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모픽 – SK hynix Newsroom 'SK하이닉스 뉴스룸'은 SK하이닉스의 다양한 소식과 반도체 시장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전달합니다 Thu, 13 Feb 2025 11:00:11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6.7.1 https://skhynix-prd-data.s3.ap-northeast-2.amazonaws.com/wp-content/uploads/2024/12/ico_favi-150x150.png 뉴로모픽 – SK hynix Newsroom 32 32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with 김범준 교수] 보이지 않아도 모든 곳에 존재하는 물리학과 반도체 (4/4, 완결) /thirds-eyes-kimbeomjun-4/ /thirds-eyes-kimbeomjun-4/#respond Thu, 14 Dec 2023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thirds-eyes-kimbeomjun-4/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제3시선,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는 과학·기술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서로의 분야에서 공통의 주제를 이야기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넓혀가는 연재 콘텐츠입니다. 과학계의 최고 전문가와 최고의 ICT 기술을 만들어 내는 SK하이닉스 구성원 간의 대담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반도체를 더욱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국내 최고의 물리학 전문가인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김환영 TL, 민태원 TL, 임경선 TL, 조상혁 TL)들이 만나 정보의 기본단위가 0과 1로 처리되는 현재의 반도체를 물리학의 관점에서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두 개 이상의 양자 상태가 합쳐진 ‘양자 중첩’ 현상을 활용해 0과 1이 동시에 처리되는 양자컴퓨터 등 미래 반도체 기술에 적용되는 물리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까지, 총 4편에 걸쳐 다룰 예정입니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누는 반도체, 물리학 그리고 양자역학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지금까지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나눈 물리학과 반도체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살펴봤다. 인류는 물리학을 통해 도체와 부도체, 반도체, 초전도체의 물성을 정립할 수 있었으며 양자역학을 통해 원자와 전자 단위의 미시세계의 운동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물리학을 통해 반도체와 컴퓨터를 만들었고, 이러한 것들은 인류의 역사를 바꾸었다. 인류 문명의 발전 그 모든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물리학은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도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김범준 교수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대담 그 마지막 이야기는 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물리학과 반도체의 관계 그리고 미래 반도체를 새롭게 만들어갈 물리학 후배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 뉴로모픽 반도체의 원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임경선 TL, 김환영 TL, 민태원 TL, 김범준 교수, 조상혁 TL(왼쪽부터)

인공지능을 위한 뉴로모픽 반도체

김범준 교수 과학 기술의 발전은 컴퓨터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는데요. 앞서 우리가 이야기 나눴던 양자컴퓨터[관련기사]의 등장 역시 과학 기술의 발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양자컴퓨터는 분명 우리의 미래를 변화시킬 중요한 기술이 되겠지만, 이러한 기대를 받는 것이 양자컴퓨터만은 아니죠?

민태원 TL 챗GPT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최근에는 더 효율적인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반도체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앞서 양자컴퓨터를 이야기하면서 간단히 언급되긴 했지만,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병렬 연산을 통한 빠른 연산이 중요해지고 있거든요. 이 때문에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모델은 대부분 GPU(Graphic Processor Unit, 그래픽 처리 장치)를 통한 병렬 연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하고 생산하는 HBM(High Bandwidth Memory)*은 초고성능 GPU에 탑재돼 연산 속도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PIM(Processing in Memory)*과 같이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능력을 더한 제품들도 인공지능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메모리):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됨. HBM3E는 HBM3의 확장(Extended) 버전
* PIM(Processing in Memory, 지능형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더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데이터 이동 정체 문제를 풀 수 있는 차세대 기술

임경선 TL 현재의 인공지능 수준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인공신경망[관련기사]인데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Open AI)를 비롯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저마다 HBM이 탑재된 고성능 GPU나 인공지능을 위한 자체 연산장치를 개발,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구글의 경우를 보면, 인공지능 연산장치인 TPU*(Tensor Processing Units) 등을 활용해 인공지능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 TPU(Tensor Processing Units): 구글의 AI(머신러닝) 엔진인 텐서 플로우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반도체로 구글이 자체 개발했다.

▲ 각종 반도체의 종류별 포함 관계

김범준 교수 맞습니다. 마침 제가 신경과학*도 연구하고 있어 인공신경망을 활용하는 인공지능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최근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이유는 사람의 신경망을 모방한 인공신경망을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에는 약 천억 개 정도의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돼 신호를 주고받는데요. 이러한 구조를 우리는 흔히 ‘시냅스(Synapse)’라고 부릅니다.

뇌가 신경망을 통해 각 신경세포에 전기를 통하게 하거나(디지털 회로값 ‘1’) 통하게 하지 않는(디지털 회로값 ‘0’) 방식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인데, 약 천억 개의 신경세포를 통해 연산을 수행하죠. 방대한 양의 신경세포가 동시에 서로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핵심인데요. 인공신경망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GPU나 TPU와 같이 병렬 연산에 유리한 연산장치를 통해 동시에 정보를 처리하게 됩니다.

* 신경과학(神經科學, Neuroscience): 뇌를 포함한 모든 신경계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생물학의 일부로 분류되고 있지만 현재 인공지능 분야에서 물리학을 기반으로 관련 다양한 주제가 연구되고 있다.

김환영 TL 물론 GPU나 TPU와 같은 연산장치가 병렬 연산에 유리하기 때문에 인공신경망 구현에 적합한 장치입니다. 하지만 폰노이만 구조로서의 한계가 있는데요. 폰노이만 구조에서는 메모리 간의 정보 이동 과정 중 오버헤드* 문제가 발생하며 연산 속도가 느려지기도 합니다.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입니다. 아직은 기술적으로 완벽하진 않지만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가까운 미래에 뉴로모픽 반도체가 상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뉴로모픽 반도체와 관련해 다양한 물리적 현상에 기반하여 개발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가중치를 저장했다가 읽어오는 방식을 구현하는 실리콘 기반 CMOS(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트랜지스터 뉴로모픽 반도체와 메모리와 가변 레지스터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멤리스터(Memristor)* 소자를 활용하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이중 멤리스터 방식은 세분화된 가중치를 위해 점진적인 스위칭 저항 특성을 가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각각의 소자는 기능적인 차이가 존재하고 요구 특성이 다릅니다. 이에 업계의 연구원들은 필요한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자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는 연구되고 있는 다양한 소자들이 서로 다른 물리적 현상을 기반으로 성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물리적 현상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오버헤드(Overhead):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간접적 혹은 추가로 요구되는 시간, 메모리, 대역폭 혹은 다른 컴퓨터 자원을 말한다.
* 멤리스터(Memristor): 메모리(Memory)와 레지스터(Resistor)의 합성어로 전하량에 따라 변화하는 유도 자속에 관련된 기억 저항(Memristance) 소자

미래를 바꿀 물리학과 반도체

김범준 교수 이번 대담을 통해 SK하이닉스 구성원분들과 이야기해 보니 물리학이라는 것은 인류의 발전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계속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드네요. 끝으로 물리학과 반도체에 관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나눈 것에 대한 소감 한마디씩 나눠보도록 할까요?

