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비하인드 스토리 – SK hynix Newsroom 'SK하이닉스 뉴스룸'은 SK하이닉스의 다양한 소식과 반도체 시장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전달합니다 Thu, 12 Dec 2024 06:12:43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6.7.1 https://skhynix-prd-data.s3.ap-northeast-2.amazonaws.com/wp-content/uploads/2024/12/ico_favi-150x150.png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 – SK hynix Newsroom 32 32 [띵작은 회로를 타고] 이치현과 벗님들 ‘그땐 외롭지 않았어’, 모바일 D램 강자의 교두보를 마련하다(세계 최초 고용량 8Gb LPDDR3 개발) /a-bridgehead-for-mobile-dram/ /a-bridgehead-for-mobile-dram/#respond Thu, 15 Jul 2021 00:00:00 +0000 http://localhost:8080/a-bridgehead-for-mobile-dram/ 다운로드 (1)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모든 순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추억이 된다. 바쁜 일상이 고될 때 추억을 꺼내 다시 힘을 얻기도 한다. 때론 길거리를 걷다 우연히 듣게 된 노래가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띵작은 회로를 타고’ 시리즈를 통해 ‘추억의 명곡’과 함께 SK하이닉스의 ‘그 시절 그 반도체’를 추억해보자.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옛 명곡의 부활을 알리다

‘째깍째깍’ 시곗바늘을 2010년대 초반으로 돌려봤다. 사람들의 손에는 초창기 스마트폰 모델들이 들려 있다. 데이터 걱정 없이 걸으면서 회사에서 온 메일을 확인하고 인터넷 포털을 열어 궁금한 것을 검색하는 모든 일들이 너무도 신기했던 시절.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TV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게 되면서, 리모콘 소유권을 둘러싼 길고 긴 가족 간 권력투쟁도 막을 내렸다.

그 시절 그 스마트폰 속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재생되고 있었을까? 지금은 볼 수 없는 그리운 ‘무한도전’, 아빠와 자녀들의 케미를 보여준 예능 ‘아빠! 어디가?’, 8090 시절을 그린 드라마 ‘응답하라 1997’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큰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우리고 우려 사골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신선한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음악 오디션’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2010년대 초반은 오디션 예능의 ‘황금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퍼스타K’가 인기몰이를 시작하면서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 ‘K팝 스타’, ‘TOP 밴드’ 등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등장했고, 프로그램마다 매력 넘치는 참가자들이 지나간 옛 곡을 맛깔나게 살려 큰 화제를 모았다. 참가자들이 프로를 뺨치는 실력과 각자의 개성으로 ‘추억의 명곡’을 선보이면, 원곡과 그 곡을 부른 예전 가수들도 함께 회자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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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치현과 벗님들의 보컬 이치현(사진 제공 : 인투이엔티)

이러한 오디션 예능을 통해 당시 대중들에게 큰 존재감을 각인시킨 원로 가수가 있다. 바로 1984년 포크 밴드로 데뷔한 ‘이치현과 벗님들’. 이들은 7080세대의 아이돌로, ‘집시여인’, ‘당신만이’, ‘다 가기 전에’, ‘그땐 외롭지 않았어’ 등의 명곡을 선보였다.

그 후로부터 30여년이 지난 2010년대 초반, 그들의 명곡은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다시 화려하게 부활한다. ‘슈퍼스타K 시즌6’에서 김필, 곽진언, 임도혁이 ‘당신만이’를 경연에서 선보였고, ‘불후의 명곡’에서도 이치현 특집은 큰 화제가 됐다. 이치현과 벗님들과 그들의 음악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옛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그들과 함께 웃고 울던 옛 팬들에게도 다시 한번 추억을 선물했다.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절체절명 순간, 위로가 된 노래 ‘그땐 외롭지 않았어’

2012년 SK하이닉스 Program Center 사무실. 늦은 시간, 이치현과 벗님들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음악을 벗 삼아 묵묵히 일하던 구성원은 당시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던 정우식 담당(DRAM PE Research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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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PC에서 스마트폰, 태블릿(Tablet) 등의 모바일 기기로 IT 주도권이 서서히 넘어가며, 모바일 기기에 대한 니즈(Needs)가 폭증하던 시기다. SK하이닉스도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D램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즈음은 SK그룹에 인수돼 SK하이닉스로 다시 태어났던 때였습니다. 대내외적으로 상황들이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었죠. 구성원 모두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이 되기 위해 다시 한번 뜻을 모았고, 이를 위해서는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고용량, 초저전력 메모리 개발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모바일 기기에서 고사양 프로그램이 구동할 수 있는 성능과 고용량을 확보하면서도, 휴대성이 좋고 본체가 작은 모바일 기기의 특성에 맞게 적은 전력을 소모하는 메모리가 요구됐죠. 이러한 제품을 적기에 내놓는 것이 바로 회사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정 담당은 당시 DRAM개발사업부 내 선행제품팀의 Program Center의 파트장을 맡아, 웨이퍼(Wafer) 테스트 장치에 쓰이는 알고리즘을 포함한 Test Program을 개발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일반적으로는 테스트 장치에 있는 RA 알고리즘을 통해 불량 분석을 진행하지만, 고용량 제품은 이 알고리즘만으로 테스트와 불량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기 어려웠기 때문. 이에 정 담당은 웨이퍼 내 좋은 품질의 다이(die)를 선별하고, 불량을 개선해 우수한 칩(Chip)으로 만들기 위한 SK하이닉스 표 ‘RA(Repair Algorithm, 불량 셀을 여분의 셀로 대체하는 알고리즘) 기술’을 개발했다.

“당시 경쟁사에서는 다음 세대인 3세대 테스트 장치를 대량으로 투자해 적용을 시작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기존의 테스트 장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장치 내 탑재된 알고리즘으로 테스트가 불가능한 상황을 극복하고, 자체 개발한 RA 기술을 적용하는 전략을 선보였죠. 기존 테스트 장치의 가용 기간을 거의 두 배 이상 늘리며 최소한의 투자로 개발과 생산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냄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쉬운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제품 개발 및 양산 테스트 장치에 자체 개발한 RA 기술이 본격적으로 양산에 적용되며 확산되는 상황이었고, 그 때문에 장치가 멈추는 오류가 때때로 발생했던 것. 정 담당과 Program Center 파트원들은 이러한 오류를 찾고 개선하기 위해 테스트 라인 안에서 장치가 멈추는 상황을 기다리며 며칠씩 매의 눈으로 장치 곁을 지켰다. 당시 양산 라인 장치에 오류가 생기면 휴일이나 한밤중에도 바로 현장으로 뛰어가야 했기에 이천을 떠나 사는 것은 생각도 못했을 정도. 하지만 막중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오류의 원인을 찾아냈고, 이를 개선해 테스트 장치에 완성도 높은 RA 기술을 탑재할 수 있었다.

