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 SK hynix Newsroom 'SK하이닉스 뉴스룸'은 SK하이닉스의 다양한 소식과 반도체 시장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전달합니다 Wed, 26 Feb 2025 07:11:31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6.7.1 https://skhynix-prd-data.s3.ap-northeast-2.amazonaws.com/wp-content/uploads/2024/12/ico_favi-150x150.png 메타버스 – SK hynix Newsroom 32 32 [미래를 바꾸는 빅테크 5편 – 완결]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현실을 바꾸는 도구가 되다 (5/5) /big-tech-5-metaverse/ /big-tech-5-metaverse/#respond Thu, 14 Sep 2023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big-tech-5-metaverse/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인류가 처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고, 동시에 기술 간의 융합이 빠르게 이루어지며 창의적인 가치들이 창출되고 있다. 이에 초거대 AI에서부터 로봇, 스마트모빌리티, 웹 3.0, 메타버스라는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책임질 최신 테크 트렌드를 5편의 시리즈로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이 칼럼을 통해 얻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각 기술이 어떻게 연계되고, 어떤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는지 ‘흐름’을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 주)

2021년에 등장해 주목을 받았던 메타버스는 챗GPT와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이슈에 밀려 현재는 다소 잠잠한 상태다. 하지만 메타버스에 대한 전망은 결코 어둡지 않다. 메타버스를 둘러싼 거품이 사라졌고, 기술과 서비스 품질을 바탕으로 업계에서 차세대 미래 먹거리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애플은 올해 6월 혼합현실(MR) 헤드셋 신제품 ‘비전 프로’를 선보여 메타버스 부흥의 신호탄을 던졌다. 조용하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메타버스 기술이 현재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살펴보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메타버스, AI와의 결합으로 새로운 길을 찾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접두사 ‘메타(Meta)’와 세계나 우주를 의미하는 ‘버스(Verse)’의 합성어로, 닐 스티븐슨의 1992년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등장하였다. 국내 베스트셀러인 김상균 교수의 저서 ‘메타버스’에서는 메타버스를 새로운 세계, 디지털 지구로 설명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곳으로, 사람들이 공유 공간에서 디지털 객체와 상호 작용하며 새로운 경험과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한마디로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새로운 세계를 의미한다.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의 대표적인 예로는 3D 아바타를 만들어 다른 사용자들과 채팅하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SK텔레콤의 ‘이프랜드’와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제트의 ‘제페토’가 있다. 기업들은 이런 플랫폼 안에서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등 현실 세계의 경험을 가상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또 온라인 게임인 ‘포트나이트’에서는 미국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이나 BTS와 같은 유명 아티스트들이 실제와 같은 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닌텐도 스위치 게임인 ‘동물의 숲’도 자신의 섬을 꾸미고 다른 유저들의 섬을 방문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의 아바타 (출처: 이프랜드)

▲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의 아바타 (출처: 이프랜드)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의 사명을 ‘메타’로 바꿀 정도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상당히 높았지만 그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기술과 인프라 수준은 크게 향상됐지만 여전히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비대면 트렌드가 약해진 것도 상당한 타격이 됐다. 메타의 올해 2분기 리얼리티 랩스* 사업 부문 매출도 2억 7,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나 감소했고 손실은 40억 달러로 23%나 늘어났다. 사명을 메타로 바꾼 것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 리얼리티 랩스: 메타의 메타버스 개발 사업부. 2014년에 메타가 VR기기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 시작됐고, 2020년에 별도 사업부로 분리됐다.

메타버스의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메타버스 트렌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긴 호흡을 고르며 새로운 진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는 AI와 만나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21년 12월에 세계 최초로 선보인 ‘메타버시티’는 국내 60여 개 전문대학이 참여하여 만든 메타버스 공유 대학이다. 현재 25만여 명의 대학생이 강의실과 캠퍼스로 활용하고 있는데, 최근 생성형 AI와 개인화 3D 공간 등 최신 기술로 업그레이드한 ‘메타버시티 2.0’ 버전이 나왔다. 이용자들은 아바타 위에 활성화된 AI 채터(Chatter, 챗GPT 기반)를 대화 상대와 학습 서포터로 활용할 수 있다. 강의실은 AI로 생성한 360도 이미지를 배경으로 설정해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원하는 장소를 메타버스 강의실로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같이 AI와 메타버스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는 메타버스가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더 높여준다.

메타버시티 내에 구현된 학교 (출처: 메타버시티)▲ 메타버시티 내에 구현된 학교 (출처: 메타버시티)

NFT 마켓플레이스 가디언링크의 COO 카메쉬와란 엘란고반(Kameshwaran Elangovan)은 “AI가 메타버스 사용자들의 상호작용을 학습함으로써 더 나은 고객 경험을 가능하게 해 메타버스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론에서 강조했다. 또 웹 3.0 통합 플랫폼 릴스타의 공동 설립자인 나브딥 샤르마(Navdeep Sharma) 역시 “AI는 고급 알고리즘과 머신 러닝을 사용해 메타버스를 개인화하고 개선해 향상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양한 비즈니스에서 AI와 메타버스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리서치 플랫폼 테크 마켓 리포트(Tech Market Report)는 메타버스 시장에서의 글로벌 생성형 AI는 2023년부터 2032년까지 31.5%의 연평균 성장률을 전망했고, 2023년 시장 규모는 약 4억 2,89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메타버스와 생성형 AI의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임을 알 수 있는 수치다.

재현하기 어려운 위험한 현장을 메타버스로 구현

이전의 메타버스는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주로 활용되었지만, 이제는 공장이나 건설 현장 등 일하는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화학물질을 다루는 현장은 유해화학물질 누출에 대한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 국내 메타버스 기업 ‘스코넥’은 세계 최초로 ‘대공간 기반 화학 사고 누출 대응 훈련 시스템’을 개발했다. 안전 업무 종사자들은 의무적으로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재현하기 어려운 사고를 가상으로 구현해 대응 훈련까지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스코넥의 시뮬레이션은 실전을 방불케 한다. 사이렌과 함께 비상 안내 방송이 울리면 즉시 방호복을 착용하고 출동해, 현장에서 염산 누출을 확인한 뒤 기계실에서 장비를 조작해 누출을 막아야 한다. 이 훈련은 대형 공장이 아닌 49m²의 좁은 공간에서 진행되지만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한 덕에 자유롭게 이동하며 현실감 있는 훈련을 할 수 있다.

국가 재난대응 훈련에 증강현실 기술이 쓰인 사례도 있다. 2019년 울산광역시는 한빛소프트가 개발한 시뮬레이터를 유해화학물질 누출 대비 훈련에 사용했다. 울산에는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들이 많아 자칫 사고가 터지면 국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스코넥의 훈련이 현장 실무자 대상이라면, 한빛소프트의 훈련은 행정직 공무원이 대상이다.

참여자들은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재난 대응 상황을 마주하고 지자체 상황실, 재난 현장 본부 등 주어진 역할에 맞춰 게임처럼 미션을 수행한다. 훈련 참여자들이 사고에 대응하면서 교통 통제, 주민 대피 등 내리는 판단에 따라 피해 상황이 실시간으로 변한다. 만약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되면 사상자 수와 피해액이 늘어난다. 현장 상황은 독립형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디바이스를 통해 지휘부에 회의 안건으로 공유되고, 이를 통해 이동 중에도 홀로렌즈(HoloLens,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출시한 증강현실 기기)로 상황을 보고 받고 지시할 수 있다.

