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섭 칼럼니스트 – SK hynix Newsroom 'SK하이닉스 뉴스룸'은 SK하이닉스의 다양한 소식과 반도체 시장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전달합니다 Fri, 20 Dec 2024 01:15:55 +0000 ko-KR hourly 1 https://wordpress.org/?v=6.7.1 https://skhynix-prd-data.s3.ap-northeast-2.amazonaws.com/wp-content/uploads/2024/12/ico_favi-150x150.png 최호섭 칼럼니스트 – SK hynix Newsroom 32 32 CES2018 반도체, 그 미래를 만나다 /ces2018-semiconductor/ /ces2018-semiconductor/#respond Mon, 15 Jan 2018 15:00:00 +0000 http://localhost:8080/ces2018-semiconductor/ CES2018 메인.png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2018(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이 지난 12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스마트시티’라는 주제 아래 선보여진 신기술들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자율주행차는 모터쇼를 방불케 할 만큼 존재감을 뽐냈으며, 국내 수혜주로 기대를 샀던 TV 디스플레이 역시 현장에서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과연 여기엔 어떠한 기술이 숨겨져 있었을까요? 지금부터 뜨거웠던 CES2018 현장으로 떠나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 그리고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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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CEO(왼쪽)와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CEO(오른쪽)가 자율주행차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 최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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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타의 자율주행차량. 올해 자율주행 차량의 트렌드는 ‘티 나지 않는 것’이다. (출처: 최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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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가 됐던 중국의 콘셉트 전기차 ‘바이톤’. 양산 가능성 등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콘셉트 자체만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출처: 최호섭)

이번 CES2018의 가장 중요한 한 축은 단연 자동차,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이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CES에 본격적으로 선보여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4년 전입니다. 사실 기술은 단 몇 년 뒤를 내다보더라도, 우리에게는 먼 미래의 일로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이제는 성큼 현실화된 기술입니다.

스스로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 기술은 여러 가지 요소를 필요로 합니다. 주변 환경을 읽어 들이는 카메라와 센서, 이 정보를 바탕으로 어떻게 운전할지 결정하는 운전 정책, 그리고 자율 주행 차량이 안전하게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등이 필요하죠. 그런데 무엇보다 자율주행 기술이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졌던 이유는 바로 이 모든 정보들을 바탕으로 사람을 대신해 운전대를 잡는 두뇌, 바로 프로세서 기술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012년 구글이 자율주행 차량을 실험했을 때만 해도 자율주행 차량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와 라이다, 레이더 등 센서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내부가 공개된 적은 없지만 차량 뒷자리에는 사람이 앉을 수 없을 정도로 컴퓨터가 꽉꽉 눌러 담겨 있었습니다. 가장 강력한 프로세서로 꼽히는 인텔의 제온 프로세서가 수 십 개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당장 우리가 타는 차에 이것들을 집어넣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이 부분은 계속 나아지고 있었지만, 지난해 CES때만 해도 여전히 ‘주렁주렁’의 이미지를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올해 CES의 기조 연설은 인텔이 맡았습니다. 그리고 인텔과 합병한 모빌아이의 창업자, 암논 샤슈아 박사는 포드의 차량을 손본 자율주행 차량을 타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 차량에도 여전히 작은 카메라와 센서가 달려 있긴 하지만 특별히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대로 차량을 시중에 판매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센서의 크기가 작아진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차량에서 컴퓨터가 차지하는 공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거의 자리를 차지하지 않게 된 것이죠.

성능만큼 중요한 것, ‘소형화’와 ‘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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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NVIDIA)의 ‘재비어(Xavier)’ 프로세서. (출처: 최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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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Intel)의 양자컴퓨터 프로세서. 49큐빗의 성능을 낸다. (출처: 최호섭)

