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철 – SK hynix Newsroom 'SK하이닉스 뉴스룸'은 SK하이닉스의 다양한 소식과 반도체 시장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전달합니다 Mon, 17 Feb 2025 05:03:24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6.7.1 https://skhynix-prd-data.s3.ap-northeast-2.amazonaws.com/wp-content/uploads/2024/12/ico_favi-150x150.png 강동철 – SK hynix Newsroom 32 32 [트렌드 리포트] 주가와 반비례하는 실적?_올해 반도체 시장 ‘두 자릿수 성장’ 이어갈 듯 /the-growth-of-the-semiconductor-market-continues/ /the-growth-of-the-semiconductor-market-continues/#respond Fri, 18 Feb 2022 14:55:00 +0000 http://localhost:8080/the-growth-of-the-semiconductor-market-continues/ 올해 초는 기술 기업들에게 뼈아픈 시기다. 그동안 성장세를 발판 삼아 가파르게 오르던 주가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 한국 반도체 기업들 역시 이런 흐름을 피할 수 없었고,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해 초 대비 하락했다. 하지만 실적은 이와 반대로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Automotive), 메타버스(Metaverse) 등 다양한 신기술과 산업이 등장하면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점도 호재다. 과연 2022년의 반도체 시장은 어떨까?

2021년에도 성장한 반도체 시장…SK하이닉스, 역대 최초 분기 12조 원 매출 달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의 2021년의 실적, 매출, 성장률, 시장 점유율을 정리한 표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성장세는 놀라웠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2조 9,97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0년 대비 35%에 달하는 매출 성장세를 보였는데, 이는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 전체 성장률인 25.1%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삼성전자는 3년 만에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정상을 탈환했다. 반도체 부문에서 전년 대비 29% 성장한 94조 1,7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인텔(Intel)의 지난해 매출인 759억 5,000만 달러(약 90조 9,500억 원,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 추산 기준)를 넘어섰다. 성장률과 함께 시장 점유율도 두드러졌는데,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1년 반도체 시장 점유율 13%를 기록하며 12.5%의 인텔을 제쳤다.

이처럼 지난해에는 한국의 양대 반도체 기업들이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세를 주도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이 이 같은 성장세를 견인했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재택근무, 원격교육 등의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했고, 더불어 신형 PC, 태블릿 PC와 같은 홈 디바이스의 수요도 늘어났다. 이에 따른 데이터 양의 폭증은 서버 증설로 이어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반면 인텔은 전년 대비 0.4% 성장에 그쳤다. CPU 공급 부족 현상을 타개하지 못했고, AMD 등 경쟁사와의 기술 경쟁에서도 격차를 크게 벌리지 못했다. 이로 인해 시장의 성장세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 낮은 성장률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선전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도 잘 나타난다. SK하이닉스는 역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2조 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5.4% 오른 12조 3,766억 원, 영업이익은 340% 오른 4조 2,195억 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처음으로 연간 기준 흑자를 낸 점이 고무적이다. 분기 기준으로도 지난해 3분기에 이어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는 128단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성장률을 훨씬 뛰어넘는 60% 성장을 기록했다”며 “D램도 PC, 그래픽, 중국 모바일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를 적극 확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만 매출 26조 2,000억 원, 영업이익 8조 8,000억 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했지만, 공급망 이슈 등으로 인해 우려가 제기됐던 상황에 비하면 상당히 선전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서버 중심으로 수요가 견조했지만, 글로벌 공급망 이슈 등으로 실적이 소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고성능 컴퓨팅(HPC, High Performance Computing) 고객사 덕분에 향후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했고,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Limited) 역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TSMC는 지난해 4분기 157억 4,000만 달러(약 18조 8,55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41.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65억 달러(약 7조 7,86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특히 지난해 7나노 이하 고성능 제품군에서 매출의 50%를 벌어들이며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사용처별로 분석해 보면 자동차 전체 부품 중 전자장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가 반영돼 차량용 반도체 매출이 51% 늘었고, 클라우드(Cloud), AI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PC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HPC용 반도체 매출이 34% 성장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해도 시장의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 콜을 통해 “하반기부터는 공급망 이슈가 점진적으로 해소되면서 수급이 좋아질 것”이라며 “지난해 수준의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구축된 비대면 인프라의 확대 등으로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 세계에 확산되기 시작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위축되고 있고 암호화폐 시장의 조정으로 인해 채굴용 반도체의 수요도 줄 수 있어, 이를 시장의 불안 요소로 꼽는 분석도 나온다.

‘멈추지 않는 성장세’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 기대되는 세계 반도체 시장

2020년, 2021년에 이어 올해도 세계 반도체 시장이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어, 벌써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반도체 시장이 3년 연속으로 1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는 것은 무려 25년만의 일로, 1992년부터 1995년까지 4년 연속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매출은 사상 최초로 5,000억 달러를 넘겨 5,098억 달러(610조 6,384억 원)를 기록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IC Insights Semiconductor Market Research)는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11% 증가한 5,651억 달러(약 676조 8,768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년 대비 26% 성장했던 지난해보다는 낮은 성장률이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 것.

D램과 낸드플래시의 수요가 증가하는 원인을 정리한 이미지

일반적으로 반도체 시장은 세계 경제 상황과 반도체 수급 등에 따라 불황과 호황이 번갈아 나타난다. 이런 특성은 D램, 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메모리 반도체는 수요가 폭증할 때 가격이 올랐다가, 공급이 확대되고 재고가 확보되면 다시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성이 있기 때문.

하지만 최근에는 팬데믹으로 인해 재택근무, 원격교육이 확산되고 AI, 클라우드 등이 적용되는 분야가 늘면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IC인사이츠는 “2019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5% 줄었지만, 그 이후 수요 증가와 공급망 이슈 등에 따른 가격 상승에 힘입어 반도체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기존에는 오프라인에서 이뤄졌던 업무, 교육 등 일상적인 활동들이 온라인 환경에서 원격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PC 교체 수요가 확대됐고, 늘어난 데이터 처리를 위해 서버도 지속적으로 증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용 반도체의 경우 수급 이슈로 인해 공급난이 심화되면서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 이로 인해 메모리부터 비메모리까지 모두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되고, 시장 규모도 확대됐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역시 올해 역대 최대 매출을 갱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D램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신기록을 달성했던 지난해 수준을 넘어 올해 50조 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가 마무리돼, D램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매출 상승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아서,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좋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279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삼성전자도 올해 300조 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 사상 최초로 반도체 매출만 100조 원 이상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홍콩계 증권사 크레디리요네증권(CLSA Emerging Markets, 이하 CLSA)은 D램 평균 판매가격이 올 1분기 저점을 찍고 2분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PC와 서버를 중심으로 강한 수요가 형성돼 있어 시장이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CLSA는 “이미 현물 가격이 지난해 11월 저점으로부터 지난 1월 기준 19% 상승하는 등 강세가 지속되고 있고, 고객사들이 발 빠르게 재고 확보에 나서고 있어 2분기 이후 가격이 빠르게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엔비디아, ARM 인수 포기… ‘전략산업’ 반도체 분야 M&A 향후 전망은?

2020년 8월 엔비디아의 ARM 인수 계획 발표부터 2022년 2월 인수 무산까지의 과정을 정리한 이미지

세계 반도체 역사에 남을 뻔했던 인수합병(M&A)이 무산됐다. 미국 엔비디아(NVIDIA)가 각국 정부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영국 ARM 인수를 포기한 것. 모바일용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와 GPU 분야에서 각각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두 회사인 만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결국 미국, 영국 등 정부의 경쟁력 저하 우려가 M&A를 막았다.

ARM은 주로 비메모리 반도체의 원천 설계를 개발하고, 이를 엔비디아, 퀄컴, 애플,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에게 공급하는 반도체 설계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 업체다. 특히 세계 모바일용 반도체 시장에서는 ARM이 설계한 자산 비중이 95%에 달할 정도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퀄컴(Qualcomm)의 스냅드래곤(Snapdragon), 삼성전자의 엑시노스(Exynos), 애플(Apple)의 A시리즈 모두 개발 과정에서 ARM의 설계 IP가 기반이 됐다.

엔비디아는 타 반도체 기업들과 달리 GPU 개발에 집중해왔다. GPU는 수년 전만 해도 고성능 게임용 PC에 주로 사용되던 반도체였지만, 최근 들어 AI, 클라우드 등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신기술 분야가 성장하면서 수요가 폭증했다. 특히 AI 개발과 운영에 필수적인 반도체로 꼽힌다. 이런 업황 변화에 힘입어 급속도로 성장해온 엔비디아는 성장세를 가속하기 위해 비메모리 분야의 핵심 기술을 갖춘 ARM 인수를 추진해왔고, 이를 통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절대 강자로 등극하는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GPU 시장의 지배자인 엔비디아가 전 세계 모바일칩 설계 IP의 9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ARM을 인수하면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특정 기업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면, IT부터 자율주행, AI, 클라우드 등 차세대 첨단 산업 전체가 그 기업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였다.

실제로 엔비디아와 ARM의 본사가 있는 미국과 영국 정부에서 먼저 해당 M&A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the Federal Trade Commission, FTC)는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할 경우, 반도체 산업의 혁신과 경쟁이 저해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인수 반대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는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인텔, AMD, 퀄컴 등 걸출한 비메모리 기업이 많다. ARM을 인수한 엔비디아의 성장을 기대하기보다 자국 내 반도체 기업들이 위축될 것을 걱정한 것이다.

영국 경쟁시장청(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 CMA) 역시 지난해 7월 이번 인수에 대한 1단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쟁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고, 삼성전자, 인텔, AMD, 퀄컴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모두 반대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엔비디아는 결국 ARM 인수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엔비디아가 ARM 인수 포기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며 “협력사 측에 이번 인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M&A 무산으로 향후 대형 M&A의 등장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각국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이 갖는 전략적인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대기업들 사이의 합종연횡(合從連衡)을 막고 자국 기업 육성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계 사모펀드(PE)인 와이즈로드캐피탈(Wiseroad Capital)에 매각을 시도했던 매그나칩(Magnachip)은 미국 정부의 반대에 부딪혔고, 대만 글로벌웨이퍼스(GlobalWafers)의 독일 실트로닉(Siltronic) 인수도 독일 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차세대 먹거리 ‘AI 반도체’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AI 반도체 GDDR6-AIM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 확보를 위해 AI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돼 있던 반도체 산업 구조를 바꾸고, 차세대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AI 반도체 시장은 2030년까지 1,179억 달러(약 141조 2,4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사내 AI 반도체 사업부를 분리해 사피온(SAPEON)이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사피온 설립 과정에서는 SK텔레콤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SK스퀘어도 출자했다. SK그룹의 IT 계열사들이 손을 잡고 AI 반도체 시장 공략에 나선 것. 이를 기반으로 향후 글로벌 고객사들을 대거 확보해 사업을 빠르게 키워나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피온에서 SK텔레콤은 그동안 5G와 AI 분야에서 쌓아왔던 연구개발(R&D) 역량과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AI 반도체 개발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와 AI 반도체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SK하이닉스를 축으로 세웠던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사업 전략에 AI 반도체를 추가해,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또한 SK하이닉스는 최근 연산 기능을 갖춘 차세대 메모리 PIM(Processing-In-Memory, 지능형 메모리) 기술을 개발, 이를 적용한 GDDR6-AiM(Accelerator in Memory) 제품을 공개하고 향후 사피온과의 기술 협력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AI 반도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와 AI 프로세서를 합한 인공지능 반도체 ‘HBM-PIM’ 개발 소식을 알린 바 있다. PIM은 메모리 반도체 내부에 연산 작업이 가능한 프로세서를 결합하는 기술이다.

이에 더해 AI 엔진을 추가한 제품을 연이어 공개하며 기술 선점에도 나섰다. 스마트폰에 해당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를 장착하면, 서버와의 통신 없이도 기기 자체에서 고성능 AI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음성인식, 챗봇, 이미지 분석 등 다양한 기능을 스마트폰에 장착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들도 앞다투어 AI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Rebellions)은 지난해 금융 거래에 특화된 AI 반도체 ‘아이온(ION)’을 공개했다. 아이온은 기존 시장의 주류 제품보다 빠른 처리 속도와 두 배 이상 개선된 전력 소비 효율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창업한 지 1년 남짓 된 한국 반도체 스타트업이 대형 기업에 버금가는 AI 반도체를 개발한 것. 리벨리온은 우선 금융 시장을 1차 타깃으로 공략한 뒤 서버용 AI 반도체를 개발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AI 반도체 선두 기업으로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또 다른 한국의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오픈엣지테크놀로지(OPENEDGES Technology)도 NPU(Neural Processing Unit, 신경망처리장치)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차량용 AI 반도체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딥엑스(Deepx), 모빌린트(Mobilint) 등 다른 스타트업 기업들도 AI 반도체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향후 전체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가트너는 2030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이 전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성장세가 무서운 만큼, 각국 대표 반도체 기업들도 발 빠르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인텔은 2016년 AI 반도체 기술 기업인 너바나시스템즈(Nervana Systems)를 인수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이스라엘의 AI 기업 하바나랩스(Habana Labs)를 인수해 역량을 강화했다. 중국 역시 AI 반도체 기술 기업인 디핑셴(地平線, Horizon Robotics) 등을 필두로 정부 차원에서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섰다.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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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리포트] 미국, 중국에 이어 유럽도 참전_더 치열해진 반도체 패권 경쟁 /semiconductor-hegemony-competition/ /semiconductor-hegemony-competition/#respond Tue, 12 Oct 2021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semiconductor-hegemony-competition/ 반도체 시장 경쟁의 축은 기업에서 정부로 넘어가는 것일까. 세계 반도체 패권을 두고 미국, 중국뿐 아니라 유럽까지 경쟁에 참전해 규제와 유인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각국 정부는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거대 반도체 인수합병(M&A)도 매번 막아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는 세계 고지에 올랐지만, 메모리 가격 변동에 따른 그 위상은 장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반도체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른 M&A…거대 기업 간 합종연횡으로 확산

작년부터 반도체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M&A였다. 당초 군소 반도체 기업이나 반도체 기술 스타트업 위주로 진행됐던 M&A가 이제는 시장을 주도하는 거대 기업 간의 합종연횡(合從連衡)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는 국가 기술 패권의 중추 역할을 하는 산업 분야이다 보니, 각국 정부와 각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에 기업과 기업 간의 결합 수준을 넘어 국가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M&A 시장도 흔들리는 분위기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일본 키옥시아(KIOXIA)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 간의 합병 이슈로 뜨거웠다. 트렌드포스(TrednForce) 리포트가 발표한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키옥시아는 세계 2위, 웨스턴디지털은 3위의 낸드플래시 업체다. 양사가 합병할 시 시장점유율은 약 33%로, 세계 1위인 삼성전자와 견줄 수 있는 수준이다.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에서도 양강 체제가 탄생할 가능성이 생긴 상황. 웨스턴디지털은 키옥시아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고, 현재 협상 중인 인수금액은 약 200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간의 합병은 일본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일본 정부는 유일하게 남은 자국 반도체 기업을 미국 기업에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고, 반도체 핵심 기술 유출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키옥시아의 낸드플래시 기술력이 웨스턴디지털을 앞선다는 시각이 우세한데, 웨스턴디지털 주도로 두 기업이 합병하면 일본의 반도체 핵심 기술이 고스란히 미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일본 경제산업성이 양사의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또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반도체 기업의 특성상 양사 간 M&A는 미국, 일본뿐 아니라 중국, 유럽연합(EU) 등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이중 중국은 양사의 합병을 불허할 것이라는 예측도 지배적이다. 이에 최근에는 키옥시아가 M&A가 아닌 일본 증시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격변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의 엔비디아(NVIDIA)와 영국 ARM의 M&A도 각국 정부와 고객사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ARM의 본사가 있는 영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빌미로 반대 입장을 내비쳤고, M&A를 통해 엔비디아가 반도체 시장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되는 상황을 경계한 글로벌 기술 기업들 역시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ARM은 세계 모바일용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95%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엔비디아도 GPU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두 회사가 합칠 경우 시스템 반도체 설계부터 GPU까지 아우르게 되면서 차세대 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 분야의 반도체 권력을 쥐게 된다.