그 때 그 시절 정 담당은 ‘그땐 외롭지 않았어’를 들으며 사무실에서 홀로 업무에 열중했다. 첫사랑을 추억하는 가사와 보컬 이치현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 덕분에 잠깐이나마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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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부터 이치현과 벗님들의 팬이어서 모든 앨범 CD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 시절 사무실 PC의 CD 플레이어에는 항상 이치현과 벗님들의 앨범이 들어 있었죠. 업무에 지치면 사무실에서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는 했습니다. 특히 ‘그땐 외롭지 않았어’는 첫사랑과의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추억하는 가사가 담겨있어 아련한 젊은 시절로 돌아가게 해줬어요. 특히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레던 순간들을 상기시켜줬는데, 늘 믿고 지지해준 아내와 가족들을 생각하며 다시 업무에 쏟을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초 고용량 8Gb LPDDR3 개발, SK하이닉스 성장 가도의 교두보 역할을 하다

정 담당이 개발한 RA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돼 탄생한 제품이 2013년 6월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고용량 ‘8Gb(기가비트) LPDDR3(Low Power DDR3)’이다. 이 제품은 20나노급 기술이 적용돼, 고용량, 초고속, 저전력 등 모바일에 특화된 특성을 모두 최고 수준으로 갖췄다. 당시 모바일 D램 중에서는 단연코 역대급 스펙(Spec.)을 갖춘 제품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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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용량 8Gb LPDDR3

2021년 현재 플래그십 모바일 기기에는 16GB(기가바이트) 이상의 D램이 탑재되고 있지만, 2013년에는 1GB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8Gb LPDDR3는 기존 4Gb 제품으로는 구성할 수 없었던 4GB(32Gb)의 고용량 모바일 D램 패키지를 구현할 수도 있었다. 개발 성공 소식에 시장이 들썩인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용량뿐만 아니라 속도와 전력 측면에서도 우월한 스펙을 뽐냈다. 기존 LPDDR3의 데이터 전송속도인 1,600Mbps를 능가하는 2,133Mbps를 구현해 모바일 제품 중 최고속의 특성을 갖췄다. 32개의 정보출입구(I/O, Input Output 정보를 전달하거나 수신하는 곳 또는 입출력 장치)를 통해 싱글 채널(Single Channel)은 초당 최대 8.5GB, 듀얼 채널(Dual Channel)의 경우 최대 17G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LPDDR2 대비 동작 속도도 2배가 개선됐다. 초저전압인 1.2V의 동작전압을 갖추고 있어, 대기전력 소모도 LPDDR2 4Gb 대비 10% 이상 줄었다.

또한 이 제품은 PoP(Package on Package)1) 및 eMMC(embedded Multi Media Card)2)와 한 패키지로 구성해 모바일 기기에 사용할 수 있고, 고성능의 울트라북(Ultrabook)과 태블릿 PC에도 바로 장착할 수 있는 온보드(On-board)용으로도 구성이 가능했다. 또한 이 제품을 통해 패키지의 높이가 이전 제품 대비 획기적으로 얇아지면서 초박형 IT 기기의 등장 시점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었다. 이는 지금도 반도체 기술 발전이 ICT 생태계의 진화를 이끌어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8Gb LPDDR3 덕분에 IT 기기의 성능이 폭발적으로 진화하면서, PC 앞에서만 가능했던 많은 일들을 휴대가 간편한 얇고 가벼운 IT 기기를 들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새로운 IT 생태계가 찾아왔다. SK하이닉스 역시 그 이후 지금까지도 고성능 모바일 D램 시장을 주도하는 강자로 우뚝 서서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모두 작은 반도체 하나가 만들어낸 변화,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예전에도 그랬듯 지금도 SK하이닉스의 앞선 기술 수준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 구성원들의 노고가 있다.

1) PoP(Package on Package) : 하나의 패키지 위에 다른 기능을 하는 패키지를 적층하는 방식으로, 테스트가 완료된 패키지를 적층함으로써 수율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음.

2) 멀티미디어 카드 인터페이스를 가진 컨트롤러가 결합된 제품으로 주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모바일 제품에 사용됨. 모바일 D램과 함께 결합하면 CI-MCP(Card Interfaced Multi Chip Package) 라고 함.

한편, 이 제품은 테스트 기술력의 향상을 이끌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 제품이다. 이 제품을 통해 자체 개발한 RA 기술이 본격적으로 확산 적용되기 시작해, 이후 개발되는 모든 제품은 이 알고리즘을 거쳐 개발 및 양산이 진행됐다. 이로 인해 경쟁사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생산성과 수율을 큰 폭으로 개선하는 성과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이 같은 성과는 이후 정 담당이 새로운 테스트 장치를 개발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탄생한 장치가 2014년 세계 최초로 웨이퍼 테스트, TDBI(Test During Burn-in, 테스트와 Burn-in을 결합한 개념), 패키지 테스트를 통합한 ‘하이브리드 테스트(Hybrid Test) 장치’다. 이 테스트 장치는 테스트 공정 전체의 효율성을 높여 30%에 달하는 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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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Gb LPDDR3는 저와 저희 팀 구성원들에게 강한 자신감과 엔지니어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해준 제품입니다. RA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제품 엔지니어가 걷는 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행보였습니다. 자신의 길을 걸으면 그 분야에서 1등을 할 수 있다는 저의 모토인 ‘Race Your Own Race’를 실현함으로써, 테스트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뚝심 있게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이 고용량 모바일 D램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물론 RA 기술을 완성하고, 훗날 하이브리드 테스트 장치를 개발하는 데까지 많은 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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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작은 회로를 타고] 강산에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eSSD 성장의 발판이 되다(72단 3D 낸드 기반 eSSD 개발) /a-springboard-for-essd-growth/ /a-springboard-for-essd-growth/#respond Tue, 11 May 2021 00:00:00 +0000 http://localhost:8080/a-springboard-for-essd-growth/ 다운로드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모든 순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추억이 된다. 바쁜 일상이 고될 때 추억을 꺼내 다시 힘을 얻기도 한다. 때론 길거리를 걷다 우연히 듣게 된 노래가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띵작은 회로를 타고’ 시리즈를 통해 ‘추억의 명곡’과 함께 SK하이닉스의 ‘그 시절 그 반도체’를 추억해보자.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가사’에 집중하기, 음악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추억의 명곡을 살펴보면 시대의 공감을 이끌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가사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곡이 많다. 양희은이 부른 ‘아침이슬’의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한 낮에 찌는 더위는 나에 시련 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라는 가사에서는 아침 풍경의 모습과 함께 시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글로벌 대세로 자리매김한 K-POP에서도 이는 마찬가지. BTS ‘Answer : Love myself’의 ‘왜 자꾸만 감추려고만 해. 네 가면 속으로 내 실수로 생긴 흉터까지 다 내 별자린데’라는 가사에서는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Love myself’의 철학이 담겨있다. BTS는 이 가사를 통해 차별과 편견으로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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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주옥 같은 가사로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훔친 또 한 명의 아티스트와 곡이 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포크 록 보컬 강산에, 그리고 그가 1998년에 발매한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에 대한 얘기다.

이 노래가 발매될 당시는 IMF 경제 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던 시절. 그의 노래는 ‘보이지도 않는 끝 지친 어깨 떨구고 한숨짓는 그대, 두려워 말아요.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걸어가다 보면 걸어가다 보면’이라는 가사로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으며, 여기에 강산에의 진솔한 목소리까지 더해져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하이닉스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가 된 사연은?