또 화학 사고 훈련만큼 위험하고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현장이 바로 화재 사고다. 스코넥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공동으로 가상 소방 훈련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최대 10명이 동시에 훈련할 수 있으며, 실제 화재 진압을 하듯이 열기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열감수트, 물 대신 바람을 뿜는 관창 등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훈련한다. 또한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상 상황도 구현했다. 백드래프트* 및 플래시오버* 등 소방관에게 치명적인 특수 상황을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로 만들어 현장감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러한 훈련들은 실전 같은 연습과 종료 후 상세한 피드백을 제공하여 참가자들의 역량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백드래프트(Backdraft): 산소가 부족한 공간에 갑자기 다량의 산소가 공급될 때 폭발하는 현상
* 플래시오버(Flashover): 일정 공간에 축적된 다량의 가연성 가스가 발화점을 넘어서며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이는 현상

VR(가상현실)로 구현된 소방 훈련 모습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VR(가상현실)로 구현된 소방 훈련 모습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메타버스 훈련은 훈련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반복적인 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함께 메타버스 훈련은 산업 재해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 방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발표한 ‘가상 · 증강현실을 활용한 교육 · 훈련 분야 용도 분석’ 보고서(2020년 12월)에 따르면, XR 교육 · 훈련은 현장의 위험도가 높을수록 비용 절감 효과가 크며 소방관 훈련, 화학 사고 대응, 경찰 테러 훈련 등 현실 체험이 불가하거나 상당한 준비 기간이 소요되는 훈련에서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듯 오프라인 공간의 한계를 가상공간이 보완, 대체하는 ‘실용적 메타버스’는 생활의 편리함을 넘어 산업과 재해 현장에서 안전을 지키는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만 이용되어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던 메타버스 서비스가 현실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다시금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으로 재난재해 및 사회문제에 대비

메타버스가 지닌 가장 큰 강점은 현실 공간과 똑같은 쌍둥이 가상공간, 즉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은 2002년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마이클 그리브스(Michael Grieves) 박사가 산업환경에서 제품의 전체 수명주기 관리를 최적화하기 위해 처음으로 제안한 개념이다. 이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너럴 일렉트릭(GE) 등의 기업에서 적용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디지털 트윈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컴퓨터로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고,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여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다수의 군중이 밀집된 상황에서 사고 대응력을 높이는 ‘인파 관리 시스템’이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하기 좋은 예다. 현재의 인파 관리 시스템은 핸드폰 위치정보(CPS, Cell Positioning System)나 지능형 CCTV · 드론 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다중 밀집도를 분석하는 방식인데,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하면 가상 공간에서 대규모 군중 시뮬레이션이 가능해 보다 빠른 예방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다수의 군중이 밀집한 상황에서 사람이나 차량 등 다양한 동적 객체의 집단행동과 현상을 해석하여 가상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간대별 추적, 연령과 성별 분석 등 다양한 환경에 적합한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돌발 상황에 실시간 대응은 물론, 이후 상황 전개까지 예측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 기반의 인파 관리 시스템은 보행자 밀집 지역뿐만 아니라 대규모 시설물에서도 화재나 사고 발생 시 대피 경로를 미리 파악하여 인파를 빠르게 분산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하여 다양한 재난과 재해에 사전 대비하고 있다. 2015년부터 3년간 약 1,000억 원을 투자한 ‘버추얼 싱가포르 프로젝트(Virtual Singapore Project)’는 실제 도시의 도로, 건물, 가로수 등 모든 구조물에 아이디를 부여하여 상세한 정보를 축적했다. 이를 통해 AI,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도시 계획, 교통,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을 위해 가상으로 구현된 싱가포르 시내(출처: Singapore Land Authority)

▲ 디지털 트윈을 위해 가상으로 구현된 싱가포르 시내 (출처: Singapore Land Authority)

버추얼 싱가포르 프로젝트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 도우미 역할도 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와 같은 대규모 공동 시설에서 유독 가스 유출 사태에 대비해, 버추얼 싱가포르 프로젝트에서는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스가 유출되는 방향과 범위를 사전에 정확하게 파악한 후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경로를 미리 확보할 수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속적인 데이터 업데이트를 통해 버추얼 싱가포르를 스마트 국가 건설의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스마트시티 및 부동산, 운송, 물류, 의료, 교육, 안전 및 보안 분야에 디지털 트윈과 AI를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국내 연간 사회재난사고 건수(도로교통사고, 자연재해 포함, 행정안전부 출처)는 약 30만 건에 이른다. 기반 시설의 노후화 및 이상기후로 인해 언제 어디서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사고가 발생한 후 빠른 조치도 중요하지만 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안전 관리 역시 중요하다. 버추얼 싱가포르 사례와 같이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사고 발생 위험 지역에 대한 실시간 관제 · 예측이 가능하다면 조기 대응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국민들은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 메타버스 기술로 안전 사회가 구현된다면 사고 발생에 따른 인적, 경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 불안도 낮아져 경제 · 사회적 편익 또한 높아질 것이다.

메타버스의 희망을 보여준 애플의 비전 프로

2023년 6월 5일, 애플은 ‘WWDC(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세계개발자회의) 2023’에서 애플워치 이후 약 9년 만에 신제품을 발표했다. 팀 쿡은 키노트 발표 마지막에 ‘One more thing(하나 더)…’이라 말하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소문과 추측 속에 있었던 증강현실 HMD(Head Mounted Display,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기기 ‘비전 프로(Vision Pro)’를 선보였다.

비전 프로는 유리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헤드셋으로, 듀얼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4K 이상의 해상도를 제공한다. 시선 추적, 손 추적, 음성 인식 등의 기술로 조작할 수 있으며, 별도의 컨트롤러가 필요 없다. 비전 프로는 비전 OS(Vision OS)라는 자체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으며, 앱, 게임, 영화, 사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페이스타임(FaceTime) 통화를 하면 상대방 모습이 눈앞에 실물 크기로 보이고, 공간 음향을 적용해 마치 앞에서 음성이 들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가격은 3,499달러에 판매될 예정이며, 2024년에 북미 지역부터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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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비전 프로를 착용하고 가상의 화면을 보는 사용자와 컴퓨터 공간에 펼쳐진 화면 (출처: 애플)

비전 프로는 외관상 가상현실 혹은 증강현실 기기처럼 보이지만, 팀 쿡은 메타버스나 가상현실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가 강조한 것은 바로 ‘공간 컴퓨팅’이었다. 공간을 활용해 무엇인가를 보기도 하고, 만들기도 하는 비전 프로의 목표는 넥스트(Next) 스마트폰이 되는 것이다.

“맥(Mac)이 개인 컴퓨터,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터 시대를 연 것처럼 비전 프로는 공간 컴퓨팅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팀 쿡은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메타버스의 부활이 아닌 메타버스를 뛰어넘은 공간 개념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보던 화면을 비전 프로로 더 크게, 더 넓게, 더욱 현실감 있게 보는 것이다. 결국 비전 프로는 공간을 디스플레이로 쓰는 컴퓨터인 셈이다. 글을 쓰거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것부터 사진과 동영상 편집, 음악 작업까지 비전 프로를 통해 더 넓은 화면으로 만나볼 수 있다. OTT로 보던 영화도 가상공간의 극장에서 볼 수 있다.

사실 공간 컴퓨팅은 새로운 용어나 개념이 아니다. 2003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연구소인 MIT 미디어 랩(Media Lab)의 연구원 사이먼 그린월드(Simon Greenwold)가 석사 논문 ‘공간 컴퓨팅’에서 처음 꺼낸 용어다. 그는 논문에서 “공간 컴퓨팅은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이라고 정의하였고, “이를 위해 기계가 실제 사물과 주변 공간을 인식하고 유지하는 방식과 시스템이 공간 컴퓨팅”이라고 설명했다. 즉, 공간 컴퓨팅은 주변 사물과 공간 정보 등을 바탕으로 기계와 인간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식과 시스템을 뜻한다. 현실 세계의 공간 정보를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고 그 위에 디지털 세계를 덧입힐 수 있는 기술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메타버스 등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인 것이다.

경쟁 관계에 있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도 애플의 비전 프로 발표에 다음과 같이 반색하는 반응을 보였다. “애플이 메타버스와 관련해 무엇을 내놓을지,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를 지켜보는 건 매우 흥미롭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성공 가능성을 낙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비전 프로 이전에도 여러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기기는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증강현실 기기 홀로렌즈가 있었고 메타가 출시한 VR 기기 ‘메타퀘스트3(Metaquest3)’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애플의 비전 프로 역시 높은 가격과 배터리 문제 등 극복해야 할 허들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비전 프로가 다양한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과 생태계 조성의 시발점이 되어 식어버린 메타버스 시장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애플은 비전 프로에서 구동되는 앱을 편리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여러 프레임워크*와 개발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비전 OS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를 배포해 개발자들이 비전 프로용 앱을 새로 개발하고, 기존의 앱을 비전 프로용으로 변환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또한 애플은 런던, 뮌헨, 상하이 등 주요 국제 도시에 개발자 랩을 마련해 개발자들이 비전 프로 하드웨어에서 앱을 테스트하고 애플 엔지니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실습 경험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개발자에게 유리한 환경과 비전 프로를 통해 좋은 콘텐츠가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이제까지 쓰던 앱들이 가상현실로 확장된다면 그만큼 메타버스 시장도 커질 것이다.

