etch기술혁신팀에 오면서 작성한 PDC(Personal Development Card)에 적힌 마경수 기정의 장래희망은 ‘대한민국 명장’이었다. 그는 2017년 기술력과 리더십을 두루 갖춘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분야 최고 기술자 ‘기술명장’에 선정되며 그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입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이 회사에 다니는 이유’에 대해 곱씹었어요. 그렇게 꾸준히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기술명장이 되었고,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정말 뿌듯했습니다”

기술명장 그 너머를 향해…마경수 기정의 녹슬지 않는 꿈

08_txt02

SK하이닉스 기술명장에게는 난제 해결과 자기개발, 후배 양성이라는 세 가지 과제가 부여된다. 기술명장으로서 맡게 된 업무들이 늘어나면서 그는 요즘 SK하이닉스에 무엇이 도움이 될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업무적으로 큰 변화는 없었지만, 전체 업무를 바라보는 시야도 더욱 넓어졌다. 처음에는 파트에만 집중하면 됐지만, 팀 담당자가 되고 또 그룹 담당자가 되면서 관여하는 분야가 더욱 늘어난 것.

업무 외적으로는 타 부서의 요청으로 강의에 나설 기회가 더욱 많아졌다. 마경수 기정은 오래 전부터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소스파라와 TTTM 실무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그는 얼마 전 ‘우수강의 Top10’에 꼽힐 만큼 웬만한 스타강사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05

또 마경수 기정은 후배들에게 자신이 작성했던 PDC를 작성할 것을 권하며 목표를 갖고 꾸준히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때론 “10년 뒤의 모습이 지금과 똑같으면 실패한 사람이다”라며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무뚝뚝한 선배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술 한잔 기울이며 주저 없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든든한 선배다.

“자신이 하는 업무에 대해 의미를 찾지 못하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후배들을 많이 봐요. 하지만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혹은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도, 주어진 일에 자기주도적으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분명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 날이 옵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저도 현장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 그랬으니까요.”

SK하이닉스와 오랜 시간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마경수 기정. 처음 프로젝트를 배치 받고 장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필기했던 시절처럼, 그는 여전히 스스로 녹슬지 않도록 끊임 없이 스스로를 갈고 닦는다. 그런 그에게 앞으로 하이지니어로서, 기술명장으로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입사 이래 SK하이닉스는 그 어느 때보다 고속성장을 이루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늘 그래왔듯 꾸준함을 잃지 않고 맡은 바 최선을 다해,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됐던 한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래 전부터 소망하던 ‘대한민국 명장’의 꿈을 꼭 이루고 싶습니다”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에는 현재 M16 팹이 건설되고 있으며, 용인에는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선다. 팹이 늘어날수록 생산장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금까지 장비의 표준을 정립하는 일을 모두 인력으로 진행했다면, 이제는 ‘원팹’ 구축을 통해 후배들에게 ‘제대로 된 시스템’을 물려주고 싶다는 게 마경수 기정의 가장 큰 바람. 그는 오늘도 ‘소리 없는 전장’ 워룸에서 그 꿈을 이루고자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
/peeking-through-the-old-notes-of-mr-ma/feed/ 0
[명장] ‘기술명장’ 서성민 기정, 줄자와 함께한 23년 여정을 돌아보다 /23-years-journey-with-a-tape-measure/ /23-years-journey-with-a-tape-measure/#respond Thu, 10 Oct 2019 00:00:00 +0000 http://localhost:8080/23-years-journey-with-a-tape-measure/

서성민 기정(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R&D장비기술 White팀)은 공정상 꼭 필요하지만 사고 위험이 높은 Diffusion 장비를 안전하게 유지∙관리하는 중임을 맡고 있다. 장비 엔지니어로서 수많은 장비의 성능을 개선해, SK하이닉스 기술명장 1기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능력자이기도 하다.

그의 책상 위 줄자는 서성민 기정이 업무시간 중에는 한 시도 몸에서 떼어놓지 않는 그의 분신. SK하이닉스 뉴스룸은 오랜 세월 서성민 기정의 곁을 지킨 그의 애장품 ‘줄자’를 통해 그가 SK하이닉스와 함께한 23년과 그 기간 동안 이뤄낸 성과를 살펴보고, 기술명장으로서 앞으로 그가 만들어갈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를 기술명장으로 이끈 건 8할이 호기심…궁금한 건 직접 확인해야 직성 풀려

서성민 기정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장비 전문가다. 그가 현재 맡고 있는 장비만 17종, 100여 대에 달한다. 그는 이 장비들이 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관리하는 한편, 보다 효율적으로 구동하게 개선하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같은 그의 업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업무용품이 바로 ‘줄자’다.