엔비디아가 ARM의 설계도를 손에 쥐고 각국 반도체 기업 및 IT 기업들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현재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대부분 ARM의 원천 설계를 기반으로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어, 엔비디아가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이하 IP) 이용료를 대폭 인상할 경우 기업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삼성전자, 아마존, 테슬라 등은 이미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도 미국 FTC(Federal Trade Commission, 연방거래위원회)에 해당 M&A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렇다 보니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제 대형 M&A가 성사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브로드컴이 퀄컴을 1,300억 달러에 인수하고자 했던 시도가 미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고, 퀄컴의 NXP 인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일본 코쿠사이일렉트릭 인수 등은 중국 정부가 불허해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문 인수는 순조롭다는 점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중국을 제외한 7개국(한국, 미국, EU, 대만, 브라질, 영국, 싱가포르) 정부의 승인을 얻어냈다. 마지막으로 중국 정부의 승인만 받는다면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승부수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미 다른 국가 정부에서 다 승인한 만큼, 중국이 반대의 명분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각국의 반도체 주권 확보 움직임 가속화… EU “단순한 기술 경쟁 아닌 주권 문제”

각국 정부 차원에서의 반도체 주권을 강화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 산업의 변방으로 불리던 EU에서 반도체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유럽 반도체 법’ 제정에 나선 것.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작년 세계 주요 권역별 반도체 생산능력 점유율에서 유럽은 9%에 그쳤다. 이는 한국(21%)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유럽의회 연설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주권 문제”라며 “최첨단 유럽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R&D부터 생산 체계 구축까지 나서겠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0%까지 늘리겠다는 ‘2030 디지털 캠퍼스’ 계획도 발표했다.

EU가 이처럼 반도체 주권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산업 가치사슬(Value Chain)의 붕괴가 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유럽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 산업에서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유럽 경제 성장률에 악영향이 미치고 있다. 이에 반도체 공급을 미국, 중국, 한국 등에 계속 의존할 경우 유럽의 경제 패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EU는 영내로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공장을 유치하는 한편, 주요 국가의 대학에 반도체 전공 과정을 신설하는 등 관련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정권부터 반도체 주권 확보에 여념이 없는 미국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을 압박하면서 패권 장악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 백악관은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 대한 대책회의를 열면서 삼성전자 등 주요 업체들에 “반도체 재고, 주문, 판매 현황 자료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사실상 삼성전자의 영업 비밀을 공개하라고 주장한 것. 미국 정부는 이들이 자료 공개를 거부할 경우, 특정 제품 생산과 공급에 대한 협조를 강제할 수 있는 DPA(Defense Production Act, 국방물자생산법) 발동까지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와 TSMC는 미국 내 공장을 갖고 있어 해당 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유럽, 미국 등에서 정부 차원의 압박이 지속될수록 각 기업이 정부에 더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TSMC 등의 판매, 주문, 재고 현황을 파악할 경우, 향후 자국 기업에 해당 정보를 제공하거나 추가적인 기술 정보 제공까지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다.

주요국 정부들이 반도체 기업에 대한 러브콜과 압박을 동시에 진행함에 따라 우리나라 주요 기업이 해외로 공장이나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메모리 호황에 잘나가는 K-반도체… 삼성전자, 3분기에도 인텔에 앞서

K팝, K드라마도 잘나가지만, K-반도체도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가 3분기에도 인텔을 꺾고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IC Insights Semiconductor Market Research)는 3분기 삼성전자의 매출이 223억 2,000만 달러(약 26조 6,000억 원)로 전 분기 대비 10% 늘어 1위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텔은 전 분기보다 3% 줄어든 187억 8,500만 달러(약 22조 4,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D램, 낸드플래시 등의 수요 증가로 인해 매출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인텔의 경우 마땅한 신성장동력이 없어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인텔은 상위 15개 반도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이 역성장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호황기가 이어지던 2018년 3분기 인텔을 꺾고 분기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했지만, 이후 D램, 낸드플래시 등 주력 품목의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인텔에 약 3년여간 1위 자리를 다시 내줬다. 하지만 올해 들어 메모리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1위 자리를 다시 거머쥐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주력 반도체인 D램에서 지난 2분기 매출이 1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2018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100억 달러 고지를 다시 넘어섰다. 1분기 대비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은 무려 30.2%나 늘어나면서 시장점유율 43.6%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난야 등 주요 D램 업체들의 매출 역시 모두 상승세를 탔지만, 삼성전자가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67억2,000만 달러(약 7조 5,300억 원)의 D램 매출을 기록해 전 분기보다 20.8% 늘었고, 3위인 마이크론은 54억4,800만 달러(약 6조 1,1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전 분기보다 22.6% 늘었다.

이처럼 D램 업체들의 실적이 나란히 상승세를 보인 배경에는 급성장세를 보인 D램 가격 흐름이 있다. 실제로 2분기 D램의 평균판매단가(ASP, Average Selling Price)는 전 분기 대비 18~23%가량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에는 PC용 D램의 ASP 상승분이 23~28%로 가장 높았고, 서버 및 그래픽용 D램도 20~25%가량 ASP가 올랐다. 서버, 스마트폰 등 주요 완제품 고객사들이 다시 메모리 반도체 재고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 영향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원격근무, 화상 교육 등 비대면 경제가 지속 성장하며 수요가 성장한 영향도 크다.

하지만 K-반도체의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하반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가격 하락 흐름이 시작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하락이 우려되기 때문.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아 주요 기업들은 비교적 실적을 꾸준히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IP 신흥강자’ 리스크파이브(RISC-V), 점유율 95% ARM에 도전장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기업은 어디일까.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인텔, TSMC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겠지만, 반도체 IP 분야의 강자인 영국의 ARM도 빼놓을 순 없다.

반도체 IP는 특정 반도체 회로를 반복 구성할 수 있는 설계도를 뜻한다. 스마트폰, 서버, PC, 자율주행차 등 각종 전자기기에 탑재되는 대부분의 반도체는 이 반도체 IP를 활용해 각 기업이 추가로 개발된 제품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반도체 IP 시장 규모는 작년 52억 달러에서 2025년 86억 달러 수준으로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ARM은 스마트폰용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95%에 달하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 퀄컴, 애플 등 스마트폰용 칩셋을 개발∙생산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ARM의 원천 기술을 활용한다.

하지만 최근 ARM의 경쟁자로 리스크파이브(RISC-V) 진영이 주목받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개방성과 간편함이 있다. x86이나 ARM의 경우 정해진 구조대로만 아키텍처를 활용할 수 있고 설계도를 이용할 때마다 개당 책정된 로열티를 내야 한다. 하지만 리스크파이브는 기본적으로 ‘재단’ 형태로 운영돼, 마치 오픈소스처럼 누구나 원하는 대로 설계도를 가져가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다. 또한 개발자들이 더 나은 구조를 구현할 경우 자유롭게 설계도를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전 세계 반도체 아키텍처 개발자들이 모두 참여해 기술 개발에 공헌할 수 있다는 의미다.

편의성과 전력 효율성도 리스크파이브의 경쟁력이다. 일반적으로 x86의 경우 성능은 좋으나 전력 효율은 비교적 떨어진다. ARM은 전력 효율성을 개선해 모바일용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지만, 사물인터넷(IoT) 등 저전력 기기에 쓰이기에는 여전히 전력 소비량이 많다.

이에 반해 리스크파이브 기반 반도체는 소비전력이 매우 낮아 IoT 시대의 핵심 반도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5년까지 리스크파이브가 IoT 분야에서 2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며 “산업용 전자제품, 자동차, HPC 등 다른 영역에서도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다 보니 리스크파이브 진영에서도 주목받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미국 사이파이브(SiFive)가 대표적이다. 사이파이브는 리스크파이브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설계도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한국에도 세미파이브라는 한국 법인을 운영 중이다. 대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 주요 IT 기업들이 모두 리스크파이브 진영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그동안 인텔, ARM 등이 장악해왔던 반도체 원천 설계 분야에 리스크파이브라는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해 시장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기술 발전 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저전력이라는 경쟁력에 기반해 성능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다면 향후 도래할 IoT 시장에서는 ARM보다 리스크파이브 진영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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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리포트] 상반기 세계 반도체 시장은 ‘호황’_슈퍼사이클 언제까지 갈까? /first-half-world/ /first-half-world/#respond Tue, 10 Aug 2021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first-half-world/ 올 상반기 세계 반도체 시장은 호황이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경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는 등 ‘전성기’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변곡점도 맞이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신성장동력인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미국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한 M&A 경쟁에 불이 붙었고, 중국은 반도체 굴기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처럼 점점 복잡해지는 반도체 산업의 이해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풀릴까?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는 주춤, 지금이 반도체 슈퍼사이클 정점일까?

올 상반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한국 양대 반도체 기업들은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시장 가격이 급등하면서 매출, 영업이익이 폭증한 영향이다.

하지만 주가 흐름은 이와 반대로 움직였다. 한때 ‘십만전자’(주당 10만원)를 부르짖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8만원 선이 위태로워졌고, SK하이닉스의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에만 매출 10조 3,217억 원, 영업이익 2조 6,946억 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분기 매출 10조 원을 돌파한 것은 가장 최근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었던 2018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수요가 급증하고 10나노급 2~3세대 D램, 128단 낸드플래시 등 첨단 공정 제품의 판매 비중이 올라가면서 원가경쟁력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올 2분기 반도체 사업 분야에서만 매출 22조 7,400억 원, 영업이익 6조 9,300억 원의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이 역시 2018년 하반기 수준에 육박하는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30.5% 수준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한국 주요 반도체 기업의 호실적 배경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있다고 본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4월에만 PC용 D램 가격이 전월 대비 26.7%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 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하락세에서 벗어나 다시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델타 변이 등으로 계속 이어지면서 원격근무용 PC 수요가 급증하고, 비대면 경제 확산에 따라 서버 수요가 폭증한 영향이다. 이에 더해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그래픽용 메모리 수요도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1분기 한파로 가동 중단 사태를 겪었던 미국의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이 조기에 가동을 재개한 것도 실적 상승에 한몫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올 2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양사의 실적발표 이후 주가 흐름은 한동안 약세를 면치 못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실적 발표 당일인 27일 11만 6,000원으로 전일 대비 하락세를 보였고, 삼성전자 주가 역시 실적 발표 당일인 29일 7만 9,000원으로 전일 대비 소폭 하락했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업계에서는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것은 곧 실적의 정점이라는 의미”라고 분석한다. 또한 “4분기부터는 반도체 시장 약세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코로나19 상황 완화 및 고객사 재고 증가 등으로 올 4분기부터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고객사들이 경쟁적으로 재고를 쌓던 상황에서 벗어나 재고를 바탕으로 가격 협상에 나설 경우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잃지 않고 있다. 점점 고성능을 요구하는 스마트폰과 서버 등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수량이 기본적으로 늘어난 데다가, 제조기술의 발전으로 원가경쟁력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의 변이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재택근무를 비롯한 비대면 환경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하락세에서 벗어나 지난 4일에는 각각 0.83%, 1.84% 상승한 12만 1,000원, 8만 2,900원을 기록했다. 각각 11만원, 7만원의 박스권에 묶여 있던 주가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인텔, 글로벌파운드리·사이파이브 인수 추진…반도체 시장 지각변동 예고

올 2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빼앗긴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하며 사업영역 확장에 나선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최근 “인텔이 300억 달러(약 34조 2,660억 원)로 세계 파운드리 4위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oundries)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작년 4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 6.6%로 4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TSMC나 삼성전자처럼 7나노급 이하 파운드리 기술을 확보하진 못했지만, 10나노대 이상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고객사의 면면도 화려하다. 미국의 AMD, 퀄컴 등 CPU와 스마트폰용 AP(Application Processor) 분야 선두 기업의 제품을 위탁생산한다. 현재 대주주인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무바달라 인베스트(Mubadala Investment)’는 그간 글로벌파운드리의 상장을 추진해왔지만, 인텔이 인수할 경우 매각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인텔은 종합반도체기업(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IDM)을 표방하며, 파운드리 사업은 별도로 하지 않는 전략을 취해왔다. 이에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대만의 TSMC가 압도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그 뒤를 이어 삼성전자, 대만 UMC,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등이 경쟁해왔다.

하지만 팻 겔싱어(Pat Gelsinger)가 신임 CEO로 부임한 이후,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려왔다. 앞서서는 200억 달러(약 22조 8,440억 원)를 투입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용 공장 2개를 신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파운드리까지 인수할 경우 단숨에 세계 3위 파운드리 기업이 된다. 이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난다는 의미다.

그동안 인텔이 파운드리 진출을 고민한 데에는 ‘경쟁사인 인텔에 기업 기밀을 빼앗길 수 있다’는 는 고객사의 우려를 해소할 방안이 마땅치 않았던 영향도 컸다. 하지만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와 분리 경영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할 경우 고객사 확보도 더 수월해질 전망이다.

또한 인텔 입장에서는 현재 주력 제품인 10나노대 CPU를 글로벌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하면서 7나노 이하 공정 기술 개발에 주력할 수도 있다. 기술경쟁력 확보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인텔은 미국의 반도체 스타트업 사이파이브 인수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파이브는 엔비디아가 인수한 영국의 ARM과 같이 반도체 아키텍처 전문 기업으로, 반도체 설계도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로열티를 부과하는 형태의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인텔이 이처럼 글로벌파운드리, 사이파이브 등의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인텔의 DNA를 바꾸겠다는 목적이 있다. 그동안 인텔은 설계와 제조 모두 100% 내재화하면서 타 업체와의 연결 자체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그간 독보적인 지위에 있던 인텔의 기술력은 점차 퇴색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모바일 시대가 도래했지만, 인텔은 스마트폰용 반도체 시장에는 아예 진입하지 못했다. 이 시장은 ARM과 ARM을 등에 업은 퀄컴이 장악했다. 서버용 반도체, NPU 등 새로운 반도체 기술은 ARM, 사이파이브 등 신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인텔은 이 같은 시장 환경에서 독자적으로 활로를 모색하다가는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파운드리 시장 진출과 반도체 설계 기업 인수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타 업체와의 연결을 거부하던 기존 전략을 폐기하고, 타 업체와의 공존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것.