* 프레임워크(Framework): 앱, 웹 등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요소와 매뉴얼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지금의 스마트폰 세상은 스마트폰이란 하드웨어뿐 아니라 앱이라는 다양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가 만든 것이다. 불과 15년 전, 애플이 아이폰과 앱스토어로 스마트폰 세상이라는 빅뱅을 일으켰듯이, 이번에도 비전 프로를 중심으로 한 메타버스의 부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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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ToF 기술이 앞당기는 미래 로봇/메타버스 시대 /future-robot-and-metaverse-by-tof/ /future-robot-and-metaverse-by-tof/#respond Sun, 27 Mar 2022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future-robot-and-metaverse-by-tof/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운 제다이 기사와 소수 저항군의 용기와 희생, 그리고 결국에는 훌륭한 작전으로 승리하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감동은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줬다. 특히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광선검 결투 장면 못지않게 R2-D2와 C-3PO, BB-8 등 안드로이드 로봇들의 활약도 인상 깊었는데, 이들이 없었다면 짜릿한 대역전극은 절대 연출될 수 없었을 것이다.

올해 CES1)의 최대의 화두는 로봇과 메타버스라고 볼 수 있다. CES를 통해 미뤄볼 때, 스타워즈와 같은 SF영화에 나올 법한 로봇들을 한 가정에 최소 하나씩 보유하는 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변에서 배달용 로봇2)과 자율주행차, 로봇청소기 그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론 등 단지 사람의 모습이 아닐 뿐 사람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는 기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시대 속에 비대면 생활방식이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으며,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메타버스(Metaverse) 서비스도 폭발적인 인기와 수요를 일으켰다. 이에 따라 AR/VR3) 기술에 대한 관심도 폭증하고 있다. 지금의 스마트폰처럼 모든 사람들이 AR/VR 기기를 갖고 다니면서 은행, 관공서를 직접 방문하거나 공장에 들어가지 않고도 자기 자리에서 업무를 보거나 제품을 생산하고 유지보수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올 것이다.

로봇과 메타버스의 실생활 활용 예시 - Ocado 배달로봇

▲ (그림 1)로봇과 메타버스의 실생활 활용 예시 – Ocado 배달로봇

1) CES: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행사,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되며 현재는 가전만이 아니라, 로봇, 모빌리티 등 전 산업에 들어가는 전자제품들의 신기술이 발표되고 있다.
2) 배달용 로봇: 애플리케이션 기업이나 일부 편의점에서 시범 운행 중이다.
3) AR: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VR: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기계의 눈(Machine Vision)

반도체 공정과 영상 처리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 ‘CMOS(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 Image Sensor(이하 CIS)’ 기술은 저렴한 가격과 함께 높은 해상도와 뛰어난 성능을 바탕으로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기들의 눈으로 채택되고 있다. 특히 카메라 성능의 잣대가 되고 있는 화소(畵素, Pixel)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에는 사람의 눈을 능가하는 6억 화소가 언급되고 있을 정도로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림 2(그림 2) 기계의 눈이 되기 위한 필요 기능

▲ (그림 2) 기계의 눈이 되기 위한 필요 기능

그런데 고해상도만 만족하면 기계의 눈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선명하다고 해도 2D 이미지 정보만으로는 사람의 일을 대신해주고 안전과 보안을 책임질 첨단 기기의 눈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영화 속 R2-D2처럼 적진에 침투해 임무를 수행할 안드로이드가 아니더라도 고속주행 중 정확한 제동이 필요한 자율주행차나 드론, 사진이 아닌 실제 사람의 얼굴을 스캔해야 되는 안면 인식 기술, 넓은 공간을 실시간으로 스캔해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AR기기 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2D 이미지뿐만 아니라 3D 이미지 정보가 필수적이다.

카메라 없이도 초음파, 레이저 기기 등 부수적인 도구들로 복잡한 연산 과정을 거쳐 3D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여러 부속품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기기가 디자인 측면에서나 가격 면에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Time-of-Flight

(그림 3) 스테레오 비전과 ToF의 사물 인식 방법 비교

▲ (그림 3) 스테레오 비전과 ToF의 사물 인식 방법 비교

2개의 눈과 두뇌를 가진 사람은 사물을 입체적으로 인지하고 원근감을 구분할 수 있다. 이처럼 기계에도 2개의 카메라와 프로세서를 활용한 ‘스테레오 비전(Stereo vision)’과 같은 삼각 측량법(Triangulation)을 적용해, 사물을 입체적으로 인식하고 거리를 측량할 수 있다.

다만 연산이 복잡하고 평면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점, 밝은 곳이 아니면 정확도가 떨어지는 점 등의 단점이 있어, 응용 분야의 폭은 좁을 수 있다.

이에 최근 이를 대체할 방안으로 ToF(Time-of-Flight) 기술이 많이 거론된다. ToF는 빛이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하는 간단한 원리를 활용해, 회로가 단순하고 처리속도가 빠르다. 또한 별도의 광원을 사용해 조도 환경과 관계없이 정확한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림 4) I ToF와 D ToF 비교 분석

▲ (그림 4) I ToF와 D ToF 비교 분석

ToF는 빛이 물체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기준으로 거리를 측정하는 Direct ToF(이하 D-ToF) 방식과 반사돼 돌아오는 위상 지연(Phase shift) 차이4)를 이용하여 거리를 측정하는 Indirect ToF(이하 I-ToF) 방식으로 구분된다.

미래의 로봇은 두 눈 중 하나를 근거리 및 사물 인식을 위한 I-ToF로 쓰고, 나머지를 장거리를 탐지하는 D-ToF로 사용할 수도 있다. 아니면 특정 방식 모두를 두 눈에 활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아직 미래의 로봇이 어떤 방식으로 사물을 인식할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측면에서 두 기술을 모두 개발하며, 다양한 제품에 활용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SK하이닉스가 개발 중인 I-ToF 기술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자. I-ToF 방식은 하나의 픽셀 안에 두 개 이상의 구분된 저장소를 두고, 각 저장소에 축적된 전하의 비율로 광원과의 위상 차이를 계산해 거리를 계산한다. 이때 거리가 멀어질수록 돌아오는 빛의 세기가 약해져 구분해야 할 신호가 줄어들기 때문에, 측정 거리는 D-ToF에 비해 한계가 있다. 하지만 픽셀 스스로 신호를 구분할 수 있는 만큼 회로는 단순해 픽셀 소형화에 유리하고 D-ToF에 비해 해상도가 높은 장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SNR(Signal to Noise Ratio)을 개선 중이며, 적외선(Infrared Ray, 이하 IR) 광원의 QE(Quantum Efficiency)5) 증가, 외광(BGL, Background Light) 제거 기술 등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현재 I-ToF 픽셀의 구조는 크게 게이트 구조와 확산(Diffusion) 구조로 구분할 수 있다. 게이트 구조는 포토게이트에 변조 전압6)을 인가해 만들어진 전위 차이7)를 이용해 주변의 전자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확산 구조의 대표적인 방식은 CAPD(Current Assisted Photonic Demodulator)로, 기판에 변조 전압을 인가해 발생한 전류로 전자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후자의 경우 전자보다 상대적으로 더 깊은 곳에 형성된 전자들을 빠르게 검출할 수 있어 전송 효율이 높지만, 전류를 이용해야 해 전력소모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픽셀 크기가 줄고 개수가 많아져 전력소모는 더 증가하게 된다.

SK하이닉스에서는 CAPD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VFM(Vertical Field Modulator)이라는 새로운 구조로 10um QVGA8)급, 5um VGA급 픽셀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4) 위상 지연(Phase shift) 차이: 광원에서 물체로 보낸 빛의 파장과 물체에 반사돼 센서로 돌아온 빛의 파장 사이의 차이.
5) QE: Quantum Efficiency, 흡수된 광자와 전환된 전자의 비율.
6) 변조 전압: 신호를 구분하기 위해 픽셀 내부의 노드를 스위칭시키는 전압.
7) 전위 차이: 전계에 생긴 전기적 위치 에너지 차이, 에너지가 높은 쪽으로 전자가 이동하는 성질이 있다.
8) QVGA: 픽셀의 해상도를 의미하는 표기. QVGA는 320X240, VGA는 640×480를 각각 의미한다.