김환영 TL 반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은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반도체는 공정, 소자, 설계 이 모든 것들이 물리로 얽혀 있는 정말 많은 물리적 현상의 종합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반도체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현재의 물리적 상태의 위치에서 새로운 물리적 상태의 위치로 옮기는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시간 내에 대상을 정확하게 제어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이라는 언어로 반도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양자컴퓨터, 뉴로모픽 반도체 또한 모두 동일합니다. 다만 정보의 물리적 형태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물리적 상태의 위치가 다른 곳에 있는 것 뿐 입니다. 따라서 반도체 기술뿐 아니라 미래를 바꿀 반도체 기술을 알기 위해서도 결국엔 물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담은 저에겐 새로운 관점의 물리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물리학이라는 학문을 배운 우리 구성원들이 저마다 다른 부서에서 서로 다른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과 다른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물리학과 반도체에 관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어서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민태원 TL 반도체를 비롯해 미래를 만들어 나갈 핵심 기술에 물리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컴퓨터의 성능 향상을 위해 더 작은 크기와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부분은 언젠간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거든요. 결국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가 필요하게 될 것이고, 새로운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선 물리학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SK하이닉스의 HBM은 이러한 새로운 콘셉트의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HBM뿐 아니라 321단 낸드플래시 등 우리가 개발하고 생산하는 모든 제품들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도 결국에는 물리학적 이해와 활용이 아주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SK하이닉스는 물리학적 이해와 활용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상혁 TL 이번 대담 덕분에 양자컴퓨터와 뉴로모픽 반도체 등 미래 컴퓨팅 기술에 관해 정말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실제로 업무 과정에서 다루는 물리학 이론과는 또 크게 다른 내용들이다 보니 더 넓은 관점에서 물리학을 이해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물리학을 배울지 말지 고민하거나 반도체 업계에 종사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꼭 한마디 전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반도체를 비롯해 미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물리학의 학문적인 내용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맞지만, 물리학은 이보다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 경험상 물리학을 배우면서 다양한 실험을 했던 것이 실제로 반도체 업계 현장에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거든요. 특히 물리학적 관점에서의 실험과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테스트하는 과정들은 매우 닮았습니다.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물리학을 배워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것도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임경선 TL 사실 물리학은 굳이 반도체 산업이 아니더라도 아주 중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물리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평소 가지고 있는 수많은 호기심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갈지 결정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물리학을 배우다 보면 무한한 자연의 이치에 겸손해지는 마음을 갖게 되는데요. 이러한 것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굉장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담을 통해 양자컴퓨터나 뉴로모픽 반도체와 관련해 SK하이닉스에서 많은 관심을 두고 연구와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요. 미래를 바꿀 다양한 반도체를 개발하고, 미래 기술에 우리의 반도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학교와 기업이 긴밀히 소통하면서 더 발전된 형태의 연구와 개발이 좀 더 확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김범준 교수 물리학을 배우면 자연의 이치에 겸손해진다는 말은 정말 크게 공감이 되네요. 물리학을 배우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본인이 어느 정도 열심히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모르는 게 많다고 느낀다는 점인데요. 무한한 물리학의 세계를 접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배워도 부족하다는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죠. 이번에 저희가 나눈 대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양자컴퓨터를 비롯해 반도체와 관련된 다양한 물리학 내용들을 정말 잘 설명해 주셔서 저도 많은 것들을 배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을 보면서 물리학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 물리학을 전공한 선배들이 미래를 바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더 많은 물리학과 학생이 알게 되고, 본인이 직접 미래를 바꿀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번 대담 정말 즐거웠고 많은 의견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지금까지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SK하이닉스 김환영 TL, 민태원 TL, 임경선 TL, 조상혁 TL의 대담을 살펴봤다. 이번 대담을 통해 우리는 인류의 운명을 바꾼 컴퓨팅 기술이 물리학에서부터 시작되었고, 미래를 바꿀 기술 역시 물리학을 통해 개발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으로도 물리학의 연구가 반도체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SK하이닉스는 또 어떤 새로운 반도체로 세상을 바꿔나갈지 함께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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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반도체 6편] 챗GPT 등 인공지능의 시대 : ‘뇌 구조의 반도체로 만들다’ 뉴로모픽 반도체의 등장(6/7) /jeonginseong-column-ai-6/ /jeonginseong-column-ai-6/#respond Wed, 19 Jul 2023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jeonginseong-column-ai-6/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현재 전 세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키워드다. SK하이닉스 뉴스룸에서는 [인공지능 반도체] 코너를 마련, 인공지능 전문가 정인성 작가와 함께 총 일곱 편의 기고문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 연재물에서는 컴퓨터와 반도체의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살펴볼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바뀌면서 ‘0’과 ‘1’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응용되는지 알아보고, 이때 반도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확인해 볼 것이다. (필자 주)

이번 편에서는 다가올 미래 반도체를 다룰 것이다.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해 만든 반도체, 바로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정의하는 데 많은 혼란을 일으킨다. 그래서 우선 용어들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인공지능 반도체’라는 용어는 매우 큰 범위를 가진다. 현재에서 미래까지 인공지능 기술에 필요한 모든 반도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 분야의 대표주자는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 처리 장치)다.