이는 다른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위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 시장에서 최대 경쟁자인 TSMC에 더해 압도적인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인텔과도 경쟁하게 됐다. 엔비디아 역시 ARM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들여가며 차세대 반도체 아키텍처 확보에 나섰지만, 인텔이 사이파이브를 인수하면 예상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야 할지도 모른다.

칭화유니 파산 신청…중국의 반도체 굴기, 결국 흔들리나

과연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가능할까. 그동안 중국 반도체 산업 육성의 상징이라고 불렸던 칭화유니그룹(紫光集团有限公司)이 결국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절차에 돌입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지만, 칭화유니그룹의 파산 돌입은 중국이 얼마나 어려운 도전에 나서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휘상은행(徽商银行)으로부터 빌린 채무를 갚지 못해 파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미 작년 11월 13억 위안(약 2,297억 원)의 회사채를 갚지 못했던 칭화유니그룹은 현재 채무 규모만 2,029억 위안(약 35조 8,58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988년 창업한 칭화유니는 중국 최고 명문대인 칭화대학교의 기술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가 51%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다. 계열사로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창장춘추(長江存儲, 이하 YMTC), 팹리스 기업인 쯔광궈웨이(紫光國微) 등이 있다. 칭화유니는 내년 D램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었지만, 원천기술 확보 없이 투자만으로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어려운 길이었다. 칭화유니는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막대한 채무를 졌고,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했다. 자회사인 YMTC 역시 낸드플래시 제품 일부를 양산 중이지만, 눈에 띄는 실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중국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차이신(財新)은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10년간 대규모 해외 M&A에 나서면서 반도체 사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수익(Fee)을 만들어낼 능력은 부족했다”며 “2019년 이후로는 채권 발행이 중단되면서 채무를 갚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칭화유니가 파산으로 직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기업인 만큼, 쉽게 망하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칭화유니는 전략적 투자 유치를 통해 회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저장성, 항저우시 국부펀드와 알리바바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칭화유니가 어려움에 빠지면서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전략에도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졌다. 당초 중국은 2020년 반도체 자급률 40%, 2025년 70%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실제 자급률은 15.9%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상당 부분은 해외 반도체 기업이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물량으로, 실제 중국 기업의 반도체 생산 규모는 전체 중국 내 소비량 대비 5.8%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다. 미국 트럼프 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부까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네덜란드 측에 “중국에 극자외선 노광장비(Extreme Ultra Violet, 이하 EUV)를 판매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덜란드의 ASML이 생산하는 EUV는 10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에 핵심적인 장비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 행정부는 네덜란드 측에 국가 안보를 이유로 들어 대중(對中) 수출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며 “네덜란드 정부는 중국에 대한 ASML의 EUV 수출 허가를 보류 중”이라고 보도했다.

화웨이를 벼랑 끝으로 내몬 미국 상무부의 규제에 칭화유니와 YMTC 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개발과 양산에 필요한 핵심 장비 중 상당수가 미국산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규제가 더해지면 칭화유니그룹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 증설 경쟁 여전히 치열…투자 확대에 장비업체는 ‘방긋’

세계 반도체 시장의 생산시설 증설 경쟁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 역량(Capacity) 확보에 여념이 없고, 인텔이 시장 진출을 가시화하면서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반도체 증설 경쟁이 치열해지면 웃는 쪽은 단연 반도체 장비업체들이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장비 확보에 나선 만큼, 실적 향상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올해 말까지 19개의 신규 공장이 착공되고, 내년에는 10개의 공장이 추가로 착공된다”며 “2022년까지 중국과 대만에 각각 8개, 북미에 6개, 유럽과 중동에 3개, 일본과 한국에 각각 2개의 공장이 새로 들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중 300㎜ 웨이퍼를 생산하는 공장이 22곳이나 된다. 웨이퍼 크기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반도체 생산량이 많은 공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까지 착공하는 공장의 전체 생산량은 월간 260만 장(200㎜ 웨이퍼 기준)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투자금액 역시 압도적이다. SEMI는 “29개 공장에 투입되는 장비 투자금액만 1,400억 달러(약 159조 9,22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장 증설 이후 지속적으로 장비를 반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수년간은 반도체 장비 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ASML은 올 2분기에만 40억 유로(약 5조 4,02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수치다. 순이익의 증가율은 38%에 달한다. ASML은 EUV를 만드는 유일한 업체다.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초미세공정의 수요가 커졌고, 이에 따라 EUV에 대한 공급 요청이 폭증한 것. 2분기 ASML의 EUV 판매량은 9대로,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했다. 국가별 매출 비중을 보면 삼성전자가 주문을 집중한 덕분에 한국 매출이 가장 많았고, TSMC의 대만, 중국, 미국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향후 전망도 밝다. ASML은 2분기에만 장비 주문 물량(수주잔고)이 83억 유로(11조 2,095억 원)에 달해 1분기보다 75% 늘었다고 밝혔다. 이중 EUV 주문 물량이 49억 유로(약 6조 6,176억 원)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3분기 매출은 2분기보다 25% 이상 늘어난 52억~55억 유로(7조 207억~7조 4,257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몇 년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ASML은 현재 40대 수준의 EUV 생산량을 2022년에 55대, 2023년에는 60대로 확대할 전망이다. 현재 파운드리에서 주로 쓰이는 EUV가 D램 생산에도 쓰이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SK하이닉스도 D램 생산에 EUV 도입을 검토 중이다. 마이크론 역시 2024년부터 D램 양산에 EUV를 투입할 계획이다.

ASML의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CEO는 “생산량을 늘려 장비 공급 리드타임(Lead Time, 상품 발주부터 납품까지의 소요시간)을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8월 초 기준 2022년 2분기까지 예약이 끝난 상황이지만, 생산량이 늘어나면 현재 1년 반에서 2년이 소요되는 리드타임을 1년 이내로 단축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반도체 업체들의 공장 증설 경쟁에 더욱 불을 붙일 가능성이 높다. 핵심 장비가 수월하게 확보될수록 더 빠르게 공장을 늘려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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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리포트]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 심화_K-반도체의 경쟁력은? /global-semiconductor/ /global-semiconductor/#respond Thu, 27 May 2021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global-semiconductor/ 세계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인 호황기에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위축되는 듯했던 시장이 보복 소비 심리로 다시 살아나면서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비메모리 반도체까지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됐고, 이에 따라 반도체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바이든 행정부를 필두로 세계 각국은 반도체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거침없는 행보에도 나섰고,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분주히 활로를 모색 중이다.

4월 D램,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 돌입…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시작되나?

한국 경제의 주력 먹거리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흐름이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4월 DDR4 8Gb 기준 PC용 D램 고정 가격은 전월 대비 26.67% 상승한 3.8달러를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시작되던 2017년 1월(35.8%)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4년 만에 다시 슈퍼사이클을 맞이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

올해 1분기 D램 시장은 1월에만 가격이 5% 오르고 이후 3월까지는 계속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하지만 2분기 계약이 시작된 4월부터 다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D램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근무가 지속되고 자동차 성능이 향상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추세이기 때문. D램익스체인지는 “2분기 노트북 생산량을 고려할 때, 같은 기간 PC용 D램 가격은 8%가량 더 오를 것”이라며 “3분기에도 3~8% 수준의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D램 업체들의 이익도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PC용 D램뿐 아니라 서버용 D램 가격도 4월 들어 15~18% 가량 올랐다. AWS(Amazon Web Services),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구글(Google)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반도체 물량 확보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클라우드 기업들이 반도체 물량 확보를 위해 움직이는 것은 슈퍼사이클의 전조로 분석된다. PC나 모바일용 D램과 비교할 때, 서버용 D램은 단가가 높고 구매 규모도 커, 수요가 증가하면 시장의 전반적인 상승세를 견인할 수 있다. D램익스체인지는 “서버용 D램 수요는 올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앞으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작년 3월 이후 1년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128Gb 16G×8 MLC 기준 4월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월 대비 8.57% 상승한 개당 4.56달러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글로벌 노트북 수요가 확대되고 서버에서 SSD(Solid State Drive) 비중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편, 최근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고점 대비 낮은 가격에서 횡보 중이다. 이는 반도체 시장 상승 분위기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이미 많이 반영됨에 따라 차익을 실현한 투자자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바꿔 말하면 4월에 보인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전조가 실제 슈퍼사이클로 이어질 경우 다시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반도체 투자 본격화…글로벌 반도체 패권의 향방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패권 장악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백악관에서 반도체 회의를 연 데 이어, 지난 20일(현지시각)에는 지나 러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부 장관이 주재하는 반도체 투자 화상회의를 진행한 것. 이번 회의에는 삼성전자, TSMC, 인텔(Intel) 등의 글로벌 반도체 업체는 물론 포드(Ford), 아마존(Amazon) 등과 같은 자동차, IT 기업들도 초청됐다.

반도체 공급자와 수요자를 한 자리에 부른 것은 반도체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글로벌 가치사슬 (Value Chain, 기업활동에서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전체 과정)을 미국에 집중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례로 최근 러몬도 장관은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기업들에 미국 자동차 기업을 우선으로 반도체를 공급해 달라고 압박 중”이라며 “하루도 압박하지 않는 날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도체 기업들은 이날 회의에서도 “미국 현지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늘려 달라”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요청을 받았다.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반도체 수요 기업들을 대거 초청한 것도 이 같은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정부는 단순히 압박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최대 500억 달러에 달하는 반도체 산업 육성 지원금과 세제 혜택 등을 마련했다. 당근과 채찍으로 미국 내 현지 투자 확대를 노리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TSMC는 이에 화답해 미국 현지 투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조 원을 투자해 미국에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구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기지가 있는 텍사스(Texas) 주의 오스틴(Austin)이 공장 부지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애리조나(Arizona) 주, 뉴욕(New York) 주 등도 주요 입지로 꼽히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 역시 미국에 반도체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다. 대만 언론이 “TSMC가 향후 10년 안에 2나노 공정을 위한 공장을 애리조나 주에 구축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것. 2나노 공정은 현재 최고 수준의 기술인 3나노 공정보다 한 단계 더 진보한 공정으로, 보도가 사실이라면 TSMC는 대만이 아닌 미국에서 최첨단 공정을 처음 선보이게 된다. 이를 위해 TSMC는 최대 250억 달러 수준의 투자를 미국 현지에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대 5개의 공장을 증설해 미국을 대만과 함께 양대 생산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미국 주도의 반도체 가치사슬이 구축되면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입지가 소폭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중국과 더불어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국 중 하나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미국 등 해외에 수출해 왔다. 만일 미국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확대하기로 한 기업들이 현지에서의 생산과 판매를 본격화하면, 우리나라가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초대형 투자가 수반되는 반도체 공장 건립으로 인해 국내 투자 비중이 줄면서 일자리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도 반도체 육성에 힘 싣는다… K-반도체 전략, 상세 내용은?

우리나라도 반도체 육성 정책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3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K-반도체 전략 보고대회’를 열고 2030년까지 반도체 산업에만 51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민관 합동으로 이뤄지며,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국, 중국, 대만, 유럽연합(EU), 일본 등 전 세계 열강이 뛰어든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반도체 공급 인프라 구축이다. 기업들이 반도체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를 결정한 것에 대해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인프라를 지원해, 국내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것.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판교, 기흥, 화성, 평택, 온양, 이천, 청주를 잇는 K자 반도체 벨트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는 △반도체 기술 개발과 설계(판교) △메모리 반도체 생산(평택, 이천, 청주, 용인) △반도체 파운드리(기흥, 화성) △반도체 후공정(온양) 등을 위한 핵심 거점이 모두 포함된다.

기업들은 올해 41조 8,000억 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10년 동안 연평균 51조 원씩 총 51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생산량을 2배로 키우는 등 설비 투자에 150조 원 이상을 쏟아 부을 예정. 또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아울러 최근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자동차용 반도체에 쓰이는 8인치 웨이퍼 생산을 위해 Fab을 증설하고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에만 171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평택 캠퍼스의 P3 라인을 내년 하반기 완공해,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의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 기업뿐 아니라 해외 반도체 기업들도 투자에 동참한다. 세계 유일의 EUV(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노광) 장비 생산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은 경기도 화성에 2,400억 원 규모의 훈련 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EUV 장비 관련 전문인력을 우리나라에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정부의 세제 혜택도 파격적이다. 반도체 R&D에는 40~50%, 시설 투자에는 6~16%의 세액 공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 또한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반도체 단지의 송전 선로 비용을 부담하고, 용수(用水)도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정부 지원책과 기업 투자가 수반될 경우, 전 세계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우리나라도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매달 불러모아 자국 내 투자를 압박하고, 유럽연합과 대만 역시 자국 내에 반도체 생산 기지를 확대하기 위해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에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우리의 반도체 패권이 해외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우리 정부도 이번에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에 더욱 정교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60% 수준을 차지하는 압도적 1위이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여전히 후발주자다.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개발 회사) 분야 기업들은 더욱 분발해야 하고, 파운드리 쪽에선 삼성전자가 체면치레나 겨우 하는 수준. 따라서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려면 취약 분야인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동차부터 애견용품까지 반도체 물량 부족 현상 심각, 언제 해결될까?

세계 각국이 반도체 패권 장악에 기를 쓰고 나서고 있지만, 정작 산업 현장에서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나 일반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저성능 저가 시스템 반도체가 부족해, 완성차 업계부터 반려동물용품이나 성인용품에 이르기까지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업종은 단연 자동차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과거라면 상상하지도 못했던 ‘마이너스 옵션’이 등장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자동차 내 주요 전장장치들을 제거할 경우, 가격을 할인하고 조기 출고를 보장해주는 마이너스 옵션 상품을 내놨다. 예를 들어 K8의 경우 후방주차 충돌 방지 보조 시스템과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을 제외할 경우 40만원을 할인해준다. 해당 시스템은 기초적인 자율주행 기능으로 자동차 내 탑재된 컴퓨터를 통해 작동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

이뿐만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아산 공장의 생산라인을 24일부터 26일까지 중단했다. 아산 공장은 지난달 두 차례의 생산 중단에 이어 또 다시 생산을 중단하게 됐다. 이 역시 반도체 수급난으로 전자제어장치와 변속기 제어장치를 확보하지 못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자동차뿐만 아니다. 해외에서는 센서 등 저성능 반도체가 탑재되는 각종 기기의 생산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반도체 생산 부족이 자동차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용 샤워기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전자동 강아지 샤워 부스 생산업체인 CCSI는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필요한 부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가 만드는 제품은 자동으로 샴푸와 물을 공급하고 드라이까지 해주는 기기로, 여기에는 강아지를 인식하는 센서와 자동화 과정을 제어하는 기판 등이 탑재된다.