자율주행 차량에 쓰이는 컴퓨터 성능을 판단하는 기준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초당 명령어 처리 수, ‘Ops’입니다. 현재 차량에 들어가는 레벨2 수준의 운전 보조장치에 쓰이는 프로세서는 보통 2~5T(Tera, 테라)OPs정도 됩니다. 1초에 2~5조 번의 명령어를 처리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올해 발표된 프로세서들은 이보다 10배 정도 더 많은 연산을 처리합니다. 모빌아이의 5세대 아이큐(EyeQ) 프로세서는 23TOPs정도의 성능을 내며, 칩 하나로 23억번 연산할 수 있습니다. 또, 전력 소비량은 30W밖에 되지 않습니다. 모빌아이는 이 칩 두 개를 묶어 센서 정보와 운전 정책을 각각의 칩이 나누어 처리하도록 하고, 고성능 아톰 프로세서를 더해 강력한 자율주행 기술을 차량에 집어넣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엔비디아도 지난해 CES에서 콘셉트를 발표했던 ‘자비에(Xavier)’ 프로세서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 프로세서는 30TOPs의 성능을 냅니다. 그리고 이 프로세서 2개와 외장 GPU 2개를 묶어 300TOPs의 성능을 내는 자동차용 수퍼컴퓨터인 드라이브 페가수스를 발표했습니다. 엔비디아가 지난해 CES에서 공개해 주목받았던 드라이브PX2는 당시에 아주 작고 강력하다고 평가 받았는데, 1년새 10분의 1의 전력으로 같은 성능을 내는 프로세서를 발표했고, 더 작은 크기로 10배의 성능을 내는 컴퓨터가 등장했습니다. 반도체의 발전은 늘 놀라운데, 올해 등장한 프로세서들은 그 성장의 폭이 더 큽니다.

사람이 운전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완전한 자율 주행 수준인 ‘레벨5’를 구현하려면 100TOPs 이상의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차량이나 도로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미 자율주행을 위한 프로세서 성능은 충분히 갖춰진 셈입니다. 그리고 그 크기와 전력 소비량 역시 자동차의 설계와 주행거리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정도 수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결국 그 동안 자동차 내부의 데이터 처리량을 감당하기 어려워 클라우드와 5G 네트워크 등이 중요한 가치가 되어 왔으나, 사실상 외부의 도움 없이 차량 스스로 현재 상황과 운전 정책을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반도체, 화질을 결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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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CL의 QLED(퀀텀닷 발광다이오드) TV. (출처: 최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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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모듈러 TV ‘더 월(The Wall)’. (출처: 최호섭)

TV 시장에서의 반도체 전쟁도 흥미롭습니다. LCD나 OLED 등 패널 디스플레이 역시 중요한 반도체 기술인데요. 올해 CES에서 주목 받은 것은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입니다. 마이크로LED는 말 그대로 아주 작은 크기의 LED를 이어 붙여 화면의 화소로 쓰는 기술입니다. 각 LED가 스스로 빨간색, 녹색, 파란색 등 3원색과 빛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표현력이 좋습니다. 물론 상용화까지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았지만 여전히 반도체 기술이 디스플레이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하지만 CES의 TV 전시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화면 그 자체가 아니라 화면을 처리하는 ‘이미지 프로세서’였습니다. TV나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에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인 화면 정보로 바꾸어주는 작은 프로세서가 들어가 있는데요. 이는 대개 DSP(Digital Signal Processor)나 이미지 프로세서가 담당합니다. 프로세서라는 이름이 붙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우리가 생각하는 CPU 수준까지의 역할을 하지는 않습니다. 특정 신호 처리에 가까운 것이죠. 하지만 이 전용 프로세서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색과 선명도 등 화질을 결정하기도 하고 디스플레이에 입력되는 신호가 실제 화면에 뿌려지는 응답 속도까지 모두 이 칩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CES2018에서는 이 칩이 ‘프로세서’라는 이름을 달고 본격적으로 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도 프로세서라는 이름을 쓰는 제조사들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가 더 커지고, 4k를 넘어 8k와 색 표현력을 넓히는 HDR(High Dynamic Range)이 더해지면서 프로세서의 성능이 더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운드 역시 돌비 애트모스 등 이전과 비교해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고성능 프로세서가 필요하기 마련이지요.

소니는 기존 ‘X1 익스트림’을 업그레이드한 ‘X1 얼티밋’ 프로세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프로세서는 이미지를 아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데, 프로세서의 성능에 여유가 생기면서 120프레임으로 작동하는 화면도 잔상 없이 아주 빠르게 만들어냅니다. 소니는 전시장에 8k 해상도를 내는 LCD 디스플레이의 프로토타입을 전시했습니다. 흔히 고성능 디스플레이라고 하면 OLED를 꼽는데, X1 얼티밋 프로세서와 결합된 이 8k LCD 화면은 그 어떤 OLED 디스플레이보다 더 또렷하고 자연스러운 화면을 만들어냈습니다. 한동안 넋을 잃고 멍하니 쳐다볼 정도로 화질이 뛰어납니다.