또 다른 ‘인공지능 반도체’는 ▲NPU(Neural Processing Unit, 인공지능 처리 장치)다. 이 NPU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GPU보다 인공지능을 위한 연산에 더욱 특화된 반도체로, 독립적인 반도체 칩으로 설계되기도 하고 혹은 반도체 칩 내부의 일부분으로 설계되기도 한다. GPU보다 인공지능이 필요로 하는 연산 알고리즘인 GEMM* 등에 특화된 NPU를 중심으로 뉴로모픽 반도체를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 GEMM(GEneral Matrix Multiplication) : 다중 연산의 식을 여러 개 입력하고, 결괏값은 하나로 출력하는 알고리즘으로 추론이나 예측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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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 GEMM 연산 중 하나인 내적(왼쪽)과 실제 이미지 인식 과정에서 신경망 연산에 GEMM이 쓰이는 예(오른쪽)

NPU 등 인간의 뇌구조처럼 병렬 형태의 연산 방식을 모방한 뉴로모픽 반도체는 폰 노이만 구조*의 일반적인 컴퓨터 칩에 가까운 개념부터, 폰 노이만 구조를 완전히 벗어나는 개념까지 매우 다양하다. 특히 이번 편에서는 뉴로모픽 반도체 중에서도 가장 메모리에 가까운 구조를 가진 반도체를 다루고자 한다. 그래서 이번에 언급하는 뉴로모픽 반도체는 다양한 미래 반도체 중 하나일 뿐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 폰 노이만 구조(Von Neumann Architecture) : 메모리와 연산장치, 입출력 장치 등 전형적인 3단계 구조로 이루어진 프로그램 내장형 컴퓨터 구조.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일반적인 컴퓨터의 기본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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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 각종 반도체의 종류별 포함 관계

디지털 회로의 대가

컴퓨터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다. 인류는 컴퓨터가 생겨남으로써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됐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에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강력한 연산과 자동화 능력을 세상에 제공할 수 있었다. 컴퓨터 덕분에 매우 정밀한 계산을 할 수 있게 됐고, 하루 종일 검산해야 했던 수백만 가지 숫자들을 수 초 만에 전부 틀리지 않고 계산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가능하게 한 이유 중 하나는 디지털 회로가 보장하는 높은 정확도다. 디지털 회로는 ‘1+1의 연산 결괏값은 항상 2’인 것과 같이 동일한 연산을 할 때 매번 같은 값을 보장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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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 순서도는 약간의 오차로 인해 어마어마한 오동작이 일어날 수 있다.

<그림 3>을 살펴보자. 만약 위 순서도에서 N값이 정확히 구분되지 않고, ±(플러스마이너스) 0.1 정도의 오차가 있으면 어떻게 될까? 연산이 완료된 후에도 결괏값이 틀릴 뿐만 아니라 운이 없으면 아예 분기(조건문) 처리 자체가 망가져 버릴 수 있다. N값이 정수로 떨어지지 않으면, 프로그램이 멈추지 않고 계속 계산을 진행하고 있을 수도 있다. 결국 논리적인 구분의 값이 정확하지 않으면 더 이상 컴퓨터를 통해 초정밀 계산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수십 nm(나노미터) 수준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현대 산업에서는 매우 치명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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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4 : 디지털 회로의 예

이 때문에 현재의 컴퓨터는 디지털 회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즉, 디지털 회로는 특정 범위의 전압과 전류 등을 0과 1로 전환하여 값을 정확히 구분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1.0mA를 1의 기준으로 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특정 트랜지스터에 0.0~0.9mA의 전류가 흐른다면 값을 0으로 취급하면 되고, 1.0mA가 넘게 흐르면 1로 취급하면 된다. 이런 마진 측정 방식을 통해 초미세 회로들의 노이즈를 이겨내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디지털 회로를 포기하고 흐르는 전류 자체를 값으로 사용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예를 들어, A 트랜지스터에서 1.003의 전류가 흐르고, B 트랜지스터에서 1.100의 전류가 흐른다고 가정해 보자. 단순한 덧셈의 개념으로 보자면 이 두 전류를 합치면 2.103의 전류가 되겠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각종 누설 전류와 외부 노이즈 등으로 인해 두 전류의 합이 정확하게 2.103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전류 값이 정확하지 않다면 컴퓨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숫자 하나하나를 디지털 회로 값으로 치환하는 ALU* 등 다양한 기능의 반도체를 이용해 디지털 회로로 구현함으로써 100% 동일한 결과를 보장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매우 많은 트랜지스터를 요구한다.

* ALU(Arithmetic Logic Unit) : 산술연산, 논리연산 등을 수행하는 중앙처리장치 내부의 회로 장치. 독립적으로는 데이터 처리를 못 하며 반드시 레지스터들과 조합해 처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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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5 : 단순히 숫자 두 개(A, B) 사칙 연산하는 데 있어 ALU는 수많은 트랜지스터가 필요하다.(출처 : 원문 보기)

인공신경망의 정확도는 어디에서 오는가?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정확하지 않은 컴퓨터’가 가능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아래 귀여운 강아지가 있는 세 개의 사진(그림 6)을 보자. 하나의 이미지는 이상적인 형태로 그려져 있으며, 다른 한 개는 약간 기울어져 있고, 나머지 하나는 강아지 얼굴 부분에 노이즈가 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은 세 개의 사진이 같은 강아지인지 아닌지 헷갈리는가? 아마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사진이 약간 기울어져 있고, 노이즈가 있지만 같은 대상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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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6 : 사람은 이 3개 사진이 동일 대상을 가리키고 있음을 쉽게 파악한다

이번에는 실눈을 감고 이미지를 보자. 약간 뿌옇게 보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세 개의 대상이 같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이미지들을 흑백으로 바꿔봐도, 색조를 조금 바꿔도 우리는 사물을 구분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이는 인공신경망 역시 마찬가지다. 인공신경망은 사람이 이미지를 인식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이미지를 학습하고 인식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인공신경망 내부에 수많은 뉴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공신경망이 얼굴을 구분할 때 눈과 코만 기준으로 삼는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에 특정 노이즈가 눈과 코를 지워버린다면 얼굴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뉴런이 많다면, 눈과 코를 합친 특징을 비롯해 이외에 매우 다양한 특징을 살피도록 학습시킬 수 있다. 눈이 잘 구분되지 않아도 나머지 특성을 통해 대상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학습 이론이 발전했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많은 연구를 통해 주어진 데이터로 정보를 추론하는 데이터 증강*이나, 강아지의 눈과 코가 모자이크로 인해 가려져 강아지가 아니라는 과도한 학습을 차단하는 드롭아웃* 등 다양한 기술을 도입했다. 이로써 인공신경망은 이미지 데이터를 주어진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노이즈를 이겨내고 사진 내의 다양한 특성을 살피도록 학습할 수 있었다.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보자. ‘만약 우리가 인공신경망에 노이즈를 강하게 학습시킬 수 있다면, 신경망 내부에서 연산이 다소 정확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것이 아닐까?’라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 데이터 증강(Augmentation) : 학습에 사용하는 데이터에 각종 변화를 줌으로써 신경망의 추론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 이미지의 경우 회전, 크기 변경, 노이즈 추가 등이 이루어진다.
* 드롭아웃(Dropout) : 인공지능 모델이 학습한 데이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실제 사용에서 정확도가 떨어지게 되는 과적합(Overfitting)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주어진 확률로 네트워크에 있는 변수들을 생략하는 방법