VFM Pixel 기술의 장점

좋은 거리 센서의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거리를 정확히 감지해야 하고, 발열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력소모를 낮추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즉, 낮은 전력으로도 높은 효율로 빠르게 신호들을 검출할 수 있어야 하고, 검출된 신호를 위상 지연에 맞게 정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1. SK 하이닉스의 CIS 후면 조사 기술과 결합

(그림 5) 전면 조사와 후면 조사 비교

▲ (그림 5) 전면 조사와 후면 조사 비교

ToF도 CIS처럼 후면 조사9) 공정이 설계나 성능 면에서 장점이 많다. 비행시간 계산을 위해 사용하는 광원은 사람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하고 저조도에서도 정확히 거리를 계산할 수 있어야 해, IR을 사용한다. IR은 가시 광에 비해 장파장 대역인 만큼 CIS보다 두꺼운 웨이퍼를 사용하지 않으면 빛이 대부분 투과돼 픽셀 안에 생성되는 신호의 양이 매우 적어진다.

그렇다고 무한정 두께만 늘릴 수는 없다. 낚시터보다 심해에 사는 물고기를 잡기 힘든 것처럼 깊이 생성된 전자들을 빠르게 수집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전면 조사10) 대신 후면 조사를 하면 빛이 반대로 들어가 낚싯줄 역할을 하는 전기장이 강한 영역에 가까이 집광 돼, 쉽고 빠르게 신호를 검출할 수 있다. (그림 5 참조)

(그림 6) 조사 방식에 따른 I-ToF의 전하 축적 비율 원리

▲(그림 6) 조사 방식에 따른 I-ToF의 전하 축적 비율 원리

그리고 I-ToF의 성능은 전하 축적 비율의 원리에 따라 신호를 얼마나 잘 구분 하느냐에 있는데, 전면 조사의 경우 빛이 픽셀 표면을 지나는 과정에서 위상 차이를 무시하고 바로 검출 노드(node)에 들어갈 확률이 높아 거리 오차가 발생할 수가 있다.
또한 후면 조사가 가능해지면서 전면 조사에서 높은 Fill Factor11)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제약을 걸어 뒀던 금속 배선의 자유도가 높아졌다.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직접 빗물을 받기 위해 나무들을 베어내는 것보다 지하수를 퍼 올리는 것이 효과적으로 물을 얻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림 6 참조)

1um(1/1000mm) 이하 크기의 픽셀 기술을 보유한 SK하이닉스의 CIS 후면 조사 공정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이러한 장점을 실현할 수 있었다.

9) 후면 조사: Back Side Illumination, 위에서부터 아래로 ulens – color filter – PD – metal 순으로 쌓아 CIS를 만드는 공정 방식. FSI + Light Guide를 이용하는 것보다 집광 효율이 훨씬 좋은 장점을 지닌다.
10) 전면 조사: Front Side Illumination, 위에서부터 아래로 ulens – color filter – metal – PD 순으로 쌓아 CIS를 만드는 공정 방식.
11) Fill Factor: 센서의 각 Pixel에서 전체영역에 대한 활성영역(포토다이오드)의 비율.

2. SLA 및 Trench guide 구조와 QE

(그림 7) SLA / Trench Guide

▲ (그림 7) SLA / Trench Guide

전하 축적 비율을 이용하는 I-ToF의 원리에 맞게 더 먼 거리까지 정확한 거리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신호가 필요다. 이를 위해서는 IR 파장대12)의 높은 QE가 필수적이다.

앞선 설명과 같이 IR 광원의 높은 투과율로 인해 집광 거리가 깊어, 가시 광에 비해 상대적으로 빛의 세기가 약하다. 더 많은 양의 빛을 모으려면 일부러 마이크로 렌즈13) 구조를 높게 형성하면 되지만, 기술적인 한계로 높이에 제한이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다른 접근방식으로 단점을 보완했다. 픽셀 크기보다 작은 렌즈 여러 개를 하나의 픽셀에 올려 집광 깊이를 끌어 올림으로써 전체적으로 빛을 받는 양을 증가시킨 것. 또한 후면에 특수 패턴 구조물을 파, 입사된 빛이 구조물을 맞고 반사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빛의 투과 경로를 길게 늘이고 빛을 변조 영역으로 집중시켜, 동일한 빛의 세기에서 집광 된 빛의 손실률을 줄이고 전송 효율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

이때 실제로 940nm 광원에서 QE가 2배 이상 상승하는 것을 확인했고, QE가 높아진 만큼 실제 거리와 측정 거리 간의 오차도 기존 대비 55% 줄였다.

12) IR 파장대: 750nm~1mm의 파장 영역에 속한 파장대. ToF에서는 850nm/940nm 광역대를 주로 이용한다.
13) 마이크로 렌즈: 카메라 렌즈 아래 픽셀 크기와 개수에 맞춰 배열된 작은 크기의 렌즈.

ToF 센서는 광원의 전력을 제외하면 동작 시간 동안 신호를 변조하는 회로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변조 드라이버 회로의 전력은 기판에 흐르는 전류에 비례해, 기판 전류를 줄여야 소비 전력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림 8) ToF 센서 전력 효율적인 소모에 CAPD보다 유리한 VFM

▲ (그림 8) ToF 센서 전력 효율적인 소모에 CAPD보다 유리한 VFM

이에 더해 정확하고 세밀하게 거리를 계산하려면 변조 주기가 짧아야 하고, 그만큼 빠른 속도로 신호를 검출할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광자, Photon)가 동일한 거리(기판 두께, Si Thickness)를 더 빠르게 달리려면 엑셀을 최대한 밟아 속도를 내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만큼 연료(전류, Current)를 많이 소비하게 된다. 또 다른 예로 깊은 우물에 물을 퍼 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힘을 들여 도르래를 올려야 하지만,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올 수 있다면 간단히 수도꼭지만 틀어 힘들이지 않고 원하는 만큼의 물을 얻을 수 있다. VFM 방식은 바로 이 펌프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VFM 방식은 픽셀 이온 주입 조건과 구조를 최적화해 공핍영역(Depletion Region)14)을 늘리고 수직 전계(Vertical Electric Field)를 강화했다. 그 결과 전류 외에 전계의 힘이 더해져 효과적으로 전자들을 수집할 수 있게 됐고, 전류를 줄여도 충분히 빠르게 빛을 수집할 수 있게 돼 전력도 덜 소모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수많은 실험을 통해 전류가 증가할수록 오히려 성능이 열화되는 VFM 픽셀의 특성을 확인했고, VFM 픽셀은 전류를 주요 인자로 고려할 필요 없는 저전력에 특화된 구조라는 결론을 내렸다. 즉, 전류가 단순한 가이드 역할만 하도록 제어하고 강한 수직 전계를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을 확보함으로써 픽셀 성능을 향상할 수 있게 된 것. 5um VGA급 ToF 센서의 경우 픽셀 크기가 줄고 해상도가 증가했음에도 QVGA급 ToF 센서 대비 단위 픽셀당 전류의 양이 오히려 줄어 전력소모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14) 공핍영역: PN 접합에 역방향 전압을 걸면 P측에 있는 홀(Hole)과 N측에 있는 전자는 접합 부분에서 멀어진다. 그리고 접합 부근에는 캐리어가 매우 적은 부분이 생기는데 이것을 공핍층이라고 한다.

SK하이닉스는 ToF 기술 개발하면서 동시에 여러 모듈 업체에 기술을 지원하고 센서를 제공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도와줌으로써 경제적/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Depth Solution Technology로 AR/VR 기기를 통해 세계여행을 하고, 드론이 배달한 소포를 가정용 안드로이드가 가져오고, 로봇 청소기에 집안 정리를 맡긴 후 안면인식만으로 문이 열리는 자율주행차에서 뉴스를 보면서 출근하는 미래를 우리 일상으로 가져오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R. Lange, P. Seitz, A. Biber, and R. Schwarte, “Time-of-flight range imaging with a custom solid-state image sensor,” in Proc. SPIE, Laser Metrology and Inspection, Munich, Germany, 1999, vol. 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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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ich Kato et al.,“320×240 Back-Illuminated 10-um CAPD Pixels for High-Speed Modulation Time-of-Flight CMOS Image Sensor,” IEEE J. Solid-State Circuits, VOL. 53, NO. 4, pp1071-1078, Apr. 2018.
L. Pancheri et al.,“Current Assisted Photonic Mixing Devices Fabricated on High Resistivity Silicon,” SENSORS, IEEE, pp981-983, Oct.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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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 Jang et al.,“An Ultra-low current operating 5-μm Vertical Field Modulator Pixel for in-direct Time of Flight 3D Sensor.,” 2020 International Image Sensor Workshop(IISW), Sep. 2020.