2017년은 SK하이닉스가 또 한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해였다. 당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호황 속에서 ‘DRAM 강자’로서의 입지를 굳혔지만, NAND 분야에서는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기술 개발에 매진하던 시기였다. 특히 경쟁자보다 앞서가기 위해선 eSSD(Enterprise Solid State Drive, 기업용 SSD)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eSSD 경쟁력의 핵심은 그 안에 탑재되는 ‘컨트롤러(Controller)1) ’와 ‘펌웨어(Firmware)’2)다. SK하이닉스는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펌웨어 분야에서 굵직한 성과를 내온 이재성 담당(현 Solution PE 담당)을 투입, 펌웨어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1) 컨트롤러 : 낸드플래시 칩(Chip)을 제어해 데이터를 어디에 쓰고 읽을지 결정하는 SoC(System on Chip) 형태의 반도체. 이상 작동이나 불량 섹터를 막아주며 셀 사이의 간섭현상을 줄여주는 신호처리 기능을 수행.

2) 펌웨어 : 기능적으로는 소프트웨어에 가깝지만 하드웨어 내부에 위치하여 하드웨어적인 특성도 함께 가지고 있으며, 컨트롤러를 제어하는 역할을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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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러와 펌웨어를 자사 내에서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은 ‘신뢰성’을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NAND 칩을 제어하는 컨트롤러와 솔루션 내 모든 요소들을 제어하는 펌웨어가 정교하게 기능해야만 SSD가 원활하게 작동될 수 있습니다. 이에 eSSD 제품 개발 이전에 컨트롤러와 펌웨어 개발이 반드시 선행돼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담당에게는 시작부터 쉽지가 않았다. 펌웨어 개발 프로젝트는 한국 분당캠퍼스, 미국 산호세 법인, 벨라루스 법인 등 여러 조직이 원격으로 협업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했고, 각 조직의 역량이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당시 펌웨어 인력을 확보해 역량 성장을 시켜야 하는 과제도 수행해야 했기 때문.

먼저 이 담당은 세 조직을 통합하기 위해 ‘Shared Goals and Consciousness’를 강조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합심해 달려가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세 조직 모두 그들만의 문화가 있고 이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조건 지침을 내리는 방식만으로는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죠. 그래서 ‘목표와 생각을 공유한다’고 구성원들에게 강조했습니다. 규범 안에서 생각과 목표를 공유하며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결과, 세 조직이 하나의 조직처럼 기능할 수 있게 됐고 성과로도 이어졌죠”

또한, 이 담당은 펌웨어 인력 충원과 역량 성장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펌웨어 역량을 갖춘 , 경력사원을 뽑기 위해 별도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입사 후에도 추가적인 교육을 통해 꾸준히 관련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

기술 개발은 물론이고 협업 체계 구축, 인적자원 확보 등 여러 방면에서 초석을 다져야 했던 시기. 그는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들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노래 가사가 당시 상황과 평행이론처럼 꼭 맞았기 때문에 큰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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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본연의 감성이 느껴지는 노래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강산에의 음악은 그의 꾸밈없는 털털한 목소리와 통기타 선율이 잘 어우러져 그만의 감성이 선명하게 드러나죠. 가사도 아주 매력적입니다. 특히 이 곡은 절절한 노랫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가사 중 ‘거꾸로 거슬러오르는 연어처럼, 딱딱해지는 발바닥 걸어 걸어 걸어 가다보면 저 넓은 꽃밭에 누워서 난 쉴 수 있겠지’라는 대목에서 참 많은 위안을 받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꿋꿋이 이겨내고 반드시 펌웨어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도 다시 한번 다지곤 했습니다”

단 3D 낸드 기반 eSSD’ 개발, 자체 펌웨어와 컨트롤러를 탑재해 초고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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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단 3D 낸드 기반 eSSD

이와 같이 여러 과제를 해결한 끝에 탄생한 제품이 바로 ‘72단 3D 낸드 기반 eSSD’ 제품이다. SK하이닉스가 자체 개발한 컨트롤러와 펌웨어가 최초로 탑재된 eSSD 제품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 제품은 4TB(테라바이트) SATA(Serial ATA)3) 형식을 채택했다. 4TB는 용량이 20GB(기가바이트) 내외인 UHD급 영화를 200편 정도 저장할 수 있는 수준의 대용량. 또한 이 제품은 당시 SATA SSD 업계 최고 수준인 최대 연속 읽기 560MB(메가바이트)/s, 연속 쓰기 515MB/s, 랜덤 읽기 9만 8,000IOPS(Input Output Operations Per Second), 랜덤 쓰기 3만 2,000IOPS의 성능을 구현해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주요 데이터센터와 서버 업체에 공급됐고, 이후 SK하이닉스가 eSSD 제품 사업화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됐다.

3) SATA : PC 개발 초기부터 써온 병렬 ATA(Parallel AT Attachment, PATA) 방식의 인터페이스를 대체하기 위해 병렬 구조를 직렬 구조로 바꾼 직렬 ATA. 이때 ATA는 PC와 AT 호환을 위해 사용하는 하드디스크 인터페이스 중 하나인 IDE(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 소프트웨어 개발용 통합개발환경)를 미국표준협회에서 표준화한 것을 의미한다.

이 제품은 스펙(Spec.) 측면에서 시장의 관심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내부적으로도 많은 것을 남긴 제품이다. 우선 이 제품은 컨트롤러와 펌웨어의 설계, 코드의 구조 등을 표준화한 ‘플랫폼’을 완성하는 데 기여했다. 72단 3D 낸드 기반 eSSD 이후에 개발된 제품들은 모두 동일한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고, 스펙도 빠르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또한 SK하이닉스는 이 제품을 통해 컨트롤러, 펌웨어에 대한 검증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컨트롤러와 펌웨어 코드를 쫓아 불량을 잡아내는 ‘시뮬레이션 기법’을 도입한 계기가 된 것. 이를 통해 품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했다. 또한 이 제품은 글로벌 기업 내 데이터 센터 일부의 검증절차를 통해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이어가는 데에도 중요한 전기가 됐다.

SK하이닉스는 이 제품을 기반으로 삼아, 4년 만에 eSSD 시장점유율을 한 자릿수 미만에서 두 자릿수대까지 확보하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또한, 모바일용 SSD, 소비자용 SSD, PCIe(PCI Express)4) eSSD 등 다양한 SSD 제품 라인업을 갖출 수 있었다.

4) PCle : 메인보드에 그래픽카드, 사운드카드 등 주변 장치나 기타 구성요소를 바로 연결하기 위해 새롭게 고안된 인터페이스 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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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내외적으로 큰 성과를 이뤄낸 이 제품은 이 담당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까?