심지어 반도체 수급난은 성인용품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성인용품 업체 크레이브(Crave)는 최근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현재 제품 라인업의 절반을 다시 디자인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업의 제품에는 최소 30종 이상의 전자부품이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반도체 수급난이 발생한 것은 저성능 저가 반도체를 주로 만드는 8인치 웨이퍼 파운드리 공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고성능 미세공정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자 해당 라인 증설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저성능 저가 반도체 공급량이 부족해진 것. 이는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Automotive) 등의 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동안 반도체에 무심했던 자동차, 생활가전부터 장난감 업체들까지 나란히 반도체 확보에 나선 영향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수급난이 해결되긴 쉽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수익성이 좋은 고가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기업들이 8인치 제품 생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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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리포트] 미래 반도체 시장 선점 경쟁 본격화_세계 반도체 장비 투자도 사상 최고치 경신 전망 /future-semiconductor-market/ /future-semiconductor-market/#respond Sun, 07 Mar 2021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future-semiconductor-market/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지난 2월 26일 첫 접종을 시작으로 순차적인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이제 전 세계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 경기 전망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반도체 시장에는 그 훈풍이 먼저 불어오는 모양새다. 심지어 자동차용 반도체는 수요가 폭증해 공급난에 직면한 상황이기도 하다. 과연 2021년의 반도체 시장은 어떻게 바뀔까?

세계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 극심…GM에 이어 테슬라도 차량 생산 중단

그동안 반도체 시장에서 곁다리 취급을 받던 자동차용 반도체가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올해 초 자동차용 반도체 주문이 폭증하면서 공급난이 발생했기 때문. 단순히 공급이 조금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자동차 업체들이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GM이 가장 먼저 생산라인을 멈춘 데 이어 최근에는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마저 캘리포니아주 공장에서 보급형 모델인 모델3 생산을 2주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IT 기기에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자동차에도 엄청나게 많이 탑재된다. 엔진은 물론, 자동변속기, ABS(Anti-lock Brake System)1) 등 각 장비를 제어하는 전자 장비나 IVI(In-Vehicle Infotainment)2)에는 반도체가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최근 점점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서도 반도체는 핵심 부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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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자동차에서 컴퓨터, 스마트폰 등 기존 주요 기기보다 훨씬 더 많은 반도체 수요가 일어나리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피니언(Infineon Technologies), NXP 등이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로 꼽힌다.

1) ABS: 자동차 급제동으로 인한 타이어 잠김(Lock) 현상을 회피하기 위해 개발된 특수 브레이크.
2) IVI: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와 정보(information) 시스템을 총칭하는 용어로, 영화·게임·TV·SNS 등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내비게이션, 모바일 기기가 연동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기 또는 기술을 의미함.

하지만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는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생산량이 수요를 아예 따라잡지 못해 공급 중단 사태가 발생한 것. 반도체 업계에서는 자동차 수요 예측 실패가 이 같은 상황을 불러왔다고 분석한다. 당초 자동차 업계에서는 작년부터 발발한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자동차 소비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반도체 주문량 자체를 줄이기 시작했고, 관련 라인을 다른 품목의 생산라인으로 전환한 반도체 업체들도 많았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의 이 같은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각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예상보다 빨리 백신이 개발되면서 소비심리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 이에 자동차 업체들은 생산량 증대를 위해 반도체 주문량을 크게 늘렸지만, 반도체 업체들은 이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문제는 소비·투자 심리에 불붙은 품목이 자동차뿐만 아니라는 점이다. 스마트폰, PC 등은 재택근무 활성화 등에 따라 수요가 증가했고, 데이터양이 늘어나면서 클라우드용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도 함께 커졌다. IT 기업들까지 줄줄이 반도체 주문량을 늘려, 반도체 공장은 100%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파운드리 업체들이 이런 와중에 비교적 수익성이 낮은 자동차용 반도체에 물량을 배정할 가능성은 낮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용 반도체는 구형 8인치 웨이퍼로 생산하는데, 이 라인업은 비교적 마진이 박한 편이기 때문.

최근 전 세계를 휩쓴 기상 이변도 반도체 생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텍사스 오스틴 공장은 전기 공급 중단 등으로 가동을 멈췄고, 대만 TSMC도 가뭄으로 인한 용수 공급 차질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주요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인 인피니언, NXP은 물론,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와 ST마이크로(STMicroelectronics)도 나란히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도체 업계에서는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이 정상화될 때까지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현재 폭증하는 반도체 수요가 진정된 이후에야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줄줄이 참전

세계 경제와 기술 발전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역할이 점점 커지면서 차세대 반도체로 꼽히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NPU(Neural Processing Unit, 신경망처리장치)라고 불리는 AI 반도체는 CPU(Central Processing Unit, 중앙처리장치)나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처리장치)와 달리 초대용량 연산 처리에 최적화된 반도체 구조를 뜻한다. 기존 반도체 대기업인 인텔(Intel), 삼성전자 등은 물론이고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등 IT 대기업도 자체 NPU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이 중에서도 스타트업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대표적인 기업이 영국의 그래프코어(Graphcore)다. 그래프코어는 스타트업 분석 전문 매체인 CB인사이츠가 집계한 ‘세계 10대 인공지능 스타트업’ 가운데 반도체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꼽힌 기업으로, AI 및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처리를 가속하는 IPU(Intelligence Processing Unit, 지능형처리장치)를 개발했다.

그래프코어가 개발한 제품은 총 236억 개의 트랜지스터(Transistor)가 장착된 세계 최초의 메모리 중심 병렬 프로세서로 주목받았다. 이 제품은 프로세서 자체에 메모리를 장착해 데이터 전송 지연 없이 초대용량 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그래프코어가 지금까지 받은 투자금액은 5억 달러 이상으로, 이를 통해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3)으로 성장했다.

3) 유니콘 기업: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

인텔이 인수한 하바나랩스(Habana Labs) 역시 상당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하바나랩스는 인텔의 주력 사업인 서버용 반도체 기술과 품목을 훨씬 넓혀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대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앞선 기업은 단연 엔비디아(NVIDIA)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쌓인 GPU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AI용 반도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맞춤형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oftware Development Kit, SDK)까지 대거 배포하면서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에 맞서는 구글은 자체 AI 머신러닝 엔진인 텐서플로(TensorFlow)에 최적화된 AI 특화 반도체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개발해, 자체 클라우드 서버에 적용했다. 구글의 TPU는 MLPerf4)가 진행한 AI 반도체 성능 테스트에서 엔비디아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4) MLPerf: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하버드, 스탠퍼드 등 대학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으로, 이들이 진행하는 글로벌 AI 반도체 성능 테스트 결과는 업계에서 AI 반도체 성능을 측정하는 공신력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국내에도 △퓨리오사AI(FuriosaAI) △모빌린트(Mobilint) △딥엑스(Deepx) △리벨리온(Rebellions) 등 AI 반도체 분야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대부분 현업에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딥엑스 창업자는 애플에서 근무하면서 아이폰용 프로세서 설계에 직접 참여했고, 리벨리온에도 IBM, 삼성전자 등에서 시스템 반도체, AI 등을 연구해온 이들이 다수 합류했다. 국내 스타트업들은 아직 시제품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기술 개발을 통해 빠르게 제품을 출시하고 곧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세계 반도체 장비 투자, 사상 최고치 경신 전망…반도체 시장 슈퍼사이클 돌아올까

반도체 시장 전망이 급격하게 좋아지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청신호가 들어왔다. 반도체 산업의 장비 투자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글로벌 주요 시장조사업체의 분석 결과를 종합한 뒤 “올해 반도체 시장은 9%가량 성장할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에 공장, 반도체 소재, 테스트, 패키징 등 전 분야에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반도체 장비 시장 규모는 660억 달러로 2020년(590억 달러)보다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7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투자가 집중되는 분야는 비메모리 분야일 것으로 예상된다. SEMI는 2022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을 중심으로 비메모리 분야에서만 350억 달러 규모의 장비 투자가 일어날 것으로 봤다. 파운드리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장비 투자 및 공장 확대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 대만 TSMC는 2020년에만 1대당 1,500억 원이 넘는 ASML의 극자외선 노광(EUV) 장비를 15대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고, 올해도 최소 16~17대의 장비를 추가 구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EUV 장비만 50대 이상 확보해 초미세공정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비메모리뿐만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의 장비 투자도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공시를 통해, 구체적인 장비 대수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향후 5년간 ASML의 EUV 장비 구매에 4조 7,549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 TSMC와 함께 초미세공정 반도체 개발 및 양산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이번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공장, 장비뿐만 아니라 테스트 장비 및 패키징 장비 분야에서도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특히 NPU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속속 상용화되면서 이를 테스트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패키징/본딩하는 기술이 개발되다 보니, 신규 장비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핵심 소재인 포토마스크(Photomask),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등을 비롯한 소재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편, SEMI는 지역별로 봤을 때 향후 2년간은 대만이 반도체 투자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의 TSMC가 파운드리 시장 주도권 장악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반도체 공장 확장 및 EUV 장비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은 올해 199억 달러, 내년에는 212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다음으로 투자 규모가 큰 국가로는 한국이 지목됐다. SEMI는 한국에서 올해 189억 달러, 내년 207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단행될 것으로 봤다.

美 바이든 ‘반도체 행정명령’ 서명, EU는 첨단 반도체 육성 프로젝트 추진…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심화

반도체는 더 이상 민간 기업의 영역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중국에 이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패권 장악에 나서기 시작한 것. 그동안 미국, EU 등은 산업 영역에서는 가급적 정부 차원의 개입을 배제해온 자본주의 국가다. 하지만 반도체 분야에서는 과민반응처럼 보일 정도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월 11일(현지 시각) “EU가 독일, 프랑스 주도로 최대 500억 유로(약 67조 4,630억 원)에 달하는 첨단 반도체 제조기술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며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TSMC의 참여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EU가 지난 2019년 말 발표한 ‘EU 공동 관심 분야 주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EU가 미국, 중국, 한국 등에 밀려 세계 산업 기술계에서 뒤처지고 있는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로, 미래 핵심 기술 확보가 주요 목표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독일,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등 7개국 정부와 자동차 업체 BMW, 화학업체 BASF 등이 함께한 자동차용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였다. 이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 추진 분야가 반도체로 결정된 것.

자동차용 배터리 분야는 비교적 유럽이 강점을 보유한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분야였지만, 반도체는 유럽이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유럽을 반도체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EU는 향후 수년 이내에 10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공정 공장을 EU 권역 내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해 EU는 앞으로 2나노 수준의 공정 기술까지 주도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유럽에도 NXP, 인피니언 등 팹리스 업체들이 있지만, 대부분 자동차 반도체가 주력 분야이고 자체 공장이 없어 대부분 아시아 지역의 파운드리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둘러봐도 현재 EU가 언급한 10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공정 공장을 구축할 수 있는 파운드리 기업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뿐이다.

EU뿐만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분야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버금갈 정도로 강력한 자국 육성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현지 시각) 핵심 산업 분야의 공급망 취약성을 찾아 보완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희토류, 배터리와 함께 반도체가 포함돼 있다. 심지어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를 직접 꺼내 들면서 “이 컴퓨터 칩의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지연돼 미국 근로자의 일거리가 줄었다”며 “반도체는 21세기의 말 편자 못”이라고 말했다. 못 하나가 없어서 편자가 망가지고, 말이 다쳤다는 미국 속담에 빗댄 표현이다.

또한 그는 반도체의 미국 내 생산, 설계, 연구, 개발에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CHIPS for America Act)을 시행하기 위한 예산 370억 달러 확보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의 국립 인공지능 보안위원회 역시 바이든 행정부에 한국과 대만을 앞서는 반도체 생산 시설을 미국 내에 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역시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기지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삼성전자의 오스틴 공장 증설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 정부는 삼성전자의 오스틴 공장 증설에 대규모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면서 적극적인 공장 유치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이런 유치 경쟁이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나타나면서 반도체 춘추전국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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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리포트] 비대면 경제 본격화에 반도체 시장 재편까지_2021년 반도체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non-face-to-face-economy/ /non-face-to-face-economy/#respond Tue, 05 Jan 2021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non-face-to-face-economy/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혼란 속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반도체 기업들의 노력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각 기업은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하고 데이터 수요가 폭증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또 다른 기회 창출을 위해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를 통해 반도체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극복할 수 있었고, 오히려 특정 분야에서는 코로나19의 수혜를 입기도 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아직 이어지고 있고, 반도체는 물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이에 이번 트렌드 리포트에서는 올해 반도체 시장에 대한 명확한 시계를 확보하기 위해 최근 시장의 움직임을 정리해봤다.

격동의 2020년 지나고, 올해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 재현될까

2020년은 세계 반도체 역사상 가장 격변의 시기였다. 상반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역대 최악의 불황이 우려됐지만, 오히려 비대면 경제의 급성장으로 반도체 시장은 ‘활황기(活況期)’를 맞이했다. 원격 근무, 원격 의료, 교육 등이 등장하면서 여기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IT 기기 등의 수요가 폭증해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것.

실제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2020년 내내 고공행진을 했다. 2020년 1월 2일 대비 SK하이닉스 주가는 25.13% 상승했고, 삼성전자 주가는 46.74% 올랐다. 해외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역시 마찬가지다. AMD는 같은 기간 87%, 엔비디아는 119%, 퀄컴은 67%, TSMC는 56% 상승했다.(2020년 12월 31일 종가 기준)

그동안 반도체 업계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초대형 M&A도 대거 일어났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20년 반도체 업계의 M&A 규모는 약 1,150억 달러로 2019년 대비 265% 늘었다. 이는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2015년의 1,077억 달러를 상회하는 규모다.

2020년 반도체 M&A 시장의 키워드는 ‘비대면’과 ‘인공지능(AI)’이었다. 2020년 9월 엔비디아는 영국 ARM을 인수하는 데 400억 달러를 베팅했다. 엔비디아는 ARM 인수를 통해 기존 GPU 시장뿐만 아니라 CPU, MCU 등으로 제품군을 늘리고, AI/사물인터넷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0월에는 미국의 AMD가 세계적인 FPGA1) 반도체 기업인 자일링스(Xilinx)를 인수했다. 자일링스는 AI 반도체로 불리는 NPU(Neural Processing Unit, 신경망처리장치)의 핵심 구조인 FPGA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꼽힌다.

1) Field Programmable Gate Away의 약자. FPGA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으로 사용자가 용도에 맞게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하듯이 칩의 성능을 바꿀 수 있는 반도체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점점 급증하는 데이터 저장 수요에 대비해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었다.