PIM : 메모리가 직접 연산한다

인공신경망을 만들었는데 학습 중 데이터 증강을 통해, 혹은 실제 데이터 추론 상황에서 노이즈가 추가된 사진이 신경망에 입력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신경망이 잘 학습됐다면 노이즈와 관계없이 정답을 출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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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7 : 사진에 노이즈가 있는 상황(위)과, 신경망이 노이즈를 만드는 상황(아래)

그렇다면 <그림 7> 중 아래 이미지와 같이 상황을 약간 비틀어 보자. 입력된 이미지에는 노이즈가 없는데, 인공신경망 일부분에서 약간의 노이즈가 발생하는 것이다. 역시나 추론 결과는 정확하다. 이는 노이즈 정규화(Noise Regularization)라는 방법으로 신경망 학습에서 때때로 사용되는 방법이다. 즉, 인공 뉴런은 개별적으로 연산 과정에서 작은 문제가 발생해도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는 각각 요소의 정확도가 중요한 기존 순서도 프로그램과 크게 구분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디지털 회로의 정확성을 포기하고 모든 요소를 오로지 인공신경망을 위해 투입하면 어떻게 될까? 이것이 바로 단순히 저장만 하는 메모리가 아닌 연산용 메모리(Computational Memory)이다. 뉴로모픽 반도체 중 하나의 종류이자, PIM(Processing In Memory)의 최종적인 형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 정인성, SK하이닉스, 뉴로모픽, 미래반도체

▲ 그림 8 : CPU의 y=wx 계산(왼쪽)과 전류 흐름을 통한 계산(오른쪽)

예를 들어, 사용자가 ‘y=wx’의 값을 계산해야 한다고 해 보자. w는 고정된 값이며, x를 통해 y를 계산하는 것이 목적이다. 만약 CPU를 통해 연산을 한다면, <그림 8> 좌측 이미지와 같은 과정이 벌어지게 된다. 이 간단한 계산을 위해서는 CPU가 메모리에서 w와 x의 값을 불러온 뒤, 해야 할 작업을 분석하고 ALU를 여러 차례 가동해야 한다. 이후 결괏값을 다시 메모리에 적어주는 작업까지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오른쪽과 같은 회로를 구성한다면 어떨까? 앞에서 살펴본 디지털 회로와 같이 흐르는 전류에 따라 값을 정한다고 한다면 <그림 8>의 오른쪽 계산과 같이 입력 전압의 값(x)을 통해 y의 값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금 거대한 CPU 설계와 메모리로 구성된 시스템이 할 일을 고작 저항 1개와 전선 몇 개로 해낸 것이다. 여기서 설계를 조금만 늘리면 더욱 많은 숫자 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9_수정

▲ 그림 9 : y=wx를 4번 수행하는 CPU 알고리즘(왼쪽)과 뉴로모픽(오른쪽)

<그림 9>를 보면 전류 흐름을 통한 뉴로모픽은 CPU가 여러 루프를 반복해 돌아야 계산되는 값을 ‘한 곳에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무려 8개의 숫자를 동시에 곱한 것인데, 이런 연산이 바로 위에서 본 GEMM의 훌륭한 예시가 될 수 있다. 여기서 x와 w만 어떤 식으로든 변화시킬 수 있다면, 대규모 GEMM 연산기가 되는 것이다.

물론 누설전류 및 외부 노이즈로 인해 매번 정확하게 wx라는 값이 흐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뇌세포도 이와 유사하다. 인간은 아침을 굶고 나왔거나, 조금 지치는 상황에서도 기존에 잘하던 일이면 대부분의 일을 잘 해낸다. 컨디션의 차이가 있다면 개별 뇌세포가 내놓는 신호가 달라지겠지만, 전체 결과에는 큰 영향이 없다. 이러한 현상은 뉴로모픽 반도체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한다. 노이즈는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므로 위와 같은 연산을 대규모로 수행한다면 전체적인 노이즈는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뉴로모픽 반도체 : 더 똑똑한 반도체를 이기는 다수의 반도체

이런 칩은 반도체 설계 측면에서 매우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일단 가장 큰 장점은 웨이퍼 면적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뉴로모픽 반도체는 기존 연산용 칩에 들어가는 ALU 등과 비교했을 때 수많은 설계를 없앨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메모리 자체도 아낄 수 있다. wx에서 w값은 반도체 회로에 사용된 재료의 고유한 전류 값인 전도도(Conductivity)에 해당하는데, 이는 어떤 의미로는 이미 저장돼 있는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는 곱셈을 수행하기 위해서 HBM 등 메모리에 저장돼 있던 w값을 연산장치로 가져와야 했는데, 이제는 메모리 자체에서 w값을 통해 연산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기존 반도체와 비교해 다른 용도를 위해 사용된 면적을 절약해서 전부 인공 뉴런과의 연결 개수를 늘리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어찌 보면 메모리가 CPU의 역할을 수행하니, ‘다수의 덜 똑똑한 반도체가 소수의 똑똑한 반도체를 이겨 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첫 편[관련기사]에서 살펴봤듯 분기(Branch)와 같은 과정은 예측하기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GPU는 분기와 같은 작업을 포기하고, 더 많은 실수 연산 장치를 투입해 CPU에는 불리한 작업인 인공지능 기술로 진출했다. 뉴로모픽 반도체 칩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인간의 뇌에 더 가까운 모습을 한 것이다. 실제로 인간의 개별 뇌세포는 GPU의 연산 단위보다 훨씬 단순하지만, 그 수는 매우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뉴로모픽 반도체 칩은 SK하이닉스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회사에 매우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CPU, GPU와 같은 칩은 설계가 어렵다. 복잡한 논리 회로들을 여러 개의 금속층을 이용해 연결해야 동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로모픽 반도체는 ALU와 같은 기능이 필요 없기 때문에 CPU, GPU와 비교했을 때 설계가 간단하다. 칩 내부의 모습은 단순한 구조의 반복일 것이다. 이미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은 낸드플래시와 같은 비휘발성 메모리*를 만들면서 미세 소자 안의 전도성 등을 바꾸는 방법에 노하우가 있다. x값은 입력 전압 값에 대응하고, w값은 전도도 등으로 대응시키면 뉴로모픽 칩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만들기 수월할 것이다.