“72단 3D 낸드 기반 eSSD는 ‘시작’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제품이 시장이 공개됐을 때, 이제 회사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구성원들과 저 역시도 이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으며, 이는 지금의 SSD 분야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시작이 헛되지 않도록 더 높은 곳을 날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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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작은 회로를 타고] 세븐틴 ‘아주, NICE’, NAND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다 (세계 최초 128단 512Gb TLC 4D NAND 개발) /earthquakes-in-the-nand-market/ /earthquakes-in-the-nand-market/#respond Wed, 17 Feb 2021 00:00:00 +0000 http://localhost:8080/earthquakes-in-the-nand-market/ 도비라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모든 순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추억이 된다. 바쁜 일상이 고될 때 추억을 꺼내 다시 힘을 얻기도 한다. 때론 길거리를 걷다 우연히 듣게 된 노래가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띵작은 회로를 타고’ 시리즈를 통해 ‘추억의 명곡’과 함께 SK하이닉스의 ‘그 시절 그 반도체’를 추억해보자.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활력소, 우리나라 가요계를 이끄는 ‘아이돌’

90년대 이후 우리나라 가요계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아이돌 음악이었다. 90년대 H.O.T, 젝스키스, S.E.S, 핑클 등 1세대 아이돌이 각종 신드롬을 일으키며 ‘팬덤 문화’를 탄생시켰고,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의 2세대 아이돌이 그 뒤를 이어받아 가요계의 메인스트림을 장악했다. 이후 최근까지도 많은 아이돌그룹이 등장해 사랑받고 있으며, 국내를 넘어 세계로 활동무대를 넓혔다.

아이돌 음악은 기본적으로 퍼포먼스를 고려해야 만큼, 댄스 음악이 대부분이다. 특정 멜로디가 반복되는 후크 송이 주를 이루지만, 퍼포먼스를 위해 특정 장르나 독특한 콘셉트를 반영한 곡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소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팬들에게는 아이돌 음악이 삶의 활력소이자 행복의 원천이다. 그들의 음악과 퍼포먼스로 지친 하루를 위로받고, 내일을 힘차게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 각종 음원차트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아이돌을 지켜보며 희망을 얻기도 하고, 그들을 높은 곳으로 이끌었다는 성취감을 얻기도 한다.

[세븐틴] Love&Letter Repackage Album 커버 이미지

▲ ‘아주 NICE’가 수록된 세븐틴의 ‘Love&Letter Repackage Album’ 커버 이미지(사진 및 영상 제공: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15년 데뷔한 ‘세븐틴’ 역시 밝은 에너지와 특유의 활기로 팬들에게 오랫동안 행복을 선물해온 아이돌이다. 데뷔곡 ‘아낀다’부터 네 번째 타이틀 곡인 ‘아주 NICE’까지 밝고 청량한 콘셉트로 여성 팬들은 물론 대중들의 마음까지 훔치며 폭넓은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아주 NICE’는 일반 대중들에게 세븐틴을 알린 히트곡. 세븐틴은 몰라도 이 노래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음원 발매 이후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각종 방송이나 야구장에서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며 인기를 끌다가, 2018년 인기 주말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 – 도레미 마켓’의 시그널 음악으로 채택되며 세븐틴 하면 떠오르는 대표곡이 됐다.

힘든 개발 여정 속 지칠 때마다 힘을 북돋아 준 그 노래 ‘아주, NICE’

세븐틴이 ‘아주 NICE’로 인기 주말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킨 2018년은 SK하이닉스에게도 매우 중요한 해였다. 2018년 10월 세계 최초로 CTF(Charge Trap Flash)1) 구조에 PUC(Peri Under Cell)2)기술을 결합한 ‘96단 512Gb TLC3) 4D NAND4)(이하 96단 4D NAND)’ 를 선보이며 NAND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것. 이를 기반으로 다음 세대인 128단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과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기 시작했다.

1) CTF(Charge Trap Flash): 전하를 도체에 저장하는 플로팅 게이트(Floating Gate)와 달리 전하를 부도체에 저장해 셀간 간섭 문제를 해결한 기술로, 플로팅 게이트보다 단위당 셀 면적을 줄이면서도 읽기, 쓰기 성능을 높일 수 있어 3D NAND 이후 세대 제품에 주로 적용되고 있음.
2) PUC(Peri Under Cell): 주변부(Peri.) 회로를 셀 회로 하단부에 배치해 생산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
3) TLC(Triple Level Cell): 낸드플래시는 데이터 저장 방식에 따라 셀 하나에 1bit를 저장하는 SLC(Single Level Cell), 2bit를 저장하는 MLC(Multi Level Cell), 3bit를 저장하는 TLC(Triple Level Cell), 4bit를 저장하는 QLC(Quad Level Cell)로 나뉨. TLC의 경우 전하가 가득 찬 상태(0,0,0,)부터 하나도 없는 상태(1,1,1)까지 데이터를 세분화해 저장할 수 있어, 동일한 셀을 가진 SLC 대비 3배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고용량을 구현하기 용이함.
4) 4D NAND: SK하이닉스는 2018년 96단 NAND부터 CTF 셀 구조와 PUC 기술을 결합해 성능과 생산성을 동시에 구현한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4D NAND’로 명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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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SK하이닉스는 20여 년간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겨온 정우표 담당을 투입해 128단 제품의 설계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게 된다. 세계 최초로 128단 4D NAND를 개발하기 위해서 설계 완성도 향상은 반드시 선행돼야 할 과제였다. 128단은 96단과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는데, 지난 개발 과정보다 회로 수정(Revision)을 줄이는 것이 개발 일정을 단축하며 제품 성능을 높일 수 있는 핵심이기 때문.

정 담당은 오랫동안 NAND 설계 부분 리더로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한 개발 방향성을 제시하고 업무 우선순위를 새롭게 정해 일하는 방식을 크게 개선했다. 설계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줄어든 만큼 회로 수정 횟수도 급감하는 등 설계 완성도는 드라마틱하게 개선됐다.

“우리 구성원들은 당시에도 기술적으로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다만, 남들이 가지 않을 길을 개척해나가야 함에 조금의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역할은 구성원들이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해 알려주고 시행착오 없이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었죠.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텐데도 잘 따라와 준 구성원들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특히 정 담당에게는 새로운 업무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 기존 방식에 익숙했던 구성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많은 소통을 통해 지금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갈등을 겪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인 것 같아 지칠 때도 있었다. 타국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홀로 한국에 있어, 가족들에게 위로를 얻기도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힘이 돼준 노래가 세븐틴의 ‘아주 NIC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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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NICE는 막내딸이 세븐틴의 팬이어서 자주 듣던 노래였는데, 지금은 가족들이 생각날 때마다 듣고 있습니다. 어느새 입에 붙어 일하다가 혼자 흥얼거리기도 하는데요, 들을 때마다 가족들이 응원해주는 것 같아서 힘이 샘솟습니다. 멜로디도 흥겹고 계속 반복되는 ‘아주 NICE’라는 가사도 긍정적이어서, 여러모로 밝은 기운을 북돋아 주고 있습니다. 이 기운이 SK하이닉스에도 전해져 미래에도 계속 아주 좋았으면(NICE) 하는 바람을 담아봅니다”

‘세계 최초 128단 4D NAND 개발’ SK하이닉스, NAND 분야에서도 기술 우위를 가져오다

128단 4D NAND는 당시 전인미답(前人未踏)이던 128단의 벽을 세계 최초로 깬 기념비적인 제품이다. NAND 기술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개발 난이도가 높아지며 생산공정 수도 증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96단과 동일한 4D 플랫폼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했고, 공정 최적화를 통해 96단 보다 32단을 추가 적층하면서도 전체 공정 수를 5% 줄였다. 이를 통해 128단으로의 전환 투자비용을 이전 세대보다 60% 절감할 수 있었다. 웨이퍼당 비트 생산성도 96단보다 40% 향상시켰다.