2020년이 ‘변혁의 시기’였다면, 2021년은 본격적인 ‘성장과 수확의 시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시장 패러다임인 비대면 경제가 자리 잡은 데 이어 본격적으로 AI,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는 시점이기 때문.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 양쪽 모두 급성장하면서 시장 전체를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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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2020년 12월 31일 기준 D램 반도체 현물 가격(DDR4 8Gb 기준)은 개당 3.460달러로 12월 1일 2.770달러에서 약 한 달 만에 24.9% 올랐다. 12월 들어서는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상승곡선을 그렸다. 일반적으로 연말은 반도체 주문이 잠잠해지는 시기여서 고정거래가격과 현물가격의 변동이 크지 않은 시점이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현물가격이 폭등한 것. 반도체 업계에서는 “연말 현물가격이 폭등한 만큼, 연초 고정거래가격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도 화상회의, 동영상 스트리밍 등 대용량 데이터를 소모하는 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구글, MS, 아마존 등 거대 I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지금과 같은 가격 상승세는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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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019년 600억 5,400만 달러 수준이던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2020년 681억 7,700만 달러 수준으로 성장한 데 이어 2021년에는 738억 3,400만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들이 속속 등장하는 데다 고성능 칩셋을 요구하는 스마트폰, PC 등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면서 파운드리 업체들에게 위탁생산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

특히 파운드리는 사실상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의 양강 과점 구도가 확고해졌다. 스마트폰과 PC에 주로 쓰이는 7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칩셋은 현재 양사 외에는 만들 수 있는 기업이 없다. 심지어 CPU를 전량 자체 생산해온 미국 인텔마저도 아직 14나노 수준에 머물러있는 상황. 그러다 보니 두 기업에 애플, 엔비디아, 퀄컴, AMD 등 세계 주요 반도체 팹리스 업체들의 주문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TSMC와 삼성전자가 수요 급증에 파운드리 가격을 10~20% 인상했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OEM(주문자 위탁생산) 취급을 받았던 파운드리가 이제는 완전한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변모한 셈이다.

여기에 중국 SMIC에 대한 미국 제재는 중국 팹리스 고객들의 주문까지 해외로 몰리게 만들고 있다. 미 정부는 중국 압박의 일환으로 화웨이 제재에 이어 중국 대표 파운드리 업체인 SMIC까지 제재 명단에 올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 저가 반도체를 위탁생산해왔던 기업들의 수요가 삼성전자, TSMC는 물론, DB하이텍 같은 기업들에게도 넘어오고 있다.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낸드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

2020년 한국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승부수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문 인수였다. 이번 인수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를 능가하는 한국 최대 규모의 해외 M&A로 무려 인수금액이 90억 달러에 달한다. 그동안 D램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을 받은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의 성장을 위해 인텔에서 비주력 사업으로 밀려난 낸드플래시 사업을 가져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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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는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꿔놨다. 가장 먼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시장점유율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11.2%로 4위, 인텔이 9.8%로 6위다. 아직 M&A 과정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양사의 점유율을 단순 합산할 경우, 21.0%로 그동안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4~5위권에 머물렀던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32.5%)에 이은 시장 2위 업체로 도약한다.

SK하이닉스는 점유율 향상뿐만 아니라 제품군 다변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인텔은 세계 최대의 CPU 기업이지만, 플로팅게이트 기반의 3D 낸드와 솔루션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기업이기도 하다. 특히 PC나 서버에 주로 쓰는 SSD(Solid State Disk, 대용량 저장장치)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꼽힌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군은 스마트폰용 낸드플래시다. 양사의 주력 시장이 그렇게 겹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이석희 대표는 인텔 인수 직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인텔의 인수를 통해 향후 성장 핵심동력이 될 SSD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점유율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동시에 가격 협상력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적층 기술력은 이미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과 비교했을 때 전혀 뒤처지지 않는 수준에 도달했다. 96단, 128단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연이어 개발했고 최근 176단까지 개발한 것이 그 방증이다. 다만, 생산 규모가 작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형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 확보가 기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업계에서는 낸드플래시 시장 경쟁이 당분간 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1년 1분기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ASP)이 10~15%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 SK하이닉스와 인텔의 M&A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다수의 업체가 경쟁하다 보니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인텔 모두 1분기 생산량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이런 움직임은 2021년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도 전망했다.

제품군별로 놓고 보면 소비자용 SSD 시장의 경우 PC OEM 업체들의 재고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수요가 당분간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용 SSD의 경우에도 인텔의 차세대 CPU 출시 전까지 교체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가격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낸드플래시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작년 560억 달러이던 낸드플래시 시장이 2023년에는 27% 성장해 71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폭발적인 데이터 사용량 증가에 대비한 낸드플래시 업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이유이다.

삼성전자와 TSMC의 양강 대결 구도 본격화…파운드리 시장 올해도 커질까

세계 파운드리 시장이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14나노 공정 기술까지만 하더라도 춘추전국 시대처럼 많은 업체가 경쟁하는 국면이었지만, 초미세공정인 7나노 공정부터는 삼성전자와 TSMC의 양강 구도로 변모했기 때문. 그동안 강력한 경쟁사였던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는 기술력 부재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급속도로 성장했던 SMIC는 미국 상무부 제재에 따른 압박 영향으로 각각 당분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TSMC는 초미세공정인 7나노 공정을 상용화한 데 이어 5나노, 3나노 공정 기술까지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첨단 미세공정의 필수 장비인 EUV2) 장비도 쓸어모으고 있다. 경쟁사들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기술과 인프라 양쪽 모두 격차를 벌리면서, 시장 구도를 다자간 대결에서 양자 대결로 바꿔나가고 있는 것.

2) 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공정. 토공정에서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을 사용하는 리소그래피(extreme ultraviolet lithography) 기술 또는 이를 활용한 제조공정을 의미한다. 극자외선 파장은 기존 공정기술인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파장의 길이가 10분의 1 미만이어서, 극자외선 파장을 가진 광원으로 노광작업을 하면 반도체 회로 패턴을 더욱 세밀하게 제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들은 삼성전자와 TSMC에 줄을 서 있는 형국이다. 특히 첨단 공정이 필수인 AP, CPU, GPU 업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의 CPU 업체인 엔비디아의 파운드리 주문을 위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GPU 위탁생산을 주로 대만 TSMC에 맡겼지만 이번에 삼성전자에도 물량을 제공하면서 생산량 확대를 노리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의 공장 가동률이 꽉 차 있어 엔비디아가 삼성전자를 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에 파운드리를 맡기는 외부 고객사는 엔비디아뿐만이 아니다. 이미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용 반도체 업체 퀄컴,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IBM 등이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로 자리 잡았다. 이에 삼성전자는 2021년을 파운드리 홀로서기 원년으로 꼽는다. 2020년까지만 해도 계열사 매출 비중이 50% 이상이었지만, 2021년부터는 절반 이상을 외부에서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 역시 압도적인 성과를 내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TSMC는 2020년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1275억 8,500만 대만달러(약 4조 9,000만 원)의 월 매출을 기록해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또한, 2020년에는 단 한 달도 빠짐없이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을 기록하면서 파운드리 호황의 최대 수혜자임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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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ML의 EUV 장비(이미지 출처 : ASML)

TSMC는 7나노 이하 초정밀 미세공정의 핵심 장비인 ASML의 EUV 장비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확보한 기업이기도 하다. 현재 40여 대의 EUV 장비를 보유했고, 올해에도 30여 대 이상 더 확보할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현재 18대의 EUV 장비를 보유하고, 올해 10대 더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3배 이상 많다. 심지어 TSMC는 현재 파운드리 라인 전체가 100% 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밀려드는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 여기에 파운드리 단가를 일부 인상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완전한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재편된 셈이다.

이 같은 파운드리 호황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비대면 경제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단순히 PC, 스마트폰용 칩셋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용 GPU, CPU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상회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의 확대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 수요를 끌어올려 더욱 성능이 좋은 초미세공정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전기차, 자율주행차로의 전환도 호재다. 이는 자동차가 기계에서 전자장비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용 비메모리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기는 만큼, 관련 수요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인텔이 파운드리의 수요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건 시장 국면이 완전히 바뀔 수 있는 카드다. 그동안 비메모리 업계에서 인텔은 유일한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종합 반도체기업)이었다. 메모리 반도체의 SK하이닉스, 삼성전자처럼 설계부터 생산까지 100% 자체적으로 해결해온 것. 비메모리 반도체는 워낙 제품군이 다양하고 변화가 빨라 설계와 제조를 따로 나누는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제조 전문 기업) 구조가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세계 반도체의 본산과 같은 인텔은 여전히 100% 수직 계열화를 추진해왔다. 인텔을 제외한 AMD, 퀄컴, 엔비디아, 애플 등은 팹리스-파운드리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 같은 인텔의 사업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7나노 공정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AMD는 이미 7나노용 CPU를 내놨지만, 인텔은 7나노는커녕 10나노 공정 상용화에도 난항을 겪으면서 제품을 제대로 출시하지 못한 것. 이렇다 보니 인텔의 주요 시장이었던 PC용 CPU 시장에서마저 AMD에 시장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 더 이상 제품 개발부터 공정 개발까지 인텔이 혼자 하기에는 버거운 시장이 된 것.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2021년은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IDM이 저물고 팹리스-파운드리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은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반도체 상황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주도해왔던 양대 기업인 칭화유니그룹(메모리)과 SMIC(파운드리)가 각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자금난을 겪고 있고, SMIC는 화웨이에 이은 미국 상무부 제재 대상 기업 리스트에 올랐다. 돈이 마르고, 해외 시장 진출 판로까지 막힌 셈이다.

이처럼 중국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속속 위기에 직면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만 하더라도 전년 대비 35.1% 늘어난 181억 달러의 장비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한국, 대만을 능가하는 수치였다. 대부분 투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에 집중됐다.

하지만 중국의 2021년 반도체 장비 투자 규모는 2020년보다 7.2% 줄어든 168억 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21년에도 장비 투자 규모가 189억 달러로 2020년보다 20.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시장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할 필요성을 주는 의미 있는 전망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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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리포트]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미국의 대중 제재까지_격변기에 대처하는 반도체 업계의 대응은? /nvidias-arm/ /nvidias-arm/#respond Sun, 11 Oct 2020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nvidias-arm/ 반도체 업계가 급변하고 있다. 특히 최근 1~2개월은 사상 초유의 M&A, 제재 등이 쏟아지면서 시장의 시계를 희뿌옇게 만드는 시기였다.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의 팹리스’라고 불리는 ARM이 또다시 매물로 나와 엔비디아(NVIDIA) 품에 안겼고, 미국 정부는 중국 ‘테크 굴기(倔起)’의 양대 축인 화웨이(Huawei)와 SMIC에 고강도 제재를 가했다. 이런 움직임이 반도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자.

손정의가 버린 엔비디아, 손정의가 내놓은 ARM 품에 안다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메가 딜’이 지난달 마침내 성사됐다. ARM의 새로운 주인으로 미국 GPU 기업 엔비디아가 낙점된 것. 엔비디아는 ARM의 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Softbank)와 협상을 통해 약 400억 달러(약 47조 원)에 ARM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ARM을 320억 달러에 인수한 지 4년 만에 다시 매각해, 차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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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과거 소프트뱅크의 인수보다 훨씬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반도체 기업이 아니어서 전략적 인수보다는 재무적 인수 차원에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ARM의 아키텍처(Architecture, 시스템 설계 방식 또는 하드웨어 구조나 동작 및 논리 구조의 개념)를 활용해 GPU(Graphic Processing Unit, 그래픽 처리장치)를 개발하는 고객사였다가 ARM의 대주주가 됐기 때문이다.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ARM은 주로 비메모리 반도체의 원천 설계를 개발하고, 이를 엔비디아, 퀄컴, 애플,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에게 공급하는 반도체 설계 업체다. 주력 품목은 모바일용 칩셋이나 사물인터넷용 반도체 등으로, 삼성전자의 엑시노스(Exynos), 퀄컴(Qualcomm)의 스냅드래곤(Snapdragon), 애플(Apple)의 A시리즈 모두 ARM의 원천 설계를 활용한 제품이다. ARM이 설계한 제품 비중이 95%에 달할 정도로 세계 모바일용 반도체 시장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어, ‘팹리스들의 팹리스’로 불린다.

이에 향후 ARM을 인수한 엔비디아가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핵심 설계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를 독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ARM 인수 발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ARM의 설계는 거의 모든 모바일 제품에 들어간다”며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들(GPU 및 AI 기술)을 ARM 제품에 접목해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을 고객사로 둔 ARM을 발판 삼아 엔비디아의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또한, 엔비디아는 이번 인수를 통해 사업 분야를 확장할 방침이다. ARM의 원천 설계에 엔비디아의 GPU를 결합한 방식으로 현재 ARM의 영향력이 약한 서버용 CPU(Central Processing Unit, 중앙처리장치)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그동안은 중립을 지켜왔지만, 앞으로는 ARM도 본격적으로 반도체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것. 엔비디아와 ARM은 이를 통해 웨어러블(Wearable, 몸에 착용하는 방식의 IT 기기), 모바일, 자율주행 자동차, PC, 데이터센터 등 모든 영역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장악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이 같은 시도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약 엔비디아가 ARM의 IP를 독점한 채 사용료를 대거 인상하거나 IP 자체를 공급하지 않을 경우, 다른 업체들이 받을 타격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삼성전자, 퀄컴, 애플 등은 예상보다 빠르게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독자적인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최근 미국 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 사이파이브(SiFive)를 필두로 한 새로운 반도체 설계 기술이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당장은 사물인터넷용 반도체 위주로 활용되는 상황이지만, 빠르게 모바일, 웨어러블 등으로 적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ARM이 과거 퀄컴, 애플, 삼성전자 등의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기업이 엔비디아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ARM 대신 사이파이브에 힘을 실어주면 ARM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엔비디아가 거액을 투자해 ARM을 인수했음에도 큰 실익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주요 국가의 반독점 당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중국 정부는 엔비디아와 ARM의 합병을 승인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할 경우 반도체 업계에서 미국의 입김이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이번 인수가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두 회사 사이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엔비디아는 손 회장이 일찌감치 인수 타깃으로 낙점했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손 회장은 2019년 초 보유 중이던 엔비디아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2018년 가상화폐 열풍 등으로 엔비디아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그해 연말부터 가상화폐 붐이 가라앉아 급속도로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매각을 선택한 것. 하지만 엔비디아는 이후 데이터센터용 GPU, 자율주행 자동차용 반도체 등에 집중해 빠르게 회사를 키웠고, 결국 손 회장이 “50년 이후를 생각하고 인수했다”며 애지중지했던 ARM을 인수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거세지는 미국의 중국 제재. 화웨이 이어 SMIC까지 제재 대상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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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에 이어 중국을 대표하는 파운드리 기업인 SMIC까지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중국 IT기업에 대한 압박 강도를 점점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완제품 IT기업의 숨통을 틀어쥔 데 이어 중국 대표 반도체 기업까지 압박하기 시작한 것.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자국 반도체 기업들에 보낸 공문을 통해 “앞으로 SMIC에 반도체 장비나 기술을 수출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화웨이를 압박하면서 썼던 수단과 동일하다.