* 비휘발성 메모리 : 전원이 차단돼도 기존 값을 저장하는 메모리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은 설계는 단순하지만, 똑같이 생긴 소자를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든다. 12Gb D램은 성인 엄지손톱 2배 수준 면적에 120억 개 이상의 쌍(트랜지스터+저장소)*이 형성돼 있다. 반복적 구조의 소자 안에 저항값 등을 이용해 w에 해당하는 값을 기록하고 전류를 흘릴 수 있다면 뉴로모픽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현재의 일반적인 D램 구조. 트랜지스터(T) 1개에 저장소(C) 1개가 붙는 1T1C 구조. CPU 내부의 S램의 경우 6T1C 구조로 저장소당 더 많은 트랜지스터가 필요함

파격적 시도, 어마어마한 도전

이러한 뉴로모픽 반도체들이 상용화된다면, 기존 인공지능 기술로 개발된 수많은 서비스에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챗GPT의 기반이 된 GPT-4의 경우, 수백 기가바이트(GB) 이상 메모리 공간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천만 원의 GPU를 여러 개 묶어야만 한다. 하지만 뉴로모픽 반도체가 상용화된다면, 수만 원짜리 인공지능 스피커 수준에도 GPT-4급의 신경망을 탑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뉴로모픽 반도체가 아직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여러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무작위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매번 구동할 때마다 결과가 달라지면 문제가 생겼을 때 이것이 신경망 학습 문제인지, 칩 신뢰성 문제인지, 입력값 문제인지 등을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들이 사용 자체를 꺼리게 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나 현시점에 익숙하고, 잘 구동되는 GPU라는 대안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두 번째 이유는 기존 연산 칩 회사들의 강력한 견제와 경쟁이다. 칩이 기존 컴퓨터 구조와 멀어질수록 이론상의 최대 효율은 올라가지만, 사용하기는 번거롭다. 만약 기존 반도체 회사들이 뉴로모픽 반도체를 만들되, 뉴로모픽 반도체보다 좀 더 폰 노이만 구조 컴퓨터에 가까운 구조로 구성할 경우, 뉴로모픽 반도체를 원하는 고객들은 조금 더 익숙한 형태의 반도체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이러한 움직임은 일어나고 있다. 인텔의 뉴로모픽 칩 로이히(Loihi)[관련기사]의 경우, 폰 노이만 구조의 컴퓨터 구조에 SNN*이라고 부르는 인간 뇌세포의 정보 전달 메커니즘을 접목하고자 하고 있다.

* SNN(Spiking Neural network) : 인공 뇌세포 간 신호 전달을 인간에 좀 더 가깝게 만든 방식의 신경망

뉴로모픽 반도체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를 모으고 고객에 더 가까이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 신호 전문가, 인공지능 연구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모으고 이야기를 들어 방향을 정해야 한다. 또한, 뉴로모픽 반도체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에 나온 뉴로모픽 반도체는 다양한 미래 반도체의 대안 중 하나일 뿐임을 기억했으면 한다.

※ 본 칼럼은 반도체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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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반도체 기술] 스커미온 기반 차세대 컴퓨팅 뉴로모픽 소자 개발 /skirmion-based/ /skirmion-based/#respond Sun, 09 Aug 2020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skirmion-based/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을 대신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물을 인지하거나 행동을 결정하는 초저전력 AI 전용 반도체의 필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의 컴퓨팅 방식은 한정된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데에는 적합하지만, 막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처리하고 알아서 판단하는 AI에 적용하기에는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폰-노이만(Von-Neumann) 컴퓨팅은 정보를 처리하는 프로세서와 처리된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가 분리된 구조로, 프로세서와 메모리 간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생기는 지연 시간과 높은 에너지 소모로 인해 AI에 적용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컴퓨팅 방식이 인간 두뇌의 신경망을 모사한 뉴로모픽(Neuromorphic) 컴퓨팅이다. 이 방식은 프로세서 역할을 하는 뉴런(Neuron)을 모방한 소자와 메모리 역할을 하는 시냅스(Synapse)를 모방한 소자가 병렬 구조로 형성돼 있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지연 시간 없이 매우 낮은 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에 AI 기술 개발을 위해 뉴로모픽 구조를 구현한 하드웨어 시스템의 개발이 매우 절실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기술의 발전으로 뉴로모픽 시스템 개발 박차

뉴로모픽 소자(Neuromorphic Chip)를 구현하기 위해 기존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됐지만, 뇌에서 일어나는 신호전달 과정을 기존의 반도체 소자로 구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뚜렷한 발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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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 신경계에서는 자극이 뉴런*의 수상돌기에 전달되면 뉴런은 이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고, 축색돌기 말단에서 자극의 크기(신호의 세기)에 비례해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이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를 거쳐 다른 뉴런의 수상돌기에 존재하는 수용기(Receptor, 인체가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기관과 세포의 총칭)에서 받아들여지고, 이때 전기 신호는 화학적 신호로 바뀌어 신경전달물질에 저장됐다가 수용기에서 다시 전기 신호로 변환된다.

* 뉴런 : 전기를 발생시켜 다른 세포에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계의 단위. 핵이 있는 신경세포체, 다른 뉴런으로부터 신호를 받는 수상돌기, 다른 뉴런에 신호를 주는 축색돌기로 구성돼 있다.
* 신경전달물질 : 뉴런에서 다른 뉴런으로 화학적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분비되는 물질이다
* 시냅스 : 한 뉴런의 축색돌기 말단과 다음 뉴런의 수상돌기가 만나는 부분으로, 뉴런과 뉴런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신경전달물질을 보관하고 있다가 자극이 전달되면 세포막과 융합해 시냅스 공간으로 신경전달물질을 내보내는 ‘시냅스 소포(소낭)’, 축색돌기와 수상돌기 사이의 공간을 의미하는 ‘시냅스 공간’, 각 돌기의 말단을 의미하는 ‘시냅스 전/후 막’이 시냅스로 구분된다.