제품

▲ 128단 512Gb TLC 4D NAND와 이를 활용한 솔루션 제품

특히 4D NAND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설계적인 진전이 필수적이었다. 구동을 위한 회로가 들어갈 수 있는 면적(=셀 면적)은 한정돼 있는데, 단수가 높아지면서 늘어나게 되는 회로의 소요를 제한된 공간안에 모두 반영해야 했기 때문. SK하이닉스는 96단 4D NAND부터 축적한 역량을 활용해 기술적으로 성숙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 끝에 최소한의 면적 안에 구동에 필요한 모든 회로를 집약할 수 있는 설계를 완성했다. 그 결과 단수는 올리면서도 크기는 오히려 줄인 세계 최소 크기의 4D NAND를 구현할 수 있었다.

128단 4D NAND는 SK하이닉스가 다음 세대인 176단 512Gb TLC 4D NAND(이하 176단 4D NAND)에서 다시 한번 업계 최고층 기록을 경신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128단 4D NAND에서 설계 관점에서 플랫폼을 완성하고 기술적인 연속성을 확보해, 176단 4D NAND의 설계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집적도를 높이고 공정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 역시 128단 4D NAND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또한 128단 4D NAND는 양산관점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며 SK하이닉스의 NAND가 ‘Fast Follower’를 넘어 ‘First Mover’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한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큰 진전을 이뤄낸 제품이다. 정 담당에게 이 제품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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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단 4D NAND는 제게 어디서든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해준 정말 고마운 제품입니다. 세계 최초 개발에 성공한 프로젝트의 리더가 된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입니다. 이 모든 것은 회사 내에 오랫동안 축적된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을 한발 앞서 확보함으로 SK하이닉스가 적층(績層)의 한계를 누구보다 빠르게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겠습니다. 분명 그 과정이 어렵고 고될 겁니다. 하지만 기술개발에 집념을 보여준 우리 구성원들이 있기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여정을 함께하며 SK하이닉스의 자신감을 보여준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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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작은 회로를 타고] 버스커버스커 ‘벚꽃엔딩’, SK하이닉스의 봄을 불러오다(세계 최초 최대용량 128GB DDR4 모듈 개발) /bringing-the-spring-of-sk-hynix/ /bringing-the-spring-of-sk-hynix/#respond Fri, 25 Sep 2020 00:00:00 +0000 http://localhost:8080/bringing-the-spring-of-sk-hynix/ 도비라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모든 순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추억이 된다. 바쁜 일상이 고될 때 추억을 꺼내 다시 힘을 얻기도 한다. 때론 길거리를 걷다 우연히 듣게 된 노래가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띵작은 회로를 타고’ 시리즈를 통해 ‘추억의 명곡’과 함께 SK하이닉스의 ‘그 시절 그 반도체’를 추억해보자.

2013년 봄, SK하이닉스에 전해진 벚꽃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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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가 나오는 10월은 비록 봄은 아니지만, 추억 소환을 위해 ‘봄’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본다. 봄은 새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계절이다. 꽁꽁 얼어붙었던 나무에서 새순이 간지럽게 피어나고, 눈 깜짝할 새 꽃들이 만개한다. 봄에 피우는 수많은 꽃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단연코 벚꽃. 벚꽃 나무가 가득한 거리를 걸으면 벚꽃 내음에 취하며 감성에 젖게 되기 십상이다. 어떤 이와 함께 걸으면 그 감성은 배가 되고, 혹은 같이 거닐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봄은 사랑에 빠지고 싶은 마법 같은 계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2년은 특히 봄의 감성과 어울리는 해였다. 그해 봄에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은 갓 대학생이 된 주인공들의 러브 스토리를 통해 이뤄지지 않는 첫사랑의 아련함을 대중들에게 선사했다. ‘음악’은 이 영화에서 첫사랑에 대한 추억의 매개체 역할을 했다. 서로의 첫사랑이었던 주인공 승민(이제훈 분)과 서연(배수지 분)은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된다. 서연의 가방에서 낡은 CD플레이어를 꺼내 승민과 함께 노래를 듣는다. 그들의 귀에서는 ‘기억의 습작(전람회, 1994)’이 흘러나온다. 이 장면은 봄과 함께 풋풋했던 그 시절 사랑의 감성을 소환해냈다.

영화계의 봄 향기는 가요계에도 전해졌다. 멜로디를 들을 때마다 눈앞에 벚꽃 풍경이 절로 그려지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그 시절 대표적인 명곡. 가사에는 벚꽃길을 함께 걷고 싶은 사람에 대한 설렘이 담겨 있고 어쿠스틱 기타가 만들어낸 봄 내음 물씬 나는 선율에 장범준의 달콤한 목소리까지 어우러져 많은 이들에게 오랫동안 ‘봄 캐롤’로 사랑받고 있다.

꽃놀이 대신 벚꽃엔딩을 들으며 반도체 개발에 매진하다

그로부터 1년 뒤, 2013년 어느 봄날. ‘벚꽃엔딩’은 또 한 번 음악 차트 1위를 차지하며 명곡의 부활을 알렸다. 이후 매년 봄마다 어김없이 인기가요 차트에 오르는 ‘벚꽃연금(벚꽃 피는 무렵이면 노래가 인기를 얻으며 작곡자인 장범준의 저작권료 수입이 많아짐을 뜻하는 가요계 유행어)’의 전설이 시작된 해. 같은 해 SK하이닉스에도 오랫동안 회사의 먹거리가 되어줄 명품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D램 PI(Process Integration)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김선순 DRAM PI 담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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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순 담당은 2009년~2012년 중국 우시에서 근무하다가 2013년에 본사로 돌아와 새로운 D램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당시 코어 개발부터 양산 이관 후 수율 증대(Ramp up)까지 제조공정 전반에 관여하는 PI 파트의 구성원이었던 그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는 20나노급 8Gb DDR4 개발. D램 소자 그룹의 D램 소자 PD(Product Development)팀 소속으로 당시 함께 근무했던 소자 엔지니어들과 함께 본격적인 개발 업무에 투입됐다.

“당시 IT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IT 산업에는 초고속, 고용량, 저전력 제품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죠. 이 중 특히 고용량(High Density), 초고속(High Speed)에 대한 니즈(Needs)가 컸습니다. 따라서 고용량인 8Gb 제품에 스피드를 끌어올리면서 전력소모를 줄이는 DDR4가 경쟁력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0나노급 8Gb DDR4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여러 산을 넘어야 했다. 먼저 20나노급을 만들기 위해 기존 2xnm(20나노미터 초반) 공정 기술보다 더 발전된 2ynm(20나노미터 중반) 공정 기술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경쟁사는 이미 2ynm을 최적화한 상황. 8GB 용량을 확보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설상가상으로 2013년 중국 우시Fab 화재 사고로 프로젝트가 잠깐 멈추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할 수 있었던 일은 단 하나, 맡은 일에 집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다.