이번에 미국이 총구를 겨눈 SMI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아직 4~5%로 5위 수준이지만, 중국 정부가 공들여 육성 중인 기업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최근 “SMIC에 2조 7,000억 원을 투자하고, 15년간 법인세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위해서는 메모리와 함께 파운드리를 육성해야 하는데, 중국은 SMIC가 중추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SMIC를 제재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화웨이 때와 비슷하다. SMIC가 제조하는 반도체가 중국의 군사 및 첩보 활동에 활용돼 세계 안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 화웨이가 통신장비를 통해 각국의 주요 정보를 감청해 중국 정부에 넘긴다는 기존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세계 반도체 산업의 중심이 인텔 같은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종합 반도체기업)에서 엔비디아, 퀄컴 같은 팹리스 업체로 옮겨가면서 파운드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미국이 SMIC를 제재하는 이유로 꼽힌다. 팹리스와 파운드리는 하나의 세트 메뉴처럼 함께 가는 존재다. 만약 SMIC의 파운드리 역량이 올라갈 경우 중국에서 자체 육성한 팹리스 기업들의 경쟁력이 올라가고, 이는 미국 입장에서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다.

SMIC 제재는 화웨이를 직접 타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화웨이는 해외 반도체 기업들과의 거래가 중단되면서 자사 스마트폰, 통신장비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SMIC에 위탁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SMIC는 삼성전자, TSMC 수준의 7나노, 5나노 공정은 개발하지 못했지만, 14나노 수준의 공정 기술을 주력으로 확보하고 있다. 화웨이는 자체 생산시설이 없다 보니 SMIC와의 협업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 화웨이 입장에서 초고성능 제품에 들어가는 칩셋을 구하긴 힘들어도, 중저가 제품은 충분히 납품받을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을 미국이 SMIC 블랙리스트 등재로 원천 봉쇄하고 나선 것.

한편, SMIC 제재는 단기적으로 한국 파운드리 업체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중국의 파운드리 공급이 수요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는 상황에서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SMIC가 제재에 직면한다면, 수요가 한국으로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삼성전자 등 한국 파운드리 기업들이 기존에 거래하지 않았던 고객사를 새롭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미국의 중국 압박이 점점 더 거세지면 한국 기업들 역시 비슷한 제재나 압박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절벽에 직면한 화웨이…매출 10% 날아갈 위기 처한 반도체 업계

지난달 15일부터 중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에 반도체 등 핵심 부품 납품이 사실상 중단됐다. 미국 정부는 이날부터 미국의 장비, 기술,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만든 모든 반도체를 미국 허가 없이 화웨이에 공급할 수 없도록 했다. 화웨이는 하루 전인 14일까지 전세기를 띄워가면서 반도체 수급에 열을 올렸고, 그 결과 6개월가량의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 현지 매체들은 “화웨이에 비장함이 감돌고 있다”며 “확보한 재고가 소진되면 화웨이의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사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중국은 물론 세계를 대표하는 IT기업이다.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로 작년에만 2억4,05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세계 1위다. 화웨이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도 엄청나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로, 연간 삼성전자는 약 7조3,700억 원, SK하이닉스는 약 3조 원이 화웨이향(向) 매출로 추산된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게도 화웨이는 핵심 고객사다. 약 14%의 매출이 화웨이로부터 발생했다. 일본 기업들도 타격을 피하기 힘들다. 일본 기업들은 화웨이가 쓰는 부품의 약 30%를 공급해 왔다. 소니(Sony)는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를, 무라타제작소는 MLCC(Multilayer Ceramic Capacitor,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제어하는 핵심 부품), 키옥시아(Kioxia)는 낸드플래시 등의 메모리 반도체를 각각 화웨이에 판매하고 있다.

이번 제재로 세계 주요 메모리, 파운드리 업체들의 매출 중 약 10%가 순식간에 사라지게 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으로 인한 한국, 일본, 대만 기업들의 손실액이 2조8,000억 엔(약 31조2,4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 중 한국 기업들의 손실분은 약 13조 원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세계 반도체 기업과 화웨이는 동시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화웨이는 최근 개최한 협력사 행사인 ‘화웨이 커넥트’에서 “화웨이는 큰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지속적 탄압으로 경영상 큰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화웨이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그동안 추진해왔던 자체 AP(Application Processor, 스마트폰 중앙처리장치) 개발 전략을 철회하고, 미국 퀄컴에 AP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脫)미국 전략 대신, 미국 의존도를 높이면서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가겠다는 의도를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가 우리의 생산, 경영에 확실히 큰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며 “앞으로 퀄컴의 반도체 칩으로 스마트폰을 제작할 의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반도체 기업들 역시 발 빠르게 미국에 거래 승인을 요청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미디어텍 등 한국, 대만 업체들은 물론이고 마이크론, 인텔, AMD, 퀄컴 등 미국 업체들까지 화웨이와의 거래를 승인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한편, 이런 와중에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 대해서만 수출 허가를 내주고 있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인텔(Intel)과 AMD가 미 당국으로부터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수출 품목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는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를 가한 이후 첫 수출 허가다. 반도체 업계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화웨이의 목을 조르면서 자국 기업에게만 수출 허가를 내주고 있다”며 “이는 중국 압박과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분기 메모리 시장 악화 우려 모락모락. 한국 반도체 기업 실적 전망은?

코로나19 사태에도 굳건히 버티며 실적을 견인해왔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하반기 들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던 D램 가격이 갑작스럽게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 발단이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그나마 한국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줬던 반도체마저 위기에 빠질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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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부터 약 한 달간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변동 폭이 상당했다. 화웨이가 제재 발효에 앞서 물량을 말 그대로 쓸어모으기 시작하면서 반도체 현물가격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것. 하지만 지난달 15일 이후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가격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8월 말부터 시작된 가격 오름세는 화웨이의 긴급 재고 축적으로 인한 것”이라며 “이는 일시적인 상승이었을 뿐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한, 트렌드포스 보고서를 통해 “올 4분기 서버용 D램 가격 하락 폭을 당초 10~15%에서 13~18% 수준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상당수의 서버 업체들이 3분기 중 D램 재고량을 쌓아둔 상황에서 수요 급락에 따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D램익스체인지는 “재고가 정상화될 때까지 최소한 1~2분기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내년 초까지는 주문량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발 쇼크로 인해 모바일 D램 가격이 얼마나 하락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 정부가 각국 기업들에게 화웨이에 대한 수출 허가를 얼마나 내줄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시장을 전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업계에서는 “당장 올해는 대규모 수출 허가가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한국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4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매출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수준에 달하는 데다 화웨이 의존도도 낮지 않다. 삼성전자 역시 영업이익 기준으로 반도체 의존도가 67%에 달해 D램 가격 하락 및 화웨이 수출 금지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에 대한 수출 자체가 금지된 것이 아니라 화웨이에 대한 수출만 금지됐기 때문에 예상보다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화웨이 압박에 따른 풍선효과(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오는 모습에 빗대, 한 쪽을 억제하면 다른 쪽에서 새롭게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로 오포(OPPO), 비보(VIVO), 샤오미(Xiaomi) 등 중국의 다른 스마트폰 업체나 애플, 삼성전자 등의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고 이 기업들의 주문량이 늘어나면, 타격을 일부 상쇄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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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리포트] 새 둥지 트는 ARM, 위기 맞은 인텔! 반도체 업계 새 판 짜이나 /a-new-nesting-arm/ /a-new-nesting-arm/#respond Mon, 10 Aug 2020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a-new-nesting-arm/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점차 새로운 삶의 형태에 익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는 여전히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1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사건들이 줄줄이 터지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총아였던 에이알엠(ARM)이 인수 4년 만에 매각 절차를 밟게 됐고, 오랜 시간 업계 1위를 지켜온 인텔은 독보적 분야였던 PC용 CPU 부문에서 여러 기업들의 도전을 받으며 수세에 몰렸다. 이처럼 급변하는 반도체 정세는 한국 경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의 두뇌’ ARM, 다시 시장에 나오나… ARM 향방에 좌우될 세계 반도체 업계

반도체를 PC,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라고 한다면,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그 반도체의 두뇌를 설계한다. ARM은 반도체를 직접 제조하는 대신 스마트폰용 AP(Application Processor, 스마트폰 중앙처리장치)나 사물인터넷용 MCU(Micro Controller Unit, 시스템 제어 전용 프로세서) 등의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현재 세계 스마트폰용 AP의 95% 이상이 ARM의 설계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애플의 A시리즈,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모두 ARM이 제공한 설계도로 만든 제품들이다.

이처럼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가진 ARM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ARM의 모회사인 일본 소프트뱅크(SoftBank)가 ARM을 매각 또는 주식시장에 재상장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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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소프트뱅크는 ARM을 320억 달러(약 38조 원)에 인수했다. 당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ARM 인수 기자회견에서 “바둑으로 치면 50수를 내다보고 인생 최대의 베팅을 한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실제로 ARM은 소프트뱅크가 꿈꾸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시대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ARM의 반도체 설계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을 활용한 반도체 및 기기 수요가 급증하면 소프트뱅크는 이를 통해 세계 IT 산업에서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소프트뱅크는 최근 위워크(wework) 투자 실패로 인한 자금난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 악화와 유동성 위기가 겹치면서 ARM을 매각하거나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반도체 업계의 관심사는 ‘과연 누가 ARM을 인수할 것이냐’이다. ARM을 인수하면 곧바로 세계 스마트폰용 AP, 사물인터넷 기기용 MCU는 물론, PC나 서버용 CPU(Central Processing Unit, 중앙처리장치),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처리장치) 등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그동안 경쟁 관계였던 반도체 기업들을 한 번에 견제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이에 외신에서는 글로벌 대표 IT 기업들이 ARM을 인수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그동안 ARM은 자체 제조와 판매는 하지 않고 오직 반도체 IP만 공급함으로써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가지고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을 모두 고객으로 두고 있었다. 하지만 ARM이 특정 반도체 제조 기업에 인수될 경우, 곧바로 업체들 사이에 독과점 이슈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ARM 대신 미국의 사이파이브(SiFive) 등 다른 반도체 IP 기업으로 거래처를 전환할 가능성도 크다. 경쟁사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의존도가 너무 높아져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기 힘들기 때문. 이에 월가에서는 “ARM을 매각하기보다는 주식 시장에 상장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무색하게 인수합병(M&A) 러시도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아날로그디바이스(Analog Devices Inc., ADI)는 최근 또 다른 반도체 기업인 맥심인터그레이티드(Maxim Integrated)를 21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올 들어 최대 규모의 M&A다. 아날로그디바이스는 이번 M&A를 통해 기존 주력 제품인 산업, 자동차, 통신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의료, 군사용 반도체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텔, 7나노 공정 사실상 포기 선언… 세계 최고 IDM 입지 흔들리나

한때 ‘외계인을 감금시켜놓고 기술 개발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세계 반도체 업계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미국 인텔(intel)의 지위가 달라지고 있다. ‘무어의 법칙(경제의 3원칙 중 하나로, 마이크로칩의 밀도가 24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법칙)’을 통해 그동안 세계 CPU 기술의 기준을 세워온 인텔이 처음으로 기술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

지난 7월 23일 열린 인텔의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밥 스완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 이를 방증한다. 그는 TSMC와 삼성전자가 이미 양산을 시작한 7나노 공정은 개발조차 끝내지 못했다고 시인하며 “향후 생산일정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비상계획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인텔은 세계를 대표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으로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두 도맡아 해왔다. 인텔은 비메모리 분야의 유일한 IDM으로서 1991년 ‘인텔 인사이드’를 통해 PC용 CPU 시장을 평정했고, 서버용 CPU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현재 인텔은 10나노 공정에서 양산 문제를 겪은 데 이어, 7나노 공정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반면 TSMC에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미국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 Advanced Micro Devices)는 7나노용 CPU 양산에 돌입했다. 아직도 14나노에 머물러 있는 인텔과 달리, AMD는 TSMC와 손잡고 기술을 선도하기 시작한 것. AMD가 인텔의 x86 아키텍처에 기반해 반도체를 설계하기 시작한 업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텔이 받은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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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수십 년 동안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인텔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AP 사업 실패다. 인텔은 PC와 서버용 CPU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앞세워 스마트폰용 AP 시장에도 뛰어들었지만, 저전력을 강조하는 AP 제품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반면 퀄컴(Qualcomm), 애플(Apple) 등은 자체적인 AP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 인텔에 대항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와중에 인텔은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공정 기술 분야에서도 뒤처진 것.

인텔은 자사의 첫 7나노용 CPU를 대만 TSMC에 위탁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인텔이 TSMC에 반도체 위탁 생산을 의뢰할 것이라는 전망은 많았지만, 대부분 저가용 제품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인텔은 최첨단, 최고가 제품 양산을 다른 업체에 맡겨야 할 상황에 처했다. 세계 최고의 IDM을 자처했던 인텔의 입지가 달라지게 된 것.

이 같은 상황은 인텔의 시가총액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인텔의 시가총액은 8월 7일 기준 2,065 억 6,800만 달러(약 244조 6,384억 원)로 세계 반도체 1위 시가총액 업체인 대만 TSMC(11조 2,800억 대만달러, 약 454조 6,319억 원), 삼성전자(388조 1,500억 원), 엔비디아(2,788억 5,300만  달러, 약 330조 2,456억 원)에 못 미친다. 매출 기준으로는 여전히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지만, 기업가치만 놓고 본다면 더 이상 1위가 아닌 것이다.

PC 분야에서 인텔 독립 신호탄 터뜨린 애플…CPU 시장에서 ‘탈(脫) 인텔’ 시작되나

인텔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PC용 CPU는 인텔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미국 AMD가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인텔에 미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

최근, 이 CPU 시장에서도 ‘탈(脫) 인텔’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곳은 다름아닌 미국의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진행한 연례 세계 개발자 대회 ‘WWDC(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에서 깜짝 놀랄 만한 발표를 했다. 맥 PC에 탑재되는 CPU를 더 이상 인텔 제품이 아닌, ARM 설계에 기반한 자체 개발 CPU인 ‘애플 실리콘’으로 대체하겠다고 선언한 것.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행사에서 “맥 OS 제품군에 역사적인 날”이라며 “올해 말 애플 실리콘이 탑재된 첫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인텔 기반의 제품도 함께 개발 중”이라면서 “애플 실리콘으로의 전환에는 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2년 안에 애플 제품군에서 인텔을 완전히 배제하고, 자체 개발한 CPU를 탑재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ARM 기반의 칩셋은 주로 성능보다 저전력이 우선인 스마트폰에 탑재돼 왔다. 거의 항상 전원에 연결돼 있는 PC의 특성상, 저전력 대신 고성능을 선택한 인텔 CPU가 압도적인 경쟁력을 발휘했기 때문.