LG전자 역시 ‘알파9’이라는 이름의 이미지 프로세서를 발표했습니다. 화면의 입력 신호를 최소 4번 이상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그에 맞춰 가장 선명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도록 처리합니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괴롭히는 노이즈도 처리합니다. 이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모든 TV에 들어가는 기술인데요. 다만 그 프로세서의 성능, 그리고 프로세서를 통해서 하는 일들의 차이가 화질을 결정하게 됩니다.

끊이지 않는 고성능 반도체의 활용

똑같은 패널이라도 TV의 화질이 더 나은 프로세서로 결정된다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입니다. 이미 디스플레이 기술은 상향평준화 되어 있고, 패널 공급의 장벽이 흐릿해지면서 마음만 먹으면 삼성전자의 QLED, LG디스플레이의 OLED 디스플레이를 구입해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 즉 ‘화질’은 조금씩 다르다고 느끼게 마련입니다.

해상도가 더 높아지고, 디스플레이가 커지는 데다가 HDR 등 이미지의 정보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작은 화면에서는 화면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똑같이 따라서 움직이지 않거나 광원이 정밀하게 따라 붙지 않아도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하지만 70~80인치에서는 화면이 일렁이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분명 4k 해상도로 만든 영상인데 화면이 어딘가 흐릿해 보이는 제품도 있습니다.

CES를 통해 선보인 이미지 프로세서는 그 자체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TV의 화질을 결정하는 것이 LCD니, OLED니 하는 패널이 전부가 아니라 프로세서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가치관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IPS 디스플레이를 썼다’는 게 마케팅 요인이 되었다면, 이제는 ‘X1 얼티밋 프로세서를 넣었다’는 것이 좋은 화질의 기준이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CES2018을 뒤덮은 자율주행차와 가전제품은 새로운 기술로 꾸준히 혁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들은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온 것은 아닌, 오래전부터 계속해서 고민되어온 것들이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상상 속에 있던 이 기술들이 이제는 실제로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는데요.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정보를 읽어 들이고 해석하는 것이 결국 우리의 상상력을 실현해주는 기본 기술일 겁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언제나 반도체 기술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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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속 주목 받는 반도체 기술 /attention-in-the-car/ /attention-in-the-car/#respond Tue, 16 May 2017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attention-in-the-car/ 1.png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스마트카와 커넥티드카라는 기술은 모두 생각만 할 뿐 언제 개발될지 모르는 기술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와 관련 기술들의 개발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심지어 국제 행사를 통해 시험 운행해볼 기회를 가질 수도 있죠. 그리고 이런 기술 발전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습니다. 이렇게 반도체 업계가 자동차 시장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지 그리고 반도체와 융합한 자동차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 지 지금 확인해보시죠.

반도체 기업들이 자동차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

지난 3월 인텔이 ‘모빌아이’라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을 인수했습니다. 인수가는 무려 153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조 원에 달하는 거액입니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인수가로 기록될 정도의 ‘빅 딜(Big Deal)’입니다. 인텔이 이렇게 거액을 쏟아 부은 이유는 뭘까요? 자동차 때문입니다. 모빌아이는 카메라로 차량 주변의 사물을 인식하는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자율 주행 자동차의 핵심 기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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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이 모빌아이의 기술을 통해 자율 주행 자동차의 기본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인텔은 인수를 앞두고 모빌아이의 주가가 한창 올라있던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30%가 넘는 가치를 함께 더해 인수할 만큼 이 회사를 원했습니다. 모빌아이의 이 기술이 향후 인텔의 방향성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인텔의 모빌아이 인수는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방향성을 대변합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PC와 스마트폰이 이제 성숙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지표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여전히 컴퓨터는 많이 팔리고 있지만 반도체 업계로서는 성장을 이어갈 동력이 필요한 것이죠.

이 보다 앞선 사례로 그래픽 프로세서를 만드는 엔비디아의 주식은 지난 1년 새 2배 가까이 올랐는데요. 게임이나 머신러닝 같은 부분도 엔비디아의 주가를 자극했겠지만 요즘 엔비디아를 돋보이게 하는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자율주행 자동차입니다. 테슬라와 아우디는 이미 엔비디아의 칩을 이용한 자율 주행차를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는데요. 이 차량들이 앞서가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이 바로 반도체인 셈이지요.