뉴로모픽 소자를 구성하는 요소 중 시냅스를 모방한 소자는 정보가 소멸하지 않는 비휘발성 특성을 가지면서 여러 단계의 시냅스 신호 강도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시냅스가 실제 수행하는 학습방식을 쉽게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소자에 요구되는 특성은 두 가지로, 인가되는 전압에 따라 저항값이 변화하는 트랜지스터의 특성과 동시에 일정 시간 이를 저장하는 메모리 특성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이런 특성을 갖는 소자를 메모리(Memory)와 트랜지스터(Transistor)의 합성어인 ‘멤리스터(Memristor)’라고 부른다.

전자의 회전(Spin)을 이용한 자기 메모리(Magnetic Memory) 소자는 뇌의 핵심 구성요소인 시냅스와 뉴런의 기능을 소자 레벨에서 구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멤리스터 소자로 평가받고 있다. 자기 메모리 소자는 비휘발성이고 초고속으로 정보를 입출력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높은 집적도를 가지고 있고, 뉴로모픽 소자에 요구되는 신호의 가소성(고체가 외부에서 탄성 한계 이상의 힘을 받아 형태가 바뀐 뒤 그 힘이 없어져도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는 성질), 선형성(어떤 양의 변화가 다른 양의 변화에 비례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성질), 대칭성(각 신호가 대칭을 이루는 성질)등을 용이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최근 이러한 자기 메모리 소자가 가지는 장점을 바탕으로 뉴로모픽 연구가 시작됐다. 그 핵심이 바로 스커미온(Skyrmion, 소용돌이 모양으로 스핀들이 배열되어 형성되는 스핀 구조체)을 이용한 시냅스 소자다.

스커미온 기반 자기 메모리 소자, 핵심은 ‘자유로운 스커미온 생성과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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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커미온을 정보 저장 단위로 사용하는 스커미온 기반 자기 메모리 소자(아래)와 소용돌이 모양으로 회전하는 스커미온(위)의 모식도

스커미온은 축(Spindle)이 소용돌이 모양의 나선형으로 배열된 입자 형태의 독특한 스핀 구조체다. 스커미온은 외부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형태나 구조를 유지해 구조적 안정성이 뛰어나고, 나노미터 수준의 작은 크기와 전기적으로 생성한 스커미온의 개수 조절 및 소멸이 용이한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은 메모리, 논리 소자(계산기의 중앙처리 장치 속에 펄스 전압의 높은 레벨을 1, 낮은 레벨을 0로 설정한 디지털 부호에 대응시켜 논리 연산을 하는 기능을 갖춘 반도체 소자), 통신 소자 등 차세대 전자 소자에 적용하기에 매우 유용하다. 특히 스커미온은 펨토줄(fJ)*수준의 낮은 전력으로 스커미온 생성 개수 조절이 가능해, 초저전력 뉴로모픽 소자로서 주목받고 있다.

* 펨토줄(fJ): 펨토(femto)는 10-15을 나타내는 접두어 이며, 줄(Joule)은 1J은 물체에 1N의 힘을 가해 물체가 힘의 방향으로 1m 이동했을 때 힘이 물체에 해준 일(work)의 양으로 J로 표기한다

스커미온을 메모리 소자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보 저장의 기본단위(bit)인 각각의 스커미온을 원하는 위치에 생성하고 소멸시킬 수 있어야 하며, 생성된 스커미온을 매우 높은 효율로 이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스커미온 자기 메모리 소자는 자성체(FM, Ferromagnetic Material)와 중금속(HM, Heavy Metal)의 다층박막으로 이루어진 채널 양쪽에 금(Au) 전극이 연결된 형태를 갖고 있다. 이 소자는 자성체에 인접한 도체 속 전자의 공전 궤도가 자성체의 회전 방향을 바꾸는 현상을 이용해 중금속에 전류를 인가함으로써, 인접한 자성체에 스커미온을 원하는 만큼 생성하고(Writing) 이동시키고(Jmoving) 지우면서(Erasing) 스커미온의 전기적 정보를 읽을(Reading)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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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전류 펄스(Pules,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큰 진폭을 내는 전압이나 전류 또는 파동)를 인가해 스커미온을 생성하고, 왼쪽으로 전류 펄스를 가할 때 스커미온이 왼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방사광가속기의 주사X-선 현미경*을 이용해 연속적으로 관찰한 것이다.

* 방사광가속기의 주사X-선 현미경: 가속기에서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켜 태양 빛 밝기의 100억 배에 달하는 밝은 방사광을 만들어내는 장비인 방사광가속기에서 방사되는 빛은 적외선에서 X-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그중 X선을 주사해 물질의 표면 정보를 관찰하는 측정장비이다.

(a)에서는 전류펄스를 인가하자 파란 원과 노란 원으로 표시한 스커미온이 생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b)에서는 펄스를 가해 두 스커미온이 왼쪽으로 이동하자 (a)에서 볼 수 없었던 빨간 원으로 표시한 스커미온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c)와 (d)에서는 3개의 스커미온이 계속 왼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스커미온의 이동속도는 인가한 전류 펄스 크기에 따라 달라지나 대략 50m/sec로 측정됐다.

KIST, 새로운 인간의 신경계 모사 방식 ‘스커미온 기반 인공 시냅스 소자’ 개발 성공

한국과학기술원(KIST, 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과 IBM 공동연구팀은 스커미온의 개수에 따라 시냅스 가중치를 조절할 수 있는 ‘스커미온 기반 인공 시냅스 소자(이하 스커미온 시냅스 소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시냅스 가중치란 전기적인 신호를 인접한 뉴런으로 전달하는 신호 전달 능력을 의미한다. 각 스커미온은 고유한 전기 저항을 가져, 스커미온 개수에 따른 저항 변화를 아날로그적으로 조절하고 측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뉴로모픽 반도체와 완전 다른 작동 구조를 갖는 시냅스 소자를 구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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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신경계의 신호 전달 물질 분비에 따른 시냅스 강도의 변화를 스커미온의 생성 개수로 모방을 한 스커미온 시냅스 소자 모식도

인간의 신경계에서는 감각신경 등을 통해 입력된 신호가 누적돼 막전위(Membrane potential, 세포막 안쪽과 바깥쪽의 전위차)가 일정 임계값 이상이 되면 뉴런에서 수십 mV(전력 단위. 1,000분의 1V)의 전기신호가 스파이크 형태로 발생한다. 이 신호의 크기에 따라 시냅스 내 신경전달물질인 나트륨(Na+), 칼슘(Ca+) 등의 이온이 다음 뉴런으로 이동하며 전기신호를 전송한다.