]]> /future-robot-and-metaverse-by-tof/feed/ 0 새롭게 다가올 메타버스의 세계, 핵심은 재미와 경제 시스템 /the-new-world-of-metaverse/ /the-new-world-of-metaverse/#respond Mon, 17 Jan 2022 14:55:00 +0000 http://localhost:8080/the-new-world-of-metaverse/ 지난해 메타버스(Metaverse,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 키워드에 불을 붙인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로블록스(Roblox)의 상장, 그리고 페이스북(Facebook)의 사명 변경이다.

지난해 메타버스 트렌드를 주도한 ‘로블록스’와 ‘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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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블록스 공식 블로그 메인 화면 캡처

로블록스는 2006년 서비스를 개시한 블록 3D 서비스로, 게임보다는 플랫폼에 가까운 메타버스다. 로블록스 제작사는 게임을 제공하지 않는 대신 유저들이 게임을 만들어 판매하도록 했다. 게임 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직접 게임을 만들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코딩이 필요 없는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이용해 게임을 제작할 수 있다. 로블록스에서는 2021년 말 기준 800만 명의 제작자가 5,000만 개의 게임을 제작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페이스북 커넥트 2021’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며, 앞으로 메타버스에 올인할 뜻을 내비쳤다. 메타는 한 해 전인 ‘페이스북 커넥트 2020’에서 올인원(All in One) 가상현실(VR)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 2(Oculus Quest 2)’를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며, 메타버스 서비스인 ‘호라이즌(Horizon)’ 출시를 함께 발표한 바 있다.

메타는 이번 ‘페이스북 커넥트 2021’에서 사명 변경 후 호라이즌 서비스가 어떤 형태로 운영될지 일부 공개했는데, 게임, 생산성 소프트웨어 등 각기 다른 애플리케이션에서 서비스 중인 캐릭터와 크리에이터를 한 곳에 모아 놓은 형태로 메타버스보다는 메타버스를 모아 놓은 시장(Market)에 가까웠다.

메타는 현재 호라이즌을 비롯해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페이스북 커넥트 2021 이전에도 업무용 툴(Tool)인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s)’을 출시했고, 현재 북미 한정으로 3D 행아웃(화상통화 및 채팅 기능) 서비스인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까지 선보인 상태다. 호라이즌 월드의 특성을 보면 새롭게 다가올 메타버스의 특징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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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라이즌 월드 공식 홈페이지 캡처

호라이즌 월드에서의 활동은 구축(Create)과 탐험(Explore)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구축은 로블록스의 시스템과 유사하다. 건물을 짓거나, 게임을 하는 것이다. 탐험 부문은 다른 서비스가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을 갖고 있는데, 이는 메타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Instagram)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SNS 계정들이 하나로 연결된 메타버스 안에서 서로 만나 대화를 하고 서로의 집에 방문하거나 가상으로 꾸며진 일터에서 일할 수 있다. 이곳에서 사용자들은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우연한 만남(Serendipity)을 갖고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며 협업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할 때 메타가 앞으로 호라이즌 월드 내에 로블록스와 같이 경제 시스템을 갖추고 다른 서비스에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를 제공해 호라이즌 월드 안으로 모든 서비스의 캐릭터를 모을 경우, 전례 없는 거대 메타버스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기성 세대들에게 메타버스란? 편리한 업무 툴 또는 재미있는 장난감

현재까지 등장한 메타버스는 생산성 혹은 재미, 두 가지 중 한쪽에 치우친 경우가 많다. 이는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세대 간의 시선 차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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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셜(Spatial) 내 가상 갤러리(사진 제공 : 스페이셜)

최근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인 ‘스페이셜(spatial)’과 ‘게더 타운(gather town)’ 등은 주로 업무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페이셜은 오큘러스 퀘스트 2 이전부터 서비스를 제공해온 협업 툴이다. VR 기기를 쓰고 가상 공간에서 만나 화이트보드를 앞에 놓고 회의를 하거나 모닥불(Camp Fire)을 피워 놓고 그 앞에서 대화도 나눌 수 있다. 현재 VR 기기를 보유하지 않은 사용자를 위해 모바일 앱과 웹 버전까지 출시한 상태다.

마치 싸이월드나 고전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RPG)을 떠올리게 하는 게더 타운은 2D 메타버스 서비스다. 2D 캐릭터를 설정하고 키보드로 캐릭터를 움직여 다양한 곳을 둘러보거나 다른 캐릭터와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다. 고전 RPG 게임을 경험해본 세대에게는 익숙하게, 그렇지 않은 세대에게도 친근하고 편하게 다가가는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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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진라거 출시 기념 기자 간담회’를 게더타운에서 진행하고 있다(사진 제공 :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이 같은 형태의 메타버스 서비스들은 기업들의 회의나 세미나에 주로 활용돼 왔다. 실제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와 오뚜기는 2021년 10월 게더 타운에 이천 브루어리(Brewery)를 그대로 재현하고, 그 안에서 투어 프로그램을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는 이 같은 업무용 툴 이외에도 더 많은 메타버스 등장이 예상되는 해다. 특히 게임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채굴 기능과 토큰 보상을 갖춰 해외에서 일간 활성사용자 150만 명 이상을 확보한 ‘미르4(Mir4)’의 제작사 위메이드(WEMADE)는 최근 ‘제타버스(Zetaverse)’ 상표를 출원하고, 위메이드맥스(WEMADEMAX), 위메이드트리(WEMADE TREE) 등 자회사를 통해 관련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게임과 차별화되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이겠다는 것이 위메이드의 올해 목표다.

컴투스(Com2Us)는 하나의 서비스에서 업무와 놀이를 모두 할 수 있는 올인원 메타버스인 ‘컴투버스(Com2Verse)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컴투스는 지난해 11월 컨퍼런스 콜에서 컴투버스를 공개하며, “게임, 영상, 공연 등의 콘텐츠는 물론 금융, 쇼핑, 의료, 업무도 가능한 대형 메타버스를 구현하겠다고”고 밝혔다.

컴투스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컴투버스 내 ‘테마파크 월드’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커뮤니티 월드’에서는 다른 사용자들을 만날 수 있으며, ‘커머셜 월드’에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가상의 오피스 환경인 ‘오피스 월드’에서 일할 수 있다. 경제 시스템으로는 ‘블록체인(Block Chain) 경제’를 도입한다.

이외에도 현재 은행, 교육기관 대체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가 구축되고 있다.

요즘 ‘Gen Z’가 메타버스를 즐기는 방법은?

앞서 언급한 메타버스 서비스들은 주로 생산성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그러나 Z세대가 메타버스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행동하는 패턴은 조금 다르다. Z세대들은 대부분 재미와 탐험을 위해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용한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움직이기보다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듯 자유롭게 가상세계를 둘러보며 인증샷을 찍고 그 안에서 친구들을 만난다. 이러한 Z세대의 특성을 겨냥해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제페토(ZEPETO)’를 꼽을 수 있다.

네이버제트(Naver Z)가 서비스 중인 제페토는 아바타 전용 소셜 미디어로, 자신을 닮은 캐릭터를 만들어 여러 형태의 가상 공간을 누비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단순히 캐릭터를 꾸미는 재미에 치중돼 있었다면, 제페토 2.0 버전부터는 다양한 맵(Map, 게임 속 가상 공간)을 활용해 게임, 팬 미팅, 콘서트 등을 지원하는 메타버스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일례로 제페토는 블랙핑크의 신곡 ‘아이스크림’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와 동일한 3D 맵을 제공해, 가상 팬 사인회를 열 수 있도록 하거나 아바타가 방문해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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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페토X구찌(사진 제공 : 네이버제트)

제페토에서의 ‘삶’에 진심인 타깃 세대에게 제페토 속 아바타나 재화는 실제 세계의 자신이나 물건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실제 화폐로 제페토 속 재화를 구매해 아바타를 꾸미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명품 브랜드 구찌(GUCCI)는 이러한 흐름을 빠르게 파악해 제페토 아바타용 의상을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구찌는 아예 가상의 쇼룸(Showroom)을 만들고, 실물로도 판매하는 구찌 체인백과 버킷백 등을 본뜬 가상 제품을 제페토 안에서 판매했다. 구찌 외에도 디올(Dior), 자라(ZARA), 나이키(NIKE), 랄프로렌(RARLPH LAUREN) 등의 브랜드가 제페토 내에 입점해 가상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기업은 실물 상품보다 훨씬 저렴하게 자사의 아이덴티티가 드러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제페토 안에서는 한 번 제작하면 제품을 무한대로 복사할 수 있어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또한 머지않아 브랜드 핵심 소비자가 될 잠재고객들이 미리 자신의 브랜드를 체험한다는 점에서 마케팅의 측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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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1월, 한국관광공사와 네이버제트가 협업해 제페토 내 한강공원을 구축했다(사진 제공 : 네이버제트, 한국관광공사)