다른 자동차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BMW는 늘 IT 전시회에 다양한 컴퓨팅 기반 기술들을 쏟아내는 단골이 됐고, 벤츠 역시 자율 주행과 공유 서비스 형태의 자동차를 개발하는 등 자동차 업계는 이전과 묘하게 다른 가치들을 쫓고 있습니다. 바로 IT와 통신이지요. 그리고 그 뒤를 뒷받침하는 기술이 바로 반도체입니다. 이렇게 고성능, 대용량 반도체가 자동차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 열리면서 자동차 시장은 반도체로 뜨거워졌습니다.

자동차와 반도체의 수줍은 만남

5년 전, 한 반도체 업체의 임원과 자동차 산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스마트카’니 ‘커넥티드카’니 하는 이야기가 막 나오기 시작한 시기인데요. 이 기술에 대해 반도체 시장은 얼마나 대비가 되어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이 시기만 해도 자동차와 IT의 실질적인 결합이라고 하면 조금 더 나은 내비게이션 시스템, 인터넷에 연결해 원격으로 시동 버튼을 눌러주는 것 정도에 그쳤기 때문에 스마트카와 커넥티드카는 미래에 개발되긴 하겠지만 그게 언제인지 확신할 수 없었던 시장이 바로 자동차 IT 분야였던 것이죠. 그런데 불과 5년만에 이런 스마트카와 커텍티드카의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반도체와 자동차가 적극적으로 손을 잡는 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자동차가 반도체 시장에서는 큰 시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자동차 기업들이 자동차 관련 기술 발전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소비자들은 원하지만 업계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PC와 비교해 보면, 위축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PC 시장은 여전히 큰 시장입니다.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가 발표한 지난 2016년 세계 PC 판매량은 약 2억 7천만 대에 달합니다. 그에 비해 자동차 시장은 아직 작습니다. 자동차 시장 조사 기관인 ‘자토 다이내믹스(JATO Dynamics)’는 2016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을 8천 400만 대로 집계했습니다.

물론 자동차 시장 역시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택시나 버스를 비롯해 영업용 차량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내 차’의 숫자는 훨씬 적습니다. 언뜻 생각해봐도 컴퓨터는 1인당 두 대씩 갖고 있는 경우도 많지만 자동차는 가구 당 한 대 정도인 경우가 많죠. 그나마도 반도체가 마음껏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고급 차량의 비중은 매우 낮습니다.

또한 위에서 언급했듯이, 자동차 업계가 기술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것도 컸습니다. 2010년을 넘어서면서 우리는 스마트폰이 개발되면서 휴대전화 시장이 송두리째 뒤흔들리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기존 가전에 이런 스마트폰을 융합한 제품들이 그 뒤를 따랐다가 쓴 잔을 들었던 상황이 동시에 스쳐 지나갑니다. 섣불리 뭔가를 도입하기가 어려웠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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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자동차 개발 기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 한 대가 기획에서 설계, 생산까지 들어가는 시간이 24개월 정도로 짧아지긴 했지만 3개월 만에 신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스마트폰과 비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자동차에서는 절대적인 안정성이 필요하고 안전에도 복잡한 검증이 필요해 신제품 출시 시기가 더디기 때문에 지난 기술의 프로세서와 운영체제가 적용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더 좋은 엔진, 더 탄탄한 차체 등이 차량을 구분 짓는 기술을 통한 경쟁이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부분에서 더 치열해질 것 같습니다. 전기차의 대중화와 같이 성능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우버(Uber)나 스마트폰으로 근처의 차량을 빌려 타는 집카(Zipcar)처럼 차량에 대한 소유 개념을 흔들어버리는 서비스들까지 쏟아지고 있으니까요.

이처럼, 자동차 업계로서는 변하는 세상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꾸준한 혁신을 만들어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 시장과 반도체 업계의 ‘수줍은 만남’은 이제 ‘격렬한 포옹’을 넘어 ‘한 식구’까지 내다 보며 변화 및 혁신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을 이어가는 시대가 됐습니다.