당연히 김선순 담당의 하루하루도 쉴 새 없이 바쁘게 흘러갔다. 그는 평소 등산을 하거나 가족과 탄천로와 공원을 걸으며 풍광을 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해 봄에는 마음 놓고 벚꽃 나들이를 할 여유가 없었다. 봄을 느끼고 싶을 때마다 잠깐 산책을 나가거나 사무실에서 ‘벚꽃엔딩’을 틀어놓고 잠시 숨을 고르는 것이 유일한 봄놀이였다.

띵작_가사합성

벚꽃이 한창인 계절, 다양한 등산로를 거닐며 그때 그때마다 다른 벚꽃을 감상하는 저만의 루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워낙 바빴기 때문에 짧은 산책으로 꽃놀이를 대신 했었습니다. 지금도 봄이 되면 ‘벚꽃엔딩’ 멜로디가 곳곳에서 들리는데,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시절을 잘 견뎠다는 것에 스스로 위로를 건넵니다. 그 노래가 당시 저에게 위안이 됐듯, 그때 가족과 주변 동료들이 있었기에 지치지 않고 끝까지 D램 개발에 온 힘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초 초고용량 128GB DDR4 모듈 개발, IT 산업에 새 지평을 열다

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집념을 발휘한 끝에 탄생한 제품이 바로 20나노급 8Gb DDR4 기반 세계 최초 초고용량 128GB DDR4 모듈이다. 이 제품은 20나노급 8Gb DDR4의 파생 제품으로, 당시 현존하는 최고 용량인 64GB의 2배에 이르는 최대 용량을 구현했다.

https://skhynix-prd-data.s3.ap-northeast-2.amazonaws.com/wp-content/uploads/2024/11/▲-128GB-DDR4-모듈.jpg

▲ 128GB DDR4 모듈

최대 용량을 구현하기 위해 TSV(Through Silicon Via, 실리콘관통전극) 기술이 처음으로 양산에 적용됐다. 이는 DRAM 칩을 수직으로 쌓은 뒤 전체 층을 관통하는 기둥 형태의 이동 경로를 만들어 명령어와 데이터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신호 전달을 위하여 칩 외부로 배선을 연결하는 기존의 와이어본딩(Wire Bonding)을 대체하는 기술로, 칩간 또는 PCB(Printed Circuit Board) 기판과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고속∙저전력 통신이 가능할 뿐 아니라 2배 이상의 적층이 가능했다.

그 결과, 이전 세대인 DDR3와 비교했을 때 스펙(Spec.)이 2배 이상 향상됐다. 기존 최고 용량인 64GB의 두 배에 이르는 최대 용량을 구현했고, 전송속도 역시 1,333Mbps에서 2,133Mbps로 업그레이드 됐으며 동작 전압도 기존 1.35V에서 1.2V로 낮췄다.

공정 기술 개발과 TSV 기술을 접목시키는 등 기술적인 한계를 뛰어넘은 이 제품은 SK하이닉스가 이후 서버 시장의 주인공으로 발돋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서버에는 고용량·초고속·저전력 제품이 요구되는데, 이를 모두 만족시키는 효자 제품이었기 때문. SK하이닉스가 서버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각인시킨 전환점이 됐다.

128GB DDR4 모듈은 새 출발과 변화를 상징하는 봄처럼 SK하이닉스에 또 한 번의 봄을 선물했다. 이를 개발한 김선순 담당도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금 DRAM 사업의 리더로 맹활약 중이다. 그에게 128GB DDR4 모듈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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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128GB DDR4모듈은 ‘변화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제품 개발 이후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직책이 변화되면서 업무의 형태가 바뀌고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행하면 항상 적극적으로 나섰죠.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변화를 즐기며 능동적으로 대처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그대로 멈춰 있다면 개인적으로도, 회사 차원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후배들도 자발적으로 변화를 주도하고 즐기며 다가올 세상의 주인공이 되길 바랍니다. 128GB DDR4 모듈이 새 시대를 연 것처럼 우리 구성원들도 변화를 즐기고 주도하며 다가올 세상의 주인공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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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작은 회로를 타고] 럼블피쉬 ‘비와 당신’, 그래픽 D램 1등을 향한 DNA를 깨우다(세계 최초 40나노급 2Gb 그래픽 DDR5 개발) /dna-towards-the-first-place-in-graphic-dram/ /dna-towards-the-first-place-in-graphic-dram/#respond Mon, 27 Jul 2020 00:15:00 +0000 http://localhost:8080/dna-towards-the-first-place-in-graphic-dram/ 1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모든 순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추억이 된다. 바쁜 일상이 고될 때 추억을 꺼내 다시 힘을 얻기도 한다. 때론 길거리를 걷다 우연히 듣게 된 노래가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띵작은 회로를 타고’ 시리즈를 통해 ‘추억의 명곡’과 함께 SK하이닉스의 ‘그 시절 그 반도체’를 함께 추억해보자.

Oldies but Goodies, 우리가 옛 노래를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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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90년대 감성의 여름 노래를 찾아 나선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유재석, 이효리, 비)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이들이 리메이크한 듀스의 ‘여름안에서(1994)’와 90년대 감수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시 여기 바닷가(2020)’는 최근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싹쓰리의 음악은 2014년 <토토가> 열풍 이후 또다시 90년대 음악 감성을 소환해 많은 사람을 추억에 젖게 했다.

옛 음악은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과거를 소환하는 강력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매회 추억의 노래로 시청자에게 소소한 힐링을 선사했다. 주인공들이 모여서 만든 5인조 밴드 ‘미도와 파라솔’이 들려준 ‘내 눈물 모아(서지원, 1996)’,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베이시스, 1995)’, ‘아로하(쿨, 2001)’ 등 옛 노래는 주인공의 과거 서사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줬다. 이후 발매된 이들의 리메이크곡은 시청자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며 드라마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 <라디오스타>(2006) 역시 우리에게 음악으로 기억되는 작품 중 하나다. 영화의 OST ‘비와 당신’은 주인공 최곤(박중훈 분)을 1988년 가수왕으로 만들어준 그 시대 최고의 명곡이다. 각종 사건·사고로 퇴물 가수로 전락한 최곤 곁에는, 늘 오랜 시간 함께한 매니저 박민수(안성기 분)가 있다. 이들의 진한 우정은 ‘비와 당신’이라는 OST와 함께 찡한 감동을 선사한다.