하지만 PC 시장의 주력 제품이 데스크톱에서 노트북으로 바뀌면서 이같은 인텔 주도 시장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노트북은 전원 없이 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장시간 안정적 사용을 위해서는 오히려 고성능의 인텔 CPU보다 저전력 제품인 ARM 기반 CPU가 더 적합하다. 게다가 인텔은 CPU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두 전담하는 반면, ARM은 설계만 제공하기 때문에 애플 입장에서는 최적화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고,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도 줄일 수 있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을 시작으로 아이패드, 애플 워치 등 맥 PC를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에 ARM 기반 자체 설계 CPU를 탑재해 왔다. 2010년 아이폰4부터 모든 스마트폰에 자체 설계 AP를 탑재했고, 아이패드에는 2012년부터 전용 SoC(System on Chip, 여러 가지 기능을 동시에 구현한 기술집약적 반도체)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애플은 저전력 위주인 ARM 설계에서도 성능을 끌어올리는 노하우를 쌓아왔다. 그 결과물이 바로 PC 분야에서 인텔로부터의 독립인 것.

CPU 시장에서 인텔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애플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용 AP 업체인 퀄컴도 PC용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인텔의 아성에 균열을 가하고 있다. 퀄컴이 내놓은 스냅드래곤 CPU 역시 ARM의 설계를 활용했다.

특히 퀄컴은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쌓아온 제조사들과의 관계를 활용해 PC용 CPU 시장에 진출했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작년 12월 스냅드래곤 CPU를 탑재한 ‘갤럭시북S’를 내놨다. 심지어 한때 인텔과 영혼의 파트너 같았던 마이크로소프트(MS, Microsoft)도 퀄컴의 CPU를 넣은 ‘서피스 프로X(Surface Pro X)’를 내놨다. 이를 위해 MS는 윈도10 OS를 스냅드래곤에 최적화하고, 소프트웨어 호환성도 높였다. 이를 통해 레노버(Lenovo), 델(Dell) 등 다른 PC 제조사들도 쉽게 퀄컴의 CPU를 탑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애플의 시도가 성공할 경우, PC 업체들이 빠르게 CPU 독립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인텔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낮추고, 제조 밸류체인(Value Chain)을 수직화해 수익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작년 인텔의 CPU 생산 과정에 문제가 발생해 CPU 공급난이 발생했을 당시, 세계 PC 시장은 하락세를 기록했다. 수요는 충분히 있지만 CPU가 없어 PC 업체들이 제품을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CPU 독립을 이뤄낸다면 이같은 우려가 사라진다.

한편 인텔로부터의 탈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PC 산업은 부품을 조립, 제조하는 산업이지만 반도체 산업은 소자의 설계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통합적으로 설계·관리·제조해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 애플은 10년 이상 AP를 자체 설계하면서 역량을 쌓아왔지만, 다른 제조사들은 아직 애플의 길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자체 설계보다는 퀄컴 등 다른 반도체 업체들의 PC용 칩셋을 도입하면서 부품 수급 경로를 다각화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코로나에도 예상 뛰어넘는 실적 보여준 반도체 대표 기업들…하반기 불안정성은 지속

한국, 미국, 대만의 대표 반도체 기업 모두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며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원격근무, 원격교육 같은 IT 솔루션 적용이 확산되고, 재택 근무 장기화에 따른 PC 및 노트북 판매량 증가, 콘텐츠 소비로 인한 데이터 사용량 확대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좋았다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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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2분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특수로 2분기 매출 8조 6,065억 원, 영업이익 1조 9,46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3%, 영업이익은 205% 늘어난 수치다. SK하이닉스는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서버용 D램, 낸드플래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실적이 개선됐고, 여기에 주력 제품의 수율이 대폭 향상되면서 원가까지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D램의 경우 모바일 시장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버와 그래픽용 제품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전 분기 대비 출하량은 2% 상승하고, 평균판매가격(ASP, Average Selling Price)은 15% 늘었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역시 SSD용 제품군이 급성장하면서 처음으로 전체 낸드플래시 중 SSD 비중이 50%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2분기 매출은 18조 2,3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5조 4,3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0% 늘었다. 2분기 전체 이익의 67%가 반도체에서 나왔을 정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이 확산되고, 동영상, 게임 등 콘텐츠 사용량까지 늘어나면서 이에 따라 데이터 센터 수요가 급증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수익성이 좋아졌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의 실적 역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부문 실적도 선방했다. 스마트폰 수요 자체는 감소했지만 제조업체들의 부품 재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지속됨에 따라 모바일 D램, 낸드플래시 수요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늘어났기 때문.

해외 반도체 업체들 역시 좋은 2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2분기 매출 197억 달러(약 23조 5,868억 원), 영업이익 57억 달러(약 6조 8,246억 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23% 늘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 부문(Data-Centric)의 매출이 34% 늘어나면서 실적 성장세를 견인했다. 여기에 PC 부문(PC-Centric)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7% 늘어나 실적 우려를 잠재웠다. 이를 통해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 영업이익 1위 자리를 굳혔다.

세계 반도체 시장 시가총액 1위에 오른 대만의 TSMC 역시 엄청난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TSMC는 올 2분기 매출 3,107억 대만 달러(달러 환산 시 103억 8,000만 달러, 약 12조 5,141억 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8.9%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TSMC는 서버 등 고성능 컴퓨팅 분야(HPC, High-performance computing)의 파운드리 실적이 12%나 성장하면서 실적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기존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제품군은 소폭 감소했지만, 이를 서버 등 데이터센터용 제품군 위탁생산에서 만회한 것. 게다가 TSMC는 고수익, 하이테크 제품군인 7나노 이하 반도체 위탁생산에서만 전체 매출의 36%를 기록하면서 시장 선도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하반기 반도체 시장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종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에 반도체 재고를 대거 쌓아두기 위해 주문을 늘렸던 서버, 스마트폰, PC업체들의 주문량이 하반기에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 실제로 7월 들어 D램 고정거래가격이 올 들어 처음 하락세를 보였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 7월 D램 고정거래가(DDR4 8Gb기준)가 3.13달러로 전월 대비 5.4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미 D램 재고를 쌓을 만큼 쌓아둔 대형 고객들이 주문량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악재로 작용한다.

비메모리 시장은 향후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7나노 공정 개발 실패를 자인한 인텔이 시장 선도업체로서의 자리를 위협받는 한편, 반도체 아키텍처의 대표 기업인 ARM마저 매물로 시장에 등장하면서 향후 시장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하지만 위탁생산 분야에서 압도적 1위인 TSMC는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서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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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리포트] 반도체 업계 실적 전망치 속속 상향, 코로나19 악재 극복하나 /semiconductor-industry/ /semiconductor-industry/#respond Tue, 30 Jun 2020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semiconductor-industry/ 올 상반기 세계 반도체 업계를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불확실성’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에 미·중 무역전쟁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기업들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반면, 코로나19가 야기한 비대면 경제 활성화와 이에 따른 급속한 클라우드 전환은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이에 반도체 업체들은 위기 속에 오히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연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기서 기회를 잡는 기업은 어디일지 지켜보는 것이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반도체 업계, 코로나19 악영향 딛고 실적 전망치 상향 조정…그 의미는?

세계 반도체 업계는 4개월 만에 다시 코로나19 사태를 딛고 일어서는 것일까? 그간 세계 경제를 직격했던 코로나 쇼크를 반도체 업계가 가장 먼저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수요 감소로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던 반도체 기업들이 속속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희망에 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 3월~5월 매출 전망치를 기존 46억~52억 달러에서 52억~54억 달러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3월~5월은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져 각국이 락다운(Lockdown, 감염 전파 차단을 위한 고강도 봉쇄) 조치를 취했던 시기다.

마이크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오히려 예상을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영향이 덜했던 전 분기와 비교해봐도 매출이 약 10% 성장한 수치다. 마이크론은 “비대면 경제와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눈에 띌 정도로 늘었다”며 “클라우드 업체와 서버 업체의 메모리 반도체 주문이 대거 늘어난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반도체 공급 과잉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분간 수요가 안정적으로 증가해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마이크론에 앞선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2분기 실적도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등 글로벌 클라우드 대기업들이 줄줄이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 주문량을 늘리는 상황에서, 주문량의 대부분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같은 반도체 호황은 메모리 반도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아날로그 반도체, 파운드리 등 품목, 업종을 불문하고 주요 기업들은 속속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아직 실적 발표 전인 기업들은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세계 최대 팹리스 업체 중 하나인 브로드컴은 지난 2월~4월 실적 발표를 통해 해당 기간 매출이 57억 4,000만 달러를 기록해, 1년 전보다 4% 늘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와중에도 오히려 성장세를 기록한 것.

상대적으로 저가 반도체인 아날로그 반도체 업계에서도 실적을 상향 조정한 업체들이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칩은 최근 발표를 통해 4월~6월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를 기존 11억 9,400만~13억 달러에서 12억 4,700만~13억 2,600만 달러 수준으로 3%가량 상향 조정했다. 마이크로칩은 실적 전망치를 끌어올린 배경으로 전반적인 경영 환경이 예상보다 좋은 상황이라는 점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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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은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청신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반도체 업황 악화에 올해 초 코로나 발발로 오랜 기간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한국 반도체 산업은 지난 5월 수출액이 전월 대비 7.1% 상승하면서 회복세로 돌아섰다. 비대면 경제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로 수출액이 늘어난 것. 특히 18개월 만에 총수출액과 일평균 수출액이 모두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6월 역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6월 1일~11일 수출 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6% 상승하면서 호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승세가 하반기까지 지속될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대만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하반기 D램 가격 전망치를 전 분기 대비 0~5% 상승에서 0%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당초에는 소폭 상승을 기대했지만, 이제는 보합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본 것.

D램익스체인지가 이런 전망을 내놓은 건 시장을 뒤덮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일부 지역에서는 점점 소강상태를 보이지만, 언제 2차 유행이 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점점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고, 미국은 경제활동 재개(reopen) 이후 확진자 증가 폭이 더 커지는 추세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일로를 치달으면서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격화되는 미·중 무역전쟁…틈바구니에 낀 한국 반도체 산업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두 가지 화두는 코로나19와 미·중 무역전쟁이다. 이 중에서도 미·중 무역분쟁이 최근 들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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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에 나서면서 세계 반도체 업계 지형도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미국의 기술을 활용해 만든 비메모리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할 때는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주로 필요로 하는 스마트폰용 AP나 이미지센서,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 때는 미국 장비 기업의 장비를 활용하거나, 미국 기업이 가진 특허 등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사실상 화웨이에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기업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다. 화웨이는 그동안 자체 설계한 AP를 TSMC를 통해 대부분 생산해왔다. TSMC 매출 중 12~14%를 화웨이로부터 벌어들일 정도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TSMC에서 화웨이의 AP를 파운드리 생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TSMC의 제조 공정 기술 중 미국의 특허를 사용하는 기술이 상당수이고, 미세공정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미국 장비 업체들의 제품을 대거 도입했기 때문. TSMC는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이 TSMC의 화웨이 수출을 승인해주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TSMC가 선택한 쪽은 미국으로 보인다. TSMC는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안이 발표된 직후,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투입해 5나노 이하의 미세공정 기술을 도입한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TSMC의 첫 미국 공장인 셈이다. 이곳에서 AMD, 퀄컴, 애플 등 미국 고객사의 주문량을 신속하게 처리해 시장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TSMC의 전략이다. 실제로 TSMC의 마크 류 회장은 지난 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미국 제재로 화웨이 주문량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수주량 증가분으로 충분히 실적을 만회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와 이에 따른 TSMC의 사업 전략 전환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당초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입해 세계 비메모리 1위 업체가 되겠다고 밝히면서 이 중 98조 원을 파운드리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통해 세계 시장 절반을 장악한 TSMC를 따라잡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TSMC가 미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 미국 고객사들을 장악할 경우, 시장 2위인 삼성전자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도망갈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시스템LSI 공장은 갖고 있지만, 파운드리 공장을 보유하고 있진 않다.

그렇다고 TSMC로부터 외면받은 화웨이와 손잡기도 힘들다. TSMC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에도 미국 기업의 장비가 대거 들어가 있고, 다양한 미국 기술이 도입돼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화웨이 칩을 제조/공급하기 위해서는 TSMC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삼성전자가 이 같은 스탠스를 취할 경우 미국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 기업들의 주문량까지 뚝 끊길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중국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에는 중국 업체가 최대 고객사이기 때문. 미·중 무역전쟁이 점점 격화될수록 삼성전자가 넛 크래커(Nut-cracker, 선진국보다는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개발도상국보다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에 처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평택에만 최대 20조 원 쏟아부은 삼성전자…낸드플래시, 파운드리 쌍끌이 투자 나서

삼성전자가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와 미래성장동력인 파운드리에 대한 초대형 투자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반도체 초격차’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경기도 평택 공장에만 최대 20조 원을 쏟아붓는 물량 공세로 세계 반도체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경기도 평택에 구축한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2021년 완공 예정인 낸드플래시 신규 라인에는 최대 9조 원을 투자해 장비를 증설하고, 생산량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에 초대형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는 향후 도래할 서버, 스마트폰 등 신규 시장에 선제대응하기 위해서다. 낸드플래시는 하드디스크보다 훨씬 작으면서 데이터 처리 속도가 뛰어나 이미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는 주력 저장장치로 쓰이는 반도체다. 최근 들어서는 스마트폰 수요 감소 등으로 시장 상황이 답보 중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풍선 효과’로 인해 시장에서 스마트폰의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비한 대규모 투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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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비대면 경제 확산에 따른 클라우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역시 낸드플래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본래 서버에는 주로 하드디스크가 많이 탑재됐지만, 최근 발열이 훨씬 적고 성능이 뛰어난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서버가 늘고 있다. 과거 D램 시장이 서버용 D램을 발판 삼아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과 비슷한 시나리오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것.