3D 월드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살려 제페토 안에 가상의 관광 명소를 옮겨 오기도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11월 네이버제트와 함께 ‘제페토 크리에이터 맵 콘테스트’를 진행했고, 이 중 입상작으로 선정된 부산, 목포, 안동, 강릉, 전주 등 관광거점도시 5곳의 3D 맵을 구축해 지난해 12월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제페토 안에서 부산 광안대교와 감천문화마을, 안동 영월교와 도산서원, 강릉 안목커피거리와 정동진 등의 관광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특히 BTS가 방문한 곳으로 알려지며 유명세를 탄 안목해변을 그대로 구현해, 가상으로 꾸며진 BTS 정류장에서 인증샷을 찍을 수도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전에도 로블록스에서 오징어 게임 콘텐츠(Squid Game in Gangneung, Korea)를 구현해 누적 방문자 수 7만 명 이상을 기록한 바 있다.

이외에도 CU와 GS25의 제페토 가상 편의점, 롯데하이마트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 ‘하이메이드 섬’ 등 유통업계도 체험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나이키는 로블록스에 나이키랜드를 구축했고, 아디다스(Adidas)는 가상의 한정판 신발을 판매하는 한편, 실제 한정판 신발을 사면 아디다스 메타버스 입장권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Z세대는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로블록스와 제페토가 다른 메타버스 서비스들보다 큰 인기를 얻은 비결은 제대로 구축된 경제 시스템과 보상 시스템이다. 제페토는 3D 툴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의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제페토는 유행을 따라 의상을 직접 제작해야 하는 문제에서 자유로워졌고, 소비자들은 패션쇼가 끝나자마자 소개된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옷을 바로 구매해 입을 수 있게 됐다.

제페토는 제페토 스튜디오를 통해 3D 툴을 다룰 줄 모르는 소비자도 의상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로블록스와 제페토 모두 ‘로벅스’와 ‘젬’으로 부르는 자체 화폐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현금으로 환전해준다. 현재 제페토 크리에이터는 70만 명 이상이며, 판매한 아이템 개수는 2,500만 개를 넘어섰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크리에이터 ‘렌지’와 같은 제작자 인플루언서도 등장할 수 있었다.

메타버스 서비스 성패를 좌우할 핵심 키워드는 ‘재미’와 ‘경제 시스템’

앞으로의 메타버스 트렌드를 관통할 핵심 키워드는 ‘재미’와 ‘경제 시스템’이다. 뚜렷한 목적 없이도 사용자가 찾아오게 하려면 재미를 보장하는 콘텐츠가 많아야 하고, 2D 게시판을 뛰어넘는 사용 편의성도 갖춰야 한다. 확실한 경제 시스템과 보상, 쉬운 제작 툴도 중요하다. Z세대가 원하는 콘텐츠는 플랫폼 제작자보다 Z세대가 더 정확하게 알고 있다. 제작이 쉬운 환경을 제공하고 제작한 결과물에 대해 확실하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는 기존 메타버스 외에도 수도 없이 많은 메타버스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중 어떤 서비스가 확실한 재미와 보상을 갖추고 있을지 기대해보자.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the-new-world-of-metaverse/feed/ 0 [K반도체 스토리] 그래픽 (EP3. 메타버스) /k-semiconductor-story-ep3-metaverse/ /k-semiconductor-story-ep3-metaverse/#respond Thu, 11 Nov 2021 14:20:00 +0000 http://localhost:8080/k-semiconductor-story-ep3-meta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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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를 겨냥한 뉴미디어 마케팅 ‘메타버스 & 버추얼 인플루언서’ /mz-newmidea-marketing-metaverse/ /mz-newmidea-marketing-metaverse/#respond Thu, 30 Sep 2021 20:29:00 +0000 http://localhost:8080/mz-newmidea-marketing-metaverse/ MZ세대는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접해 디지털 환경이 마치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1)이기도 하다.

이들은 소비 주체로서 현재의 시장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창출 가능한 소비 가치가 큰 잠재적인 우량 고객이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최근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뉴미디어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 중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MZ세대의 새로운 놀이터로 부상한 ‘메타버스(Metaverse, 3차원 가상세계)’다.

메타버스에는 언뜻 봐서는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 미묘한 존재도 살고 있다. 바로 사이버 세상에서 인간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3차원 가상인간(Virtual Human),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2)다.

1)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를 뜻하는 말.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원어민(Native speaker)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세대라는 의미를 담고 있음.
2)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 소셜 네트워크(SNS)에서 마치 실제 사람처럼 일상을 전하고 다른 유저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가상의 존재.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메타버스’, 그곳에서 활약하는 ‘가상인간’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 소설 ‘스노크래시’(이미지 제공: 문학세계사)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가리킨다.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1992년에 출간한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낮에 피자배달부로 일하지만, 밤에는 고글을 쓰고 메타버스라는 온라인 세계에 접속해 그곳에서 슈퍼히어로로 산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온라인에 구축돼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상의 세계를 의미한다.

현실의 인간과 메타버스를 잇는 매개체가 바로 ‘가상인간’이다. 가상인간은 게임 속 캐릭터나 가상현실의 아바타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만들어진 가상의 존재라는 느낌 대신, 언젠가 주변에서 한 번쯤 본 것 같은 실제 사람과 매우 흡사한 외형을 갖고 있다. 이 같은 ‘현실성(Reality)’이 기존 아바타와 가상인간을 구분 짓는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이들이 ‘현실성’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실제 촬영한 이미지에 가상의 얼굴을 합성하는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3) 모델링(Modeling)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하면 피부의 솜털까지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외형 디자인이 가능하다. 가상인간을 만들기 위해 적용된 하이퍼리얼리즘 모델링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딥페이크(Deepfake)4)와는 다른 개념이다. 딥페이크는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실존하는 연예인, 인플루언서의 얼굴을 다른 사람의 몸에 합성하는 기술이지만, 기업이 만든 가상인간인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기업이 주체가 돼 자체적으로 개발한 가상 모델이다.

3)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 실사와 애니메이션 합성을 구분할 수 없는 고난도 특수효과를 만들어내는 컴퓨터그래픽 기술.
4) 딥페이크(Deepfake): 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특정 영상에 합성한 편집물. 유해 영상에 유명인이나 일반인의 얼굴을 합성해 디지털 성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논란의 여지가 있음.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등장 배경은?

기업 입장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현실 세계뿐만 아니라 가상 세계에서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사업의 범위도 훨씬 더 넓힐 수 있다. 이처럼 현실과 가상세계의 상호 연동이 가능한 메타버스의 특징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실제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를 정착할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마케팅 O2O(Online to Offline)5)를 뛰어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미래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다.

5)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이 결합하는 현상. 최근에는 전자상거래나 마케팅 분야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는 현상을 말하는 데 주로 사용됨.

또한 기업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 뉴미디어 마케팅을 시도하는 모습 자체로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이미지를 남길 수 있고,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만큼 기업의 이미지를 젊게 바꿀 수 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열정적인 기업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쉽다.

메타버스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글로벌 빅 테크

메타버스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글로벌 빅 테크(Big Tech)6)들은 메타버스 시장 진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페이스북(Facebook)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CEO는 미국 IT 전문매체 더 버지(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5년 안에 페이스북을 SNS 기업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비전을 밝혔다.7) 페이스북은 2014년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기기 업체인 오큘러스(Oculus)를 인수하며 VR HMD(Head Mount Display)8) 오큘러스 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메타버스와 관련된 기술에 집중투자 하고 있다. 2019년에는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만들어 이용자들끼리 어울리고 채팅하는 VR앱인 ‘페이스북 호라이즌(Facebook horizon)’을 선보였고, VR기술을 활용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업무를 보는 가상 사무실인 ‘인피니트 오피스(Infinite Office)’를 개발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Corporation)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2015년부터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반 EGD(Eye Glassed-type Display)9) 홀로렌즈(HoloLens) 시리즈를 선보여왔고, 최근에는 VR/AR 플랫폼 ‘MS메시(Mesh)’를 공개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애저(Azure)를 기반으로 구축된 MS메시는 VR과 AR을 적절히 융합해, 홀로렌즈를 착용한 이용자는 다른 이용자와 같은 장소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보다 폭넓은 조직 내 협업 시나리오 구현이 가능하다.