자동차 제1의 가치와 반도체의 융합

그리고 그 노력들은 성큼 눈 앞에 다가왔습니다. 올해 CES는 그야말로 자동차 기술의 축제였습니다. 자율 주행 자동차를 비롯해, ADAS(운전자보조시스템), 그리고 인터넷으로 스마트폰과 집을 연결하는 커넥티드카(Connected Car)까지 온갖 자동차와 관련된 기술들이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연구됐던 자율 주행 자동차는 관람객들에게도 직접 타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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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기술은 반도체에서 시작되며, 자동차에는 상당히 많은 반도체가 들어갑니다. 즉, 자동차 내에는 많은 센서가 달려 있고, 이 센서들을 제어하는 마이크로 콘트롤러 형태의 프로세서가 각각 붙습니다. 주차 보조 센서나 비, 밝기 센서를 비롯해 엔진과 변속기 등의 부품까지 섬세한 센서들이 연결되고 있죠. 여기에 최근 기능이 부쩍 좋아지는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LCD로 빠르게 대체되는 계기판까지 컴퓨터 역할을 돕는 프로세서도 들어갑니다.

이는 PC에서의 경험처럼 빠른 프로세서가 곧 좋은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로 연결됩니다. 특히 기기가 스스로 정보를 학습하면서 고도화되는 머신러닝 기술과 접목되면서 차량 전용 컴퓨터의 기술 개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인텔. 퀄컴 등의 반도체 기업들이 자동차 업계에서 주목 받는 이유도 자율 주행 자동차나 커넥티드카처럼 고도화된 경험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프로세서와 통신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반도체 업계 역시 단순히 프로세서 칩만 생산하는 것에서 벗어나 메모리와 저장장치, 차량용 확장 포트 등의 하드웨어를 갖추고 이를 작동하는 운영체제와 시스템 가상화, 보안 그리고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Framework)까지 품고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의 기술 개발이 흥미로운 이유는 자동차가 확실한 컴퓨팅의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는 부분에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스마트TV 이야기를 예를 들 수 있는데요. 스마트TV가 개발 후 시장 진출에 부진했던 이유는 바로 TV가 단순히 스마트폰과 PC의 역할을 흉내 내는 것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TV와 PC의 갈 길은 달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표준화 경쟁에서 뒤떨어진 성능으로 결국 ‘스마트TV는 의미 없이 비싸기만 하다’는 인식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스마트TV 보다 늦게 발을 들이긴 했지만 안전이라는 자동차 제1의 가치를 시작으로 이 기술이 차량에 왜, 어떻게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을 오랫동안 이어 왔습니다. 그 결과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확대뿐 아니라 고성능 프로세서, 표준화, 플랫폼화 등 단순히 PC에서 하던 일들의 이전이 아니라 차량에서 필요한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차량과 IT 기술의 융합이 늦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방향이 뚜렷하고, 반도체와 플랫폼 업계가 기대하고 있던 만큼 그 발걸음은 아주 빠르고 확실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방향, 반도체

이제 자동차 회사들은 그저 원하는 기술을 상상하고, 각 플랫폼을 선택한 뒤에 서비스 개발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과거 자동차 회사들이 새 반도체 기술에 대해 망설였던 이유 중 하나가 개별 반도체에 대한 검증과 이를 이용한 시스템을 만들고 윈도우나 리눅스를 직접 프로세싱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CES2017을 통해 선보인 엔비디아의 ‘드라이브PX2’나 인텔의 ‘고(Go)’같은 플랫폼은 검증부터 적용까지 훨씬 간편해집니다. 이는 곧 비용으로 이어지고, 다시 대중화로 연결됩니다. 시장이 넓어진다는 이야기죠.

반도체 업계로서도 자동차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반대로 자동차 업계도 반도체에 대한 기대가 예전과 전혀 다릅니다. 차량 내 소프트웨어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를 제공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그 중심에는 결국 막강한 반도체가 필요하게 마련입니다.