한편, 올 1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135억 8,000만 달러(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기준)로 전기 대비 8%가량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매출 45억 달러를 기록해 시장점유율 33.3%로 1위를 지켰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경기도 평택 공장에 최대 9조 원을 투입해, 파운드리 라인을 새로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2030년까지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승부수다. 삼성전자는 평택 파운드리 라인을 내년 하반기까지 구축해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번 공장이 완공되면 삼성전자는 경기도 화성, 기흥, 미국 텍사스 오스틴을 포함해 총 7개의 파운드리 라인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평택 공장은 지난 2월 구축한 경기도 화성에 이어 두 번째 EUV 파운드리 라인이다. EUV란 극자외선을 이용한 노광장비로, 5나노 이하의 초미세공정을 가능케 하는 핵심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화성과 평택의 EUV 파운드리 라인을 중심으로 초미세, 고난도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해,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세계 시장 1위인 대만의 TSMC를 따라잡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을 통해 5나노 공정을 상용화하는 것은 물론, 차세대 공정 기술을 활용해 3나노 기술까지 빠르게 확보하고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생산량과 기술력 모두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한편,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삼성전자의 초대형 파운드리 투자가 글로벌 반도체 업계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이는 신호탄으로 보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앞서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투입해 파운드리 공장을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그간 종합 반도체 기업(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역할만 해왔던 미국 인텔 역시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중국의 대표 파운드리 업체인 SMIC도 미·중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시장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가 초대형 투자를 선제 발표하면서 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시장 침체 지속…4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41% 급락

반도체 시장의 핵심 수요처 중 하나인 스마트폰 시장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의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렸던 지난 4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하기 시작했던 지난 2월 14% 감소, 3월 22% 감소에 이어 점점 감소 폭이 커지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확진자가 늘고 락다운이 이어지면서, 오프라인 영업이 중단된 영향으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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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측면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수요국가인 중국의 감소세가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이다. 중국의 4월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줄어 지난 3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경제활동이 일찌감치 재개됐고, 이로 인해 시장에 서서히 활기를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코로나19에 더해 인종차별로 인한 극렬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미국은 시장 위축세가 심각하다. 미국의 4월 스마트폰 판매량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55% 줄어들어 역대 최대 수준의 역성장 폭을 기록했다. 4월은 미국 전역이 락다운돼 경제 활동이 멈췄던 시기다. 최근에는 다시 경제 활동이 재개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발발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극렬해지면서 다시 경제 활동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백인 폭력 경찰에 대한 반대 시위가 일부 약탈 등으로 변질되면서 주요 거점 도시의 오프라인 상권이 또다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밖에 눈여겨볼 만한 시장은 인도다. 인도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24일부터 5월 17일까지 전 국민의 이동을 사실상 제한하는 강력한 락다운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4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7% 줄었다. 사실상 거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는 세계 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극심한 타격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4월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7%나 줄었다. 이는 야심작인 갤럭시S20 시리즈의 판매 부진에 더해 핵심 시장인 유럽, 인도, 동남아시아 등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판매량이 급감한 영향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그 뒤를 잇는 애플과 화웨이는 각각 4월 판매량이 작년 대비 37%, 28% 하락해 삼성전자보다는 선방했다. 애플은 미국 시장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중국 애플스토어 판매 재개에 따라 중국 판매량을 11% 늘리며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또한, 애플이 야심 차게 발표한 중저가폰 아이폰SE2가 5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해 실적 성장세가 더 지속될 전망이다. 화웨이 역시 본거지인 중국에서 대대적인 세일즈 활동을 진행하면서 판매량 감소 폭을 줄였다. 화웨이는 중국 판매량을 작년 대비 20% 더 늘렸지만, 중국 외에서는 68% 줄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비대면 경제, 서비스 확산에 따른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 상황에서 스마트폰 수요까지 살아날 경우 서버와 모바일이 쌍끌이로 시장을 주도해나갈 수 있기 때문.

하지만, 현재 남반구에서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고 있고 올 하반기 2차 쇼크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당장 올해 안에는 스마트폰 시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는 모바일용 반도체 수요 회복도 당장은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의미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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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리포트] 1분기 호실적 거둔 반도체 업계, ‘펜트업(pent-up)’ 시기는? /1st-quarter-performance/ /1st-quarter-performance/#respond Sun, 03 May 2020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1st-quarter-performance/ 4월은 반도체 업체들이 1분기 사업에서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뒀는지 발표하고, 올해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가늠해보는 시기다. 사실 올해는 반도체 업체들이 칼을 벼르고 기다렸던 해였다. 길었던 작년의 불황을 마무리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상승 곡선을 탈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 하지만 이런 기대는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하기 어렵게 됐다. 올 한해 전망을 가늠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 펜트업(pent-up): 소비가 억제된 기간 이후에 나타나는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수요의 급속한 증가

코로나19 이후 첫 실적 발표… “예상보다 훨씬 좋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나란히 호실적

올 1분기는 코로나19 사태가 나타난 이후 첫 실적 시즌으로 반도체 업계와 증시의 주목을 받고 있다. 4월 23일 기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다소 맑음’이다. 당초 2월부터 중국 전역이 봉쇄되고 곧이어 전 세계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해 수요 감소가 예상됐지만, 보란 듯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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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곳이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매출 7조1,989억 원, 영업이익 8,00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3% 늘었고, 영업이익은 41.4% 줄었다. 하지만 전 분기와 비교해보면 영업이익이 무려 239%나 늘어났다. 반도체 시장이 저점을 찍은 작년 4분기보다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 증권가에서는 이번 SK하이닉스의 이익이 예상을 상회한 배경으로 수율 향상과 제조원가 절감을 꼽는다. 이를 통해 비용을 대거 절감하면서 이익률을 끌어올렸다는 것. 이에 더해 1분기부터 시작된 달러 강세도 수출기업인 SK하이닉스에 이익을 안겨줬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55조3,252억 원, 영업이익 6조4,473억 원을 기록했다. 이 중 반도체 부문은 매출 17조6,400억 원, 영업이익 3조9,90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1.9% 늘었고, 영업이익은 3.2%가량 줄었다. 이는 작년 1분기 대비 메모리 판매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 분기와 비교해보면 영업이익이 16%가량 늘어 1분기에는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1분기 메모리 시장이 계절적 비수기에 코로나19가 확산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온라인 교육 등의 증가로 인해 서버와 PC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 실적이 전 분기보다 소폭 개선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꼽고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부분의 실적은 혼조세였다. 직접 비메모리 반도체를 설계·제조하는 시스템LSI 사업부는 2020년 5G용 모바일 프로세서 판매량 증가 등으로 전 분기보다 실적이 개선됐지만,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는 중국발 수요가 줄어들면서 실적이 하락세를 보였다.

인텔의 1분기 실적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인텔은 실적발표일(4/23) 기준으로 1분기 매출 198억2,800만 달러(약 24조3,884억 원), 순이익 56억6,100만 달러(약 6조9,630억 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5%, 순이익은 42.5% 늘어났다. 실적을 견인한 것은 단연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데이터센터 사업이었다. 인텔은 데이터센터 그룹 파트에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3% 늘어난 매출 69억9,300만 달러(약 8조6,014억 원)를 기록했다. 작년 무역전쟁이 격화했을 때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이 2018년보다 2% 늘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압도적인 성과다. 이는 작년 반도체 불황으로 억눌려있던 수요가 1분기에 크게 늘었다는 점과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서버 수요가 늘었다는 점 등이 반영될 결과로 보인다.

파운드리 업계의 대표주자인 대만 TSMC 역시 호실적을 기록했다. 실적발표일(4/16) 기준, TSMC의 1분기 매출은 3,105억9,700만 대만달러(약 12조4,238억 원), 영업이익은 1,285억2,200만 대만달러(약 5조1,408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 100% 늘었다. 게다가 TSMC는 양산 모델 중 최첨단 제품이자 고가 제품인 7nm 제품의 매출 비중이 35%로 대폭 늘어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다. 7nm 공정은 애플 아이폰용 칩셋이나 퀄컴의 최신 AP 등 고가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인다. 증권가에서는 “TSMC가 1분기가 비수기인 데다 코로나 사태가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며 “5G 스마트폰용 칩셋과 서버용 칩셋 등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분기 실적만으로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이 반도체 업계의 중론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구매력이 높은 선진국 시장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격리’에 돌입했다. 이는 선진국 시장의 소비가 급감하고, 그만큼 반도체 수요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실제로 인텔의 경우 실적 발표 이후 장외에서 주가가 5%나 급락했다. 1분기 ‘실적 피크’를 찍고 2분기부터는 B2B(기업 간 거래),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수요가 모두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 실제 타격은 2분기부터 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전자 역시 2분기에는 모바일 수요가 둔화될 우려가 크고, 하반기까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작년 내내 지속됐던 반도체 불황기에 억눌려있던 수요가 올해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가 조기에 잠잠해질 경우 더 거대한 ‘펜트업’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반도체 시장이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언제쯤 진정될지와 고객사의 투자가 얼마나 빨리 재개될지에 따라서 실적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잠잠해져도 하반기 반도체 시장은 하락세?… 시장에 울려 퍼지는 ‘경고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 지도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리고, 기업 실적 역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 와중에도 반도체는 굳건히 수요를 지키며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왔다. 작년 심각한 불황으로 인해 공급 과잉 현상이 잦아든 데다 원격 근무, 교육 수요가 늘면서 서버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1분기 시장에서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시장조사기관을 중심으로 하반기 반도체 시장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광풍이 점차 잦아드는 와중에 반도체 시장에는 빨간불이 켜진다는 것.

미국의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4%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IC인사이츠는 작년 대비 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IDC 역시 “올해 반도체 시장이 줄어들 가능성은 80% 이상”이라고 밝혔다. 1분기 반도체 기업들이 예상보다 선전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 같은 하락세는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반도체 시장 규모가 2년 연속 줄어드는 배경에는 피할 수 없는 경기 침체가 있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정도로, 스마트폰, PC, 게임기, 서버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기기에 탑재되는 핵심부품이다. 세계 경기가 침체되고, 소비자들의 지갑이 잠기면 그만큼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반도체 시장의 주요 수요처 중 하나인 스마트폰의 경우 올해 출하량이 10억8,000만 대 수준으로 작년보다 3억 대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베트남 등에서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일자리를 잃은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스마트폰 구매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

버팀목이었던 서버 분야 역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1분기에는 늘어난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클라우드 업체와 서버 업체들이 D램 등 반도체 주문을 늘린 것으로 전해졌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이 같은 주문량을 계속 소화할 수 없다. 코로나19 발발 초기 집에서 게임, 동영상 등을 보는 사용자가 폭증해 트래픽이 늘었지만, 시간이 흐른 최근 시장에서는 증가세가 잠잠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서버를 더 늘릴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페이스북,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주요 IT기업의 설비 투자 규모가 줄어드는 것도 악재다. 이들의 투자 중 상당수는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기 위해 투입되고, 이는 반도체 구매로 직결된다. 하지만 이들이 투자를 줄이면 그만큼 수요가 줄어든다. 이렇다 보니 2분기 후반 또는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시장이 급속도로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온다.

철모르고, 4월 스마트폰 신제품 러시… 애플부터 삼성전자까지 중저가폰 속속 등장

일반적으로 4월은 2~3월 사이 공개된 스마트폰이 팔리는 시기이지, 새로운 스마트폰이 공개되는 시기는 아니다. 하지만 올해 4월은 달랐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국내외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줄줄이 신작을 내놓고 있기 때문. 특히 4월에 등장한 스마트폰들은 대부분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제품들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구매에 부담이 덜한 중저가폰 신제품이 등장하는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며 “반도체 업계에도 가뭄 속 단비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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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문을 연 곳은 미국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 달 15일 ‘아이폰SE 2세대’를 전격 공개했다. 2016년 이후 4년 만에 등장한 애플의 중저가폰이다. 이 제품은 과거 아이폰SE와 비교했을 때 겉보기에는 다른 것이 없다. 현재 아이폰에 없는 물리 버튼을 탑재하고 화면 크기 역시 4.99인치로 출시돼, 과거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다.

하지만 성능은 최신 아이폰에 뒤지지 않는다. 아이폰11에 들어간 AP와 같은 모델인 ‘A13 바이오닉’이 탑재돼 고성능을 자랑한다. 가격은 55만 원 수준으로 아이폰11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과거 아이폰을 그리워하는 ‘애플 팬’부터 비싼 가격이 부담스러워 선뜻 지갑을 열지 못했던 고객들까지 모두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야심 차게 내놓은 갤럭시S20이 출시 시기가 코로나19와 맞물려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중저가폰 신제품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맞불 작전에 돌입했다. 고성능 카메라에 5G 통신망을 지원하는 중저가폰 2종(갤럭시A71, 갤럭시A51)을 내놓는다. 이 중 갤럭시A71은 후면에 최대 6,400만 화소급 카메라를 포함해 4개의 카메라를 장착했다.

LG전자도 5월 ‘LG 벨벳’이라는 신작 스마트폰을 선보인다. 6.9인치의 대화면에 후면 카메라를 물방울처럼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시장에서는 중저가폰 러시가 침체된 분위기를 다소 진정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코로나19가 발발한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이 3월부터 다시 성장하기 시작한 것과 맞물려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정보통신연구원(CAICT)에 따르면 중국의 3월 스마트폰 판매량은 2,103만대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는 22% 줄었지만, 전월(2월)보다는 232%나 늘었다. 이는 중국의 봉쇄, 격리 정책이 완화되면서 소비자들이 대거 신제품 구매에 나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국,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격리 정책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 중국과 비슷한 ‘보복 소비’ 패턴이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중저가폰 시장이 커지면 예상보다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의 판매량이 늘어나 시장 하방 압력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반도체가 코로나19 진단에 쓰인다?… 영국 스타트업, 코로나19 진단용 반도체 개발 후 상용화 나서

반도체는 코로나19 시대에 재택근무, 원격회의,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위한 핵심부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도체는 이제 단순히 데이터를 처리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역할까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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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 여부를 파악해주는 반도체는 ‘랩온어칩’(Lab On a Chip)이다. 말 그대로 반도체 안에 실험실이 있다는 의미로, 질병 진단 등에 쓰이는 바이오 반도체의 일종이다. 유리, 실리콘 등의 기판 위에 DNA, 단백질 등 기타 생물 화학적 시료를 반응시켜 여러 필수 정보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진단에 활용된다. 특히 손톱만한 반도체 하나로 별도 기기 없이도 DNA를 분리, 검증하는 과정을 해결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랩온어칩을 활용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을 개발, 상용화한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교수 출신인 크리스 토우마저우가 창업한 스타트업 ‘DNA넛지’가 주인공. 이 회사는 본래 식료품점 등에서 식품을 살 때 사용자의 영양, 건강 상태에 맞춰서 최적화된 영양분을 갖춘 식자재를 파악할 수 있는 DNA 테스트 기술을 개발했다. 그런데 이 기술을 코로나19 검사에 적용해 단 1시간 만에 감염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당초 코로나19 검사 후 결과를 파악할 때까지는 1~2일 가량 소요됐다. 최근에는 검사 장비가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시간이 점점 단축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하루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DNA넛지는 자체 개발한 소형 판독기와 DNA 추출 기술 등을 활용해 판독 시간을 줄임과 동시에 비용도 대폭 낮췄다. 이를 통해 대규모 검사를 가능케 만든 것.

한편, 이 같은 기술은 한국에서도 개발되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진시스템은 자체 개발한 랩온어칩 기술을 활용한 코로나19 판독 장비를 개발했다고 밝혔고, 국내 바이오 중소기업인 나노엔텍 역시 비슷한 기술을 활용한 검사 장비를 만들어 수출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단순히 전자장치의 핵심부품 역할로만 여겨져 왔던 반도체가 바이오산업과 접목돼 전 세계 인류의 목숨을 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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