이때, 다음 뉴런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받는 수용기의 농도가 변화하면서 시냅스 가중치도 변화한다. 중요한 정보일 경우 신경전달물질이 많이 분비되고, 이는 시냅스 가중치를 증가시켜 전기신호의 크기를 증가시킨다. 덜 중요한 정보를 전달할 때는 신경전달물질이 적게 분비되고 시냅스 가중치도 적어, 기억이 오래가지 못한다. 연구진은 인간 두뇌의 신경전달 물질과 동일한 원리로 스커미온의 수를 조절함으로써 시냅스 가중치를 변화시킬 수 있음에 착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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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커미온 생성 개수 조절을 통한 인공 시냅스 소자의 가중치 변화 모습(왼쪽)과 인공 시냅스 소자의 전체 시냅스 가중치 특성을 나타내는 결과(오른쪽)

실제로 연구진은 스커미온 시냅스 소자에서 시냅스 가중치가 증가해 전달된 신호가 장시간 유지되는 신호 특성(Potentiation)과 시냅스 가중치가 감소해 신호전달 능력이 감소하는 신호 특성(Depression)을 각각 측정한 결과, 생성되는 스커미온의 숫자에 따라 전기 저항이 연속적으로 변화함을 확인했다.

이 소자는 시냅스 소자의 AI 인식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손글씨 숫자 패턴(MNIST, Modified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손으로 쓴 숫자들로 이루어진 대형 데이터베이스로 다양한 화상 처리 시스템과 기계 학습 분야의 트레이닝 및 테스트에 사용) 인식 학습을 진행했을 때도 90%의 높은 인식률이 측정됐다. MNIST 인식 학습이란 각각 28×28 픽셀 크기를 갖는 0~9 사이의 숫자 이미지 데이터 베이스를 이용하는 시각 정보 인식 학습이다. 기존 인공 시냅스 소자는 이와 유사한 수준의 인식률을 얻기 위해 수십만 번의 반복 학습이 필요했지만, 이번에 개발한 스커미온 기반 인공 시냅스 소자는 1만 5,000회의 학습만으로 숫자 인식이 가능했다. 인식에 필요한 소자의 전력 소모가 기존 시냅스 소자 대비 10배 이상 감소한 것.

스커미온 시냅스 소자의 등장, 초저전력 뉴로모픽 소자 개발 앞당길 듯

이번 연구 결과는 이 소자가 전기적으로 제어되는 스커미온의 개수에 따라 시냅스 가중치를 제어함으로써 신경전달물질의 양으로 시냅스 가중치를 조절하는 인간의 뇌를 가장 밀접하게 모방했음을 의미한다. 기존 저항메모리(RRAM)*나 상변화메모리(PRAM)* 기반 시냅스 소자와 비교했을 때, 낮은 동작 전압, 높은 인식 정확도 등 우수한 특성들을 확인했다.

* RRAM(Resistive RAM):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의 한 종류. 부도체 물질에 충분히 높은 전압을 가하면 전류가 흐르는 통로가 생성되어 저항이 낮아지는 현상을 이용해 1과 0을 인식시키는 방식으로 동작하는 메모리 반도체이다.
* PRAM(Phase-change RAM): 상 연화 물질이 결정질 상태로 변화될 때 그 전기적 특성의 차이를 활용해 1과 0을 인식시키는 방식으로 동작하는 메모리 반도체. 빠른 동작 특성과 비휘발성 등 장점을 두루 갖춰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다.

인간 뇌 신호전달 과정을 그대로 모사한 유일한 스커미온 시냅스 소자는 기존 소자들과는 다른 작동원리로 인하여 매우 낮은 전압으로도 작동하며 높은 신뢰성과 내구성을 가진다. 이러한 연구성과는 뉴로모픽 소자 개발 연구 분야를 선도함과 동시에, 초저전력 뉴로모픽 소자 개발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실험실 수준에서 스커미온의 작동과 시냅스 소자로 사용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향후 상용화를 위해서는 △전류의 높은 On/Off 비율(1,000% 이상) △100나노미터 이하의 작은 비트 셀(bit cell, 하나의 단일 비트가 기록되는 자기 테이프의 길이, 디스크의 면적 또는 직접 회로의 일부) 면적 구현 △대량 생산을 위한 자성박막(Magnetic thin-film, 강자성체를 진공 증착이나 전기도금에 의해 형성한 얇은 막) 및 소자 공정 최적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하지만 스커미온 생성과 이동 등 제어가 용이한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고 자기 터널 접합(Magnetic Tunnel Junction, 2개의 자성체 판이 부도체 판으로 분리돼 샌드위치 구조를 가지는 접합 방식) 소자와의 접목을 통해 전류의 On/Off 비율 개선과 공정 최적화에 집중한다면, 5년 안에 스커미온 기반 시냅스 소자를 상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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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서 찾은 반도체의 미래, 뉴로모픽(Neuromorphic) /found-in-the-brain/ /found-in-the-brain/#respond Tue, 06 Nov 2018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found-in-the-brain/ 1.jpeg

1제곱 밀리미터에 10억 개의 시냅스를 가진 뇌는 뉴욕 맨해튼보다 훨씬 더 붐빈다고 합니다. 이토록 복잡한 인간의 뇌가 내리는 ‘직관’적인 연산과 판단은 똑똑한 인공지능도 따라잡기 힘든 부분이죠. 최근 이러한 뇌에서 반도체의 미래를 찾는 연구가 화두입니다. 뇌신경구조를 모방해 하드웨어 크기와 전력 소모를 대폭 줄일 수 뉴로모픽(Neuromorphic)입니다.

저전력으로 고도의 연산을 수행하는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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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1000억 개가 넘는 신경세포(뉴런, neuron)가 시냅스(synapse)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 다른 뉴런과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순식간에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합니다. 약 1000억 개의 뉴런은 100조 개 이상의 시냅스가 병렬적으로 연결돼 약 20W 수준의 저전력으로도 기억 연산 추론 학습 등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죠. ‘알파고’가 어마어마한 전력을 잡아먹는데 반해 인간의 뇌는 밥 한 그릇 수준인 20W면 복잡한 계산을 수행합니다. 이것이 바로 반도체업계와 공학계가 ‘뇌’ 연구에 역량을 투입하는 이유입니다.