 

앞으로 자동차가 지금과 또 다른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겁니다. 전기차는 성능에 대한 기준을 바꾸고,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는 운전을 비롯해 자동차 안에서의 경험을 다시 쓰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그 필요성과 역할을 확실히 하면서 각 산업과 반도체 기술이 순식간에 성장한 것처럼 자동차 역시 새로운 기술 발전, 그리고 우리 삶에 새로운 경험들을 가져오지 않을까요? 아마 그걸 모두가 공감하기 때문에 자동차와 IT 기술 결합이 숨가쁘게 이뤄지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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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RED, 빨간 아이폰에 담긴 의미 /red-iphone/ /red-iphone/#respond Mon, 03 Apr 2017 20:00:00 +0000 http://localhost:8080/red-iphone/ 1.png

수많은 기업들이 해마다 자원봉사나 기부처럼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그 성과를 알립니다. 그리고 사회 공헌 사업의 흐름은 단순히 기업이 가진 자산을 나누는 형식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기업이 세상에 나눠줄 수 있는 자원은 아주 많습니다. 돈이나 제품 등 외에도 자원봉사 그리고 넓게는 창업자의 철학까지, 기업은 그 규모를 키워갈수록 세상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게 마련입니다. 무엇보다 무조건적인 기부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고민이 근래 사회 공헌 사업의 큰 흐름이기도 합니다.

애플은 왜 빨간 아이폰을 내놨나

지난 3월 21일, 애플이 새빨간 ‘아이폰7’을 발표했습니다. 이전에 내놓았던 아이폰과 기능적으로는 전혀 다를 바 없지만, 색깔만 달라졌습니다. 애플이 색깔만 바꾼 제품을 이렇게 생뚱맞게 내놓은 적은 처음입니다.

혹자는 이 제품을 두고 신제품 효과가 떨어진 아이폰 7에 숨을 불어넣는 ‘컬러 마케팅’이라고도 합니다. 실제로 이 제품은 꽤 화제가 되었고, 인기도 좋습니다. 마케팅으로서의 가치도 충분히 있다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이 빨간색이 뜻하는 의미를 읽으면 제품이 조금 다르게 보일 겁니다.

하나, 갑자기 등장한 빨간 아이폰, 단순한 컬러 마케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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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폰7 프로덕트 레드 스페셜 에디션 출처 : 애플

이 아이폰의 정식 이름은 ‘빨간 아이폰’이 아니라 ‘아이폰7 프로덕트 레드 스페셜 에디션(iPhone 7 Plus (PRODUCT)RED Special Edition)’입니다. 파격적인 레드 컬러로 많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는데요.

하지만 애플이 이렇게 파격적인 레드 컬러를 사용한 건 아이폰7이 처음만은 아닙니다. 2006년 ‘아이팟 프로덕트 레드’라는 이름으로 레드 컬러를 사용한 적이 있죠. 그 이후에도 꾸준히 애플에서 레드 컬러의 제품이 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애플의 레드 컬러 제품에는 공통적으로 ‘프로덕트 레드’라는 명칭이 들어가는데요. ‘프로덕트 레드’라는 제품 명칭은 에이즈 퇴치를 위해 설립된 기부 재단인 ‘레드(RED)’를 지원하는 제품이라는 것이죠.

둘, 애플과 ’레드(RED)’가 만든 아름다운 의미

‘레드(RED)’ 재단을 처음 세운 것은 록그룹 U2의 멤버 보노(Bono)입니다. 그는 빈곤 국가들을 위한 여러 사업으로 노벨 평화상 후보에도 2번이나 올랐던 바 있는데요. ‘레드(RED)’는 그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이자, 가장 잘 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보노는 지난 2006년 에이즈를 퇴치하겠다는 목표로 ‘레드(RED)’라는 재단을 세웠습니다. 붉은색의 제품을 판매하고, 그 제품의 수익금을 기부해 에이즈 퇴치 연구와 약을 구입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많은 수익금을 모으기 위해서는 잘 팔릴 만한 제품이 필요했고, 보노는 친분이 있던 스티브 잡스에게 이야기해 애플을 이 활동에 끌어들였습니다. 그렇게 세상에 등장한 제품이 새빨간 ‘아이팟 프로덕트 레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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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 프로덕트 레드 출처 : 애플

애플의 프로덕트 레드 제품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웠기에 상품성을 충분히 갖춘 데다가, 그 의미를 알게 되면 제품이 새롭게 보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애플은 빨간색을 더 신중하게 뽑아냈고, 또 제품 디자인 시 프로덕트 레드 외에는 붉은 계열을 잘 쓰지도 않을 만큼 매우 아껴서 썼습니다.

지난 2013년에는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인 맥프로를 붉은색으로 만들고 딱 한 대만 뉴욕 소더비 경매를 통해 판매했는데, 낙찰가가 1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낙찰가 역시 ‘레드(RED)’의 의미가 전달됐기 때문에 가능한 금액이었죠.