구글(Google) 역시 2014년 AR EGD ‘구글 글래스(Google Glasses)’를 개발했고, 2016년부터는 VR HMD 기업 HTC와의 협업을 통해 구글 어스(Google Earth) VR 버전도 서비스하고 있다. 앞으로 메타버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는 상태다.

6) 빅 테크(Big Tech):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Amazon), 애플(Apple) 같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을 총칭하는 말.
7) 출처: Facebook’s CEO on why the social network is becoming ‘a metaverse company’ (https://www.theverge.com/22588022/mark-zuckerberg-facebook-ceo-metaverse-interview)
8) HMD(Head Mount Display): 머리에 착용하는 고글 형태의 디스플레이 장치.
9) EGD(Eye Glassed-type Display): 안경 형태로 귀에 걸어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장치.

기업 SNS 모델부터 가상 아이돌까지…‘버추얼 인플루언서’ 활용에 적극적인 기업들

기업이 가상인간을 활용하면 자체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을 활용해 충성도 높은 팬덤(Fandom)을 확보할 수 있고, 기존 셀러브리티(Celebrity)나 인플루언서(Influencer)에 비해 모델 비용도 덜 든다. 무엇보다 가상인간은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불미스러운 사생활 스캔들로 마케팅이 중단되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코로나19 시대에 지켜야 할 방역 지침에서도 자유롭다.

기업은 이런 가상인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가상인간을 가장

▲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 인스타그램(이미지 제공: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기업은 이런 가상인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가상인간을 가장 잘 활용한 사례가 바로 ‘버추얼 인플루언서’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는 인스타그램에서 일반인처럼 활동하다가 지난해 12월 자신이 가상인간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후 로지가 출연한 2건의 신한라이프 광고 영상은 폭발적인 관심 속에 1,0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로지가 창출한 광고 효과는 10억 원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가상 스튜디오에서 상품을 선보이며, 가상 모델과 가상 쇼호스트가 고객과 소통하며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2월부터 SNS에서 가상 모델로 활동 중인 ‘루시’의 움직임과 음성 표현을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도화해 홈쇼핑 쇼호스트로 선보일 예정이다.

대중음악계도 예외는 아니다. 블랙핑크는 네이버 메타버스

▲ 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에스파’와 가상 세계의 멤버 ‘ae에스파’(이미지 제공: SM엔터테인먼트)

대중음악계도 예외는 아니다. 블랙핑크는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에서 아바타 형태로 팬사인회를 열었다. 비슷한 시기 방탄소년단도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더 나아가 가상 아이돌로 돌파구를 찾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SM 컬쳐 유니버스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걸그룹 ‘에스파’를 현실 세계의 멤버와 가상 세계의 멤버 ‘ae에스파’로 구성해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에스파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에서 “미래 세상은 셀러브리티와 AI(인공지능)의 세상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도 현실 세계와 가상 현실을 오가는 새로운 개념의 스토리텔링을 선보일 계획이며, 이는 메타버스를 염두에 둔 전략으로 분석된다.

무궁무진한 가능성 보여준 메타버스,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선 정교한 접근법 필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는 현실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의 수요가 높다는 점에서 그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메타버스 플랫폼의 확산을 위해서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연결해 주는 VR, AR 기기의 대중화가 이뤄져야 한다. 아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대중들에게 낯선 기술이라는 한계도 있고, 딥페이크로 인해 형성된 합성 기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넘어야 할 산이다.

매력적인 가상인간을 만들면 무조건 호감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에 그쳐서 안된다. 스토리와 재미가 따라오지 못한다면 가상인간은 진부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만 소비되지 않고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 속으로 녹아들어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져야만, 가짜가 아닌 ‘새로운 세계’가 창세될 것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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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가능한 3D 월드, ‘인싸’들의 제페토(ZEPETO) /zepeto-of-insa/ /zepeto-of-insa/#respond Tue, 13 Oct 2020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zepeto-of-insa/ ZEPETO_1.jpg

과거 싸이월드, 메이플 스토리 등에서 인기를 끌다 사라진 ‘아바타(Avatar, 사이버 공간에서 사용자의 분신처럼 사용되는 가상의 그래픽 아이콘)’가 Full 3D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인공지능이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예측을 수행하도록 하는 기술)을 통해 모바일 환경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아바타 붐을 다시 일으킨 주역은 최근 인싸(‘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신조어)들의 ‘최애 앱’으로 떠오른 ‘제페토(ZEPETO)’.

제페토에서 선보이고 있는 3D 아바타 서비스는 처음에는 한 모바일 앱의 기능 중 하나였다. 국내 기업 캠프 모바일(Camp Mobile)이 개발한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카메라 앱이자 소셜 미디어인 ‘스노우(SNOW)’는 사진을 찍는 사람의 얼굴 위에 토끼 귀나 고양이 수염을 붙여주는 기능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스노우의 여러 기능 중 사용자의 표정을 따라 하는 3D 아바타 기능이 사용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은 것. 스노우는 이 기능을 별도 앱으로 출시해도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제페토다.

제페토는 1.0 버전과 2.0 버전으로 구분된다. 2018년 8월에 출시한 1.0 버전은 아바타를 생성하고 옷을 입히는 인형 놀이 수준의 시스템이었으나, 2019년 3월에 나온 2.0 버전에서는 앱에서 친구를 맺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동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는 소셜 미디어로 변모했다. 제페토는 2018년 8월 출시 이후 1년 6개월 만에 글로벌 누적 가입자가 1억3,000만 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쯤에서 궁금증이 하나 든다. 앞서 소개했던 ‘젠리’처럼 과거에 존재했던 서비스라도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는 경우가 있다지만(관련기사 힙한 10대 ‘인싸’들이 주목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 ‘젠리(Zenly)’), 인스타그램, 틱톡처럼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세상에서 이미 식상해진 아바타 서비스가 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제페토의 인기 비결 하나: 예쁜 ‘캐릭터’로 즐기는 인싸 문화

제페토 외에도 애플의 ‘미모티콘’, 삼성전자의 ‘AR 이모지’, 페이스북의 ‘아바타’ 등 아바타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은 이미 많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아바타는 과거 싸이월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AR 이모지는 ‘예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나마 애플의 미모티콘이 유일하게 예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던 상황에서, 그것보다 ‘더 예쁜’ 캐릭터를 내세운 것이 제페토였다.

제페토의 초기 기획은 ‘나와 닮았지만 예쁜 캐릭터’다. 전면 카메라로 사용자의 얼굴을 촬영하면, AI(인공지능)가 머신러닝 기술로 사용자와 닮은 얼굴의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준다. 다른 앱은 아바타 틀은 아예 예쁘지 않았거나, 예쁘지만 직접 설정해야 하는 귀찮음이 있었지만, 제페토의 아바타는 그렇지 않다. 기본 형태만으로도 충분히 예쁜, 그런데 꾸미면 더 예쁜 유일한 3D 캐릭터가 탄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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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페토는 머신러닝 기술로 표정과 얼굴 형태를 그대로 인식해 나와 닮은, 그러면서도 더 예쁜 캐릭터를 만들어준다.(왼쪽) 또한, 의상, 헤어, 신발, 메이크업,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아이템이 구비돼 있어 원하는 대로 아바타를 꾸밀 수 있다.(오른쪽)

제페토는 예쁜 것을 넘어서 유행 위에 올라타기를 원했다. 2.0 버전에 이르러 ‘쉼표 헤어(눈썹까지 오는 앞머리를 쉼표 모양으로 말아서 연출하는 헤어스타일링)’ 등의 헤어스타일, ‘인싸 화장’으로 불리는 메이크업, 스트릿 패션, 모자나 머리띠, 네일 아트 등 현시점에서 유행하는 모든 패션과 뷰티 스타일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 또한 다른 플랫폼과 다르게 Full 3D로 구축돼 다양한 모션이나 댄스, 포즈 등을 도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제페토는 제일 예쁜 동시에 트렌디(Trendy)한 아바타 플랫폼으로 거듭났고, 이러한 강점은 지금도 발휘되고 있다.