스파게티 가닥처럼 무질서하게 엉켜있는 뇌의 신경돌기는 하나의 뉴런이 여러 뉴런과 접촉하는 구조를 보입니다. 두 개의 뉴런이 접촉하는 지점에 시냅스가 있습니다. 이 시냅스가 뉴런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연결지점입니다. 결국 뇌 신경계도 마치 전선처럼 가느다란 가지들로 뉴런들을 배선한 ‘뉴런들의 조립품’이라는 것이 학계의 설명입니다. 시냅스를 통해 한 뉴런이 다른 뉴런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면 두 번째 뉴런도 세 번째 뉴런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고 이 과정은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냅스로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은 뉴런들도 서로 통신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신호를 전송하는 뉴런에서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라는 분자가 분비되면 수신을 하는 뉴런에서 이를 감지해 화학적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예를 들어 뉴런A가 자극을 받으면 스파이크 형태의 신호가 시냅스를 통해 뉴런B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스파이크가 일어나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 시냅스가 활성화되고, 시냅스의 반대편에서 수용체는 신경전달물질을 감지하고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연결되어 신호가 전달됩니다. 시냅스가 화학신호를 전기신호로 변환하고 그것을 다시 화학신호로 변환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시냅스를 강화하면 다른 시냅스는 약해지는데, 이는 마치 서로 제한적인 자원을 위해 경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를 들어 반복 학습한 내용은 기억이 오래 지속되고, 단기간에 학습한 내용은 금방 잊어버리는 현상과도 같은 이러한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 등 뇌의 고유한 특성들을 기술에 반영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처럼 뇌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이러한 화학적 시냅스 정보 전달체계는 적은 에너지로도 고도의 병렬 연산을 처리할 수 있어 AI(인공지능)의 key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를 모방하다, 뉴로모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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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폰노이만 방식 컴퓨터는 데이터가 입력되면 이를 순차적으로 처리합니다. 폰노이만 방식은 전력소모 한계를 비롯해 패턴 인식, 실시간 인식, 판단 등에서 많은 문제를 노출했습니다. 수치 계산이나 정밀하게 작성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탁월하지만, 이미지나 소리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데는 효율성이 낮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2012년 구글이 공개한 고양이 얼굴 자동인식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는 데는 1만 6000개의 프로세서가 필요할 정도였죠.

돌파구는 인간의 ‘뇌’에 있었습니다. 순차 처리 방식의 컴퓨터가 병렬로 동작하는 인간의 뇌를 모방해 기억과 연산을 대량으로 같이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뉴로모픽 기술의 핵심인데요.

학자들은 인간의 뇌를 빼닮은 새로운 AI에 눈을 돌렸습니다. 인간의 뇌신경구조를 현재의 반도체 소자 집적회로 기술 기반 하드웨어로 모방하는 것을 뉴로모픽이라고 합니다. 공학자들은 뇌의 신경세포가 스파이크 형태의 신호를 주고받고 시냅스 연결 강도를 조절해 정보를 처리하는 구조가 반도체와 비슷하다는 데 착안했습니다.

기존 컴퓨터가 직관적으로 인식하기 어려운 비정형적인 문자·이미지·음성·영상 등을 뉴로모픽칩은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기업 등 글로벌 IT업계가 뉴로모픽칩 개발에 뛰어든 것도 뇌 신경망 모방이 궁극의 칩을 만드는 열쇠라고 판단해서입니다. 인공신경망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고 이를 뉴로모픽칩까지 발전시킬 경우, 궁극적으로 메모리반도체의 기능과 함께 시스템반도체의 연산 능력까지 갖춘 신개념의 컴퓨팅 시스템을 창출하게 됩니다. 외부에서 명령을 받아들였을 때 사람의 뇌와 같이 동시다발적인 연산과 정보처리가 컴퓨터 칩으로도 가능해지는 것이죠.

뉴로모픽칩이 완성되면 미래 AI는 밥 한 그릇 정도의 적은 에너지원으로도 사람의 뇌처럼 기억과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초저전력 고성능을 구현합니다. 이 같은 하드웨어 기반 미래형 AI를 소프트웨어 기반의 복잡한 DNN과 구분해 SNN(Spiking Neural Network)이라고 부릅니다.

뉴로모픽, 매력적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컴퓨터공학자들은 뉴로모픽 소자 개발을 위해 기존 메모리 소자인 S램, R램, PC램 등을 뜯어보고 있습니다. 메모리(memory)와 저항(resistor)의 합성어인 ‘멤리스터’(Memristor)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뇌에 있는 신경세포와 시냅스처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차세대 메모리 소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전 세계 저명한 학자들이 인간 뇌의 능력을 모방하는 컴퓨터 시스템 개발에 매진해왔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인간 두뇌의 5% 정도만 모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설계 방식으로는 필요한 트랜지스터의 수가 늘어나 반도체 칩의 크기와 전력소모도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한계도 상당합니다. 기존의 방법으로는 수 십 개의 트랜지스터가 필요한 일을 단 한 개의 소자로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뉴로모픽 칩의 갈 길은 아직 멀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우선 고집적 반도체 칩을 실현해야 합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집적회로(IC)의 총면적은 줄이고 메모리 셀의 개수는 늘리는 고집적 신경망 모방회로 및 하드웨어 구조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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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l이 지난 2017년 선보인 테스트용 뉴모로픽칩 Loihi (출처: Intel)

인텔은 지난해 ‘로이히(Loihi)’라는 이름의 테스트용 뉴로모픽칩을 공개했습니다. 아직 실험단계이지만, 뇌 신경망을 모방한 것이죠. 128개의 컴퓨팅 코어로 구성돼 있으며, 각 코어에는 1024개의 인공 뉴런이 있어 13만 개 이상의 뉴런과 1억 3000만 개의 시냅스 연결을 제공합니다. 이는 바닷가재의 뇌보다 조금 더 복잡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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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M이 지난 2014년 개발한 뉴로모픽칩 Truenorth (출처: IBM)

앞서 IBM은 2014년 S램 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뇌를 모방한 트루노스(Truenorth)칩을 개발했습니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시냅스(SyNAPSE)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죠. 하지만 이 칩을 활용할 수 있는 학습 등 응용기술이 없고 확장성에 한계가 있어 현재는 이 연구가 중단됐습니다. 전력 소모도 매우 커서 스마트 기기에 탑재해 사용하기는 불가능했습니다.

 

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 인간을 완벽히 따라잡은 단계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뉴로모픽은 인간과 AI의 간극을 바짝 좁혀 더욱 정교해진 IT 기술을 경험해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내 생각을 읽는 AI스피커, 의사 수준으로 진단을 내리는 AI, 사람의 개입이 완전히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처럼 말이죠.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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