‘비와 당신’은 <라디오스타>의 음악감독 방준석이 영화 제작 당시 만든 노래다. 오래된 음악은 아니지만, 스토리와 어우러지며 관객을 극의 배경인 1980~1990년대 시절로 소환했다. 이후 이 곡은 영화보다 더 유명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2008년 가을에는 밴드 럼블피쉬가 동명의 리메이크곡을 발표하며 또 한 번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반도체 개발에도 때로는 아날로그 감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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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어느 날,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 설계분석실에서 럼블피쉬의 ‘비와 당신’이 은은하게 흘러나온다. 이곳에선 새로 개발 중인 그래픽 D램의 성능 테스트가 한창이다. 음악을 틀어놓고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연구에 매진 중이던 조주환 담당(DRAM PE)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늘 최첨단 기술의 끝에서 속도를 좇는 개발자이지만 그에게는 ‘느린 취미’가 하나 있다. 바로 ‘사진’이다. 디지털카메라보다는 필름 카메라를 선호하는 그는 암실까지 장만해 직접 찍은 사진을 인화할 정도로 열성이다. 빠른 템포의 음악보다 느리게 흘러가는 옛 음악을 좋아하는 조주환 담당의 이 같은 아날로그 감성 역시 더 빨리 나아가기 위한 그만의 비법이자 원동력이다. 그에게 ‘비와 당신’은 12년 전 기술개발을 위해 열정을 쏟던 당시의 노동요이며, 동시에 그래픽 DDR5(이하 GDDR5)를 추억하게 만드는 매개체다.

“그래픽 D램은 빠른 데이터 처리가 미덕인 만큼 ‘속도’에 특화된 제품입니다. 그래픽 D램을 통해 고속 동작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향후 메인 메모리 D램이나 모바일 D램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어 경쟁사보다 고성능의 제품을 적기에 출시할 수 있죠. SK하이닉스도 당시 7Gbps(초당 7기가비트 데이터 처리) 속도를 목표로 새로운 그래픽 D램인 GDDR5를 준비 중이었어요. 지금과 비교하면 느린 속도지만, 그 당시에는 SUPEX(Super Excellent, 인간이 도달 가능한 최고의 수준을 뜻하는 SK그룹 경영 핵심 개념)였죠. 처음부터 이렇게 높은 타깃을 설정한 건 바로 D램 시장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었습니다”

‘7Gbps’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설계를 모조리 바꿔야만 했다. 이에 당시 설계팀은 D램 업계 최초로 ‘2-Phase Clocking’ 설계 기술을 적용하는 시도를 했다. 클로킹(Clocking)은 데이터 전송 시 보내고 받는 송수신 데이터를 동기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2-Phase’는 주기를 이등분해 클록(Clock)신호를 늘려 동작의 여유 시간을 확보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기존에는 하나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물을 흘려보냈다면, 이를 두 개의 파이프라인으로 나누어 물을 흘려보낸 뒤 합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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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주환 담당은 전 세대인 GDDR4에도 ‘2-Phase Clocking’ 기술을 시도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진 못했다. 그에게 GDDR4는 아픔이자 값진 교훈이었다. 따라서 성공하고 싶은, 성공해야만 했던 제품인 GDDR5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했다. 당시 연차에 비해 일찍 프로젝트 리더를 맡은 만큼 책임감과 절실함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경쟁사보다 빨리 기술을 개발해내야 한다는 마음에, 가끔은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저 자신을 너무 해치는 것 같아,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한 템포 쉬어가는 시간을 종종 가지려고 합니다. GDDR5 개발 당시에도 음악을 틀어놓고 분석 업무를 하곤 했죠. ‘비와 당신’은 개발 당시 즐겨 듣던 노래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이 노래를 듣게 되면 당시 생각이 나 웃음 짓곤 합니다.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때로는 아날로그 감성이 필요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시장점유율로 증명한 ‘클라스’, 세계 최초 40나노급 2기가비트 그래픽 DDR5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제품이 바로 세계 최초로 40나노급 공정을 적용한 2기가비트(Gb) GDDR5다. 7Gbps의 처리속도로 32개의 정보입출구(I/O)를 통해 초당 28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용량 또한 기존 50나노급 1Gb 제품보다 2배 증가해 고용량 제품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1.35V의 저전력 동작으로 에너지 소모를 기존 대비 20%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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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SK하이닉스 전신)가 개발한 40나노급 2기가비트(Gb) 그래픽 DDR5 제품

그래픽 D램은 범용 D램 대비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처리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GDDR5는 고화질 고속동작이 요구되는 고급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에 최적화된 제품이었다.

“그 당시에도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제품이 출시될 때 남들보다 먼저 구입해 사용하는 성향을 가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그래픽 카드가 출시되면 각종 프로그램을 이용해 성능을 측정해 공유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SK하이닉스의 그래픽 D램은 오버클로킹(Overclocking, 칩의 성능을 인위적으로 실제보다 빠르게 조작하는 것)이 잘 되는 제품이라는 반응이 많았고, 성능 면에서 소비자의 선호도도 매우 높았죠. 그만큼 경쟁력이 높았던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하이닉스반도체는 세계 최초로 60나노급 1Gb GDDR5(2007)과 50나노급 1Gb GDDR5(2008) 개발에 성공하며 그래픽 D램 시장의 5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어 GDDR5 제품 개발로 7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게 됐고, 고성능 그래픽 D램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며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됐다.

27년간 D램 설계 업무를 맡아 SK하이닉스의 발전에 기여해온 조주환 담당은 대내외에서 여러 성과를 인정받아왔다. 그동안 사내 연말종합포상, 38nm 그래픽스 특별포상, SKMS실천상 등을 수상했고, 2015년에는 30nm급 GDDR5 설계기술 확보로 기술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반도체의 날’ 장관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화려한 이력만큼 조주환 담당을 거쳐 간 제품도 많지만, 40나노급 2Gb GDDR5는 그에게 늘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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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1등 DNA가 있고, 이를 충분히 발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각인시킬 수 있었던 제품이었습니다. 당시 느꼈던 성취감은 지금까지도 큰 원동력이 됐죠. D램 시장의 전체 규모로 보았을 때 아직 우리가 1등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분야 한 분야에서 1등을 해나간다면 언젠가는 전체 시장에서도 1등을 하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우리 후배들도 GDDR5와 같은 좋은 선례들을 기억하며 자신감을 갖고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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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작은 회로를 타고] 원더걸스 ‘Nobody’, SK하이닉스 전투식량이 되다(세계 최초 30나노급 4Gb D램 개발) /become-sk-hynixs-battle-food/ /become-sk-hynixs-battle-food/#respond Fri, 22 May 2020 00:00:00 +0000 http://localhost:8080/become-sk-hynixs-battle-food/ 1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모든 순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추억이 된다. 바쁜 일상이 고될 때 추억을 꺼내 다시 힘을 얻기도 한다. 때론 길거리를 걷다 우연히 듣게 된 노래가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띵작은 회로를 타고’ 시리즈를 통해 ‘추억의 명곡’과 함께 SK하이닉스의 ‘그 시절 그 반도체’를 함께 추억해보자.

아날로그의 시대 2008년, 복고 열풍 불러일으킨 추억의 명곡은?