이후 ‘프로덕트 레드’는 제품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습니다. 제품도 많이 팔려서 수익금도 계속해서 늘어갈 뿐 아니라 ‘레드(RED)’ 재단의 역할도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참여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애플은 10년동안 이어져온 ‘레드(RED)’ 캠페인에 꾸준히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레드(RED)’가 10년 간 에이즈 퇴치 기금으로 사용한 4억 6천만 달러 중 1/5인 1억 3천만 달러를 애플이 기여했죠.

세상을 바꾸는 기적 ‘레드(RED)’

하나, 애플과 ‘레드(RED)’가 던지는 메시지

애플은 직접 재단 설립에 지분 등의 사무 관계로 참여하진 않았지만 ‘레드(RED)’재단과 프로덕트 레드의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가장 밀접하게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파트너사들을 독려하기도 하고, 이 프로덕트 레드 자체가 또 하나의 훌륭한 마케팅 방법이 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스스로 참여하도록 발판을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4년과 2016년에는 애플의 하드웨어 외에 아이폰용 앱을 판매하는 앱스토어에 프로덕트 레드 항목을 만들어 게임이나 응용프로그램 개발사들이 프로덕트 레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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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트 레드 캠페인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로도 번졌습니다. 출처 : 애플

캐릭터나 아이템을 붉은색으로 만들고 수익을 기부하는 기본 프로그램 외에도, 게임 내용을 통해 이용자들이 함께 힘을 합쳐서 에이즈를 퇴치하는 내용의 콘텐츠를 넣으면서 ‘인류가 힘을 모으면 에이즈를 몰아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둘, 30센트의 기적, ‘레드(RED)’

애플은 빨간색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으로 기부 활동을 이어 왔고, 소비자와 함께 에이즈를 퇴치한다는 의미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규모는 매우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말 이 기금은 총 3억 6천만 달러를 모금했는데, 이번 3월에는 4억 6천 500만 달러로 늘어났죠.

그럼 프로덕트 레드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정말 에이즈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에이즈에 감염되면 그대로 모든 삶이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당뇨병에 걸렸다고 해서 당장 죽는 것이 아니듯 에이즈 역시 이제 관리의 질병이 됐습니다. 에이즈의 진행을 멈출 수도 있고, 전염을 막기도 합니다. 그 대가는 하루에 단돈 30센트입니다. 우리 돈으로 350원이 되지 않는 금액이죠. 한 달에 1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이 있으면 한 사람이, 더 나아가 한 가족이 에이즈로 불행한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 30센트짜리 약을 먹으면 에이즈의 위협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이 ‘30센트’의 기적은 그동안 ‘레드(RED)’ 재단이 기부금으로 연구를 이어오면서 약 개발과 보급에 힘써온 대가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닌 이 돈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무거운 짐이 되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에이즈의 날, 뉴욕에서 ‘레드(RED)’ 재단의 크리시 필라리시스(Chrysi Philalithes)를 만난 들은 이야기들은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2000년에는 HIV와 에이즈 치료 약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70만 명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1,820만 명이 약을 통해 에이즈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10년 전에는 HIV를 갖고 태어나는 아기가 매년 20만 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400명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레드(RED)’ 재단의 발표는 30센트의 약이 에이즈의 진전을 멈추고, 태아에게 전염되는 것도 막아 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크리시는 “2020년이면 지구상에서 에이즈를 뿌리 뽑을 수 있다”는 말도 꺼냈습니다. 그런데 이게 그리 허황된 꿈은 아닙니다. 실제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2006년 U2의 보노와 DATA(Debt, AIDS, Trade in Africa)의 바비 쉬라이버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이들의 의도는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이 가장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일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애플은 지난 10년 동안 열정을 갖고 캠페인에 함께 해 왔습니다. _애플 환경 담당 리사 잭슨 ”

사회공헌 사업의 근본적인 목적은 각 기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의 불편하고 아픈 곳을 고쳐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업가들이 기술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은 기술로 세상을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구글은 인터넷에서 소외된 저소득 국가를 위해 무료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열기구를 띄우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인 빌 게이츠는 말라리아와 지카 바이러스 등 모기를 통해서 전염되는 병들을 잡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특수 모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들의 제품 그 자체로도 우리는 이전과 충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이들이 바꾸고 싶은 세상의 한 부분은 어쩌면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바로 그곳에 향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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