“하나의 장비는 수많은 부품으로 구성돼 있고, 그 부품들이 잘 맞물려 돌아가야만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장비관리 담당자가 장비를 구성하는 각 부품의 치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죠. 장비 개선을 위해 새로운 부품을 도입하거나 내부 구조를 바꿀 때도 먼저 부품 크기와 들어갈 공간의 치수를 확인해야 합니다. 또, 부품 제작을 의뢰할 때도 설계도를 직접 그려줘야 합니다. 그래서 일할 때는 반드시 줄자를 챙겨야만 마음이 놓입니다”

늘 줄자를 곁에 두고 이것저것 재다 보니 궁금한 것이 생기면 참지 않고 바로 확인하는 습관도 생겼다. 이런 습관은 서성민 기정이 SK하이닉스 기술명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호기심이 강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현장에 직접 적용해 그 결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입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그때그때 전문가들한테 물어보는 편이죠. 지금도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다른 산업 분야의 현장을 찾아 다니며, 맡고 있는 업무에 적용할 부분이 있는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질이 현장에서는 다양한 장비 개선 성과로 이어져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쉬지 않고 노력하는 ‘노력파’…“후배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선배로 남고 싶다”

서성민 기정이 기술명장이 되기까지 걸어온 여정 역시 줄자와 많이 닮아 있다. 그는 늘리면 일반 자의 몇 배까지 길이가 늘어나는 줄자처럼, 스스로 한계를 정하기보다 끊임없이 노력하며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를 벌렸다. SK하이닉스 기술직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인 ‘기술명장’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건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고 묵묵히 노력한 결과물.

그 덕분에 지난 20여년 간 설계상 결함으로 작업자들의 불편함을 야기하거나 높은 불량률로 작업효율을 떨어뜨리던 수많은 ‘애물단지’들도 서성민 기정의 손을 거쳐 ‘A급’ 장비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었다. 그가 개선한 장비 숫자를 일일이 새기조차 어려울 정도. 때론 막힐 때도 있고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그는 결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이런 노력은 D램 제조공정 핵심장비의 국산화로 이어져 그와 SK하이닉스에 의미 있는 결실을 선물하기도 했다.

“국산화에 성공한 장비는 D램 제조공정 중 게이트 제조에 활용되는 장비입니다. 기존에는 비싼 외산 장비를 들여와야 했는데, 국산화에 성공해 수백억원 가량의 투자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죠. 이 성과는 기술명장 심사를 통과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기술명장은 현장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들에게 명예를 부여하는 기존 명장 제도와 달리, 15년 차 이상의 젊은 현장 기술 인재에게 더 큰 성장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 그런 만큼 기술명장으로 선발되면 기존 업무를 넘어 현장에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서성민 기정 역시 기술명장 선정에 그치지 않고, 하루하루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절차탁마하고 있다.

“기술명장이 되고 나서 책임감이 더욱 커졌어요. 기술명장으로서 보여지는 모습이 후배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죠. 말과 행동에 더 무게가 실리는 걸 매일 체감합니다. 기술직 근무자들의 경우 기술명장 제도가 생기기 전에는 동기부여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지금은 후배들도 목표를 갖고 더 많이 노력하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기술명장으로서 언제나 후배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선배로 남고 싶습니다.”

아이디어는 유연하게, 안전관리는 빳빳하게…“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현장 만들 것”

줄자는 평소 유연하게 말려들어가 주머니에 쉽게 보관할 수 있지만, 치수를 재야 할 때는 빳빳하게 고정돼 제 역할을 한다. 서성민 기정 역시 장비 연구개발 업무 중에는 유연한 사고로 아이디어를 내는 ‘장비 엔지니어’지만, 장비 유지관리 업무 중에는 깐깐하고 융통성 없는 ‘관리자’로 변신한다.

“기계를 다루고 관리하는 분야에선 단 1mm의 오차도 가볍게 여겨선 안 됩니다. 기계는 조립이 잘못되면 아예 작동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오차가 발생하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일부 장비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누출되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한 상태로 관리되고 있는지 항상 꼼꼼히 확인하고 있습니다”

장비 엔지니어로 활약할 때도 서성민 기정에게 있어 ‘안전’은 최우선 가치. 늘 장비가 더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최근엔 장비에 부착된 밸브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진단장치’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다. 현재 진단기능까지 탑재한 밸브가 개발돼 있지만 너무 비싸 모든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밸브의 안전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장비 개선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현장 근무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고 편한 환경에서 일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선배들이 앞장 서서 근무환경을 바꿔 놓으면 후배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거든요. 조금씩 불편한 걸 개선하면서 느끼는 보람도 큽니다. 앞으로도 동료들이 더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겁니다”

이런 서성민 기정의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그는 얼마 전 화학안전 분야 이론적인 역량을 더 키우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올해 수료, 내년 학위 취득을 목표로 산업경영공학과 박사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서성민 기정의 이름 앞에 ‘기술명장’과 ‘안전지킴이’에 더해 ‘박사’ 타이틀이 붙을 날도 머지 않았다.

서성민 기정은 인터뷰 내내 ‘현장’과 ‘동료’들을 향한 애정을 수 차례 표현했다. 현장 근무자의 애환을 담담히 늘어놓기도 하고, 때론 옛 기억을 끄집어내면서 현장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도 노력했다. 그가 현장과 함께한 23년 세월의 깊이가 새삼 느껴지는 대목. 그가 앞으로도 SK하이닉스의 당당한 기술명장으로서 ‘현장’에서 ‘동료’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아주길 기대해 본다.

]]>
/23-years-journey-with-a-tape-measure/feed/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