추억의 명곡을 찾아 잠깐 타임머신을 타고 12년 전 2008년으로 돌아가보자.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주머니 속에는 스마트폰이 아닌 폴더폰이 들어 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스마트폰 1세대인 아이폰 3G가 출시됐지만 아직 한국에는 보급되지 않았던 때다. 사람들의 손에는 MP3 혹은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가 들려 있고, 이어폰에는 당연히 기기와 연결할 수 있는 선이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지금은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은 상상 속에나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이어폰에서는 어떤 음악이 흘러나왔을까? 2008년 가요계는 변화의 흐름 한가운데 있었다. 바이브레이션을 강조하는 ‘소몰이 창법’으로 일세를 풍미했던 발라드 가수들의 자리를 아이돌들이 채워나가기 시작한 것. ‘Tell me 신드롬’을 일으켰던 원더걸스, 다섯 명의 동방신기, 지금은 볼 수 없는 완전체 소녀시대, 누나들의 심장을 저격한 샤이니, 혜성처럼 등장한 2PM이 그 시절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띵작_원더걸스노바디

▲ The Wonder Years – Trilogy 앨범 (출처 – 개인소장)

당시 히트곡들은 대부분 쉬운 멜로디에 특정 가사가 반복되는 ‘후크송’이었다. 짧고 중독성 있는 후렴구로 귀를 사로잡고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해 인기를 끈 것.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인기를 얻은 곡이 원더걸스의 ‘Nobody’다.

Nobody는 원더걸스 싱글 3집 ‘The Wonder Years – Trilogy’ 수록곡으로, 한 남자를 향한 애절한 사랑을 “I want nobody nobody but you”라는 반복되는 가사에 담은 댄스곡이다. 1960년대풍 드레스와 헤어, 스탠딩 마이크를 활용한 콘셉트로 복고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따라 하기 쉬운 총알춤으로 전국에 춤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Nobody는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 각종 디지털 음원 사이트 1위를 기록했으며, 당연하게도 그 해 각종 시상식에서 대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을 이끈 터닝포인트가 됐다.

추억의 명곡 ‘Nobody’가 SK하이닉스의 전투식량이 된 사연은?

김동균담당gif_수정

Nobody는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국민송’이었지만, SK하이닉스에서 D램 설계 업무를 수행하는 김동균 담당에게는 색다른 의미를 가진다. Nobody가 인기를 끌던 시절 김 담당이 반도체 신제품을 개발할 때 이 곡이 사기를 북돋아준 ‘전투식량’ 역할을 했기 때문. 원더걸스의 선율이 어쩌다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회로까지 흘러 들어갔을까? 그 사연의 해답을 듣기 위해 김동균 담당을 찾았다.

2008년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엘피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4사 체제 시절로 기업 간의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SK하이닉스는 엘피다, 마이크론 등 기업과 D램 시장에서 치열한 2위 다툼을 하고 있었는데, 확고한 2등이 되기 위해선 ‘비장의 무기’가 필요했다. 당시 SK하이닉스의 최신 D램 제품은 44나노급 2Gb DDR3로, 이를 뛰어넘는 고용량(High Density) D램을 기한에 맞춰 개발해야만 시장의 주류로 살아남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던 것.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고용량 D램 개발 프로젝트 TF를 구성하고,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1994년에 입사해 D램 개발사업본부 설계2팀에서 근무했던 김동균 담당이 있었다. 그는 당시 프로젝트팀에서 제너레이터(Generator) 회로 설계를 맡아 외부 파워를 칩 내부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을 맡았다. 프로젝트가 미국 산호세 법인에서 진행됨에 따라 2008년 말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 개발자들과 협업하며 일했다.

김동균 담당은 전혀 다른 문화권의 나라에서 가족과도 떨어진 채, 주어진 개발 기한을 맞추기 위해 밤낮을 잊고 일에만 매달려야 했다. 그런 그에게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게 힘을 준 노래가 바로 ‘Nobody’였던 것. 당시 원더걸스는 한국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미국에 진출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는데, 고된 업무에 지친 김동균 담당에게 머나먼 타국에서 들려온 고향의 노래가 버팀목이 돼주었다.

“그 시절 Nobody는 ‘노동요’이자, 에너지를 채워준 ‘전투식량’ 같은 존재였습니다. 설계 엔지니어는 자신이 맡은 파트를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따라서 때로는 막중한 부담감으로 힘들 때가 있죠. 더욱 힘들고 외로웠던 건 타지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지냈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면 Nobody를 들으며 조깅을 했는데, 그러면 기분이 조금 나아졌죠. 노동요를 들으며 업무를 할 때는 Nobody 가사처럼 ‘너밖에 없다 – I want nobody nobody but YOU(30나노급 4Gb D램)’는 생각으로 제품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덕분에 외롭고 고된 싸움을 이겨내고 D램 설계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죠”

세계 최초 30나노급 4Gb D램 탄생, SK하이닉스의 터닝포인트가 되다

이때 탄생한 제품이 바로 2010년 12월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30나노급 4Gb D램이다. 이전 세대 제품인 40나노급 2Gb D램과 달리, 기존 반도체 레이아웃 디자인 기술인 8F2(38nm)보다 더 작은 면적으로 셀을 구현한 6F2(35nm) 기술이 적용됐다. 또한, 2Gb에서 4Gb로 칩 용량이 2배 증가함에 따라 제품의 리프레쉬(refresh) 특성 등 품질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제어 기술이 적용됐다. 아울러 시장의 요구에 맞춰 동작 스피드 증가 및 소모 전력을 감소시키는 여러 기술들이 탑재됐다. 이런 성능 개선을 바탕으로 당시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에 우뚝 섰다.

200511_제품리사이징

▲ 30나노급 4Gb D램

30나노급 4Gb D램은 그 당시 서버용 메모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많은 데이터센터에 탑재됐다. 데이터센터는 컴퓨터 시스템과 통신장비, 저장장치인 스토리지 등이 설치된 시설로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데, 파워를 감당할 수 있는 고용량 메모리가 필요했다. 이 제품의 동작 전압은 1.25V로 당시 최저 수준이었고, 이를 통해 전력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데이터 처리 속도도 빨랐다. 이전 세대의 D램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1333Mbps이었는데 이 제품은 최대 2133Mbps까지 기록했다. 이는 이전 세대보다 60% 이상 빠른 속도였으며, 700MB의 데이터를 3초에 처리할 수 있었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아야 하는 데이터센터에 꼭 필요한 제품이었던 것. 다음 세대 제품인 20나노 4Gb DDR3가 출시되고서도 약 4년 동안 양산을 이어왔다.

이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SK하이닉스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물론 그 효율성을 인정받아 서버 메모리 시장의 강자로 올라섰다. 그 시절 SK하이닉스는 일반 PC와 같은 클라이언트 시장에 주력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에선 서버용 메모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4Gb D램을 개발을 함으로써 이런 인식을 바꿀 수 있었다. 회사 내부에서도 서버용 메모리를 확대하는 씨앗이 됐다. SK하이닉스는 이때 확보한 고객사의 신뢰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반도체 시장 Top Tier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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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을 직접 개발한 김동균 담당에게 30나노급 4Gb D램은 어떤 의미일까?

“30나노급 4Gb D램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자신감을 탑재해준 제품입니다. 본사와 다른 환경에서 프로젝트를 개시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과 혁신적인 개발 방식을 시도했습니다. 설계에서 새로운 기술력을 확보해야 했죠. 이로 인해 프로젝트 초반에는 본사와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본사에서는 설계 변화가 더 좋은 퍼포먼스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새로운 기술에 대한 설득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 결과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되돌아보면 우리 구성원들에게 ‘늘 새로운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중요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SK하이닉스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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