젠리, 틱톡처럼 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제페토는 이들의 ‘인싸 문화’를 이해하고 가상의 세계에 이 문화를 옮기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캐릭터를 예쁘게 꾸밀 수 있게 했고, 그다음에는 앱 내에서 친구를 맺은 뒤 함께 사진을 찍고 인증하며 노는 다양한 방법을 선보였다. 오프라인 인싸 문화를 온라인으로 옮긴 것.

인싸가 되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예쁘게 만들어야 하고, 이것은 의상과 아이템, 메이크업 등을 구매해야 하는 요인이 된다. 타깃에 맞춰 유료와 무료 아이템을 제공하며, 가상화폐인 ‘젬’과 ‘코인’을 무료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설문 조사, 앱 설치, 광고 보기 등의 방법을 제공하기도 한다.

제페토의 인기 비결 둘: 현실에선 불가능한 환상적인 경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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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핑크의 ‘아이스크림’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에서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

제페토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현실에서라면 불가능한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사용자는 제페토 안에서 스타와 사진을 찍거나 스타의 방에 방문할 수 있다. 3D 가상 월드인 ‘제페토 월드’를 통해 평소 좋아하던 연예인의 아바타에게 사인을 받고 함께 인증샷을 찍거나, 가상으로 꾸며진 연예인의 집에 방문할 수 있다. 실제로 제페토는 블랙핑크가 신곡 ‘아이스크림’을 올해 9월 선보이자, 캐릭터가 방문하고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아이스크림’ 뮤직비디오 무대를 3D 맵으로 구축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제페토 월드가 제공되며, 다이나믹듀오, 핫펠트, 쏠 등이 소속된 아메바컬쳐가 제페토 월드 맵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여타 플랫폼과 달리 캐릭터가 Full 3D로 구축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

3D 서비스의 콘텐츠 확장성은 무한대에 가깝다. 기존에는 아바타의 특정 모션을 친구에게 메시지로 보내는 정도의 서비스만 가능했다면, 제페토에서는 아바타가 가상의 세계에서 원하는 곳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수준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제페토는 르네상스 시대 명화를 재현한 ‘버추얼 미술관’을 열고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이곳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등 세계적인 명작들을 시공간 제약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댄스, 포즈 같은 동적인 기능들을 터치 한 번으로 자신의 캐릭터에 적용할 수도 있다. 일반 사용자들은 코디 세트(Co-ordi. Set, 원하는 헤어, 메이크업, 의상을 모아놓은 구성)를 만들어 자신의 피드(Feed, SNS 계정에서 다른 사용자에게 노출되는 첫 화면)에 업로드할 수 있는데, 이 피드를 보면서 다른 사람이 만든 코디 세트를 자신의 캐릭터에 바로 입혀보거나 구매할 수 있다. 제페토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블랙핑크의 경우 신곡 ‘아이스크림’의 댄스 모션을 제페토에 구현해 놓았다. 사용자는 터치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가 ‘아이스크림’ 커버 댄스를 추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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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페토에서는 아바타가 ‘아이스크림’ 커버 댄스를 추도록 할 수 있고(왼쪽), 아바타에게 웹툰 ‘유미의 세포들’ 의상을 입힐 수도 있다.(오른쪽)

제페토는 네이버에서 시작된 서비스라, 네이버 인기 서비스로의 콘텐츠 확장을 꾀할 수도 있다. 브라우니 등 네이버의 인기 캐릭터와 인증샷을 찍을 수 있고, 유미의 세포들, 선녀강림 등 인기 웹툰 캐릭터의 의상을 구매하거나 이들과 함께 인증샷을 찍을 수도 있다. 다른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도 활발한 편이다. 네이버 캐릭터 외에 BTS의 캐릭터 브랜드인 BT21 역시 입점해 있다.

제페토 월드는 단순히 인증샷을 찍는 용도뿐 아니라 일종의 게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아직은 점프, 질주 등의 단순한 행동만을 할 수 있지만, 이 행동만으로도 3D로 조성된 맵 안에서는 게임처럼 사용할 수 있다. 높은 곳에 올라 인증샷을 찍고 장애물을 뛰어넘는 모습은 마치 이것이 예쁜 마인크래프트(Minecraft, 블록을 쌓아 캐릭터와 3D 맵을 만들 수 있는 게임. 사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일종의 프로그래밍 툴로도 활용된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제페토 월드는 아바타의 클래식한 사용법인 캐릭터 꾸미기와, 무한대의 오픈 월드 게임인 마인크래프트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제페토의 인기 비결 셋: 잘 만들어진 크리에이터들의 놀이터

제페토는 사용자들과 기업에게도 무한한 자유를 주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일반 사용자는 틱톡처럼 저작권 문제가 해결된 음원, 이미지, 제페토가 제공하는 의상, 메이크업을 조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했고, 다른 소셜 미디어처럼 팔로우와 조회수 시스템을 넣어 인기 크리에이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시스템 안에서 실제 댄스와 아바타 댄스를 결합해 영상을 만드는 크리에이터,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메이크업을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 인기 드라마 등의 캐릭터를 똑같이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인플루언서가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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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크리에이터는 제페토 아바타로 BTS 커버 댄스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왼쪽) 나이키 같은 기업도 브랜드관을 열고 아바타를 위한 아이템들을 판매하고 있다.(오른쪽)

의상의 경우 개인과 기업을 모두 끌어들이는 중이다. 제페토 스튜디오를 출시해 3D 툴을 다룰 수 있는 사용자에게 유행하는 옷을 만들게 하고, 이 아이템들을 판매할 경우 수익을 보전해주고 있다. 올해 5월 네이버 발표 내용에 따르면 한 달간 6만 명이 참여했고 2만 종의 아이템이 등록됐으며 월 300만 원의 순수익을 올린 크리에이터도 등장했다고 한다.

제페토 스튜디오는 3D 툴 전문가뿐 아니라 템플릿을 내려받아 의상을 만들 수 있는 초급 크리에이터용 툴도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유행에 매우 민감한 타깃의 니즈에 부합하는 아이템을 빠르게 생성할 수 있다.

기업의 경우 제페토 비즈니스에 참여해 스튜디오를 만들고 의상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실제 판매 수익 창출이나 프로모션용 제공 등 대부분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 나이키, 크리스천 루부탱, 디즈니, 블랙핑크, BT21 등 다양한 기업이나 컬래버레이션 모델이 등장해 사랑을 받았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경우 블랙핑크나 아메바컬쳐의 사례처럼 가상 월드를 만들어 스타와 똑 닮은 캐릭터와 함께 만족스러운 가상 경험을 제공할 수도 있다.

제페토의 약진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 : 빠른 대응과 제대로 된 타깃팅이 핵심

제페토는 개발 역량 면에서 단점이 없다고 할 정도로 뛰어나다. 우선 단기간에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눈에 띈다. 1.0 버전의 개발은 기획부터 출시까지 3개월, 2.0 버전은 7개월 만에 내놓을 정도로 출시 속도가 빨라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앱스토어 리뷰, 소셜 미디어 반응 등을 꾸준히 살펴 사용자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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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릭 한 번이면 원하는 댄스 모션을 선택해 아바타에게 적용할 수 있다.

기존 캐릭터 기반 서비스 중 사용자가 불편을 느낄 만한 요소를 빠르게 제거한 것도 특징이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사진만 찍어도 대강 닮은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고, 메이크업이나 아이템 등을 입히는 시스템도 어렵지 않다. Full 3D인 점을 활용해 여러 포즈를 터치 한 번으로 적용할 수 있는 편의성도 갖췄다.

10대의 ‘인싸 문화’를 확실하게 공략하되, 가상의 캐릭터에서 오는 강점들도 흡수했다. 인싸 문화를 위해 친구를 맺고 함께 인증샷을 찍는 것은 기본인데, 가상의 캐릭터라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친구를 맺을 수 있다. 모르는 사람과 인증샷을 찍는 항목도 존재하며,   그룹 모임을 할 수 있는 항목도 마련해 놓았다.

특정 스타의 팬덤(Fandom)을 쉽게 흡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팬을 위해 스타와 닮은 캐릭터를 만들어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3D로 완벽 구현하고, 이들의 춤을 따라 하거나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를 방문하기도 쉽다. 현실이라면 불가능에 가까운 사인회와 인증샷도 가상 캐릭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높은 기술 수준과 기술 이해도, 그리고 세밀한 타깃팅이 결합해 만들어진 제페토는 3D이기 때문에 가능한 확장성을 바탕으로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내고 있다. 이것이 제페토가 Z세대 타깃 서비스 중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비결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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